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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 마녀 신디케이트 by 다알군

어처구니 없는 누명을 쓰고 학교생활의 막장Road를 향해 치닫고 있는 불우한 소년, 그리고 붕어빵과 어묵 오타쿠에다가 자신이 마녀라고 주장하는 조그마한 동급생 소녀가 벌이는 초자연적현상추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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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알군  lv 2 77% / 531 글 39 | 댓글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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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다알군[hocey]
조회 884    추천 0   덧글 3    / 2008.02.18 00:49:20

4.

나는 유지효가 보여준 신비한 마술, 음, 그래, 마술이 아니라고 했지. 아무튼 그 신기한 현상이 일어난 책을 유지효 쪽으로 슬쩍 밀어 그녀에게 돌려주었다. 유지효는 책을 받아 넣으려 했으나, 누님이 갑자기 그 책을 덥석 집으셨다.

“언니?”

아무래도 역시 검사를 좀 해야겠어.

검사? 갑자기 뭘 검사한다는 거지.

“언니! 나도 이제 그 정도쯤은….”

“널 못 믿는 건 아니지만, 여태까지 봐 왔던 게 있으니, 한 번 확인은 해봐야 하지 않겠니.”

또 나만 모르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손님의 소외감, 지독하군.

누님은 책을 집어서 자신의 앞에 놓았다. 그러더니 품속에서 한 자루의 깃펜을 꺼내었다. 내가 그 깃펜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는지, 누님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것도 아삼이에요. 아삼은 단검의 형태만 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모양은 크게 중요하지 않지요.”

아까 유지효가 책에 꽂아 넣은 단검과 저 깃펜이 같은 물건이라는 말인가. 에, 그럼 유지효는 굳이 뭐 하러 단검의 모양으로 한거지. 좀 더 여성스러운 걸로 할 수는 없었나?

“언니, 역시 안 하는 게….”

“가만히 있으렴.”

유지효는 아까부터 무얼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누님이 하려는 것을 계속 막으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님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깃펜을 손에 쥐었다.

그러더니, 책에다 뭐라고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잉크도 안 찍고 쓰시는 겁니까, 라고 물으려 했으나, 이내 그것이 무지막지하게 쓸모없는 물음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분명 아무것도 묻히지 않은 깃펜으로 쓴 글씨에서 환한 빛이 천천히 드러나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글씨를 쓴다는 것은 알아볼 수 있었지만, 무슨 뜻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런 것도 가능하단 말인가, 마녀들은? 혹시 새로 개발된 형광 물질은 아니겠지?

드러내라.

차분한 목소리가 어느새 조용해진 응접실에 울려 퍼졌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책이 천천히 아까처럼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그러더니 자기 멋대로 펼쳐졌다. 아까 내가 쥐었을 때는 주문 비스무리한 걸 외쳤어야 했는데? 아무튼 아까 한 번 봤던 거라 그다지 신기하지는 않았다.

정정한다. 다시 봐도 놀랍고 믿겨지지 않는 장면이었다.

다음.

“언니!”

다음, 이라는 말과 다급하게 언니를 부르는 유지효의 목소리가 거의 동시에 겹쳐짐과 또 동시에 공중에 떠 있던 책이 갑자기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아니, 이건 또 무슨 일이야. 왜 멀쩡하던 책이 갑자기 불타는 거지?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자연발화?

“…….”

“…….”

책이 다 타서 재가 되어 탁자에 천천히 떨어지는 동안, 왜인지는 몰라도 유지효와 누님, 그리고 다미라는 아이, 아, 얜 원래 아무 말이 없었지. 아무튼 유지효와 누님은 갑자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 가지 차이점은, 유지효는 갑자기 바닥만 쳐다보면서 손가락을 이리저리 놀리고 있었다는 점과, 누님은 머리를 감싸 쥐고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는 점이다. 왜 말이 없어진 건지 모르는 불쌍한 손님은 조용히 눈치를 보며 앉아있어야만 했다. 뭐지, 뭐냐고.

