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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에 한번씩 업데이트하는 듯한 유쾌산뜻상큼 이능력배틀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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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레텔  lv 6 60.1428571429% / 2521 글 85 | 댓글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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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그레텔[yunie22]
조회 1009    추천 0   덧글 2    / 2008.03.09 22:22:39

길가를 정적만이 휩쓸고 있었다. 저 쪽에서, 평강이의 미세하게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말없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토끼를 바라보다, 문득 지금은 등교시간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아직은 사람이 많이 없었지만, 곧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게 될 것이다.
“온달 군.”
그런 생각을 하는데, 멀리서 손등으로 입을 가린 채인 평강이가 다가왔다. 웃음을 간신히 참고 있는 듯 했다.
“그… 이 잔해들도 그렇고, 이런 속에 이대로 있는 건 분명히 뭔가 곤란하오. 뒷일은 일단 제쳐두고, 일단 다른 곳으로 피하는 게 어떻겠소. 일단 나, 이렇게 피투성이가 되었고.”
아. 그러고 보니, 평강이는 아까 그 토끼의 피를 거의 뒤집어쓰다시피 했다. 문득 그러고도 아무렇지도 않네, 하고 놀랐다. 평강이의 긴 머리카락은 물론, 입고 있는 한복 저고리와, 그 밑의 교복은 온통 새빨갰다.
“그, 그런데 어디로…?”
“저희 집, 여기서 가깝소. 일단은 거기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소.”
그 말을 듣고,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듯 했다. 평강이의 집에 가는 건가…! 하지만 기뻐할 수도 없고 애매한 상황인 게. 일단은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내 대답을 기다리는 토끼를 일으켜 세우고는, 평강이네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몇 분 걸어 도착한 곳은, 그냥 평범한 분위기의 단독주택이었다.
“지금 아무도 없소. 나는 씻고 올 테니, 이야기하고 있으시오.”
평강이는 나와 토끼를 거실에 안내해 주고는, 욕실인 듯한 곳의 문 뒤로 사라졌다. 따뜻한 분위기의 거실에는, 소파나 의자 대신에 커다란 방석들이 가득했다. 뭘까, 이건. 조금 주저하며 방석을 깔고 앉았다. 토끼는, 그대로 가만히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저기, 앉아. 내가 그렇게 말한 이후에야, 토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를 따라했다. 방석 위에 정좌한 채로 앉아, 가만히 나를 바라본다. 그 눈빛에, 묘한 느낌이 전해져 와,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저기, 그러니까. 음… 일단 네가 뭔지… 아니, 누군지 물어봐도 될까…요?”
“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하지만 제가 무엇인지는 이미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저는 당신 겁니다. 아직 당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말입니다. 아, 그렇지만 말은 놓아주세요.”
무표정한 얼굴로 술술 말하는 토끼에, 잠시 멍해졌다. 거실 안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멀리서 쏴아, 하는 물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아, 아마 이건 평강이가 씻는 소리이겠지. 문득 든 그런 생각에, 어쩐지 깜짝 놀라서 숨을 삼켰다.
“왜 그러시는 건가요?”
“아, 아니, 아무 것도 아닌데…요.”
“편하게 말 놓으세요. 이제는 서로서로 우리들의 관계를 인식했으니, 더 이상 당신이 제게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지요.”
그, 아니, 우리들의 관계라니, 뭔데 그건.
“말하자면, 주종관계이지요.”
그리고 또다시 멍해졌다. 뭐, 뭐라. 주종관계라니! 나한테 그런 취미 같은 건 없는데요. 일단 분명한 기억으로는, 나는 결코 토끼 귀를 단 소녀가 주인님~이라고 부르면서 나에게 복종하기를 바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뭐, 아무튼 그런 건 일단 지금은 넘어가도록 하죠. 지금 문제는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 그렇긴 한데.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앉아있는 존재의 정체도 모르겠고, 어째서 여기 나타난 건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이 토끼는 달 토끼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내가 만든 존재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억은 희미하지만, 분명 그 그림에 내가 만든 토끼들은 모두 ‘지구침략’을 위한 달에 사는 토끼들. 동류를 죽이거나 할 리가 없다. 이렇게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행동할 리도 없다.
“저를 기억하지 못하시는 겁니까?”
여전히 아까 그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로, 묵묵히 그렇게 말해왔다. 기억하지 못하냐고?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잊고 있었다. 나는 얼마든지 기억할 방법이 있으니까. 조금 머뭇거리다,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기억날까? 바보같이, 이건 실례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눈앞의 토끼를 그려본다. 그리고 손가락이 처음 시작했던 점에 도착했을 때. 쿵, 하고 심장이 울렸다. 떠오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분명히 지금까지 ‘기억나지 않았던’ 토끼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숨을 멈추고는, 간신히 입을 뗐다.
