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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하 Dreamland Online
MH by Pa3NDA

이건 말야. …줄 거야.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아끼지 않는 사람에게. 약한 사람을 돕고 그 눈물을 닦아 주는 사람에게. 착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당들을 혼내 줄 수 있는 사람에게. 외로운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사람에게. …아직 누군지 이름은 모르지만. 그 사람에게 줄 거야. ——— 그렇게 약속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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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그 날’
세계각지에서 일어난 경찰연속실종사건.
좀더 적확히 말하자면.
‘특과대원’연속실종사건.
리는 그 사건의 6번째 피해자였다.
사건은 2번째 피해자가 나온 시점에서 이미 누군가에 의한 고의적 범죄로 추측되어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특과 대원의 실종인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그다지 많지 않은 수밖에 존재하고 있지 않은 그들을 국가기관에서 관리하지 않을 리가 없다. 어떤 특수한 사항 때문에 특과대원의 자유를 구속하는 일은 하지 ‘못 하고’ 있지만 그래도 경호라는 이름을 뒤집어 쓴 감시는 항상 존재했다.
그것을 뚫고 실종.
상사 눈을 피해 낚시하러 간 것일 리가 없다.
분명 누군가가 뒤에 있다.
하지만 누가? 무엇을 위해?
대답은 간단했다.
상대는 특과를 노리고 있다. 악의를 가지고. 집요하게.
보통 악의를 가지고 대하는 상대를 적이라고 한다.
그 적의 적은 특과. 그렇다면 특과의 적은.

———— 크리쳐.
리는 크리쳐와 전투 중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적과 함께 실종 되었다.
생각해보면 실종 사건의 범인으로 적대국가의 첩보기관이나 거대기업. 심지어는 그레이형 외계인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째서인지 크리쳐만은 그 범인후보에 오르질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은 그럴 수 없으니까.
인간에게 있어서 크리쳐는 컴퓨터 게임에 나오는 몬스터와 다를 게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등장해서, 아무 생각 없이 퇴치 당하는.
실제로 그들의 파괴행동은 의미가 없어 보였고,
그렇지 않으면 매우 곤란하니까.
그래서 특과는 자신들의 진짜 적만은 의식적으로 후보에서 지우고 있었다.
리 역시 그랬었다.
그건 짐승이다. 제대로 된 지능 같은 게 있을 리가 없다. 그래야만 한다. 안 그러면 자신의 활 끝이…
자신의 활 끝이 더 이상 사냥꾼의 그것으로 남아있을 수가 없으니까.
안 그러면 자신의 분노의 색이 바뀔 태니까.    
그래서 리는 혼란했다.
어딘지 알 수 없는 어둡고 좁은 방에서 눈을 뜬 리는 혼란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곳은 적의, 크리쳐의 둥지였으니까.
그래서 리는 혼란했다.
왜냐하면 그곳은 끈적하고 투명한 액체에 뒤덮인 징그러운 알들이 수백 개씩 줄 서서 늘어져 있지도 않았고, 그로테스크한 괴물의 유충을 배에 품고 벽에 붙여진 체 죽을 날만 기다리는 상태도 아니었으니까.
거기엔 의자가 있고, 침대가 있고, 조악하지만 사람이 먹는 식사도 있었다. 크리쳐의 둥지는 정글 어딘가에 숨겨진 어두운 비밀 동굴이 아닌 사람이 살고 있는 사람의 집 그 자체였던 것이다.
크리쳐는.
단체로서의 사회가 존재했고.
언어와 비슷한 커뮤니케이션이 존재했다.
인간과 그다지 차이가 없는 지성을 가지고 있었고,
그 눈에는 육체와 분명히 이어진 의식이, 의지가.
거기엔 존재했다.  
그래서 리는 혼란했다.
왜냐하면 이들은 지금까지 리가 생각하고 있던 잘못해서 우리에서 풀려 나온 맹수가 아니었으니까. 아무것도 모른 체 본능이 시키는 대로 몸이 움직이는 대로 흘러가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틀림없는 그들의 의지로. 그들의 분노로. 그들의 악의로.
모든 건 고의적인 의지로.
————— 내 ‘모든 걸’ 부숴 버린 거야?
모든 건 고의적인 폭력. 고의적인 파괴.
————— 용서할 수 없어.
그래서 리는 혼란했다.
왜냐하면 자신의 분노의 색이.
변하는 걸 느꼈으니까.