…또 실패구나.

“…….”

실패?

“도대체 언제쯤 제대로 성공할거니.”

누님의 말에 유지효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실패라니? 제대로 한 거 아닌가?

물론 나의 의문은 누님이 금방 해결해 주셨다.

“죄송해요.”

누님이 나에게 처음으로 말을 건넸다. 그런데 뭔지는 몰라도 죄송할 것 까지는 없는 것 같습니다만.

“원래는, 페이지만 찾아서 펼쳐줘야 하는 영체인데, 발화 기능까지 갖춰져 버렸네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누님은 한숨을 한 번 내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지효가 만드는 영체는 본래 만들고자 했던 영체의 기능 이외에 꼭 하나씩 다른 기능이 추가돼요.”

나는 순간 그녀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추가되면 좋은 거 아닌가?

“얘가 아직 서툴러서, 영력을 주입하는 동안 끝까지 집중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된 건지 항상 이상한 능력이 추가 되곤 하죠. 지금의 경우에는 발화 기능이 추가된 거 에요.”

이제는 이해가 됐다. 요점은 유지효가 잘못 만들었다는 말 아닌가. 그런데 왜 누님이 죄송하다고 사과한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혹시 내가 책을 들고 있을 때 책에 불이 붙었을 까봐 그러시는 건가?

“언니, 꼭 이렇게 사람 있는 데에서….”

유지효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아무래도 자신의 흠이 나에게 드러난 게 못마땅한 모양이다.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어차피 너의 흠, 아니, 흠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지만, 여러 가지를 이미 알고 있으니 말이야.

“그게 싫으면 더 노력해서 실수를 줄이도록 노력하렴.”

미소를 지으며 너무나 지당한 말씀을 하시는 누님에게 몹쓸 표정을 짓고 있던 유지효는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 모습을 보며 미소 지어 버렸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어여쁜 자매의 귀여운 트러블에 남자로서의 감동을 받은 것인지, 여러 가지로 나를 본의 아니게 곤란하게 만든 유지효가 혼나는 것이 고소해서 인지. 어찌 됐든 역시 전자 쪽으로 생각하는 것이 심신의 건강상 좋을 것 같다.




“그래, 뭐. 백보 양보해서 네가, 아니, 여기 있는 모두가 마녀라는 걸 믿어줄게.”

이미 이렇게 볼 거 다 봐 놓고 뭘 백보 양보한다는 건지, 내 자신이 한심했지만, 일반인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생각해 주길 바란다.

“그래, 다 좋다 이거야. 그런데, 너. 대체 담임을 어떻게 한 거야?”

나는 유지효를 험악한 눈빛으로 째려보며 말했다. 담임을 일주일이나 학교를 못 나오게 한 것도 모자라서, 아까 뭐라고? 기억을 지워? 마녀라는 건 그런 일도 하는 건가?

나의 눈빛을 받은 유지효는 흠칫 놀라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누님 눈치를 보는 것 같지? 기분 탓인가? 아니면, 아까 실수했던 것 때문일 수도 있겠구나.

“약을 썼다고는 얘기했던가?”

그랬지. 아마도.

“그 약은 사람의 단기적 기억을 지워버리는 약이야. 담임에게 준 약은 약 하루 간의 기억을 지우는 효과를 가지고 있지.”

정말 이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거였구나. 기억을 지우는 약이라니? 이거 혹시 운이 기가 막히게 좋은 안경소년이 펼치는, 영국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이야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거 아냐? 이쯤 되면 정말 국회의사당 지하에 태권V가 완성된 채로 출동명령만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의심할 수가 없겠는걸.

“그래서 담임은 네 가방 속에 수학여행비가 들어있었다는 것도, 수학여행비가 없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어제의 일 중 그 어느 것도 기억하지 못해. 그러니 안심해도 좋아.”

