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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정하늘 by 머루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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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747    추천 0   덧글 8    / 2007.05.20 14: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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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사귄 하수림은 나와 가장 친하게 지내는 사이가 된 날라리 학생이었다. 친한 친구는 바뀌지만, 그들과 함께 걷는 길만은 변하지 않는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본 나는, 이전에 민희와도 함께 이 길을 걸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봐, 수림아.”
“응?”
“너는 하늘을 날고 싶니?”

민희 대신 나의 단짝이 된 하수림은 바보처럼 킬킬거리더니 말했다.

“그런 헛소리를 할 시간이 있으면, 공부나 더해.”
“응. 그럴게.”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오늘 나는 수림이를 집으로 초대할 생각이었다. 수림이는 갑자기 오늘 우리 집에 가서 놀자고 말을 꺼냈다. 그녀는 비교적 사교적인 나조차 불쾌함을 느낄 정도로 행동할 때가 있었다. 나는 그녀를 보면서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면, 이전에 함께 다녔던 민희는 단 한번도 우리 집에 찾아온 적이 없구나.
옅은 먼지가 쌓인 신발장에 신발을 넣고, 우리는 2층으로 향했다. 2층에 잇는 내 방은 일반적인 학생들과 방과 다르지 않다. 침대와 컴퓨터, 책상과 책장이 하나씩, 그리고 보통의 여학생과 다른 것이라면, 책장 위에 인형대신 히어로들의 피규어가 장식되어 있다는 것 정도다.
수림이는 책장에서 그 중 하나를 집었다.

“이런 건 전부 어디에서 모으는 거니?”
“인터넷으로 주문했지. 가끔은 외국 사이트에서 공동구매를 하기도 해.”

하수림은 쾌활한 여자애였다. 그녀는 피규어를 잡은 채 내 침대에 도약하듯이 주저앉았다. 영미 쪽의 물건은 쉽게 부서 지지 않는다. 나는 수림이의 난폭한 행동을 크게 불쾌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너, 히어로를 좋아하니?”
“그래. 왜 그렇게 되어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햐, 별난 취향이네. 보통 여자애들은 마법소녀 같은 걸 좋아하는 거 아니니?”
“아, 그래. 어렸을 땐 나도 좋아했던 것 같아.”

나는 그녀의 옆에 앉았다. 처음부터 내 침대였으니까, 눈치 볼 것도 없이 벌렁 앉았다. 나는 우리 둘 다 가방도 벗어놓지 않은 상태란 걸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베개 옆에 가방을 벗어 놓으며 말했다.

“언제부터였더라. 나는 학교의 엄격한 규제 같은 게 마음에 안 들게 되어서 말이야. 그때부터 히어로물이라든지, 좀 시니컬한 이야기들을 좋아하게 되어버렸어.”
“이상한 취향이네.”
“쨔샤. 부모님도 신경을 안 쓰시는데, 내가 뭘 하든 무슨 상관이냐.”

수림이는 약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상관있어. 네가 어째서 마법소녀나 히어로물을 동경하게 되었는지 생각해봐.”
“응?”
“학교, 야간 학습, 보충 학습, 대학, 취업. 우리는 그런 것을 생각해야하기 때문에, 마법소녀나 히어로 같은 꿈을 포기해야했어. 결국 이 사회의 모든 것은 우리를 억압하고 있는 거야.”