“화난 모양이야.”
소녀는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했다. 방금 전의 사격이 추격자들을 흥분시키기라도 한 건지 적들은 엄청난 기세로 속도를 높여왔다. 리는 백미러를 통해 적의 숫자를 샜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쫓아오는 적은 여전히 여섯. 별 이상은…
“여섯?”
“…위.”
쿠웅!
달리는 차 위에 무거운 무언가가 격돌했다!
끼기긱!
핸들이 미끄러져 차가 지그재그로 흔들린다.
콰앙! 콰앙!
강렬한 타격음. 쇠망치 같은 걸로 내려치는 듯한 소리가 바로 머리 위에서 흉흉하게 울려 퍼졌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이 차가 미리의 차란 점이었다. 리의 허름한 중고차였다면 순식간에 찌그러진 알루미늄 캔 같이 되어버릴게 틀림없다.
하지만 이건 미리의 차. 국가요인 급의 방탄 설비가 이 차에는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총기나 둔기 등의 비교적 약한 충격은 물론, 소형 로켓탄 정도까지 라면 아무런 상처도 남지 않는다고 미리에게 들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납치범 미리의 반쯤 협박 같은 내용이었지만 지금은 든든하기 그지없는 얘기다.
적도 웬만해선 차체에 데미지를 줄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건지 무서운 기세로 내려치던 충격이 갑자기 멈췄다.
…포기한 걸까?
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적은 금방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마치 정말 개미와 같이 엎드린 자세로.
차의 앞창을 뒤덮기라도 하듯이.
쾅!
그리고 앞창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크윽!”
미리의 차다. 유리도 보통의 평범한 방탄유리일 리가 없다. 쉽게 깨질 물건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

리는 탈출했다. 크리쳐가 식사를 주러 온 틈을 노려 쓰러트린 후 무기가 될만한 것을 찾아 챙긴 다음 무계획적으로 뛰쳐나갔다. 탈출 이라기엔 무모했다.
그건 단순히 자신을 잊은 것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분노에 몸을 맡겨 달렸다. 리가 갇혀있던 방의 밖은 복도뿐이었다.
끝없이 계속되는 좁고 어두침침하고 의미 없이 복잡하기만 한 복도.
얼마나 걸었을까. 마치 미로와도 같은 콘크리트의 복도를 깜박이는 형광등 불빛에 의지해 몇 십분.
주변의 풍경이 조금씩 변했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치 우주선이라도 보는듯한 금속성 벽.
기둥만한 크기의 실험관.
그리고 그 속에서 눈을 감고 있는.
처음 보는 크리쳐들.
그것이 수십.
아니 수백 개가 늘어져 있었다.   
시설의 중심에 다가온 느낌이었다.
주변을 살피며 잠시 걷자 거대한 실험관들과 복잡한 기계장치들의 사이에 작은 문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주변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목제로 된 문. 마치 그곳만 떠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손잡이를 조심스레 돌려본다.
잠겨있지 않았다.
리는 주저 없이 뛰어 들었다.
“움직이지 마!”
그리고 적에게서 빼앗은 총을 겨눈다. 알고 있다. 이런 평범한 기관단총. 크리쳐를 상대론 아무런 의미도 없다. 만약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결계가 없는 이상 그 다음은.
꽝.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처음에 식사를 가져다 주러 온 크리쳐는 리의 구두에 숨겨져 있던 크리쳐 전용의 스턴건을 이용해 쉽게 쓰러트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 리 자신은 그 외에 이 괴물들에게 통하는 무기를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스턴건 자체도 일회용이고 지금 자신의 오른팔에 매달려있는 팔찌도 지금은 그저 무거운 쇳덩이에 지나지 않는다.
승산은 없다.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달려들었다. 그땐 그것 밖엔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리가 뛰어 들어간 방은 마치 중세 유럽 같은 분위기였다. 복도의 회색 콘크리트의 무기질 한 분위기와도, 실험관이 늘어져 있는 SF소설의 한 장면 같은 분위기와도 전혀 다른, 그런 방이었다.
나무냄새가 나는 골동품 목제가구들. 하얀 햇빛을 은은하게 막아주는 레이스 달린 커튼. 노란 식탁보가 덮은 테이블 위에는 향긋한 홍차. 중간 중간 긁히는 소리가 섞여 나는 구형 축음기. 그리고 기분 좋아 보이는 안락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건.
“…인간?”
리는 마치 몸에서 공기가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포근한 안락의자에 앉아서 눈을 감고 홍차와 함께 우아하게 클래식을 즐기고 있는 건. 틀림없는 ‘인간’이었다.
“어째서 인간이 이런 곳에?”

