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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 by Pa3NDA

이건 말야. …줄 거야.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아끼지 않는 사람에게. 약한 사람을 돕고 그 눈물을 닦아 주는 사람에게. 착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당들을 혼내 줄 수 있는 사람에게. 외로운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사람에게. …아직 누군지 이름은 모르지만. 그 사람에게 줄 거야. ——— 그렇게 약속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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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그 이름 멋진걸.”
아직 어린 소녀가 말했다.
“그치?”
그 소녀보다 더 어려 보이는 소년이 대답했다.
소년과 소녀는 계단에 앉아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건 작은 강.
강을 사이에 낀 조깅로. 그리고 그 조깅로와 차도를 이어주는 작은 계단에.
소년과 소녀는 앉아있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시시하기 그지없는 장소였지만 소녀는 이곳을 매우 좋아했다.
해님이 반나절의 피곤한 업무를 마치고 서쪽하늘 어딘가에 마련해둔 잠자리로 들어가며 강에다 황금가루를 뿌려주면. 이 시시한 강은 아주 잠깐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이 된다.
어쩌다 늦게 된 어느 날의 하교길, 소녀는 우연히 그 보석을 발견하고 자신의 어휘량으론 표현이 불가능한 감동을 받았다. 그 후로 소녀는 종종 이곳에 앉아 그 보석을 바라보는 것이 일과가 되었고, 언제부터인가 그 옆자리엔 항상 소년이 자리했다.
소녀는 멍하니 노을빛을 받는 강을 바라보고 소년은 그 옆에서 이것저것 할 거리를 만들어 와서 적당히 시간을 때운다. 그리고 해가 완전히 지면 둘은 손을 잡고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간다.
그런 일상.
오늘의 소년은 미술숙제인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아직 어린 소년의 그림은 농담으로라도 잘 그렸다고 말해주기 힘들었지만 소녀가 보기엔 그 누구보다도 잘 그린 명화같이 보였다.
상당수의 철없는 엄마들이 범하는 성급한 결론추출의 오류를 이 철없는 누나 역시 흐뭇한 눈빛으로 똑같은 실수를 범하고 있었다.
즉, 이 아이는 나중에 커서 훌륭한 화가가 될지도 몰라! 하고.
소년의 스케치북에는 사람과 비슷한 게 그려져 있었다.
소년은 그것을 히어로라고 했다.
소녀는 그게 자신들의 엄마아빠의 직업으로, 자세히는 모르지만 매우 이상한 옷차림을 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소년은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방금 멋들어진 이름까지 붙여주었다.
그 이름이 어째서인지 소녀에겐 너무나 멋있어 보였다.
멋져! 훌륭해!
이 아이는 나중에 커서 이름 짓기의 프로가 될지도 몰라!
……그게 무슨 프로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녀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소년을 보고 웃었다.
“그럼 이번엔 색을 칠해야지.”
꽤 본격적으로 준비해 온 건지 소년은 가방에서 물감과 파렛트를 꺼냈다.
소녀는 흥미진진했다.
“어떤 색으로 칠 할 거니?”
“그야 당연히 핑크색이지.”
“…너 남자애가 취향 한번 뻑적지근하구나.”
소녀의 쓴웃음에 소년은 자신의 집게 손가락을 눈앞에 들어 올려 좌우로 흔들었다.
쯧쯧쯧 하면서.
저런 건 어디서 배운 걸까.
역시 텔레비전이 나쁜 걸까.
“누나는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히어로 중엔 핑크색이 제일 중요하다구.”
단언하는 소년의 말에 소녀는 조금 흥미가 갔다.
“해에 그래?”
“그럼.”
소년은 옆에 놓아둔 물감의 뚜껑을 열어 안에서 물감이 든 튜브를 꺼내 짜기 시작했다.
파렛트의 한 가운데에 빨간색.
“빨간색은 태양의 색이야. 정의의 색. 매일 제일 앞에서 싸워. 그래서 항상 대장이야.”
그 옆에 파란색.
“파란색은 바다의 색이야. 젊음의 색이기도하고. 침착의 색이기도 해.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데.\"
그 옆에 녹색.
“녹색은 산의 색이야. 평화의 색. 언제나 마음씨 착한 형들이 맡아.”
그 옆에 노란색.
“노란색은 들판의 색. 밝고 따뜻한 엄마 색이야.”
그 옆에 하얀색.
“하얀색은 천사의 색. 선의의 색이야. 잘 나오진 않지만 나오면 제일 쎄.”
마지막으로…
“그리고 핑크색은…

————— 널 생각하는 내 마음의 색이야.”

