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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부서지는 우정 부서지는 사랑 부서지는, 일상 - 그러나 이것은 모두 필연이다.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비극은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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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48    추천 0   덧글 0    / 2008.02.29 01:58:21

\"…뭘까?\"
하얀 탑의 맨 꼭대기 층, 그곳에서도 은밀히 숨겨진 곳, 에일린의 방.
그곳의 주인인 에일린은 탁자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와인글라스 잔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연신 그렇게 중얼거렸다.
\"잊어버린 것. 뭐지? 뭘까? 생각이, 안나.\"
4시간 전부터 계속 이런 상태로 있었다. 방안을 굴러봐도, 와인을 마셔봐도, 침대에 누워봐도, 와인을 마셔봐도, 와인을 마셔봐도, 와인을 마셔봐도…기억이 나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5초에 한 번씩 고개를 옆으로 왔다 갔다 하며 계속 생각을 해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뭔가 엄청 중요한 일 같았는데.
\"목숨이 걸릴 정도로….\"
입을 삐죽 내밀고는 연신 머리를 굴려댔다. 그래도 생각이 나지 않자, 그녀는 또 와인을 들이켰다.
\"크아, 생각이 안 나면 신경 끄면 되는 거야~!\"
입가를 기분 좋게 스윽 하고 닦은 에일린.


—왜 잊어버렸을까?


갑자기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어라? 누구지?
하지만 그녀는 이내 신경을 끊었다. 그녀의 방에 들어올 인물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방금은 아마도 \'마에스트로 우드\'일 것이다.
분명히, 보고서작성을, 부탁했었지.
\"여어, 수고했어~! 역시 너는 마에스트로라니까~. 어때? 오랜만에 이 몸이 친히 술상대가 되어주마~!\"
약간은 어눌한 말투로 에일린은 쾌활하게 말했다. 아니 외쳤다.
아무리 술에 취하지 않는다고 본인은 말하지만, 진을 만나고난 뒤부터 지금까지, 그러니까 약 이틀 동안 계속 부어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러나 그 취기도, 문 앞에 서있는 게 누군지 알자, 싹 가시는 게 느껴졌다.
그 자리에는 우드대신에, 검은 와이셔츠에 하얀 탑 특유의 느낌의 조끼를 입은 여인이 서있었다. 스타일 좋은 몸매와 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스트레이트를 하고서.
다만, 앞머리가 한쪽 눈을 가리고 있어서 그게 약간 오점이었다.
\"아…아.\"
그러나 지금에서 가장 큰 오점이라고 한다면 역시 표정이었다. 그 표정은, 경악과 분노, 실망 등 여러 가지가 섞인 복잡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 감정의 대상은 모두 에일린에게 향해있었다.
\"알, 제브라.\"
평소의 그녀에겐 전혀 찾아볼 수 없던 모습으로, 에일린은 슬슬 뒷걸음질을 쳤다.
공포로 온몸을 달달 떨면서. 마치 사시나무가 떠는 것 같다.
\"저, 저기 이건…그래! 무, 물 인줄 알고 들이켰는데, 그게…그러니까, 저—.\"
\"에일린님!\"
사시나무의 이파리가 모두 날아갈 기세로 알제브라는 쩌렁쩌렁하게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가 머리를 울렸는지 에일린은 파앗 하고 옆으로 뛰었다.
그러나 헛수고였다.
손에 들고 있던 파일과 봉지들을 일제히 던지고 알제브라는 무서운 속도로 에일린을 따라잡았다. 그리고는 낚아채듯이 그녀의 목덜미를 잡았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오!!\"
\"에일린님! 제가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알코올 같은 것들은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요! 절대로 손대지 말라고 했지 않습니까?!\"
키 차이가 차이인지라, 에일린의 수족은 공중에서 파닥파닥거리고 있었다.
\"그, 그럼 나한테 어울리는 게 뭔데?!\"
\"당연히 주스지요!\"
\"내 나이가 몇인데 그런 걸 마셔?!\"
\"육체 나이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것보다 도대체 이 알코올을 매번 어떻게 얻으시는 겁니까?! 에일린님께 독을 바치는 놈의 얼굴을 보고 싶군요.\"
에잇, 하며 에일린을 놓은 알제브라는 아까 던져버린 파일과 봉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 그녀는 소파에 주저앉듯 앉았다. 불안함의 원인은 이거였군. 어떻게 알제브라를 잊을 수 있지?
\"그건 그렇고 에일린님—.\"
\"저기, 엉덩이 안 때릴 거지?\"
\"때립니다. 벌은 달게 받으셔야지요. 몰래 범죄를 저지를 때는 항상 들켰을 때의 책임을 각오하고 행해야 합니다.\"
\"우으—.\"
힘없이 포기하면서, 이제 그녀는 그 소파에 누웠다.
\"에일린님. 제가 없을 때에 무슨 일이 있던 거죠?\"
그 질문을 하는 알제브라의 말투는 평상시와 같이 무덤덤했다. 하지만 그녀는 예리한 칼에 손가락을 베인 듯 흠칫했다.
\"어째서 바닥에 혈흔이 있는 거죠? 어째서 가구들중 일부가 훼손되어 있는 겁니까? 어째서, 당신의 손이 그 지경이 된 거죠?\"
\"지금은 별로 말하고 싶지 않구나.\"
진지하게 그녀는 대답했다. 그 대답에 알제브라는 조용히 침묵했다. 평상시에는 에일린이 봐줌으로서, 알제브라는 항상 그녀의 주인을 꾸짖고 벌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그녀는 에일린의 시종. 그녀가 진지할 때는 한없이 밑에 있는 존재인 것이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아, 그리고 이건 우연히 만난 마에스트로가 마스터께 전해달라는 물건입니다.\"
방금 전의 파일을 주인에게 넘기며 그녀는 말했다.
\"호오, 진짜로 왔군. 역시 우드는 일처리가 빠르단 말야.\"
감탄하면서 그녀는 우드가 제출한 보고서를 내려다보았다.


