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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노을빛달  lv 2 0.666666666667% / 302 글 17 | 댓글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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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노을빛달[areara]
조회 816    추천 0   덧글 5    / 2007.11.24 01:19:27


 -삐이이익!!!!!!!!!!!!!

 축구가 끝났다. 시합은 3 대 1로 문호의 팀이 승리, 소율의 팀이 졌다. 게임 매이커로서 팀을 이기게 만들겠다고 큰 소리를 친 소율이었지만 그의 축구 경험은 거의 전무하다 싶이 한 정도였고 너무 열을 낸 나머지 다른 사람들을 보지 않고 홀로 앞서 나간 탓이 컸다. 그쯤 되면 누구라도 소율에게 불만을 토 해 낼만도 했지만 아무도 그를 탓하지 않는 것은 그가 몸을 사리지 않고 있는 힘껏 달렸다는 걸 누가 봐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인데, 그만큼 그의 체육복은 더러워졌고 하얗고 가는 두 다리는 멍과 상처로 누더기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먼저 불만을 말할 수 없는 게, 지는 걸 죽는 것보다 싫어한다는 장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괜히 먼저 소란 피우다가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할 지도 모를 일이라...
 여학생들 중에도 승자와 패자가 갈라졌다. 성적에 관심이 없는 베아트리체를 빼 놓고 다들 기뻐하거나 좌절하거나 그 나이 또래의 여자애들답게 다양한 감정 표현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그 중에서도 시즈나는 기뻐하는 쪽이었는데 좌절하고 있는 그녀의 주변 친구들을 토닥여 주고 있었다.

 \"역시 문호 팀이 이겼네.\"

 \"어떻게 된 거야? 시즈나도 소율 팀을 응원했잖아?\"

 \"아아, 난 말야. 응원은 친구따라 할 건데 점수는 문호 팀쪽에 걸기로 선생님께 얘기했거든.\"

 \"에? 그런 게 어딨어?\"

 시즈나는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그 이상은 노 코맨트라고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대었고 섭섭하고 억울한 기분이 든 그녀의 친구들이 울먹였다.

 \"흐앙~! 시즈나 나빠~!!\"

 그렇게 시즈나는 친구들을 모두 격침시키고 베아트리체의 곁에 가 앉았다.

 \"어떡해, 좋아하는 소율이 져 버렸네?\"

 \"저런 건 져도 상관없어.\"

 베아트리체가 무감정하게 툭 내뱉었다. 좀 더 재미있는 반응을 기대한 시즈나가 실망해서 중얼거렸다.

 \"냉랭하네, 양보하려 했는데 그냥 내가 가져야겠다.\"

 \"뭐?\"

 깜짝 놀라 자신을 돌아보는 베아트리체를 보며 시즈나가 짖궂은 얼굴로 웃었다.

 \"아무 것도 아냐, 저런 거 어떻게 되든 상관없잖아~?\"

 여기서 상관있다고 하면 그녀가 소율에게 접근하는 것을 제지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말 해 버리면 그녀가 또 시끄럽게 떠들며 자신을 귀찮게 할 게 뻔해서 차마 입을 열지 못하는 베아트리체의 속은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뭐, 어차피 저 겁 없는 인간 계집이 소율에게 들러 붙는다 해도 문제될 건 없고 거슬리면 죽이면 그만이니까 괜히 소란을 일으킬 발언은 안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 건 그녀 스스로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시즈나의 말에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하는 베아트리체 맘이나 소율의 심정이나 비슷했다. 그렇게 큰 소리쳤는데 이렇게 져 버렸으니,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속으로 끙끙 앓음에도 겉으로 드러낼 순 없었다.

 \'...이러다간 왕따 확정이네...............\'

 소율이 뭔가 고민하고 있단 걸 문호는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었는데, 안다고 해도 자신이 어떡 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혼자서 앓는 저 버릇 좀 고치라고 한마디 해 주고 싶단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다만, 지금 그런 말을 했다간 또 싸울 게 뻔하니 지금은 모른 척 하고 있는 게 낫겠단 생각으로 고개를 돌려 외면하려 했지만 그 때, 최장수가 소율에게 다가가 등을 있는 힘껏 후려치는 모습을 봐 버렸다. 손바닥과 등가죽이 부딪히며 짝!! 하고 큰 소리가 나고 문호는 거기서 눈을 땔 수가 없었다.