“콜록, 콜록.”
소녀는 사래 들렸다.
“뭐, 뭐어?”
소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건 소년이 아니었다.
180에 가까운 큰 키.
섬세한 얼굴.
언제부터인가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린 태없는 안경.
“세, 세이지?! 어떻게 혼자서 멋대로 어른이 되어버린 거야?”
소녀는 아직 어린 그대로.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마.”
남자는 당황하는 소녀의 턱을 가볍게 잡아 자신을 향해 돌렸다.
“그런 것보단 날 봐줘, 리.”
언제부터였을까. 이 아이가 자신을 누나라고 부르지 않게 된 건.
소녀를 향한 남자의 눈이 뜨겁다.
“리. 넌 정말…”
“……”
지금 소녀의 얼굴이 붉은 건 노을 탓만은 아닐 것이다.
남자는 잠시 소녀를 지긋이 바라보더니 마음 속 깊은 곳에 감춰두었던 자신의 감정을 입 밖으로 꺼냈다.
다정한 목소리로.
“무거워, 무거워, 무거워.”
하고.
“무, 무겁지 않아~”
“100톤, 100톤, 100톤.”
“아, 아냐. 50도 안 나가. 1/200이야~”
남자는 상냥하게 웃었다.
“리는 정말 계산을 잘하는구나.”
남자가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그래?”
“그러니까 결혼하자.”
남자는 앉아있는 소녀를 향해 서서히 다가갔다.
“자, 잠깐! 뭐가 그러니까야!”
소녀는 다가오는 남자를 양손으로 밀며 저항한다.
“리. 들어줘. 난 널…”
그런 소녀의 손을 남자가 잡았다.
“안돼! 안돼! 절대로 안돼! 난 네 누나야?!”
“그런 걸 듣고 싶은 게 아냐. 난 리의 마음이 듣고 싶어.”
“안돼! 안돼! 죽어도 안돼! 세이지, 머리가 이상해진 거 아냐?!”
소녀는 남자에게 잡힌 손을 빼려고 발버둥치지만 그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
“난 한없이 정상이야. 원한다면 증거도 보여줄 수 있어.”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소녀와의 거리를 바로 앞까지 좁혀 들어왔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
“……”
“히잉. 압하.”
소녀의 볼을 꼬집었다.
“어때?”
“…어떠냐니 이거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야?”
소녀는 몸을 뒤로 빼 다시 남자와의 거리를 되돌렸다.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마.”
“신경 쓰여! 그리고 볼을 꼬집는 건 꿈인지 생신지 분간할 때 쓰는 거 아니야?”
남자는 상냥하게 웃었다.
“결혼하자.”
“사람 말을 들어!”
세이지가 쓸쓸한 시선을 바닥에 던졌다.
“리는 내가 싫은 거야?”
아냐. 그건 절대 아니야.
장담할 수 있다. 확신할 수 있다.
싫어하지 않는다고.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면 말로 하면 부끄러워 질정도로 좋아한다고. 
만약 소녀가 나중에 어른이 돼서도 계속 곁에 있고 싶은 사람은 눈앞에 있는 너라고.
하지만. 
“…그건 반칙이야.”
그건 이루어질 수 없다.
소녀는 움츠려 작아진 남자의 몸을 안아주고 싶은 충동을 겨우 억눌렀다.
“난 리가…”
“잠깐. 잠깐 기다려!”
소녀가 잡힌 손을 온 힘을 다해 겨우 빼냈다.
“세이지, 우린 안 돼! 너도 잘 알잖아!”
“왜?”
“…왜냐니. 그야 우린 남매고…”
“친남매도 아니잖아.”
“…거기에 나이차도 4살이나…”
“사랑만 있으면 나이도, 나라도, 성별조차도 아무 문제도 되지 못해!”
세이지가 다시 소녀의 손을 잡았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방금 하얀 이빨이 반짝하고 빛난 듯한 기분이 든다.
“그 사랑이 없단 말야! 적당히 좀 해!”
소녀는 다시 세이지의 손을 풀려고 흔들었다.
“거짓말.”
하지만 세이지는 그 손을 놔주지 않았다.
“거짓말이라니 그런…”
“그런 게 이유가 아니잖아 리.
진짜 이유를.
진짜 이유를 가르쳐줘.”
어느 센가 세이지의 눈엔 진지함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진짜…이유?”

