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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무 보조 구합니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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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白麟[thief5]
조회 1131    추천 0   덧글 6    / 2008.06.10 12:28:53



터덜터덜 호텔로 돌아온 단설을 본 하늘은 별로 반가워 보이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
“왔냐?”
“…….”
예의 그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채 쿠키를 물고 있는 하늘을 바라본 단설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 원래 이런 인간이었지.
“그 쿠키는 뭐예요?”
“아까 받은 50만원으로 샀다.”
할말을 잃어버린 단설은 멍한 표정으로 단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하늘은 단설의 표정 따위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얼굴로 계속해서 쿠키를 입에 넣었다. 그걸 한동안 보고 있던 단설은 부르르 떨다 도저히 못참겠다는 표정으로 소리질렀다.
“지금 도대체 뭘 하…….”
“불만이냐?”
자신을 향한 총구를 본 단설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불만 없습니다. 그럼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은 하늘은 다시 쿠키를 입에 넣으며 말했다.
“너, 다 불었지?”
“예?”
“뭐, 상관 없어. 어차피 눈치 채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하아-.”
단설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쿠키를 계속 입에 넣던 하늘은 머리카락에 붙은 쿠키 가루를 털어내며 몸을 일으켰고, 단설은 그런 하늘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왜 5만원이예요?”
“뭐가.”
“내 몸값이요.”
“50만원이었잖아.”
“처음엔 5만원 불렀잖아요.”
잠시 입을 다문 채 멈춰있던 하늘은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젠장. 고등학생이 5만원이나 가지고 다닐 줄은 몰랐지.”
“요즘은 제법 사는 집 애들은 초등학교때도 가지고 다니는 돈이라고요.”
“말도 안돼! 나 대학 다닐 때 한달 용돈이 10만원이었단 말이다!”
“그게 몇 년 전인데요?”
“한 7년?”
“…….”
이 사람, 인플레이션이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어…… 라고 중얼거린 단설은 마침 TV 옆에 놓여있던 커다란 막대사탕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7년 전에 얼마 했어요?”
“500원.”
“지금은 2000원이라고요.”
“뭐?”
“여기 가격표 붙어있잖아요.”
단설이 내민 막대사탕의 가격을 확인한 하늘은 입가를 살짝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젠장. 이놈의 나라 사람들은 뭐 이렇게 애들한테 돈을 많이 줘?”
“아니 잠깐. 지금 뭔가 미묘하게 틀린 것 같지 않아요?”
“시끄러워. 어쨌든 말이나 좀…….”
“예?”
단설은 당황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때마침 쿠키가 다 떨어졌다는 것을 확인한 하늘은 투덜거리며 지갑을 들어 만원짜리 하나를 꺼내 단설에게 건네주었다. 더 당황한 단설은 멀뚱한 표정으로 하늘을 보았고, 하늘은 빈 봉지를 들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일단 이것 좀 더 사와.”
“…….”


투덜대면서도 쿠키를 사들고 호텔 안으로 돌아온 단설은 로비를 걸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저런 말도 안되는 사람에게 시달려야 되는 건지 모르겠다는 투덜거림을 계속 입에 담았지만, 당연하게도 그것에 대한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렇게 걸으며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단설은 레인 코트를 입고 있는 사내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저기요.”
“뭐, 뭐야!”
“안더워요?”
“나,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마!”
버럭 소리치고는 황급히 계단으로 내달리는 사내를 잠시 바라보던 단설은 하아- 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 정말 세상엔 특이한 사람이 많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무리 슬슬 해가 질 시간이라고 해도 말야, 여긴 제주도라고.”
이 무더운 날씨에 레인 코트라니, 저러고도 안덥단 말야? 라고 중얼거린 단설은 곧 방앞에 도착했다.
“여기요.”
“잔돈은 가져라.”
“……400원 남았잖아요.”
“그래서, 싫다 이거냐?”
