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작 완결작

검색결과

아이크 빛과 어둠의 검사
연화홍란 전생을 했지만...
카미도 혼란스러운 거리
redbead 환생 뒤 전(前...
카미즈블러드 라그나로크 극
컨알 하얀 악마
카이테미요 천명을 힐러였...
Leafy 암흑면
AlwaysLaugh 설령, 당신이 ...
실버나라 나만 판타지 ...
wani [단편] Black ...
lyan15 검은 천사
rlight 지나가던 선비
갓카 내 모니터 속...
로드드라콘 구마록(驅魔錄)
보닝 신같은 포지션...
정상인임ㅎ 대마왕이 가출...
NAMIA 신이 죽은 세...
엽토군 블로그
부르프 낮으로 걸어오...
air05 하루아침에 마...
라쿠카라챠 츤데레 여친과...
잉여포돌이 Re:
9A 금경을 삼킨 용
살많은빼빼로 자유의 날개
노아카미 Heal Up
살많은빼빼로 억압의 사슬
요리코 이세계 소환! ...
적색소음 나는 결국, 아...
봄날상어 우리들의 일상...
호떡 밖으로 나가면...
건달프 After Memories
사가 성불사
노가리 미래에서 미래...
똑같은매일 강철 심장의 고동
승다르크 카르페 디엠
멘카로건 Let Us [Rise ...
살많은빼빼로 Life with dead
랑이초록 지구스토리: ...
joseu 생판 몰랐던 ...
쥐며느리 머그속 그녀의...
살많은빼빼로 학생의 반란
초록만두 창밖으로 뛰어...
joseu 생미부
박사능 흉터 새기는 남자
주렁이 이세계 직업에...
멜렌나 노 네임-제미니-
Enivia 하나뿐인 여동생
pwins 용사의 은퇴시기
호치 사랑하는 나의...
레드트리 반인반요
갓카 단편 모음
오얏 고코미의 모험
책갈피 오늘의 꽃을 ...
코노미카 우리 동아리에...
불닭 해골과 소년의...
서호란 살아간다는 것은.
이동규 마왕 따위 되...
이동규 죽음이 사는 숲
비익연리 나와 그녀의 ...
JG광합성 호텔! 마왕성!
레크리셔 빨간 망토 소...
Nehru CRISHA[크리샤]
별티끌 누리끼리
뚜뚜루 나의 작은 기사님
카샬 이제는 너무나...
갓카 Nostalgia
밤바다 이런 나지만 ...
즈잔 황폐한 땅의 ...
도토리x 망할 유령들 ...
두희 나와 호랑이님
나하린 프로 조연과 ...
pakpa 제목미정
9959 운명의 돌: 멈...
yooil 내 소꿉친구는...
리츠카 페퍼민트 카페인
샌니마 저, 오늘부로 ...
김리토 레스즈
1ron 나와 요정의 ...
미호 라노벨에 사용...
칠흑의카밀레 소인 세계에서...
HAlt 환생한 대주술사
깽깽이 이세계의 블랙...
xiix 암살법사
BLAZE ???
엘그나 정상 위에 소...
연역 롤플레잉!
W더블 진홍의 히스토...
형칠이22 팀 파이브 엔젤스
즐거운나날 신님은 우리들...
pe0000 이세계 용사와...
카사토리00 메이드 여동생...
피토휘 여동생과 나 ...
tg가로수 평소대로 살았...
라케리안 모형정원
실크라운 쿨데레X츤데레...
이부프로펜 이 동아리 뭔...
칠흑의대마왕 도적은 왕에게...
세하 Dreamland Online
강화중 주인공의 친구...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by 유지

"이제 슬슬 말해주지 않을래?" "뭘?!" "네 바람을." 그렇게 말하고 소녀는 눈을 살며시 감았다.

