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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앵글[triangle] by 베르베르땅콩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인류를 구원할 -마력(魔力) 인류를 위협하는 정체불명의 생물 -비바스바트(Vivasvat) 인류를 지키고자 만들어진 로봇 -기간테스(Gigantes) 세상의 중심을 이룬 트라이앵글 속에 지금 한 소년이 참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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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베르베르땅콩[m0666]
조회 1026    추천 0   덧글 0    / 2008.02.10 15:04:53

천호 덕분에 한바탕 소란이 있었지만 그것이 가라앉을 때쯤 어찌어찌 시간에 맞게 준비가 되었다. 조금 긴장할까. 2번째 들어온 공간에서 천호는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심장박동수가 늘어났습니다. 간장을 풀어주십시오.』

“말은 쉽지.”

첫인상이 좋지 않은 관계로 세희의 통신에 천호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첫 실전. 훈련도 하지 않은 당신에겐 무리한 주문이라 알고 있으니 예의상 한 말입니다.』

‘말 좀 곱게 하면 안 되나?’

당연한 사실인데도 직접 저런 소리를 듣자니 밸이 꼬인다. 이제 와 내릴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 원통한 천호였다.

사실 처음 이 장소에 왔을 땐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던지라 기억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따지고 보면 지금 이 순간이 첫 실전.

인류를 위한다거나 기간테스를 탄 존재로서 자부심을 가지자……따윈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는다. 다만, 비바스바트를 물러나게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신념을 위해 한 발짝 내디뎠음을 확인할 뿐이다. 확실히 긴장한 마음은 좋지 않아. 의자에 달린 구체에 손을 가져가 조작하자 사방을 가득 메운 스크린 너머로 바삐 움직이는 정비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모습에 천호는 조금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다. 그때 세희의 통신이 들어왔다.

『하나 물어봐도 좋겠습니까?』

“응?”

별일이네? 의아한 표정을 만들면서도 천호는 의리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뭘 말인데?”

『정말 비바스바트를 좋아하십니까?』

“응.”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천호에게 통신 너머의 세희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서.

『레스스타. 발진준비를 시작합니다. 마력전환 프로그램, 스타트!』

『전원부 연결합니다.』

『접촉 문제없습니다.』

『최종 안전장치 해제.』

부웅~!

관제탑의 통신에 따라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모니터에는 복잡한 그래프와 수치들이 춤을 춘다.

『마력, 전력전환 스타트.』

드디어 시작인가. 천호는 연습기의 배터리 충전할 때와 같은 감각으로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러자 천호의 머리카락이 검은 오라를 풍기며 허공에 떠오르는 순간, 기간테스는 무기물 덩어리에서 생명을 가진 존재로 탈바꿈했다.

휭휭휘휭~!

AA랭크의 거대한 마력이 마력로를 가동시키자 엄청난 전력이 구석구석 기간테스의 몸을 달구었다. 그 넘치는 힘은 기간테스를 넘어 고정된 수십 개의 프로펠러에 이르러 강력한 힘을 뿜어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기듯이 움직이던 프로펠러가 몇 번의 회전 끝, 최고속도에 이르자 엄청난 흙먼지를 일으키며 주변을 소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둥실~ 허공에 떠오르는 감각을 천호는 느꼈다. 수백 톤이 넘는 거구가 허공에 떠오른 것이다. 현대문명이 이만큼 발전했나? 천호는 정말 순수하게 감탄사를 터트렸다.

『발진준비 완료. 레드스타 발진해 주십시오.』

『전 당신이 싫습니다.』

“응?”

『레드스타. 발진합니다.』

관제탑의 통신 중 세희의 것이라 추정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해 천호가 눈살을 찌푸린 사이 잘못 들었다는 듯 무감각한 그녀의 외침에 그 웅장한 덩치가 서서히 속도를 높여나갔다.

부우웅~!

그 뒤를 민영의 핑크팬더가 따랐고 수십 척의 헬기들이 호위하듯 둘러쌓다.

“힘내라!”

“파이팅!”

“몸조심해라!”