이 순간, 수림이는 평소보다 진지해보였다. 하지만 그녀가 보인 진지함은 날라리 학생이 빠지기 쉬운 아집으로 보기에도 지나치게 광신적이었다. 나는 그녀가 걱정되었으나, 곧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온 수림에게 더 이상 할 말은 없었다.
아주 잠시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시간은 금세 7시를 넘기고 있었다. 나는 저녁을 차리기 위해 1층의 부엌으로 내려갔다. 수림이는 멋대로 내 컴퓨터를 켜서 이상한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었다.
오늘은 10시까지 부모님이 집에 오시지 않을 예정이었다. 나는 멸치땅콩조림과 깍두기, 동치미등을 꺼내고 생선도 굽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친구가 데려 왔으니, 성대한 저녁을 대접해줄 생각이었다. 친구에게 조림이나 김치 한 종류로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내 성미에 맞지 않는다.
금방, 식탁에는 뜨끈하게 데워진 된장찌개와 연근조림도 올라오게 되었다. 나는 오늘따라 동치미의 분홍색 국물이 예쁘다고 생각하며, 2층에 있는 수림이를 부르기 위해 입에 손나팔을 붙였다.
하지만 내가 수림이를 부르기 직전에 초인종이 울렸다. 나는 앞치마를 두른 채 잽싼 동작으로 현관에 나갔다.

“누구세요?”

이런 시간에 우리 집에 찾아올 사람은 없었다. 나는 이상한 종교를 권유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서 은근히 겁에 질렸다. 그러나 오랫동안 밖에서 아무런 대답이 없자, 나는 어린애들의 장난일 거라고 추측하며 분통을 터트렸다.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오랜만이야.”

나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국자를 떨어트렸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잊을 리가 없었다. 나는 현관문을 벌컥 열어 젖혔다.

“오민희?”

깨어있을 때도 부스스한 얼굴의 여자아이가 우리 집 현관에 있었다.

.
.
.

민희는 나도 처음 보는 평상복 차림을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옷에 관심이 많은 나는 그녀의 옷차림을 훑어보았다. 인디언들의 모포처럼 화려한 색상의 니트, 무릎 위로 올라오는 짧은 치마는 평소의 민희답지 않게 센스가 멋있어 보였다.
그녀는 지나가다 친구 집에 들른 사람처럼 생긋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이네.”
“아, 그래. 나도 민희랑 만나는 건 정말 오랜만인걸. 그런데, 우리 집엔 어떻게 왔어?”

나는 한 달 간 학교에도 나오지 않았던 민희의 지난 행적보다, 그녀가 어떻게 우리 집에 올 수 있었는지가 더 궁금했다. 그녀는 우리 집에 단 한번도 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안개처럼 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너희 집에…… 누가 또 있니?”

지금 내 방에는 최근 나와 가장 친한 친구인 수림이가 있었다. 별 생각이 없이 사는 편인 나는, 그녀들끼리 만나서 인사라도 시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응. 있어.”
“잘 됐네.”

갑자기 민희는 집안에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신발도 벗지 않은 채였다. 깜짝 놀란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지만, 민희는 되돌아보지 않았다.
깨끗이 닦아놓았던 나무 바닥은 그녀의 신발에서 떨어진 진흙으로 더럽혀져버렸다. 나는 민희가 신고 있는 신발이, 군대에서나 신을 법한 안전화라는 것을 깨닫고 아연해졌다. 나는 그녀를 제지하지도 못하고, 민희의 주변을 맴돌며 2층까지 뛰어올라갔다.
내 방에서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던 수림이는, 우리들의 모습을 이상하다는 듯이 보았다. 나는 이 이상한 사태를 수림이에게 해석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안돼, 하늘아. 너는 그냥 가만히 있으렴.”

민희는 앞으로 나서려는 나의 몸을 양손으로 밀어붙였다.
많은 힘을 들인 동작은 아니었다. 민희는 예전에도 그랬듯이, 힘이라곤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손길로 다정하게 내의 옆구리를 밀어낸 것뿐이었다. 나는 오랜만에 느끼는 민희의 느릿한 대응에 이상한 기분을 느끼며 물러나주었다.
그동안 민희는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수림이에게 말했다.

“어째서 이 사람의 집에 있는 거죠?”

나는 아직도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컴퓨터를 사용하던 수림이는 천천히 컴퓨터 의자를 돌리더니, 학교에서 자주 하는 것처럼 의자를 뒤로 기울이면서 픽 웃음을 지었다.

“역시, 너희 쪽에서도 왔구나.”
“제 질문에 대답해주세요.”
“물론, 내가 여기에 올 이유는 하나뿐이잖아. 나는 이 세계에 있는 불쌍한 노예들을 구원하러 왔지.”

