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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의 심포니아 by Kokuri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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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승달의 레퀴엠 - Requiem Kyrie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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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okurinn[kokurinn]
조회 870    추천 0   덧글 1    / 2007.05.22 01:35:25

Requiem Kyrie
#03.

교수의 일장 연설이 끝나고, 조금은 자유를 얻은 것 같은 기분으로 아카데미의 정원을 거닐기로 했다. 아카데미는 불안정 지구 관리국, ‘이리나’의 요원들을 육성하기 위해 국제 연합에서 창설한 일종의 연수 기관으로, 국가가 아니라 국제 연합에서 지원을 담당한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평범한 국비 연수 기관들과 다를 건 없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그 다른 점이 마음에 들었기에, 나는 4년간의 연수를 받기로 결심을 굳힐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세계 각국의 불안정 지구에서 채집해 놓은 샘플의 전시관 같은 이 정원이 나는 마음에 든 것이다. 완전히 에를라흐 숲과 빼다 박은 듯 같은 건 아니지만, 에를라흐 숲에서만 피는 꽃이나 언젠가 내가 오른 나무와 어딘가 닮은 커다란 나무가 이 정원에 옮겨 심어져 있다.
처음에 봤을 땐 눈물을 흘릴 뻔 했다. 기쁨 반, 슬픔 반으로. 물론 그 때 울었다면 나는 두 눈이 새빨간 모습 그대로 심사를 받아야 했을 테고, 당연하게도 1차 면접에서 떨어졌겠지.
아카데미가, 정확히는 이리나가, 특히 옐리자베타가 원하는 것들 중 상대적으로 우선하는 것이 비정함이다. 타치아나와는 달리 불안정 지구에 투입되고, 그렇지 않더라도 치안을 유지하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니까.
불안정 지구에서는 인간의 인식 범위를 벗어난 존재가 빈번히 발견되고, 인간이 아직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도 종종 일어난다. 그것이 꼭 위협적인 것은 아니지만, 필요에 따라선 연인이라도 처리할 수 있는 비정함을 아카데미는 강조하고 있다. 이건 치안을 유지할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규칙이다. 어떤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규정에 따라 처분해야 한다.
물론 마음에 들 리가 없다. 마음에 들지 않을 뿐 아니라, 역겨울 정도로 짜증나는 논리다. 그리고 나는 내 마음을 배반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아픔으로 울음을 참으며, 옐리자베타가 되기 위한, 에를라흐 숲으로 돌아가기 위한 한 발을 내딛었다.
지금 이 정원으로 옮겨진 것은 원형을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뒤틀린 에를라흐 숲의 입구. BC의 마지막 때에 에를라흐 숲은 비로소 외부 세계에서 들어온 한 탐험가에 의해 바깥의 문명을 알게 되었지만, 동시에 에를라흐의 생물이 대부분 변이 개체에 가까운 것이라는 점도 알게 되었다.
숲 그 자체도 하나의 생명과도 다름없이 움직이는 곳, 숲의 출입구는 단 하나의 길이다. 에를라흐에 사는 사람들도 알지 못한 그 길을 따라 에를라흐를 찾아 들어온 탐험가, 일리야 이바노프의 일족과 교류를 거듭하면서도 숲의 외부와 내부를 이어주는 길은 단 하나밖에 찾을 수 없었다.
하얀 줄기, 하얀 가지, 보랏빛 잎사귀. 에를라흐 숲의 나무들이 특별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이바노프 일족에게서 받은 바깥 세계의 정보를 통해서였다.
자연에서는 찾을 수 없는 보랏빛 숲. 나는 달빛이 들 때 숲이 만들어내는 하얀 밤을 좋아했다.
두 그루의 나무가 3미터쯤의 높이부터 한데 모여 뒤엉킨, 어찌 보면 기괴한 형태의 문. 아마도 이전부터 변이 개체가 가득한 에를라흐 숲은, 날고 긴다는 옐리자베타도 들어가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 증거가 바로 이 문이다.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데도 불안정 지구의 샘플은 모아야 하니 문이라도 옮겨다 놓은 거겠지. 어차피 국제 연합이 바라는 것은 일반인들의 접근 봉쇄일 뿐이다. 연구는 그 다음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조금은, 서글프다.
이곳은 고향이 아니다. 하지만 고향이기도 하다. 정리할 수 없는 마음은, 언제나 안온한 이 두 그루 나무와 함께 찾아든다. 나는, 그리 문제될 일이 없다면 내년에 옐리자베타의 수습 요원이 된다. 그리고 그 다음 해, 에를라흐 숲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하지만…… 거기서 무엇을 보게 될까. 그것은 공포를 닮은 아득함으로 지금 여기에 서 있는 나를 감싼다.
미래라는 건, 이다지도 무서운 것이었을까. 과거라는 건, 이다지도 확실한 것이었을까. 현재라는 건, 그럼 무엇일까. 나는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에를라흐 숲으로 돌아가고 싶어 옐리자베타가 되기로 한 건 충동(衝動)일까, 아니면 결론(結論)일까.

“여기 있을 줄 알았어.”

어둠 속 한 줄기 빛처럼 청아한, 방울이 울리는 것만 같은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와 나는 고개를 든다. 어느 샌가 나는 발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혼자 궁상맞게.”