사나운 눈초리를 느낀 단설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고, 그걸 보며 봉지를 뜯은 하늘은 쿠키를 입에 넣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 문자 왔더라.”
“예?”
고개를 갸웃거린 단설은 방에 놓고 나갔던 핸드폰을 열어보았다.
문자를 확인한 단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유진의 문자가 와 있었던 것이었다.
- 문자 확인하는 대로 식당으로 나와.
다시 한번 그 내용을 읽어본 단설은 절규했다.
“아악! 두 시간 뒤라며!”
“누군데?”
“아, 아까 그 애요.”
“오, 제법 수완이 좋은데?”
수완이 좋긴 뭐가 좋아요! 라고 소리를 지르자마자 자신을 향하는 총구를 본 단설은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하, 항복.”
“다음엔 진짜 쏜다.”
“아, 아하하.”
절대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질린 단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하늘은 그런 단설을 이상하다는 듯이 보고는 다시 총을 집어넣었다. 그제야 숨을 돌린 단설은 두 손을 내리며 다시 하늘을 향해 말했다.
“혹시 저 죽으면 월급은 통장으로 보내주세요.”
“죽어?”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고요.”
고개를 저은 단설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같이 가 줄까?”
“예?”
“너 같이 순진한 놈을 그애한테 보냈다가는 잡아먹힐 것 같아서 말야.”
“……왠지 그거 농담 같지 않은데요.”
“진담인데?”
“…….”
딱딱하게 굳어버린 단설은 멍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피식 웃으며 구석에 처박혀 있던 007 가방을 꺼내 열고는 그 안에 들어있던 옷을 꺼냈다.
“그, 그거 뭐예요?”
“양복.”
“예?”
갑자기 웬 양복이냐고 묻는 단설을 깔끔하게 무시한 하늘은 금세 옷을 다 갈아입었다.
하와이안 셔츠 대신 회색 양복을 입은 하늘을 본 단설은 입을 쩍 벌렸다. 어째 평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 옷이 날개라더니.”
“시끄러워.”
검은색 뿔테 안경까지 쓴 하늘은 헝클어져있던 머리카락을 살짝 다듬고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쳇. 피부가 많이 상했잖아.”
“이, 이봐요. 지금 맞선 보러 갑니까?”
“왜. 아예 가서 날까지 잡을까?”
그, 그건 범죄잖아요…… 라고 중얼거리는 단설을 바라본 하늘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단설을 바라보며 말했다.
“농담이다. 내가 뭐가 아쉬워서 그런 어린애를 노리냐?”
그렇게 말한 하늘은 갑자기 갑갑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애써 맨 넥타이를 그냥 풀어버렸다. 그러고도 눈살을 찌푸린 그는 와이셔츠의 단추까지 두 개나 풀어젖히더니, 단설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넌 준비 안하냐?”
“무슨 준비요?”
“아, 넌 그냥 그렇게 왔지?”
대충 고개를 끄덕인 하늘은 007 가방에서 검은 구두까지 꺼내 신으며 말했다.
“가자.”
“…….”
어째 아주아주 중요한 업무를 보러 가는 듯한 기백 같다고 중얼거린 단설은 한숨을 내쉬며 터덜터덜 걸었다.
2층으로 내려간 하늘과 단설은 로비를 걸었다. 그러던 도중 조금 전에 마주쳤던 레인 코트의 사내를 발견한 단설은 하늘을 쿡쿡 찌르며 말했다.
“저 사람,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신경쓰지 마.”
“아는 사람이예요?”
“의뢰인이다.”
“예?!”
하늘은 눈앞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신경질적으로 치우며 말했다.
“정용빈. 49세. 재계 서열 89위인 J 그룹의 회장이다.”
“……그런 사람이 왜 저기서 저러고 있는데요?”
“나한테 맡겨놓기만 하기엔 불안했던 거겠지.”
하아? 라는 의미 불명의 소리를 토해낸 단설은 다시 입을 열었다.