“플라보….”
기억났다. 플라보라는 이름의 토끼. 아주 어렸을 때, 토끼를 키운 적이 있다. 꼭 꽃이 피는 것 같이 생겨서 그런 이름을 지었다. 내가 지은 건 아니었다. 영어 조기교육 같은 건 거의 없던 시절이었고, 그래서 영어 따위는 단 한 글자도 몰랐던 그런 어릴 적이다. 그런 이름을 지은 건 엄마였다. 이 토끼 말이지, 털이랑 귀가 뭔가 꽃이 핀 것처럼 생기지 않았어? 엄마는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었다. 그 토끼가 모델이었다. 그 토끼를 본 따서 그려 넣었었다. 어째서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토끼, 잘은 몰라도 키운 지 얼마 안 돼 죽었던 듯한 기억이 난다. 그래서 엄마랑 둘이서 굉장히 슬퍼했던 기억도. 하지만… 뭐야? 기억나는 건 이름뿐이다. 기억나는 손의 움직임은, 그 윤곽과 삐뚤삐뚤한 글씨로 ‘플라보’라고 썼던 것뿐이다.
“역시, 저를 기억하고 계시는 군요. 하긴, 당신이 저를 잊을 리가 없지요.”
그런 의문을 품고 있는데, 안심했다는 듯 그렇게 말하는 플라보였다. 내가 자기를 잊을 리가 없다고. 멍하니 그 말을 되풀이했다.
“확실히 그 때의 상황까지 기억하는 건 무리이겠지요. 사실은 저도 잘 모릅니다만.”
플라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추측해 본 거지요. 그러니까 아마도, 저는 당신의 실수로 인해 이렇게 태어난 것일 겁니다. 당신이 그림을 그리면서, 깜빡하고 설정을 안 써넣은 건 아닐까, 하는 겁니다.”
에, 그랬던 걸까. 8년 전이다. 그런 게 기억 날 리가 없다. 하지만, 일단 그건 제쳐두고서라도. 어째서 나를 찾아온 것일까. 지금 혼란스러운 상태이겠지요, 하고 말했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상한 일들. 혹시 그런 것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건 아닐까. 플라보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런 것도 있지만, 을 시작으로 말을 이었다.
“제가 저에 대해서 아는 것은 플라보라는 이름뿐입니다. 저의 ‘동료’라고 불러야 할 다른 토끼들은, 모두들 정확한 설정을 가지고 있는데 저는 너무나 공허했습니다. 분명히 저는 지구 침략을 위한 달 토끼이지만. 저는 당신이 만나고 싶었습니다. 저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라는 생각에.”
표정의 변화는 없다. 뭐랄까, 이 토끼. 무려 자아정체성을 찾고 있는 겁니까. 사춘기?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는 방황인가. 그런 것을, 플라보는 태어났을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걸까.
“그리고 저는, 알았습니다. 저는 당신이 만든 것이므로, 당신을 위해서 행동합니다.”
흐르는 적막감. 뭔가 기분이 묘했다. 그런데, 어떻게 나를 찾은 거지. 비오 형이었나, 능력자들 사이에는 무언가 느껴지는 게 있다고 했었다. 또 능력에 대해서도 느껴진다고. 그런 것이라면, 이 능력들 또한 능력자를 느끼는 게 가능한 것일까? 물론 나는 이 초능력이니 하는 것에 대하여 모르는 게 많기는 하지만, 아무튼 능력이 이런 식으로 자아를 가지고 있다니 그런 건 들어본 적이 없다.
“지금부터는 당신과, 지구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당신은, 얼마나 알고 있는 겁니까?”
에? 얼마나 알고 있냐고? 뭐야, 그건. 무엇에 대해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당신이 만든 지구침략 사건 말입니다. 이 사건, 당신만이 해결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아. 그, 당연하다. 내가 그 토끼들을 다 없앴을 리가 없잖아. PSE가 없었다면, 나는 이 사건을 해결하려 들지도 않았을 테지.
“그, PSE라고 나 같은, 사람들의 단체가 있는데. 그, 아까 그 여자애… 평강이도 PSE이고.”
“아, 확실히 그런 단체가 있다는 것을 어디에선가 들은 듯한 느낌이 드는 군요. 그렇다면, 그 여자 분과도 함께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이건, 진짜로 중요한 이야기인 것 같다. 평강이, 아직도 씻고 있는 중인 걸까? 그런 의문에, 평강이가 사라졌던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기, 평강아….”
소리 내서 평강이를 불러본다. 대답은 없었다.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빨리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 그렇습니까. 옆에서 들려오는 플라보의 말에, 잠시 주저하다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욕실 쪽으로 다가갔다. 불은 꺼져있는 것 같았다. 이미 다 씻었다는 건데.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옆쪽에 ‘평강이’라고 쓰인 팻말이 붙은 문이 보였다. 저기가 평강이의 방인가? 저, 평강아. 그렇게 부르자, 평강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오?
