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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죽은 자를 위한 행진곡. by 산들바람-

안녕하세요~ 산들바람-입니다. 부디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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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산들바람-[tksemfqkfka]
조회 930    추천 0   덧글 9    / 2007.11.08 00:21:04
내가 지하에서 책상을 가지고 왔을 때는 마침 아침자율시간이 끝났는지 이동수업을 하러 가는 학생들과 교실에서 들려오는 소음들로 쥐죽은 듯 조용하던 복도에 생기가 돌기 시작하고 있었다.


“…뭐야.”


책상을 질질 끌며 교실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내 자리에 모여든 몇몇 반 친구들의 모습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졸린 눈으로 인생 달관한 듯이 지켜보고 있는 지수의 옆자리에 우리학교 교복을 입고 있는 유나가 앉아있었다.


“대단행. 의욕이 녀석보다 더 동안이양. 비결이 뭐양, 비결잉. 역시 타고나는 건강?”


“에? 에?”


“이거이거. 이무리 머릿속을 뒤져봐도 지루한테 이런 친척은 없었던 것 같은데. 귀엽게 생겨서 기억에 쉽게 남잖아.”


“엣? 아. 오, 오래전이라서 그렇겠죠.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이사를 간 뒤로는 한 번도 찾아올 수가 없었거든요. 아하하….”


“취미가 뭐야?”


“에…. 전학생님. 여기에 전화번호와 주소를 좀 써주실래요?”


“남자친구 있어?”


“아? 아, 저기….”


고생하고 있는 것 같다.

아마 보통은 저렇게 전학생한테 우르르 몰려들지는 않을 거다. 역시 우리 반은 지나치게 친절하든지 특이하든지 둘 중 하나다. 나 같으면 후자에 한 표 주겠지만. 


나는 끌고 온 책상을 내가 앉은 줄 맨 끝에 가져다놓고 내 자리에 모여 있는 좋게 말하면 친절한 거고 사실대로 말하자면 성가신 우리 반 무리에게로 다가갔다.


“한가지 씩 물어봐 이 인간들아. 대답을 못하잖아.”


“뭐야. 자네가 저분 보호자라도 되나?”


내 말에 한발 물러서서 팔짱을 끼고 어딘지 뚱한 표정으로 서있던 하양이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보호자는 보호자지.”


어쨌든 이 학교에서 아는 사람이라고는 나뿐이니까. 이런, 내가 마왕이 했던 말을 그대로 할 줄이야.


“보호자? 아, 친척이라고 했었지. 그럼 보호자님. 그냥 저대로 놔두는 게 어떤가? 저것도 나름대로 친구를 빨리 사귈 수 있는 방법이지 않나.”


“…그런가?”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유나가 저렇게 허둥대는 원인은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확실히 계속 대화를 나누고 애들이 익숙해지면 긴장감도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일이다. 그런데….


“그런데 왜 화를 내는 거야?”


나는 조심스럽게 하양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누가 화를 낸다는 건가?”


저는 지금 매우 기분이 나쁩니다. 건드리지 마세요. 하는 얼굴로 하양이가 대답했다. 지금 화내고 있잖아.      


“잘못 본 것이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 운명의 상대는 자네 사촌누님 한명 뿐이야. 방해하지 마시게나. 아셨는가?”


“아. 그, 그래. 누가 뭐랬냐?”


하양이는 살벌한 눈빛으로 매섭게 나를 노려보더니 휙 고개를 돌리고 자기 자리에 앉아버렸다. 갑자기 왜 저래?


‘내가 끼어들 일은 아니다만, 왠지 엄청나게 미움 받고 있는 것 같은데 젊은이.’


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가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이래서 젊음이 좋다니까. 별별 일이 다 일어나잖아.’


시끄러워요.

나는 머릿속에서 울려대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지수에게로 다가갔다.


“지수야. 하양이 왜 저러냐?”


