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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소년의 포로가 되다 by ZABI

19번의 고백, 19번의 퇴짜. 크리스마스가 생일인 이 불행한 소년의 앞에 뚝 떨어진 크리스마스 선물, 대신 자기를 우주인이라 주장하는 미소녀. 소년은 과연, 살아서 스무살의 아침을 맞이할수 있을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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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ZABI[myny113]
조회 1033    추천 0   덧글 3    / 2008.03.01 19:12:13


\" 란즈! 이것도 먹어봐. 굉장히 달고 맛있어. \"

접시위에 놓인, 먹기좋게 자른 딸기 하나를 포크로 집어서는 란즈의 입가에 갖다 댄 루루이는, 소파에 앉아 쿠션을 끌어안은채로 그런 자신을 공포에 질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란즈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왜 그래? 란즈. \"
\" ……왜 그러냐닛! 너야말로 왜 그러는데! \"

그렇게 소리친 란즈는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며 몸을 웅크리고 고개를 숙였다. 루루이는 그런 란즈의 반응에 호들갑 스럽게 놀라며 다급히 포크로 딸기 하나를 쿡! 하고 더 찍어서는 란즈에게로 가져갔다.

\" 모자라서 그래? 자, 두개야! \" 
\" 안먹어! 너나 많이 먹어! \"

거칠게 소리친 란즈는 루루이에게 쿠션을 집어던지고는 귀를 틀어막은채로 훌쩍거렸다. 루루이는 말없이 들고있던 포크를 한번 내려다 보더니 눈을 깜빡 거리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란즈가…단걸 안먹어…? \"

안돼,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보여서는! 그랬다간, 뱃속의 아기가……오해가 만들어낸 망상에 이끌린 루루이는 단호한 표정을 짓더니 란즈에게로 달려들어서는 흐느끼고 있는 그 얼굴을 조심스럽게 붙잡았다. 루루이의 손에 턱을 잡힌채 강제로 고개를 들고만 란즈는, 자신을 바라보며 슬픈 표정을 짓고있는 루루이의 얼굴을 보고는 겁에 질려 맹렬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 무슨 짓……! \"

당황해서는 거칠게 벌어진 란즈의 입술사이로 가차없이 포크를 집어넣는 루루이! 갑작스럽게 입안으로 들어온 그것때문에 놀라서 버둥거리던 란즈는, 이내 모든것을 포기하고는 입에 들어온 딸기를 오물거리고선 루루이의 손에서 해방되어 소파위로 힘없이 쓰러졌다.

\" ……맛있지? 란즈. \"

입속의 딸기를 오물거리는 란즈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루루이는 그렇게 말하며 멋적은듯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렸다. 마치, 악마를 보는것 같은 눈을 하고서 루루이를 올려다 보던 란즈는 히잉~하고 울상이 되어서는 힘없이 입을 열었다.

\" ……달아……. \"
\" 그래~? 자 하나 더 먹어! 아~앙, 해봐~ \"

이젠 완전히 재미가 들린듯 또 한번 딸기를 란즈의 입으로 갖다댄 루루이는 상기된 얼굴로 즐겁게 웃어 보였다……이젠 나도 몰라……루루이의 그 표정을 보고는 모든것을 포기해버린 란즈는, 작은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 아~앙. \"



점심시간. 매점에서 힘없이 걸어나온 기철은 음료수 캔을 쓰래기통으로 던지고는 문 옆의 벤치위에 털썩! 하고 주저앉았다. 화장실 청소 삼인방에게 당한 고문의 후유증으로 막대한 피곤함이 몰려왔다. 동시에 피어오르는 극도의 분노! 박준우 자식……쓸데없는 소리를 해서! 내 이 자식을 만나게 되면 피의 복수를 하리라! 반드시!

\" 반드시……! \"
\" 이……이게 뭐야! \"
\" 응? \"

머리위에서 들려오는 고함 소리에 고개를 든 기철은, 어느틈엔가 자신의 손에 쥐어져 끔찍하게 뭉개진 핫바를 목격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이거 산 적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찬라, 그의 멱살을 쥐는 누군가의 검은 털이 탐스러운 두꺼운 팔뚝두개.

\" 이 자식이! 뭐야! 시비냐? \"
\" 뭐? 자, 잠깐! \"

자신의 멱살을 쥐며 흔드는 고릴라같이 생긴 녀석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던 기철은 얼른 고개를 좌우로 가로젓고는 손에 쥐어진 핫바의 잔해를 들어 보이며 하하, 하고 멋적게 웃었다.

\" 미, 미안! 나도 모르고 무심결에……. \"
\" 그 핫바처럼 뭉개주지! \"
\" 뭐? \"

손에 들린 핫바를 다시 한번 내려다 본 기철은 화들짝 놀라며 경악에 찬 얼굴로 고릴라 녀석을 쳐다보았다. 이 핫바처럼이라고? 이 핫바처럼 뭉갰다간 난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되어버려! 처절하게 버둥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는 기철! 제발! 아무나 좀 나타나서 살려줘! 아악! 어째서 다들 구경만 하고 있는건데!