[]
총 편수 17 / 총 관심작 수 5 / 총 추천수 0 / 총 용량 -0.899Kbytes
관련글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3장. 전환 - 2 -
0명 참여 별점
 
  4 유지[yuzi]  
조회 931    추천 0   덧글 0    / 2008.04.21 13:34:46
카페를 나와 집으로 향한다. 어째 오늘은 보리와 밖으로 나다니기로 한 것 같은데 모처럼 만의 휴일이 날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다. 찜찜한 기분으로 뒤를 흘끗 돌아보자 그새 친해진 것인지 함박웃음을 피우며 프리드리히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보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렇게 보면 정말 하늘에서 두 명의 천사가 내려오지는 않았나 싶을 정도로 아름답고 귀여운 모습들이지만 그 중 하나는 악마다! 이중인격이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묘한 녀석이 껴 있었기에 나는 이내 시선을 앞으로 도로 옮겼다.
마침 일요일이었기에 여사님은 집에 계셨고 어찌어찌된 사정으로 프리드리히라는 소녀가 이 집에서 머물게 될 것이라는 말을 꺼낼 수 있었다. 백퍼센트의 승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그리고 다른 쪽에서 괴롭혀주기 위하여 나는 보리와 생이별했던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가족이라는 말을 해버렸고 그 덕분에 프리드리히라는 소녀는 여사님에게 소개를 하던 중 공포의 부비부비의 시전 상대가 되어야만 했다. 눈물을 흩뿌리며 껴안는 여사님을 떼어 내려고 열심히 노력한 모습을 보여준 프리드리히였지만, 여사님의 완력은 괴력이라 말할 수 있는 프리드리히라는 소녀의 그것을 능가했던 것인지 도저히 뿌리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나중에 그것이 고의였다는 것을 알아챈 프리드리히에게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맞았던 것은 없었던 일로 하고 싶을 정도로 끔찍한 기억이 되어 있다. 뭐, 어찌 되었든 그 이후로 프리드리히는 이 집에서 덩달아 하숙하게 되었다.
밤이 되었다.
나와 보리, 프리드리히는 옥상에 올라와 있었다. 어두울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밝은 옥상이었다. 달빛이 내리쬐고 있었기 때문일까. 부러진 나무 조각들을 손에 들고 있는 보리와 그것을 지켜보는 프리드리히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졌다.
옥상에서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기를 몇 분. 얼마지 않아 보리는 예의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무언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더니 이내 눈을 뜨자 보리의 손에서 밝은 빛이 흘러나와 부러진 나무 조각 두 개를 감쌌다. 그리고 그 흰 빛이 사라질 무렵 어느새 나무막대기는 제 모습을 도로 갖추고 있었다. 세인트라는 존재는 이러한 것도 가능하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
보리는 살짝 한숨을 내쉬며 원래의 모습을 갖춘 예의 나무막대기를 프리드리히에게 건네며 말했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어. 원래대로의 성능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기운을 한 번 흘려보내 보겠어?”
“네.”
공손하게 대답하며 나무막대기를 받는 프리드리히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영주에게 검을 하사받는 그것과 비슷해 보였기에 나는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나무막대기 하나 갖고 뭘 저렇게 소란스럽게 떠는 거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러한 생각은 얼마 이어지지 못했다.
“깨어나라. 브리가닉.”
프리드리히가 나무막대기를 쥐고 말하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프리드리히가 나무막대기를 쥐고 있는 부분부터 무언가 일렁이는 것 같더니 나무막대기의 모양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무막대기는 변하고 있었다. 아니, 더 이상 나무막대기라고 부를 수 없었다. 막대기의 중간과 끝자락이었던 부분은 탁한 회색빛을 간직한 가히 쇳덩어리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해 보이는 창대로 변했고 그 창대의 위로는 이 세계에 존재하는 무엇이든 꿰뚫을 수 있을 것만 같아 보이는 날카로운 창날이 달려 있었다. 창의 하단부에 위치하는 둥그런 모양의 푸른색 구슬과 비슷한 장식품부터 시작하여 창날 전까지 전체적으로 몇 개의 푸른색의 줄이 그어져 예술적인 면도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는 아름다운 창이 어느새 나타나 있었다. 덧붙여 전체적으로 붉은 화염에 휩싸여 있었고 창날에는 특히 더 거대한 화염이 넘실거리고 있는 그 모습이 가히 신창이라 부르는 것에 대해 나 뿐만이 아니라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것만 같은 장엄할 정도의 모습이었다.