나는 그 약의 효능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믿거나 이해하지 못했지만, 안심해도 좋다는 그녀의 말만은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굳이 일주일이나 학교를 못 나오게 할 건 없었잖아.”

나는 태어나서 말을 꺼내 놓고 후회한 적이 몇 번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내가 말을 조심해서 하는 편이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보다도 그냥 운이 좋아서 후회할 만한 일이 없었던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나는 태어나서 말을 꺼내 놓고 후회한 몇 번 안 되는 횟수를 늘리고야 말았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유지효와 그의 언니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해 버렸던 것이었다. 유지효의 표정은 당황하는 표정으로, 누님의 표정 역시도 당황하는 표정으로. 하지만 그 당황의 의미는 각자 조금씩 달랐던 모양이다.

지효…야?

“…네, 네?”

“지금 이게 무슨 소리니?”

역시 내 말이 문제가 된 모양이다. 그런데 내 말이 그렇게 큰 문제를 유발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아… 그, 그게….”

“유민 씨, 방금 하신 말, 조금 자세히 들려주시겠어요?

그래서 나는 결국 담임이 갑자기 일주일이나 학교를 안 나오게 되었는데, 그것이 알고 보니 유지효가 준 약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라고 이실직고 하고 말았다. 내가 한 마디 한 마디 누님에게 전할 때 마다 유지효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며 나는, 비로소 내가 지뢰를 밟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효야? 내가 분명히 다미한테 약을 만들라고 시켰던 것 같은데, 설마 네가 만든 건 아니겠지?”

유지효는 우물쭈물 말을 못 잇다가, 간신히 몇 마디를 입 밖으로 내보냈다.

“아… 그, 그, 그 정도는 나도 성공할 수 있을 줄….”

정신이 있는 거니, 없는 거니!

나는 예전부터 들어왔던, 항상 웃고 있는 사람이 화내면 정말 무섭다, 라는 말을 오늘에서야 실감하고 말았다. 유지효는 정말 어찌할 줄 모르고 바닥만 쳐다보고 있었다. 반면 유지효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누님은 이마를 감싸 쥔 채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서 많이 봤던 장면 같은데, 데자뷰인가?

“네가 만든 영체는 아직 완전하지 못해서 사람에게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네가 더 잘 알잖니.”

유지효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이쯤 되니 안쓰럽기까지 했다. 물론 아무 말도 못하고 혼나는 유지효의 모습을 보며 느껴진 감정이기도 했지만, 일단 나의 말이 발단이 되어 생긴 일이니, 수습해야겠다는 뭔가 건방진 생각이 내 머리 속을 밝혔다.

“아, 저기, 뭐랄까. 유지효도 나쁜 뜻에서 한 일은 아닐 테니, 아니, 확실히 좋은 뜻에서 한 일이니까,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 주시는 게….”

물론 나의 건방진 생각은 그대로 묻혀버리고 말았다.

“지효를 위해 마음 써주시는 건 고맙지만, 이건 분명한 지효의 잘못이에요.”

그렇게 꽤 오랜 시간 동안 누님은 계속 유지효를 혼냈다. 물론 그와 동시에 유지효는 계속 바닥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누님의 꾸지람은 오늘 처음 만난 내가 봐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애정이 가득담긴 그것이었다. 혼나고 있는 본인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담임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열심히 혼난 뒤 애써 내게 태연한 모습을 보이려는 유지효의 모습은 태연해 보이기는커녕 안쓰럽기만 했다.

“뭐, 물론 예상하지 못했던 효과가 나타나긴 했지만, 내가 만든 것은 인체에 무해하니까 걱정할 것 없어.”

일주일 동안 사람이 학교에 못 나오게 하는 약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할 수 있는 걸까?

“그저 일주일 동안 잠을 자게 된 것 뿐이니까.”

