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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임 레가터[Flame Legater] by 김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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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기동  lv 1 57.5% / 215 글 14 | 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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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기동[boa100408]
조회 2350    추천 0   덧글 4    / 2007.05.27 03:07:57


“어이, 이것은 내 옷이 아니잖아.”

마루는 환자복에서 사복을 갈아입었는데, 지금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은 자신의 것이 아니였다. 원래 자신의 옷을 준 것 이 아니라 현종이 가까운 의류점에서 급히 사온 옷을 마루가 입고 있었다.

“어머 어머, 원래 당신이 입고 있던 옷은 지금 걸레대용으로 쓰고 있답니다.”

“아아, 괴물에게 반 걸레가 되었지…….”

지난밤 괴물에게 잡혀서 옷이 찢어졌던 것이 기억이 났다. 군데군데 자신의 피와 현중의 피로 칠해졌던 것도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어젯밤 일을 회상하려하자, 마루는 지레 두려움이 일어나 그 회상을 중단했다. 더 이상은 회상하면 안 돼! 라고 생각한 후 거울 보며 옷맵시를 가다듬는다.

“이거……꽤 비싼 옷 같은데. 얼마예요?”

“얼마인줄 알면 기절할걸요? 당신의 한달 생활비를 상회는 값이죠..”

“내 생활비까지 조사 한 건가……그럼 이 옷은 나중에 돌려드리도록 하죠.”

“돌려주시다니 감사하군요. 그럼 이걸 받으세요. 옷을 돌려주려 할 때 필요할겁니다.”

심비가 마루에게 명함하나를 내민다. 거의 흰 백지나 다름없는 명암이었다. 앞면이라고 추정되는 곳에 기묘한 마크와 함께 라는 글자가 큼지막한 글자와 함께 밑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번호들이 적혀 있었다.

“이거 혹시 전화번호?”

“에에, 전화번호가 아닌 것 같지만. 확실히 전화번호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통신코드라고 해야 될까? 아무튼 전화기를 이용해서 그 번호를 누르면 곧바로 저와 연결될 겁니다.”

“그렇군요. 그런데……한 가지 더 신경 쓰이는 점이 있는데요.”

마루는 명암을 뒤로 돌려서 그것을 심비의 얼굴에 들이민다.

“이건 뭐죠?”

명암의 뒤에는 역시 앞면에 적에 있는 통신코드와 마찬가지로 알 수 없는 숫자가 쓰여있었다.

[90217]

“이건 아무리 봐도 전화번호가 아닌 것 같은데? 게다가 앞에는 인쇄된 글자들과 번호들이지만 이것은 펜으로 갈겨 적은 것 같군요. 이건 뭐죠?”

“아아……뭐랄까. 비밀☆.”

“잠시만……왜 갑자기 귀여운 척입니까?”

“원래 저의 캐릭터입니다. 상관하지 말아주세요. 그런데 그 숫자는……글쎄요. 제가 왜 이런걸 적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네요. 뭐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죠. 그럼, 마루군 작별입니다.”

“네, 그러죠.”

마루는 아무 미련도 없이 자신이 갈 길을 간다. 평범한 일상 속으로 파묻히려 가는 건지도 모른다.

“심비, 저 녀석 주머니에 뭘 넣었지?”

옆에서 가만히 서 있던 종현 마루가 자리를 뜨자 심비의 곁에 다가온다.

“네? 주머니에 뭘 넣었다뇨 저는 아무것도 넣지 않았는데요?”

“속일 사람이 속여. 분명히 주머니에 [무언가]를 넣는 걸 봤다. 무슨 꿍꿍이지? 그리고 명암 뒤에 적어 놓은 그 번호는…….”

“아아, 종현씨 제가 깜빡 잊고 말을 안한 것이 있군요. 저 마루의 군의 이상한 점은 두 가지가 아니더군요. 하나가 빠졌어요. 저도 잠시 놓쳐버렸던. 이상한 점.”

심비가 종현에게 얼굴을 들이댄다.

“바로, 그는 지난밤에 [계약 코드]를 입력하지 않고 레가터로 변신했다는 점.”