“기분 안나빠요?”
“뭐가.”
“결국 못믿는다는 거잖아요.”
“흥.”
하늘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어차피 돈만 받으면 그만이야. 믿건 안믿건 상관 없어.”
아아, 정말 바람직한 사고방식이십니다. 라고 빈정거리다 또 한대 얻어맞은 단설은 눈물을 글썽이며 투덜거렸다. 이놈의 탐정 사무소, 월급만 받으면 당장 때려치우고 말겠어.
그러거나 말거나, 하늘은 식당으로 통하는 문고리를 잡고는 입을 열었다.
“자아. 그럼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나 좀 해볼까?”
“이봐요…….”
“안얻어먹어. 난 내돈으로 먹을 거다.”
“그럼 저는요?”
“그 애가 내줄 거 아냐.”
“…….”
잠시 굳어있던 단설은 버럭 소리질렀다.
“잠깐! 나 팔아서 받은 돈으로 먹겠다는 거죠!”
“젠장.”
얼굴을 찌푸린 하늘은 지갑을 꺼내 10만원짜리 수표 하나를 단설의 손에 쥐어주었다. 단설은 멍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고, 하늘은 지갑을 품속에 넣으며 입을 열었다.
“됐냐?”
“돼, 돼긴 뭐가 돼요!”
“싫음 도로 주던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하는 하늘의 모습에 질려버린 단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도무지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떠올린 것이었다.
그런 단설을 보다 고개를 돌린 하늘은 비어있는 테이블에 다가가 의자에 앉아버렸고, 한숨을 내쉰 단설은 이리 저리 고개를 돌려 유진을 찾았다.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유진이 먼저 단설을 발견했던 것이다.
“뭐야. 왜 이제 와?”
“아, 아니…….”
단설은 슬쩍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 유진은 하늘을 발견하고는 주먹 쥔 손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단설의 손을 붙잡아서는 하늘이 앉은 테이블 바로 옆으로 다가가 털썩 앉으며 입을 열었다.
“저기요!”
“뭐냐 꼬맹아.”
“뭐, 뭐라고요?”
“나 지금 배고프니까 식사 끝난 후에 말하자.”
“이, 이…….”
유진은 이를 갈며 하늘을 노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늘은 웨이터를 불러 간단한 주문을 남기고는 식전주를 받아 마시며 입을 열었다.
“후우-. 역시 한국에서 마시는 와인은 부르고뉴에서 마시는 것만 못하군.”
“흥. 마치 가본 것처럼 말하네요?”
“내가 말 안했었냐?”
“뭘요!”
“이 머리카락, 프랑스 유학 갔다 와서 기른 거라고.”
입을 다문 유진을 보던 하늘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긴. 고등학교 가자마자 싹둑 잘렸을 머리카락이라는 소리 말고는 신경도 안썼…….”
“그 소리 좀 그만해요!”
“여기 식당이다.”
“으윽.”
애써 흥분을 가라앉힌 유진은 고개를 홱 돌려 단설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서 하늘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자신에게 풀겠다는 강한 의지를 느낀 단설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돌렸지만, 하늘은 그런 단설의 바람 따위는 깔끔하게 무시한 채 시계를 바라보며 뭔가를 중얼거렸다.
배신감에 젖은 단설은 살짝 이를 갈았지만, 단설의 그런 작은 반항은 유진의 한마디에 사라져버렸다.
“골라.”
“뭐, 뭘?”
“밥 안먹어?”
당연한 말이었지만, 그 말에 감격해버린 단설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너, 좋은 사람이었구나.”
“……갑자기 무슨 소리야?”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은 유진은 메뉴판을 들어 단설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단설은 당연하게도 전혀 사양하지 않고는 코스 메뉴를 주문했고, 유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웨이터에게 주문 목록을 건네고는 단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저 아저씨 원래 저래?”
“응?”
“원래 말을 저렇게 하냐고.”