이루어질 수 없는 이유라면 잔뜩 있다.
친남매가 아니어도.
나이차의 문제가 아니어도.
이유는.
이유 같은 건…

“그러니까 저… 맞다! 그, 항상 널 지켜보는 아이가 있어. 그래서…”
소녀는 ‘진짜 이유’를 급히 찾아 말했다.
마치 핑계를 대듯이.
“고마워.”
세이지가 눈을 빛내며 비어있던 반대쪽 손까지 쥐어 잡았다.
“내가 아냐!\"
소녀는 머리가 아파져 오는걸 느꼈다. 세이지는 다 좋지만 때때로 자기가 ‘이거다’라고 믿으면 다른 사람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나쁜 버릇이 있다. 그래도 누나인 자신의 말은 항상 잘 들었는데 이렇게까지 부정을 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건 매우 드문 경우였다.
“그러니까 들어봐.”
진짜 이유.
언제였을까? 소녀는 분명 같은 질문을 이 남자에게 들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직 작은 소녀가 나중에 나이를 먹고 눈앞의 남자만큼 커졌을 때.
언젠가 같은 질문을 들었던 것 같은, 혹은 들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언제나 널 보고 있는 아이가 있어.”
그 때는 어떻게 대답을 했는지 지금의 소녀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소녀는 생각나는 대로 이유를 갔다 붙였다.
“그 아이는 평소 때는 못하는 게 하나도 없이 엄청 대단한 주제에 이런 경우에만 바보같이 순진해. 얼마나 순진하냐면 자기가 뭘 원하는지 조차도 모를 정도로.”
소녀의 안에서 이유가 갖는 가치는 매우 순위가 낮았다.
그건 소녀가 감정파여서일지도 모르고.
혹은 좀 더 깊은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 아이는 지금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노력하고 있어.”
감정이 몸이라면 이유는 옷이다.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가 진실이라면 사람이 옷을 입는 건 추위 때문에도, 짐승 때문에도 아닌 그저 부끄럽기 때문에 지나지 않는다.
감정이 부끄럽기에 옷을 입힌다. 지금 소녀의 감정은 두꺼운 코트와 목도리로 겹겹이 쌓여있다.
부끄러운 감정에 딱 맞는 옷이. 진짜 이유가 알 수 없어서. 보이는 대로 겹쳐 입는다.
감정의 손끝. 발끝. 그리고 얼굴까지 모두 뒤덮을 때까지.
NO라는 원인 모를 감정이. 사람의 모습이 될 때까지.
“그러니까 안 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짓밟으면서까지 너를 받아들일 순 없어. 세이지의 안에서 난 어떤 모습일지 모르지만 내 안의 세이지는 그저 동생일 뿐이야. 알아줘.”
세이지의 얼굴에 그림자가 진다.
“그래, 그런 건가.”
“…나 같은 거 보단 그 아이를 돌아봐줘. 착하고 귀여운 아이야. 나이도 어리고 몸매도 굉장하다구. 분명 나 같은 아줌마 보단 몇 백배는 행복할거야.”
잡혀있던 소녀의 손이 스르르 풀려났다.
“……”
“…그러니까.”
“그러지 뭐.”
“……에?”
“고마워 리. 리가 말하는 거니까 아마 그게 맞겠지.”
“자, 잠깐?”
“덕분에 눈을 떴어! 기다려 아█메리█!! 진실한 사랑에 눈을 뜬 내가 간다!”
눈사람처럼 빵빵하게 잔뜩 겹쳐 입은 옷들이 한 번에 무너져 내렸다.
왜냐하면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