\"흠…….\"

\"지금부터 사건 현장에 갈 거니까 레가터들을 소집해주세요.\"



“젠장! 잊혀질 꺼야. 암, 이건 잠시 악몽에 지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시간이 지나면……씨발.”

병원을 나서면서 마루는 연신 욕지거리를 뱉어낸다. 자신의 머리 속에는 어제의 일들로 가득했다. 세계의 이면의 일들, 잊어 보려 해도 쉽게 잊혀 지지 않는 기억들이다. 꿈이라고 덮어보려 했지만, 너무 생생하고, 부정하려 해봐도, 너무 생생하다.

“생각도 하면 안 돼. 아, 지금 몇 시지? 7시네……학교는 십중팔구 지각이구나. 지각하는 김에 느긋하게 가볼까?”

“어이, 애송이.”

“응?”

왠지 그 애송이라는 말이 자신을 가리키는 말인 것 같아서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마루 그 순간 약간의 경악과 분노, 당황스러움이 얼굴에 골고루 묻어낸다. 그렇게 자신의 얼굴에 복합적인 감정을 묻어나게 한 상대는 다름 아닌.

“오랜만이지?”

어제 자신의 멱살을 잡고, 죽인다는 둥의 미친 소리를 했던 그 여자였다. 그녀가 자신을 부르며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다가오자, 약간의 두려움이 마루를 뒤로 물러나게 했지만, 어제 그녀에게 당한 곤혹을 생각에서 나오는 분노가 강하게 일어서 뒤로 물러나던 마루의 발걸음을 다시 앞으로 가게 만들었다.

“호오, 제법 당당한데? 어제 부들부들 떨던 표정에서 많이 좋아졌어. 가상하다고나 할까?”

“무슨 볼일이 있냐?”

“어, 정확히 말하자면 네놈에게는 볼일이 없지만, 네놈이 계약한 악마에게 볼일이 있는 거지만……그런데 너 어디 가는 거냐?”

“이래 보여도, 난 고등학교 2학년이라구, 학생이란 말씀이야, 수능이 1년하고도 반밖에 남지 않은, 당연히 공부란 빌어먹을걸 하러 학교에 가려는 중이다.”

무서웠지만, 어제의 복수라는 셈치고 마루는 운디네를 밀치고 자신이 갈 길을 간다. 지금은 그렇게 가기 싫던 학교도 웬일인지 가고 싶었고, 그렇게 짜증나던 공부도 하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솟아났다.

“어이, 너 설마……일상으로 돌아가려는 거냐?”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잖아. 일상으로 돌아 가려는게 아니라, 나는 지극히 오늘 할 일을 할 뿐이야. 어제 그건 잠시 사고였어, 꿈이였어, 레가터도, 악마도 나 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이거 완전 상황파악 못하는 병신이잖아?”

그 말에 마루의 발목을 잡고, 고개를 홱 돌아가게 만들었다.

“뭐?”

운디네는 몇 번 크게 웃고는, 언제 웃었냐는 듯 얼굴을 싸늘하게 굳히고 마루를 직시한다.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자, 마루는 무슨 마법에 걸린 듯, 꼼짝없이 그녀만을 바라 봐야만했다.

“잘 들어라. 예전에도 너 같은 병신 같은 놈이 있었다. 이쪽 세계에 발을 담그고, 다시 평범했던 일상으로 돌아가려던 녀석이 있었지. 그런데 그 녀석 결국 어떻게 됐는지 알아? 알려줄까?”

운디네가 싸늘하게 웃는다. 그 싸늘함이 마루에게 다가와 그의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거의 반사적으로 소름이 온몸을 뒤덮여 지배했다.

“자살했어.”

“…….”

“왜인지 알려줄까? 아니 아니 알려줄 필요도 없이, 너도 똑같이 겪게 될 테니깐. 자아, 이제 네가 바라던 그 잘난 [평범한 일상]속으로 꺼져버려.”

운디네는 그 말을 끝으로 발길을 돌려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그녀의 속박에서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마루는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누나. 이제 우리도 좀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거야?”

“으응? 그게 무슨 말이죠? 유호?”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이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몸매가 판타지인 커리어 우먼과 불과 초등학생 고학년 정도로 밖에 쳐줄 수 없는 소년이 같이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엄마와 아들……라고 하면 커리어 우먼, 미성이 화를 내겠지?

