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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양치기 소녀 by 거짓된안식

거짓말쟁이 소녀의 이야기?

[]
총 편수 9 / 총 관심작 수 7 / 총 추천수 0 / 총 용량 0Kbytes
  02) 양치기 소녀
0명 참여 별점
 
  46 거짓된안식[chlgksthf891]
조회 1456    추천 0   덧글 5    / 2008.01.29 20:47:48

 act 02 - 양치기 소녀

01)

 “야, 야 쟤지? 그 살인 사건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하는 애가.”
 “응? 아, 어.”
 고등학교의 점심시간. 학생에게 있어 오아시스와도 같은 시간의 한때. 그 기분 좋은 시간에 이런 잡설이 내 귀를 파고들었다. 나는 못 들은 척하고 블랙커피로 입을 축이며 남학생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쟤가 경찰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
 “뭐라고 했는데?”
 “민철이가 말해준 건데….”
 역시 학교에서 증언을 하는 게 아니었다. 경찰이라지만 무력해 터진 우리나라 경찰이 정보은폐에 능숙할 리가 없다. 이래서야 증인이 죽어 나가는 것도 예삿일이겠지.
 조금은 경찰이라는 녀석들을 믿었던 내가 한심해진다.

          &

 “이연희 양이라고 했었지?”
 “예.”
 역시 무시하고 집으로 가는 게 좋았던 걸까? 경찰과 연관돼서 좋을 일은 없다. 그게 정보를 제공하는 측이 되더라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나처럼.
 경찰은 나를 의심스런 눈초리로 바라본다. 그 눈빛은 ‘네가 범인이지?’라고 추궁하고 있는 것 같아서 볼수록 역겹다. 차라리 직접적으로 말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추잡한 눈이다. 동태눈처럼 썩어 문드러진 눈.
 “자네가 학생이다보니 경찰서로 데리고 가서 조서를 작성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우리가 왔다네.”
 형사는 친절하게 웃어 보였다. 지금까지 쏘아보던 게 언제냐는 듯 가식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형사는 그 미소로 나에게 저자세를 취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넣는다.
 하지만 내가 저자세로 들어갈 이유가 없다. 적어도 내가 범인이 아닌 수사에 도움을 주는 인간인 이상 스스로를 낮출 필요는 없다. 나는 형사에게 웃어주며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블랙커피를 집어들었다.
 “감사합니다.”
 “코코아는 이쪽이라네.”
 “알고 있어요.”
 나는 보란 듯이 커피를 목으로 넘겼다. 일순간 구겨지는 형사의 표정. 이제야 본래의 얼굴이 드러나는구나.
 “크흠.”
 하지만 본성이 드러난 건 잠시였다. 형사는 헛기침을 하고는 종이를 들어 올렸다. 내가 신고한 사건의 보고서인 걸까?
 “물어볼 게 있어서 왔다네. 그러니까….”
 “저는 어제 모두 말했던 것 같은데요. 그쪽에서도 돌아가도 좋다고 했잖아요.”
 그렇다. 나는 어젯밤 신고를 하고 모든 사정청취를 마쳤다. 귀찮아질 것 같아 그냥 가버릴 생각도 했었지만 죽어있는 사람의 가족이 불쌍해서 신고를 한 거다.
 “그게 목격자가 자네뿐이라서 말이지. 그 일대에 다른 사람은 없었나?”
 “없었어요. 단지 거기서 제가 본 건….”
 “본 건?”
 형사는 점퍼 안주머니에서 만년필을 꺼냈다. 양복에나 어울릴 법한 고급 만년필. 그러고 보니 점퍼도 유명한 상표의 물건이었다. 이 인간은 남을 깔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모양이다.
 “왜 그러지?”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런 쓰레기 같은 인간을 파악하려고 하다니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지. 이렇게 재미없는 일 따위 빨리 끝내버리고 수업을 듣는 게 몇십 배는 생산적이잖아. 아니, 어차피 수업 내용도 전부 아는 것뿐이니 비생산적인 건 마찬가지려나?
 “그래서 뭘 봤다는 거지?”
 “늑대인간요.”
 “늑대인간?”
 역시나 안 믿어 주는 눈치다. 아니 믿어 주는 인간이 머리가 이상한 거겠지.
 “지금 무슨….”
 “농담이에요, 농담. 너무 굳어 계신 것 같아서 풀어 드리려고 농담 좀 했어요.”
 나는 애써 웃어 보였다.
 “위증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인데 감당할 자신이 있나?”
 “농담이 지나치시네요.”
 “허허허.”
 형사는 한 방 먹였다는 듯 비릿한 미소를 짓고 종이컵을 들어 올려 그 액체를 머금었다. 내가 블랙커피를 마셨다는 걸 잊은 모양이다. 표정이 구겨진다.
 “그거 코코아인데요.”
 “알고 있네. 그냥 마셔보려고 했는데 너무 달군.”
 거짓말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썩은 눈알부터 진정시키고 나서 하시지. 인간은 거짓말을 할 때 특유의 버릇이 있는데. 이 인간은 그런 걸 찾아볼 필요도 없이 눈동자의 흔들림이 너무 크다.
 “그럼 아무것도 못 본 건가?”
 “제가 본 건 그냥 개 한 마리였어요.”
 “개?”
 형사는 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깍지 낀 두 손으로 턱을 받치고 나를 지긋이 바라본다. 또 나를 추궁할 생각인가?
 “개라면 무슨 견종을 말하는 거지?”
 의외로 진지하게 견종을 물어온다. 지금 내 말을 믿어 주는 걸로 봐서 사체에는 짐승들이 뜯어 먹은 흔적이 남아 있다는 거겠지. 역시 그 늑대인간… 진짜라는 건가.
 “말라뮤트하고 진돗개가 섞인 것 같았어요.”
 거짓말과 함께 솟구치는 쾌감. 아무래도 나는 죽을 때까지 거짓말이라는 마약을 끊을 수 없을 것 같다. 형사는 그 뒤로 쓸모없는 질문 몇 가지를 더하고 상담실에 나를 남겨둔 채 떠나버렸다.