눈매를 날카롭게 한 채 하늘을 노려보는 유진의 모습에 움찔한 단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어 탄식을 토해내려 했지만, 갑작스레 터져 나온 비명이 단설의 입을 가로막았다.
“꺄악!”
갑자기 터져 나온 비명을 들은 식당 안의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며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행동파에 속하는 사람들은 황급히 몸을 일으켜 비명이 터져 나온 쪽으로 내달렸다. 하늘 역시 후자에 속했고, 그 모습을 본 단설과 유진은 곧 몸을 일으켜 하늘을 따라 내달렸다.
순식간에 복도를 빠져 나온 하늘은 호텔 별실을 돌아 비명이 들려온 장소에 도착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총을 빼들며 소리질렀다.
“스톱! 모두 멈춰!”
“누, 누구…….”
“경…… 아니, 탐정이다.”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든 하늘은 의외의 인물을 발견하고는 딱딱히 굳었다.


* * *


“자, 정리한다.”
단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오오, 그래. 그래도 탐정은 탐정이었구나.
그런 생각을 하던 단설의 귀를 하늘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우선, 피해자는 신원미상의 여성 1인. 그리고 J 그룹 자재과장인 27세 김규호. 이들이 발견된 장소는 호텔 별실로 만들어진 펜션의 외부 창고로, 문엔 자물쇠가 걸려있는 완벽한 밀실이었다. 신원 미상의 여인이 죽은 시간은 약 28시간 전. 그리고 김규호의 사망 시간은 약 2시간 전이다. 또한, 신원 미상의 여인은 교살(絞殺)당한 것으로 추정되며, 김규호는 머리를 강타한 어떤 물체에 의해 사망했고, 발견 당시 의자에 꽁꽁 묶여있었다.”
깔끔한 상황 정리를 들은 단설은 다시 침을 꿀꺽 삼키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시선을 받은 하늘은 단설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자, 추리해 봐.”
“예?”
“어떻게 밀실 살인이 성립됐는지 생각해 보라고.”
“자, 잠깐만요.”
혼란에 빠진 단설은 한참 후에야 하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왜 내가 추리해야 되는 건데요! 탐정은 당신이잖아!”
버럭 소리를 내지르는 단설을 보던 하늘은 품속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꽤 비싸보이는 지포 라이터가 그 뒤를 따라 나왔고, 빨간 불꽃과 함께 담배 끝자락이 타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던 하늘은 예의 그 뿌연 연기를 뿜어내고는 입을 열었다.
“내가 그런 걸 할 수 있으면 왜 보조를 구했겠냐?”
“…….”
그러니까 지금 추리라고는 개뿔도 할 줄 모르면서 탐정을 하겠다고 나선 겁니까아…… 라고 중얼거린 단설은 한숨을 푹푹 내쉬며 말했다.
“나라고 그런 걸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젠장. 이 쓸모 없는 놈 같으니라고.”
“잠깐만요.”
“쳇. 됐어. 어차피 내가 못하는 걸 네놈이 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한 적 없으니까.”
담담히 말하는 하늘의 모습에 울컥한 단설은 소리질렀다.
“그게 뭐예요!”
“불만이냐?”
“당연하죠!”
“그래?”
피식 웃는 하늘을 바라본 단설은 왠지 모를 불안이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
그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갑자기 총을 빼든 하늘이 총구를 단설의 턱밑에 갖다 대고는 음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기 때문이었다.
“불만이라고 했지?”
“아, 아뇨. 불만 없어요. 예. 하나도 없어요!”
“늦었어.”
눈을 날카롭게 뜬 하늘은 다시 단설을 향해 말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알아내. 안그러면.”
“아, 안그러면?”
“죽는다.”
턱밑에 바짝 다가온 총구를 느낀 단설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경찰은 빨리 도착했다. 그걸 보며 대한민국 경찰은 무능하지 않구나 등등의 생각을 하던 단설은 경찰 간부로 보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된 공권력이 저런 사이비 탐정에게 굽실거리고 있는 거냐고.