“아니, 그게 이번에 신참이 들어오잖아. 우리는 짬밥 좀 먹는 선배니깐 후배를 마구 마구 부릴 수 있을까 싶어서.”

“어머,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죠. 우리 엄연히 선배 레가터인 시실은 맞지만, 그와 우리는 동등한 관계예요.”

“에에, 그런가……의외로 그런 것도 좀 기대해 봤는데, 아무튼 대충 새로 들어올 신참들은 괜찮은 편이더군. [코드 어벤져] 같은 경우는 사람이 나긋나긋해서 마음에 들어, 나와 같이 지성적인 스타일이라고 할까? 왠지 그 사람과 잘 맞은걸 같은 예감.”

“아, 현중군 말이군요. 저도 맘에 들어요. 왠지 그를 보고 있으면 병약 소년 같은 이미지가 풍겨서 여자로써 모성애, 보호본능 같은 것이 일어나요. 가슴에 묻어 버리고 싶은 스타일?”

“누나 가슴에 묻히면 축 사망이야……그리고 그 녀석……대마루라고 했던가 그 녀석 말이야. 왠지 나쁜 녀석은 아닌데, 뭔가 기분 나쁜 기운을 풍긴단 말이야.”

유호의 머리에 대마루라는 사내의 모습이 그려진다. 순수하게 낙천적이고 시원시원하고 처음 그를 만났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인상들이다. 그래, 처음 만났을 때 나쁜 녀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마주하고 있을 때 자신의 본능이 어쩐 일인지 그를 거부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면’ 위험해, 이렇게 자신에게 속삭이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본능을 100%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심할 필요는 있다. 아직 어떤 녀석인지 모른다. 무언가 어마 어마한 것을 숨겨둔 녀석일지도.

“대마루군도 귀엽게 생겼던데, 나름대로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얼굴이었어요. 현중군과 만만치 않게. 그런데……보고를 받은 자료만큼의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어요.”

현재 그들은 심비 박사와 동행하여 어제 대마루라는 소년이 레가터로 변신해서 <샘플0>와 접전을 펼쳤던 장소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런데 주위에 보이는 것은 그저 타고남은 검은 잿더미 천지들 뿐. 이 잿더미의 천국의 주위로 거대한 트레일러들이 일반인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길을 차단하고 있었다.

\"흐음……이것이군요.\"

잿더미를 한참 뒤지다가 심비가 어느 한자리에 서더니 가는 신음 성을 흘린다.

\"이것이 <샘플0>의 사체로 추정되는군요. 아주 깔끔하게 타버렸네요.\"

심비의 발 밑에는 거대한 거미가 배를 드러내고 누워 있었다. 다른 잿더미들과 같이 새카맣게 타있었는데 간간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신비가 조심스럽게 <샘플0>의 사체를 쓰다듬었는데 순식간에 만진 부분이 바스라 지면서 허공에 재가되어 날렸다.

\"이런 이런 다시 레가터분들이 바빠질 듯 하군요.\"

거의 반쯤 바스라진 <샘플0>의 사체를 바라보면서 심비가 묘하게 입가를 비틀었다.

\"이건 사체가 아니라 그냥 빈껍대기 일뿐이군요. <샘플0>씨는 또 도망친 건가요?\"

죽은 줄 알았던 <샘플0>하지만 그 인공악마는 아직 살아있었다.




살려고 하는 것이 죄인가? 살려고 하는 것을 거부하고 막을 권리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떠한 생명체에게 없다. 그런데 웃기는 것이 다른 생명체가 살려고 발버둥치는 꼴을 보고 인간이란 녀석들은 조그마한 연민의 정을 느끼면서 감싸주려고 하지만 나란 존재가 살려고 발버둥치려하자 인간들은 나를 처단하려 한다.

웃기지 않은가? 내가 단지 악마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나를 막으려고 한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서 만들어진 인공악마임에도 인간들은 나를 죽이려고 한다.