 \"우왁?!!!!!\"

 \"짜식!! 제법 하잖아!!! 으하하하!!!!\"

 등에 찌릿찌릿하고 전류가 흐르는 것 같이 아파 소율은 인상을 확 찌푸리며 소리쳤다.

 \"야!! 아프잖아!!!!\"

 \"뭐? 계집애처럼 겨우 고거 가지고 그래?\"

 계...집.....애? 순간, 소율의 이성을 담당하고 있는 신경이 툭 끊어졌다.

 \"후후..........\"

 살짝 벌어진 입가로 웃음이 흘러 나왔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섬뜩한 기분이 들게 하는 그런 웃음, 뭔가가 결여된 인간의 광소였다.

 \"야? 어디 아퍼?\"

 둔한 장수는 눈치채지 못했다. 소율에게서 피어오르는 흉흉한 살기를...
 소율이 비틀 거리더니 앞으로 쓰러졌고 장수는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한걸음 나서 그를 받아냈다. 자신의 명치쯤에 머릴 기대고 있는 소율의 어깨는 가늘고 작은 것이 흡사 여자애를 안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했고, 그런 생각이 들어 괜히 쑥스러워지려는 순간, 엄청난 격통이 중추신경을 타고 뇌로 돌격했다.

 \"컥.....................\"

 소율의 손이 장수의 치부에 있는 구슬 두개를 붙잡고 즙이라도 짜내려는듯이 비틀어 버린 탓이었다. 그 결과로 1학년 최고의 덩치를 자랑하는 최장수는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눈치 챈 사람은 문호와 베아트리체, 단 두 사람, 그들 외의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영문을 몰라 당황했다.
 결국, 장수는 반 남자 아이들에게 업혀 양호실로 이송 되는 소동 아닌 소동이 진정될 무렵 시즈나가 소율에게 다가와 그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많이도 다쳤네.\"

 \"아, 괜찮아. 별로 안 아파.\"

 소율의 무신경한 말에 화가 치민 시즈나는 소중한 장난감에 상처가 나 맘 상한 아이처럼 표독스럽게 그를 노려 보았고 살벌한 그 독기에 소율은 흠칫 놀라 뒤로 슬금슬금 물러섰다.

 \"선생님! 소율도 많이 다쳤는데 양호실에 데려가도 되죠?\"

 시즈나가 손을 들어 묻자 체육 선생님은 검지로 볼을 긁적이며 고갤 끄덕였다. 그 걸 양호실로 데려가서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다로 해석한 시즈나는 그 생각을 곧장 행동으로 옮겼는데, 우선 소율의 손을 확 낚아챈 뒤 누가 제지할 틈도 없이 양호실을 향해 달렸다.

 \"시, 시즈나? 양호실 안 가도 괜찮아!!!\"

 \"안돼!! 소독 안 하면 흉 진단 말야!!\"

 두 사람이 순식간에 멀어지는 걸 보면서 문호는 한숨을 내쉬며, 이번에도 적당한 선에서 끊어주는 것은 자신의 역활인가 하고 체념 해 버렸다. 그와 달리 반 여자애들은 이미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을 지어내 떠들어대다가 꺄아~! 하고 자폭 해 버리곤 했는데 영문을 모르는 베아트리체만 저 홀로 외딴 섬이었다.

 

 신 강화 국제고의 양호실은 양호실이라기보다 학교 부설 응급실이라고 보는 편이 나았는데, 병원이라 하기에는 의사나 설비가 부족했고 단순히 양호실이라기에는 어지간한 응급실만큼의 설비는 갖춘데다가 3명이 모두 외/내과 전문의들이라 황송했다. 양호선생마다 사무실 겸 양호실이 따로 있었고 그 중 한 곳에 지금 최장수가 실려갔을 거라는 걸 아는 시즈나는 다른 양호실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시즈나, 노크! 노크해야지?\"

 \"됐어, 여긴 이 시간에 비어 있으니까.\"