신창 브리가닉은 나와 프리드리히에 의해 오토바이사(Auto-Bike死)를 당했다가 몇 시간 만에 부활했다.
프리드리히는 감격스런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무기가 박살났다가 몇 시간 만에 부활했음에도 불구하고 몇 년이나 되찾지 못했던 사람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느새 나는 기뻐하고 있는 프리드리히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그렇게 기쁘냐.”
“물론! 기사에게 있어 사용하는 무기란 것은 그 생명보다 소중한 거다. 그리고 이것은 나를 증명하는 무기이기도 하니까.”
“그렇다면 다행이군. 감사하도록 해라.”
나는 프리드리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세인트에 의해서 부활한 것이지 네 덕에 부활한 것이 아니다. 무기도 도로 생겼는데 이번엔 죽고 싶은 거냐?”
살기를 띤 대답이 돌아왔다. 붉은색 안광이 번뜩인다. 무섭잖아 이거.
“음, 너무 그러지는 말도록 해. 그리고 이제야 말하지만 난 이제 이름이 있어.”
“이름말입니까? 애초에 세인트가 되는 순간 이름은 버리는 것이 아니었는지요? 뭐…, 그것에 대해서는 저도 할 말은 없지만 말이죠.”
프리드리히의 말에 보리는 쓴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 역시 어느새 보리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던 것 같다. 그래, 아직 이 녀석은 그것에 대해 알지 못하겠지. 어느새 나는 말하고 있었다.
“이름이 없던, 고아였던 저 아이는 엘더 세인트에게 이름으로서 세인트로 불리어졌어.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살아왔지. 그리고 나와 만났을 때, 내가 보리라는 이름을 주었어.”
“…이름을 주었다고?”
프리드리히는 어느새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보리마저 알아챌 수 있을 정도의 떨림. 하지만, 이내 진정한 것인지 프리드리히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뭐…, 좋겠지.”
“그래.”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별 다른 문제가 발생한 것 같지는 않았기에 나는 조용히 말했다. 그러자 프리드리히는 나로부터 보리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럼 앞으로는 세인트가 아니라 보리님이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프리드라고 불러주세요.”
“…님 자는 빼줘. 나도 프리드라고 부를 테니까.”
갑자기 이름에 님이 붙어도 기분이 묘하겠지. 보리는 어떨지 몰랐지만 아무래도 나랑 비슷한 부류였던 것 같다. 보리는 쑥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프리드리히에게 말했다. 그 말에 프리드리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적어도 그렇게 부를 수 있게 해 주세요.”
“안 돼.”
보리는 단번에 거절했다. 하지만, 프리드리히는 포기하지 않았다.
“부르게 해 주세요.”
“안 돼.”
“어떻게 충성을 맹세할 기사에게 그 주인의 이름을 부르게 한단 말입니까. 부르게 해 주세요.”
하지만, 소녀의 그러한 노력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다. 그 증거로 보리의 쐐기가 박혀졌다.
“주인으로서의 명령이야.”
“…비겁합니다. 하지만, 정 그렇게까지 원하신다면 하다못해 주인님이라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그것도 좀 아닌 것 같지만. 알아서 해 이젠.”
말을 마치고 보리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쉬었다. 프리드리히 역시 마찬가지라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 주인님은 지금까지 다른 주인님과 상당히 다른 분이로군요. 하지만, 그렇다고 덜 소중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안전에 관한 문제라면 걱정하지 말아주세요.”
“아니…. 딱히 위험하다거나 그런 것을 느낀 적은 없는데. 뭔 일 있다고 해도 시영이가 있으니까 괜찮아.”
프리드리히의 말에 보리는 도리질 치며 말했다. 프리드리히는 보리가 마치 얼토당토않은 말이라도 했다는 듯 외쳤다.
