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작 완결작

검색결과

전파소설가 [식극의 소마]...
아이크 빛과 어둠의 검사
Leafy 암흑면
연화홍란 전생을 했지만...
redbead 환생 뒤 전(前...
pakpa 1
갓카 내 모니터 속...
카미즈 라그나로크 극
카미도 혼란스러운 거리
컨알 하얀 악마
카이테미요 천명을 힐러였...
AlwaysLaugh 설령, 당신이 ...
실버나라 나만 판타지 ...
wani [단편] Black ...
lyan15 검은 천사
rlight 지나가던 선비
로드드라콘 구마록(驅魔錄)
보닝 신같은 포지션...
정상인임ㅎ 대마왕이 가출...
엽토군 블로그
부르프 낮으로 걸어오...
air05 하루아침에 마...
라쿠카라챠 츤데레 여친과...
잉여포돌이 Re:
9A 금경을 삼킨 용
살많은빼빼로 자유의 날개
노아카미 Heal Up
살많은빼빼로 억압의 사슬
요리코 이세계 소환! ...
적색소음 나는 결국, 아...
봄날상어 우리들의 일상...
호떡 밖으로 나가면...
건달프 After Memories
사가 성불사
노가리 미래에서 미래...
똑같은매일 강철 심장의 고동
승다르크 카르페 디엠
멘카로건 Let Us [Rise ...
살많은빼빼로 Life with dead
랑이초록 지구스토리: ...
joseu 생판 몰랐던 ...
쥐며느리 머그속 그녀의...
살많은빼빼로 학생의 반란
초록만두 창밖으로 뛰어...
joseu 생미부
박사능 흉터 새기는 남자
주렁이 이세계 직업에...
멜렌나 노 네임-제미니-
Enivia 하나뿐인 여동생
pwins 용사의 은퇴시기
호치 사랑하는 나의...
레드트리 반인반요
갓카 단편 모음
오얏 고코미의 모험
책갈피 오늘의 꽃을 ...
코노미카 우리 동아리에...
불닭 해골과 소년의...
서호란 살아간다는 것은.
이동규 마왕 따위 되...
이동규 죽음이 사는 숲
비익연리 나와 그녀의 ...
JG광합성 호텔! 마왕성!
레크리셔 빨간 망토 소...
Nehru CRISHA[크리샤]
별티끌 누리끼리
뚜뚜루 나의 작은 기사님
카샬 이제는 너무나...
갓카 Nostalgia
밤바다 이런 나지만 ...
즈잔 황폐한 땅의 ...
도토리x 망할 유령들 ...
두희 나와 호랑이님
나하린 프로 조연과 ...
pakpa 제목미정
9959 운명의 돌: 멈...
yooil 내 소꿉친구는...
리츠카 페퍼민트 카페인
샌니마 저, 오늘부로 ...
김리토 레스즈
1ron 나와 요정의 ...
미호 라노벨에 사용...
칠흑의카밀레 소인 세계에서...
HAlt 환생한 대주술사
깽깽이 이세계의 블랙...
xiix 암살법사
BLAZE ???
엘그나 정상 위에 소...
연역 롤플레잉!
W더블 진홍의 히스토...
형칠이22 팀 파이브 엔젤스
즐거운나날 신님은 우리들...
pe0000 이세계 용사와...
카사토리00 메이드 여동생...
피토휘 여동생과 나 ...
tg가로수 평소대로 살았...
라케리안 모형정원
실크라운 쿨데레X츤데레...
이부프로펜 이 동아리 뭔...
칠흑의대마왕 도적은 왕에게...
세하 Dreamland Online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by 유지

"이제 슬슬 말해주지 않을래?" "뭘?!" "네 바람을." 그렇게 말하고 소녀는 눈을 살며시 감았다.