 시즈나의 말대로 이 시간엔 제 1 양호실은 비어 있었는데 그녀가 이 곳이 비어 있단 걸 아는 건, 바로 이 양호실의 담당자가 그들의 담임이라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학기 초에 한번 담임이 부탁한 서류를 복사해 가져다 주기 위해 양호실에 방문했는데, 그가 자리에 없어서 쉬는 시간마다 계속 찾아갔음에도 점심시간이 되도록 그를 만날 수 없자 화가 난 나머지 여러모로 조사 해 보았고, 그가 항상 그 시간에 학교 밖으로 나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시간에 수업도 없는 양호선생이 양호실에 대기 안 하고 대체 어딜 돌아 다니는 건지 그녀로선 알 수 없고 본래 알 바도 없는 일이었지만 비어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 여러모로 유용했다, 바로 지금처럼.

 \"여기 앉아.\"

 시즈나는 침대를 가리킨 뒤에 곧장 선반 위의 금속 용기들을 열어 꺼낸 집게를 알콜 같은 휘발성 액체로 소독한 후에 그걸로 붉은 소독약을 먹인 솜을 붙잡고는 다른 한 손에 거즈를 들고 소율에게 다가가 그의 하얀 다리에 난 상처를 톡톡 치며 소독약을 골고루 묻혔다.

 \"아따따....\"

 \"바보, 예쁜 다리가 이게 뭐니?\"

 \"상관 없잖아. 남자 다린데.\"

 소율이 뿌루퉁하게 대답하자 발끈 화가 난 시즈나는 상처에 솜을 꾹꾹 눌러 댔다.

 \"아야야!!!\"

 \"상관 없긴 뭐가 없어! 치마 입을 때 보기 안 좋단 말야!!\"

 \"그러니까 내가 왜 치마를 입는데?!!!\"

 \"그래?\"

 순식간에 차갑게 식은 시즈나는 솜을 휴지통에 버리고 다시 선반으로 가더니 서랍을 뒤적였다.

 \"입기 싫다는 거야?\"

 나직하게 묻는 시즈나의 목소리에 소율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고 곧 그의 본능은 정확하단 걸 알 수 있었다. 시즈나가 선반에서 일회용 주사기를 꺼내 포장을 뜯고 약물 대신 공기를 채워 넣기 시작했는데, 저런 걸 혈관에 주사 당했다간 죽을 게 뻔했다.
 결국, 살기 위해 소율은 태도를 고칠 수 밖에 없었다.

 \"아, 아냐. 시즈나만 보는 거라면 상관없어.\"

 \"어머, 기뻐라. 정말이지?\"

 \"응, 그러니까 그거 내려놓고 얘기하자.\"

 칼을 든 강도에게나 던질 대사를 하며 소율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니 시즈나도 웃으며 주사기를 휴지통에 버리고는 진열장 아래의 서랍을 열어 그 안에서 쇼핑백 몇개를 꺼내었다.

 \"그렇게 생각할 줄 알고 미리 준비 해 뒀어. 자, 입어보자.\"

 머리가 아파 와 소율이 고갤 숙이며 이마를 짚었다.
 전학생이 왔으니 타켓이 변경될 거라 기대했었는데 이럴 수가, 그의 희망은 무너져 내렸다.

 \"오늘은 레이스 스커트에 검은 색 니 오버 스타킹을 기본으로 코디 해 보자. 아, 가발부터.\"

 그렇게 말하며 시즈나는 쇼핑백에서 밝은 갈색의 긴 생머리 가발을 꺼냈고, 그것을 본 소율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이젠 포기했다. 될대로 되라\' 하곤, 시즈나가 가발을 씌워 주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문호랑 싸웠나 봐? 이번엔 제법 오래 가네.\"

 \"그 바보도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단 걸 알았으니까.\"

 소율이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시즈나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는데, 하얗고 가는 손이 그 턱을 잡아 다시 제자리로 돌려 저지하였고 결국 그는 눈을 내려 뜸으로서 시선을 피했다.
 시즈나가 천천히 무릎을 꿇어 앉으며 올려다 보는 식으로 얼굴을 마주했는데, 그 순간, 그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보곤 상냥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그의 볼에 가늘고 긴 손가락을 가져갔다.

