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작 완결작

검색결과

연화홍란 전생을 했지만...
아이크 빛과 어둠의 검사
카미도 혼란스러운 거리
redbead 환생 뒤 전(前...
카미즈블러드 라그나로크 극
컨알 하얀 악마
카이테미요 천명을 힐러였...
Leafy 암흑면
AlwaysLaugh 설령, 당신이 ...
실버나라 나만 판타지 ...
wani [단편] Black ...
lyan15 검은 천사
rlight 지나가던 선비
갓카 내 모니터 속...
로드드라콘 구마록(驅魔錄)
보닝 신같은 포지션...
정상인임ㅎ 대마왕이 가출...
NAMIA 신이 죽은 세...
엽토군 블로그
부르프 낮으로 걸어오...
air05 하루아침에 마...
라쿠카라챠 츤데레 여친과...
잉여포돌이 Re:
9A 금경을 삼킨 용
살많은빼빼로 자유의 날개
노아카미 Heal Up
살많은빼빼로 억압의 사슬
요리코 이세계 소환! ...
적색소음 나는 결국, 아...
봄날상어 우리들의 일상...
호떡 밖으로 나가면...
건달프 After Memories
사가 성불사
노가리 미래에서 미래...
똑같은매일 강철 심장의 고동
승다르크 카르페 디엠
멘카로건 Let Us [Rise ...
살많은빼빼로 Life with dead
랑이초록 지구스토리: ...
joseu 생판 몰랐던 ...
쥐며느리 머그속 그녀의...
살많은빼빼로 학생의 반란
초록만두 창밖으로 뛰어...
joseu 생미부
박사능 흉터 새기는 남자
주렁이 이세계 직업에...
멜렌나 노 네임-제미니-
Enivia 하나뿐인 여동생
pwins 용사의 은퇴시기
호치 사랑하는 나의...
레드트리 반인반요
갓카 단편 모음
오얏 고코미의 모험
책갈피 오늘의 꽃을 ...
코노미카 우리 동아리에...
불닭 해골과 소년의...
서호란 살아간다는 것은.
이동규 마왕 따위 되...
이동규 죽음이 사는 숲
비익연리 나와 그녀의 ...
JG광합성 호텔! 마왕성!
레크리셔 빨간 망토 소...
Nehru CRISHA[크리샤]
별티끌 누리끼리
뚜뚜루 나의 작은 기사님
카샬 이제는 너무나...
갓카 Nostalgia
밤바다 이런 나지만 ...
즈잔 황폐한 땅의 ...
도토리x 망할 유령들 ...
두희 나와 호랑이님
나하린 프로 조연과 ...
pakpa 제목미정
9959 운명의 돌: 멈...
yooil 내 소꿉친구는...
리츠카 페퍼민트 카페인
샌니마 저, 오늘부로 ...
김리토 레스즈
1ron 나와 요정의 ...
미호 라노벨에 사용...
칠흑의카밀레 소인 세계에서...
HAlt 환생한 대주술사
깽깽이 이세계의 블랙...
xiix 암살법사
BLAZE ???
엘그나 정상 위에 소...
연역 롤플레잉!
W더블 진홍의 히스토...
형칠이22 팀 파이브 엔젤스
즐거운나날 신님은 우리들...
pe0000 이세계 용사와...
카사토리00 메이드 여동생...
피토휘 여동생과 나 ...
tg가로수 평소대로 살았...
라케리안 모형정원
실크라운 쿨데레X츤데레...
이부프로펜 이 동아리 뭔...
칠흑의대마왕 도적은 왕에게...
세하 Dreamland Online
강화중 주인공의 친구...
멈춰라 지구야 by 그레텔

몇달에 한번씩 업데이트하는 듯한 유쾌산뜻상큼 이능력배틀물...ㅠ.ㅠ

[]
총 편수 33 / 총 관심작 수 18 / 총 추천수 0 / 총 용량 -1.079Kbytes
6 그레텔  lv 6 60.1428571429% / 2521 글 85 | 댓글 86  
관련글
  // 그려지는 자리(3)
0명 참여 별점
 