[]
총 편수 17 / 총 관심작 수 5 / 총 추천수 0 / 총 용량 -0.899Kbytes
관련글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1장. 계기 - 2 -
0명 참여 별점
 
  4 유지[yuzi]  
조회 2327    추천 0   덧글 0    / 2008.04.04 06:08:42
“…….”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눈앞에 있는 절대 낯익지 않은, 컬쳐 쇼크가 일어날 것만 같은 새하얀 복장을 하고 있는 소녀에게 검지를 가리킨 채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있었을 뿐. 분명 충격과 공포라는 것은 이런 것일 터였다. …현재 나의 상태가 정상이라고 자부할 수 없으니 조금 의미가 어긋났을 지도 모르겠다.
나보다 1,2살쯤 어려 보이는 소녀는 자신을 검지로 가리키고 있는 포즈로 굳어있는 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적어도 사람의 귀가 아닌 커다란 귀를 쫑긋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 안녕. 이제야 인사하게 됐네.”
마치 하늘에서 날개라도 잃고 추락한 천사 같은 미소와 그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내가 지금까지 몇 명이나 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왔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어도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들어왔던 어떠한 목소리보다도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당장 낼 수 있는 결론은 그것 하나뿐.
소녀는 말을 마치며 헤헤하고 웃는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내가 보았을 때 도저히 사람이 가질 수 없을 것만 같은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소녀였다.
개의 것이라 추정되는 귀, 같은 침대에 누워있던 소녀, 애벌레처럼 이불을 뒤집어쓴 채, 꿈틀거리던 것. 그 이불을 벗으며 일어나 나에게 백만 불짜리 미소를 선사하며 인사하는 소녀. 그리고 무슨 사제라도 되는 것인지 컬쳐 쇼크가 일어날 것만 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소녀. 대체 무엇부터 반응하는 것이 좋단 말인가. 누군가 나에게 해답을 알려줘. 최선의 방책이라 생각이 된다면 반드시 수용하도록 하겠다.
“저…, 왜 그래? 나 혹시 사람처럼 안 보여?”
“…….”
바다처럼 깊은 파란색의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귀엽다는 의미의 단어와 아름답다는 의미의 단어의 미묘한 사이에 있는 얼굴을 가진 소녀. 그 얼굴로부터 완만한 곡선을 타고 따라 내리는 굴곡을 가진 몸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아무리 옷을 입었다지만 모두 다 가리지 못하고 튀어나오는 것은 여자라는 존재에게는 있는 거다. 허리까지 내려오다 못해 침대에 흩어져 있는 머리카락과 길게 자란 옆머리가 소녀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었다. 긴 팔의 검은색 상의에 흰색의 반팔 블라우스를 덧입은 것만 같은 상의는 매끄럽게 그녀의 상체를 덮고 있었고 검은색 상의의 끝자락에 노란색의 줄이 그어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아래로 무릎까지 내려오는 흰색의 스커트를 입는 소녀는 정말 아름다웠다. 얼굴과 목소리뿐만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나는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내 앞에 있는 정체 모를 소녀에게 모 유명 영화의 대사를 내뱉고 있었다.
“누구냐 넌.”
“음, 일단 사람인데.”
소녀는 나의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나는 그러한 그녀를 보고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거기다 그 귀는 뭐야!”
“어랏? 그러고 보니….”
소녀는 아무리 보려 해도 보이지 않을 자신의 머리 위에 부자연스럽게 달린 귀를 보려 하는 듯 시선을 위로 향했다. 개의 것이라 추정되는 갈색의 커다란 귀는 그 시선에 따라 쫑긋거리며 움직였다. 그제야 눈치 챘다는 듯이 소녀는 아 하는 소리를 내며 재빨리 그 새하얀 손으로 자신의 커다란 귀를 감쌌다. 그러자 파앗 하고 밝은 빛이 그 주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 빛이 사라졌을 무렵 빛과 함께 어느새 커다랗던 귀 역시 사라져 있었다.
“…….”
“으음, 역시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것은 아직도 익숙하지 않아서 말이야. 그런데 아직도 이상해?”
변하다니, 대체 무슨 말이냐.
이상한 각도로 머리에 달린 커다란 귀 두 개가 사라지자 소녀의 귀는 인간이라면 달려있어야 할 곳에 제대로 달려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던 것 같다.
“왜…, 그렇게 귀가 긴 거야?”
이상할 정도로 귀가 길쭉한 소녀는 내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커다란 파란색의 눈동자를 깜박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 한참이나 그러고 있던 그녀는 당연하다는 것처럼 입을 열었다.
“요정이니까 귀가 긴 것은 당연하잖아. 뭐…, 바람의 요정이라 요정 치고는 짧은 편이지만.”
“뭐?”