“크읏!”
크리쳐가 창문을 때릴 때 마다 차가 심하게 흔들렸다. 리는 핸들을 좌우로 흔들었다.
그에 맞춰 차는 마치 춤이라도 추듯이 과격하게 몸을 흔들었다.
하지만 적은 눌러 붙기라도 한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쾅쾅!
그렇게 창문을 내려치길 십 수번.
빠직.
차의 창문에 약간씩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얼마 버티지 못한다!
“치잇!!”
리는 손에 쥐고 있던 권총을 옆의 창문 밖으로 꺼냈다!

“‘히어로’란 뭘까요.”
의자에 앉아있던 인간. 정확히는 인간의 여성은 갑자기 리가 문을 부수듯이 열고 들어와 총을 겨눠도 별일 아니라는 듯이 조용히 눈을 감은 채 말했다. 마치 노래하듯이.
“응?”
“악을 쳐부수고,
약한 사람들을 돕고,
세상에는 평화를, 아이들에겐 꿈을.”
의자에 앉아있던 여성이 천천히 눈을 떴다. 나이는 20대 초반 정도일까. 잘하면 바닥까지 닿을 정도로 긴 금발은 하나로 굵게 땋여 있었고 몸에는 세련된 긴 스커트의 여성용 정장을 걸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의 눈길을 끄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그 외모였다. 예쁘다거나, 아름답다던가 하는 그런 표현은 왠지 그녀에겐 진부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엔 일종의 신성함이, 보통 사람과의 존재와 선을 긋는 무언가가 존재했다.
동성인 자신이 봐도 넋을 잃고 멍하게 쳐다보게 되는 마는.
마치 여신과도 같은.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여긴 위험해요! 저랑 같이 탈출을…”
“그런 거라면 크리쳐라는 악을 쳐부수고, 지금 이렇게 타인을 도우려고 하고 있는 당신은.”    
당황하는 리를 무시하고 여성은 계속해서 말했다.
“틀림없는 ‘히어로’.”
여성은 옆에 홍차가 놓인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무엇인가를 리에게 보여주듯이 들어 올렸다.
그것은 카드였다.
리에게는 생소한 느낌인 그 카드는 매우 고급적인 소제로 만들어져 있었다. 손바닥을 펼친 정도의 사이즈에 그 속에는 검과 저울을 든 여성의 그림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히어로?”
리는 무심코 여성의 말을 따라 했다.
“아닌가요?”
여성은 천천히 일어섰다.
“…난.”
리는 당혹스러웠다. 이 여성은 지금 대체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걸까? 자신과 마찬가지로 적에게 잡혀온 게 아닌 걸까? 지금 여기가 크리쳐의 본거지란 것을 알고는 있는 걸까?
“하지만 당신은 스스로를 가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리에게 느긋한 걸음으로 다가오는 여성의 손에는 어느새 다른 카드가 쥐어져 있었다. 이건 리도 잘 아는 평범한 트럼프 카드였다. 아까 본 카드와 같은 사이즈의 그것은 스페이드 3의 카드였다.
“무, 무슨?”
여성은 리의 바로 옆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리의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마음에 있는 건 분노. 분노의 원인은 원한.”
“……”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가위에 눌린 듯이. 그런 리의 눈앞에 다른 한 장의 카드가 나타났다.
쇠사슬에 묶인 남여. 그리고 그 위에 서있는 것은.
“원하는 건 복수.”
염소의 뿔을 한 악마.
“마음 속 깊이 숨겨져 있는 당신의 히어로 상. 오랫동안 동경해 왔던 그것에는 정의와 사랑 외엔 어떤 사적인 감정은 존재하지 않지요. 그런데 심지어 증오나 미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존재할 리가 없어요.”
스페이드 에이스.
카드가 다시 바뀌었다.
“……”
“그래서 당신은 가짜. 세상사람 모두가 당신을 히어로로 인정해도 당신 스스로는 절대 자신을 히어로로 인정하지 않아요. 아니 할 수 없지요. 안 그런가요, 리?”
스페이드 에이스의 카드가 뒤집힌 채 바닥으로 떨어진다.
“…넌 누구야?”
리는 뒤에서 마치 끌어안는 듯이 바싹 붙어있는 여성을 피해 거리를 넓혔다. 
“전 최초의 드루이드. 현존 유일한 마법사. 메신저. 벨런서.
—— 제 이름은 윙거.
리. 전 당신에게 매우 관심이 있답니다.”
여성은 웃었다.