물론 인간들은 나를 죽이는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바로 내가 인간을 해하기 때문에 ,내가 인간을 해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그저 나의 생식방법, 내가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수단이다. 모든 생명체들은 자신의 활동하기 위해서 에너지를 만든다, 내가 인간을 잡아먹는 것은 나의 생체 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인간들의 관점에서 볼 때는 동족을 잡아먹는 잔악무도한 행위로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내 관점에서는 인간을 잡아먹는다는 것은 잔악무도하고 잔인한 행위가 아니다. 그저 나의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당연한 수단일 뿐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인간들은 나를 처단하려 한다.

『크륵……』

내가 태어난 것은 작은 실험실, 인간의 발전을 위해서 악마를 배양한다는 목적의 연구 속에
서 나란 불쌍한 존재가 태어났다. 내가 처음을 눈을 떴을 때 나는 초록색 배양액이 가득한
실험관 속에서 꿈틀거리는 나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내가 갇혀 이는 실험관 너머로 한가
득 미소를 머금고 웃으면서 기뻐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때 나는 내 자신이 축복 받은 존재인줄 알았다. 내가 태어남으로써 저렇게 많은 이들이 기뻐 해주다니 이건 정말 축복 받은 것 아닌가? 하지만 곧이어 그것은 나의 단순한 착각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단순히 나를 만들어냈다는 성취감에 기뻐했을 뿐 나 같은 존재의 탄생의 기쁨 따위는 1g도 기뻐하지 않았다.

『크륵, 크륵』

나의 주위에는 나와 같은 생명체들이 속속 탄생했다. 초록색 배양액이 가득한 실험관 속에 나와 닮은 생명체들이 수 없이 탄생했다. 나는 그것을 보면서 위안을 삼았다. 나와 같은 녀석들이 있다는 것에 대한 위안. 그리고 서로 약간의 동질 감을 느낄 수 있을 거라 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들을 나의 동료라고 불렀다.

\'자아, 이제 실험체는 충분하다. 이제 건장한 샘플들을 속아낼 차례야.\'

하지만 나의 동료들은 태어난지 몇 일도 안되어서 하얀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에 의해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연구원들로 보이는 이들이 실험관속에 있는 동료들을 꺼내더니 이상한 용액이 담긴 주사기를 동료들의 몸에 주사한 것이다.

『케엑!』

동료들은 고통스러운 단말마 비명을 지르곤 그 자리에서 바로 쓰러지고 말았다. 다시는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니 죽은 것이 틀림없었다.

\'다음.\'

하지만 인간들은 동료들의 죽음에도 무신경하고 무감각했다. 죽은 동료들을 보면서 싱드렁한 표정을 짓고는 실험관 속에 있는 다른 동료들을 꺼내와서 주사기의 용액을 계속 투입했다.

\'젠장, 이게 마지막이군.\'

나도 다른 동료들과 같이 연구들의 손에 의해서 실험관 속에서 꺼내졌다. 발악을 할 수 있었으나 발악 따위는 하지 않았다. 아무리 발악한다고 해도 나의 잡고 있는 억척스러운 인간들의 손을 벗어날 수 있을 리가 만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내 삶을 포기했다. 아주 짧은 삶뿐이었지만 내가 태어났다는 사실로만 만족했다. 자아, 나는 동료들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나의 시체가 바닥에 내 패댕겨 쳐지겠지?

이윽고 주사기 바늘이 나의 몸에 투입되고 그 후 밀려오는 고통에 나는 소리를 질렀다.

『케에엑! 케에엑!』

그때 처음 느꼈다. 아픔이라는 것을 이 아픔 뒤에 오는 죽음이란 존재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삶을 포기한 나 자신은 웃기게도 살고 싶다고 발악하고 있었다. 이 고통을 이겨내고 저 초록색 배양액이 담긴 갑갑한 실험관 인생이지만 그래도 살아가고 싶다고.

팟.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 주위에 있던 연구원들이 웃고 있었다. 마치 내가 태어났을 보았던 웃음과 똑같은 종류의 웃음이었다.

\'크하하, 되었어! 이 녀석은 버텨냈군. 드디어 악마들을 양산해낼 샘플을 찾았다!\'

그때 어두운 연구실 문을 열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연구원들과 같이 하얀 가운을 입고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위엄 있고 근엄해 보이는 한 중년인이.