나는 놀라기에 앞서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보았다. 요정? 바람의 요정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이냐. 모래요정 바람돌○라면 어렸을 적에 봤던 기억이 남아있긴 하다만. 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지금 소설 쓰냐? 뭘 매달아 놓고 지금 나 놀리는 건 아니고? 나는 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조용히 침대에 앉아 있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손을 내밀어 목표를 잡는다. 부드럽고 따듯했다. 묘한 기분이 들어 잡아당겼다. 그러자….
“아파! 왜 당기는 거야!”
-딱
이상할 정도로 긴 소녀의 귀를 잡아당기자마자 머리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주먹으로 내려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소녀에게 한 대 맞음과 동시에 귀를 붙잡았던 손을 놓치며 강제로 고개가 숙여졌다. 뭐냐 이거? 몇 초 생각하지 못한 사안이지만 이상할 정도로 위력이 강했다. 그로 인해 내가 소녀의 허벅지로 머리를 박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러자….
“어디에 머리를 갖다 대는 거야! 이 변태!!!”
-빠악!
소녀의 외침이 들려옴과 동시에 가히 훌륭하다는 표현이 어울릴만한 니킥(Knee Kick)이 내 이마로 날아왔다. 공격하기에 그다지 좋은 자세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로 인해 모든 힘을 다해 찍어버린 것도 아니었음이 불구하고 나는 그 한 방에 책꽂이가 위치한 내 방 끝까지 날아가 버렸다.
“쿠엑!”
마치 돼지 멱따는 것만 같은 소리를 내며 날아간 나는 격하게 책꽂이에 몸이 부딪침과 동시에 등에서 강렬한 충격이 느껴졌다. 쿵 하는 소리가 뒤늦게 들려온 것 같다.
“으윽…. 뭐…, 뭐냐. 이 위력은….”
평소 방 정리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내가 들어가지도 않는 교재들을 억지로 대충 쑤셔 박아 넣어놓았던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후폭풍이라는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몇 초나 지났을까, 콰르륵 하는 소리를 내며 흔들린 책꽂이에서 거침없이 내 머리를 향해 책들이 떨어져 내렸다.
“우와악!”
졸지에 수많은 교재들을 머리와 어깨로 받아내 버렸다. 상당히 아프다.
머리에 맞고 툭 하고 무릎에 떨어진 책을 바라보니 수학의 정석 10-가 라고 써져 있는 것이 보였다. 이 녹색의 교재는 2년 만에 보는 물건이로군, 고1 수학시간인가 들고 가지 않은 바람에 두들겨 맞았던 기억이 있다.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이런 데 박혀 있었구나. 아니, 그런데 지금은 이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고.
“으아아아!!!”
나는 괴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바람에 내 무릎이며 어깨에 걸쳐져 있던 책들이 몇 초간 자유비행을 하게 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툭 하는 소리들을 내며 내 주위로 교재들이 떨어져 내렸다. 그 모습은 마치 바위 속에 쳐 박힌 슈퍼맨이 바위를 자갈들로 만들며 다시 현현한 모습과 비슷하리라고 나는 생각했다.
자리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나를 날려버린 소녀를 쳐다보자 그녀는 여전히 침대에 앉은 채 새침한 표정을 지은 얼굴로 방문의 반대편인, 아무것도 없는 흰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길쭉한 귀를 갖고 있는 자칭 바람의 요정은 이마에 묘한 장식을 하고 있었다. 앞머리 사이로 슬쩍 보이는 그 장식은 마치 목걸이를 이마에 매단 형식이었는데, 우선적으로 설명하자면 일단 이마의 한 가운데에 달려있는 파랗게 빛나는 보석이 보였다. 그리고 보석과 연결된 은색의 줄 양옆으로 퍼져나가 귀로 이어져 끝에는 흰색의 깃털로 장식되어 있었다.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양쪽 귀에 무언가를 꽂아 그 장식을 고정한 것만 같은 모양새였다. 결론을 말하자면 뭔가 되게 있어 보이는 장식을 하고 있었다.
나는 나를 날려버린 소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손을 뻗으면 소녀가 닿을 정도로 침대 코앞까지 왔다. 난 소녀에게 삿대질을 하며 화가 난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너 이게 갑자기 무슨…!”
아니, 외치려 하다 말고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내 외침을 들은 것인지 ‘그 분’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내 방으로 난입하셨기 때문이다. 워낙 정신이 없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한 가지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던 것이다.
“시영아! 무슨 일이야! 그리고 왜 화장 지우라고 말 안 해줬어! 그리고… 에?”
전날 밤, 술에 취해 귀가하신 여사님을.
2006년 4월 25일.
나는 한 소녀와 만났다.
* * *
요점부터 말하자면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았다. 아니, 최악이다.
“김시영 너….”
여사님께서는 침대 위에서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여전히 벽을 바라보고 있는 자칭 바람의 요정과 나를 번갈아 보시더니 입을 여셨다. 어머니는 그 잠버릇 덕인지 머리는 상당히 흐트러져 있었고 정장을 입었던 어제 그 복장 그대로였다. 나는 뭐라 말해야 할 지 아무런 말도 못하고 굳어 있었다.
“시영이 너…, 드디어….”
꿀꺽
굳어져 있던 손가락이 침을 삼킨 여파인지 살짝 내려갔다. 분명 여사님은 아들이 집안에 여자를 데려와 덮친 변태라고 생각을 하시게 되겠지. 대체 어떻게 뒷수습을 하면 좋을지 몰라 고민하고 있을 무렵, 나에게 정신적인 카운터가 들어왔다.