“우아아앗!!!”
리는 총을 겨눴다.
차의 속도로 인해 생기는 엄청난 바람에 잠깐만 방심하면 총을 놓쳐 버릴 듯했다. 그래도 상관하지 않고 리는 적의 미간을 조준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 그래요, 매우.
당신의 분노. 원한. 그것은 ‘원수’라는 한 개의 객체에 향해 있지 않아요. 그렇다고 크리쳐 라는 종에 향해 있는 것도 아니에요.
당신의 모든 부의 감정은 자기 자신. 자신에 대한 후회나 혐오뿐.
당신은 상냥한 사람이니까요.
상대가 미워.
자신의 행복을 뺏어간 그들이 미워.
증오하고 미워하는 건 간단해요.
원한의 대상이 누군지 객체로 정확히 알 수 없는 이상 그 분노가 그 단체로 향하는 어찌 보면 당연해요. 쥐는 고양이가 밉고, 유태인은 독일인이 밉고, 당신은 크리쳐를 미워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걸지도 몰라요.

짤깍. 짤깍.
방아쇠를 당겼다.
눈을 반쯤 감은 채 쥐어짜듯이.
하지만 아무리 방아쇠를 당겨도 총구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실제로 거의 조준이 불가능한 상태였으니 쐈다 해도 적에게 맞았을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최소한 위협사격은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총알이 없다.
치명적인 실수였다.

————— 하지만 당신은 그러지 않았다.
만약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 들개에게 물려서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다 해도, 그 물은 들개가 나쁜 거지 개라는 종 자체에게 죄가 있는 건 아니니까요.
많은 사람들은 쉽게 잊어버리지만 말이죠.
심지어 아무런 지능도 없는 들짐승과 같은 크리쳐에게 분노를 향하는 건 화풀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니까요.
당신에게 크리쳐와의 싸움에 복수라는 사적인 첨부사항이 붙자 그건 더 이상 숭고한 정의와 세계 평화를 위한 성전이 아니게 된 거죠.
리에게 싸움이란 굉장한 스트레스가 되기 시작한 겁니다.
거기에다 사람에겐 감정이 존재하지요. 당신 역시 예외는 아니에요. 크리쳐와의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운 전투에서 느끼는 미약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복수감. 달성감.
나중에 찾아오는 참을 수 없는 자기혐오.
마치 그런 자신을 벌이라도 주듯이 무분별할 정도의 타인을 위한 자기희생을 반복해도 마음속에 얼룩은 지워지지가 않았어요.
미워하면 안돼. 그런 건 ‘히어로’가 아냐.
하지만.
하지만……
그래서 당신은 더 이상 ‘히어로’로 남을 수가 없게 되었다.
특과를 통틀어 봐도 리처럼 특이한 케이스는 찾기 힘들어요. 그래서 전 당신에게 가능성을 걸어보기로 한 거에요.
당신이라면 진짜 ‘히어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전 생각하니까요.

