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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 마녀 신디케이트 by 다알군

어처구니 없는 누명을 쓰고 학교생활의 막장Road를 향해 치닫고 있는 불우한 소년, 그리고 붕어빵과 어묵 오타쿠에다가 자신이 마녀라고 주장하는 조그마한 동급생 소녀가 벌이는 초자연적현상추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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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알군  lv 2 77% / 531 글 39 | 댓글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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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se 1x01. 누명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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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다알군[hocey]
조회 1343    추천 0   덧글 3    / 2008.02.05 03:28:22

Case 1x01. 누명

1.

방정맞게 울면서 주인의 잠을 깨우는 자명종의 머리를 내리쳐서 단죄하는 것으로 나의 아침은 시작되었다. 아침잠이 없는 편인 나는 가볍게 훌훌 털고 일어나서 창문의 커튼을 걷었다. 태양은 서서히 세상의 중심을 향해 떠오르고 있었다.

“도시락 여기 있다.”

나는 어머니가 전해주시는 도시락 통을 전해 받고는 신발을 신었다. 어머니는 뒤로 묶은 머리를 다시 정리하시면서 물으셨다.

“요즘 학교 생활하기 불편하지는 않니?”

“예, 괜찮아요.”

불편할 리 없다. 나의 신조 중 하나는 ‘조용하고 평범하게’이니 말이다. 조용하고 평범하게 지낸다면 학교생활이라는 것은 극도로 편하단 말이지요, 어머님. 게다가 벌써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두 달이 다 되어 가는데요, 뭐.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라는 인사를 남기고 나는 현관문을 열었다. 문을 여는 순간, 으악, 지각이다, 라는 여동생인 사예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는 보이지 않는 여동생을 향해서 그러게 깨울 때 일어나지, 라고 소리를 치신 뒤,

“아, 유민아. 도시락 흔들지 마라.”

라고 말씀하셨다. 고개를 끄덕임으로 긍정의 뜻을 어머니께 전한 뒤, 나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집을 나서자, 길가에는 벚꽃 잎이 흩날리고 있었다. 집 앞에 늘어선 길가 옆에 일정하게 서있는 벚꽃 나무들을 보자 나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훈훈해 지는 것을 느꼈다. 벚꽃 잎을 따라 다니며 놀고 있는 강아지들을 바라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라는 전개가 좀 이루어졌으면 좋았을 법 했지만, 어떤 봄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사람인지는 몰라도, 거리에 죄다 은행나무만 심어 놔서 가을에나 좀 볼만하지, 봄에는 영 볼만한 게 없다. 나는 한숨을 쉬며 발걸음을 학교 쪽으로 옮겼다.

고등학교 생활이 시작된 지 어느덧 두 달 가까이 되어간다. 그 말은, 중학교 때의 생활은 모두 잊고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겠노라고 다짐한 것이 두 달 가까이 되어간다는 것과도 일치한다. 확실히, 나는 중학교 때는 공부를 그다지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중학교 때와는 다르게, 나는 지금은 반드시 공부를 해야만 하는 입장이니 말이다.

그것이 중학교 때의 생활을 모두 잊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여, 고유민!”

나의 개인적인 생각의 시간을 방해하는 이 목소리는 윤호의 것이다. 나랑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고,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 같은 반인 녀석이다.

근본적으로 나쁜 녀석은 아니지만, 여자를 너무 밝혀서 문제가 되는 녀석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의 예쁜 여자애들을 다 꿰고 다니는 걸 보면 신기하긴 한데, 한명도 낚지를 못하니, 역시 여자들은 여자를 밝히는 남자를 싫어하나보다. 가만히 보면 얼굴도 그다지 못생기지 않았는데 말이다. 하긴 나도 키가 조금 큰 거 빼면 별로지, 참.

“그렇게 소리 지르지 않아도 다 들려.”

“그게 무슨 소리 지른 거라고 까칠하게 굴긴.”

윤호는 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항상 이런 식인 녀석이니, 별로 신경 쓰이진 않는다. 초등학교 때부터 있던 일이니까.

“야, 근데. 넌 언제쯤 여자 친구 만들 거냐?”

