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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소년의 포로가 되다 by ZABI

19번의 고백, 19번의 퇴짜. 크리스마스가 생일인 이 불행한 소년의 앞에 뚝 떨어진 크리스마스 선물, 대신 자기를 우주인이라 주장하는 미소녀. 소년은 과연, 살아서 스무살의 아침을 맞이할수 있을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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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ZABI[myny113]
조회 978    추천 0   덧글 0    / 2008.07.13 09:25:20


자신에게로 내밀어진 붉게 빛나는 목걸이를 본 이시르는 표정의 변화없이 중얼거렸다.

\" 그래서? 이게 왜? \"
\" 그래서냐니! \"

터무니없이 짧게 대답하고는 몸을 돌려서 다시 낮잠을 청하는 이시르의 무성의한 모습에, 치비는 버럭,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그런 치비의 목소리에, 아주 살짝, 고개를 돌린 이시르는 흐응~하고 귀찮지만 어쩔수 없다는 듯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치비의 작은 손에 쥐어진 목걸이를 들어 올려서는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피곤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 이런건 발할라에 흔하잖아? \"
\" 그럼, 역시? \"
\" 그래, 이 목걸이는 ‘ 적 ’ 을 찾아낼때 쓰는 목걸이야. \"

이시르의 말에, 치비는 표정을 굳힌채로 서 있다, 곧 손을 뻗어 이시르에게서 목걸이를 빼앗듯 낚아채서는 방을 뛰쳐나갔다. 순식간에 혼자 침대위에 앉아 허공만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된 이시르는, 멍한 시선으로 앉아있다가 이내 다시 졸린 얼굴이 되어서는 뒤로 쓰러졌다.



\" 적~? \"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한 믿음없는 시선으로 치비를 쳐다보던 란즈는, 성의없이 어깨만 한번 으쓱거리고는 다시 티비속으로 시선을 돌리고 손에 쥔 조이패드를 쉴새없이 눌러댔다.

\" 이번판만 깨고 다시 얘기하는게 어때~? \"
\" 이잇, 정말이지! \"

처음부터 란즈 언니따위, 기대하는게 아니었어! 티비위로 떠오른 GAME OVER 의 글자를 보며 아아아! 하고 짜증을 부리고 앉아있는 란즈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치비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으며 주방으로 뛰어갔다. 주방에서 사과를 깎고 있던 루루이는 치비의 다급한 표정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치비? 왜 그래? \"
\" 루루이 언니, 큰일이야! 우리 주위로 적이……! \" 
\" 아, 그런데 잠시만 치비. \"

갑자기 자신의 말을 끊는 루루이의 웃는 얼굴을 쳐다보며, 치비는 도대체 왜! 라고 말하는 표정으로 두눈을 깜빡거렸다. 그런 치비를 보며 아하하, 하고 어색하게 웃은 루루이는 자신이 깎고 있는 사과를 들어서는 부끄럽다는 듯한 손짓으로 돌려보이며 말했다.

\" 나름대로, 열심히 깎은건데……왠지 칼이 멈추지를 않아서, 이렇게 되어 버렸어. \"

루루이가 들어서 보여준 사과는, 마치 미라처럼 자신의 살을 붕대삼아서 너덜너덜한 모습이 되어 있었다. 껍질을 한번도 안끊고 사과를 깎아내는 누군가의 모습을 티비에서 본 루루이가, 한번 따라해 본건데. 재능이 도를 넘어서, 그만 살까지 완벽하게 도려내어 버린 것인……데.

\" ……루루이 언니도, 똑같아. \"
\" 응? 누구랑? \"

고개를 살짝, 갸우뚱 거리며 묻는 루루이의 얼굴을 차갑게 쏘아보며, 치비는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 란즈 언니랑! \"

그리고는 후다닥, 주방을 뛰쳐나가더니 이내 현관문을 밀어내고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다. 아앗, 치비! 하고 손을 내밀었던 루루이는 후아, 하고 한숨을 쉬고는 자신이 단어 그대로……‘ 도려내어 ’ 버린 사과를 집어올리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 란즈라니……그렇게, 이상했던거야? \"



\" 아, 정말 혼자서 와도 되는데……. \"
\" 부담가지지 마세요, 이로아는 언제나 약자의 편이니까요. \"
\" ……그 말, 묘하게 거슬리는데. \"
\" 부담가지지 마세요! \"

아, 그래. 허탈한 기분으로 중얼거린 기철은 두손 가득~히 꽉 찬 장바구니를 두개나 들고서도 싱글벙글 웃으며 뛰어다니는 이로아를 보고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확실히, 이로아의 시점에서 보면 나같은건 길바닥의 개미와도 동류인 엄청난 약자일지도! 바나나 봉지를 하나 들고 왔을 뿐인데도 오른팔이 저려오는 것을 느끼며, 기철은 한숨을 내쉬었다.

\" 운동, 해야겠지. \"
\" 네? \"
\" 아니, 아무것도. \"

자신을 쳐다보는 이로아의 시선을 피하며, 기철은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런 기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이로아는, 순간 코를 간지럽히는 달콤한 향기에 응? 하고 주위를 살피더니, 곧 등 뒤를 돌아보며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 앗, 저기 모락모락 김나는거, 굉장히 맛있을것 같아요! \"
\" 응? 뭔데? \"

어떻게, 보이는 것마다 다 맛있다고 할 수가 있니! 벌써 이로아의 비위를 맞춰주느라 간식거리며 식재료를 잔~뜩 산 상태였기 때문에, 더 이상의 지출은 무리라고 생각한 기철은 대충, 장단이나 맞춰주다가 얼른 다른데로 가야겠다~하는 생각을 하며 이로아의 곁으로 다가섰다. 그리고는, 보았다.

