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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마법이란? by 거짓된안식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있어 마법이란 무엇일까? 그저 책 속이나 사람들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마법? 실상을 모르는 인간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아, 이세상은 너무나도 평범해.' 하지만 마법은 존재한다. 지금 웃고 있는 내 짝이나 앞에서 교편을 휘두르는 히스테리교사 누구나 마법사일 수 있다. 신비는 언제나 꽁꽁 감춰진다. 하지만 그런 일상에서 벗어난 생활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진 마라 그들은 우리가 상상하던 것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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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마법사는 그리 멀리 있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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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 거짓된안식[chlgksthf891]
조회 1346    추천 0   덧글 0    / 2008.01.15 01:28:51

act02-마법사는 그리 멀리 있지 않아.
 
01)

 “하아….”
 민은 준석의 어깨 위에서 마이너스 감정으로 주위를 물들이며 한숨을 내쉰다. 빨리 오는 건 좋았다지만 남자에게 업혀있다는 게 흠이랄까. 뭐, 그걸로 끝이었다면 민이 이렇게 한숨을 내쉬고 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지금의 멜랑콜리상태의 가장 큰 원인은 미연에게 버림받은 현실이었다. 이 녀석의 성격으로 보건대 별로 오래가지는 않겠지만 지금 절망해있다는 사실은 눈 달린 사람이라면 다 알듯이 얼굴에 드러났다.
 “여기서 내려주면 되지?”
 바이크도 없이 바람이 되려 하던 준석이 멈춰선 곳은 학교 근처의 인적 드문 골목.
 “마법을 그렇게 막 써도 되는 거야?”
 민은 감사 한마디 없이 다짜고짜 물었다.
 “괜찮아, 인간의 상식이라는 건 튼튼해서 마법이라는 걸 잘 안 믿잖아. 마법이 있었으면 하는 사람들도 그런데 일반 사람들은 어떨 것 같냐?”
 “뭐, 그런가.”
 두 사람의 대화에서 보면 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민은 이쪽의 사람이다.
 간단히 말해서 민도 마법사라는 거다.
 다른 수식을 붙일 필요가 없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상상으로서의 마법사. 이상을 행하는 존재, 그 자체다.
 다만, 차이점을 들어보자면 마법사들이 판타지 세계에서 사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현실 속에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랄까.
 마법은 언제나 우리 주위에 존재한다. 사람들은 모르고 있지만 지구라는 별에는 바람이 흐르듯 마력이 흐르고 그런 마력이 뒤틀리기도 한다.
 마법사들은 그런 문제를 해결해주고 돈을 받는다. 다만 돈을 제공해 주는 건 마법사 협회가 아니라 문제가 일어난 나라의 정부 쪽이다. 사실상 마법사의 존재는 대중에게 들어나 있지 않지만 정부의 비밀부서에서는 마법사의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일반인들과는 다른 사고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마법사가 그들에게는 골칫거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력의 뒤틀림을 해결할 방도가 없는데다가 무소속 마법사가 일으키는 피해를 막아낼 수단이 없는 정부 측은 협회라는 패를 버릴 수가 없다. 마법사라는 오컬트한 존재가 현대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다.
 그런 상식과는 일억 광년 정도 거리가 있는 마법사들의 틈바구니에서 민은 조금 특이한 존재다. 민은 본래 마법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 세상의 신비에 대해 무지한 인생을 살아갈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민은 부모와 자신의 오른팔을 잃고 이들의 무리에 합류했다. 민에게 허락된 건 마지막 혈육인 미연과 저주스런 오른팔의 존재. 그리고 스승이자 어린아이 같은 청년 클리드 뿐이었다.
 모든 게 변해버린 그 숲 속에서 소년을 구해준 클리드, 그는 민을 마법사로서 살아가게 해주었다. 자신이라는 존재를 숙지하고 미래라는 길을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런 슬픈 추억을 간직한 민이었지만 이제는 비일상 속에서 일상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이런, 여기서 이렇게 실랑이를 버릴 때가 아니었지.”
 민은 지각 일보 직전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큰길로 달려나갔다.
 “다시 한번 당부하지만 몸조심해.”
 “뭔진 모르겠지만 형은 걱정도 팔자다.”
 마지막으로 민은 그런 말을 남겼고 교문 안으로 들어서며 시계를 확인했다. 남은 시간은 5분이라는 커피 한잔(?)의 여유. 이 정도라면 별문제 없이 교실에 도착할 수 있을 거다. 그래도 담임이 부리는 히스테리의 공포를 익히 알고 있는 민으로서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때,
 “하민!”
 등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지로냐?”
 유지로(ゆじろ), 민의 악우(?)인 그는 중학교 1학년 시절부터 민과의 인연을 유지해왔다. 성은 타니무라(谷村) 이 정도 되면 일본인이라는 사실은 다들 깨달았겠지?
 이 녀석이 한국에 발을 들이게 된 이유는 참으로 단순하다.
 