그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그런데 말이야. 그런 약, 그러니까 인체에 영향을 주는 약 같은 걸 만들 수 있다면, 100미터 달리기는 한 3초 안에도 주파할 수 있고, 신체능력이 극대화 되면 맨손으로도 곰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다던가, 그럴 수 있다는 소리야?”

유지효는 뭐 그런 걸 물어보냐, 라는 것 같은 눈빛을 보냈다.

“뭐, 불가능한 건 아니지. 100m 3초 주파는 잘 모르겠지만, 곰을 때려잡는 것 정도는 가능할거야.”

“하지만, 그런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잖아. 그런 게 가능하다면 벌써 우리가 알고 있는 올림픽 기록들은 모두 훨씬 빨라지고, 높아지고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유지효는 잠시 팔짱을 끼고 머리를 갸우뚱 하더니, 옆에 앉은 언니를 불렀다.

“언니, 그것에 대해 설명해도 되나?”

그거라니? 그게 뭐야, 또! 내 말에 대답은 안 하고.

“상관없을 것 같은데.”

누님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 아까 열심히 유지효를 혼내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환한 미소였다. 아니, 그런데 누님, 그게 뭔지 바로 알아듣는단 말입니까? 나의 지당한 의구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지효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더니,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엣헴, 달리기 같은, 일반인들이 보는 공식적인 스포츠에서 약물 복용 여부를 파악하는 검사를 뭐라고 하는지 알지?”

도핑 테스트를 얘기하는 건가?

“그래, 그 도핑 테스트에서는 스테로이드 같은 일반적 화학 약물 사용 여부를 검사하지.”

그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

“하지만 그런 검사관 중에는 한두 명, 특이한 사람이 항상 포함되어 있지.”

특이한 사람? 특이한 사람이라니. 워낙 범주가 넓어서 상상도 할 수가 없군. 이미 내 상식 밖의 존재들인 마녀들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말이야.

그 사람들은 일반인 검사관들이 파악하지 못하는 영력 성분을 검사해. 물론 다른 검사관들이 자신이 영력 성분을 검사한다는 것을 모르게 말이야. 그리고 뭐, 스포츠 뿐 아니라, 곳곳에 그런 검사관들은 존재해.”

아니, 내가 모르는 곳에서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야? 그보다도,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두 명이 아니란 말이잖아.

“그 사람들은 모두 마법부에 소속 되어 있으면서, 일반인들 사이에서 영력을 마법령에 위반 되게 사용하는 사람을 감시하고, 제지하는 역할을 해.”

마법부? 지금 마법부라고 말한 건가? 그리고 마법령?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어머님, 저희가 모르는 곳에는 정체 모를 마법 세계가 정말로 존재하는 모양입니다.

“그 마법부라는 건 뭔데? 자세히 설명 좀 듣자.”

나는 물었다. 그러자 유지효는 아까와 다소 다른,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에, 에… 그러니까….”

아마도 나의 ‘자세히’ 라는 요구가 부담스러웠던 모양이었다. 그녀는 잠시, 아니, 꽤 오래 얼굴까지 붉혀가며 고민했다. 귀여운데, 라고 무의식적으로 다소 음흉한 눈빛을 방출해 버렸지만, 이내 그것은 불신의 눈빛으로 다시 변해 버렸다. 그리고 결국, 유지효는 옆에 앉아있던 다미라는 아이의 귀에 뭐라고 중얼대기 시작했다. 굳이 그 거리에서 귓속말을 해야 하는 거냐. 게다가 뭐라고 말하는 지 안 들어도 알 것만 같은 상황인데 말이다. 아무튼 귓속말을 전해들은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무표정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마법부는 1280년 영국에서 ‘마녀 연합’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1700년에 ‘동아시아 무당 총회’, ‘샤먼 홀’(Shaman Hall)을 통합하여, ‘마법부’로 개명, 그 후부터 마녀와 무당, 샤먼들을 총괄하는 일을 맡고 있으며, 1300년부터 현재까지 7번의 개정을 거친 마법령을 토대로 마법 세계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본부는 영국의 런던 지하, 일반인이 알 수 없는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국에는 1970년에 마법부 한국 지부가 서울 지하에 터를 잡았습니다. 참고로 현재 마법부에 등록된 영적 능력 소유자는 약 500만 명 정도입니다.”