“잠깐 세이지! 이 배신자! 그, 그게 아냐!”
잡힐 리 없는 무언가를 향해 리는 손을 내밀었다. 동시에 눈이 떠졌다.
잠깐 머릿속을 정리한다.
1초. 2초. 3초. 퍼엉.
리의 얼굴에서 불이 난다. 표정이 미묘하게 찌푸려지기 시작한다.
그건 매우 신 음식을 먹었을 때의 표정과도 비슷했다.
알 수 없는 무언가를 견디듯이. 미간과 입술에 힘이 들어간다.
결국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듯이 리는 눈을 꽉 감고 머리를 부여잡은 채 뒹굴기 시작했다. 아침에 종종 있는 그녀에게 있어서는 언제나의 버릇이지만 오늘은 한결 더했다.
“찰 땐 언제고 아니긴 뭐가 아니란 거야! 배신은 또 뭐야! 이 욕심쟁이! 바보! 바보! 난 바보! 초(超)자가 두 개는 들어갈 정도로 바보!!”
이번엔 그 때의 꿈이다.
그 비 오는 날이다.
거기다 어렸을 때 시절과 바보 같은 내용이 합쳐져 이상하게 리메이크 되어있다.
최악이다.
리는 원래 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잠이 얕은 편이여서인지, 아니면 평소 산만한 편인 게 원인인건 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리는 꿈을 자주 꾼다.
하지만 최근엔 그 자주를 뛰어 넘어 너무 자주 꾸는 게 아닐까 싶다.
거기다 하나같이 바보 같은 내용들뿐.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몰아 보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건강에 적신호인걸까.
그것도 정신건강에 레드카드.
삑삑. 휘슬소리와 함께 당신의 심리상태는 퇴장입니다. 하고.
이런 꿈은 정말 싫다. 무서운 꿈 다음으로 싫다. 두 꿈의 공통점은 다음날 하루 종일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무서운 꿈은 일어나서 머리감기가 무섭고.
이런 꿈은 출근해서 세이지를 만나기가 무섭다.
하아. 왠지 기분이 무겁지만 일어난 건 일어난 거니까 그래도 출근 준비를 하지 않으면…
리는 눈을 감은 채 머리맡의 알림 시계를 확인한다.
더듬더듬.
없다?
분명 자기 전에 머리맡에 세트해두고 누운 거 같은데.
자기 전?
그전에 출근?
분명 오늘 한번 출근 한 거 같은 기분이 드는 데 그것도 꿈?
잘 생각해보니 그런 꿈도 꿨구나.
이상한 여자아이와 만나서 괴물들에게 대박력의 카체이스를 벌이다가 마지막엔 결국 고가도로에서 차체로 다이브하는 내용의.
분명 그 전날 밤에 본 헐리우드 외화가 원인이지 않을까 싶은.
시계를 찾는 손에 무언가의 조각이 잡혔다.
맞아 맞아. 그대로 떨어졌으면 분명 이렇게 엉망진창…
엄망진창…
“꿈이 아냐!!”
머리에 찬물이라도 맞은 듯한 느낌에 리의 정신은 순식간에 각성했다. 
마치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상반신을 벌떡 일으켰다.
“그 아이는?!”
자신은 괜찮다.
몸 어디도 아프다고 보고하는 부분이 없다. 전신 올 그린.
분명 자신의 예상대로 잘 된 것이던지 아니면 운이 좋았던 게 틀림없다.
하지만 그 아이는? 히이라기는 괜찮은 걸까?
그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고 말하는 듯한 고고한 눈빛을 가진 그 아이는 처음부터 그런 눈빛은 아니었을 거다. 확신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눈은 지친 눈빛이었으니까.
누군가에게 기대하는 것에 지친 듯한 그 검은 눈동자는 마치 평생 혼자 살기를 결심한 한 마리의 고양이과 육식동물과도 같은 도도함이 깃들어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또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그런 허무함도 동반하고 있었다.
나쁜 예감이 들었다.
자신이 의식을 잃고 있던 그 잠깐 사이에.
히이라기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게 아닐까?
남에게 이유 없는 도움이 받기 싫어서.
혹은 남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나기!”
리는 팔찌에 달린 라이트를 켜고 주변을 급히 둘러봤다.
리의 옆엔.

그 아이가 있었다.

리의 바로 옆자리에. 서류가방을 꼭 끓어 않은 채 딱딱하게 굳은 자세로,
소녀는 표현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어색한 자세로’ 반쯤 고장 나 젖혀진 조수석 시트에 누워있었다.
“괘, 괜찮아?!! 나기?!”
리는 당황했다. 소녀의 포즈가 너무나 딱딱했기 때문이다.
어딘가 마비가 온 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소리다!
어떡하지? 마사지? 인공호흡? 심폐소생술? 전기충격? 기적의 기공술?
우선 기도를 확보하고!
다리는 심장 보다 높게!
아니, 그전에 심장이 재대로 뛰는지 확인을!
“…지금 뭐 하는 거야?”
“에?”
당황한 나머지 생각나는 모든 방안을 실험 중이던 리의 귀에 차가운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뭐냐니…그…”
리는 한쪽 손으로는 히이라기의 양다리를 들고 다른 한쪽 손으론 히이라기의 고개를 뒤로 젖혀 기도를 확보한 체 히이라기의 가슴에 얼굴을(정확히는 귀를) 파묻고 있었다.
…무엇을 위한 행위인지는 본인조차도 잘 알 수가 없었다.
“…기적의 기공술?”
“…필요 없으니까 비켜주지 않을래?”
히이라기는 이 괴이한 상황에 조금은 당혹해도 좋을 텐데 전혀 개의치 않고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괘, 괜찮아 나기? 어딘가 안 좋은 부분이라던가?”
히이라기는 걱정스러워 하는 리를 무시하고 상반신을 일으켰다.
리의 팔찌에서 나오는 라이트 빛으로 히이라기의 얼굴에 생긴 명암이 조금 무서웠다.
“…세번째.”
“응?”
“나기는 뭐야?”
“응? 아, 나기? 그야 히이라기는 기니까 적당히 잘라서 라기. 라기는 발음이 어려우니까 조금 고쳐서 나기.”
“…멋대로 줄이지 마.”
기분 탓인지 히이라기의 표정이 방금 살짝 험악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그래도 다행이야, 나기. 무사해서.”
히이라기는 마음속으로 ‘네 번째’하고 숫자를 셌지만 어째선지 머릿속을 스친 ‘말해봐야 이 사람은 절대 듣지 않아.’라는 직감이랄까 아니면 논리적 사고 랄까에 의해 지적하는 건 그만 두기로 했다.
“깜짝 놀랐어. 마치