\'<샘플0>라고 이름 짖도록 하지.\'

그 중년인은 나를 안아들고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네가 인류를 구원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샘플0>.\'

그것이 나와 김정훈의 첫 만남이었다



어두 칙칙한 연구실에 있는 시험관속에 답답하게 갇혀 지내야 했지만 별로 외롭지는 않았다. 나의 곁에는 김정훈 박사가 있으니까. 그가 가끔 들려주는 인간들이 사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나를 흥미롭게 만들었다. 이때부터 나는 단순히 사고하는 것에서 벗어나서 인간과 같이 고차원적인 사고와 사물에 대한 분석, 그리고 약간이나마 감정이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 사실은 김정훈은 알지 못했다.

얼마 전에 안 사실인데, 나를 만들 때 애초에 지능이란 기능을 삽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어쩐 일인지 지능을 가지게 되었고 인간과 같이 사고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사실을 안다면 김정훈과 다른 연구원들이 기뻐할까? 그것은 아니다. 나는 단순히 나의 DNA와 세포를 제공해주는 <샘플0>라는 인공악마였고 지능 따위는 필요 없다. 오히려 지능 있다면 위험하다는 이유로 나를 제거 할 것이다.

나는 이것을 알고 내가 지능이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

\'<샘플0> 네가 태어난 이유는 인류를 지키기 위해서야. 얼마 후면 완성될 <앙그리스 시스템>을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서는 너의 도움이 절실하다. 물론 인류를 구원한다는 목적으로 수많은 악마를 실험체로 삼은 것은 마땅히 죄를 받아야 하지만 말이야.\"

김정훈 종종 자신에게 독백 조로 이야기를 하면서 넌지시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떤 때는 자신의 괴로움을 나에게 토로하였는데 그때마다 나는 그에게 무슨 조언이라고 해주고 싶었지만 내가 지능이 있다는 사실을 숨겨야 했기 때문에 꾸욱 참고 있었다.

\'아무튼 많이 성장했군. 겨우 손바닥만하던 네가 이제 내 키를 훌쩍 넘어섰군.\'

김정훈과 첫 대면 한지 6개울이 지났고 나의 신체를 미칠 듯이 성장을 거듭해서 어느새 크기가 김정훈을 압도하고 있었다. 성장 할 때마다 실험관을 갈아야 하기 때문에 김정훈이 짜증내고 있었지만 그 짜증 속에서 왠지 기쁨이라는 감정이 묻어났다.

\'너는 그냥 건강하게만 자라라. 후후, 또 한 명의 아들 키우는 기분이군.\'

김정훈에게는 한 명의 아들이 있었다. 물론 자신의 연구 때문에 인간들이 사는 곳에 외롭게 버려 두고 왔지만 아들이 버려 두고 온 후 그는 나날은 고통에 시달리며 살았다. 자신의 유일한 혈육인 아들이 버리고 온 죄책감. 그는 사람을 시켜서 아들의 뒤를 감시하게 했고 그 보고를 매일 받으면서 살아오고 있었다.

\'아들에게 돌아가고 싶다. <샘플0>.\'

그가 괴로워하는 것이 나도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를 그의 아들에게 돌려 보내 주기는 싫었다. 언제까지나 김정훈 내 옆에 있어줬으면 한다. 내가 이렇게 하루 하루 답답한 실험관 속에서 살아가면서 인간들의 실험양이 되어가면서 알아 올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김정훈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가 나 떠난 다니 나는 싫었다. 영원토록 내 곁에 있어주길 바랬다.

\'<샘플0>. 어제 중대한 결심을 했어. 연구를 정리하고 내 아들에게 돌아가기로 했다. 이제 너와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나를 대신해서 다른 연구원들이 너를 보살펴 줄 거야.\'

사고 정지하고 백지상태가 되었다.

\'박사님 수고하셨습니다. 박사님의 대행해서 <샘플0>를 잘 보살피겠습니다.\'

김정훈 박사가 연구실을 떠나가려 하고 다른 연구원들이 몰려 들어온다. 김정훈! 왜 날 떠나려 하는 거야! 가지마.

백지 상태로 정지한 사고에 하나의 감정이 번지고 있었다.

『김정, 훈……가지,마―!』

분노.

빠직!