  6 그레텔[yunie22]
조회 1013    추천 0   덧글 6    / 2008.07.06 16:57:20

가까이 들어갈 만한 곳도 없고, 일단은 다리 밑 구석으로 가 자리를 잡았다. 평강이는 잔디밭 위로 주저앉고는 연신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러고 얼마 안 있어, 추적추적 비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빗소리와 노트북 소리만이 들려올 뿐, 조용한 침묵이 이어졌다.
“됐소, 이제 영상이 연결 됐소이다.”
조용한 다리 밑에, 평강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실황 생중계입니까. 언제나 그렇듯 조금 헤실헤실한 영상을 바라보았다. 저 앞쪽에 플라보의 새하얀 뒷모습이 보였고, 뭔가 다소 소란스러웠다. 그 대부분이 세마치 씨와 비오 형의 목소리인 것 같았다.
[생각한 건데요, 비오 씨. 우리 이거 끝나면 다 같이 놀러가지 않을래요?]
늘 느끼는 거지만 긴장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는 사람들이다. 걸어가고 있는 길의 그 앞에 바로 그 괴물이 있다는데도, 평소와 다름없는 평화로운 대화의 시작이었다.
[에헤헤,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남부지부 다 같이 말이죠? 어때요, 지부장님은?]
[그런 거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지금 그딴 소리 하고 있을 때냐?]
[뭐 어때서 그래요.]
그리고 역시 평소와 다름없이 헤헤, 웃는 비오 형의 목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형은. 여전히 그 거북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어서, 화면에서 눈을 돌렸다. 올려다보니 우중충한 색깔의 구름에 쌓인 하늘이 보였다. 추웠다. 몰랐지만,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날짜로 따져보면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나간 것은 아니겠지만, 그 전의 일은 모두 잊어버릴 정도로 이 사건에만 전념해왔다. 이제 그 끝이 보이는 걸까. 모두가 그 앞에 도착하게 되면, 그건 사건의 끝일까, 아니면 지구의 끝일까. 내 꿈의 재 시작일까, 아니면 완전한 끝일까.
“걱정하지 마시오, 온달 군. 지부장님도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했고.”
노트북을 두드리는 소리가 잠시 멈추고, 평강이의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한 그 말에, 조금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입을 꾹 다문 채 가만히 노트북을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는데.
“거기 있지 말고, 보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소.”
나를 빤히 바라보며 말하는 평강이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옆으로 가 앉았다. 흔들거리는 화면 너머로, 갸우뚱하는 세마치 씨의 머리카락이 살짝 비춰졌다.
[그런데 하수도에 산다니, 강 어딘가의 하수도에 산다는 괴물도 아니고 뭐예요?]
[굳이 말하자면 강 어딘가의 하수도에 산다는 괴물이 맞지요.]
이어지는 플라보의 대답에, 아하하, 그러게요. 하고 웃음을 터뜨리는 세마치 씨.
[그딴 잡담 하지 말고 닥치고 가자고, 엉?]
[에헤헤, 지부장님. 이거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조금이라도 더 재밌는 게 좋죠.]
역시 터무니없이 태평한 사람들이다. 남은 걱정이 되서 죽겠는데, 저러고 노는 건 뭘까. 천성이 그런 사람들만 모인건가, 아니면 이런 일들에 너무 익숙해 져 버린 걸까.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은, 이게 남부지부가 해왔던 나름대로의 방식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어두워지는군요.]
[네. 이제 곧 머핀이 있는 곳에 다다를 겁니다. 준비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건, 진작부터 하고 있었는데.]
세마치 씨와 플라보에 이어, 비오 형의 헤실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말대로, 이 앞에 뭔가 있다, 라는 듯 화면은 점점 더 어두워져가고 있었다. 쿵, 하고 크게 심장이 뛰었다. 입을 꾹 다물고는, 무심코 침을 삼켰다.
[어라?]
에? 형의 그 외마디 소리와 함께, 이내 화면이 새까맣게 변했다. 하, 뭐야?! 잠시, 정신이 멍해져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인상을 잔뜩 쓴 채로, 고개를 돌려 평강이를 바라보았다. 평강이 역시 숨을 죽인 채로, 새까맣기만 한 화면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화면 밖도, 안도 그저 긴장한 듯한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고요한 침묵이 이어졌다.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걸까. 그런데 순간, 그런 침묵을 깨고 비오 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인 거예요? 무섭네.]
