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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앵글[triangle] by 베르베르땅콩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인류를 구원할 -마력(魔力) 인류를 위협하는 정체불명의 생물 -비바스바트(Vivasvat) 인류를 지키고자 만들어진 로봇 -기간테스(Gigantes) 세상의 중심을 이룬 트라이앵글 속에 지금 한 소년이 참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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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베르베르땅콩[m0666]
조회 747    추천 0   덧글 0    / 2008.02.09 19:29:02

“큰 걱정할 필요가 없어 다행이군.”

“그렇군요.”

비서가 타준 커피를 마시며 7전대 사령관 박명석은 그레이스의 설명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파일럿과 예비생, 훈련생의 카운슬링을 담당하는 그녀의 실력은 이미 국외에서 널리 알려졌기에 의심하지 않는다.

“그나저나 민영양이 천호군을 끌어들이도록 했으면 했는데 반대로 천호군이 민영양을 보살펴 주는 형국이라니.”

“처음부터 비바스바트를 찬양하고 기간테스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천호군이야 말로 민양양에겐 가장 편한 상대겠죠. 덕분에 세희양과의 모의전 패배 영향도 생각보다 작았습니다.”

“다행이군.”

“그렇다고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본인은 깨닫지 못하나,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프라이드가 강한 그녀에게 모의전의 패배.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은 세희양에게의 패배였으니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력보유자도 중요하지만 실력 높은 파일럿도 중요해. 앞으로도 신경 써주게.”

“알겠습니다.”

“좋아. 아! 왕언니도 뭔가 할 말이 있다 하지 않았나?”

“사령관님까지 저를 그렇게 부릅니까?”

“낙담하지 말게. 대세를 따른 것뿐이니까.”

“……연습기 배터리 충전에 관한 천호군의 데이터입니다.”

이미 왕언니라는 이름이 굳어진 현실에 낙담하며 그레이스와 명석사령관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연습기 정비반장이 서류 몇 장 내밀었다. 그것을 확인한 명석사령관은 깊은 감탄사를 쏟아냈다.

“굉장하군. AA급이지만 거의 송노인의 AAA급에 근접한 수치 아닌가?”

“예. 감정의 영향을 받아 랭크가 변하는 폭발형답지 않게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있습니다. 감정과 상관없이 일정한 랭크를 보이는 지속형보다 본래 한 랭크 떨어뜨린 관례가 없다면 당장 AAA급을 주어도 상관없을 수치입니다.”

“그리고 한국마력자원관리부의 압력은 더 강해지겠지.”

명석사령관의 말에 그레이스와 왕언니가 한숨을 쉬었다.

「조」단위의 국가예산을 줄일 수 있는 마력보유자의 가치는 매우 크다. 처음 천호를 발견한 곳이 7전대이고 안전 문제로 넘기지 않음을 한국정부는 매우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AA급인 천호가 최고로 높아졌을 때 AAA급에 달한단 사실을 알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데려갈 것이다. AAA급이라면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위험합니다.”

“……이것은 비밀이요.”

“당연합니다.”

“모든 건 천호군의 안전을 위한 거니까.”

“정의는 우리에게 있습니다.”

악의 결사대처럼 음침한 목소리에 간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마력보유자가 주는 혜택은 굉장해 정부나 UN은 물론이요, 각종 시민단체까지 주의 깊게 바라봐 인권이나 기타 비인간적인 행동은 전혀 없다 말해도 좋다. 결국, 어디를 가든지 그만한 혜택과 안전, 인권이 보장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천호의 안전을 핑계로 내주지 않은 이유엔 기간테스의 마력로를 그가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적지 않았다.

“그나저나 일본에서 돌아온 수진양의 보고에 의하면 그쪽 꽤 난감한 상황이라 하던데.”

“랭크는 높지 않지만 자잘한 비바스바트 때문에 손이 모자란다 하더군요.”

“일본엔 3기의 기간테스가 있던가?”

“예. 마력보유자의 숫자는 우리보다 많지만 대부분 지속형이며 낮은 랭크입니다. 기간테스에 탑승할 만큼의 높은 랭크, 특히 폭발형이 없는 것이 문제겠죠.”

“우리보다 넓은 해안을 가졌음에도 기간테스는 고작 3기라니 그쪽도 피곤하겠어.”

“언젠가 우리 측에 도움을 요청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은 싫은데.”

“일본이 아닌 UN산하 13전대의 요청일 것입니다만.”

외국인인 그레이스에게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감정은 미지의 그것일 수밖에 없다. 당연히 얼굴을 찌푸리는 명석사령관에 주의를 준 다음 ‘탁탁’ 퇴출하고자 서류를 정리해나갔다. 그때였다. 화사한 빛을 뿜어대는 공간에 돌연 붉은빛이 가득해졌다. 동시에 소름 돋을 경고음이 울린다.

“이것은!”