지상에선 경비원들과 사무직원들이 일제히 손을 흔든다. 전장으로 가는 이들에게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응원이다. 그들의 응원대상엔 조금 전 트러블을 일으킨 천호까지 끼어 있었다. 전장에 가는 이상 미워할 대상은 없고 오로지 무사히 돌아오라 기원할 대상밖에 없으니까.

많은 시민이 그 웅장한 행렬을 발견하곤 모두 한마음으로 빌었다.

이번에도 무사히 지나가길.




“총원 전투준비!”

“총원 전투준비. 갑판의 인원은 모두 함 내로 돌아오기 바랍니다.”

“메뉴얼에 따라 행동한다. 대함미사일 발사준비.”

“대함 미사일 발사준비 완료.”

“갑판의 인원이 모두 대피함을 확인 후 1번에서 4번까지 발사!”

“갑판의 인원 모두 대파함을 확인. 대함 미사일 발사!”

“미사일 발사 확인 후 반전, 그리고 전속전진!”

함장의 명령에 오퍼레이터가 버튼을 누르자 새하얀 연기를 뿜어대며 4개의 빛줄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그 빛줄기를 확인하지 않고 거대한 구축함은 방향을 바꾼 후 물보라를 휘날리며 전력으로 내달렸다. 그 사이 하늘로 치솟은 4개의 빛줄기는 아슬아슬하게 수면으로 날아가다 목표를 발전하곤 수직으로 치솟아 직각으로 떨어졌다.

콰콰쾅!

레이더를 이용해 완벽히 명중된 빛줄기가 엄청난 화염과 폭음을 일으켰다. 아마 거대한 군함이라 해도 심각한 타격 입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함미사일을 발사한 구축함의 승무원 중 자신들의 공격이 성공할 것이라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피어오른 분진 사이로 목표는 상처하나 없었다.

“대함미사일은 아무런 효과를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더미(dummy) 발사!”

“더미 발사!”

함장의 외침에 전력으로 도망가는 구축함 한쪽에서 커다란 뭉치가 떨어져 나갔다. 그 뭉치는 구축함이 어느 정도 떨어지자 이내 급속하게 팽창해 사각형의 거대한 형상을 만들었다. 고무로 만든 풍선이었다. 그것의 등장으로 이제까지 묵묵히 전진하던 기묘한 구체는 조금 속도를 줄이다 몸체 일부를 늘어뜨려 고무로 만든 풍선을 후려쳤다.

펑!

당연히 고무로 만든 상태이니 그 일격을 버티지 못한 풍선은 큰 소리와 함께 터졌고 구체 일부가 바다까지 후려쳐 거대한 물보라가 하늘로 치솟았다.

“데이터 확보 완료. 철퇴다!”

함장의 말에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들의 목적은 이번에 등장한 비바스바트를 공격해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기존 병기가 전혀 통하지 않은 비바스바트에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의 임무가 쉽지만은 않다. 데이터 확보가 그들의 임무이니 그것을 얻을 때까진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반복해 목숨이 위협받을 확률은 대단히 높다. 한번으로 데이터를 확보한 지금은 운이 좋은 일. 함장의 말에 모두 좋아하는 모습엔 그런 이유가 있었다.

“7전대를 레이더에 포착. 작전준비지역에 들어섰습니다.”

“좋아. 확보한 데이터를 전송해라. 그리고 모두 수고했다.”

“수고하셨습니다. 함장!”

위험한 임무를 훌륭하게 완수했다는 것에 모두의 얼굴엔 기쁨이 감돈다. 그러는 사이 거대한 구체는 고무로 만든 풍선이 허무하게 사라지자 흥미를 잃었다는 듯 다시 목표를 향해 속도를 높였다.
 



두두두두두두!!!

소금기 먹은 바람이 하늘거린 정오.

대피령이 내려진 뒤, 대기 중인 군 병력이 주변을 완벽히 장악해 군화소리가 요란한 해변에서 수십 척의 헬기가 차례차례 착륙했다. 그리고 가장 넓은 공간에 수백 톤의 주인공이 요란한 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였다.

쿵!!

쿵!!