마치 백과사전을 보고 읽은 것 같은 설명이 물 흐르듯 흘러나왔다. 그런데 그 정도로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한 건 아니었는데. 게다가, 뭐? 500만 명? 60억 지구상의 인구 중 500만 명이 이런 유지효 같은 녀석들이라고? 1200명 중 한 명 꼴이잖아.

그녀의 설명이 끝나자, 유지효는 마치 자신이 설명한 양, 엣헴, 하고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말을 이었다.

“알겠지? 그런 거야.”

그런 거는 뭐가 그런 거야. 설명은 옆에 앉은 다미라는 애가 다 했는데.

“이제 이해가 다 됐지?”

그럴 리가 있겠냐.

“아니, 500만 명이라니. 그렇게 많은 거야? 너 같은… 마녀가?”

나는 마녀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게 거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유지효는 나의 말을 듣더니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음, 500만 명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 자신이 영력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반 정도야. 실제로 나 같은 마녀나 무당들은 500만 명 중, 200만 명도 안 돼.”

그것도 엄청난 숫자 같은데 말입니다.

“그래, 마녀는 그렇다 치고. 무당은 또 뭐고, 샤먼? 그건 또 뭐야.”

나는 툴툴거리며 물었다. 나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유지효는 다소 표정을 구겼지만, 나의 질문에 침착하게 답했다.

“무당과 샤먼은 비슷한 개념이야.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음, 같은 개념을 동양에서는 무당, 서양에서는 샤먼이라고 부른다고 이해해도 좋아. 하지만, 그 둘은 마녀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야. 음,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말을 마친, 유지효는 아, 하고는 어디론가 달려가더니 컵에 물을 따라왔다.

“자.”

마시라는 건가? 아니, 내 앞엔 아까 네가 준 주스가 남아있는데. 아니, 아니, 사실 그건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지금이야 그런 오해가 조금은 가셨지만, 처음 이 집에 왔을 때는 유지효가 혹시 무슨 약이라도 탔을까봐 걱정이 되어서 마실 수가 없었다. 그래, 소심하다고 욕하려면 욕해도 좋다. 하지만, 누구라도 내 입장에서는 그렇게 했을 것이다. 미지의 약물로 멀쩡한 사람을 일주일이나 잠수 태우는 여고생이 건네는 주스를 고마워, 하고 웃으며 마실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런데 정말 갑자기 물을 왜 내게 주는 거지?

“이 물을 영력이라고 생각해봐.”

이제 뜬금없음에도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다. 제발 어느 정도는 따라갈 수 있는 대화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만. 안 그래도 이해가 제대로 안 되어 있는 그 뭐시냐, 영력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물과 동일시하라는 거냐.

“간단히 말해서. 나 같은, 아니, 우리 같은 마녀들은 이 물을 그냥 사용하지 않고, 물 풍선 같은 것에 집어넣어 새롭게 활용하는 사람들이고, 무당이나 샤먼은 단순하게 물을 냉각시키거나, 기화시키는 사람들이야.”

“설명이 좀 그렇구나, 지효야. 물 풍선은 좀….”

가만히 듣고 계시던 누님이 유지효의 설명에 일침을 놓으셨다. 암, 설명이 좀 그랬지. 뜬금없이 물 풍선이 뭐야.

“다미야, 네가 좀 대신해줄래?”

누님은 다미를 지목했다. 그와 동시에 유지효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 이내 뭔가 퍼뜩 떠오른 듯 나를 매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니, 왜 날 그렇게 바라보는 건데?