뜬금없는 윤호의 질문에 나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내뱉었다. 아니, 뜬금없이 웬 여자 친구? 게다가 이제 겨우 입학한지 두 달 밖에 안됐는데.

“두 달 밖에 라니. 두 달이면 여자 친구를 만들고도 남을 시기이지.”

도저히 긍정해 주지 못하겠다. 그건 도대체 어느 나라의 시기 계산법이냐?

“너 정도면 괜찮지 않나 싶은데. 키도 적당히 크고, 몸도 적당히 좋고. 얼굴도 그냥저냥 괜찮은데 말이지.”

“작작해라.”

“아, 하긴. 넌 인상이 좀 더럽지.”

말하는 싸가지 하고는. 하지만 사실이었기 때문에 별로 할 말은 없다. 나는 한때 양궁 선수를 꿈꾸었지만, 불의의 사고로 오른쪽 눈을 다쳐서 지금은 의안(義眼)이 오른쪽 눈을 대신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양궁의 꿈은 저 머나먼 곳으로 날려 보냈음은 물론이다. 그것이 중학교 때와 고등학교 때의 생활이 달라진 이유이다. 그리고 한창 양궁을 하던 당시에 스트링에 뺨을 다쳐서 오른쪽 뺨에 상처가 나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나를 보면 아주 인상 험악한 아이로 오해하기가 쉽다. 한쪽 눈은 정상이 아니고, 뺨에 난 상처는 마치 조직폭력배를 연상시키니, 그럴 법도 하다. 이해한다.

하지만 나는 아주 평범한 학생이란 말이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그러니 앞으로는 오해 없길 바란다, 다들.


윤호와 교실에 함께 들어온 뒤 친구들과 인사를 좀 나누려고 하는 찰나, 교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유부남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후줄근한 와이셔츠를 입은 담임이 교탁 앞으로 걸어 들어왔다. 오늘은 웬일로 이렇게 빨리 들어오셨나.

“자, 다들 자리에 앉아라.”

항상 그렇듯 지루한 조례가 시작되었다. 아무리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자 하는 나일지라도 틀에 박힌 것 같은 조례는 지루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전형적인 스타일을 그대로 베껴온 것 같은 담임은 아이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출석부로 교탁을 몇 번 두드렸다. 앞자리에 앉은 아이들이 담배냄새가 난다고 아우성치자 담임은 조용히 하라고 하면서 출석부를 폈다.

“모두들 다 왔지? 음, 중간고사가 많이 남았다고 생각이 들겠지만, 그건 기분 탓일 뿐이다. 모두들 열심히 공부하고….”

아니, 입학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중간고사? 확실히 고등학생이 되면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고 하더니.

“흠흠, 그리고 내가 오늘 오면서 말이지. 담배가 몇 개 안 남아서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려는데….”

우리 담임은 다 좋은데, 아니, 아니. 다 좋지는 않지만 아무튼 저 별거 아닌 이야기를 자꾸 늘어놓는 게 입학 후 발견한 큰 단점이다.

“…글쎄. 집에서 지갑을 안 가져왔지 뭐냐. 그래서…”

신혼 2년차라던데, 담임하고 결혼한 사람은 저 재미없는 사람이 뭐가 좋다고 결혼을 결심하게 된 걸까. 보나마나 담임하고 똑같은 사람이거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만큼이나 마음씨가 착한 그런 여자일 것이다.

담임은 억지로라도 도저히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자신의 농담이 반응이 좋지 않은 것을 깨닫고는 헛기침을 몇 번 한 뒤,

“…엣헴. 그러니까, 아무튼 공부에 매진해야 나중에 가서 성공할 수 있는 거다. 이상, 자습해라.”

역시 또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조례시간과 오전 수업시간들이 끝났다.

그리고 점심시간은 시작되었다.



“아, 오늘 기술 시간에 아주 죽는 줄 알았다.”

윤호가 점심시간이 되자 자신의 도시락 가방을 들고 내 자리 쪽으로 다가왔다. 녀석은 방금 전 기술 시간에 졸다가 ‘폭군’ 류 선생에게 걸려서 복도에 나가서 얻어맞고 온 불쌍한 중생이다. 엉덩이를 어루만지며 윤호는 계속 입을 열었다.