“저기,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런데. 저…….”
거기까지 말했는데도, 방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뭐야? 조금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어서, 문손잡이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그, 저, 들어가도……?”
“에? 저기, 잠깐…!”
에? 갑작스레 들려온 그 목소리에 순간 깜짝 놀랐지만, 문을 여는 것을 미처 멈추지 못했다. 잠깐만요, 이건 설마 문을 열었더니 옷을 갈아입던 중이었다거나 하는 뭐 그런 상황인 건 아니겠지?!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평강이는 이미 옷을 갈아입은 후라는 것을 곧 인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곧 눈에 들어온 평강이의 방은, 보통의 여고생들과 별다름 없는 평범한 방이었다. 단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온 벽이… 모 유명 사극의 포스터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었다. 뭐, 뭡니까.
“뭐요?”
전혀 다행스럽지 않은 것이. 지부장님의 얼굴을 하고 나를 노려봐오는 평강이는, 침대 위에 선 채로 지금 막 그 포스터들을 떼 내려던 중이었던 것 같다. 저, 그러니까 이건. 그, 그러니까… 저, 미, 미안 합니다…?! 순간적으로 방안에서 터져 나오는 엄청난 살기에 압도당한 나는, 그렇게 말하며 황급히 방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몇 분 후인가, 나는 평강이네 집 거실에 앉아 내 눈앞의 한 사람과 한 토끼의 눈빛을 동시에 받고 있었다. 그 둘의 다른 점이라면, 하나는 여전히 지부장님의 눈빛으로이고, 하나는 무표정한 눈빛이라는 것이었다. 도무지 평강이를 마주볼 수가 없어, 플라보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빨간 눈이 깜빡거렸다. 그러고 보니. 그 얼굴을 보다, 문득 아무래도 상관없는 의문이 들었다. 플라보는 남자일까 여자일까. 아니, 수컷일까 암컷일까, 가 맞는 말인가. 내가 그린 그 많은 달 토끼들, 성별에 대한 설정을 준 기억은 없다. 아마 플라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외관상으로도 구분 안 가고.
“그러니까, 도대체 뭣 때문에 여자의 방문을 멋대로 열고 들어온 건지 물어봐도 되겠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찌릿, 하는 엄청난 눈빛이 느껴져 와, 몸을 움츠린다. 아니 그러니까 그건. 우물쭈물 하다가, 플라보에게로 눈짓을 해보였다. 플라보는 계속해서 눈을 깜빡거리다, 평강이에게로 몸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저희, 아직 서로 인사조차 하지 않았군요. 아까는 그럴 경황이 없었지요. 제 이름은 플라보입니다. 이 쪽이 만들어낸 달 토끼들 중 하나이지요. 그 쪽은?”
“아… 유, 유평강이라 하오. 서온달하고 같은 반.”
갑작스레 자기소개를 해오는 플라보에, 또 그 정체에 놀란 것인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우물거리는 평강이였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플라보는 손을 내밀어 왔다. 악수, 하자는 건가. 머뭇거리다 그 손을 잡았다.
“그럼 이제 서로에 대한 인식은 끝이 났군요. 저는 그 쪽을 뭐라 불러야 할까요? 평강 양?”
“글쎄, 좋을 대로 하시오.”
평강이의 대답을 듣고는, 나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움찔, 뭔가요.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까? 그러고 보니 아직 그 쪽의 호칭도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군요. 언제까지고 이 쪽, 저 쪽이라고만 말하고 있을 순 없는 것 아닙니까.”
도대체 호칭 따위, 뭐가 그렇게 중요하단 말입니까. 아무래도 좋으니까, 이야기를 진행하는 게 우선 아닐까요. 플라보는 묵묵히 나를 바라본다.
“그럼 이 쪽은 평강 양이라고 부르겠습니다만, 그 쪽은 온달 군, 이라고는 부르지 못하겠군요. 무엇보다도 제 주인님이니까요.”
그러니까 주인님이고 뭐고. 도무지 이야기가 진전이 없잖아! 평강이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기분 나쁘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서 쏘아붙였다.
“그딴 거 아무렴 어떠오? 아무 걸로나 그냥 부르면 그만이지, 그게 뭐가 중요해.”
“하지만 누군가를 부르는 호칭이라는 것은 중요하지요. 그 사람과 자신의 관계 혹은 위치가 나타나니까 말이에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럼 평강 양은, 제가 이 쪽을 무어라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까?”
굉장히 진지한 얼굴의 플라보에, 평강이는 잠시 입을 다물고는 있는 힘껏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 왜 그러세요. 잠시의 정적이 흐르고, 다시 입이 열렸다.
“바보 온달.”
그리고 그 입에서 나온 말에,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뭐… 어?!