 \"그런 게 아니라는 거 이미 알고 있잖아?\"

 \"...........\"

 소율은 자신의 아랫 입술을 깨물고 시즈나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그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럼, 화해하기로 하고 치마 입자.\"

 \"어?... 자, 자, 잠깐만~~!!! 그거랑 이 게, 어째서?!!!\"

 엄청나게 빠른 기분 전환으로 시즈나는 밝게 활짝 웃으며, 얼굴을 쓰다듬던 손을 곧장 허리춤으로 가져가 바지를 내리려 드니 당황한 소율이 육교 위에서 던져진 병아리 마냥 파닥 거렸다.

 \"으아아!!! 자, 잠깐!!\"

 \"꺄하하!! 바둥거리지마~!!!\"

 드르륵!! 문이 열리더니 다급하게 문호가 양호실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세가와! 그만 둬!!! 여자애가 남자를 덮치다니 그런 거 난 용납할 수 없어!!!\"

 심하게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는 문호를 보며 시즈나는 짖궂은 표정을 짓더니, 소율의 바지춤을 놓곤 침대 위에 둔 스커트를 들어 문호 쪽으로 내밀며 외쳤다.

 \"그럼 네가 입어 볼래? 아님 입힐래?\"

 \"둘 다 기각!!! 우린 둘 다 남자라고!!\"

 시즈나가 헤에~ 하고 능글맞은 얼굴을 하더니 고개만 살짝 돌려 등 뒤의 소율에게 말했다.

 \"그렇다는데?\"

 시즈나는 침대 위에 흐트러진 스커트 따위를 다시 쇼핑백에 갈무리해서 그것들을 서랍에 다시 넣어두곤 문호에게 다가서 웃는 낯으로 협박했다.

 \"상냥하게 대해 줘. 너희 두 사람 사이가 나빠지면... 여자애들, 슬퍼하니까.\"

 \"야, 우리한테 뭘 바라는 거야?......\"

 \"자아~ 즐거운 시간 되세요, 풋.\"

 문호의 질문 따윈 사뿐히 즈려 밟아 주고, 시즈나는 그의 옆을 지나 양호실을 나가 문을 닫으면서 여관 종업원같은 맨트를 날려 주었다. 그 덕분에 안 그래도 어색한 두 사람의 분위기가 더욱 더 어색해졌다.

 ...........................................

 어색한 분위기가 답답해서 소율은 가슴 위로 흘러내린 긴 머리를 무의식적으로 어깨 뒤로 쓸어 넘겼는데 잠깐 눈을 몇번 깜박거린 후에서야 아직 가발을 쓰고 있단 걸 알고는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했다. 타인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아무리 해도 적응이 안되어서, 얼른 가발을 벗으려고 머리에 손을 가져갔다.

 \"잠깐! 그대로 있어. 그런 거 쓰고 있어도 내 눈엔 네가 여자로 안 보이니까. 어딜 봐도 남자란 말야, 납작한 가슴하며 고집 센 눈썹이니 도저히 여자로 안 보여.\"

 문호가 자신의 긴 앞머리를 손가락으로 돌돌 말며 큰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또렷하게 말하였고, 그래서인지 소율은 가발을 벗으려다 말고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네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던 넌 너니까, 그러니까 이상하다 생각 안하니까, 이상한 게 아니니까... 그러니까, 그게, 넌 남자고 남자답고 그런 거니까,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어째서 여자애들 꼬실 때처럼 말이 술술 나와주지 않는 데다가 자신답지 않게 목소리는 떨려 답답해 하면서, 애초에 이런 짓을 하는 것부터가 자신답지 않다고 맘 속으로 외치며 문호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런 거 그렇게 신경쓰지마!!\"

 왠지 때 쓰는 어린애를 보고 있단 느낌이 들어 소율은 풋 웃어 버렸고 그래서 잔뜩 쑥스러워진 문호가 젠장! 하며 짜증을 냈다.

 \"이상하네, 나한테 이상하다고 말 해 준 사람이 문호 너였는데 말야.\"

 \"그땐 그때고. 지금이랑 다르잖아.\"

 소율은 문호와 처음 만난 날을 회상하며 즐거운 웃음을 흘렸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쏟아지는 그 날....
 자신의 방에서 비에 홀딱 젖은 옷을 벗는 여자아이에게 한 소년이 외쳤다.
 -그런 거 이상해!!!!!!!!!!!!
 그 말 한마디가, 소녀를 소년으로 바꾸어 놓았다.
 ........변했다. 살아갈 수 있게.............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분위기가, 따스하게 녹아든다.