“탄창을!”
“여기.”
소녀의 반응은 빨랐다.
리가 소녀에게 탄창을 요구할 때 이미 리의 손에는 탄창이 쥐어져 있었다. 손목으로 핸들을 고정하며 탄창을 갈아 끼웠다. 아니 갈아 끼울려고 했다.
하지만 손이 떨려서 쉽게 되지 않는다.
“크윽.”
그때 크리쳐가 커다란 주먹으로 창문을 다시 내려쳤다.
빠직.
창문에 커다란 거미줄이 깔렸다.

숙제를 내줄게요, 리.
이미 눈치 채셨을 지도 모르겠지만 크리쳐들에겐 지능이 있어요. 인간과 거의 같을 정도의 지능이. 서로간의 의사소통도 가능해요. 인간과 같은 언어로.
그리고 또 하나.
당신의 ‘시설’이 습격 받은 건 우연이 아니에요. 그곳 출신의 특과만 2명이란 걸 생각해 보면 약간은 납득이 가실 거예요. 그곳은 크리쳐들이 생각하고 토론한 결론 끝에 즉, ‘고의적’으로 파괴한 겁니다.
이해하시겠어요?

그 충격에 리의 손이 크게 흔들렸다.
“탄창이!”
탄창이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리, 흥분하면 안돼요. 지금은 내 말을 들어줘요.
창 밖을 봐요, 리. 이곳은 평화롭죠?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 뛰어 놀고, 마을 사람들은 편안하게 미소 짓고. 아주 평범한 시골 마을이에요. 마음이 평화로워 지죠?
조금은 안정이 됐나요?

콰직! 콰직!
창문이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비명을 질렀다.

그럼 다음 문제에요.
당신들이 사용하고 있는 결계열화장갑. 죽, 플렌D-의 본체인 플렌D는 보통 크리쳐를 쓰러트리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어요.

“미안, 탄창 다른걸!”
바닥에 떨어진 걸 주울 시간은 없다.
이미 창문은 한두 발도 더 견딜 수 없는 상태다.

하지만 만약에, 만약에 말이죠.
그게 반대라면?
크리쳐가 나타나서 플렌D가 만들어졌다가 아니라,
플렌D가 나타나서 크리쳐가 만들어졌다 라면?
그 플렌D의 실험이.
어떤 작은 시골 마을에서 이루어 졌다면?

“어찌 되도 좋지만 서도.”
소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수납장 속에서 탄창을 꺼내 주었다.
“지금은 우선.”

만약.
만약에.
크리쳐가,
원래는 평범한 보통 사람이었다면?

리는 이번에야 말로 총에 탄창을 넣는데 성공했다.

아무런 죄도 없는. 순수한 피해자였다면?

철컥.
총알을 장진 한다.

자신의 대부분을 잃은 분노의 북수자라면?

콰앙!
보통 유리와는 전혀 다른 소리와 함께 차창이 박살 났다.
크리쳐의 주먹이 이번엔 리를 박살내기 위해 다시 한 번 들어 올려졌다.
그걸 향해 리는 총을 겨눴다.
그리고
방아쇠를.

그래도 당신은.

—— 방아쇠를.

당신은
그 ‘화살’을 쏠 수 있을까요.

———— 방아쇠를.

그 답을 찾았을 때 당신은 진정한 ‘히어로’가 될 수 있을 거예요.

————— 방아쇠를!!!