“아, 그 ‘폭군’ 때문에 내 엉덩이 모양 다 상하겠네.”

상하든 말든 네 엉덩이에 관심가지는 아이는 그다지 없을 것 같은데 말이지. 나는 도시락 가방을 책상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그러자 녀석은 나를 보고 무심한 녀석이라고 투덜댔다.

그런 녀석을 무시한 채 나는 도시락 뚜껑을 열고는 감탄사를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내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내 도시락 통을 바라본 윤호와 친구들 역시 감탄사를 내뱉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우와, 역시 유민이네 엄마 솜씨가 최고구만.”

“우리 엄마는 어째 매일 통조림만 따서 주는지 원.”

다른 집 어머님들에 비해 요리 솜씨가 뛰어나신 어머님의 도시락 반찬은 평소에도 다른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오늘만큼 화려한 적도 드물었던 것 같다. 아, 어머님이 요리사 출신이라는 것은 친한 친구 몇 명만이 아는 비밀이다.

언제 만드셨는지 반찬 통에는 내가 좋아하는 새우초밥과 캘리포니아 롤이 가득 담겨있었다. 반찬통에 밥들이 담겨 있으면 대체 밥통에는 뭐가 들어있는 걸까, 라는 기대감에 부푼 나는 조심스레 밥통을 열었다. 밥통에는 새우초밥이나 캘리포니아 롤 같은 퓨전일식 느낌이 풀풀 나는 음식들과 잘 어울리는 우동 국물이 들어있었다. 보온 도시락 만세 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도시락 통을 흔들지 말라고 했던 건 이것 때문이셨군요.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동 국물은 좀 심하지 않나요, 어머님.

“고유민, 나 이거 먹는다.”

아직 나도 안 먹었거든?

아이들은 너도 나도 나의 도시락에 달려들었고, 나는 그것을 사수하느라 무지 애를 써야만 했다. 하지만 이런 일상도 나쁘지는 않군, 이라고 생각하며 몇 개의 초밥과 롤을 집어 먹은 나는 친구들에게 남은 것을 나누어 주었다.



최대한 빨리 밥을 다 먹고 물을 마시러 가던 나는 뒤에서 달려오며 나의 등을 치는 윤호 덕분에 사래에 걸리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고, 윤호 역시도 내게 영광을 누리게 해 준 답례로 복부를 강타당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쿨럭, 쿨럭. 야, 아무리 그렇다고 배를 치냐?”

“아니, 애초에 그냥 부르면 되지, 왜 뛰어와서 등을 치냐고.”

윤호는 아주 뻔뻔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뭐.”

아니, 그럴 수는 없다. 이 나쁜 놈아.

“여어, 유민. 그리고 변태.”

윤호와 복도에서 티격태격하고 있는데, 뒤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문제일 정도의 목소리였다.

“아, 재윤.”

도저히 윤호 같은 녀석하고는 상종하지 않을 것만 같은 학구열 넘치게 생긴 재윤의 활기찬 목소리에 나는 기쁘게 답해주었다. 그 답변에는 빨리 와서 이 녀석 좀 떼어내라는 무언의 압력이 들어가 있었다는 사실은 역시 나만 아는 걸까? 아무 반응이 없네, 재윤 녀석.

“여, 오타쿠 아냐.”

“그런 식으로 부르지 말라니까.”

재윤은 외모 값을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확실히 공부를 잘한다는 소리다. 전교 1등 친구를 둘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거기다 잘생기기까지 했다. 운동도 잘한다. 이쯤 되면 여학생에게 인기가 많을 법도 하건만, 그는 인기가 없다. 그 이유는 윤호가 재윤을 부르는 호칭에서 찾을 수가 있다.

“오타쿠를 오타쿠라고 부르지 뭐라고 불러.”

그랬다. 그는 흔히들 말하는 오타쿠였다. 그것도 제법 중증의. 그의 집에 처음 놀러 가서 그의 방에 들어갔을 때 느낀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피규어라고 하던가? 아무튼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고무인형 비스무리한 것들이 방안에 가득하던 그 광경을 일반인인 내가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는가. 잊을 법 하다고?