‘구원한다’라는 말은 상당히 이상하게 들렸다. 나는 그녀들의 이상한 대화를 들으면서, 모처럼 지어놓은 식사가 식기 전에 이야기를 끝내주길 기다렸다.

“이제 조금만 더 하면 연결이 끝났을 텐데. 아쉽지만, 좀 더 시간을 끌어야겠어.”

수림이는 평소에도 불량학생이었지만, 오늘은 뭔가 이상했다. 컴퓨터에 앉을 때 쓰는 사무용 의자가 쓰러졌다. 그녀는 일어서서 민희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여전히 얼굴에는 미소를 띄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갑자기 발차기를 날렸다.

“꺄악!”

비명을 지른 것은 나였지만, 수림이의 발차기에 맞은 것은 민희였다. 그녀는 미처 움직이지도 못하고 뒤로 나자빠졌다. 그동안 수림이는 문 옆에 서 있던 나를 밀치고, 내방의 문을 잠갔다.
이상한 일이 일어난 탓에 나는 한동안 정신이 멍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나는 쓰러진 민희를 일으키는 일부터 했다.

“괜찮니, 민희야?”
“응. 괜찮아.”

그녀는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 나는 호들갑을 떨면서, 벽장 위에 있던 사각휴지를 가져왔다. 하지만 민희는 휴지로 피를 닦아주는 내 손길을 뿌리치며 말했다.

“큰일이네, 하늘아. 저 여자가 네 방에 틀어박혀 버렸어.”
“그건 됐으니까, 코피나 닦아.”
“안돼. 저 여자가 네 방에 틀어박혀 있으면 큰 일이 날거야.”
“무슨 소리야? 그보다, 왜 둘이서 싸운 거야? 혹시 두 사람은 사이가 안 좋은 거니?”

코에서 계속 흐르는 피 때문에, 민희가 입고 온 니트의 목덜미는 새빨갛게 되어버렸다. 그녀는 그 지경이 되어서도 웃음을 지었다.

“하늘아.”
“어, 응?”

열심히 피를 닦아주던 나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러자 민희는 작년에 죽은 고모처럼 느긋한 웃음을 짓더니 말했다.

“너는, 정말로 아무 것도 모르는 구나.”

민희는 혼자서 일어났다. 나도 그녀를 따라 일어나며 휴지를 챙겨주었다. 민희는 내가 건넨 휴지로 얼굴을 한 차례 닦았다.

“고마워,”

그녀는 굳게 닫힌 방문을 바라보며 핸드폰을 꺼냈다.
그러더니, 그것으로 사정없이 문을 내려쳤다.
얌전한 민희가 그렇게까지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정말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는 우리가 만나지 못한 한 달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민희는 그 행동을 한 다음, 나를 돌아보며 씩 웃어보였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복잡한 생각이 드는 것을 느꼈다.
잠겨있던 내 방의 문은 간단하게 열렸다. 신기하게도, 그녀의 휴대폰은 전혀 부서지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나는 민희가 그것을 다시 주머니 속에 넣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내 방안에는 수림이가 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웹 서핑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방향이 자유롭게 돌아가게 되어 있는 내 의자를 빙글 돌렸다. 그리고 의자 위에 양다리를 올려서 앉더니, 눕는 것처럼 편안한 자세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접속은 끝났어. 이제 순순히 내가 저 애를 데려갈 수 있도록 해줘.”

민희는 똑바로 서서 수림이를 바라보았다.

“하늘이는 당신들의 계획과는 관계가 없어요.”
“그럼 강제로라도 할 거야.”