 &

 “그건 그렇고 저 애 좀 바보 같지 않냐? 나 같으면 그거 핑계 대고 집에서 쉬겠다. 뭐하러 학교를 나와.”
 “비위강한 너는 그럴지 몰라도 나는 하루 종일 화장실에서 토나 해댈걸.”
 남학생 두 마리는 나를 쉬지 않고 씹었다. 학교에서는 모범생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나가고 싶어졌다. 짜증이 치솟아 오른다. 선생에게 거짓말을 하고 조퇴를 해야겠다.
 하지만 급식업체의 파업으로 선생들이 밖에서 밥을 먹기 때문에 점심시간에 선생을 만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뭐, 급식 업체가 파업을 하지 않았더라도 만나기 어려운 건 다를 바 없지만.
 내가 다니고 있는 미르고등학교는 도심지에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급식소를 확충하기에는 부지가 없다. 때문에 급식업체를 이용하고 있지만 그다지 평판이 좋지 않았다. 선생들은 월급을 받을 때 이미 급식비를 제하고 준다고 했지만 보통 때도 버리는 셈치고 나가서 밥을 사먹던 선생이 절반을 넘었다. 특히 젊은 선생들이 그랬다. 그리고 내 담임은 방년 26세의 젊은 여선생. 학교에 남아 있을 가능성은 극한으로 적었다.
 하지만 의외로 나는 운이 좋은 모양이다. 그 젊은 여선생이 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간걸 보면 말이다.
 “선생님.”
 “응? 연희구나. 무슨 일이니?”
 선생들 사이에서 내 평판은 좋다. 성적도 항상 전교 5위안에 들고 선생들의 비위를 맞추는 거짓말을 즐기는 나이기에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오늘은 그 즐거운 거짓말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날인 것 같다.
 “선생님 저 아무래도 조퇴해야 할 것 같아요.”
 “아, 그래. 선생님도 걱정하고 있었단다. 혼자갈 수 있겠니?”
 여선생은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본다. ‘얼마나 무서웠니?’라고 묻는 듯한 눈이다.
 “네.”
 이 여선생은 순진하다. 사실 좋게 말해서 순진하지 사회에서 사기당하기 쉬운 바보라고 생각한다. 본래 선생들이 사회의 무서움을 잘 알지 못 한다고들 하지만 이 선생은 특히나 더 모를 것 같다.
 “조심해서 가렴.”
 나는 그녀가 교무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는 뒤돌아 웃었다. 다른 이에게 들리지 않게 조용히.
 조퇴는 했다지만 집에 갈 생각도 없고 오늘은 조금 일찍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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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바보카레 01/29/08:53
흐음~ 점점 흥미로운걸요.
다음장이 기대됩니다. +ㅅ+/
0 아스트랄 01/30/01:43
아직은 전개중이네 \' \';
뭐, 일단 무난.
앞으로 어떻게 전개할지 기대할게.
0 RALA 01/30/04:43
재밌음.
0 청안룡 01/30/10:53
거짓말 쟁이 주인공인거군요.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크흐흥. 전설의 꾀병조퇴. 거짓조퇴라는 스킬의 사용이 인상적이군요.
0 타코군 01/30/08:41
재미있군요 ㅇ_ㅇ.. 일단 무난하고 순조로운 진행중이로군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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