“그런 방심이야말로 최대의 적입니다! 바로 여기에 있는 이 녀석처럼 말이에요! 거기다 시영이라고 하셨습니까?”
보리의 말에 프리드리히는 불같이 성을 냈다. 그리고 여전히 화염이 넘실거리는 창을 나에게 겨누었다. 뭐…, 뭐냐 갑자기.
“이 녀석의 이름이 시영이인 것 같은데 이 녀석이야말로 지금으로서는 최강의 적! 눈치 채지 못하고 계셨던 겁니까!”
“시영이가 왜 적이라는 거야?”
프리드리히의 말에 보리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 얼굴을 보더니 프리드리히는 더욱 언성을 높였다. 대체 왜 이해하지 못하느냐는 표정을 지으며.
“주인님의 발목을 붙잡고 있으니까가 아니면 뭐겠습니까?”
“에?”
소녀는 거침없이 이어 말했다.
“한낱 상처를 치료해주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바람이 이루어질 때까지 그곳에 머문다니. 세인트의 권능을 그렇게 한 군데에 몰아주어서는 안 된다고 이 프리드리히는 생각합니다. 대체 왜 여기에 머무르고 계신 건가요?”
프리드리히의 말에 보리는 살짝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것은 나의 바람을 이루어주지 못하는 서글픔 때문이었을까, 말하는 보리의 표정은 여느 때보다도 어두웠다.
“그건 너도 알다시피 내가 아직 시영이의 바람을 이루어주지 못했기 때문이야. 시영이가 본래 갖고 있던 바람은 내가 이루어줄 수 없는 형태의 것이고 지금으로서는 딱히 내가 이루어줄 수 없는 그것 말고 바라는 것이 없는걸.”
보리의 그 말에 프리드리히는 나를 노려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이 멍청한 녀석의 바람이 이루어질 때까지 이곳에 계실 생각인가요.”
어이, 가만히 듣자하니까 내 혈압이 슬슬 올라가는 것 같은데 말이다. 멍청한 녀석이 뭐 어쨌다고?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도 이마에 힘줄이 하나 돋아난 것을 느꼈다. 그것을 눈치 챈 것인지 보리는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시…, 시영아. 그렇게 웃지 말고…. 프리드. 시영이는 적이 아니야. 그러니 그 창 치워줘.”
“후. 저로서는 당장에라도 이 녀석을 베고 주인님과 함께 여행하며 다른 사람의 바람을 이루어주도록 했으면 합니다.”
보리의 말에 프리드리히는 나를 겨누고 있던 신창을 내렸다. 보리에겐 미안하지만 더 이상 내가 가만히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누굴 벤다는 거냐. 듣자 듣자하니까 꼬맹이가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냐?”
“꼬맹이라고?”
프리드리히는 눈을 치켜떴다. 마치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들은 것과 같은 표정을 짓더니.
“적어도 네 녀석보다는 수십 배의 시간을 살아온 몸이다. 어디서 함부로 입을 놀리는 거냐?”
예상하지 못했던 말을 했다. 하지만, 내가 이런 것 정도로 꼬리를 말고 도망갈 수는 없지.
“수십 배는 살아왔어도 생각하는 수준은 꼬맹이인 그 모습 그대로인 것 같은데?”
“뭐라고?”
아마 스파크가 튀었을 것이다. 프리드리히의 붉은 눈동자와 내 눈 사이에서 눈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고 있기를 몇 초, 그 모습을 보던 보리가 중재하기 시작했다.
“시영아 그만해. 프리드, 너도 그만 하고. 아까 말했다시피 시영이는 적이 아니야. 그러니 여기에 있을 동안만은 사이좋게 지내자 응?”
프리드리히의 어깨를 토닥이며 보리가 말했다. 아무리 싫어해도 보리가 있는 곳에서는 더 열을 올리기가 힘들었던 것인지 프리드리히는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열 받게 만드는데 재주가 있다. 이 꼬맹이. 근데 내가 그렇게 많은 잘못을 한 거냐. 아무리 나로 인해 부러졌었다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고쳐졌잖아.
보리의 물음에 프리드리히는 으릉 하는 소리를 내며 대답했다.
“수호기사인 저의 생명과도 같은 신창을 부러트렸다고요!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결국 그거냐.
“애초에 고의로 부러트린 것도 아니고 어찌 됐든 고쳐졌잖아? 그러니 이만 화 풀어.”
보리는 화를 내는 프리드리히를 타이르듯이 말했다. 하지만, 프리드리히는 여전히 나를 향한 노여움을 거두지 않았다.
“무르고, 무르고 또 무릅니다! 왜 그렇게 결과만을 봐야 합니까.”
“시영이의 바람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으니까. 조금만 참아줘.”
그래, 어차피 내 바람이 이루어질 때까지 보리건 프리드리히건 이곳에 있을 뿐이다. 나는 더 이상 보리가 난처해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기에 입을 열었다.
“그만해라. 내가 잘못했다. 앞으로 두 번 다시 그런 장난 안칠 테니까 한번만 봐 줘.”
“…….”