“마녀는 영력을 이용해서 새로운 영체를 만들어 내는 여성을 뜻합니다. 마녀는 영력 자체를 다룰 수는 없지만, 특수한 장비들을 이용해서 영체를 만드는 대단히 섬세한 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무당과 샤먼은 마녀가 만들어 낸 영체나, 영력 그 자체를 다루는 자를 가리킵니다. 무당과 샤먼의 가장 큰 차이는, 무당은 영체보다는 영력을, 샤먼은 영력보다는 영체를 더 잘 다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녀와 달리 무당과 샤먼은 남녀 모두 될 수 있으며, 남자 무당은 박수무당이라고 따로 구분합니다. 또한…,”

“아, 다미야. 이제 됐어.”

누님은 여전히 눈부신 미소를 지으시며 살아있는 백과사전을 보는 것 같은 소녀의 말을 잠시 멈추게 했다. 역시 막힘없이 술술 잘도 나온다. 어려운 설명이었지만, 자세히 들으면 이해하기 아주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다. 믿기는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말이다. …아니, 유지효, 뭐 하는 거냐. 날 왜 노려보는 거야. 다미라는 아이의 설명을 듣고 났더니, 네 설명이 사실은 겉보기보다 제법 그럴싸했다는 건 알았으니까,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말라고.

“어떻게, 이해가 좀 되셨는지 모르겠네요.”

누님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 아, 아, 예.”

나는 굳어있던 표정을 순식간에 풀어버리고 대답했다. 대답하고 나서 생각해보니, 표정을 너무 풀어버린 것 같다. 실없는 애라고 생각해도 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믿기 어려우실 거 에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영력 같은 것을 믿으라고 했으니.”

“예? 아, 아, 아닙니다.”

나는 마음에도 없는 말로 대답했다.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믿어주세요. 유민 씨를 해친다거나, 유민 씨에게 해가 될 일은 절대 하지 않아요. 오히려 유민 씨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에요. 그리고 우리를 도우면 유민 씨에게도 득이 될 거고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유민 씨라고 불러주시는 황송한 대우 다음에는 유지효가 했던 말과 일맥상통하는 말? 도움이라니? 대체 나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 마녀라는 사람들이 무슨 도움이 필요하단 말이지.

“아까, 처음 여기 오셨을 때, 유민 씨가 친구인지, 손님인지 제가 지효에게 물어봤었지요?”

“아, 아, 예.”

“그건 지효가 유민 씨를 이번 일에 확실하게 끌어들였는지, 아닌지를 물어본 질문이었어요. 뭐, 애초에 유민 씨를 지효가 집에 데리고 왔을 때, 거의 확신에 가까운 예상을 했었지만 말이에요.”

이번 일? 설마, 수학여행비 사건을 말하는 건가?

“아무튼, 지효가 여기에 유민 씨를 데리고 왔다는 건, 유민 씨와 함께 이번 일을 해결하겠다는 거니, 저도 여기서 확실하게 말할 필요가 있겠네요.”

협조라는 건 이걸 말한 건가? 하지만, 이번 일이라는 게 뭔지. 현재 나와 유지효가 접점을 가지고 있는 일은 역시 수학여행비 사건 밖에 없다. 물론 붕어빵 사건도 있긴 하지만, 그걸로 여기까지 불러와서 마녀 얘기를 하지는 않았을 테고.

“유민 씨가 이번에 학교에서 겪은 일에는,”

역시 수학여행비 사건 이야기였구나. 나는 누님의 다음 말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리고 누님의 다음 말이 나온 순간, 나는 비로소 유지효와 인간 백과사전 소녀가 장황하게 설명했던 개념들을 가만히 앉아서 경청하며 이해해야 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영적 문제가 관여되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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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알군  lv 2 77% / 531 글 39 | 댓글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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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파란여우비 02/18/12:51
아무래도 다미가좀 짱인듯,.ㅋ
0 카엘류르 02/21/10:49
누님이 멋지시군요...
21 self 07/20/04:41
누님이 최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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