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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653    추천 0   덧글 0    / 2008.03.23 15:39:49
 그리고 아무런 탈없이 주 5일제 수업을 무사히 마치고 나서 내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주말이 다가왔다. 
 이번주는 놀토가 끼는 날이라서 주말 이틀 동안은 맘 놓고 편히 쉴수가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있을 서울코믹월든지 하는 이벤트 때문에 어제부터 두리가 우리집에 찾아와서 코스프레 의상 만드는 것을 도와주게 되었으니-
 황금알을 낳는 암탉보다 더 값진 주말을 이런식으로 소비해 버리니... 돌려다오. 나의 주말을!
 그런데 옷 만드는건 그렇다쳐도 어째 옷들이 하나같이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입는 그런 류의 옷이냐? 어찌 두리녀석이 입는 옷인데 하나같이 하늘하늘하고 고딕스러운 여자옷 밖에 없는건지... 녀석의 취향인건 알겠지만...   
 대체 한 사람이 입을 옷을 몇벌이나 만드는지.
 즐거워야 할 놀토 날에 새벽 4시까지 잠자리에 들지 못하는 사상최악의 놀토가 되었다.
 밤새도록 옷을 만드느라 온갖 불평을 하는 나에게 두리녀석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내게 이렇게 말했다.
 \"돈 벌고 싶지않아?\"
 -라고 한다.
 아이구 무셔라. 레몬사탕같은 비타민 C가 철철넘치는 상큼한 얼굴로 그딴 소리를 해대는 이런 녀석을 친구로 두다니. 내 인간관계도 썩긴 제대로 썩었나보다. 아니, 썩어서 반대로 푸른곰팡이가 활개를 칠만큼 숙성이 되지않았을까 하는 정도다.
 \"그리고 세찬이도 가보면 분명 좋아할거야. 예전 처럼 그런 일은 안 일어날거니까 걱정 붙들어매셔.\"      
 -라고 까지 하면서 녀석이 나에게 안심을 시켜주는 말을 하지만 솔직히 말해 못믿는다. 못 믿는다보단안 믿는다가 옳은 표현이겠지.
 그렇게 나와 두리는 일당 20만원(주로 내 목적이지고 두리는 거의 즐긴는 거니까 하는 동기가 틀리다.)을 벌기 위해 새벽 4시까지의 수마와의 대사투를 이기고나서 50억 년 후면 사라질 햇님이 떠올랐다. 망할 태양아 잠좀자자! 아르테미스를 데리고 오란말이야!
 결국 한숨도 못자서 눈에 다클서클이라고도 할수없는 인간팬더가 된 두리와 나는 아침 8시에 학여울로 가기위해 역으로 갔다.  
 지하철에서 겨우겨우 선잠을 잤다만 사람은 오후 10시부터 오전 2시 까지 자는것이 다른 시간때 자는 것보다 훨씬 회복력이 빠르기때문에 이런 잠은 잠도 아니다. 
 그래도 꾸벅꾸벅 잘자는 내 옆에 미소년 소꿉친구는 얼굴에 다클서클은 커녕 피곤한 기색도 없이 뚫어져라 자기가 만든 공략지도를 보고있었다. 
 언제 공략지도까지 만들었는지는 내 기억에는 없지만 아무튼 나만큼 한숨도 안 잤으면서 전혀 피곤하지도 않나. 어떤의미로 대단하고 존경할만한 녀석이다.
 어느세 나도 모르게 드르렁드르렁 코까지 골며 지하철안이 안방이 마냥 자고있었는데 옆에 앉아있던 두리가 나를 흔들면서 깨웠다.  
 \"세찬아~♥  다왔어 일어나. 안 일어나면 코 안에다 청산가리를 부어 줄거야.\"
 이런소리를 해대는데 안 깨어나는 인간이 이세상에 몇이나 존재할까.
 두리말대로 이미 지하철은 학여울역에 다와있었다. 여러번 지하철을 갈아타서 오는 보람을 제대로 만긱하고 있는데 안내방송으로 학여울역에 도착했다는 기계음의 여성목소리를 들었을때는 지하철 밖에는 호화찬란한 옷들을 입은 사람들이 내 시신경을 자극시켰다. 
 \"이렇게나 사람이 많이 와있을 줄은 몰랐는데? 이번 서코도 매우 기대되는걸.\"
 두리는 녀석은 만족했는지 프로축구팀의 감독같은 표정을 짓고있었다. 
 어떤것에 만족감을 느끼는 거냐?
 \"뭐긴, 사람들이 이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가며 자신들이 만든 코스프레 옷을 입어서 뽐내는 모습에 만족을 느끼는 거지.\"
 아~ 그러셔요. 난 그런걸 전혀 모르거든요. 특히 코스프레라는걸 말이다.
 지하철이 학여울에 도착하여 완전히 정지했다.
