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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유랑점 by 할레킨

칠야의 하늘 아래, 시들어버린 꿈들이 하나 둘 씩 날개를 펼친다. 죽음에게 따뜻한 온기를, 환몽에게 달콤한 입맞춤을.. 현실에게 탈취된 환상들의 귀환을 ‘그것’ 은 지켜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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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할레킨  lv 1 35% / 170 글 11 |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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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상 유랑점 side - 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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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할레킨[harlequin]
조회 1294    추천 0   덧글 0    / 2007.12.23 05:42:32

허공을 유랑하던 그녀의 환상을 사로잡는다.
D.C[da capo],
모든 것을 제 자리에서부터 시작한다


 

귓가를 스치는 바람소리는 생각보다도 잔인하게, 시들어버린 나약한 장미를 찢어발기고 비웃어버렸다.

의지를 잃은 그 푸른 눈동자부터, 바람에 출렁이는 갈색 머리카락까지-

전부 이 기나긴 추락의 끝을 두려워하며 오그라드는 느낌.  죽음에 대한 공포란 이런 것일까?

아니, 어쩌면 지붕을 설 때까지만 해도 느끼지 못한 이것은 아무도 손 내밀어주지 않은 것에 대한 또 다른 공포였을 지 모른다.

아련히 감기려는 눈동자가 보고 있는 건 무엇이었을까?

사람은 죽을 때, 자신의 삶을 한 장의 짧은 연극으로 보게 된다고 들었는데, 그런 것치고 선명하게 와 닿는 그것은 그녀의 삶이 아니었다.

, 귓가를 아련히 맴도는 익숙한 태초의 노래.

이미 그녀 자신이라는 존재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전해진 노래가 들려왔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점점 멀어지는 원색의 모빌[mobile], 빙글빙글 돌아가는 장밋빛 자태가 화려했던 나날의 그 누군가를 많이 닮았으며, 노래는 그런 모빌로부터 비롯되고 있었다.


청아하고 부드러운 그 음색, 무대를 넘나들기엔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좀 더 가까이에서 그 것을 어루만져보고 싶었고, 그 음을 품에 안은 채 잠들고 싶었기에 손을 뻗어 잡으려고 했지만...

 “…안 잡혀멀어..”

 곧잘 잡힐 것만 같은데, 이상하게도 손이 뻗어지지 않아.
이렇게 조금만 더 가까이 가면 될 정도로 너무나 선명한데..
죽음에 대한 환상[mobile]이란... 이토록 선명하고도 아련하며, 멀기만 한 것일까?

\"..아가사[Agatha]..\"

이어지는 둔탁한 마찰음.

 

키기긱- 조용히 걸려있던 철제 새장이 쇳소리를 내며 천천히 돌아갔다.

이렇게 물기 어린 바람은 어느 가엾은 이방인의 징조, 그리고 뽀얀 먼지들이 불꽃에 이글이글- 반짝이는 오래 된 카펫 위에 아른거리는 누군가의 약한 실루엣 또한 그런 징조 중 하나.

분명 모두에게 잊혀진 여 배우는 죽음이라는 이름의 신사와 입맞춤하고 자비심 없는 돌 바닥에서 천천히 잠들어야 한다. 그것도 아무도 그녀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히 망가진 채..

 

그런데 뭔가가 그녀의 예상과 아주 많이 어긋나버렸다.

 

손 끝에서 느껴지는 온순한 감촉부터 벌써 죽음과는 거리가 너무 멀지 않은가? 흐릿한 시야로 보이는 카펫의 술 장식이 미약한 호흡에 흔들리고 있다.


그렇다면?


찬 물을 확 끼얹은 듯, 번쩍 드는 정신에 몸을 급히 일으켜 보니 주인이 자리를 비운 지 오래인 화로가 입에 검은 숯덩이를 머금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돌 바닥도, 그녀의 다락방도 아니라면 이 곳은 과연 어디란 말인가?