그러나 그렇게 투덜댄다 해서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럼 뭔가 알아내면 연락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대충 대화를 끝낸 하늘은 천천히 걸어오며 입을 열었다.
“대충 용의자는 네 명 정도군.”
“누군데요?”
“J 그룹 회장 정용빈, 그 아내 한혜원, 그리고 발견자인 김서경과 창고 관리인인 황석준.”
“예? 그 아줌마는 왜요?”
“한혜원?”
고개를 끄덕이는 단설을 본 하늘은 담담히 말했다.
“사망한 김규호가 한혜원의 내연남이었다. 그래서 정용빈도 용의선상에 올랐지. 게다가 정용빈 역시 발견자인데다가, 서울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여기 있으니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몰린 상황이다.”
“저기, 그럼 돈 못받는 거 아니에요?”
“이미 다 받았어. 게다가 무죄 입증까지 해 주면 2000만원을 더 주겠다는군.”
전의에 불타는 하늘의 눈빛을 본 단설은 고개를 저었다. ‘이건 탐정이 아니라 탐관오리잖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라도 챈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는 하늘을 본 단설은 움찔하며 말했다.
“왜, 왜 그래요?”
“너 이 자식!”
갑자기 뒤편에서 들려온 고함소리에 놀란 단설은 고개를 홱 돌렸다.
어림잡아도 100kg을 훌쩍 넘기는 듯한 거구의 사내와, 어딘지 모르게 불쌍해보이는 또 다른 사내 하나가 자신이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모습에 놀란 단설은 슬쩍 옆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금세 그 자리를 차지한 거구의 사내는, 하늘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입을 열었다.
“이 자식! 드디어 살인을 저질렀구나!”
“뭔 개소리야?”
“흥. 부정해도 소용 없다!”
거구의 사내는 기세 등등한 표정으로 하늘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 기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그의 옆에 있던 불쌍해보이는 사내가 꺼낸 말 때문이었다.
“……저기, 선배님. 이분은 용의자가 아닌데요.”
“뭣?!”
거구의 사내는 낭패감 섞인 표정으로 하늘을 노려보았다.
“이봐, 박강모 형사.”
“아니야! 분명히 트릭이 있어! 범인은 이놈이라고!”
“…….”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단설을 노려본 사내, 강모는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렸다. 단설은 움찔해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지만, 하늘은 태평한 표정으로 담배를 꺼내 물며 입을 열었다.
“아 그럼 용의자 목록에 추가하던가.”
너무도 태연히 말하는 하늘의 모습에 분개한 강모는 부르르 떨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늘은 계속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강모를 향해 말했다.
“그런데 서울에 있어야 할 박형사가 왜 여기 있는 거야? 드디어 잘렸나?”
“흥! 휴가 중이다!”
“오, 요즘 경찰서는 10년째 진급 못하는 형사를 제주도로 휴가 보내줄 정도로 관대한가 보지?”
“이 빌어먹을 자식이!”
“선배님!”
있는 힘껏 강모를 제지한 불쌍해보이는 사내는 하늘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러시면 곤란하지 말입니다.”
“이봐, 김정수 형사.”
“예?”
“아직도 저 인간하고 같이 다니나? 고생이 많겠어.”
“서하늘 이 개…….”
바락바락 고함을 지르던 강모는 갑자기 뒷목을 붙잡고는 비틀거렸다. 흥분한 탓에 지병인 고혈압이 발병한 것이었다.
한동안 벽에 기대 숨을 고르던 강모는 이를 갈며 말했다.
“너, 너 이놈. 두고 보자.”
하늘은 입에서 담배를 빼내며 피식 웃었다. 그런 하늘을 본 강모는 다시 버럭 소리를 지르려다 뒷목을 붙잡고는 숨을 골랐고, 하늘은 단설을 향해 다른 곳으로 가자는 손짓을 하고는 그곳을 빠져나갔다.