“남자가 됐구나!”
비틀
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을 뻔 했다. 정말 이 분은….
“그게 아니잖아요!!!”
“에? 역시 아닐까? 그럼 이 상황에서 뭐라 하면 좋을까? 우리 시영이가 의외로 능력이 있어서 엄청나게 예쁜 여자 친구를 집에 데려왔다고 환호성을 질러야 할까?”
“…….”
나는 웃으면서 나에게 말을 건네는 어머니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예쁜 여자 친구라는 말에 반응을 한 것인지 방문이 열렸을 때만 어머니 쪽으로 시선을 주던 예의 그 자칭 바람의 요정은 면벽수련을 그만두고 그 즉시 어머니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 긴 귀를 쫑긋거리는 것이 상당히 기쁜 모양이었다. 그 모습이 굉장히 활기차 보였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진짜 귀였냐? 아직도 믿을 수가 없는데.
“그나저나 너무 갑작스러워서 이 엄마는 대체 어떠한 반응을 보여야 할 지 모르겠다. 시영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어떻게 ‘예쁜 여자 친구’라는 한 마디에 보이지도 않던 관심을 보이고 인사까지 건넬 수 있단 말이냐. 여자라는 종족은 이런 것이었더란 말이냐!
어머니의 말에 자칭 바람의 요정은 어느새 반쯤 덮고 있던 이불을 구석으로 몰아놓고, 침대 위에서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돌변한 자칭 바람의 요정의 태도로 인해 어머니의 말에 대답하는 것조차 잊고 멍하니 서 있었다.
“응, 안녕!”
그렇게 자연스럽게 인사하지 마세요! 어머니!
나는 허탈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자연스럽게 첫인사를 마친 어머니를 바라보다가 소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소녀는 웃고 있었다. 그것도 만면에 미소, 아주 싱글벙글한 표정이다. 나는 소녀와 마찬가지로 싱글벙글 웃고 있는 어머니를 향해 말했다.
“쟤 귀를 좀 보세요! 여자 친구도 아닐뿐더러 애초에 오늘 처음 본 애라고요!”
“응? 귀?”
어머니는 내 말에 소녀의 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으신다. 하지만, 그것은 곧 부드러운 미소로 바뀌었고 이내 짝 하고 손바닥을 마주 치시며 입을 여셨다.
“정말 예쁜 귀로구나. 장식하면 더 예쁠 것 같아!”
비틀
뭔가 제대로 된 대화가 성립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지금 몹시 강하게 들었다. 어머니와 내가 이렇게까지 의사소통이 잘 안 되고 있을 줄은 지금까지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다. 대화를 해야 할 주체를 바꿔야 한다고 나는 그때 느꼈다. 그래서 여전히 웃고 있는 자칭 바람의 요정에게 말을 걸었다.
“…너, 뭐하는 애냐? 왜 갑자기 내 침대 안에 들어와 있던 거냐?”“무슨 소리야? 네가 안고 잤잖아? 새벽에는 정말 죽는 줄 알았어. 그렇게 강하게 껴안으면 부서져버릴지도 모른다구? 뭐 결국 부서지진 않았지만.”
소녀는 입을 뾰족하게 내밀더니 나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솔직히 말해 순도 100퍼센트의 순수한 미소였고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정화되는 것만 같은 미소였지만 난 웃음이 나오질 않았다. 덧붙여 여사님은 손바닥을 마주 쳤던 그 포즈 그대로 얼어버렸다.
“겍….”
더 이상 처참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한 뇌가 내 사고를 강제로 정지시킨 것인지, 나는 천천히 바닥으로 침몰했다.
* * *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거냐.
정신을 차렸을 무렵, 나는 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깨어나고 얼마지 않아 알 수 있었다. 나를 내려다보며 대화하고 있는 두 명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얘가…, 왜 이런 일로 정신을 잃었는지 모르겠네. 그나저나 시영이 친구 맞지?”
“음, 뭐 일단 그렇게 할까요. 정확히는 시영이의 비밀을 하나 알고 있다고나 할까~”
“응? 뭐니, 뭐니? 시영이의 비밀이라니? 혹시… 8살 때 세계 지도를 그렸다는 거라던가….”
“우와…, 그런 일도 있었어요? 그래도 제가 아는 건 그런 귀여운 비밀 같은 건 아닌데…. 아니, 어쩌면 나름 귀여운 비밀일지도?”
소녀는 까르르 웃으며 말했다. 이 약간의 대화로 나는 이 소녀가 새침한 면도 있지만 사실 상당히 발랄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 사람들이 지금 대체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 거야. 왜 어머니는 그런 옛날이야기를 꺼내시는 건데.
나는 누워 있던 자세 그대로 눈을 뜨고 곧장 허리를 일으켰다. 그러자 나를 기준으로 양 옆에 예의 소녀와 어머니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사님은 왼쪽에, 자칭 바람의 요정은 오른쪽에 앉아 있었다.
“아차, 그럼 얘기는 여기까지.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들려줘.”
“네에~ 그렇게 할게요.”
여자들은 사이좋은 자매라도 되는 양, 그렇게 대화를 종료했다. 대체 무슨 비밀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화의 질로 보아 나에게 있어 그다지 유쾌하진 않을 것 같았다. 간신히 막았군.
난 소녀에게 시선을 옮겼다. 소녀는 나와 여사님을 번갈아 쳐다보며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나에 대한 시선도 어느새 미소로 바뀐 것 같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신경 쓸 이유 따윈 없었다. 나는 소녀를 향해 말했다.