지금까지의 일이 모두 기나긴 꿈이라고 생각하며 뺨을 살짝 꼬집어보니 얼얼히 아파오는 게 놀랍게도 이것은 꿈이 아니다.


혼란스러운 머리를 가라앉히려 애쓰며 침착하게 치마를 끌어당겨 완전히 일어선 뒤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자, 화로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몽환적인 붉은 자태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중국식 등이었다.


그 등에서 춤추듯 흘러나오는 붉은 빛 주변에는 쉴 새 없이 반짝이는 무언가가 진열된 찬장과 길고 좁은 검은색 나무 장롱들이 일렬로 나열되어 있었다.


찬장과 장롱들의 행렬이 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 파묻힐 정도로 이 집의 규모는 굉장히 큰 것 같아, 서둘러 사람을 찾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그녀는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혹시 몰래 숨어서 자신이 이토록 당황해 하는 것을 즐기고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어,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걸었을 때.


, 그녀는 여태까지 나무 장롱이라고 믿었던 것의 안에 있던 것을 봐버리고 말았다.


“-?!”


보고도 스스로가 믿기지 않아, 화들짝 물러서서 다시 그것을 떨리는 눈길로 보니 밀랍 인형처럼 편안한 표정을 지은 채 품에 뭔가를 끌어안은 사람이 그 안에서 고이 잠을 자고 있었다.


진짜 시체일까? 아니면 책 속에서나 나올 법한 흡혈귀? 혹시 말로만 듣던 시체 애호가의 집이라거나?


여러 가지 생각이 만무하여,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천천히 다가가 관 앞에 섰다. 급히 사람을 찾아 이 곳을 나가야 한다는 생각은 이미 뒷전이었다.


시체라고 하기에 그것은 너무나 실례된 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관 안에 든 사람은 너무나 편안하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만약 그 사람이 침대에 누워있었다면 자고 있다고 믿어도 좋을 정도로 혈색이 좋았다.


조금 꺼림직하긴 하지만, 볼을 살짝 눌러보면 폭- 하고 들어가지 않을까?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조금 우스웠는 지 잠시 불안함을 잊고 키득거리던 그녀는 곧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고 말았다.


관 안의 사람, 너무나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던 그 사람의 길고 곧은 속눈썹에 그렁그렁 맺힌 차가운 이슬 방울.


죽은 사람은 울 수 없다. 아니, 그 이전에 저렇게 편안해 보이는 표정 속에서 어떻게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거지?


흘러 넘치듯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천천히 떨어지자, 자신도 모르게 그녀는 손을 내밀어 그 눈물을 닦아주고 말았다.


그 표정이 어디선가 본 듯한 너무나 익숙하게 슬픈 표정이어서, 혼자서 짊어지게 하기엔 그 눈물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거워 보여서


거긴 많이 외롭지? 혼자서 죽었다는 거 말야…”


나도 알고 있어. 지붕 위에서 아무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으니까. 그저 한 줌의 달빛이 섞인 바람만이 내 손 끝으로 새어나갈 뿐이지..


현실에서 해방된다는 기쁨은 잠시지만, 혼자 짊어져야 할 죽기 직전의 외로움과 나를 나무라며 손을 잡아줄 이가 없는 슬픔은 너무 길지..


행여 입에 담으면 눈물이 새어 나오기라도 할까 입술을 꾹 깨물며 그녀는 몸을 홱- 틀었다.


바보같이.. 지금 뭐하는걸까? 어쩌면 살인 마가 살 수도 있는 집인데 어서 나갈 생각을 해야지. 시체 앞에서 이게 무슨 청승맞은 짓이람?


여긴 집이 아니랍니다, 무대의 여 주인이시여- 살인마나 시체 애호가가 살고 있는 집은 더더욱 아니고-”


“….


필시 지붕에서 떨어진 것은 꿈이라고 여기며, 짧지만 선명한 기억 속에 꼭꼭 묻어두려던 목소리가 억지로 기어 나와 머릿 속을 짜증스럽게 헤집어놨다.