갑자기 유리창이 깨졌다.
유리창이 깨진 충격 때문에, 책장 위에 있던 피규어 중 몇 개가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부서진 피규어의 가격을 생각하자 몸서리가 쳐졌다. 무엇보다, 어째서 갑자기 유리창이 깨져버린 것일까!
나는 무언가가 밖에서 날아와 방바닥에 떨어지는 모습을 흘끗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민희는 방바닥에 흩어진 유리조각들을 무시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때쯤 나는 내가 아직도 앞치마를 벗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나는 단지 놀란 표정으로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움직이지 않는 동상이 되어, 눈앞에서 벌어지는 믿을 수 없는 사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에잇!”

방으로 들어 간 민희는 수림이에게 싸움을 걸고 있었다. 아까 전에 문을 열었을 때처럼, 그녀는 휴대폰을 손에 쥐고 수림이의 머리를 향해 내리찍었다. 나는 그렇게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싸움을 실제로 눈앞에서 본 적이 없었다.
좁은 방안에서, 수림이는 민희의 공격을 피했다. 수림이는 자신이 반쯤 누워있다시피 하던 의자를 밀치며, 좁은 방안에서 솜씨 좋게 뒤로 굴렀다. 그녀가 넘어트린 의자는, 민희의 무릎에 부딪혔다.

“아악!”

나는 눈을 감았다. 민희는 의자에 부딪힌 무릎을 감싸 쥐느라, 휴대폰을 떨어트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수림이는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뒤에는 깨진 유리조각들이 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유리조각을 밟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 가운데로 걸어갔다. 나는 내 방의 바닥에 무언가가 비스듬히 꽂혀 있는 것을 보았다.
내 방에 본래 없었던 그 물체는, 짤막한 망치였다.

“아…….”

나는 망치를 보는 순간,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상했다.
정말로 이상했다. 나는 그냥 친구를 집에 데려와서 밥을 먹으려고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한 달 간 실종되었던 친구가 집에 찾아오고, 집에 초대했던 친구는 그녀와 싸움을 시작했다.
게다가 수림이는 내 방에 있을 리가 없었던 물건―짧은 망치―를 바닥에서 집었다. 나는 방금 전 유리창을 깨고 들어온 작은 물체가 그 망치였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떠올릴 수 있었다.

“잠깐…… 그걸로 뭘 할 생각이니?”

나는 주저앉은 채로 물었다. 의자에 무릎을 부딪쳐서 움직이지 못하던 민희도, 수림이를 바라보았다. 수림이는 오른손에 망치를 든 채 이상하게 웃고 있었다.

“미안해. 너는 나와 함께, 우리의 고향으로 가야겠어.”

수림이는 나를 보며 웃더니, 오른손에 든 것으로 민희를 내려치려고 했다. 나는 급한 대로, 앞치마 속에 들어있던 국자를 수림이에게 던졌다.
하지만 그녀는 들고 있던 망치로 날아오던 국자를 막았다. 국자는 망치자루에 걸려서 빙글, 하고 돌더니 바닥에 떨어졌다.

“무슨 장난이니.”

손망치를 든 수림이는 나를 보며 웃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웃지는 못했다.
바닥에 엎드려 있던 민희가 수림이에게 달려든 것이다. 그녀는 수림이의 몸에 뒤엉켜, 수림이를 창가에까지 밀어붙였다. 민희에게 밀려난 수림이는,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조각을 밟고 비명을 질렀다.
수림이는 자신의 몸에 들러붙은 민희를 망치로 내려치려고 했다. 하지만, 민희는 더욱 강력한 힘으로 수림이를 밀어붙였다. 결국 수림이는 비명을 지르며 창가로 계속해서 밀려났다.
나는 방안으로 따라 들어가서, 그녀들의 싸움을 멈추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들어갔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창문이 깨지고, 서로 뒤엉킨 두 사람은 밖으로 떨어졌다.

“아…….”