으우, 뭐야. 그런 태평한 목소리로 그런 말해봤자!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사람인거야. 왠지 조금 화가 나기 시작했다.
[어? 뭐죠?]
하지만 이어 세마치 씨의 멍한 목소리와 함께, 몇 초인가 더 지속되던 까만 화면에 무엇인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상을 쓰며 그 가까이로 다가갔다. 하얀 안개. 화면 너머의 그 곳으로, 출처를 알 수 없는 하얀 안개가 스며들어오기 시작했다. 잠시, 심장이 멎는 듯 했다. 화면 너머이지만, 그래도 알 수 있었다. 내가 만들었으니까. 저건, 분명히 그거다. 틱, 틱. 무심코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뭐야, 이 안개는? 기분 나쁘게.]
지부장님의 짜증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그 하얀 안개는 점점 더 짙어지기 시작했다. 그 안개가 발산하는 미묘한 빛에, 아무도 보이지 않던 화면에 사람들의 모습이 옅게 보여 왔다.
[뭐 말 안 해도 아시겠지만, 머핀의 기척입니다. 우리들을 알아차린 듯 하군요.]
[꼭 만화영화의 최종 보스 같은 느낌으로 등장하는군요. 별로네요, 진부해라.]
약간 질렸다, 라는 듯한 느낌으로 말하는 세마치 씨에 잠깐 움찔했다. 죄, 죄송해요. 아니, 그거 무지 어렸을 때 만든 거고. 아니, 지금 문제는 이게 아니지.
“좀 진지하면 좋을 텐데 말이오, 모두들.”
그, 그렇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하는 평강이에, 조금 찔려서 멋쩍게 그렇게 대답했다. 멍청하게 그러고 있는데, 화면은 점점 더 밝아져오기 시작했다. 비오 형의 뭐야, 하는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흔들리는 화면 안 그들의 앞으로, 서서히 정체불명의 검은 형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할 말을 잃고, 화면만을 바라보았다. 짙어지던 하얀 안개는, 한 순간 반짝, 빛을 내더니 이내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곧이어.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위쪽의 어디에선가 스포트라이트와도 같은 하얀 빛이 내려왔다.
[뭐야? 이 것들은.]
엥? 그리고 이어서 화면 안과 밖, 그런 멍청한 소리들이 겹쳐졌다. 모두는, 쏟아지는 불빛과 함께 눈앞에 나타난 그 한 마리 토끼의 모습에 할 말을 잃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뭐야, 저건. 그 아래로 비추어지는 달 토끼는, 지금까지 보아왔던 다른 것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묻겠는데, 거기 네 녀석들은 뭐지?]
하이 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다리 밑에 울려 퍼졌다. 방금 전의 안개와 흡사한, 하얗고 폭신폭신해 보이는 구름들 사이에 폭 파묻히듯 하며 앉아있는 토끼는, 글쎄, 굳이 말하자면 플라보의 생김새에 가까웠다. 인간형의 토끼 대 마왕. 쫑긋 솟은 길고 하얀 귀와 새하얀 피부, 그리고 피를 연상시키는, 빨갛고 동그란 눈동자. 그것까지는, 다른 달 토끼들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도대체 뭐요, 저거…….”
옆에서, 평강이가 거의 구역질난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해왔다. 정말로, 뭐라 할 말이 아무 것도 없었다. 달 토끼, 하얀 몸과 빨간 눈동자를 가진, 달에 사는 토끼들. 그 위에 군림한다고 하는 토끼 대 마왕 머핀은, 피와 먹물에 물든 듯 온통 빨갛고 까맣기만 했다.
[뭐야, 저거?]
지부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 뭐랄까,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머리가 멍했다. 언제 저런 걸 만들었던 거야? 얼굴이 나도 모르게 잔뜩 찡그려졌다. 무채색이 심하게 섞여 들어간 듯 탁한 빨간색의 머리칼에, 입고 있는 원피스는 완전한 까만색이었다. 플라보와는 정 반대라는 느낌이 문득 들었다. 왠지 몰라도, 기분이 엄청나게 나빠졌다.
[아, 혹시 그건가? PSE인가 뭔가 하는 그거 말이지, 우리 토끼들을 없애고 다녔던?]
머핀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화면 쪽, 즉 비오 형에게로 눈길을 보내왔다.
[에, 헤, 뭐, 말하자면 그런 셈인데.]
[아, 역시 그렇구나! 말하자면 지구를 지키는 정의의 용사들인 거구나?]