어둠이 한 방울씩 뚝뚝 떨어질 듯, 새까만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손가락으로 빗겨 내리며 그것은 보다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여긴 어디지? 난 분명히 지붕 위에서 떨어진 거 아냐? 분명…”


분명 꿈이라고 믿었던 제가 눈 앞에 버젓이 서 있으니까요.

맞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는 당신에게 있어서 죽음이자, , 환상이자, () 일 수도 있는 추상적 개념의 집합체니까요.”


“…….추상적 개념의 집합체?”


쉽게 말해 형태 없는 생각 같은 것들이 군집하여 인간의 꼴을 갖췄다고 생각하면 쉽겠습니다.

여 주인께서는 분명 여기가 어딘지 궁금하시겠죠
?

이 곳은 환상 유랑 점. 돌아갈 곳을 잃고 허공을 유랑하는 환상들을 사로잡아 수렁의 끝에 다다른 이들에게 파는 가게랍니다.”


연이어지는 믿기지 않는 일에 그녀는 그토록 부정하거나, 믿지 않던 말들도 이제는 하나 하나씩 덤덤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환상을 파는 가게라니? 그것만은 썩 석연치 않았다.


못 미더우시면, 아까 보신 찬장이나 관을 생각해보세요.”


그럼 그것들이 전부 환상이란 말이야?”


“……글쎄요?”


장난스럽게 키득거리던 그것이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난 죽은 거야?”


아직은, 당신은 지금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와 있는 것일 뿐. 죽었다고 하기엔 너무 아깝지 않나요?”


철그렁 철그렁- ‘그것이 한 발짝씩 걸어올 때 마다 바닥에서 크고 길다란 그림자가 꿈틀꿈틀 같이 기어왔다. 뱀이라고 생각하려니 그림자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웠다.


그 그림자의 머리가 그것의 다리를 묵직히 감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어쩐지 처량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로즈마리 베인(Rosemary vain), 그대는 그대의 현실에 만족하고 있었나요?”


아직 사그라들지 않은 무대의 열기 속 오로지 자신만을 응시하는 스포트라이트의 짜릿함 → 검붉은 꽃봉오리의 유약한 줄기를 꺾어내는 순간 꺼져버렸지-


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봐주며, 알량한 사랑의 밀약을 속삭이던 연인의 포근함그는 단지 무대 위에서의 찬란히 빛나는 그녀 자신만을 사랑했었지-


양모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으며 시작했던 아침의 행복함목소리는 더 이상 손이 닿지 못할 곳으로 떠나고, 견디기 힘든 고통만 남은 아침 햇살 아래 녹색 이슬이 아른거렸지-


상냥한 달님을 녹색 연못에 빠트려, 함께하는 입맞춤의 달콤함 → 하지만 달님은 차가운 바람과 깊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진 못했지-


“……아니, 어느 순간부터 틀어져버린 인생.. 나는 사랑할 수 없어.”


- 시원스럽게 손가락이 튕기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주변이 점점 환해지기 시작했다. 과거 어느 날, 무대 위에서의 그녀를 보듯 그것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로즈마리 베인, 제 뒤로 뭐가 보이십니까?”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는 심연에 그녀의 스포트라이트가 닿자 아까부터 신경을 거슬리게 하던 소리의 근원이 그녀의 시야에 차차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크고, 굵었으며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갑갑하게 긴 은 사슬이었다. ‘그것의 가는 다리가 심히 안쓰러울 정도로 무거워 보이는


“…..은 사슬, 족쇄…….”


그 사슬의 끝에 뭐가 보이십니까?”


자극적일 정도로 강렬한 빛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늘게 눈을 깜빡이던 그녀가 희미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언젠가 자신이 잠을 못 이루던 폭풍우 치던 밤.