초등학교 시절에 있었던 일이었는데,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느냐는 말이다.

아쉽게도 그가 오타쿠라는 사실은 중학교 때 어떤 사건을 통해서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그때부터 여자 아이들은 재윤에게 약간씩 거리를 두고 있다. 뭐, 재윤은 별로 신경 쓰고 있지 않은 것 같지만.

“그냥 이름을 부르라고.”

“싫다니까. 너도 날 항상 변태라고 부르잖아.”

“그럼 변태를 뭐라고 불러.”

“그럼 오타쿠를 뭐라고 불러. 아니, 그리고 누가 누구보고 변태라는 거야, 이 매일 미소녀만 들여다보고 사는 녀석이.”

항상 이런 식이다. 녀석들은 만나기만 하면 싸운다. 그리고 이것이 아마도 내가 그들과 친구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자, 자. 그만들 해. 만날 때 마다 싸우면 안 지겹냐?”

중재는 항상 내 몫이기 때문이다.

수돗가에서 물을 마시고 오는 길에서 까지도 나의 가장 절친한 친구 두 녀석은 일자로 쭉 뻗은 복도가 무슨 외나무다리라도 되는 양 계속 싸우고 있었다. 매일 보는 장면이지만 매일 새롭다.

“그래, 어제는 또 무슨 미소녀를 껴안고 잠자리에 드셨나?”

“시, 시끄러워. 어차피 쿠션이라고 해봤자 하나밖에 없다고.”

남들이 들으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만한 대화를 아무렇지도 않게 나누고 있는 그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리고 재윤, 보통 그런 쿠션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게 정상이라고.

“어, 야. 저거 너희 담임 아니냐?”

윤호와 티격태격하던 재윤은 교무실이 있는 복도에서 우리 쪽, 그러니까 화장실과 수돗가가 있는 반대쪽 복도로 걸어오고 있는 우리 반 담임을 가리켰다.

“그게 뭐?”

윤호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표정이 좀 이상하지 않냐?”

그 말에 나와 윤호는 멀리서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는 선생님의 얼굴에 시선을 집중했다. 평소에도 좀 수척해 보이는 얼굴을 가지고 있는 담임이어서, 신혼이니 그렇겠지 하고 있었는데, 지금 담임의 얼굴은 확실히 안색이 안 좋은 정도를 떠나서 아주 백지장이었다. 게다가 불안한 듯이 두 손을 주체를 못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뒤라도 급하신가.”

경박한 웃음을 흘리는 윤호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 재윤은 그런 그를 나무랐다.

“아무리 그래도 표현이 그게 뭐냐.”

“뭐가 어때서, 이 모범생아.”

둘은 그렇게 또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싸움보다는 담임의 얼굴에 더 관심이 있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저 정도가 아니었는데.



나는 윤호와 함께 교실에 들어서려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교실로 들어서려다가 뭔가에 부딪히는 느낌과 함께 갑자기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윽!”

“윽!”

같은 비명 소리를 내며 몸을 뒤로 뺀 나는 누가 나와 부딪혔나 확인해 보았다. 그것은 얼마 전 새로 온 수위 아저씨 겸 경비 아저씨였다.

“어이쿠, 미안해요.”

“아, 아니요. 제가 죄송하죠.”

젊고 잘생긴 외모를 가진 이번에 온 수위 아저씨는 왜 저런 젊은 나이에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다들 궁금해 하고 있는 우리 학교의 나름, 인기인이었다. 나보다 조금 더 큰 훤칠한 키에 검은 뿔테 안경이 잘 어울리는 제법 인텔리한 외모에 여자 아이들은 선생님들 보다 그를 더 좋아하고 있었다.

어쩌면 무지막지한 동안일 수도 있다, 라는 누군가의 의견이 제시되었던 적이 있는데, 그 의견이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그의 나이와 직업은 크게 어울리지 않았다.