비오 형이 약간 머뭇거리며 한 대답에, 그 토끼 대 마왕은 천진하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저 쪽에서부터 이 쪽까지 뭔가 썰렁한 기운이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뭐야 이 분위기는? 별안간 가지고 있는 설정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잖아.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순간, 그 웃고 있던 눈이 가늘게 떠졌다.
[그럼 방해꾼이잖아.]
그와 동시에 쾅, 하는 엄청난 폭발음이 터졌다. 비오 형이 잡고 있는 카메라 화면이 마구 흔들렸다. 곧이어 머핀이 올라타고 있는 하얀 구름이, 허공으로 둥둥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하얀 빛을 발산해 내며, 점점 더 위로 올라갔다. 화면 멀리 서 있는 지부장님은, 뒷모습이라 알 수 없었지만 초조한 건지 여유인 건지는 몰라도 들춰 맨 야구배트로 어깨를 통통 두드리고 있었다. 잘은 몰라도, 그것은 분명한 전투의 신호였다.
[그렇다면 사라져줘야겠어. 우리는 지구를 침략해야 하거든.]
생긋 웃는 머핀의 그 목소리에 이어, 높이 떠오른 구름은 마치 달과도 같은 동그랗고 하얗게 빛나는 물체를 내뱉기 시작했다. 살짝 고개를 돌리니,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듯 인상을 팍 쓴 평강이의 얼굴이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게 무엇인지 분명히 감지했다.
[자, 가거라.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아.]
속사포와도 같은 그 말이 머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역시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 물체는, 꾸물거리며 무언가의 형체를 갖추어 가며 둥실둥실 땅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저게, 머핀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달 토끼인 게 분명했다.
“앗……?!”
그리고 순식간의 일이었다. 그 꾸물거리는 물체가 톡, 하고 바닥에 닿는 순간, 세마치 씨의 코트자락 밑으로 무언가 반짝하고 빛나더니, 언젠가 보았던 단검이 그 찰나의 순간, 푹 하고 그 물체에 박혔다. 그와 동시에, 그것은 펑 하는 폭발음을 내며 터졌다.
[자, 간다!]
지부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그건 단검이 박히는 타이밍을 찰나로 앞당긴다, 는 세마치 씨의 능력이었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지부장님의 능력. 단검을 박아도 폭발하지는 않는다, 라던가 뭐 그런 비슷한 성질을 없애기라도 한 것일 거다. 하지만 그런 걸 일일이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비오 형이 카메라를 어딘가에 내려놓은 듯, 화면이 고정되고 흔들림이 멈추었다. 그리고 손에 세마치 씨의 것과 비슷한 종류의 단검을 손에 들고는 달려가는 형의 뒷모습이 보였다. 머핀의 구름은, 쉴 새 없이 그 동그란 물체를 뱉어내고 있었다. 남부지부 쪽이 수적으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 눈에 빤히 보였다. 대부분은 제대로 된 형체를 찾기 전에 처리했지만, 미처 그러지 못한 것들은 자라나 그들에게로 달려들었다.
[아하하하, 재미있네, 이거!]
[어이, 별로 재미있지 않아!]
정말 신났다는 듯, 사악한 미소를 잔뜩 지어내며 말하는 머핀에, 인상을 팍 쓰곤 이를 악 문채로, 지부장님은 야구배트를 마구 휘둘렀다. 근처에서 세마치 씨 또한 고전하고 있었다. 그 능력이 원래 그런 건지는 몰라도, 그 물체가 자라나는 것의 타이밍을 늦추는 것에도 한계가 있어 보였다. 세마치 씨가 눈앞에 쓰러지는 달 토끼에게서 단검을 뽑아내자, 튀어 오르는 피가 그 몸을 온통 적셨다. 세마치 씨는 그저 안경에 묻은 피만을 닦아낸 채로, 방금 다시 생겨나기 시작하는 동그란 물체에게로 단검을 날렸다.
[좀처럼 다가갈 수가 없네요, 저 토끼 대 마왕에게.]
거친 숨이 섞인 세마치 씨가 중얼거림에 이어, 어디서인지는 몰라도 촤악, 하고 화면으로 피가 튀어왔다. 고정돼 버려서 제대로 된 상황을 알 수가 없었지만, 카메라 근처로 플라보가 착지하는 게 약간 비추어졌다. 찰칵, 하고 총을 장전하는 듯한 몸짓을 해 보이고는 다시 비오 형 쪽으로 달려 나갔다.
[거기 비오 씨였던가요, 이름이 뭐든 간에, 머핀이 지금 만들어내는 속도를 보아하면 설정에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속에서 아까의 방법으로는 무리겠지만, 그 자체에 초능력이 통할지도 모릅니다. 잘은 몰라도, 한 번 시도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 그런가?]
플라보의 말을 듣고, 비오 형은 멍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며 멈추어 섰다. 아무래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 듯 했다. 곧, 그 다리 밑에 형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자, 그럼. 모두들 잠깐만 귀를 막아주세요, 평강이랑 온달이도.]