내 말에 프리드리히는 묵묵히 있었다. 여전히 창은 겨누고 있었지만 더 이상 살기를 띤 눈빛이 아닌 꿰뚫어보는 것만 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자자. 시영이가 잘못 했다고 하잖아? 이제 그만 화 풀고 잘 지내보자. 응?”
“후, 주인님이 그렇게까지 말하시면 어쩔 수 없군요.”
보리는 그런 프리드리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착하다. 라고 연신 말했다.
“완전히 용서한 것은 아니야. 그건 알아둬. 그리고 아직 너의 전부를 신용한 것도 아니니까.”
프리드리히는 창을 내리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거 일단 적의는 사라진 것 같으니 다행이라 생각해야할 것 같았다.
“뭐, 신용받기 위해서 따로 노력을 할 필요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하나 말해 두지.”
“뭐야?”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올려다보는 프리드리히에게 나는 생각해둔 한 마디를 건넸다.
“어서와.”
“…….”
나의 그 말에 프리드리히도 보리도 순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이 상황에 그 말이 그렇게 안 어울렸나.
“못 들은 거야?”
“…아니, 그건 아닌데 뭔가 어긋났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거냐?”
내 말에 프리드리히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러려나. 뭐 어쨌든 앞으로 한동안 여기서 살게 될 거잖아? 집 주인은 아니어도 이 집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 정도 말은 해줘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역시 시영이도 착해~.”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보리가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쓰다듬어달라고 한 말이 아닌데!
“…그것도 좀 아니라고 생각해요. 주인님.”
프리드리히는 그러한 보리를 보고 좀 아니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래도 어느새 표정이 풀어졌으니 이만 된 것 같다.
“대체 무슨 바람을 이루고 싶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마디 하겠다.”
“응?”
프리드리히는 나에게 그렇게 말하곤 눈을 살며시 감았다. 흐읍 하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것 같다. 그 모습에 보리는 종종걸음으로 다시금 프리드리히에게 걸어갔다. 눈을 감고 있는 프리드리히의 눈앞에 잠시 손으로 가려보기도 하고 웃는 모습이 완전히 어린아이다. 나는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프리드리히가 눈을 뜨길 기다렸다. 그나저나 눈을 가리고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눈을 뜨면 그다지 좋지 못한 상황이 나타날 것 같은데 다행히도 그런 상황은 오지 않았다. 눈을 뜨려 하기 직전에 보리가 손을 치운 것인지 프리드리히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눈을 떴다. 그러한 프리드리히의 옆에서는 보리가 히죽 거리며 웃고 있었다. 이걸로 보리 너는 정신연령이 꼬맹이라는 확정이 났다.
프리드리히가 눈을 치켜뜬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 금발의 외국인 소녀는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날아온 말은 나를 잠시 고민하게 만들었다.
“다른 바람을 말해라. 돈이냐?! 명예냐?! 성적이냐?! 여자냐?! 아니, 마지막 건 빼도록 하지. 어쨌든 빨리 말하란 말이야!”
“…아니,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그런 바람이 당장 바뀔 것 같아? 애초에 돈이나 명예나 성적 같은 것은 바라지도 않아. 여자…는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군.”
말을 마치고 나는 슬쩍 프리드리히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소녀는 순식간에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더니 외친다.
“…누, 누굴 보는 거야! 이…이 변태가!”
“…….”
나는 의문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프리드리히를 바라보았다. 왜 한 번 쳐다본 것으로 변태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거지? 아, 더 빨개졌다.
“그만 쳐다보란 말이야!”
프리드리히는 얼굴이 달아오른 채로 눈을 질끈 감더니 달려오면서 창을 아무렇게나 휘젓기 시작했다. 어딘지 모르게 굉장한 박력. 앞에 있는 것은 뭐든 두 동강 내버릴 기세다. 위…위험하잖아! 이거! 분명히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감았어!