당황한 명석사령관을 시작으로 근처에 있던 모든 이들이 창백하게 굳어졌다.

“빨라.”

자동문이 열리자마자 몸을 날린 그는 엘리베이터가 내려올 시간도 아까워 황급히 계단 쪽으로 내달렸다.

“너무 빨라!”

긴장감을 숨기지 못한 그의 목소리가 경고음에 뒤섞여 다급함을 보여주었다.






‘제가 사죄드립니다.’

‘아니네. 자네의 잘못이 아니야.’

눈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선생님과 학생. 위로해주는 학생에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선생님의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다만, 그 사이에 흐르는 공간은 차갑기 그지없다. 반사적으로 책을 넘기는 둘은 등허리에서 흐르는 식은땀에 한기를 느꼈다.

“오늘도 수업에 나오다니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군.”

“…….”

“뭐야? 실력 떨어진 파일럿의 이야기 따위는 이제 듣지 않겠다는 뜻이야?”

“시끄럽습니다.”

“호! 이제 말문이 열렸나 보네?”

날카롭게 바라보는 민영과 시종일관 무시로 나아가는 세희. 둘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에 천호는 처음으로 수업거부를 생각했다. 속이 다 쓰리네. 며칠이나 계속되는 분위기에 슬슬 위가 걱정되었다.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중년의 선생님은 은근슬쩍 위장약을 삼켰다.

‘그거 효과가 좋습니까?’

‘하나 주랴?’

‘감사합니다.’

끈끈한 정이 담긴 손길에 천호는 벅차오르는 감격을 느낀다. 물론 이런 감격보단 느긋한 공기가 절실히 필요하다. 슬슬 지쳤으니까.

왜 이렇게 되었지? 천호는 과거를 떠올렸다.

시작은 케이크를 굽고자 중노동을 한 다음 날, 변함없이 준비를 끝낸 후 교실에 들어서자 예상치 못한 이가 있었다. 둘밖에 없던 교실에 또 한 명의 학생이 등장한 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이세희.

천호는 과거 그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주로 주먹으로) 연습기를 탄 모의전에서 당한 후엔 그런 생각을 떨어냈다. 모의전을 핑계로 민영에게 모든 걸 걸었고, 그리고 졌다. 그것으로 끝이다. 천호에겐 이미 악감정은 없었다.

문제는 천호와 달리 민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음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다. 질리지도 않게 공격하는 민영과 철저하게 방어하는 세희의 관계는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고 지금까지 이어졌다. 듣자하니 평소엔 다른 파일럿이 둘 사이를 중재해 준다 했는데 그들이 모두 남부지방으로 내려가 있어 희망은 존재하지 않았다. 천호는 깊어진 한숨을 동반하며 책상에 쓰러졌다.

그 순간 경고음이 울렸다.

비~~~~잉.

고전적이지만 과거나 현재, 미래까지 섬뜩하게 들릴 경고음에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경고음은 학교에서만 들리지 않았다. 섬 전체에서 울린 경고음에 복도가 시끄럽다.

“이것은 비바스바트 발견 경고음?”

“비바스바트 처리한 지가 언제인데 왜 벌써?”

민영은 물론이요, 평소에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세희까지 당황한 듯 소리쳤다. 그런 상황에 둘의 관심을 풀어줄 방송이 나왔다.

『3급 경고입니다. 관계자는 모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십시오. 다시 말합니다. 3급 경고입니다…….』

“3급 경고?”

“3급이면 한국으로 오는 비바스바트 발견이야. 처음이네. 이렇게 연달아 비바스바트가 온 적은 없는데. 뭐 좋아! 넌 빨리 사령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그쪽은 만약을 대비해 요새화되니 제일 안전해.”

“넌?”

“무슨 소리야? 난 기간테스의 파일럿이잖아. 넌 이곳에서 나의 화려한 솜씨를 구경이나 해.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활약상을 보여줄 테니까.”

자랑스럽게 가슴을 내민 민영의 모습에 천호는 그제야 이곳이 7전대라는 것을 새삼 이해했다. 겉으론 평온하게 보이나 이곳은 끝나지 않은 전장의 최전선이었던 것이다. 잠시 말문을 닫은 천호의 뜻을 이해했다는 듯 민영은 짙은 미소를 만들었다.

“음~♡ 왜 걱정돼? 그렇게 걱정되면 너도 기간테스를 타.”

“확실히 걱정되지 않는다 말하면 거짓이겠지. 하지만, 그것은 그것이고 이것은 이것. 잊었어? 난 비바스바트의 팬이야.”

“……너 묘한 곳에서 완고하다.”

“대쪽 같은 성격이라 해줘.”

“늦다.”

허탈한 표정 짓는 민영과 팔짱낀 천호에게 세희가 끼어들었다. 그에 당황한 민영은 황급히 복도를 내달렸다. 그런데 민영을 보낸 세희는 문뜩 천호를 바라보았다. 그리다 돌연 꾸벅 고개를 숙이곤 무슨 의도인지 깨닫기 전에 민영의 뒤를 따랐다.