아무튼, 그는 옆구리에 사물함 문 하나를 들고는 나를 지나서 중앙 계단 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뭐지. 저 문은.”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뭐, 누가 사물함 고쳐달라고 했나보지. 아, 근데 진짜 잘생기지 않았냐?”

그래, 그러게.

 


교실에 들어가자 아직 점심을 다 못 먹은 아이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은 대부분 여자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나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은 채로 내 자리에 앉았다. 나는 다음 시간이 담임 과목이었기 때문에, 가방을 열어 다음 시간 교과서를 꺼내려 했지만, 윤호가 내 자리 쪽으로 와서 말을 거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야, 고유민.”

귀찮게 또 와서 말을 거는구나, 너. 보나마나 별 일도 아닐 텐데.

“별일도 아니라니. 친구한테 말을 함부로 하는구나, 이놈.”

너한테만큼은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은데.

“아무튼, 저기 좀 봐라. 내가 시키는 일은 모두 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일이란다.”

나는 그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그가 가리킨 곳에는 여학생 몇 명이 모여 도시락을 먹고 있는 모습이 있었다. 아니, 이 상황에서 저 광경이 내게 무슨 뼈가 되고 살이 된다는 말이냐. 네놈의 뼈와 살을 분리해줄까?

“말 험하게 하긴. 저기 쟬 보라니까.”

나는 속는 셈 치고 한 번 더 그가 가리키는 곳을 자세히 보았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발사된 보이지 않는 선을 따라가 보니 그 곳에는, 내 앞자리의 주인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유지효. 앞서 말했다시피 내 앞자리에 앉는 애였다.

“내가 쟬 노리고 있다는 거 아니겠니.”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그가 노리고 있다고 말하는 여학생이 한 두 명이 아니었을 뿐더러, 항상 그가 노리는 여학생은 그의 수준에서 약 두 단계 혹은 그 이상 위의 단계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가 노린다고 말하는 행위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망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붙임성도 좋고 귀엽고 해서 여자애들한테도 인기가 많다고.”

붙임성도 좋고 귀여운 애가 뭐가 아쉬워서 너 같은 놈이랑, 이라는 말을 간신히 억누르고, 아, 그러세요? 라는 말로 대답한 나는 어디 한 번 자세히 볼까 하는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얼굴이 귀엽다는 건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 앞자리다 보니, 오며가며 말은 주고받지 않아도 얼굴은 익힐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흠, 그런데 거기다가 성격까지 좋다고? 말로만 들으면 대단한 인재로군.

“아, 더는 못 먹겠어.”

도시락을 남기는 모양이었다.

“뭐? 지효, 너. 도시락도 조금 싸왔잖아.”

“미안, 내가 밥을 많이 못 먹어서, 에헤.”

자세히 보니 몸집이 굉장히 작았다. 하긴, 그거야 뒷자리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었지. 처음 봤을 때는 무슨 중학생인줄 알았으니까. 저렇게 조금 먹으니까 몸집이 조그맣지, 라고 중얼거리며 나는 다시 눈을 책상으로 돌렸다.

“엉? 너 뭐라고 했냐?”

나는 입을 꾹 다문 채 책상에 엎드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하지만, 그 행위는 단 5초도 지속 될 수 없었다.

“전부, 자리에 앉아라.”

그것은 무려 15분씩이나 일찍 수업에 들어오신 담임 덕분임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오늘따라 상당히 부지런하신데?



그리고 15분 일찍 담임이 들어온 지 30분이 지난 지금 우리 반은 불타던 잔디밭에 엄청난 양의 물을 한 번에 부어 놓은 듯 조용해져 있었다. 그것은 담임이 평소 보여주지 않았던 험한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희들 빨리 자수 안 할 거냐!”

담임은 아까부터 계속 우리에게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목대에는 이미 터지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부풀어 오른 핏대가 서있었고, 얼굴은 점차 창백했던 인상을 탈피하고 ‘나 흥분했음’ 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붉은 빛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담임이 찾고 있는 것을, 단지 자신의 책상 세 번째 서랍 속에 들어있던 어떤 이라고만 말했을 뿐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담임이 무엇을 찾는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어서, 자수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최소한 어떻게 생긴 것인지 정도는 가르쳐 줘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말입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수군대면서 뭘 찾는 걸까, 범인은 누구일까, 등에 대해서 서로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대화 꽃을 피워댔다. 사실은 나도 평범한 학생이다 보니 그런 것이 궁금한 건 사실이었지만,

“야, 야. 범인이 누구일까? 응? 그리고 뭘 훔쳐 갔기에 담임이 저렇게….”