“우아앗!”
나는 대각선으로 날아오는, 화염이 넘실거리는 신창을 피해냈다. 부웅 하는 소리를 내면서 가슴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가만히 있었으면 베여 죽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을 정도다. 아니, 근데 이거….
“앗뜨뜨!”
정작 날에 닿지도 않았는데 가슴팍이 달구어진 프라이팬에 덴 것처럼 뜨거웠다. 과연 신창! 성능 하나는 사기로구나!
나는 펄쩍거리며 지붕을 뛰어 다녔다. 눈을 꽉 감았음에도 불구하고 용케도 나를 따라다니면서 창을 양손으로 휘둘러대는 소녀와 그것을 피해 다니는 나. 붕붕거리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온다. 그 행위들은 모두 우리 집 지붕 위에서 이루어졌다. 솔직히 말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다. 그렇기에 죽일 듯이 달려들며 창질을 해대는 프리드리히에게 보리가 말리려 했던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앗! 프리드! 그만해! 여기 지붕 위…인데.”
그래, 지붕 위에서 그렇게 펄쩍거리며 뛰어다녔는데 미끄러지지 않은 것이 이상했던 것이다. 거기다 눈까지 감았는데?
보리가 말을 하자마자 프리드리히는 발을 헛디뎠고 그제야 눈을 뜨며 탄성을 내질렀다.
“아.”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다. 프리드리히는 지붕 위에서 균형을 잃더니 그대로 마당 쪽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자그마한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며, 양손으로 쥐었던 신창은 왼손으로 여전히 붙잡고 있었다. 그러한 상태로 그저 멍한 표정을 지으며 바닥을 향해 추락할 뿐. 이대로라면 지붕을 굴러 바닥으로 추락하고 만다. 그 모습을 본 내가 달려갔던 것은…, 사람을 살리고자 했던 본능이었을 터였다.
“위험해!”
나는 프리드리히를 향해 달려가며 손을 내뻗었다. 한 두 걸음만 더 가면 바로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필사적으로 손을 내뻗는다. 그것이 바닥이 없는 설령 끝도 없이 추락하는 낭떠러지였다 했더라도 왠지 모르게 나는 손을 뻗었을 것 같았다. 내 눈앞에서 더 이상 다른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기에. 오직 그 일념으로 나는 손을 뻗었다. 그리고… 닿았다. 부드럽고 따듯한 것이 내 손에 엉켰다. 분명 손과 손. 나는 그 자리에서 멈췄다.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프리드리히의 얼굴이 보였다. 어느새 그녀의 왼손에 들어있던 신창의 화염은 사라져 있었다. 마치 춤이라도 추듯, 나와 프리드리히는 잠시 동안 그러고 있었다. 그리고 몇 초 후, 관성의 법칙을 거부하지 못한 나와 그러한 내 손에 이끌린 프리드리히는 마당으로 떨어져 내렸다. 아니, 떨어져 내리려 했을 때 내 손을 붙잡는 무언가가 있었다.
“…보리야.”
“괜찮아? 당길 테니까 조심해서 올라와.”
보리가 내 손을 끌어당겼고 나는 그에 맞춰 프리드리히의 손을 끌어당겼다. 얼마지 않아 세 명은 지붕 위에 다시금 바로설 수 있었다. 힘이 빠졌는지 보리는 지붕에 걸터앉아 웃어 보이고 있었다. 나 역시 보리와 마찬가지로 지붕에 걸터앉았다. 왠지 모르게 한 순간에 진이 다 빠진 느낌이다. 그나저나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다.
나는 살짝 한숨을 내쉬며 프리드리히에게 말했다. 그녀는 여전히 창을 쥔 상태 그대로 서 있었지만 표정이 묘했다.
“괜찮냐?”
“…….”
프리드리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지그시 나를 바라보기만 할 뿐.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건가 싶어 가만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입으로 우물거리기만 할 뿐 좀처럼 목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는다. 그러기를 잠시. 프리드리히는 고개를 옆으로 홱 돌리더니 내뱉듯이 말했다.
“고, 고마워.”
나는 그 말에 피식 웃었다.
“그 말은 나보다 보리한테 해라. 보리 아니었으면 너랑 나랑 사이좋게 굴러 떨어질 뻔 했으니.”
내 말에 프리드리히는 보리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또 솔직하고 귀여운 면이 있었다.
“아냐. 것보다 슬슬 내려가자. 소란스러워서 여사님이 걱정하셨을 지도 모르겠어.”
보리는 대답하며 엉덩이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역시 보리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그