\" 저, 저, 저건! \"



\" 어딜 간거야? \"

짜증스럽게 중얼거린 진이는 식료품 가게를 나와서는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일단은, 기철과 이로아를 찾아내라는 치비의 말에 따라서, 장을 보러 나갔다는 기철을 찾기 위해서 시장으로 나온 진이였지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어느 가게를 가도, 기철도, 이로아도, 보이지가 않았다.

\" 장 보러 나간다고 해놓고, 둘이서 어디로 샌거야. \"

어느샌가, 자신이 어째서 기철을 찾으러 나왔는지를 잊어버린체로 순수하게 기철을 추적하는 일에 몰두하게 된 진이는, 물어물어, 집에서 30분 거리나 떨어진 시장까지 걸어오게 되었다. 쨍쨍한 햇볕에, 짜증 지수는 올라만 가고. 오빠라는 인간은, 여자애랑 어디론가 사라져 행방불명 상태고.

\" 화나는데. \"

말 그대로, 진이의 심기는, 상당히 좋지 못했다. 휴일을 맞아서 북적거리는 시장의 입구를 한바퀴 돌아본 진이는 머리에 쓴 모자를 더욱 깊이 눌러쓰며 천천히 시장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 자, 다음 도전자는! 없는겁니까아~? \"

마이크를 든채로 힘차게 소리친 사회자는 구경만 할 뿐이지, 쉽게 앞으로 못나서는 사람들을 스윽~한번 돌아보고는, 더욱 큰 목소리와 함께 자신의 등 뒤 테이블 위에서 이쑤시개를 문채로 웃고 있는 덩치의 남자를 가르키며, 시끄럽게 소리쳤다!

\" 아아, 역시! 3백년 전통의 고춧가루 라면 10그릇의 기록은, 과연 최강이로군요! \"

3백년 이라고? 척, 들어도 허풍에 과장 광고틱한 사회자의 말에 기철은 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도. 사회자가 열심히 침튀겨가면서 자랑하고 있는 끔찍한 붉은색의 ‘ 고춧가루 라면 ’ 의 위용은, 과연 일반인이 접근할수 없는 무지막지한 포스를 자랑하고 있었다.

\" 컴온! \"

……저 되도 않는 짧은 영어를 해대는 덩치 남자가 10 그릇을 먹었다고? 과연, 얼굴만으로는 10 그릇이 아니라 가마솥 채로 들고먹어도 이상하지 않을 외모지만. 질린다는듯 고개를 가로저은 기철은 스윽, 오른손을 들어서는 손목 시계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이로아를 쳐다보았다.

\" 안되겠어, 점심 시간이 훨씬 지났다고! 얼른 가자 이로아! \"

그 순간, 기철의 등뒤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목소리.

\" 오오, 저기 용감한 도전자가! 거기 서 있는 여학생, 진심 입니까! \"
\" 여, 여학생? \"

설마,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들어올린 기철은, 허공위로 올려진 이로아의 하얀 손을 보고는 쿠구궁! 하고 절망하며 다리에 힘이 풀린듯 주저앉았다. 무, 무슨 짓을 한거야! 너는!

\" 이, 이로아! \"
\" 이기면, 무조건 공짜래요! \"
\" 그,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

지면, 돈을 전부 다 내야한다고! 아니, 잠깐 그게 아니라……이로아같은 가녀린 여자 아이가, 저런 끔찍한 고춧가루 면탕을 견뎌낼수 있을리가 없다! 그래도 우주인이니까, 같은 기대를 할 수도 있겠지만! 란즈가 설탕이랑 소금을 구분못해서, 실수로 먹고는 몸을 배배꼬는 모습을 보았던 기철로써는, 절대로 절망적인 순간이었다!

\" 자! 앞으로 나오시지요~예쁜 여학생 분! \"
\" 장난이 아니라고! 제발, 이로아! \"

자신의 팔을 잡아끌며 만류하는 기철의 간절한 얼굴을 본 이로아는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뜨더니, 아! 하고 자신의 손바닥을 치고는 기철의 손을 잡아 일으키고는 환하게 웃었다.

\" 같이 드시고 싶으셨던거네요? \"
\" 뭐? \"

뭐라고, 지금……기철이 무어라 말할새도 없이, 이로아가 사회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 같이해도 되나요~? \"

이로아의 말에 사회자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려 보이며 소리쳤다.

\" 물론입니다! \"
\" 거짓말!! \"



\" ……. \"

생기를 잃어버린 푸석푸석한 얼굴을 한 기철은, 자신의 앞에서 끓어오르고 있는 경악스러운 붉은 색의 라, 면, 인지 뭔지를 보고는 푸욱, 고개를 꺾었다. 이렇게, 죽고 마는 것인가. 한그릇은 커녕 한젓가락도 넘길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도, 뭐가 좋은지…….

\" 왠지, 재밌지 않아요? \"

이로아는, 연신, 즐거운 듯 웃고 있었다. 네가, 아직 진짜 고통을 못 느껴 보았구나……뭐, 상관없나. 곧 알게 될테니. 모든 것을 포기한 얼굴로, 기철은 떨리는 손을 들어 젓가락을 집어올렸다. 

\" 자, 그럼……준비! \"

사회자는 호루라기를 들어 입에 문채로, 기철과 덩치, 이로아를 번갈아 보더니 힘차게 불며, 외쳤다.

\"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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