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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의 심포니아 by Kokuri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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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승달의 레퀴엠 - Requiem Kyrie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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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okurinn[kokurinn]
조회 765    추천 0   덧글 1    / 2007.05.22 03:29:09

Requiem Kyrie
#04.

결국 이 기뻐해야 할 우연을 극상의 것으로 바꾸기 위한 방법을 떠올리지 못한 일레디안은, 내게 차를 대접할 것을 요구했다. 분명히 이전에 한 번 ‘숲 사람이니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찻잎을 알고 있을 거 아냐’하고 당연한 소릴 했던 기억이 있다. 나로서도 아무런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기에 그 요구에 저항하지 않았고, 우리는 내가 살고 있는 빌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카데미도 연구소도 어째선지 기숙사는 운영하지 않는다. 연수생(研修生)들도 타치아나들도 모두 이리나 제 42지부 구내(區内)에 거주공간을 할당받을 수 없다. 예외적으로 옐리자베타 요원들을 위한 객실(客室)이 있기야 한데, 아무래도 그건 이리나 제 42지부를 감시하기 위한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물론 국비(그것을 국비라고 부를 수 있다고 하면) 연수생인 이상 그 부분에 대한 지원은 있었다. ‘연수생 거주 이전 지원금’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아카데미에 가입한 연수생들에게는 거처를 어디로 하든지 그것이 제 42지부의 관리영역 내에 있다면 이리나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시스템이 있다.
어딘가의 누군가는 분명히 이 시스템 때문에 자신의 국가를 위해 지불한 세금을 이리나가 빼돌리는, 웃지 못 할 상황도 벌어져 있을 것이다. ……연수생들의 소비세도 여기에 들어가는 걸까, 하고 생각하니 조금은 기분이 가벼워진다.
옐리자베타나 타치아나야 당연히 근로의 대가로 급료를 받을 수 있고, 당연히 그것은 연수생들에게 할당되는 연수비 명목의 생활비보다 큰 금액이다. 어라, 그럼‘이리나 제 42연구소 3급 타치아나 일레디안’이 매월 받는 급료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일레디안.”
“응?”
“3급 타치아나는 얼마야?”
“하아?”

아, 질문이 너무 추상적이었을까. 불가해(不可解)의 영역을 들여다본 어느 철학자처럼 괴상한 표정으로 한숨인지 목소리인지 모를 반응이 돌아왔다.

“아니, 그냥. 3급 타치아나쯤 되면 급료 얼마나 나올까 해서.”
“……알고 싶어?”
“당장 내년부터 수습 옐리자베타가 될 예정인 어느 지나가는 행인 A가 문득 기억났다는 듯이 말을 걸어 왔다고 생각하고, 부담 가지지 말고 대답해줘.”
“으음…….”

척 보기에도 ‘나 지금 생각하고 있어요’하는 표정. 아니, 보통 자기 급료 정돈 대충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냐? 물론 나도 내 급료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는 있다. 혼자 살기에 필요한 최대한의 금액을 가볍게 상회하는 숫자를 보고 경악한 것도 이미 3년 전의 일이다. 그렇기에 일레디안의 급료가 얼마인가 하는 점은 생각난 이 시점에서 한 번 들어 둘 필요가 있다. 최소한 2년 뒤의 급료를 예상할 수는 있을 테니까.

“얼마더라……. 잘 기억나진 않는데 혼자 살기에 필요한 최대한의 금액은 아득하게 넘어서 있었어. 이상한 일이지? 어차피 지부 관리영역 밖으로 나갈 일도 없고, 하는 일이라곤 연구소에 출퇴근할 뿐인데 어째서 그렇게까지 급료가 센 걸까?”
“구체적으로는 얼마?”
“몰라, 매달 반도 못 썼는데 급료가 날아들더라고.”
“……그건 아마 네가 연구기재라든가 재료라든가 하는 걸 전혀 사들이지 않기 때문 아냐?”
“응, 생각해보면 그럴지도. 피험체였으니까. 레나테는?”
“나도 일단은 혼자 살기에 필요한 최대한의 금액은 넘어서 있었어. 그래도 반은 쓴다고.”
“찻잎으로?”
“그런 것도 있지만……. 아,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어차피 우리 집은 거의 3개월만이지? 보면 알 수 있어.”
“흐음, 그거 기대되네. 그나저나 너 3년 동안 이상할 정도로 이쪽 문화의 격언 같은 거 늘었더라.”

그야, 언제까지나 폰 에를라흐로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바깥에서 어느 정도의 포지션을 획득하지 못하면, 옐리자베타가 될 수도 없을 뿐더러 애당초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확실한 에를라흐의 아이였고, 그렇기 때문에 에를라흐를 벗어난 세계에서는 어떻게 해도 남들처럼 살아갈 수 없었다.

망향(望鄕).

단지 이 단어에 짓눌려, 수단도 방법도 정하지 못한 채 폭주하던 나는 3년 전 어느 비 오는 날, 일레디안과 만났다. 완전히 같진 않아도 비슷한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 이것이 삶을 극단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에를라흐 숲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이리나 옐리자베타나 타치아나 뿐.
이리나의 연수는 수많은 어드밴티지로 국제 차원으로 보호받고 있다는 점.
이곳은 이리나 제 42지부의 관할이라는 점.
연수생이 되기 위한 조건.
무엇보다, ‘그 날’ 죽은 이바노프 대신 알려준 수많은 이쪽 세상의 지식들.
그것은 삶이 삶으로 변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들.
그것은 그 무엇보다 바라고 있던, 이끌어줄 손길.
그리고 그것은…….

“옐리자베타가 될 거니까. 이쪽도 많이 알아 둬야 나중이 편하잖아?”
“그도 그렇네.”

……말로 옮길 수 없는, 애틋하고도 따스한 그 무엇. 이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지 못하지만, 소중한 것이라는 것만은 알고 있다.

“그래도, 확실히 좀 그렇기야 하네. 그치?”
“하아……. 쓰는 입장에서도 좀 생각해서 급료를 매겨야 할 거 아냐. 정말이지, 아무것도 안 하는데도 세금 받아먹는 입장에선 진짜 부담밖에 안 돼.”
“이하동문.”
“……너, 연수생이잖아.”
“연수생이 무슨 힘이 있다고.”
“피험체는 뭐 힘이 있니?”

시답잖은 농담. 우리들에게 남은 것이라곤 이런 자그마한 즐거움 정도.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지키고 싶다. 옐리자베타 연수생으로부터, 3급 타치아나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짧은 이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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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비 09/03/07:13
엘리자베타랑 타치아나는 어떻게 다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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