게시물 주소 http://seednovel.com/pb/23827
트랙백 주소 http://seednovel.com/pb/tb/23827
16644 bytes / 118.36.217.92
목록

자유연재 검색된 1 / 1 Page, Total 17 Documents
번호 제목 이름 시간 조회 추천
17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Epilogue [2] 4 유지 08.04.21 951 0
16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4장. 바람 - 3 - 4 유지 08.04.21 1061 0
15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4장. 바람 - 2 - 4 유지 08.04.21 1094 0
14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4장. 바람 - 1 - 4 유지 08.04.21 925 0
13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3장. 전환 - 4 - 4 유지 08.04.21 1124 0
12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3장. 전환 - 3 - 4 유지 08.04.21 1710 0
11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3장. 전환 - 2 - 4 유지 08.04.21 932 0
10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3장. 전환 - 1 - 4 유지 08.04.21 1346 0
9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2장. 변화 - 5 - 4 유지 08.04.19 1499 0
8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2장. 변화 - 4 - [1] 4 유지 08.04.15 1073 0
7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2장. 변화 - 3 - 4 유지 08.04.15 892 0
6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2장. 변화 - 2 - 4 유지 08.04.14 1082 0
5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2장. 변화 - 1 - 4 유지 08.04.12 996 0
4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1장. 계기 - 3 - 4 유지 08.04.09 966 0
3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1장. 계기 - 2 - 4 유지 08.04.04 2305 0
2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제 1장. 계기 - 1 - [1] 4 유지 08.03.24 1195 0
1 바람이 이루어지는 장소. Prologue [5] 4 유지 08.03.21 961 0
전체목록 < 1 >


Page loading time:0.03s, Powered by pimangBoard v3
회원가입 | 정보찾기

연재

자유연재

공모전연재

베스트 작품

작품 홍보


▶ Today 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