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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죽은 자를 위한 행진곡. by 산들바람-

안녕하세요~ 산들바람-입니다. 부디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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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산들바람-[tksemfqkfka]
조회 1177    추천 0   덧글 10    / 2007.11.15 14:31:01

시간은 흐르고 흘러 수업이 모두 끝났다.

오늘도 역시나라고 해야 할지 예상대로라고 해야 할지 그야말로 머피의 법칙이라는 게 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하루여서, 쉬는 시간에는 막무가내로 교실에 쳐들어온 강호선배를 막느라 난리를 쳤고, 어째서인지 나한테 화가 나있는 하양이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고군분투를 했으며, 남자화장실과 여자화장실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아무것도 모르는 유나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하나하나 알려주느라 생고생을 한데다가 마지막에는 지갑까지 잃어버렸다. 완전히 악몽이다. 꿈이라면 부탁이니 제발 깨다오.

“지루님.”


“…님이라고 부르지 말라니까. 어색하다고.”


그나마 한 가지 소득이 있다면 이제는 유나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라고나 할까?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하면 거의 혁명에 가까운 변화다.

아니, 그런데 유나까지 나를 별명으로 부르는 건가? 왠지 내 정체성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은데 말이지. 지루는 내 별명이라고. 이름이 아니라.


“저, 저기. 그래도 신비오빠가 이름을 부를 때는 꼭 님 자를 붙이라고…….”


“그건 나이가 많은 분들 이야기죠. 지루씨는 친구잖아요.”


우리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신비가 조수석에서 고개를 돌리며 끼어들었다.

조수석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 나는 교문 앞에서 기다리던 신비가 가져온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중이다. 차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내가 보기에도 보통은 아니라는 느낌이 드는 스포츠카였는데 운전석에는 깐깐해 보이는 여자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운전을 하고 있다.


“그래도….”


신비의 말에 말끝을 흐리며 힐끗 내 얼굴을 쳐다보던 유나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라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역시 아직은 어색한 모양이다.


“아쉽네요. 친구끼리니까 그냥 편하게 대해도 될 텐데 말이죠.”


“친구는 무슨 친구. 정말 유나가 저 아이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나도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려고 하는데 운전석에서 겨울바람을 연상시킬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만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변의 기온을 사정없이 떨어뜨리고 있는 여자는 백미러로 내 얼굴을 슬쩍 들여다보았다.


“다 왔어. 내려.”


“네?”


벌써? 창밖을 보니 정말 우리 집의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빠르다. 나는 운전석에 앉은 여자에게 꾸벅 인사하고 서둘러 차 밖으로 나왔다.


“다음부터는 직접 운전해 신비. 바쁜 사람 오라 가라 하지 말고.”


깐깐해 보이는 여자가 창문을 내리고 못마땅한 눈으로 신비를 노려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아시다시피 면허증은 물론이고 차가 없어서요. 어쩌겠습니까.”


신비는 아무렇지도 않게 헤실헤실 웃는 얼굴로 그 얼려 죽일 것 같은 시선을 받아넘겼다. 대단하다. 강해 보인다. 괜히 저승사자가 아니구나, 신비.


“……쳇.”


잠시 전혀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눈으로 신비와 눈싸움을 벌이던 여자는 작게 혀를 차고는 다시 창문을 올렸다. 노란색의 스포츠카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춥네요. 여기서 이러지 말고 들어가죠.”


사라져가는 스포츠카를 바라보던 신비가 하나도 추워 보이지 않는 얼굴로 실실 웃으면서 문을 가리켰다.


“…저 여자도 저승사자야?”


나는 현관문으로 걸어가며 뒤따라오고 있는 신비에게 물어보았다.


“예. 5급 저승사자입니다.”


“5급? 몇 급까지 있는데?”


“9급이요.”


9급이라…….


“…혹시 저승사자라는 게 시험 봐서 합격하면 뽑히는 거?”


“네. 그거 의외로 경쟁이 치열해요.”


무슨 공무원이냐.


어쩌면 죽어서 가는 저승이라는 곳도 이 세계와 그다지 다르지는 않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열쇠로 현관문을 열었다. 거의 이틀 만에 다시 돌아온 집은 해가 저물면서 슬슬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진지루우-!”


“…헉?!”

갑자기 어두운 실내 구석에서 정체불명의 물체가 벌떡 일어났다.


“어디 갔다 이제 오는 거야아-! 굶어죽일 작정이냐아-!”


정체불명의 물체가 말을 한다.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아-!”


정체불명의 물체가 으르렁거리며 이쪽으로 다가온다. 그 박력에 나는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이런. 오셨으면 불을 좀 켜놓지 그러셨습니까. 놀랐잖아요.”


그때 침착한 신비의 목소리와 함께 달칵하며 거실 형광등이 켜졌다. 밝은 빛 아래 드러난 정체불명의 물체는….


“뭐야. 누나였구나.”


…주정뱅이 사촌누나였다. 참고로 우리 집 열쇠는 나와 사촌누나와 큰아버지가 나눠서 가지고 있다.


“못 알아본 척 하지마아-!”


아니, 진짜 못 알아봤는데? 괴물인줄 알았어.


“우우우- 괴물이라니 실례야아-”


괴물이라는 말에 볼을 부풀리며 불만을 표시하던 사촌누나가 집에 들어오는 유나를 발견했다. 사촌누나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라아-? 지루네 학교 교복이네에-? 잘 어울려어-”


“정말요? 에헤헤.”

사촌누나의 칭찬에 유나는 쑥스러운지 배시시 웃으며 교복을 만지작거렸다. 어쩐지 유나의 웃는 얼굴은 처음 본다.