“너는 바보 온달이라고요. 그게 이런 거한테 잘 어울리는 호칭이로군. 그렇지 않소?”
살기를 내뿜으며 마치 지부장님과도 같은 그 엄청난 얼굴로 내뱉는 그 엄청난 말에, 잠시 숨이 멎어버리는 듯 했다. 나…… 평강이가 너무 무서워. 지부장님보다 더. 플라보는 평강이의 말에 잠시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니까 바보 온달. 그렇게 불러버리시오.”
플라보는 평강이에게 눈을 깜빡거리다, 알았다는 듯 주먹으로 손바닥을 콩, 하고 쳤다.
“그렇군요. 그럼,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왠지 잘 어울리네요.”
잠깐만, 그렇게 멋대로 정해버리는 게 어디 있어! 게다가 왠지 잘 어울린다니,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할 수가 있습니까, 당사자를 앞에다 놓고!
“그리고 분명히, 제가 어디선가 알기로는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는 한 세트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평강 공주라 불러드릴까요?”
그런 건 또 어디서 알게 된 겁니까…! 평강이는 말없이 얼굴을 찡그렸다. 어쩐지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잠깐만. 싫어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평강이도 여자라서? 공주라는 말, 듣기 좋은 건가? 하지만 이건 그게 돼 버린다.
“그러니까, 두 분은 ‘그런 관계’로군요. 그렇다면 평강 공주는 제 여주인님이 되는 거군요.”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말하는 플라보에, 나와 평강이 모두 잠시 말문이 막혀 버렸다. 아주 잠시의 정적 후, 평강이가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그럴 리가 없지 않소이까. 내가 뭐하자고 이런 거랑 사귀겠소?”
“어라, 아닌가요?”
“당연히 아니지! 공주라는 말 따위, 듣고 싶지도 않거든?”
“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납니다. 요즘에는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바뀌어간다고 말이지요. 그렇다면 이건 그거로군요. 평강 공주의 이미지라면 바보는 아니고.”
플라보가 그 기다란 귀를 갸웃거렸다. 아, 왠지 귀엽다. 문득 멍청하게 그런 생각을 하는데, 어디선가 들은 적 있는 뭔가 엄청난 말이 그 입에서 튀어나왔다.
“평강 장군과 온달 공주?”
그리고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그 말, 분명히 비오 형한테서 들었었지. 별로 재미도 없다. 좀 자제해 줬으면 좋겠는데. 아니, 그보다 어째서 이야기가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
“그러니까 평강 공주의 이미지는 여장부라는 느낌이 강하니 말이오.”
“저, 저기. 이제 그만…….”
조심스레 그렇게 말하려던 순간, 평강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까지만 해도 분노로 새빨개져서 소리소리 지르던 평강이가, 가만히 입을 다문 채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문득, 아까 평강이와 했던 대화가 떠오른다. 자기는 도무지 전력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던. 또다시 처음 보는 그 모습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저, 그러니까… 이제 이런 이야기는 그냥 그만 하자. 장군이고 바보고 공주고 간에.”
“그럼 어쩌지요.”
“그… 그냥 좋을 대로 불러줘, 바보 온달이나 온달 공주 말고 다른 거. 그러니까….”
말을 흐리며 평강이를 바라보았다. 평강이는 어느 새 다시 고개를 빳빳이 치켜든 채, 팔짱을 끼며 말했다.
“온달 도련님이나 뭐 그런 건 어떻겠소? 적절한 것 같은데.”
아아, 뭐. 사극 마니아인 듯한 평강이의 의견다운데, 확실히 적절한 타협선인 것 같다. 고개를 끄덕이자, 플라보도 알았다는 듯 나를 따라했다.
“뭐 그럼 그렇게 하지요.”
자, 이런 도무지 왜 한 건지 알 수 없는 논쟁도 끝이 났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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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레텔  lv 6 60.1428571429% / 2521 글 85 | 댓글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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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재미있네요.. 어? 그런데 여고생이 되신겁니까? 뭐, 축하... 드린다는 말씀은 드리기 힘들군요. 힘내십쇼 ㅎㅎ 저는 이번에 대학 신입인데... 상상하던 것과 그 궤를 달리 하는 군요.. 이건 뭐 고등학교 4학년도 아니고.. 제가 가서 가장 강렬하게 느낀것은.. \'논스톱\'은 다 거짓말이라는 거 ㅎㅎ 건필하세요오오
6 그레텔 03/11/10:29
감사합니다~ㅠㅠ 논스톱은 다 거짓말이라...< 에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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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 허무의 피조물(3) [2] 6 그레텔 08.05.05 1015 0
15 // 허무의 피조물(2) [2] 6 그레텔 08.03.09 1010 0
14 // 허무의 피조물(1) [4] 6 그레텔 08.02.28 106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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