“커브.”
소녀가 짧게. 하지만 확실한 목소리로 리에게 경고했다.
주먹을 치켜 들은 크리쳐의 뒤에 펼쳐진 급커브가 리의 눈에 들어왔다.
“크윽!!”
끼기기기기긱!!!
온 힘을 다해 차를 오른쪽으로 꺾었다.
중력이 잠시 방향을 바꾼다.
하지만 차는 쉽게 방향을 바꿔주지 않는다.
인도와 구분 짓기 위해 만들어진 가드레일을 옆구리로 들이 받는다.
콰앙!!
차가 뒤집히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의 큰 충격.
그 충격으로 본네트 위에 붙어있던 크리쳐가 멀리 튕겨져 날아가 버렸다.
그것과 동시에 차가 겨우 커브를 도는데 성공하여 본궤도에 돌아왔다.
차는 성한 곳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의 상태였지만 이렇게 끝난 것만 해도 기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
리는 아직도 총을 쥐고 있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희미하게 떨리고 있다. 온몸이 땀투성이다.
역시.
역시 쏠 수 없었다.
그 사람의 말을 신경 쓰는 건 아니지만.
방아쇠를 당길 수 없는 이상.
지금의 자신은 가짜조차도 될 수 없는 것이다.
“…났어.”
“아 미안, 지금 뭐라고?”
리는 옆자리의 소녀의 목소리에 문득 정신을 차렸다. 잠깐 방심 상태였던 듯 하다.
“아직 안 끝났어. 라고 말했어.”
그러고 보니 지금은 감상에 젖어 있을 시간이 아니었다.
“…아직도 여섯 마리.”
그렇다. 적은 아직 잔뜩 남아있는 것이다. 게다가.
“……”
큰일 났다.
“배고파?”
“…아니. 왜?”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짖길래.”
리의 얼굴에 오늘 대체 몇 번째인지 모를 쓴 웃음이 다시 떠올랐다.
아무래도 지금 상황을 설명해 줘야 할 듯 하다.
“지금 좋은 소식이랑 나쁜 소식 있는데 어느 쪽부터 듣고 싶어?”
“이건 그거지? 시시한 좋은 소식을 말해주고 그 다음에 바로 엄청나게 처참한 나쁜 소식으로 몇 배는 불행해지게 만드는 그거.”
“…하하.”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럼 좋은 소식부터.”
“아까의 충격으로 속도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아.”
“나쁜 소식은?”
“아까의 충격으로 핸들이 거의 안 먹히는 것 같아.”
“…헤드라인 속보야.”
소녀가 차도 옆에 세워져 있는 경고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거기에는.
‘공사 중.’
이라는 세 글자. 리의 눈에는 그것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상태가 안 좋은 차를 운전하는데 집중하느라 내용을 재대로 읽을 수 없었다.
“고가도로야. 사세한 외장 부분이랑 가운데 부분이 아직 미완성. 재작년부터 공사를 시작. 금년 내에 완공 예정.”
옆에 있는 소녀는 재대로 읽었는지 세세한 내용을 보충해줬다.
“위기네.”
“응. 대위기. 앞으로 얼마 안 있으면 도달할거야.”
소녀는 별로 관심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그리고 마치 남 일이란 듯한 말투로.
“이쯤에서 내려줘.”
라고 소녀는 말했다.
“뭐?”
“브레이크도 고장난건 아니지?”

“아마 나만 내려주면 당신은 괜찮을 거야.”
여자의 표정이 변했다. 마치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럼 너는 어떻게 되는 건데?”
믿을 수 없는 건 이쪽이다. 
“나도 괜찮을 거야. 아마.”
사람이 사람을 돕는데 이유 같은 건 필요 없다고 이 여자는 말했다.
“아마?”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응 아마. 매우 높은 확률이란 뜻이야. 나라면 달려서 도망칠 수 있으니까.”
아까부터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 이유 없는 선의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절대로.
금전적인 보답. 사회적인 지위. 주변으로부터의 명성.
그런 저속적인 개념들을 모두 배제된다면 더욱더.
“그러니까. 내려줘.”
더럽다. 검다.
그런 건 위선이다.
자기만족을 위한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아아,
“미안, 브레이크가 안 들어.”
이 아이는 상냥하구나.
“…거짓말.”
리는 생각했다.
이 아이는 정말 착한 아이야. 하고.
“응. 거짓말. 그렇지만 브레이크가 안 먹어. 거기다가 멈춘다 하더라도 그 다리론 무리야. 다리 아직도 아프지?”
왜냐면 이 아이는 무서워하고 있으니까. 상관없는 타인이 자기 때문에 위험에 빠지는 게 두려워서 참을 수 없다는 듯한. 불안감에 가득 찬 그런 눈을 하고 있으니까. 
“그러면 어쩌겠다는 거야? 방향을 돌릴 수 없는 이상 멈출 수밖에 없잖아.”
그러니까.
“혹시 가운데 공사 안 된 부분 몇 미터 정도인지 알 수 없으려나?”
“12미터.”
‘진짜’가 나타날 때 까진.
“어떻게 안거야?”
“경고판에 써있었어.”
내가 이런 아이들을 지켜야 해.
“좋아. 그렇다면 이대로 전속력으로 달려서.”
‘진짜’가 나타날 때 까진.
“뛰어넘자.”