에? 당황해서는 허둥거렸다. 귀를 막는다고 해도 완전히 소리가 안 들리는 것도 아닌데. 잠깐만, 다시는 아까의 그런 경험 하고 싶지 않다고. 그러고 있는데, 평강이가 재빨리 노트북의 무언가를 삑, 하고 누르더니 소리가 사라졌다. 화면으로, 비오 형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았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화면에 엄청난 충격이 전해져왔다. 그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형의 목소리를 들은 달 토끼들은 하릴없이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성공한 것 같다. 화면으로 남부지부 사람들이 무언가 말을 하는 것이 보여져왔지만, 소리를 없앴기 때문에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평강이가 다시 소리를 되돌리기 까지 얼마의 순간, 언제부턴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한 빗소리만이 다리 밑에 울려 퍼질 뿐이었다.
[성공이네요, 하지만….]
[여전히 저 자식이 잔뜩 만들고 있다는 게 문제지.]
물론 그 목소리는 머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던 듯 했다. 톡, 톡 하는 소리를 내며 동그란 물체를 내뱉는 구름 위에 앉아, 머핀은 가느다란 미소를 지어보였다.
[잘은 몰라도, 계속 그렇게 쓰려뜨려 보아요. 아무 소용없겠지만.]
쏴아아, 빗소리가 들려왔다.
“으…….”
할 수 있는 말이, 아니 낼 수 있는 소리가 그것밖에 없었다.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위압감이었다. 아까는 분명히 나는 지켜보기만 할 수밖에 없다고 징징거렸었는데. 막연한 공포에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결코 저런 곳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아. 하지만 그들은 싸우고 있었다. 뭔가가 콱 하고 숨을 조여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침을 삼키는 것만으로도 아플 지경이었다. 옆에서, 무언가가 팔을 톡톡 두드리는 느낌이 들어 살짝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창백한 얼굴의 평강이는, 입술을 살짝 깨문 채로 나에게 말해왔다.
“온달 군, 맞소, 저 토끼의 설정, 기억해낼 수 없는 것이오?”
아, 맞다. 평강이의 그 말에, 지부장님의 야구배트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이 느껴져 왔다. 분명히 그런 이야기도 했었다. 남부지부의 전투를 지켜보기만 하는 것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나에게 그런 임무가 주어졌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깊게 심호흡을 했다. 두려움과, 뭔가 형용하기 힘든 묵직한 느낌에 마구 울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애쓰며,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화면에 비춘 머핀의 모습을 따라,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 반짝, 하고 머릿속에 그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떠오른 손의 움직임을 따라, 그 기억을 읊었다. 머핀, 토끼 대 마왕. 무적에, 자신의 동료들을 무한으로 생산해낸다. 플라보가 했던 말과 똑같았다. 다만, 적었던 건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이상해…….”
멍하니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런 나를 보며, 평강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물어왔다.
“뭐가 말이오?”
이상하다. 뭐가? 그렇게 말해놓고, 나 자신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뚫어져라 화면을 바라보았다. 하얀 구름 위에 앉아, 하얀 토끼들을 쏟아내고 있는 토끼 대 마왕. 다른 토끼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쫑긋 솟은 하얀 귀와 하얀 피부, 빨간 눈.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다 상쇄시키고도 남게, 너무나 이질적인 모습이다. 그 빨간색과 하얀 색을 집어 삼킬 듯 까만 먹물을 뒤집어 쓴 듯 했다. 아니, 왜 그런지도 모르게 막연한 느낌이었지만 먹물보다는 오히려 흑연의 느낌이었다.
“그, 일단은, 똑같아.”
“그렇소이까…….”