 두리의 손에 이끌려 주인이 시베리안 허스키에게 끌려가듯이 나는 녀석의 뒤를 따라갔다.
 아직 시작도 하지않았는데 벌써부터 몸에 피곤을 느낀는 건 왜지?
 당장이라도 집에 가 따뜻한 이불 안으로 들어가서 동면을 하는 뱀처럼 편히 자고싶지만 그러지 못한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자. 세찬아 그럼 돈벌러 가볼까?\"
 운좋게도 10시 시간에 딱 맞쳐오는 바람에 줄을 설필요도 없이 바로 입장권을 살수가 있었다. 사실 두리 녀석이 입장권을 사기전에 녀석의 주머니안에 두 장의 입장권이 있었다. 너 암표를 산거냐?    
 \"오해하지 말아줘요~ 다 방법이 있거든.\"
 -라고 말하지만 녀석의 뒤에 검은 오라가 보이는건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암표일지도 모르는 입장권을 가지고 코스프레 의상(자그만치 6벌이다.)을 두손에 들고서 입장을 하였다. 마침 날씨도 덥지도 춥지도 않는 어중간한 날이기에 실내안에서도 히터나 에어컨은 틀지 않았다.
 옛날에 와바서는 알지만 실내관은 상당히 넓었다.
 실내는 총 제 3관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1관과 3관은 동아리들이 동인지나 팬시 등등을 파는 매장 이었고 제 2관은 무슨 무대설비가 되어있어 코스프레쇼나 그런것들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그전까지는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서 랜덤으로 나오는 애니오프닝과 앤딩을 죽어라 보고있는 장소로 쓰고있었다. 라고 두리녀석이 알려주었다.
 아무튼 만화와 애니를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걸 새삼 다시한번 느끼지만 이정도로 사람들이 좋아할지는 예상하지 못는데, 여기서 만큼은 두리녀석도 제대로 된 사람이군.
 \"어이~ 미샤아냐? 이제 찾았네.\"
두리에 손에 이끌려 이리저리 1관과 3관을 초고속으로 오가며 다니고 있었는데 뒤에서 파랑색 가발을 쓰신 건장한 체격에 남성분이 나와 두리에게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아, 네오님 안녕하세요. 다른 분들은요?\"
 \"모두 와있어. 널 찾느라 힘들어 죽는줄 알았다. 연락이라도 하지 그랬어.\"
 두리와 파랑가발의 남자가 서로 인사를 하고나서 잠시 담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약간 거슬리는건 두리야 너이름 미샤였냐? 미샤는 또 뭐니? 나한테 설명 해주지 않을련?
 \"응? 그게 그렇게 궁금해? 미샤란 [데빌노트]에 등장하는 히로인으로써 주인공을 좋아하고 또한 도움을 주는 아주 귀여운 캐릭터인데 거기서 따왔지. 아,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닌데. 나머지 궁금한건 천천히 알려줄게.\" 
 궁금하고 자시고간에 그냥 물어본거다.
 \"그런데 미샤 옆에 있는 친구는?\"
 \"아~ 제가 지난번에 말했죠. 오늘 대타로 뛸 친구에요.\"
 \"그래? 음...\"
 여성스러운 미소로 두리가 파랑가발의 남자에게 나를 소개시켜주었다. 파랑가발남자는 정육점의 좋은고기를 고르는 던골손님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위아래 둘러보았다. 사람을 물건 취급하듯 보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요.
 \"좋아. 이정도면 안성맞춤이야. 둘다 지금당장 탈의실로 가서 옷을 갈아 입도록해.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가 잘 이야기 할테니까. 자, 얼른 가봐.\"
 도대체 나한테 시킬 일당 20만원짜리 일은 무엇인지 가면갈수록 의문에 쌓이는 도중에 이번에도 두리에게 이끌려 제 2관 탈의실로 빠른걸음으로 갔다. 뛰지 못하는 규칙이 있는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정말.
 \"어?\"
 양손의 옷봉다리를 들며 질질끌려가 탈의실로 향하는데 남들보다 3배의 후각능력을 가진 나에게 문득 향기로운 허브향이 코의 후각을 자극시켰다. 최근에 만난 정아린에게 나는 향기.
 녀석도 이런 곳에 온건가? 설마 그럴리가...
 대수롭지않게 넘기자하고 생각하니 두리녀석이 남자탈의실로 빨리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고있었다. 
 

 \"음... 지금 시간에는 이거 입어야 겠다. 세찬이는 뭘 입으면 좋을까? ...역시 내가 제일 신경써서 만든 이게 제일 어울리겠지? 자 이거 얼른입어.\"
 이미 고딕한 여성의 옷을 입은 두리가 내가 가져온 옷봉다리에서 코프스레 의상을 꺼내 내게 당당히 내밀었다.
 순간 경직.