일부러 자는 척 하고 있는 듯한 어색한 포즈로 굳어있어서…”

정적.
“……지병.”
히이라기는 노골적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리의 라이트는 그것을 포착하진 못했다.
“응?”
“…지병이 있어서.”
“지병?”
“응. 그것은 참으로 무서운 유전병. 그 병 때문에 히이라기가의 사람들은 고대부터 주변 사람으로부터 ‘이상한 잠버릇의 히이라기님’이라고 부르며 칭송 받았다고들 해.”
황금 관에 저주의 문구라도 쓰여 있을 듯하다.
“…칭송?”
뭔가 얼버무리는 듯한 설명에 왠지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아진 리였지만 히이라기는 그걸 기다려주지 않았다.
“일어났으면 가자.”
히이라기는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몸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아, 응.”
여기서 또 어째서 아직 어린 소녀(로 보이는)인 히이라기가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전혀 당황스러워하지 않고 침착하게 행동 할 수 있는지도 신경이 쓰였지만 이런 어둡고 불안한 곳에서 오래 있는 것도 좀 그러니 지금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원래 그런 성격일지도 모르고.
“잠깐. 당신.”
히이라기를 따라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려는 리를 히이라기가 멈춰 세웠다. 
“응?”
“피가 나고 있어.”
히이라기의 손가락 끝이 리의 이마를 가리키고 있었다. 리는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자신의 이마를 만져보았다.
“어라, 진짜.”
리의 손가락에 끈적한 액체가 느껴졌다. 이마에 약간의 찢긴 상처가 생긴 듯 하다.
감촉으로 느끼건대 아마도 그다지 깊은 상처는 아닌 것 같았다.
“괜찮아, 괜찮아. 이런 건 침 발라두면 나아.”
리는 그 액체가 별거 아니라는 듯이 손가락을 비비며 말했다.
“그래?” 
그 얘기를 듣고 히아리기는 자신의 손을 잠깐 자신의 입에 가져대더니 그 다음 그 손을 리의 이마에 가볍게 갔다 댔다.
“어때? 나을 것 같아?”
리의 이마에 피가 아닌 다른 액체의 감촉이 퍼져왔다. 약간의 점성을 띤 미지근한 그것이 상처부분에 스며들자 리는 약간의 아픔과 동시에 뭐라 골라 표현 할 수 없는 미묘한 느낌이 들었다. 
어째서인지 조금 부끄러웠다.
“그, 글쎄.”
리의 얼굴에서 어색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럴 리가 없잖아.”
히이라기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 자신의 소매로 리의 이마를 훔쳐 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당신, 이상한 사람이야.”
그것은 반창고였다.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져 있어 히이라기의 나이 대에 가장 어울릴 듯한 물건이었지만 어째서인지 히이라기의 분위기와는 노골적으로 이질적인 그것을 히이라기는 어색한 손놀림으로 포장을 벗겨냈다.
“덕분에 살은 걸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마찬가지로 어색한 손놀림으로.
“고맙다 같은 건 말하지 않을 거야.”
리의 이마에 반창고를 붙였다.
상처에 닿은 이물질의 느낌에 리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끝.”
그런 리에게 히이라기는 말했다.
“가자, 소향.”
감겨있던 리의 눈이 번쩍 띄었다.
“에? 지금 뭐라고?”
“…무슨 문제라도?”
히이라기는 이미 걷기 시작하고 있었다.