하양이에게 들리지 않도록 조용히 물어보자 주말의 여파인지 특히 더 의욕 없어 보이는 모습으로 지켜보던 지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다? 아까 전학생이 오빠랑 너네 집에서 살게 됐다고 말한 뒤부터 기분이 안 좋아 보이던데?”


“뭐?”


설마 그건가? 내 사촌누나를 유나가 빼앗아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뭐, 신경 쓰지 마. 금방 풀릴 거야. 그보다 여기 앉아 지루야. 내가 뒤로 갈게.”


“엥?”


갑자기 어색하게 훈훈한 미소를 지으면서 지수가 벌떡 일어났다.


“처음이라 많이 어색할거 아니냐. 그나마 아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전학생도 좀 괜찮지 않을까?”


무지하게 배려해주는 것처럼 들리지만 연출이다.


“…너 뒤에서 자려고 그러는 거지.”


“그, 그럴 리가. 나는 순수한 마음으로 호의를 베풀어주는 거라고.”


에이. 지금 몸이 움찔거렸는데?


“아니라니까 그러네. 우리 우정이 이정도 밖에 안 되는 거냐? 정말 실망이다.”


지수는 졸음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뒷자리로 가버렸다.

뭐, 비켜주겠다는데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지. 이제 악령에게 영혼이 먹힌다던가 하는 일은 없겠지만 이왕이면 유나같이 귀여운 여자애 옆에 앉는 것은 역시 기분 좋은 일이니까.

그 와중에도 유나를 둘러싼 우리 반 녀석들의 질문은 계속되고 있었다. 이제는 유나도 더 이상 안절부절 거리지 않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잠깐사이에 엄청난 발전이다.

그래도 왠지 그 틈에 끼어들 생각은 들지 않아서 잠이나 잘 생각으로 의자에 앉으려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어이 후배.”


“네?”


무심코 뒤를 돌아보자 뭔가에 찔렸는지 볼에서 따끔거리는 느낌이 전해져 왔다.


“푸하하하. 걸렸어. 걸렸어. 바보 아니냐?”


“…….”


다 먹은 막대사탕의 플라스틱 막대기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세요 선배들.”


나는 마음속으로 커다랗게 한숨을 내쉬며 눈앞에 있는 2학년 선배들에게 말했다.


“음. 마침 이동수업이라서 지나가는 길에 들렀어. 할 말도 있고.”


색깔로 학년을 나타내는 넥타이를 매지 않은 선배가 마이에서 다른 사탕을 꺼내 포장을 뜯으며 대답했다. 사탕막대로 내 볼을 찌른 저 선배의 이름은 강호. 시도 때도 없이 나를 이상한 계획에 동참시키려는 동아리 선배로, 사신소녀 유아를 만난 그날 밤 그 원인을 제공한 장본인이시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왜 저 선배의 부탁을 들어줬는지 후회가 된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활발한 성격이라 같이 있으면 재미있기는 하지만 가끔 긍정적인 태도의 도가 너무 지나쳐서 감당이 안 될 때가 있다.


“…….”


그리고 그 옆에서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리고 있는 선배의 이름은 미르. 동아리 선배이자 강호선배의 단짝친구이다. 미르라는 이름의 뜻은 용. 성까지 붙이면 백룡이라는 거창한 의미가 되지만, 그냥 백미르라고 부르면 무슨 자동차 부품 같은 어감으로 변해버려서 본인은 약간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매사에 지나칠 정도로 긍정적인 강호선배와는 달리 매사에 지나칠 정도로 부정적이라서 난데없이 자살소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역시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


“할 말이요? 아. 그러고 보니까 시디 못 가져왔네요. 미안해요.”


나는 금요일 저녁에 강호선배가 했던 전화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때 시디를 찾다가 유아가 나타나서 바로 도망쳐 버렸기 때문에 가지고 올 여유가 없었다. 무슨 시디인지는 모르겠지만, 토요일에 찾으러 온다고 했는데 일요일까지 저승에서 잠만 자서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어라? 내가 그랬던가?”


그러나 정작 본인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듯이 막대사탕을 오도독 깨물어먹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라고요?