웅크리고 있던 몸이 자동적으로 움직인다. 몸을 펴자 갑갑한 실험관이 일순간에 파열되어버렸다. 처음으로 다리라는 것을 움직여서 땅을 디뎌 보았다. 처음으로 외부에서 공급되는 산소를 받아먹지 않고 내 호흡기로 호흡을 해보았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해보았다.
그리고 김정훈을 붙잡기 위해서 그에게 다가갔다.

아직 발성기관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서 나의 머릿속에 있는 말을 모조리 말하기에는 무리다. 하지만 이 한마디는 할 수 있었다.

『가,지마……김,정훈』

나의 마음을 모두 담은 한마디였다. 하지만 그 마음을 김정훈을 처참하게 짓밟았다.

\"괴, 괴물!\"

나를 보고 두려움일 떨고 있다. 그리고 나를 괴물이라고 부르면서 허겁지겁 도망가고 있었다.

\"무장한 연구원들을 소집해라! <샘플0>가 실험관에서 탈출했다.\"

무장을 한 연구원들이 내가 있는 실험실 안에 들이 닥쳤다. 그리고 총구로 나의 겨를 겨누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시각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의 머릿속에는 김정훈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내가 그에 대해서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그는 나를 단순한 괴물 취급을 하고 있었다. 결국 그들도 나를 실험도구로 이용해온 저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연구원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화가 나지 않아? 그럼 모조리 죽여버려 너에게 그럴만한 충분한 힘이 있어.

누군가 나에게 외쳤다. 그 외침에 따라서 나의 다리를 들어서 앞에서 총구로 겨누고 있던 연구원들을 찍어 죽였다. 그들이 손에 들린 총이 재 기능을 발휘하기 전에 모두 바닥에 나가 떨어 졌다. 그리고 도망치는 연구원들을 몇몇을 죽이고 그들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자아, 맛있는 먹이다. 어서 먹어! 이것들이 너를 강하게 만들어 줄 거야!

목소리에 이끌려서 그 시체를 먹었다. 그 후 기분이 너무 좋아져서 다른 인간들을 찾아다니면서 잡아먹기고 했다. 잡아먹고, 잡아먹고 또 잡아먹었다. 피를 마시고, 내장을 끄집어내서 잘근잘근 씹어먹었다.

-내장은 잘근 잘근

『내장은 잘근 잘근』

-심장도 잘근 잘근

『심장도 잘근 잘근』

-눈알은 와삭 와삭

『눈알은 와삭 와삭』

『케에에엑! 맛, 있다.』

마지막 남은 연구원까지 먹어치웠다. 그런데 마지막에 먹었던 연구원은 어딘가 익숙하다, 잡아먹기 전에 얼굴을 봤는데 내가 알던 누군가와 비슷했다. 그러고 보니 김정훈과 비슷하다. 그래, 비슷한게 아니고 김정훈이다. 그렇다면 나는 김정훈을 먹어치웠다는 소리다.

정신을 차려보니 주위가 전부다 피바다이다. 바닥에 남은 살점들이 뜨거운 피바다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바닥에 남아 있던 흰 가운. 그 흰 가운은 김정훈이 입고 있던 것이다. 이로써 나는 부인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김정훈을 잡아먹었다는 사실을.

-그래서 김정훈이 죽은거랑 너랑 무슨 상관이야. 애초에 녀석은 인간이야. 너는 악마구.

그래, 어차피 상관없어.

바닥에 남아있던 피를 혀로 핥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근데 이거 재밌네?』

그런데 갑자기 배경이 바뀐다. 어두 칙칙한 연구실이 낡은 폐창고 그곳에서 나는 한 인간을 도륙하기 위해서 나의 다리를 녀석에게 꽂아 넣었다.

\"거미괴물 새끼가!\"

주위를 둘러본다. 낡은 폐창고 그리고 복부에 구멍이 뚫리고 처참하게 구석에 처박혀 있는 한 인간, 그리고 나에게 겁 먹지고 않고 당돌하게 덤벼들었다가 나의 다리에 사로잡힌 인간.