‘부모님이 한국문화에 조금 심취하셔서 말이지 환율도 어느 정도 되니까 이참에 한국에 가서 살까? 라고 하셔서 뭣 모르던 나는 덜컥 따라왔다, 이거야.’

 속편하기 그지없는 녀석이다. 넘치는 사교성은 이런 성품에 기인할 거다.
 “뭘, 묻고 그래. 이런 아슬아슬한 시간에 교문에서 네 이름을 부를만한 사람이 그렇게 많냐?”
 “아니, 내가 알기로 약속시간에 늦을 만한 건 너밖에 없을걸. 아홉 시에 오라고 해도 아슬아슬할 거다, 너는.”
 “오, 그러는 바른 생활 사나이는 왜 이 시간에 등교하고 계실까나?”
 “사정이라는 게 있는 거다.”
 민 군, 미연 양의 증언으로 늦잠을 즐긴다고 이미 들켜버린 판에 ‘바른 생활 사나이’라는 걸 부정해야 하지 않겠나?
 “좋아, 깊게는 안 묻는다. 랄까, 말하기 어려운 거냐?”
 이 녀석 민의 친구라면서 성향이 달라서 눈치 하나는 빠르다.
 “응.”
 “그건 그렇고 왜 혼자냐, 미연이는?”
 잊을 만할 때에 상처를 건드려주는 아니, 후벼 파주는 상냥함에 감사할 따름인걸.
 “…….”
 민은 대답 없이 오라를 내뿜으며 계단을 오른다. 이래서야 역린의 분노에 휩싸인 용이 덜 무서울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그쪽은 폭주라는 단일 된(?) 행동을 취하기에 무슨 짓을 할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이쪽보다 어떤 의미로 안전해 보이기 때문이다. 분위기에 압도당한 유지로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두 사람이 그렇게 조용히 오르는 계단에는 동방예의지국의 얼이 서려있다. 1학년은 3층, 2학년은 2층, 3학년은 1층 의미를 해석해보자면 어린것이 하나라도 계단을 더 올라라! 이 말은 각자의 비판력을 총동원해 듣기 바란다.
 필자가 이렇게 시답지 않는 농담을 내뱉는 사이 민은 3층에 올라 1학년 2반 교실 문을 열어 재꼈다.
 다행히도 아직 담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눈에 들어 온 건,
 “안녕.”
 자신의 안녕을 물어오는 소녀의 모습.
 민은 기분이 좋은 건 아니었지만 진심이 담긴 목소리에 빈정댈 정도로 사람이 나쁘지 못했기 때문에 입 꼬리를 살짝 올리고 인사를 받았다.
 “안녕, 셀리.”
 셀리는 1-2의 반장으로 이국적인 이름에서 연상되듯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밑에 있다. 셀리뿐만 아니라 유지로를 봐도 알 수 있겠지만 무역항이라는 입지 탓인지 용승시에는 외국인이나 혼혈이 드물지 않다. 이미 고추장의 매운맛에 매료당한 한국인이나 다름없는 그 사람들 중 클리드도 머릿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1년 전까지의 일이지만 말이다.
 민은 가볍게 흔들던 손으로 가방 끈을 고쳐 잡고 적지만 여전히 검은 오라를 흩뿌리며 창가 제일 뒷자리인 자신의 걸상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는 자리에 앉아 실외의 맑은 공기를 들이마셨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봄바람의 향기에 민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취해있었고 그사이 교내에서 노처녀 히스테리로 소문이 자자한 담임이 교실에 들어왔다. 아침조회를 알리는 타이밍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시간. 기계적인 차임 소리는 교편과 교탁이 만들어내는 반향에 물들었다.
쾅, 쾅--
 “자, 자 다들 조용히 해.”
 담임이 내뱉은 말은 물론 말뜻 그대로 실내를 정숙하게 만들 목적이었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박차를 가해 버렸는지 교실은 그녀가 들어오기 이전보다 시끄러워졌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았던 민도 지금은 단순히 웅성대는 학생 중 하나일 뿐인데 원인을 찾아보자면 담임이 아니라 그 옆에 서 있는 인물이었다.
 금발머리의 여자 전학생.
 멀리에서 척 보기에도 미녀임을 알 수 있는 그녀가 금사처럼 반짝이는 머릿결을 어깨너머로 부드럽게 넘기자,
 “우오오오오!!!!”
 남학생들이 불타오른다.
 가녀린 목선을 타고 흐르는 금발, 반짝이는 아쿠아마린의 눈동자는 에게해의 드넓은 바다처럼 푸르다. 학우들이 저런 방정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외모를 가진 그녀가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영국에서 온 리아데이나 루 디아스에요. 리아라고 불러주세요~.”
 물 흐르는 듯한 필체로 칠판을 자신의 이름으로 장식하더니 밝은 목소리로 풀 네임을 읊어주는 그녀. 아니, 리아.
 “우오오오오오오오!!!!!!!!!!!!!!!!!!”
 참으로 간결한 소개임에도 불구하고 남정네들은 몸서리친다. 저러다 분신(焚身)하겠다고 설치는 녀석이 나오지 않을까 심히 걱정하는 민이었지만 틀림없이 기우일 거다.
 “흐음, 일단 자리가.”
 호르몬 적으로 여성에 굶주려 있는 남학생들의 반응에 대한 걱정도 잠시, 영국에서 왔음에도 벌써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다는 게 민의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다음에 이어진 리아의 말이 그런 의문을 잊게 했다.