“하하하. 뭐 어때. 귀신같은 것만 안 만났으면 됐지. 전력차단 돼서 불도 못 켰을 테니까 담력 강화도 되고 좋았겠네.”


만났는뎁쇼. 그것도 보통 귀신정도가 아니라 사신을요. 장난이 아니라 진짜 죽을 뻔 했다고요.


“그건 그렇고 오늘밤에 말이다…. 응?”


말을 하다 말고 강호 선배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시선을 따라가자 그 끝에는 유나가 앉아있었다. 강호선배는 유나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저, 저기. 왜 그러시는지….”


“첫눈에 반했습니다. 저와 결혼해 주세요.”


“에에엑!”


예기치 못한 깜짝 프러포즈에 유나는 물론이고 그 말을 들은 전원이 얼어버렸다.

아니, 둘 다 미성년자인건 둘째 치더라도 오늘 처음보는 사이라고요 선배.


“그, 그, 그, 그, 그게….”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유나가 나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나는 맹렬한 속도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죄, 죄송합니…. 꺄악!”


“윽!”


구원의 손길은 예상했던 곳에서 나타났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하게 강호선배의 팔을 꺾어서 제압해버린 사람은 옆에 조용히 서있던 미르선배였다. 역시 약은 약사에게 강호선배는 미르선배에게.


“……미안.”


미르선배는 유나에게 오른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는 버둥거리는 강호선배를 끌고 교실 밖으로 사라졌다. 결국 뭐 하러 온 거야 저 두 사람.


“아우우~”


선배들이 가고난 후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는 유나를 뒤로한 채 종이 울리고 오늘도 평소와 같은 그러나 어딘가 평소와 다른 학교생활이 시작되었다.


--------------------------------------------------------------------------안녕하십니까. 산들바람-입니다.
수능이 일주일 남았습니다.
전국에있는 고3 수험생 여러분 재수생 여러분 모두 좋은 결과 있으시길...



태그
3 산들바람-  lv 3 38.5% / 754 글 43 | 댓글 105  
부디 읽는 분들의 마음을 편하고 즐겁게 만들수 있기를 바라고 덤으로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쓸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

레퀴엠-죽은 자를 위한 행진곡. 21편
/겨울/ 크레센도 1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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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TOORIT 11/08/09:51
그렇군요. 유나가 지루의 사촌누나를…. 그런 일은 없어보이지만, 이번 글도 잘 읽었습니다. 건필하시길바라며….
그러고보니 지루 사촌누나 이름이 나왔던가요? 왜 기억이 안나는건지.[덜덜][죄송]
0 초군 11/09/12:32
강호선배란 캐릭터 . 참 활발명랑(?)하군뇨 .

저승사자와의 학교생활 . 기대됩니다 . 건필 !!
0 오옷지구정복 11/10/12:17
그래 이 기세야~ 단숨에 마감까지 올려주는 신의 솜시를 뵈야 주셈 흑흑.. 맨날 담거 읽고 싶어서 죽게쌈!
유,,유나.. 하앍하앍 ㅋㅋ
1 리카 11/10/11:50
앗...그저께 올라왔었던 글이다!
허를 찔려버렸
1 리카 11/10/11:50
역시 이건 캐릭터 소설이에요~

재밌는
0 양 한 마리만 11/10/10:21
이런 일상의 이야기도 좋지만!
학교 이야기 말고!
뭔가 클라이막스를!
헉, 아직 때가 이른가?!
그래도 너무 느리게 올려요
0 양 한 마리만 11/10/10:22
으윽 다음 거 빨리 나오길 빌고 또 빌게요 요즘 신간도 안나와서 이거 말고 읽을 소설도 없음ㅋㅋ
0 RISENOVEL 11/13/11:25
잘읽었습니다. 역시 인기 연재작가는 뭔가 다르긴 다르군요 건필하세요~ㅋㅋ
0 사토우 11/16/11:13
저도 잘 읽었습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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