“…뭐냐 넌.”
“바람의 요정이라고 말 했잖아.”
“다시 한 번 묻겠다. 뭐하는 녀석이냐 넌. 그건 신종 코스프레냐? 실리콘이라도 쓴 거냐? 그것도 아니면 무슨 요상한 과학기술까지 동원해서 실제 귀처럼 보이게 만든 장치라도 쓴 거냐?”
나의 이러한 질문에 자칭 바람의 요정은 머리 위에 물음표가 가득 뜨더니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되물었다.
“…코스프레가 뭐야? 실리콘은 또 뭐고?”
“이게 진짜….”
얼굴이 예쁘건 말건, 미소가 눈부시건 말건, 목소리가 아주 옥쟁반에 구슬이 굴러가듯 말던, 그 순간만큼은 나를 이렇게 곤란한 상황으로 만든 이 여자를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을 현실 그대로 반영할 수도 없는 노릇.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할 수밖에 없었다.
“후우, 좋아. 그럼 질문을 바꾸지. 목적이 뭐냐? 나를 정신병원으로 보내는 게 목적이냐? 미리 말해두겠지만 난 병원이라면 질색이다.”
“…설마. 나는 그저 보답하려 했을 뿐이야.”
내 말에 자칭 바람의 요정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한 말에 어머니가 맞장구를 치셨다.
“그래, 우리 시영이, 착한 일도 많이 하고 다니는 구나? 은혜를 갚겠다고 하는 아이도 있고 말이야.”
그게 아니라고요. 여사님….
“난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어. 그러니까 제발 어떻게 된 것인지 설명 좀 해줘. 어머니도 뭐라 말 좀 해주세요.”
나는 진지한 얼굴로 소녀에게 물었다. 소녀는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머리 위에 검은색의 커다란 느낌표가 하나 떠올랐다.
“빗속에서 배고픔과 추위로 고생하고 있던 나에게 밥을 주고 집에 데려와서 씻겨 줬잖아. 기억 안나?”
나는 앉아있던 자세 그대로 뒤로 넘어갈 뻔 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여사님은 벌어진 입을 한 손으로 가린 채, 의외라는 표정을 나에게 지어보이며 말했다. 하지만, 어느새 다시 웃고 있었다. 적어도 이 상황 장난이 아닙니다만.
“우와…, 우리 시영이 대담하네. 여자애를 강제로 씻길 생각도 다 하고….”
“아니라고요! 그게 아니야!!!”
나는 한 마리 개를 집에 데려왔을 뿐이라고!
발악하는 나를 그대로 놔둔 채 소녀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콧소리를 흘리며 말했다.
“흐응, 뭐 일단 그렇게 된 거고. 아, 그러고 보니 자기소개를 안 했구나. 나는 이 세계에 얼마 남지 않는 바람의 요정 중 하나로 세인트야. 사람들의 바람을 이루어주는 존재. 이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존재인 엘더 세인트를 지망하고 있는 견습생이야.”
“세인트?”
“세인트라고?”
나와 여사님이 동시에 반응했다.
요정? 바람을 이루어주는 존재? 엘더 세인트? 이게 대체 뭐야? 어디 유명하지도 않은 2,3류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 단어 아니야? 아니면 무슨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도 되는 거냐? 아니, 그것보다 일단 자꾸 그 귀가 걸리는데 뭐가 요정이라는 거냐. 아,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내 심정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났던 것인지 자신을 세인트라 소개한 소녀는 마치 바보를 보는 것만 같은 얼굴을 하며 나에게 말했다.
“…뭔가 되게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결론을 말하자면 네가 나를 도와주었으니까, 나는 그 대가로 너의 바람을 하나 들어주겠다는 말이야.”
“그게 무슨….”
“슬슬 말해보도록 해.”
뭘 말하라는 거냐.
“네 바람을.”
그렇게 말하고 세인트는 눈을 살며시 감았다. 그리고 기도하듯 양손을 포개어 깍지를 틀었다. 분명 창문 같은 것은 열어놓지도 않았을 뿐더러 적어도 내 방을 기준으로 4월의 실내에서 선풍기나 에어컨 같은 것이 작동하고 있을 리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 소녀의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듯 살짝 흔들렸다. 왠지 모르게 그리운 향기가 났다.
마치 기도를 올리는 사제를 연상하게 만드는 그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굉장히 신성해 보였기에 나는 순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종교와는 아예 담을 쌓고 살아왔던 내가 이러한 모습에 움찔하게 되리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멍한 얼굴로 세인트를 바라보기만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던 것이 문제였는지 세인트는 살짝 한 눈을 떴다.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것인지 약간 토라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또한 그 모습이 마치 윙크하는 것처럼 보여 나는 다시금 움찔했다.
“왜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거야? 넌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소망이 없어?”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말해보렴, 시영아. 네가 바라는 것은 뭐니?”
세인트의 말을 받아 어머니가 이어 말하셨다.
“…….”
소망?