 “선생님, 저는 저 창가 맨 뒷자리 ‘옆’에 앉고 싶은데요.”
 교실 여기저기를 돌아보며 빈자리를 찾는 담임을 아랑곳하지 않고 리아는 당돌하게 손가락을 뻗었다.
 지리 면밀하게 위치까지 언급하며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제시하는 리아. 그리하여 리아의 검지가 가리키는 자리는…,
 민의 옆자리.
 하지만, 거기에는 이미 유지로 녀석이 앉아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 자리는….”
 담임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당연하게도 당황하고 있었다.
 “저는 하민 옆에 앉고 싶어요.”
 이제는 구체적이다 못해 민의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다. 너무 순간적인 일이라 민을 제외한 교실의 모두는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었지만 당사자는 잘 들었는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턱을 괬다.
 ‘리아가 어떻게 내 이름을 아는 거지? 언제 만난 적이 있었나? 아, 내 명찰을 본 건가?’
 그런 상념에 젖어있는 사이 리아는 한 걸음 한 걸음 민을 향해 걸어왔다.
 4미터, 3미터, 2미터.
 점차 가까워져 오는 리아의 얼굴에 민은 시선을 돌렸다. 이윽고 민의 앞에 서더니 뒤로 휙 하고 돌아 유지로에게 말을 건네기 시작하는 리아.
 “저기, 이 자리 저에게 양보해 줄 수 없나요?”
 “아, 으…응. 앉아.”
 유지로는 리아라는 도끼에 10번도 견디지 못하고 단방에 넘어가 버렸다. 녀석의 성격으로 보건대 다분히 의도적일 가능성이 있지만 여자에게 면역이 있는 유지로가 더듬거렸다는 점에서 확률은 줄어든다. 나중에 일이지만 민은 이때 리아가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확실히 여자의 눈물은 힘들지…. 애도를 표 하마, 유지로.’라는 말을 그저 눈빛만으로 전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유지로는 리아에게 자리를 넘겨주었고, 조회는 그렇게 끝났고, 수업시작 전 리아는 민에게 무엇인가 말을 하려던 것 같았지만 전학생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드는 학우들의 벽에 저지됐다.
 “취미가 뭐야?”
 “좋아하는 음식은?”
 “좋아하는 남성상은?”
 취미나, 음식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그러나 남성상을 물어오는 녀석의 저의는 뭘까?
게다가 녀석은 리아에게 자리를 넘겨준-빼앗긴- 유지로였다. 참고로 말해두자면 유지로는 1-3반 즉, 벽 하나 너머 옆 반에 여자친구가 버젓이 앉아있는 상태다.
 리아는 학우들의 거대한 장벽과 각종 지역방송 속에서도 자신의 본래 목적을 이루고자 입을 열었지만
 “하민, 얘기할게….”
 “뭐, 이상형이 하민이라고?”
 다분히 왜곡된 이야기가 전해졌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오보를 사죄하는 리포터가 되어버린 리아가 친구들-특히 남정네들-에게 둘러싸여 질문공세를 받는 사이 수업을 알리는 차임이 울려 퍼졌다.
 6행 6열이었던 질서정연한 교실에 두 개의 책상이 나란히 붙어 있는 게 보인다. 그건 민의 자리로 전학 첫날이었던 리아와 책을 함께 보게 됐다는 행복한 이벤트라고 해두자.
 “저기, 민?”
 “응.”
 시험 앞에 무력했던 민은 특히 약한 과목이 하나 있었다. 그게 바로 지금 수업 중인 국사였다. 그런 이유에서 칠판을 볼 생각이 들지 않았던 민은 창밖을 바라보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옆에 앉아있는 아름다운 금발소녀도 어떤 의미로든 볼 생각이 들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리아는 예쁘지만 아니, 예쁘기 때문에 얼굴을 마주 볼 수가 없었던 거다. 코앞에서 보는 것과 3미터 이상 떨어져 시선을 두는 건 마음가짐의 무장부터가 다르다. 민은 간단히 말하기에는 한없이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아무튼, 그렇게 대화를 피하고 시선을 돌리려고 내다본 창공을 가르는 한 마리 새의 위풍당당한 날개는 흡사 전투기의 웅장함 연상시켰다.
 녀석의 발에는 먹잇감 같은 게 쥐어져 있었다.
 그것의 괴이함에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봐도 그 발이 움켜쥔 건,

 ‘사람의 형상’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클리드 오라버니와….”
 “선생님, 저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아직 칠판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선생의 대답도 듣지 않고 교실에서 뛰쳐나가는 민. 잘못 본 게 아니었다면 하늘의 새는 멸종됐다고 알려진 썬더버드 보다도 컸다.
 민은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지 못하고 옥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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