————— 아무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서 조금은 쓸쓸해.

“아.”
리의 뇌리에 자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전혀!”
리는 라이트로 히이라기를 비추면서 히이라기를 따라 일어났다.
“다만 소향이 아니라 서향이지만.”
리는 히이라기의 바로 옆에 붙어 나란히 걸으며 히이라기의 발음을 살짝 지적했다.
“소향.”
“서어향.”
쉽게 발음 하지 못하는 히이라기에게 리는 어린이 방송의 사회자처럼 입을 크게 열며 한마디 한마디씩 또박또박 발음했다.
“소오향.”
별로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히이라기도 리를 따라 했지만 발음은 고쳐지지 않았다.
그래도 리는 왠지 기분이 좋았다. 이번엔 좀 더 크게 발음을 세분화해서 다시 한 번 발음을 한다. 
“서어햐앙.”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발음이 전혀 다르잖아. 게다가 그렇게 어려운 발음은 왜 아무렇지도 않게 가능한 거야.”
“…자꾸 그러면 두고 갈 거야.”
히이라기가 걷는 속도를 빠르게 했다.
리는 생각했다.
지금 건 저 애 나름대로 부끄러워하는 걸지도.
혹시 지금은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졌을지도.
그렇다면 지금 리의 라이트를 피해 앞서 걷고 있는 히이라기의 얼굴을 볼 수 없는 게 조금은 아쉬울지도.


○○○


“아르메리아. 위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해주겠어?”
“중얼중얼중얼.”
안 된다. 아까부터 계속 이 상태다. 아르메리아는 달리는 오토바이에서 세이지의 등 뒤에 바싹 붙은 채 아까 전부터 알 수 없는 단어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중간 중간 프랑스어라고 생각되는 외국어까지 석여 있어서 세이지로서는 무슨 뜻인지 잘 알 수 없지만 아마 정신집중과 관련된 내용인 듯했다.
헬멧이 없어 차가워진 얼굴을 들어 하늘을 확인했다.
하루 종일 흐렸던 하늘 속에 흐릿하게 숨어있던 태양은 결국 끝까지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서쪽 하늘로 지고 있었다.
주인 잃은 거리는 어디 하나 빛 밝히는 곳 없이 어둠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세이지는 생각한다.
특정한 순서 없이 이런 저런 사고가 머리에 머물다 곳 사라지길 반복한다.
그건.
그녀에 대한 생각.
리는 어디로 간 걸까.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평상시와 다를 게 없는 언제나와 같은 그의 사고.
세이지는 언제나 리를 생각한다.
치명적인 선고를 받고 난 후인 지금도 그건 변함이 없다.

리는 세이지의 누나‘와도 같은 존재’다.
아니 실제로 세이지와 리의 특수한 가족관계를 보면 실제 혈연관계와 상관없이 누나는 누나일 뿐이지만, 그래도 ‘같은 존재’로 규정 짖는 건 가능성은 굉장히 낮지만 그래도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은 세이지의 고집일 뿐일지도 모른다.

리는 자신과 같은 특과대원이다.
지금은 사정이 있어 자신이 팀의 리더를 맡고 있지만 사실은 리가 세이지보다 선배다.
원래대로라면 리가 리더를 맡아야 정상이지만 그녀는 리더 자리를 거부했다.
그렇다고 그녀의 실력이 형편없다던가 하는 건 아니다.
그녀의 특기는 총기류나 활을 이용한 장거리전투로 정확한 사격과 빠른 예측으로 적을 몰아가는 그녀만의 전투법이 마치 ‘사냥’하는 것 같아 그녀는 서 내에서 ‘1200미터 마녀’라던가 ‘핑크헌터’라던가 여러 가지 별명으로 불리고 있었다. 본인은 싫어했지만.
그랬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녀의 실질적인 전투실력이나 테크닉은 리더인 세이지를 웃돌고 있었다.
얼마 전까진. 

최근의 리는 확실히 이상했다.
호위나 정찰. 홍보업무를 제외한 업무 즉, 전투업무를 노골적으로 피하고 있었다.
거기다 매달 말에 실시하는 실력테스트.
그녀의 성적은 마치 다른 사람이 대신이라도 본 것 같이.
엉망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변하게 된 건 무엇 때문일까.
그건 예상하기 그다지 어렵지 않다.