그 순간만큼은 정말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내가 현재 처해있는 상황을 잊고 잠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소녀가 정말로 나의 소망을 이루어줄 수 있는 존재라면 생각할만한 것. 그것은 그 ‘그 사람’과 다시 재회하는 것….
“애초에 이루어질 리가 없잖아!”
어느새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치고 있었다. 격렬하게 몸이 떨리고 있었다. 그러한 나를 어머니와 소녀는 놀란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소녀와 나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커다란 파란색의 눈동자에 나의 모습이 투영되어 보였다.
이 녀석은 대체 뭐지? 어떻게 아무도 모르는 내 ‘상처’를 건드릴 수 있는 거지?
마음이 꿰뚫려 보이는 것만 같았다. 나는 어느새 자리를 박차고 달려 나가고 있었다.
* * *
언제 신발을 신었는지는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단지,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은 어머니가 내 이름을 불렀다는 것과 그것에 반응하지 않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는 것 뿐.
머릿속이 복잡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제 슬슬 말해보지 않을래?’
‘네 바람을.’
눈을 감는 소녀. 나의 바람을 이루어주겠다고 말하는 소녀. 그것을 어째서 아무런 위화감 없이 받아들였을까. 왜 그 한 순간일지라도 소녀의 말이 진실 되게 느껴졌을까. 이상한 코스프레나 하고 세상 어디에나 있을 법한 사이비 종교에 빠진 녀석임이 분명할 텐데, 왜 나는 그 순간 소녀의 말에 진심으로 내가 바라는 것을 생각했을까. 알 수 없는 것들뿐이었다. 애초에 어머니조차 왜 그러한 녀석의 말을 귀담아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생각을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온다.
도망쳤다.
그래, 나는 또 다시 도망쳤다. 내가 해결할 자신이 없다고 생각되는 것으로부터 나는 또 다시 도망쳐버렸다. 그 넓은 집에 어머니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녀, 세인트라 하는 소녀만을 남겨둔 채.
정처 없이 거리를 헤매던 나는 어느새 한 공원에 와 있었다.
어렸을 적 아버지와 함께 자주 왔던 공원이었다. 시소와 뺑뺑이, 미끄럼틀과 그네들이 있는 자그마한 공원이었다. 일요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인적은 전혀 없었다. 나는 결국 아버지와 함께 있었던 곳으로 도망쳤던 것이다. 나 자신도 모르게.
나는 그네에 걸터앉았다. 어깨는 아마 축 처져 있을 것이다. 자조적인 웃음이 흘러나왔다. 지나가던 누군가가 본다면 미친 사람으로 취급당할 것 같았다. 한 번 웃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나는 가슴 속에 응어리 진 것을 풀어내기라도 하듯 신나게 웃기 시작했다.
“아하하! 아하하하하!!!”
웃으면 웃을수록 슬퍼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눈가에서 무언가가 흘러내리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한바탕 웃었을 무렵, 어느새 나는 오열하고 있었다.
“흐흑…. 크흑….”
꼴사나웠다. 열아홉씩이나 먹어놓고 도망치는 것으로도 모자라 아무도 없는 곳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미웠다. 변하고 싶었다. 아니, 당장이라도 변할 수 있다면 변하고 싶었다. 이런 나약한 자신을 버리고 싶었다. 강인한 인간이 되고 싶어. 어느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어떠한 약함도 남들에게 보이지 않은 그러한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구름에 손을 뻗듯 잡히지 않는 허무한 것. 그것은 그저 바람일 뿐. 바람은 염원이 되었으나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네의 양쪽 쇠사슬을 강하게 움켜쥐고 오열하고 있는 나에게 어느새 따뜻하고도 부드러운 무언가가 닿아 있었다. 대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눈물로 엉망인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기에 나는 쓱쓱 얼굴을 닦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그곳엔 한희가 있었다.
* * *
“이제 좀 진정 됐어?”
“뭐, 일단은.”
“말하기 힘든 일이라면 무슨 일이냐고 묻지는 않을게.”
“…고마워.”
한희는 옆의 그네에 앉은 채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창피하게 같은 반의 여자애한테 이런 꼴이나 보이다니. 최악이다.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마음과는 달리 어느새 또 다른 나는 읊조리고 있었다.
“…강한 인간이 되고 싶었어.”
“강하다니 어떤?”
한희가 물었다. 나는 그녀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어느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는, 혼자서도 강하게 살아나갈 수 있는 사람. 그래, 마치 내 아버지 같은 사람.”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동경했다. 누구보다 강했고 누구보다 즐겁게 인생을 살았다. 마지막은 그렇게 가셨지만, 어렸을 적 나에게 있어 아버지는 영웅이자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것을 알고 있던 한희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래, 분명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도 있어. 하지만 말이야. 그건 쓸쓸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쓸쓸하지 않을 거야. 난 그렇게 믿고 있어.”