두기의 기간테스가 착륙하자 헬기에서 내린 스태프들이 가지고 온 장비들을 준비하며 내지른 소리에 해변은 시장처럼 붐벼나간다. 다만,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숨겨진 긴장감도 높아져 숨이 막힐 지경이다. 모두가 1시간 뒤 등장할 비바스바트를 상대한다는 것에 심장박동이 폭주했다.

그런 그들에게 유일한 위안거리라 한다면 7전대에 미녀들이 많다는 점이다.

“어서 오십시오. 박장수 중령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7전대 소속 임시 야전 지휘관 백민진이라 합니다.”

늘씬한 미녀가 손을 내밀자 박중령은 붉어진 얼굴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주변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사병들은 내심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때문에 그들은 다른 미녀를 찾아 시선을 두리번거렸다.

“이야! 정말 미녀들이 많은데?”

“방송이나 언론에 부드러운 이미지를 심고자 그쪽으로 뽑았다더라. 물론 초 엘리트들이라 실력은 의심할 필요 없고,”

“그나저나 7전대 일로 출동은 처음인데 파일럿이 안 보이네.”

“아! 파일럿들은 기간테스 안에 있어. 작전 중에는 기간테스 밖으로 나오지 않아.”

“응? 그럼 이 많은 사인지는 어떻게 하고! 파일럿을 볼 수 있다는 일념에 박박 사들였는데.”

“파일럿은 철저하게 보호되는데 얼어 죽을 무슨 사인이냐? 설사 그런 기회가 있다 하더라도 이등병인 우리 차례까지 오긴 하겠냐.”

“……그럼 직접 파일럿을 볼 수 있는 자는 없나?”

“기간테스의 마력로를 담당하는 마력보유자라면 아예 대화를 나누고 있을걸.”

“마력보유자라. 엄청나게 돈 벌고 빵빵한 국가지원, 톱스타 부럽지 않은 파일럿과 친근하게 지낼 수 있다니 그들이 부럽구먼.”

“부러운 일이야.”

이등병 A의 말에 침울한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이등병 B. 군복의 특성 때문인지 유달리 바닷바람이 차가웠다.

하지만, 현실을 보지 않았기에 병사들의 환상은 소중하게 보관되었다.

“피곤하군.”

병사들의 부러움 받는 대상이 되었음을 꿈에도 모르는 천호는 지친 듯 쓰러졌다.

『무례하네!』

“뭐가 무례하다는 거야! 이곳까지 오는 2시간 내내 쉬지 않고 너의 이야기를 듣는 내 처지를 생각해봐.”

『그런 소리나 하니까 무례하단 말을 듣는 거야. 너 여자 친구 없지?』

“……실로 사람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존재일세.”

『그럴 줄 알았어.』

천호의 퉁명스런 반응에 눈을 반짝이는 민영, 왠지 파이팅 포즈까지 취한다.

“그나저나 도착했으니 빨리 공격하는 것 아니었어? 왜 기다리고 있지?”

『그야 기간테스는 수중전용이 아니니까. 기본적으로 격투를 중심으로 하는 기간테스에 물은 천적. 거기다 무게가 무게니까 수중에서 원활하게 움직이기 위한 장비를 만드느니 비바스바트가 상륙하기를 기다리는 쪽이 나아.』

“그도 그렇겠군.”

민영의 수다에 질린 천호는 빨리 비바스바트를 상대한단 선택권에 희망을 걸었지만 그것도 사라져 버렸다. 급하게 결정되었기에 통신하는 방법조차 몰라 고스란히 민영의 얼굴을 볼 수밖에 없는 현실. 깊은 한숨이 쏟아진다. 그때 천호의 시선에 점등하는 신호가 있었다. 무심결에 그곳으로 손가락을 가져가자 경쾌한 소리와 함께 처음 보는 미녀가 나타났다.

『당신이 천호군?』

“예. 그렇습니다만?”

『처음 뵙겠습니다. 전 야전 지휘관인 백민진이라 합니다. 한시적으로 기간테스의 지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아? 예. 반갑습니다.”