옆줄에 앉아있는 꽤나 시끄러운 나의 친구, 윤호 덕분에 그런 궁금증은 짜증으로 변화되어 사라져 갔다.

담임은 30분 내내 부서져라 두드리던 교탁에서 손을 뗐다. 교탁이 부서질까 걱정돼서인지, 자신의 손이 다칠까 걱정돼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제법 신경 거슬리게 하는 소음이 멈춰서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 모든 아이들이 나와 거의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너희들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수학여행이고 뭐고 없다!

우우. 야유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조용히 해!”

하지만 그 야유는 담임의 대갈일성에 모두 무참히 묻혀버리고 말았다. 담임의 이런 모습, 정말 파격적이다 못해 충격적인데.

“야, 담임 오늘 왜 저러냐?”

벌써 세 번째 듣고 있는 질문이다. 그것도 같은 사람에게. 나의 옆줄에 앉아 있는 윤호는 계속해서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나에게 날리고 있었다. 나도 대답 대신 주먹을 날려주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

“나라고 알 리가 없잖아.”

나는 윤호를 째려보며 말했다. 윤호는 그런 나를 보더니,

“흠, 담임 못지않게 너도 저기압이구나.”

라고 성질을 긁는 것이 아니겠는가. 누가 날 저기압으로 만들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 이윤호 씨.

“할 수 없지. 난 분명 자수를 할 기회를 충분히 주었다.”

뭘 충분히 주셨다는 겁니까? 아니, 만약 범인이 이 안에 있다고 쳐도, 이렇게 아이들이 모두 있는 데에서 어떻게 자수를 할 수 있겠습니까. 대체 뭘 찾으시기에 저렇게 서두르시나.

“모두 가방을 복도 밖에다 내다 놔라. 번호 순서대로.”

아이들은 또 다시 야유를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결국 담임이 한 말의 요점은 가방 검사를 하겠다는 소리니 말이다. 애초에 가방 검사라는 것은 보통 흡연자들이 말하기를, 밥보다도 더 좋다고 말하는 구름과자를 찾기 위한 비정기 행사 중 하나인데, 일반적으로 그 구름과자를 찾기 보다는, 어쩌다가 만화책 등을 빌려온 학생들이 만화책을 압수당하는 일이 더 많은 불합리한 행사이니, 아이들이 싫어할 만도 했다. 아니, 뭐. 그것 뿐 아니라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한 다는 생각이 더 반감을 가지게 하는 것이려나?

아무튼 나는 맨 뒷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복도로 향했다. 가방을 들고 일어나려는 순간,

“에코!”

하는 소리가 무언가가 내 가방에 부딪힘과 동시에 들렸다. 에코? 이건 또 무슨 소리지, 하고 뒤를 돌아보니, 내 앞자리 주인, 유지효가 내 가방에 부딪힌 듯 했다.

“헤헤, 미안.”

그녀는 귀엽게 웃으면서 복도로 쪼르르 나갔다. 나는 조심해서 걸으라는 말을 꺼낼 타이밍을 놓쳐 멍하니 서 있다가 한숨을 내쉬고는 복도에 가방을 내다 놓고 돌아왔다.

그리고, 몇 분 뒤. 담임은 여전히 굳어진 표정을 유지한 채 교실로 들어와서는,

“가방들 가져가라, 이상. 남은 시간 자습해라.”

라는 말을 남긴 채 바로 교실을 나가버렸다.

나와 아이들은 모두 일어나 가방을 가지러 갔다. 둘러보니 가방들의 지퍼는 모두 잠겨 있었다. 나는 나의 가방을 들고 천천히 교실로 들어왔다.

“야, 고유민.”

“응?”