“그러니?”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희는 잠시 눈을 감으며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사실 세상에는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보다 그렇게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 더 많아. 아니 대부분이겠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혼자라고 생각할 수 있어.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사람은 혼자가 아니야. 자신이 끌어안은 짐을 혼자 짊어질 필요는 없어. 힘들다면 자신의 근처에 있는 사람과 나눠들면 돼. 기쁨도, 슬픔도. 그리고 괴로움도 다른 사람과 함께할 수 있어. 진정 강한 사람은 그런 것들을 나눌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이 아닐까?”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희는 나의 반응을 조금 살피는 듯싶더니 말을 이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돼. 뭔가 모순적일 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사실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한 거야. 언제까지고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진다면, 언젠가 그 사람의 머리는 뻥! 하고 터져 버릴걸?”
한희는 과장된 몸짓을 하며 말했다. 그녀는 밝게 웃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뭔가 앞뒤가 맞지 않은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이 나에게 있어서는 최선이야. 단지 하나만 기억해줘. 시영아. 너는 너를 둘러싼 무수히 많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현재를 살아가고 있어. 너는 혼자가 아니야.”
사실 엄마가 해줬던 말인데 막상 다른 사람에게 말하려니까 부끄럽네, 하고 한희는 뒤에 덧붙이며 헤픈 웃음을 지어 보였다.
어째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진정으로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렇지 않으면 한희의 말에 마력이라도 담겨있었던 것일까. 나는 어느새 나도 모르게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고 있었다. 그것은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할 만큼 약간의 움직임. 하지만, 한희는 그것을 눈치 챈 것인지 어느새 나에게 미소 지으며 말을 걸고 있었다.
“돌아가도록 해.”
“…어디로?”
“네가 있어야할 곳으로.”
“…….”
그래, 나는 약하다.
무언가에 기대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그렇기에 나는….
“고마워. 이번 일은 평생 잊지 않도록 하지.”
나는 한희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고개를 들자 살짝 얼굴을 붉히고 시선을 나로부터 조금 돌린 채 난처하다는 얼굴을 한 한희가 있었다.
“아…, 아냐. 그냥 잘난 척이라고 봐주지나 않았으면 내가 고맙지.”
“그럼 이만 돌아갈게. 고마웠어.”
나는 한희에게 작별을 고하고 다시금 달려 나갔다.
* * *
달려 나갔을 때와는 달리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집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나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이건 어떠니?”
“음…, 그것도 예뻐 보여요.”
거실에서 전신거울을 앞에 두고 사이좋게 나란히 앉아 귀걸이를 고르고 있는 그 모습을.
“응, 응. 세인트가 달면 뭐든 간에 다 예쁠 거야~”
“정말요?”
세인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어머니에게 말했다. 그 모습이 마치 사이좋은 모녀와도 같이 보였다.
“물론이지~”
“기뻐요. 헤헷.”
세인트는 어머니의 말해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어 보였다. 그렇게 좋은 것일까. 내가 들어온 것을 그제야 눈치 챈 것인지 어머니는 나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머, 시영이 왔구나. 어서 오렴.”
“…아, 네.”
“시영아. 시영아. 이것 좀 보렴. 세인트에게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니?”
어머니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내 이름을 계속 부르며 나에게 물었다. 어머니의 한 손에는 여러 가지 자잘한 보석들로 장식이 된 금색의 귀걸이가 들려져 있었다. 동의를 원하는 말이라는 것은 들어보면 단번에 알 수 있는 노릇이다.
“…어울리겠네요.”
“역시 그렇지?”
내 대답에 어머니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세인트 역시 그러했기에 나는 그저 조용히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아들이 그렇게 집에서 달려 나갔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해주는 어머니나 그걸 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나나 말이다.