……별수없나. 먼저 이 녀석의 핫바를 뭉갠게 나니까.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굉장히 빠른 속도로 체념한 기철은 눈가의 습기를 스윽 한번 닦고는 고릴라 녀석이 때리기 좋게 살짝, 고개를 틀어 주었다. 자 얼른 때려라! 이렇게 된거, 깔끔하게 한대 맞고 끝내자……!

\" 그 분을 놔주세요! \"

……라고 생각하며 모든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기철의 귓가에 들려왔다. 감고있던 눈을 천천히 들어올린 기철은, 자신과 고릴라 녀석을 바라보며 어딘지, 단호해 보이는 표정으로 서 있는 은발 머리의 여자아이를 보고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모르는 여자앤데.

\" 뭐야, 넌. 남일에 상관말고 갈길가지? \"

이 자식은 얼굴뿐만이 아니라, 성격까지도 고릴라와 진배없는 놈이구만! 그렇게 생각하며 고릴라 녀석을 매섭게 쏘아보던 기철은 다시 자신에게로 험악한 얼굴을 돌린 녀석과 눈이 마주치자, 얼른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며 휘파람을 불었다.

\" 남일이 아닙니다! \"

당찬 목소리와 함께, 바람에 살랑거리는 은빛 머리카락의 여자아이가 나타났다. 란즈보다는 크고, 기철 자신과 그리 차이가 없는 정도의 키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느낌을 지니고 있었다. 수려한 외모에, 가슴은……있는듯, 없는듯. 교복을 단정하게 입고 있는데, 하얀 와이셔츠에 어울리는 하얀 피부에 자꾸만 눈이 갔다.

키, 피부, 분위기, 전부 란즈와 대조적이었다. 물론, 예쁜 걸로는 딱히 순위를 먹이지는 못하겠지만 말이었다. 그녀는 기철을 한번 쳐다 보더니 곧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 누……구? \"

무심결에 중얼거린 기철의 목소리를 들은 고릴라는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껄껄껄~하고 웃으며 소녀쪽을 돌아보았다.

\" 아~신입생이어서 그렇게 겁없이 굴었군. 호오……그러고보니, 엄청 귀여운 얼굴이잖아? \"

네놈과는 비교하는게 미안할 정도로 귀여운 얼굴이지! 목숨이 아까워서 차마 입밖으로 내지 못하는 그 말을 소리없이 중얼거린 기철은 자신의 멱살을 쥔 고릴라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고는 히익! 하고 눈을 질끈 감고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 아! 뭐야! 숨막힌다고! \"
\" 특별히 한대로 끝낼테니까! 이 악물어! \"

무지하게 고맙다! 이 얼굴 더러운 놈아! 눈을 감은채 고개를 돌린 기철은 이를 악물고는 숨을 들이 마셨다. 아아! 내 저주받은 손이여! 어쩌다가 지나가는 고릴라놈의 핫바를 뭉개는 바람에 이 몸을 통채로 피곤하게 만드는고! 잘라버릴수도 없고……그런데…….

\" 으? \"

얼른 시간이 지나가기를 빌며 덜덜 떨던 기철은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주먹이 날라오지 않자, 불안한 듯 움찔거리다 슬쩍 한쪽 눈을 떳다. 이 녀석, 설마 내가 눈뜨면 때릴 생각인가? 라는 생각을 하고 눈을 뜬 바로 그 순간…….

\" 으…으으으…. \"
\" 어? \"

고릴라…놈이 힘없이 입밖으로 고통스러운 소리를 흘리며 주저앉는것이 아닌가! 덩달아서 함께 바닥에 주저앉게 된 기철은 겨우 자유로워진 목덜미를 쓰다듬고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수근거리며 이곳을 바라보던 모두는 할말을 잃고 쓰러진 고릴라와 기철, 그리고 고릴라를 짓밟고 서 있는 소녀를 번갈아 보았다.

\" 다친곳은 없으세요? \"

고릴라를 짓밟고 넘어와서 기철에게로 다가온 소녀는 멍청하게 눈을 꿈뻑거리기만 하는 기철의 이마위에 손을 갖다대더니 살짝, 심각한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 감기 기운이 있는것 같은데. \"
\" 그야……. \"

그 말을 듣는순간 아침에 당했던 진이의 테러가 기철의 머릿속을 파바밧! 하고 스치고 지나갔다. 그런데……아니, 아니, 잠깐! 손을 들어 자신의 이마를 어루만지고 있는 소녀의 손을 떼어낸 기철은 의아한 표정을 지은채로 살짝 고개를 갸우뚱 하는 소녀를 올려다 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 저기……너……나 알아? \"

과거의 전력이 있었기에, 자신감없이 중얼거리는 기철을 가만히 바라보던 소녀는 쿡, 하고 작게 웃더니 말했다.