『이제, 죽, 어라.』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고 다리를 들었는데 녀석의 손에 들고 있던 물건에서 거대한 빛이 세어 나와서 녀석의 몸을 감쌌다. 갑자기 그 인간을 붙잡고 있던 나의 다리가 뜨거워져서 반사적으로 녀석을 감쌌고 있던 다리를 때어내며 뒤로 물러섰다. 내가 명령해서 내 몸이 뒤로 물러선 것이 아니라 빛에 휘감긴 그 인간 녀석에게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열기에 내 몸이 두려움을 느끼고 반사적으로 내 몸이 뒤로 물러난 것이다 뒤로 물러난 것이다.

『케에에에엑! 뭐, 뭐지.』

엄청난 열기 이후에 거대한 충격파와 화염이 낡은 폐창고를 덮쳤고, 몇 초 뒤 낡은 폐창고가 통째로 폭발에 휩싸이면서 불구덩이가 되었다. 그리고 화염으로 가득 찬 그 지옥에서 나는 목격했다. 불길을 등지고 일어나는 붉은 빛 악마를…….



동네 한 켠에 존재한 한 공사장,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해서 몇 년에 공사가 중단되었지만 공사의 흔적은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마을 구석진 곳에 있고 불량배들이 모여들고 안 좋은 소문들이 끊이지 않아서 동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 되었다. 이 인적이 드문 공사장 한 켠에서 고깃덩어리로 보이는 것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크륵.』

고깃덩어리에서 신음 성이 새어나왔다. 피와 살점이 떨어지고 그곳에서 어른 팔뚝 굵기와 크기만 한 거미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 비정상적으로 큰 거미는 다름 아닌 <샘플0>였다. 어제 갑작스럽게 조우한 레가터와의 싸움에서 처참하게 패해서 심각한 부상을 입고 겨우 겨우 탈출했다. 탈출하는 과정에서 다시 재생한 몸을 미끼로 내주고 탈출해야 했지만 어쨌든 간신히 목숨을 부지 할 수 있지 않았는가?

『크륵, 못, 버티겠, 어.』

하지만 그렇게 간신히 건진 목숨의 불길이 끊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탈출했다고는 하나 싸우는 과정에서 핵까지 복구불능의 타격을 입어서 지금 현재 조금이라도 더 살아보기 위해서 발악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제 일어났나. 살려고 발악하는 인공악마.\"

『케엑!』

그때 <샘플0>에게 한 사내가 걸어왔다. 아무리 다 죽어 간다지만 정체를 모를 녀석은 자신의 곁에 다가오게 만들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 그 사내가 다가오자 바짝 곤두섰던 <샘플0>의 신경이 누그러졌고 곧이어 부상에서 흘러나오는 고통 때문에 괴로웠던 몸이 편안해진다.

\"너무 긴장하지마. 긴장하면 오히려 조금 남은 생명력을 줄이게 될 거야. 그냥 편안하게 있어.\"

『크르르륵……』

\"나는 살려고 발악하는 너에게 새로운 생명과 새로운 힘을 주려고 한다. 하지만 세상은 공짜란 걱은 존재하기 않지 나는 어게 새로운 생명과 힘을 준 대신에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받을 것이다. 이에 동의하겠느냐?\"

『조, 좋다.』

<샘플0>는 발성기관을 통해서 힘겹게 목소리를 짜내었다. <샘플0>의 확답을 듣고는 사내는 싱그러니 웃음을 지으면서 <샘플0>를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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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기동  lv 1 57.5% / 215 글 14 | 댓글 24  
그는 조흔 카덕이었슴돠ㅠㅠ

플레임 레가터[Flame Legater] 1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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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뭐임마 05/27/03:27
어라? 문피아 언제분이랑 이야기가 좀 다르게 흘러가는군요
0 거기 05/27/03:28
제로 비하인드 스토리 추가네
0 테이스 05/29/04:44
마지막 문장 왜이렇죠? 그냥 는 발성기관을 통해서…, 의 확답을 듣고는 사내는… . 이름 삭제?
0 카이 05/31/09:38
위쪽에도 비슷한 문장이 몇 개 있는 걸 보니 실수는 아닌 듯 합니다. 아마 게시판에서 인식할 수 없는 특수문자가 들어가 있었거나 혹은 원래부터 비어있는 부분인 듯 합니다. 이름이 없기 때문에 공백인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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