『사정은 사령관님에게 들었습니다. 민간인의 신분으로 협력, 매우 감사합니다. 이곳에 파견된 7전대 소속인원은 당신을 환영합니다. 작전은 지금으로부터 35분 후 시작됩니다. 혹시 작전에 대해 알고 싶습니까?』

“아뇨, 어차피 제가 알아야 할 필요성은 없으니 넘어가겠습니다. 다만, 제가 내건 조건이나 잘 이행해 주십시오.”

『숙지했습니다. 당신의 조건은 충분히 작전에 전달될 것이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민영,』

『예!』

『사적인 통신은 줄이도록 하라.』

『알았습니다!』

딱딱한 말투를 사용했지만 예의 바른 미녀구나. 천호는 백민진의 첫인상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그런데 문뜩 지금까지 수다를 떨던 민영이 조용함을 깨달았다. 통신은 계속 연결된 상태인데. 의문이 들어 바라본 그녀의 영상은 모니터임에도 부들부들 한기가 느껴졌다.

“너 괜찮아?”

『너야말로 대단하다. 그 무서운 도깨비 앞에서 할 말을 다하다니. 역시 무지는 무서운가.』

민영은 아직도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딱히 무서운 사람 같지는 않던데.”

『외모에 속지 않는 게 좋아. 본래 야전 지휘관이 자리를 비웠기에 임시로 앉은 것뿐이고 사실은 교관이 주 임무니까. 별명은 도깨비, 혹은 귀신. 사정 따윈 봐주지 않고 일직선으로 깔아뭉개는 존재라고.』

“그런 거야?”

『그런 거야.』

단단히 당한 기억이 있는지 민영의 결사적인 부정에 천호는 조금 불안해졌다. 그런 천호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민영. 그러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기운 빠지네.』

그 한숨을 시작으로 돌연 침묵이 찾아왔다. 어색한 분위기가 계속되자 난처한 것은 천호다. 통신이라도 끊고 싶은데 어떻게 꺼야 하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민영이 보지 않은 사각에서 그럴듯한 스위치를 이리저리 눌러보는 중, 처음으로 기운 빠진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부럽다.』

“?”

『그리 당당하게 자신의 신념에 생명을 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부러워.』

“네가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냐!”

그녀에게 당당하다 못해 뻔뻔하기까지 한 인상을 받고 있던 천호는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본래라면 버럭 화를 내야 할 그녀가 왠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원해서 당당해진 것이 아니니까. 생명을 걸 수 있을 만큼의 신념 따윈 없어.』

무섭다. 그리고 무겁다. 민영의 변화에 천호는 엉덩이가 따가웠다. 차라리 조금 전 수다가 좋았을 정도다. 어떻게든 지금의 분위기를 풀고 싶은데 경험이 부족한지라 손가락을 물어뜯다 문뜩 친구의 조언이 떠올랐다.

-난감할 땐 떠넘기기가 최고다!-

실로 후세까지 남겨야 할 명언이다. 천호는 그 말을 즉각 실천했다.

“심심해. 이야기나 해줘.”

『뭐?』

“심심하다고. 비바스바트가 올 때까지 멀뚱멀뚱 기다려야 하는데 처음 출격하는 아마추어로선 매우 떨린다고. 선배는 긴장을 풀어줄 의무가 있다 생각하는데.”

『너…….』

민영은 화면 너머에서 머리가 아프다는 듯 흔들었다. 물론 분위기 반전용인지라 천호는 딱히 그녀의 반응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조금 가벼워진 침묵의 뒤, 예상외로 시선을 돌린 민영이 이야기를 꺼냈다.