태그

게시물 주소 http://seednovel.com/pb/22833
트랙백 주소 http://seednovel.com/pb/tb/22833
23303 bytes / 221.150.29.205
목록

자유연재 검색된 1 / 1 Page, Total 17 Documents
번호 제목 이름 시간 조회 추천
17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Epilogue [2] 4 유지 08.04.21 978 0
16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4장. 바람 - 3 - 4 유지 08.04.21 1086 0
15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4장. 바람 - 2 - 4 유지 08.04.21 1120 0
14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4장. 바람 - 1 - 4 유지 08.04.21 953 0
13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3장. 전환 - 4 - 4 유지 08.04.21 1149 0
12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3장. 전환 - 3 - 4 유지 08.04.21 1735 0
11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3장. 전환 - 2 - 4 유지 08.04.21 958 0
10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3장. 전환 - 1 - 4 유지 08.04.21 1373 0
9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2장. 변화 - 5 - 4 유지 08.04.19 1519 0
8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2장. 변화 - 4 - [1] 4 유지 08.04.15 1096 0
7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2장. 변화 - 3 - 4 유지 08.04.15 914 0
6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2장. 변화 - 2 - 4 유지 08.04.14 1104 0
5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2장. 변화 - 1 - 4 유지 08.04.12 1022 0
4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1장. 계기 - 3 - 4 유지 08.04.09 991 0
3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1장. 계기 - 2 - 4 유지 08.04.04 2328 0
2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1장. 계기 - 1 - [1] 4 유지 08.03.24 1220 0
1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Prologue [5] 4 유지 08.03.21 983 0
전체목록 < 1 >


Page loading time:0.03s, Powered by pimangBoard v3
회원가입 | 정보찾기

연재

자유연재

공모전연재

베스트 작품

작품 홍보


▶ Today 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