그때, 나에게는 더 이상 반응을 보일 여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일어난 사건은, 나를 계속 멈추어있을 수 없게 만들었다. 나는 유리조각을 밟지 않도록 조심하며 창가로 다가갔다. 방바닥에 떨어진 유리조각에는, 아직도 피가 묻어 있었다.
하지만, 창문 아래에는 아무도 없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풍경은 평소와 다를 것 없이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나는 내 방을 다시 돌아보았다. 깨진 유리, 부서진 문, 넘어진 의자 따위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이제는 무엇이 현실인지를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 순간이었다.
창문 아래에서 검은 것이 치솟았다.
그것은 새카만 옷자락이었다. 나는 그것이 망토나 코트 같은, 긴 천의 일부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새카만 것은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나는 그 기묘한 물체가 이상할 정도로 친숙하게 느껴졌다.

.
.
.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나는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부서진 물건이나 더러워진 바닥은 치워놓을 수 있었지만, 깨진 유리창과 방문은 나도 고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기껏 차려놓았던 식사는 절반도 먹지 못했다.
나는 10시가 넘어서 돌아오신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했다. 아버지는 도둑이 들었다는 나의 말을 의심하지 않으셨다. 덕분에 방문과 유리창은 고칠 수 있었지만, 나는 더욱 심란한 기분에 사로 잡혔다. 나는 복잡한 머리를 안고 그대로 집을 나섰다.
교실에 도착하자, 아이들은 이상한 시선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교실을 둘러보았다.
언제나 일찍 오는 편이던 수림이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제 저녁에 있었던 이상한 사건을 떠올리고, 더욱 속이 쓰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때 나는 내 뒤에 누가 서 있을 것을 느꼈다. 나는 누군가가 교실로 들어가는 길을 막았다고 생각하고, 얼른 옆으로 비켜섰다. 그런데, 내 뒤에 서 있던 사람은 적어도 학교 내에서는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물인 학생주임이었다.

“정하늘 학생. 잠시 나를 따라 오세요.”

그는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항상 우아한 것을 강조하는 학생주임이 그렇게 당황하는 모습은 보인 건 처음이었다. 아이들은 학생주임에게 불려가는 나를 보며 동정의 눈길을 보냈다. 복도에서도 학생들은 주임에게 불려가는 내 모습을 흘끗 거렸다.
내가 불려 간 곳은 교장실이었다. 학생주임은 나를 교장실 안에 들여다 보낸 후, 혼자서 떠나버렸다.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문을 노려보다가, 교장실 가운데 놓인 소파를 향해 걸어갔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순간, 교장의 의자가 빙글 돌아서 나를 바라보았다.

“정하늘 학생이죠?”

정말로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교장실의 의자에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 사람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답은 됐어요. 인사도 됐어요. 이제부터 우리는 중요한 말을 해야 하니까, 거기 소파에 앉으세요.”
“네.”

나는 순순히 소파에 앉아서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봐도, 그는 정말로 처음 보는 사람이 분명했다. 남자는 교장실에 당당하게 앉아있었지만, 교장 선생님과는 다른 인물이었다. 우리 학교의 교장은 60세를 넘긴 노인이었지만, 지금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는 기껏해야 40살 전후로 보이는 중년이었다.
그 남자는 이상한 서류를 휘리릭 넘기며 말을 시작했다.

“정하늘 학생. 성적은 평범하고, 용모는 단정한 편이군요. 199X년 출생. 교우관계도 무난하고, 성격에도 이상이 없어요.”

서류를 모두 넘긴 남자는 그것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는 이렇게 가까이서 다른 남자를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너무나도 감정이 결여되어 현미 죽처럼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는 미소를 지었다.

“본론부터 말하죠. 어제 저녁에 무슨 일이 있었죠?”

나는 어제 저녁에 있었던 그 기괴한 일을 떠올리자 다시 기분이 나빠졌다.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정하늘 학생. 거짓말은 하면 안 됩니다.”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정말로 그 이상한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순순히 대답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나는 그런 이상한 사건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결국 그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모두 말하고 말았다. 말을 하는 동안, 나는 스스로도 이 말을 이 남자가 믿어줄지 의심을 하고 있었다.
말을 마친 나는 이제 생활기록부에 정신이상이라는 기록이 적혀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뒤늦은 후회가 나를 괴롭힐 무렵, 가만히 생각에 잠겨있던 남자는 다시 말을 시작했다.