“무리야.”
질려버렸다.
얼핏 보면 이 여자는 마치 남을 위해 헌신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은 그저 자기만족을 얻는 센서 부분이 고장 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할 수 있어. 영화만 봐도…”
“영화랑 현실은 틀려. 지금 여기엔 튼튼한 와이어도 최첨단 CG도 없어.”
황금 같은 휴일을 허름한 양로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평생을 모은 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고아원에 기부하고.
“12미터 정도라면 잘 될 거야 분명.”
전부 삐뚤어진 자기만족이다.
세상 사람들은 겉으로는 훌륭한 선행이라던가. 아름다운 미담이라던가 하면서 칭송하지만,
“어떤 근거도 없어.”
누구나 다 속으론 생각한다.
“정말 거리가 12미터인지 확신 할 수 없어.
그리고 실질적인 차의 비거리도 아무런 샘플이 없어.
약간의 실수로 끝이야.
죽을 지도 몰라.”
‘바보 아냐?’
하고.
“퍼센테이지는 끝도 없이 낮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바보 같은 짓은 그만둬. 남을 위한다는 행동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그런다고 해서 아무도 고맙다고 하지 않아.
되려 아파.
아플 뿐이니까.

“믿어줘.”
“…에?”
“퍼샌테이지 얘기를 했지? 그럼 어떻게 하면 100%가 나올까? 수천 수만 번의 실험을 해서 전부 성공하면 100%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
“응 맞아. 천 번을 성공해도 천한 번째에 실패할 수도 있는 거고. 만 번을 실패해도 만 한 번째에 성공할 수도 있는 거니까. 세상에 100%에 한 없이 가까운 건 있어도 100%는 없어.”
“……”
“하지만 100%는 있어.”

“믿는 마음속에 100%가 있어.”

“100%라서 믿는 게 아냐. 믿으니까 100%인거야.”

“그러니까 날 믿어줘.
할 수 있어. 하고.
그러면 할 수 있어.”

“왜 거기까지 하려고 드는 거야?
아무런 이유도 없이?”
————— 마치 그런 자신을 벌이라도 주듯이.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 무분별할 정도의 타인을 위한 자기희생을 반복해도.
“이유라면 있어.”
아니, 이유는 없어.
“난 ‘이 서향’이라고 해.”
크리쳐에게 쫓기는 일반인을 못 본채 할 수 없어.
“직업은 알다시피 특과. 25살. 한국인.”
다리를 다친 여자아이를 내버려 둘 수도 없어.
“요리하는 걸 좋아해.”
하지만 그런 건 이유가 될 수 없어. 그런 건 핑계야.
난 이런저런 이유로 이 사람을 도왔습니다 하고 말하는 건.
“청소하는 것도 좋아.”
자신을 벌주기 위한 자기희생.
그 사람에겐 그런 말을 들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이름 발음이 어려워서 보통 다 리라고 불러.”
역시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
“하지만 역시 아무도 이름으로 불러주지 않으니까 조금은 섭섭해.”
이유 같은 건 필요 없어. 사람이 남을 돕는 데엔.
25년간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어.
그리고 그건 틀리지 않았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어.
“넌?”

난————야. 네 이름은?

“……히이라기.”
그러니까 이유는 없어.
그게 지금의 내겐 가장 중요한 이유야.

“이젠 이유가 생겼지?”
여자가 웃었다.
지금까지 한번도 본적 없는 얼굴로.
마치 그날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아이처럼.
너무나.
너무나.