겁에 질린 자신을 달래기 위해 부르던 양모의 노래, 또한 자신의 첫 무대를 멋지게 장식했던 그 노래.

 선명하고 뚜렷해지는 익숙한 음색에 취해갈 무렵, 사슬의 끝처럼 보이는 곳에 뭔가 허공에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모빌[illusion]..?\"

색색의 모빌, 어릴 적 양모의 손을 잡고 시장에 갈 때마다 으레 장난감 가게 앞에서 화려한 원색을 자랑하며 바람에 맞춰 빙글빙글 돌아가 그녀의 시선을 앗아가던 그것.


사 색의 천막 아래 깔끔하게 다듬어진 기둥을 부여잡고 함께 춤추는 인형
.
어린 날의 동화처럼 얼굴을 가린 작은 천사 님, 적 갈색 깃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작은 새,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미는 녹색 요정, 꼭 눈사람처럼 동글동글하게 깎아놓은 나무 인형
.

그리고


제각기 다른 속도로 빙글빙글 돌고 있는 인형들의 중심에서 가슴에 새빨간 장미 꽃을 끌어안은 천사 인형

모두 춤추고 있었다. 모빌에서 비롯되는 노래에 맞춰, 빙글빙글-


\"그것은 그대의 현실입니까? 도피처 입니까?\"


뜬금없이 모빌이 현실(actuality)이냐 도피처(illusion)냐는 말이 의아스러웠지만 빛 바랜 자신의 일상과 명성, 망가진 현실은 결코 저 아름다운 모빌 일 수 없다.


\"....도피처\"


\"그렇다면\"


저것을 가져가고 싶어. 죽어가는 의식 속에서도 나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었던 저것을


그녀는 싱긋 웃으면서 검은 밤 하늘 아래 초승달과 마주했다.


의미 모를 미소가 그것의 입가를 스치고 지나가자, ‘그것의 하얗고 곧은 손가락 끝에 그녀의 모빌이 걸려있었다.


\"도피처를 가져가시겠습니까?\"


점점 조급한 - 지금 이대로 그것을 가져가지 않으면 다시는 돌이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에 그녀가 휙- 손을 휘둘러 그것을 채가려는 순간 그것의 손이 높게 떠올랐다. 섣불리 가져가면 안 된다는 것처럼...


그 대신 그대의 현실을 저에게 값으로 주시겠습니까?”


어린 아이는 눈 앞의 욕망을 사로잡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고 한다. 하물며 어른 또한 그렇지 않은가?


줄게! 그 대신 그것을.. 그 모빌을 내게 줘!!!!”


고트프리트.”


짧은 휘파람 같은 소리와 함께, 밤 꾀꼬리가 날아와 모빌이 걸린 그것의 손가락 위에 앉았다.


비어있는 다른 손으로 그것이 그녀의 손을 쥐여 잡자, 혈관이 심하게 꿈틀거리는 느낌과 함께 맞물린 손 안에서 뭔가가 붙잡혔다.


현실을 받은 이 순간부터 그대는 이 모빌의 주인. 저 새를 따라가시면, 가게 밖으로 나가실 수 있을 겁니다.”


홀린 듯 초점 잃은 눈으로 새를 응시하던 그녀는 조심스레 모빌을 받아 들고, 새를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끝도 한도 없어 보이던 가게였는데, 새를 따라가니 눈 깜짝할 새에 낡은 고목나무 문이 보였고 그녀는 냉큼 문고리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가게의 문이, 또 다른 현실로의 문이 열렸다.


 

“……손을 잡아줄 이가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슬픈 일이죠.”


그녀는 알고 있을까? 그렇게 괴로워서 발버둥 치던 현실은 고작……”


그것이 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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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할레킨  lv 1 35% / 170 글 11 | 댓글 20  
이야기를 사랑하고, 잔혹한 환상을 꿈꾸며 내가 헤메는 이 곳은 어디일까?
파란 모르포 나비를 좇아 떠나는 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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