특과대원연속실종사건.
리는 그 사건의 6번째 피해자임과 동시에 유일한 귀환자다.
그 실종사건 이후 돌아온 그녀는 별 일 없었다는 듯이 행동했고, 실제로 보통사람들이 보기엔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세이지의 눈은 속일 수 없었다.
리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그의 눈에는 보였던 것이다.
원래부터 존재하던 그녀의 마음속에 있던 가는 금들.
그것이 결국엔 그녀의 마음에 커다란 균열을 일으켜 버린 것을.

그때부터였다. 리가 종종 혼자서 돌연히 사라지곤 하기 시작한 건.

어느 날. 분명 리의 테스트 성적이 이상할 정도로 낮게 나온 그날 오후. 세이지의 책상엔 쪽지 한 장이 올려져 있었다.
거기엔 조퇴서 양식지 위에 리의 글자로 짧게 이렇게 쓰여 있었다.

—— 찾지 말아주세요.

물론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깜짝 놀라 옆 부서에 실종신고를 하러 달려가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그건 어렸을 때와 똑같았으니까.
그건 그녀가 어렸을 때 괴롭고 힘들거나 혹은 급한 일이 있을 때 종종 두고 가는 ‘리의 편지’란 것이었다.
항상 보면 충격적인 내용이 적혀있지만 사실 본인은 잠깐 나갔다온다던가 다른 곳에서 잠깐 생각 좀 하고 온다던가 하는 별 것 아닌 속뜻이 대부분인 그것은, 리가 현재 하고 있는 사고를 짧은 문장에 표현하려고 하면 만들어지는 물건으로, 가족들이 처음 그녀의 쪽지를 보고 마을을 한번 발칵 뒤집은 해프닝이 일어난 후부터 사람들은 그것을 ‘리의 편지’라고 부르며 두려워했다.
그랬다. 분명 별것 아닌 내용이다.
분명 지금은 어딘가 주변 공원 벤치에 앉아서 멍하니 하늘이라도 보고 있을게 틀림없다.
하지만 세이지가 걱정한 건 편지의 내용이 아니었다.
‘리의 편지’가 있다는 것은 그녀가 진짜 괴롭고 힘들거나 혹은 급한 일이 있을 때뿐이었으니까.
그게 걱정이었다.     

그녀는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돌아온 이후로 계속되는 실패에 굉장히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아니 무언가에 고통 받고 있기에 계속 실패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어느 쪽이던 그녀는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래서 세이지도 괴로웠다.
세이지의 고통은 자기 자신만의 것이지만.
그녀의 고통은 그녀 만의 것이 아니니까.
적어도 세이지는 그녀의 고통에 가슴 아파하고 있었다.
그녀의 고통의 이유를 알고 싶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것을 덜어주고 싶다.
그래서.
3번째 ‘리의 편지’를 그의 책상 위에서 발견한 어느 날.
분명 잘하는 일은 아니지만 세이지는 추적기를 이용해서 리의 뒤를 밟았다.

그 날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일기예보에서조차 없었던 비였기 때문에 누구도 우산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실제로 우산을 가지고 있었다 하여도 사용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비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쉽다면 그녀가 보러 온 그것이 이 비 때문에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 정도일까.
그곳을 그녀는 보석이라 불렀다.
그래서 세이지에게도 그것은 보석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보석이 아니었다.
비에 흐려진 강은 회색으로 흐려져 있었고.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어째서인지 그녀는 흐려진 보석 속에서 무릎까지 잠긴 체.
멍하니 비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이지는 느꼈다.
그녀는 고장 나있다.
그녀의 마음속에 생긴 건 균열 같은 게 아니었다.
그녀 속에 남아있는 건 이미 부숴지고 남은 조각뿐이었다.
세이지는 그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그건 책임적인 문제 같은 게 아닌 좀 더 직접적인.
악동들이 창문을 깨는 걸 막지 못한 그런 것이 아닌, 자신이 직접 창문을 향해 돌이 던져버린 그런 좀 더 직접적인 책임감이었다.
세이지는 더 이상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약해진 그녀를.
그리고 더 이상 묶을 수 없는 자신의 마음을.

그래서 말했다.

——— 결혼하자.

조금만 더 생각해도 좀 더 멋있는, 아니 좀 더 제대로 된 대사가 가능했을 텐데.
아무런 전조도 없이 난데없는 프로포즈가 아니어도 충분했을 텐데.
하지만 세이지가 이때를 위해 만들어서 마음속 깊은 곳에 꼬깃꼬깃하게 접어둔 멋있는 대사집은 결국 끝까지 펴지지 않았다.
그녀 앞에서 폼을 잡는다는 건 어째서인지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다.