윤호의 목소리에 나는 가방을 어깨에 맨 채로 몸을 홱 틀었다. 물론 주위의 상황은 보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의 나의 행동은 한 개인에게 날벼락과도 같은 효과를 발휘하고 말았다.

“꺅!”

여자 목소리. 꺅 하는 비명 소리. 가방에 무언가 부딪힌 느낌. 이 세 가지가 의미하는 것을 단숨에 파악한 나는 다시 몸을 돌려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까 내 가방에 부딪혔던 유지효가 이번에도 내가 몸을 돌리면서 본의 아니게 휘두른 가방에 얻어맞고 말았던 것이다. 나는 얼굴을 붙잡고 바닥에 주저앉은 유지효를 보고는 어찌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저 멍청하게,

“괘, 괜찮아?”

라는 말만 연거푸 내뱉을 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녀는 천천히 일어났다.

“괘, 괜찮아.”

“미, 미안. 네가 있는 줄 몰랐어.”

“아니야, 내가 너무 작아서 그렇지 뭐. 신경 쓰지 마.”

그렇게 말한 그녀는 천천히, 그리고 비틀거리며 자신의 자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 이거, 의외로 충격이 컸던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이내 걸음걸이가 평범해지는 걸 보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그녀가 무사히 자리에 앉는 걸 확인한 뒤, 나는 윤호를 노려보았다.

“혹시라도 날 부른 이유가 별 거 아닌 이유라면 난 너를 가만 두지 않을 건데, 날 부른 이유가 뭐냐?”

그러자 윤호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미안.”



“뭐야, 찾은 거야, 못 찾은 거야?”

아이들은 가방을 가져오고 나서 저마다 쌓아두었던 할 말들을 꺼내 놓느라 정신이 없었다. 물론 내 옆줄의 시끄러운 녀석 또한 할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 윤호는 쉴 새 없이 내가 듣든 말든 자신의 의견을 계속 피력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표정을 보니 못 찾은 거 같다, 그런데 왜 못 찾은 채로 그냥 나간 걸까, 역시 찾은 걸까, 범인은 누구일까… 내 정신이 다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많은 말을 혼자서 지껄이고 있는 윤호에게 나는 한 마디 했다.

“알았으니까, 좀 조용히 좀 할래?”

“뭐? 알았다고? 범인이 누구인지?”

이럴 때만큼 마이페이스 유저들이 혐오스러울 때가 없다.

종례 시간에 담임이 들어오지 않아서, 우리는 반장인 김유나를 통해서, 모두들 집으로 가라는 정보를 전달 받은 뒤 가방을 챙겼다. 뭐지, 왜 종례 시간에 까지 안 들어오는 거야.

“야, 고유민. 농구하고 가자.”

“음, 그럴까.”

거절할 이유도 없었고, 수업 막판 갑자기 심심해 졌기 때문에, 나는 긍정의 뜻이 가득 담겨있는 모호한 대답을 건넸다.

“잠깐만, 문자 한 통 보내고.”

나는 어머니에게 농구 하고 오니까 좀 늦을 것 같습니다, 라는 문자를 보내려 핸드폰을 꺼냈다. 아, 역시 낡았어, 라는 생각을 하려던 찰나, 문자가 한 통 와있는 것을 발견했다. 문자를 확인한 나는 윤호에게 한마디 말을 건넸다.

“미안, 오늘 농구 못할 거 같다.”

어, 왜? 오늘에야 말로 이겨주려고 했는데, 쳇, 그래, 먼저 간다, 라는 말을 남기고 교실 밖으로 사라지는 윤호를 확인하고, 교실에 나밖에 남아있지 않음을 확인한 나는, 다시 한 번 문자를 확인해 보았다. 아까 본 것과 다르지 않았다.

‘나는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다, 방과 후에 교무실로 와라. -담임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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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알군  lv 2 77% / 531 글 39 | 댓글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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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파란여우비 02/05/03:36
연재 열심히하세요!!
4 maestro 02/05/05:53
우후후.. 지효라는 여학생 때문인가요?? 혹시? 무섭군요..
21 self 07/19/09:35
이건....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의 작가 타나가와 나가루 작가분의 필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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