 \"그래, 그렇지.\"

 

 모든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하나 둘 가방을 싸기 시작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나 소율의 움직임은 더할나위 없이 신속했다. 그의 그런 행동에 자극을 받아서인지 베아트리체도 서둘러서 가방을 챙겼는데 그 모습을 본 반 친구들은 그녀가 소율이 하는 걸 보고 따라하는 걸로 알고 귀엽다며 웃었다.

 \'뭐야, 이 녀석. 어디 급하게 갈 데라도 있는 거야?\'

 소율을 미행해야만 하는 베아트리체로서는 참으로 당혹스러운 소율의 돌발 행동이었고 그가 왜 저렇게 서두르는지를 잘 아는 문호는 두 손을 깍지 끼고 거기에 머릴 기대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매정한 자식, 진짜 친굴 버릴 작정이군.\'

 소율은 가방을 모두 챙기고는 허둥지둥 가방을 챙기고 있는 베아트리체에게 충고했다.

 \"야, 그렇게 급히 할 거 없어. 난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러는 거니까.\"

 \"나도 그래, 상관마.\"

 베아트리체는 그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자신의 소지품 정리를 마쳤고 그 사이에 소율은 자신의 사물함에서 헬맷을 꺼내 들더니 곧장 문으로 걸어갔다.

 \"야! 정말 가는 거야?\"

 \"미안, 수고 좀 해라.\"

 그렇게 말하며 활짝 웃어보인 소율이 교실 밖으로 나가버릴 때까지 가만 있던 문호가 한숨을 푹 내쉬는데 그의 앞을 찰랑거리는 머리칼이 향기를 남기며 스쳐 지나갔다. 그 흔적을 쫓으니 교복을 입은 자그마한 인형이 교실문을 열어 젖히는 모습이 보였다.

 \"베아트리체! 아직 집에 가는 거 아냐!!\"

 \"급해서 그래!\"

 급하기만 하면 종례고 뭐고 생략하고 하교 해도 된다고 아는 거야? 하고 다들 당황 해 버렸다.

 \'빌어먹을 소율 자식, 전학생에게 나쁜 걸 가르치다니...\'

 \'저 계집애, 소율한테 꼬리치러 가는 거야?\'

 그러한 반 아이들의 오해는 뒷전으로 미루고 베아트리체는 소율을 쫓아 달려갔다.
 그렇게 남겨진 문호는 얌전히 교무실로 가서 현대사 선생님에게 적당히 둘러댄 후, 혼자서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블라우스의 윗단을 붉은 끈으로 여민 2학년이 찾아왔다.

 \"문호군, 이런데 있었네.\"

 밤색 머리를 허리까지 길게 기른 단아한 자태의 여학생을 문호는 아즈사 선배라고 부르고 있었는데 학생회의 서기로서 후배인 그에게 학생회 서기의 업무를 가르쳐 주는 사람이자, 차분하고 자상한 성격이라 남학생들은 물론 여학생들에게도 인기가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어라, 아즈사 선배? 어쩐 일이세요?\"

 \"어쩐 일이긴, 네가 학생회에 안 나오길레 찾으러 온 거야.\"

 \"아아, 너무 미안한데요. 아즈사 선배를 화장실 같은 곳에 오게 하다니...\"

 \"너도 내가 화장실도 안 갈 거라고 생각하는 거니? 후후후......\"

 \"아뇨, 그건 아니지만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선배의 이미지가 실추될 원인을 제공한 셈이랄까요? 아무튼 그들의 환상을 깨는 것 같아 죄 짓는 기분도 좀 드네요.\"

 \"아무튼 말은 잘해, 문호군. 도와줄까?\"

 \"아뇨, 맘만 받겠어요. 거의 다 끝났고 휴지통 비워야 하는데 지저분하거든요.\"

 \"그럼 기다려줄께. 그것마저 안된다고 하면 안돼.\"

 \"네, 원하시는대로 하세요.\"

