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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승달의 레퀴엠 - Requiem Kyrie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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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okurinn[kokurinn]
조회 847    추천 0   덧글 1    / 2007.05.22 01:34:34

Requiem Kyrie
#02.

“……따라서, 인간의 인식 범위 외적인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충분히 있으니만큼, 내포하는 불확정적 위험 요소도 상당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에, 그 추상성에 대한 충분한 주의와 대비는 필수불가결하다. 이에 대한 정부의 조처는 AC 7년 8월 21일, 불안정 지역 봉쇄 조약의 긴급 발안과 불안정 지구의 선정 및 신속한 옐리자베타 요원들의 파견으로 이어졌다. 이후 국가가 지정, 봉쇄한 불안정 지구는 현재 54지구로 늘어난 상태이며, 근접 국가와의 협약에 따라 국경의 불안정 지구 또한 공동 봉쇄라는 형태로 발현, 세계 각국 정부의 공통적인 사명감에 빛나는 국제 연합 관리라는 평화적 노선을 걷게 되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세계의 붕괴 직전까지 번진 이 대사건으로 인해 그 원인을 제공했거나 그 피해가 집중된 세계 각국이 하나로 단결하는 결과가 도출된 점은 집단 무의식의 발현이 힘에 의한 지배보다는 균등의 평화를 지향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며…….”

AC 14년 2월 29일.
장황한 건 둘째 치더라도 사적인 주장까지 줄줄이 엮어 쏟아내는 교수의 강론은 귀에는 들어오지만 머릿속까진 들어오지 않는다. 어차피 교수라고 해 봐야 국제 연합의 하수인에 지나지 않고, 나는 각국이 상호 협약까지 맺어가며 철저하게 봉쇄, 관리한다는 불안정 지구 중 한 곳인 에를라흐 숲이 고향이다.

AC 14년 2월 29일.
다시 말하자면 에를라흐 숲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지 14년 2개월 28일 째. 이 긴 시간동안, 나는 몇 번이고 숲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아무런 힘도 없고, 요령도 없는 어린아이. 생각해보면 번번이 옐리자베타의 요원들에게 붙잡혀 다시 이곳으로 강제 송환된 게 당연하다 싶을 정도로 나는 실향(失鄕)이라는 상황에 눈이 멀어 있었다.

AC 14년 2월 29일.
13년 3개월 3일이라는, 할머니가 그렇게 싫어하던 날짜는 거의 1년 전에 지났지만, 여전히 그 숫자와 허탈감은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다. 이젠 3에 얽매일 이유 따위, 없을 텐데도 나는 깨어나지 않는 할머니의 몸에, 3일 뒤, 내 손으로 직접 불을 지펴 드렸다. 당신께서 그렇게나 보고 싶어 하시던 에를라흐 숲. 볼 수도, 들을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아득한 먼 곳의 작은 별이 된 지금은 어떨까.

AC 14년 2월 29일.
에를라흐 숲으로 돌아가기 위해, 나는 옐리자베타에 소속되기로 결심했다. 옐리자베타 요원의 신분증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당당히 나는 에를라흐 숲으로 들어갈 수 있다. 언제나 푸르렀던 그 하늘 아래, 할머니를 돌려보내드리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래. 그것부터 시작하는 거다. 그리운 대지를 밟고, 그리운 하늘을 바라보며, 그리운 숲을, 별빛에 반짝이던 그 숲을 다시 한 번 보는 걸 언제나 눈물로 그리던 할머니를 위해.
하지만 무엇보다, 나의 마음 가운데 자리 잡은 이 공백에 무엇인가를 채워 넣기 위해서, 나는 AC 14년 2월 29일을 보내고 있다.
문득 고개를 돌리니, 창밖에선 잿빛 하늘이 순백의 결정으로 대지를 향해 구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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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Kokurinn  lv 1 56% / 212 글 2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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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비 09/03/07:03
으음... 그림인가.. 엑박인데.. 저만 그런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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