『한국, 청주, 주택언덕에 대한 보고서』




그녀는 그 보고서를 빠르게 훑어 내려갔다. A4용지 8장 포인트 7로 빼곡히 숫자들이, 60진법으로 쓰여 있었다. 2분 안에 그 보고서를 3번 정도 본 그녀는 납득했다.
\'역시 그 장소도 진과 마찬가지야. 블랙박스가 한 가득이군. 거기에 이 배열방식…. 그 녀석이군.\'
보고서를 탁자위로 던진 후 그녀는 옷장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몇 안 되는 옷들 중 외출용 바지를 입고, 흰색 코트를 걸쳤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그녀의 시종이 입을 열었다.
\"어디가시는 겁니까?\"
\"신경 쓰이는 게 있어서 확인하러 간다. 집 잘보고 있어야 돼.\"
\"그런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알제브라는 다급히 소리쳤다.
\"하얀 탑의 중심은 마스터, 당신입니다. 당신이 없으면 일주일 후에 이 공간, 엘리시온은 붕괴합니다. 핵이 없는 세포는 살 수 없으니까요!\"
\"알아. 알지만, 꼭 가봐야 돼서 말이야. 그리고 그건 일주일 안에만 돌아오면 된다는 뜻이야. 너무 규칙에 얽매일 필요는 없어.\"
가볍게 웃어넘기면서 그녀는 문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허탈하게 바라보며 알제브라는 한숨을 쉬었다.
정말이지. 당신이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합니까.


\"언제나, 저에겐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군요. 마스터.\"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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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제로...제로...
영은 상당히 재미있는 숫자다.
다른 숫자와 성격이 틀리다.
무(無)와 연결되지만 절대 무가 아닌 것.
제로...제로...제로...
영은 언제나 영을 외쳐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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