“기가 막혀.”
하얀 소녀는 정말 질려버렸다는 듯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지금 한말 너무 부끄럽다는 생각 들지 않아? 거기다 비논리적.”
“우웃.”
리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
“하,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이건…”
“사람의 유전자에 써있는 거지?”
리가 뭔가 말하려고 하는 것을 소녀가 중간에 가로채버렸다.
“우우웃,”
“…믿을게.”
소녀는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차는 이미 고가도로에 돌입 완만한 고개를 올라가고 있다.
힘겹게 들리는 자동차의 배기음.
뒤에 들려오는 추적자들의 발소리.
“당신은 아직 믿을 수 없지만, 이 차라면 믿을게.”
그 속에서 소녀는 말했다.
“에?”
“이건 10억 도의 고열도 견디고. 시속 1000킬로가 넘는.
—— 슈퍼카잖아?”
그리고 소녀는 웃었다,
상냥하게. 너무나 상냥한 표정으로.
히이라기가 처음으로 웃었다.
“물론이지! 12미터든 12킬로미터든 날아가 버릴 테니까!”
리도 같이 웃었다. 왠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왠지 기뻐서.
리도 웃었다.
“…어디까지 가려는 거야.”
한숨을 쉬는 히이라기의 표정이 금세 원래의 무뚝뚝한 표정으로 돌아가 버렸지만, 왠지 뭔가 조금 바뀐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보인다.”
그리고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고가도로의 언덕의 정점에 크게 입을 벌린 구덩이가.
적들과의 거리는 상당히 떨어져 있다. 이대로 이 고가도로만 통과하면 그 다음은 어떻게든 될 것이다. 이 고가도로만 통과하면.
12미터.
숫자로만 보면 그다지 긴 거리는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눈앞에 들어오면 박력이 달랐다.
조금씩 다가온다.
생각 보다 길다.
위험해 보인다.
하지만 할 수 있다고 믿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아무거나 꽉 붙잡아!”
리의 외침에 히이라기가 눈을 질끈 감고 리의 소맷자락을 꼬옥 붙잡았다.
속도는 거의 한계에 가까울 정도의 고속이었다.
완만한 고가도로의 각도가 점프대의 역할을 해줄 것이다.
리의 소매를 말아 쥔 히이라기의 손에 힘이 점점 강해진다.
괜찮아.
할 수 있어.
이대로만 가면 할 수 있어.
이대로만 가면!

그 때.
차 바로 뒤에서 일어난 엄청난 폭발음은 마치 너무나 멀리서 들린 듯 했다.
그 충격에 흔들린 차가 크게 방향이 틀어져 버린 것도 너무나도 현실성이 없었다.
“무슨?!”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백미러를 통해 리의 눈에 들어온 건.
“장거리 무기?!”
크리쳐가 쏜 무언가에 차가 맞은 듯 했다.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고, 알 필요도 없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차가 점프 포인트가 아닌 전혀 다른 방향으로 미끄러지고 있다는 것.
눈앞에 펼쳐진 건 우거진 빌딩의 숲.
추락한다.
이대로라면.
추락한다!
“떨어지는 거야?! 이제 끝이야?!”
히이라기는 눈을 반쯤 뜨고 리의 소매에 고개를 파묻었다. 아까부터 상태가 이상했다. 혹시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걸지도 모른다.
“아직 포기하지 마!! 아직 뛰지도 않았으니까!!”
리는 창 밖으로 손을 뻗어서 차 바퀴에 총을 쐈다. 차의 방향이 미묘하게 바뀌었지만 그것뿐. 그 기세를 죽이지는 못했다.
“크읏!!”
마지막 순간, 리는 히이라기를 지키듯이 감싸 안았다. 

결국 차는 공사 중인 고가도로에 쳐있는 빈약한 가드레일을 뚫고.
빌딩의 숲으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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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의 마지막인 2-2편입니다.

본문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만, 곧 일본으로 유학을 갑니다.

이제 한국에서 남은 시간도 이틀 뿐이군요.

새로운 도전에 최근 두근거리는 매일입니다.


그럼, 다음편인 3-1은 외국에서 뵙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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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판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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