10여분 후, 호텔 앞에 도착한 하늘은 계단에 앉아있는 유진을 발견하곤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데 있으면 감기걸린다.”
“……아저씨.”
“왜?”
“탐정이라고 했죠?”
하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단설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 사람은 그냥 명함만 탐정이라고, 추리력 같은 건 개뿔도 없는 사이비란 말야.
그러나 그런 걸 전혀 알 리 없었던 유진은 하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 언니, 위험한 거예요?”
“일단은.”
“얼마나요?”
“두 번째로 유력한 용의자다.”
유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나마 첫 번째가 아니라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었을까. 잠시 하얗게 질려있던 유진은 주먹을 꽉 쥐더니 하늘을 향해 다시 말했다.
“첫 번째는 누군데요?
“정용빈.”
“형부요?”
하늘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고, 하늘은 단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단설은 한숨을 내쉬며, 유진을 향해 입을 열었다.
“직접 감시하러 서울에서 내려온 모양이야.”
“이, 이 못난 인간이!”
주먹 쥔 손을 부르르 떤 유진은 단설을 노려보았다.
“왜, 왜 나한테 그래!”
“아, 미안.”
매우 성의 없는 사과를 한 유진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형부 어디 있어요?”
“네 언니하고 같이 별실에 있을 걸?”
“별실에요?”
“일단 용의자는 다 그쪽에 모아놓은 모양이야.”
그렇게 말하며 담배갑을 꺼낸 하늘은 눈살을 찌푸렸다. 겨우 두 개비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젠장.”
짜증 섞인 소리를 토해낸 하늘은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그때, 조금 전에 들었던 목소리가 다시 하늘과 단설의 귀를 울렸다.
“여기 있었군!”
“뭐야. 또 무슨 일인데?”
무거운 몸을 이끌고 천천히 다가오는 강모와 정수를 본 하늘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강모는 흐흐 하는 웃음소리를 흘리며 경찰 수첩을 꺼내 내밀고는 하늘을 향해 말했다.
“양천 경찰서 소속 박강모 형사다!”
“아 그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고. 내가 알고 싶은 건 왜 또 여기 와서 난리냐는 거야.”
귀찮다는 듯이 손을 내젓는 하늘을 향해 으르렁거린 강모는 경찰 수첩을 집어넣으며 다시 말했다.
“서하늘 널 이번 사건의 강력 용의자로 규정, 지금부터 신병을 구속하겠다!”
버럭 소리를 내지르는 강모를 황당하다는 듯이 바라보던 단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니, 그거 공권력 남용 아니에요?”
“내맘이다!”
부드득 이를 갈며 말하는 강모를 본 단설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대한민국 경찰이 이래도 되는 거냐는 등의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또 한번 한숨을 내쉰 단설은 강모를 향해 말했다.
“개인적인 감정 가지고 이래도 되는 겁니까? 그거 공무원 강령에 위배되는 거 아니에요?”
“그딴 거 상관 없어! 난 저놈만 유치장에 집어넣으면 돼!”
“…….”
막무가내다. 이건 완전 막무가내다.
그런 생각을 하던 단설은 다시 강모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니, 왜 그렇게 저 인간을 싫어하는데요?”
“흥. 내가 왜 저 녀석을 싫어하냐고?”
단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강모는 주먹을 불끈 쥔 채 부르르 몸을 떨다, 하늘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저 자식이! 감히 내 귀여운 조카 수진이를!”
“역시 그럴 줄 알았어!”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는 단설의 모습에 놀란 강모는 움찔하며 단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단설은 강모를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 인간이 형사님 조카를 잔인하게 차버린 거죠? 보나마나 엉엉 울면서 매달리는 가련한 소녀를 뻥 차버리고는 아무 죄의식 없이 다른 여자랑 놀아난 거야! 물론 사귀는 동안 돈도 엄청나게 뜯었을 거고! 그래놓고는 헌신짝처럼 뻥하고 차버린 게 분명해!”