『내 친구 이야기인데 그 친구의 집, 이라기보다 가문은 꽤 잘사는 곳이야. 힘이 있고 예전부터 존재한 가문이라 거느린 권력도 매우 강해. 하지만, 친구와 그 언니는 꽤 복잡한 신분이라 물질적으론 풍족했지만 구박받으며 자랐어. 넌 필요 없는 아이라고 말이야. 그 반발심에 친구는 스스로 당당하게 행동했어. 강하게 행동했어. 스스로 옳다 외쳤어. 그것이 유일하게 자신을 지킬 신념이라 생각했으니까. 그럼에도, 인정해주지 않자 결국 친구는 가출했지. 사실 말이 가출이지 도망친 거야. 그리고 도망친 그곳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자리를 운 좋게 손에 넣었다더군. 자신이 도망쳤다는 과거에 변명할 수 있는 자리를. 그럼에도, 친구의 마음 한구석엔 혹시 자신은 필요 없는 아이가 아닐까 늘 걱정하고 있어. 그런 친구를 옆에서 본 나로서는 그렇기에 네가 부러워. 자신의 신념에 늘 불안함을 가진 친구와 달리 단 한 점 망설임 없이 당당히 목숨을 건다, 외칠 수 있는 네가. 아마 그 친구가 널 보면 눈부셔 얼굴조차 들지 못할 거야.』

“…….”

『뭐,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

“정말 재미없는 이야기네.”

『너!』

“뭐가 그리 복잡해? 빙빙 돌리지만 한마디로 자신을 구박하던 이에게 귀싸대기를 날리고 싶은데 못하니 뒷맛이 쓰다는 소리잖아.”

『……저기 말이야. 어떻게 하면 그런 결론이 나오는 거야?』

“말이 그렇잖아. 거기다 그 친구는 참 꿀꿀하네. 구박했던 이들이 필요 없는 아이라 말했기에 불안하다? 참나, 아이에게 필요 운운하는 놈들 따위에 뭐 그리 구애받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 그들이 필요 없는 아이라 말했다면 친구 쪽에서 그들을 버리라고 해. 그리고 자신을 필요로 해주는 이를 찾으면 되잖아. 세계의 인구는 수십억이야. 그 수십억 중 고작 몇몇 이들이 필요 없는 아이라 말했다 늘 불안하다니 정말 피곤한 성격이군.”

『……그런 걸까?』

왠지 어깨를 떠는 민영을 눈치 채지 못한 천호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다.”

『그럼……내 친구를 필요로 해줄 사람 중엔 너도 포함돼?』

“나는 빼줘. 남자를 필요로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여자야!』

“여자라고 미리 말을 하지 성질은. 여자라면 소개해줘 봐. 예쁘면 생각해 볼 테니.”

『킥!』

천호의 말에 민영은 숨길 수 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그녀에 고개를 갸웃거린 천호는 크게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네 친구를 나와 비교하며 부러워할 필요는 없어. 나의 행동은 스스로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허리를 굽히지 않은 민폐일 뿐이니까.”

『?』

“왜 그런 표정을 만드는데?”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행동을 냉철히 비판하자 고개를 숙이던 민영은 뜻밖이라는 듯 시선을 두었다.

『자신이 옳다 생각하는 게 당연하잖아.』

“뭐 이쪽도 사정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그럼 그 사정을 말해 줬으면 하는데.』

“왜 내가 너에게 그런 사정까지 말해줘야 하지?”

귀찮은 주제가 나올 것 같아 단호하게 끊어버린 천호에게 민영은 어두워진 분위기를 한순간 털어내곤 본래의 모습을 찾았다.

『구두쇠.』

“왜 내가 구두쇠인데?”

『둔탱이.』

“……시비를 거십니까?”

『뭐 긴장은 풀린 것 같으니 이제 그만하자.』

“?”

통신을 끊은 민영에 천호는 한동안 어두워진 화면을 노려보았다. 이제까지의 이야기가 모두 자신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함이었다고?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자신이 바보 같다. 뭐 확실히 긴장은 풀어진 것 같기는 한데.

“나중에 고맙다, 초콜릿 케이크라도 만들어야 하나?”

묘하게 도움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안 된 것 같기도 해 천호는 돌아가 그녀에게 어떤 보답을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초콜릿 케이크란 폭탄 투하에 체중계를 붙잡고 절규하는 한 마리 짐승이 눈에 떠오르지만……신경 쓰면 지는 거다.

그때 공간 전체가 붉게 점등되며 경고가 울렸다.

『레이더에 비바스바트 포착!』

『통신을 들었겠지! 모두 마음을 다잡아라!』

야전 지휘관인 민진의 외침에 꿀꺽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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