\" 네, 알아요. \"

알아? 그런거야? 어쩐지 피곤해져서, 눈가를 주무른 기철은 마른 침을 삼켰다.

\" 그……그럼……이름이 뭔데? \"
\" 이로아에요! \"
\" 이로아……? \"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인데……확실하게 기억이 나지 않아!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기철을 싱글벙글 웃으며 마주바라보던 은발 머리의 소녀, 이로아는 손을 뻗어 주저앉은 기철을 일으켜 세우고는 자연스럽게 기철의 팔을 감싸안으며 몸을 밀착했다. 팔에 와닿는 부드러운 느낌에 흠칫! 놀라서 이로아를 쳐다본 기철은, 그런 자신을 마주보며 후후! 하고 웃는 이로아를 보고는 슬그머니 고개를 틀었다.

\" 제대로 찾아온것 같아요! 아아~이로아, 감격입니다! \"
\" 제대로……뭐를? \"
\" 란즈 언니는 잘 지내나요? \"
\" 라, 란즈! \"

설마, 역시, 그렇다는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고 물러서는 기철을 보며 이로아는 가만히 눈을 깜빡거리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 응? 왜 그러세요? \"
\" 자, 잠깐! 그러면, 너도 설마 그……. \"

거기까지 말한 기철은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과 이로아의 대화를 구경하던 다른 모두는 수근수근 거리며 이상하다는 듯이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우주인이냐고 물어볼수는 없어! 이잇! 이로아의 손을 감싸쥔 기철은 조금 놀란듯 응? 하고 눈을 깜빡거리는 이로아를 거침없이 잡아당기며 매점 뒤편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 ……무언가 있군. \"

매점의 문을 열고 걸어나온 박준우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썩은 미소를 입에 걸었다.

\" 밝혀주마! 황기철. \"



딩동~하고 울리는 초인종소리에 소파에서 벌떡 일어선 란즈는 스윽~하고 주위를 한번 살피더니 회심의 미소를 짓고는 문가로 다가섰다.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준 찬스! 루루이가 자리를 비우기를 기다리며 낮잠을 위장하고 누워있다가……진짜로 낮잠이 들어있던 란즈는 적절한 타이밍에 울려진 초인종소리에 감사하며 벌컥! 하고 문을 열어 젖혔다.

\" 비켜! 나 나가야……! \"
\" 란즈 언니! 큰일이야! \"

상대가 누구든 밀어젖히고 후다닥~하고 도망가리라! 다짐하고 있던 란즈는 뜻밖의 방문객을 보고는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뜨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큰일? \"
\" 아앗~란즈! 잠에서 깻구나~ \"
\" 우웃! \"

흠칫, 놀라며 어깨를 떠는 란즈를 이상하다는 듯이 한번 올려다 본 치비는 시선을 돌려 주방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루루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란즈 돌보기에 맛이 들려서는, 시키지도 않은 청소를 하고있던 루루이는 문가에 서 있는 잠옷차림의 치비를 보고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에, 치비는 란즈와 마찬가지로 가벼운 오한을 느끼고는 어깨를 쓸어내렸다.

\" ……루루이 언니가 이상해. \"
\" ……알겠어? 큰일이란, 바로 저런거라구! \"
\" 둘이 무슨 말해? \"

어느새 등뒤로 다가와서는 궁금하다는 듯 눈동자를 반짝거리고 있는 루루이를 돌아본 란즈는 맹렬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 아무것도 아니에욧! \"

그래? 하고 웃는 루루이를 질린다는듯이 올려다 보고있던 치비는 문득 잊고있었던 진짜! 큰일을 기억해내고는 으응! 하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는 손을 뻗어 란즈와 루루이의 옷자락을 붙잡고 소리쳤다.

\" ……이시르 언니가 나타났어! \"

이시르……? 그 이름을 듣자. 루루이의 웃고있던 얼굴이 한순간 싸늘하게 굳었다. 그리고, 그런 루루이를 징그럽다는 듯이 쳐다보고 서 있던 란즈는 루루이의 표정변화를 보고는 왜? 하고 치비를 내려보고는 물었다.

\" 누가 나타나? \"
\" 이시르, 언니. \"
\" 꺄아아악! \"

치비의 말을 듣자마자 와아~하고 비명을 지르며 거실로 뛰어들어가는 란즈. 그런 란즈의 뒷모습을 한심스레 쳐다보던 치비는 눈앞의 루루이를 올려다 보았다. 말없이 서 있는 루루이에게 치비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 루루이 언니? \"
\" ……이시르. \"

그 이름을 가볍게 읊조린 루루이의 검은 눈동자가 가볍게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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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maestro 03/01/08:28
공포의 선배님이셨군요 그분들은;;; 그런데 란즈나 루루이한테 이시르가더 무서울까요 아니면 류진누님이 더 무서울까요 하하;;;^^?
2 月影 03/01/09:17
ㅋ 둘중 누가 더 셀까? ㅋ
3 ZABI 03/02/09:34
공포감만으로 따지면, 다분히, 동급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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