“어이, 어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하늘은 단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단설은 ‘부끄러운 줄 알아요!’ 라는 고함과 함께 강모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말이 맞죠?”
“그, 그런 거 아닌데.”
“……아니에요?”
고개를 끄덕이는 강모를 바라본 단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럼 도대체 뭣 때문에 저러는 건데?
그런 표정을 읽은 강모는 다시 분개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 자식 때문에 귀여운 내 조카가 형사가 되어버렸단 말이다!”
“……하아?”
단설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강모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강모는 분을 이기지 못해, 다른 사람들의 표정 따위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내 조카는 발레리나가 될 몸이었다! 강수진 못지 않은 발레리나가 될 몸이었어!”
“그, 그런데요?”
“저 빌어먹을 인간이 내 조카를 형사로 만들었다고!”
“내가 언제.”
“이 자식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하는 하늘의 모습에 더욱 더 분개한 강모는 넥타이를 풀어 헤치며 소리질렀다.
“네놈이 셜록 홈즈 전집만 건네주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다!”
“…….”
“네놈이 건네 준 셜록 홈즈 전집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거라고!”
왠지 굉장히 한심해진 단설은 하아- 하는 소리를 토해내고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강모는 다른 사람들의 표정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은 채 하늘을 노려보며 계속 소리질렀다.
“그 셜록 홈즈 전집을 다 본 애가 갑자기 추리 소설만 찾더니, 어느날 갑자기 경찰대에 원서를 넣었단 말이다!”
“그, 그러세요?”
“그때 내 형님이 고혈압으로 쓰러져서 아직까지 고생중이란 말이야!”
그러나 이런 말을 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강모의 심정에 동의할 수 있는 상황은 이미 지나버린 상태였다. 이전에 보여준 모습이 너무도 황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를 가는 강모를 잠시 바라보던 하늘은 피우던 담배 꽁초를 집어던지고는, 담배갑에서 새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곤 불을 붙이며 말했다.
“그래서 어쩌라고.”
“이 자식이!”
주먹을 휘두르려는 강모의 팔을 황급히 붙잡은 정수는 강모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휘청거리면서도 어떻게든 강모를 진정시키기 위해 입을 열었다.
“서, 선배님. 또 사고치시면 이번엔 6개월 감봉입니다. 또 컵라면만 먹고 싶으세요?”
“…….”
순식간에 평정을 찾은 강모는 이를 부드득 갈면서도 별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 정수는 하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극적인 발언은 삼가주시지 말입니다.”
“흥.”
하늘은 콧방귀를 뀌며 뿌연 연기를 토해냈다.
“이봐, 박형사.”
“님!”
“시끄러워. 내가 님자 붙이는 사람은 하나님밖에 없다.”
“저기, 하나님은 사람이 아니잖아요.”
“일일이 따지지 마. 어쨌든, 박형사.”
“뭐냐.”
이를 부드득 간 강모는 하늘을 노려보았다. 하늘은 그런 강모를 보며 피식 웃더니, 손에 들고 있던 빈 담배갑을 던지며 입을 열었다.
“담배 있으면 좀 주지 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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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드라구노프 06/11/01:42
아, 다음편이 올려져 있었군요.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전개로군요.
0 Lucid Dream 06/11/03:17
...정말 모큐하군요
1 스카군 06/12/06:38
목요일에는 쉬는 주 4일 근무제일라나요 -_-;;
8 白麟 06/12/06:39
세 분 모두 / 그것은 저희가 답변해 드릴 수 없는 부분입니다.
0 환룡 06/12/07:14
...저 박강모는 XX공의 실명입니까..
것보다 탐정이 조수한테 추리시키지마....
8 白麟 06/12/07:18
환룡 / 맞습니다아.(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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