하나밖에 없는 이 목소리의 주인을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어떤 대답을 원하는 건지도.

“쓸데없는 사설(私設)을 앞으로 1년이나 더 들어야 한다면 아무래도 막막하잖아. 이럴 땐 고향이 최고. 너랑은 달라서, 난 순서를 모조리 밟지 않음 옐리자베타에 들어갈 수 없으니까.”

그녀── 일레디안은 어깨를 늘어뜨리며 한숨을 쉰다.

“하아. 고향의 어디가 최고라는 건지……. 옐리자베타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타치아나는 들어와 봐야 좋을 거 없어. 특히 연구소 소속이라면 더더욱. 괴물 취급이나 받을 뿐이려나. 뭐, 어떤 짓을 해도 결국 구현되지 않으니까 요즘은 좀 편하지만. 아아,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튕겨둘 걸 그랬나봐.”
“거기서 더 튕겼으면 아마 해부실로 끌려갔을 거야.”
“우와, 그건 좀 싫다…….”

좀 싫은 문제가 아니라 극구 피해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하는데. 하긴, 옐리자베타가 송치해 둔 푸페(Puppet)는 종국(終局)에 대부분 행방이 묘연해지기도 하니까 진짜로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해부실.
그나저나 조금 걸리는 게 있다. 그것을 입에 담는 것이 현명한 행위인가 아닌가 하는 점은 사소한 고민. 아카데미 내에서 이 소녀만큼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존재는 없다. 그건 일레디안도 마찬가지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타치아나 제 42연구소로 배속 받아 근무하는 그녀가 굳이 날 찾아 올 필요가 없다……는 건 어디까지나 쓸데없는 논리의 낭비.

친구.

이 짧은 단어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물론 동료라든지 동지라든지 아니면 동병상련(同病相憐)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라는 점은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다.

“편해졌다고?”
“응. 드디어 포기한 건지, 아니면 관찰당하고 있는 건지. 아아, 관찰이라면 진짜 싫어. 스토커도 아니고 도대체가 연구자들이라는 족속들은 뭘 생각하고 사는 건지.”

제 42연구소에서 진행하고 있던 능력 계발 프로젝트. 일레디안은 단 한 번 보인 능력이 터무니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거기에 속박되어 있다고 들었다. 타치아나이면서도 타치아나의 활동을 한다고 보기는 힘든, 미묘한 신분. 연구자이기도 하지만 피험자(被驗者)이기도 하다.
아무런 성과 없이 3년이나 계속된 프로젝트가 드디어 그 쓸모없는 노력을 깨닫고 포기한 걸까, 아니면 그녀가 투덜대는 것처럼 스토킹하고 있는 걸까. 어느 쪽이 되든지 결국에는 밝혀질 일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 되든지 결국 지금 가장 중요한 명제는,

“그래서 이렇게 한가하게 돌아다니시는 건가요, 아가씨?”

왼손을 뒤로, 오른손을 앞으로. 왼발을 뒤로, 사뿐히. 그리고 허리를 유려하게 구부리고, 낮은 톤으로 말한다.

“한가하죠. 아직 아무런 프로젝트 참가 명령도 떨어지지 않았답니다, 마드무아젤.”

있지도 않은 드레스 자락을 들어 올리며 살짝 고개를 숙인다.

“어머, 사실은 저도 강습이 종료되어 한가한 참이었는데.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 레이디.”

마치 그곳에 부채라도 있는 듯 가슴 앞으로 오른손을 들어올린다.

“우연이란 언제나 이렇게 겹치는 것이 아니기에 우연이라고 하는 거겠죠. 그러므로 이 우연을 어떻게든 극상(極上)의 것으로 삼고 싶지는 않나요, 노블?”

이번에는 일레디안이 왼손을 뒤로. 허리를 구부리며 오른손바닥을 들어 파트너의 양해를 구하듯 달콤하게 속삭인다.

“물론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이 세계에 대한 모독이자 죄악이 아니겠어요, 오호호.”

그 손에 손을 얹고, 왼발을 뒤로. 양해는 허락으로 바뀌어 무도회의 수줍은 듀엣이 탄생하……면 좋겠지만, 그대로 손을 마주 쥐고 얼굴과 얼굴 사이로 들어올린다.

“그렇다면?”

일레디안의 결의에 찬 눈빛. 나의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문답무용!”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 번 그녀가 제창한다.

“Let\'s?”

마주잡은 손을 떼고, 팔을 들어 허공에 손바닥을 마주친다.

“Play!”

이것은 우리들만의 작은 의식.
매번 하는 말은 다르지만, 무엇인가를 함께 하기 전에 우리는 이런 식으로 이미 모인 의견을 다시 한 번 구체화한다. 마음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 하나 찾기 힘든 제 42아카데미와 제 42연구소에서 웃음을 잃지 않기 위한 작은, 아주 작은 다짐.
……그런데 과연 서로 한가하다는 우연을 극상의 것으로 바꾸기 위해선 도대체 뭘 해야 할까. 아마 일레디안의 머릿속에도 같은 의문이 피어올랐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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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비 09/03/07:08
주인공은 아카데미라는 곳에서는 무슨 능력을 연구하고있고 그 능력을 쓸 수 있는 사람을 엘리자베타라고 하는건가요?? 아 그리고 Let's 오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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