 문호는 고무장갑을 끼고 휴지통 하나 하나를 꺼내 쓰레기 봉투에 그 내용물을 털어내고 아즈사는 가만히 그가 하는 것을 지켜봐 주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소율군은 어떻게 지내?\"

 \"글쎄요, 학교에서는 언제나처럼 지내지만... 학교 밖에서의 그 녀석은 저도 모르니까요.\"

 \"그러고보니 문호군도 그의 집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지?\"

 \"네, 싫어하니까요.\"

 \"누가? 문호군이?\"

 \"아뇨, 소율 말이에요. 그 일이 있은지 이제 겨우 반년이 지났을 뿐이니까요.\"

 소율의 어머니 기일이 이제 반년 정도 뒤면 돌아온다는 말이었다.

 \"그래, 아직 힘들겠구나...\"

 \"괜찮을 거에요. 그 녀석, 겉은 그래도 속내는 쇠심지에다가 고집은 그것보다 더 질긴 걸요. 게다가 학교엔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이렇게 걱정 해 주는 사람도 많은데 그걸 녀석이 모르진 않을 테고요. 그런 것보다 오늘 세희 선배는 어떻던가요? 학교만 오면 반겨주던 후배가 한번도 안 찾아간 모양이던데.\"

 \"지난 번, 그 일 이후엔 지나치리라만큼 경계하고 있는데 정작 그 대상이 안 보이니까 김이 빠지는 모양이야. 나한테 문호군의 안부를 물었다니까. 빙 둘러서 소율군의 안부를 묻는 거라고 봐도 될 거 같아.\"

 \"다행이 정나미가 떨어진 건 아닌가 보네요.\"

 \"그럴거야, 그렇게까지 좋아한다고 해 주는데 싫어할 여자애는 어디에도 없을 거라고 생각해.\"

 \"그러면 다행일 테지만...\"

 \"하지만, 그 땐 분명 소율군이 너무했어.\"

 뭐, 싫단 여자에게 키스 했으니 그렇게 말해도 어쩔 수 없네요 라고 말할 생각이었지만 순간, 다른 생각이 번뜩 들은 문호가 웃으며 얘기했다.

 \"소율보단 선배의 동생이 더 너무하던 걸요. 오늘은 양호실에서 소율을 덮쳤으니까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는 아즈사의 표정에 재미를 느낀 문호는 계속했다.

 \"어떻게 안될까요, 선배? 동생한테 선배의 반만큼만 기품있게 행동하도록 지도 좀 부탁드릴게요.\"

 좀 더 곤란 해 하는 아즈사의 모습을 즐길 생각이었는데 그녀의 표정이 삽시간에 어두워지자 문호는 자신이 괜한 부분을 건드렸단 걸 눈치 챌 수 있었다.

 \"미안해, 그 앤 내 말 같은 건 안 들으니까...\"

 \"아, 아니에요. 미안하다 하실 거 없어요.\"

 아즈사 선배와 시즈나,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있는 건가? 하고 문호는 겉으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화장실 청소를 마무리하고 그러는 동안 두 사람 사이에 그 이상의 대화는 오고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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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노을빛달  lv 2 0.666666666667% / 302 글 17 | 댓글 44  
아............그래, 난 여기 없다.

꿈을 꾸는 듯이, 꿈 속을 걷는 듯이, 이 무채색의 세상을 유영한다.

볼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만이
.....................나에게 주어진 하나뿐인 현실, 호흡, 고동, 파도...........

아득히 먼 곳에서
하지만 지금도 귓 속에 멤도는 그리운 소리.


코드 리볼버(CoDe -Revorver-) 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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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예소드 11/24/06:48
취향은 아니지만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무플방지
2 노을빛달 11/25/12:58
실은 제 취향도 아니지만... 나름 라이트 노벨이라고 쓰다 보니 이런 전개가 되어 버리네요. 뭐, 다음 편부터는 조금 다른 스토리가 나올 겁니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0 방랑마도사 11/27/04:52
거짓말 (...)
어쨌든. 앞으로도 기대중. ( \")/
4 지나가는사람 12/11/03:12
아즈사와 시즈나라... 성은?..... 일단 이름 보면 한국인은 아닌데...
2 노을빛달 12/11/03:53
양호실에서 문호가 세가와 라고 부르죠. 그게 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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