“훌륭하군요. 과연, 저쪽에서도 당신을 노리고 있었다면, 분명하군요.”

그의 말투는 이상했다. 나는 어정쩡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네?”

남자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당신을 채용하기로 하지요.”
“채용이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조바심을 느끼면서도, 나는 최대한 정중하게 질문했다. 그러자 남자는 책상 위로 몸을 뻗어, 나에게 바싹 얼굴을 가져다대며 말했다.

“정하늘 학생. 당신은 자유를 느끼고 싶지 않으신지요?”
“자유?”

남자는 다시 의자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자유. 당신이 이 결정에 찬성을 하거나 반대를 하는 것도 자유입니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니까요.”
“그런데, 정확히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엘리트가 되는 겁니다. 이 사회에서,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고 가지고 싶은 건 뭐든지 가질 수 있는 직위에 오르는 거죠. 당신이 말입니다.”

나는 되물었다.

“제가 엘리트가 된다구요?”
“네, 그렇습니다. 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가지고 싶은 건 뭐든지 가질 수 있는 힘을 드리겠습니다. 아, 물론 이 선택은 자율입니다.”

남자는 의자에서 일어섰다.

“당신은 이제부터 마법소녀가 되어, 반란군을 물리쳐야합니다.”

.
.
.

나는 나보다 연배가 위인 사람의 면전에서 화를 내거나 욕설을 내뱉는 일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듣자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뭐라구요?”
“말 그대로입니다.”

그는 창문을 열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 이 세상은 크나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머나먼 세계에서부터 찾아온 알 수 없는 적들이 우리들의 주변에 있습니다.”

예의상 “정말입니까?” 하고 놀란 척이라도 했다면, 나는 훌륭한 학생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기분 나쁜 농담이었다. 나는 내가 왜 여기에 불려왔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상한 남자에게 이런 기분 나쁜 얘기를 듣자 더욱 비위가 상하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라면 세계는 멸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의 힘이 꼭 필요합니다.”

창문 밖을 보고 있던 그는 나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나는 기가 막힌 한숨을 내쉬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일 수가 없었다.
남자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우리는 당신 이외에도 많은 마법소녀들을 준비해놓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적들의 숫자는 우리보다 많습니다. 또, 우리들은 그들의 정체를 알지 못합니다. 그들은 일반인들 속에 교묘히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내가 앉아있는 소파로 다가왔다. 나는 당황해서 일어서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내 어깨를 눌러서 그대로 소파에 앉아있게 했다. 남자는 내 귓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어쩌면 그 적들은 당신의 주변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면, 어젯밤에 당신의 집에 침입했던 하수림이라던지.”

나는 또다시 창가로 향하는 그의 등에 대고 물었다.

“무슨 소리죠?”
“말 그대로입니다. 지금 우리들에게는 시간이 없습니다. 더 이상 그들의 야망을 막지 못하면, 세계는 정말로 멸망해버릴 것입니다.”

남자는 창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선택은 자유입니다. 정하늘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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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johanbum 05/20/02:44
\"평범한 사람들은 눈치 채지 못하고~
머나먼 새계에서 찾아온 알수없는 적들이~
우리들의 주변에 있습니다\" ---이부분에서 폭소(웃음)
0 마법소녀마법 05/20/03:20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늘 ,
3 johanbum 05/20/03:27
하하~~ 저도 처음에
그부분이 떠올려 버렸지만
내용은 색다르군요^^
0 테이스 05/20/03:42
부괴영화 ㄲㄲㄲ 퇴고좀 하시죠?
0 머루머루 05/20/03:45
테이스 // 지적 감사합니다. 빨리 올리다보니...
0 나르 05/20/03:46
스트레이랑 비슷한 말이 나온듯한 이느낌은 뭐지..
0 데스티니 05/21/01:35
왠지 맨인블랙이나 매트릭스가 생각났다는.. 아하하 그래도 재미있게 보고있습니다~
7 ㅅㄷㄴㅅ 12/14/12:06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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