플라보가 말했을 테니, 굳이 다시 그 설정을 말해 줘 봤자 소용없다. 아니, 겨우 그 말을 하려고 저 안의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 순 없었다. 그 기묘한 이질감에 마음이 놓이지 않았고, 동시에 왠지 모를 절망감이 나를 감쌌다. 정말로,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지켜보는 것 뿐, 아무 것도 없었다. 멍하니 화면을 지켜보았다. 플라보가 비오 형에게 무언가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것이 보였다. 형은 조금 갸웃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눈치 챈 평강이는, 재빨리 다시 노트북의 소리를 없앴다. 그리고 곧이어. 비오 형이 무언가를 외치는 것과 동시에, 또다시 토끼들이 쿵, 쿵 하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 잠깐의 순간, 플라보는 그 하얗고 쫑긋한 귀를 딱 접고는,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쓰러져 내리는 달 토끼들을 밟아 뛰어 넘으며, 머핀의 구름이 내뱉는 동그란 물체들을 밟고는 이내 그 구름에 내달았다.
“하아……!”
숨이 막혔다. 어느 새인가 평강이가 다시 소리를 돌려놓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 쪽도, 그 쪽도 모두 빗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플라보는 자신의 빨간 총을 꺼내들고는, 머핀의 머리에 겨누었다. 하지만 잠깐만, 머핀은 무적이라는 설정인 걸. 그게 소용 있을 리가 없잖아. 정신이 멍해졌다. 찰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감히 어디서……!]
머핀이 채 그 말을 잇기도 전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어라? 내 기억으로, 플라보의 총은 저렇게 박력 있는 소리를 내지는 않았었는데. 저 아래에서, 지부장님이 정신을 집중하는 듯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서있었다. 아까 세마치 씨의 칼이 일으킨 폭발과 같은 원리인가. 머핀을 감싸고 있던 하얀 구름이 허공으로 흩어져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에? 무적이라며. 방금 그걸로, 해치운 거야?
[나에게!]
하지만 그 생각은, 생겨남과 동시에 사라졌다. 다시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기세로 플라보가 튕겨져 나가, 지면을 마구 굴렀다.
“프, 플라보……!”
떨리는 목소리로 그 이름을 외쳤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대답은 없었다.
[나 말이지, 화났어, 정말.]
흠칫, 몸을 떨었다. 엄청난 살기를 띄는 그 목소리와 함께, 흩어져가는 머핀의 구름 사이에서 빨간 무언가가 이 쪽으로 튕겨져 날아왔다.
“뭐, 뭐요?”
팍! 하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심하게 흔들렸다. 플라보의 총이다……. 이건. 놓여진 카메라에 박힌 게 틀림없었다. 화면이 서서히 흐려지더니, 치직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하, 잠깐만. 이러면 안 되잖아! 당황해서 평강이를 바라보았지만, 평강이 또한 어쩔 도리가 없는 듯 했다.
[감히 아무 것도 없는, 주제에. 감히 나에게, 뭐야, 너.]
머핀의 모습은 하얀 구름에 휩싸여 잘 보이지 않았다. 하얀 구름은, 머핀을 감싼 채로 서서히 땅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플라보는 멍하니 눈을 뜨고, 그 대 마왕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렇게 추하게 더럽혀진 당신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머핀. 당신은 지금, 당신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아십니까.]
[당연히, 지구 침략이다. 그걸 위해 태어난 거야, 난. 뭐야, 너도 마찬가지잖아.]
플라보는 땅에 처박힌 몸을 일으켜 세워, 탁탁, 작은 손짓으로 그 하얀 온 몸의 흙과 먼지를 털어냈다. 평소의 그 무감정한 눈빛으로 점점 더 가까워지는 머핀을 바라보았다. 잠시, 플라보의 그 무심한 눈빛에 아주 조금, 혐오의 빛이 비추어졌다.
[당신은, 당신을 만든 사람의 세계를 멸망시키려 하고 있어.]
치직, 치지직. 그런 소리를 내며, 영상이 끊길 듯 말 듯 했다. 잠깐만, 안 돼. 제발 끊기지 말아줘! 절박한 심정으로 노트북을 꽉 잡고 거의 그 안으로 들어갈 듯 화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야?]
머핀이 땅에 완전히 내려선 것과 동시에, 그를 가리던 구름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내 옷, 망가져 버렸잖아.]
검은색의 원피스가 찢어져 드러난 하얀 몸. 거기에는, 긴 손톱자국이 나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말도 안 돼는, 너무나 터무니없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잠깐, 저건…….”
하지만 그와 동시에, 치직, 하는 소리를 내며 화면이 완전히 끊겨버렸다.