 잠시 생각좀 해볼 시간을 줘라.
 지금 내눈 앞에 어제 저녁부터 두리녀석의 지시하에 만든 코스프레 옷이 들어있다. 그것도 두리녀석이 애용하는 여성옷들이다. 
 이걸 내가 왜 입어야 하지?
 이게 설마 너가 말한 20만원짜리 일이냐? 이거 입으면 20만원 주는거냐고?
 \"응, 맞아. 왜 뭔가 잘못됐어? 옷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웃음도 안 나온다. 이 녀석. 나한테 여성옷을 입힐려고 밤샘으로 옷 만들게 한거였냐?
 \"아우~ 세찬이도 참, 세상에 돈벌기 쉬운게 어디있어. 눈 딱 감고 오늘 하루만 입아봐. 오늘만 잘 참으면 손에 20만원이 들어온다고. 그리고 여기서는 남자가 여자옷을 입고 반대로 여자가 남자옷을 입기도 한다말야.\"
 그러니까 너같은 사람들만 그런거라고. 평생 그런 경험조차 하지못한 초심자 or 일반인에게 여자 옷입으라고 할수있냐 넌.
 이미 머리끝까지 화날대로 화난 나에게 두리는 강력한 한다디를 내게 쏘았다.
 \"싫다고 하니까 강요하진 않을게. 아깝다. 세찬이를 위해서 내사랑을 듬뿍담아 만든건데... 어쩔수 없이 아는사람한테 입혀야지뭐. 물론 돈도 그사람이 받는게 당연하겠지. 아, 20만원이여 잘가~ 사요나라.\"
 후우~~~
 깊기도 긴 한숨을 내쉬고 손바닥에 \'참을 인\' 글자를 수없이 썼다.
 참자. 참는거다. 참는 자에게 복이 온나니.
 여기까지온 고생을 하며 빈손으로 집에 돌아갈 수 없다.
 \"조, 좋아... 얼른 내놔. 이, 입으면 죌거아냐.\"
 아나. 창피해서. 살다가 친구하나 잘못 사귀어가지고 이고생을 한단 말인가.
 두리녀석은 이겼다라는 듯이 승리의 미소와 손가락으로 브이표시를 하더니 내가 옷입는 것을 도와주었다.
 20분후
 \"너, 너무 예쁘다. 세찬아~♥ 진작에 입혀볼걸 그랬어.\"
 두리 말대로라면 [사쿠라 레이어즈] 에 나오는 \'나나카\' 라는 캐릭터가 입는 옷이라는데... 프릴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달리거 아냐? 이거 너무 불편하잖아.
 난생 처음 하얀색 스타킹을 입어보고 무릎위로 오는 치마를 입어보는 경험을 하게됐었으니... 너 언젠가 죽일거다.
 짜증이라는 짜증을 온갖 두리녀석에게 퍼붓고 있는 사이에 네오라는 건장한 체격에 남자가 탈의실 안에서 싸우고 있는 우리(두리는 즐기고 있다. 이 자식)에게 걸어왔다.
 \"이거 잘 어울리는데. 예상 밖이야.\"
 닥쳐. 당신도 언젠가 죽일거다.
 \"그쵸? 우리 세찬이는 뭘 입어도 잘 어울린다니까요.\"
 딱히 외모가 좋은 편이 아닌 나에게 그깐 소리를 해봤자 하나도 안 기쁘거든요.
 얼른 시킬거 시키란 말이야.
 \"알았어. 알았어. 그럼 밖에 나가자. 얼른.\"
 뭐? 밖에? 
 창피한 차림으로 밖에 나가라는 거냐? 나가서 뭐하는데?
 두리는 내가 반박 할 시간도 주지않고 네오라는 사람과 같이 나를 실내관 밖으로 끌고 갔다.
 \"으~ 춥다.\"
 아까까지 날씨의 온도차를 느끼지 못했는데 이런 옷(사쿠라 블레이즈의 나나카 의상)을 입으니 다리가 휑해서 미묘하게 아래가 춥다. 
 \"미샤다.\"
 \"어? 정말이네? 미샤님 어서와요.\"
 두리와 네오 그리고 내가 밖으로 나가자 코스프레의상을 입은 여자와 남자가 섞인 혼성그룹이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모두 안녕~♥ 가다리게해서 미안. 친구가 옷입는게 서툴러서 말야.\"
 두리녀석이 잘못을 내쪽으로 떠밀자 왠지 미안함 마음이 생겨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사과를 했다. 내가 왜 사과를 하는 거지?
 \"괜찮아. 초보자는 어쩔수 없지 뭐. 암튼 시간이 없으니까. 얼른 시작하자고. 우오오\"
 일본의 사무라이를 연상기키는 옷을 입은 남자가 괴상한 소리를 내는걸 계기로 뭐가뭔지 모르는 일당 20만원의 일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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