“뭐야. 학교에서는 한 번도 안 웃더니.”

“저분 성격이 약간 특이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약간 어이없는 기분으로 중얼거리자 신비가 나에게 다가와 속삭이듯이 말했다. 하긴 저 누나랑 같이 있으면 긴장을 하고 싶어도 못한지. 워낙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성격이라. 그러고 보면 사촌누나와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웃으면서 이야기 했다고 그랬지?

“그럼, 저는 올라가 보겠습니다. 무슨 일 생기면 부르세요.”

신비는 나와 사촌누나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계단을 올라갔다. 그 모습을 보고 사촌누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유나도 신비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두 사람이 올라가고 뭐라도 먹기 위해 부엌을 여기저기 뒤져보았지만 그제야 토요일에 반찬거리를 사놓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어쩔 수 없이 찬장에 넣어놓았던 라면과 토스트 빵을 꺼내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라면을 집었다.


“…….”


기껏 놀러온 사람한테 라면이 뭐냐고 투덜거리는 사촌누나와 함께 라면을 먹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2층에 있는 내 방으로 올라갔다. 계단을 올라가며 무심코 옆을 돌아보자 짐을 옮길 때,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신비가 유나 방이라고 알려준 방의 방문이 조금 열려있고 그 사이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들어가서 말을 걸어볼까 했지만 딱히 할 말도 없어서 그냥 그만두었다.


“그나저나 배 안고프려나?”


저승사자가 밥을 먹는지 안 먹는지는 모르겠지만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꺼내서 먹은 걸 보니 적어도 유나는 밥을 먹어야 하는 모양이다.

잠시 내 방문 손잡이를 잡고 망설이던 나는 결국 다시 부엌으로 내려갔다.


“…괜한 짓 아닌가?”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올라왔을 때는 방문이 닫혀있었다. 나는 닫힌 방문을 노크하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안에 있어? 먹을 것 좀 가져왔는데….”


“…….”


대답이 없다. 자는 건가?

“저기. 별로 맛을 없을지도 모르지만 안 먹는 것보다는….”

“저…. 여기서 뭐하세요?”

“힉?”

방문을 노크하며 그냥 가버릴까 생각하는 찰나에 뒤에서 유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큰 눈을 깜빡이면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유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방금 씻고 나왔는지 머리카락이 촉촉이 젖어있다. 처음 봤을 때도 예쁘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 모습에 어쩐지, 아니, 잠깐만.

“이, 이거. 따뜻할 때 먹어. 식으면 맛없으니까.”

“에?”

“그, 그럼.”

나는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말하며 유나에게 떠넘기다시피 토스트가 담긴 접시를 건네고 도망치듯 내 방으로 돌아왔다. 아아, 위험했어.

‘호오. 뭐가 위험했다는 건가, 젊은이? 심히 군금해지는군.’

시끄러워요.


--------------------------------------------------------------------------안녕하세요. 산들바람- 입니다.
지금 시험보고 계실 고3수험생 여러분 재수생 여러분 모두 힘내시고.
원하시는 결과가 있기를 저도 기원하겠습니다. 끝까지 화이팅.



태그
3 산들바람-  lv 3 38.5% / 754 글 43 | 댓글 105  
부디 읽는 분들의 마음을 편하고 즐겁게 만들수 있기를 바라고 덤으로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쓸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

레퀴엠-죽은 자를 위한 행진곡. 21편
/겨울/ 크레센도 1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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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TOORIT 11/15/02:53
호오. 뭡니까, 이건. 유나의 모에한 젖은 머리칼인겁니까? 좋군요. 연재속도도 그렇고 말이죠. 재밌게봤습니다. 건필하시길. 乃
0 TOORIT 11/15/02:54
그런데, 대문은 언제 바꾸신건지[덜덜] 눈돌아가는 그림에서 바꼈군요.
0 초군 11/16/12:28
이번화는 꽤 무난하군뇨 . 여튼 재밌었습니다 .
연재속도만 약간 빨라진다면 더 좋을듯 싶네요 ..
1 리카 11/16/12:30
전개가, 제자리?!
지금 연재분도 꽤 많은데 기승전결에서 \'승\'정도 밖에 되지 않은 듯한...
1 리카 11/16/12:31
다만 저승사자가 시험으로 뽑히는 거였다니 그건 재밌는 사실이네요^^
0 양 한 마리만 11/16/07:55
그러게! 작가님이 나빴다! 눈 돌아가는 그림이 훨 더 멋있었셈ㅋㅋㅋ 마지막 썩소 작렬~
ㅇ_ ㅇ --> ㅇ_,ㅇ) <--- 이거 보고 제가 얼마나 깜짝 놀랬는데요!
근데 다시 유키쨩으로 바껴버리다니~
오우 노오~
0 양 한 마리만 11/16/07:56
이번에 연애로 가는 것 같은 분위기?!
그렇죠? 그런 거죠? 그런 겁니까? 그런 거냐구요오~ 그러면 그렇다고 대답 좀 해주세요~!
...예전처럼 쪽지로 대답을 받겠어요...ㅋㅋ
0 11/16/08:26
양 한 마리만//역시나... 연애+살짝 코믹+이능력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분량이 빨리 빨리 안나오는 게 조금 아쉬울 따름입니다. T>T 아무래도 글을 많이 다듬으시는가 봐요;;ㅋㅋㅋ
0 사토우 11/16/11:13
이제 클라이막스도 나올때도 됬는데. 약간 아쉽군요
0 사토우 11/16/11:14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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