반대로 그녀의 반응은 역시 어른이랄까.
아니면 이미 약간은 눈치 채고 있었던 걸까.
그녀는 갑자기 나타난 세이지에게도, 그것보다 더 갑작스러운 그의 고백에도.
그다지 놀라는 기색 없이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미 대답이 항상 준비되어 있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 미안.

……하늘이 무너진다고 해야 하나.
과연 어떤 대답도 견딜 각오가 되어있다 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직접 들어보니 조금만 방심하면 덜컹하고 다리가 풀려 버릴 것만 같은 정도의 충격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무의식적으로 부정당할 거라곤 상상도 하고 있지 않았던 게 틀림없었다.
그녀는 그의 ‘누나 같은 존재’였지만,
그녀에게 세이지는 ‘동생’이었을 뿐.
단지 그것뿐.
그래도 사람이란 미련이 남는 걸까.

“리는 내가 싫은 거야?”

굉장히 비겁한 대사를 해버렸다.
그 말을 들은 그녀의 표정에서 세이지는 가학적인 무언가가 느껴졌을 정도로 그녀는 아픈 얼굴이 되었다.

——— 아냐, 세이지. 나도 세이지가 좋아. 정말 좋아해.
그렇지만.
그렇지만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그럼 어떤 문제였던 걸까.

“그럼 어떤 문제야!?”

뭔가 이유라도 들었으면 마음이 풀렸을까.
답을 알면서도 묻는 자신은 무엇인가.

——— 그건… 그건…

하지만 세이지는 그녀에게서 아무런 이유도 들지 못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째서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던 걸까.
최소한 ‘난 네 누나니까 당연하잖아!’ 정도만 말해줬어도.
평소 때처럼 그 정도의 반응만 보여줬어도.
좀 더 쉽게 포기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고장 나 있다.
그리고 그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그날은 대체 어떻게 해어졌는지 조차 잘 기억도 안 났지만.
다음 날 그는 자신의 침대에서 눈을 떴고.
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세이지에게 아침인사를 했다.
그렇게 한 달.
지금 세이지는 다시 ‘리의 편지’를 보고 그녀를 찾아 달리고 있다.

그녀가 어디선가 혼자 가서 죽을 거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디선가 혼자 울고 있을 수는 있다.
그 눈물을 닦아주는 역이 자신이 아니라는 건 이미 알고 있다.
그래도.
그래도 세이지는 그녀를 혼자 둘 순 없다.
그게 세이지의 책임이니까.

“저, 리더?”
꾸욱 꾸욱.
“……”
“리더?”
꾸욱 꾸욱.
“아, 응?”
미리가 세이지의 옷깃을 끌어당기길 16번째.
겨우 세이지는 미리의 어필을 눈치 챘다.
“왜 그래, 아르메리아?”
“조금 방향이 잘못된 거 같아서…”
“그래?”
미리는 핸드폰을 바라보며 방향을 지시했다.
“리더, 무슨 다른 생각이라도 하신 건가요? 아까부터 계속 불렀는데…”
그건 이쪽에서 하고 싶은 말이지만.
“글쎄.”
세이지는 다시 하늘을 봤다.
“비가 오는 게 아닐까 싶어서.”


○○○


한편 리는.
조금 곤란해 하고 있었다.
히이라기는 내일 오후까진 별다른 추적자는 없을 거라고 말했다.
폭발적인 활동력을 자랑하는 엔트는 반대로 활동가능시간이 극히 짧은 편이라 몇 시간가량 활동 후에는 반드시 24시간에 가까운 휴식이 필요하다는 게 그 주장의 근거였다.
리는 그렇다면 지금은 밖은 어두워지기 시작한대다가 마땅한 탈것도 없으니 추위를 피할 곳을 찾아서 오늘 밤은 이 근처에서 쉬자고 주장했다.
그 주장은 받아들여졌고 리와 히이라기는 지하주차장에서 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찾아 위에 있는 건물까지 올라왔다.
건물은 난방이 돌지 않아 추웠다.
그래서 리는 공권력을 아낌없이 남용. 내부 비상전원을 켰다.
그리고.
리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규모 지하3층 지상 7층.
총 객실 102실.
비상전원이 들어온 건물의 카운터에 들어온 이 건물의 이름은.
그 이름도 당당히 호텔 ‘메이크 러브’.
흔히 말하는 러브호텔이었다.
……아이의 정서에 좋지 않아.
리는 히이라기의 눈치를 봤다.

——— 지금 리는 조금 곤란해 하고 있었다.


--------------------

심사일자가 되었군요.

다음주 화요일쯤에 원고를 마치고 심사를 신창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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