태그
6 그레텔  lv 6 60.1428571429% / 2521 글 85 | 댓글 86  

게시물 주소 http://seednovel.com/pb/27818
트랙백 주소 http://seednovel.com/pb/tb/27818
16734 bytes / 61.80.52.65
목록
0 07/08/05:42
오오!!! 멈춰라 지구야도 봉인당한줄.... 흐음 고등학생이라 바쁘신 건 알겠지만 기다렸다구요ㅜ
6 그레텔 07/08/10:30
유랑씨 // 으헛 ㅠㅠㅠㅠ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으앙<
0 07/11/05:57
우후후.. 뭐, 저도 새로 글을 쓰느라 조금 바쁘지만요 ㅎㅎ 연재하려다 포기한 작품ㄷㄷ 워낙에 팍팍 썼다 안 썼다 하는 성격이라...(그레텔 님은 그러시면 안돼요!!) 여하튼 요새는 1인칭의 묘미를 살리는 3인칭 계통의 시점을 살리기 위해 무던히 노력중이랍니다 ㅎㅎ 그레텔 님도 건필하세요~
6 그레텔 07/14/09:32
유랑씨 // 헉 그러시군요!! ㅠㅠ 사실 저도 막 쓸땐 잔뜩 쓰는데 안쓸땐 완전히 손 놓아버리구... ㅇ<-< 우왕... 님도 건필하세요!! 언젠가 읽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ㅇ<-< !! 암튼 감사합니다 /ㅅ/
6 아메 07/26/07:08
휴... 하루만에 [멈춰라 지구야] 다 보았어요. 정말 참신한 이야기군요. 점점 삽화의 비율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소설의 내용이 재미있으니 자꾸 클릭 하고싶은 글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건필하세요!! 홧팅!
6 그레텔 07/28/12:58
아메님 // 우왕 감사합니다 ㅠㅠ!! 열심히 쓸게요~꺄후 /ㅅ/

자유연재 검색된 1 / 2 Page, Total 33 Documents
번호 제목 이름 시간 조회 추천
33 // 유쾌한 권력자(1) 6 그레텔 10.03.04 924 0
32 // 새하얀 거짓말쟁이(2) [4] 6 그레텔 09.11.07 954 0
31 // 새하얀 거짓말쟁이(1) [4] 6 그레텔 09.11.07 933 0
30 2:유년시대 납치사건 // 프롤로그 [3] 6 그레텔 09.09.11 951 0
29 Intro (2) [3] 6 그레텔 09.09.11 931 0
28 어이쿠 까먹고 있었네요 [3] 6 그레텔 09.01.01 991 0
27 (1권 완료입니다) [3] 6 그레텔 08.08.17 1044 0
26 // 에필로그 [5] 6 그레텔 08.08.17 1092 0
25 // 반대로 도는 지구(2) 6 그레텔 08.08.17 949 0
24 // 반대로 도는 지구(1) [4] 6 그레텔 08.08.06 1054 0
23 // 처음 만든 세계(3) [2] 6 그레텔 08.08.05 1018 0
22 // 처음 만든 세계(2) 6 그레텔 08.08.04 989 0
21 // 처음 만든 세계(1) 6 그레텔 08.08.04 1007 0
20 // 그려지는 자리(4) [2] 6 그레텔 08.07.28 952 0
19 // 그려지는 자리(3) [6] 6 그레텔 08.07.06 1014 0
18 // 그려지는 자리(2) [6] 6 그레텔 08.06.01 1677 0
17 // 그려지는 자리(1) 6 그레텔 08.05.25 987 0
16 // 허무의 피조물(3) [2] 6 그레텔 08.05.05 1015 0
15 // 허무의 피조물(2) [2] 6 그레텔 08.03.09 1009 0
14 // 허무의 피조물(1) [4] 6 그레텔 08.02.28 1068 0
전체목록 < 1 2 >


Page loading time:0.03s, Powered by pimangBoard v3
회원가입 | 정보찾기

연재

자유연재

공모전연재

베스트 작품

작품 홍보


▶ Today 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