“수업은 이제 끝인가. 오늘 처음으로 비바스바트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군.”

잠시 그녀가 무슨 의도로 고개를 숙였는지 의아해할 때 수업을 하던 선생님은 슬쩍 아랫배를 문질렀다. 민영과 세희의 신경전에 해방된 것이 매우 만족스러웠나, 뒷정리를 하며 교실을 빠져나가는 그의 발걸음은 조금이지만 경쾌해 보였다.

그 뒤를 따라 교실 밖으로 나온 천호는 마침 기지로 가려는 화물차가 있어 냉큼 올라탔다.

“확실히 전장인가?”

조금 전까지 평화로웠던 섬 전체에 긴장감이 흐른다.





“현재 비바스바트의 위치는 울릉도에서 동쪽으로 80킬로미터 떨어진 장소. 시속 50킬로미터로 이쪽을 향해 오고 있습니다.”

“시속 50킬로미터라.”

“목표 상공의 초계기가 영상을 보냅니다.”

오퍼레이터의 외침으로 전면 메인스크린에 노이즈가 섞인 영상이 떴다.

“공?”

누군가의 감상 편에 모두가 동의한다.

파란색 바다가 대부분을 차지한 영상의 중심, 스치듯 해수면을 백색 구체의 괴물체가 스치듯 날고 있었다. 파도를 가르는 모습은 상쾌할 정도였지만 그 대상이 싸워야 하는 존재였기에 긴장감이 높아진다.

“영상의 해석 결과는?”

“정보가 부족합니다. 단지 대상의 형태 등을 보아 최하 B급 이상이라 추정됩니다.”

“B급이라. 격납고의 보고는?”

“4호기 핑크팬더. 9호기 레드스타 모두 출격 가능. 다만, 이번 비바스바트의 출연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준비에 시간이 걸린답니다.

“준비 시간은?”

“1시간입니다.”

“최대한 빨리 부탁한다고 전해라. 파견된 기간테스들에겐?”

“출격할 수 있다는 연락은 왔지만 시간상 무리입니다.”

“그런가.”

오퍼레이터의 신속한 보고에 명석사령관은 팔짱을 끼곤 잠시 생각에 잠기다 단호하게 외쳤다.

“총원 제 일종 전투태세! 기간테스의 발진을 서둘러라! 비바스바트가 상륙할 예상지점을 산출하여 정부에 대피명령을 부탁한다!”

사령실의 중앙을 차지한 위치에서 그가 외치자 오퍼레이터들의 목소리와 손놀림이 빨라졌다. 비바스바트의 상륙까진 시간이 있지만 상륙하기 전에 기간테스를 보내 저지하려면 빠듯한 상황. 기지 내부의 격벽이 내려지며 요새화 시키는 한편으로 기간테스 출격을 위해 사람들은 부산하게 움직여 나갔다. 경험이 쌓였기 때문인지 모두 능숙하다.

그러나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임을 증명하듯 불화음이 끼어들었다.

“9호기가 못 움직이다니 무슨 소린가!”

“그것이, 기체나 파일럿은 준비된 상황이지만.”

“이지만?”

“마력로를 담당할 형문군이…….”

“아!”

조금 늦게 사령실로 들어온 그레이스의 보고에 아차! 했다는 듯 명석사령관은 입맛을 다셨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민영과 세희의 모의전에서 한 명 입원한 이가 있었다는 것을. 다친 몸으로 기간테스에 밀어 넣을 수는 없다.

“……할 수 없지. 일단 4호기만이라도 출격시켜라.”

“저기, 천호군에게 부탁하면 안 될까요?”

“스스로 거부한 그가 기간테스를 타겠나?”

“하지만.”

그레이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명석사령관은 고개를 흔들었다. 억지로 천호를 태운다는 선택도 있지만 그렇게 했다간 한국마력자원관리부부터 시작해 엄청난 압력이 들어올 것이다. 거기다 설사 강제로 태운다 해도 마력공급은 결국 천호의 몫이니 그가 마력을 공급하지 않으면 그만이지 않은가.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최악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다. 그것을 그레이스도 알고 있으나 의료를 담당하는 이로써 9호기가 멈춘 것에 책임을 느낀 그녀는 미련이 남아 보였다.

“……그럼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의견을 묻는 수준으로 이야기해보게.”

“알겠습니다!”

안쓰러워 우회하는 방향으로 동의하자 그레이스는 평소 하지 않았던 경례까지 하며 문을 나섰다.

‘내가 좀 무르지?’

‘예.’

우연히 시선이 맞추진 오퍼레이터의 눈빛에 멋쩍은 명석사령관은 급히 딴청을 부렸다.

“4호기의 발진 준비를 최대한 서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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