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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력난신(怪力亂神) by Dr.L

굳이 따지자면, 한여름날 할머니가 해주던 옛날 이야기처럼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한국적인 이야기. 라고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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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편수 19 / 총 관심작 수 87 / 총 추천수 0 / 총 용량 -25.521Kby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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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Dr.L[ceaser]
조회 1525    추천 0   덧글 4    / 2007.06.02 23: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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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제가 좀 심하게 말을 했던 것 같네요.\"
\"아니…뭐…그렇게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적어도 사람이 불행해지니까, 우리들은 인간들 곁에 살아갈 수가 없었어요. 표헌 오라버니도 마찬가지였죠.\"

지영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표헌 오라버니도, 부모님을 잃었어요. 그 복수심 하나만으로 돗까비가 된 분이에요.\"
\"자,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지영이 더 하려고 하는 말을 끊으며 유여가 말했다.

\"영민 씨야 워낙 잘 휘둘리는 성격이니, 더 심각하게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부모님은 구출될 테지만, 그 상태에 대해서는 저희도 모르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서양역귀들이 범위를 더 넓혔어요. 한양권역도 이제 더 버틸 수는 없을 것 같군요.\"

그 순간.
갑자기 공기가 바뀌었다. 유여도 지영도 가만히 멈춘 채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거실에 있는 존재들 중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영민 혼자로, 헌사영신곤과 사인검을 쥔 채로 꼼짝없이 앉아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방안을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밖으로 나와라.』
\"누구?\"
『바깥으로 나오면 자연히 알게 된다.』

기계처럼 무뚝뚝하고 냉정한 목소리에 나갈까 고민하던 영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여와 지영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채로, 머리카락조차 허공에 떠 있는 채로 그대로 고정시켜놓은 듯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 광경에서 고개를 돌려 밖으로 향했다. 거실 문을 열고 신발을 천천히 신고 현관문을 열었다.

\"나왔군.\"

유럽의 오래된 초상화에서 볼 법한 그런 이미지의 사람이 가만히 서서 읊조렸다. 머리카락은 어둠에 녹아든 것처럼 검었지만, 질린 것 같아 보이는 하얀 피부와 그에 대조되는 붉은 눈동자는 전혀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그런 모습이었다. 양복에 실크햇이 이색적이지만 가만히 지팡이를 들고 있는 모습이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자세히 보니 발이 허공에서 한 뼘 정도 떠 있었다. 그리고 으레 그 주변에는 검은 어둠들이 뭉쳐 있었는데 평소에 보이던 수에 비해 더 엄청난 양이었기에 순간 긴장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엘릭시르elixir. 가명이긴 하다만. 그렇게 불러다오.\"
\"당신은…!\"

무의식적으로 사인검을 꺼내 헌사영신곤과 함께 들었다. 그러자 엘릭시르라 불린 외국인은 손을 들어 보이며 점잖게 말했다.

\"싸우러 온 것은 아니니, 진정하게나.\"

그렇게 보니 사인검도 예전처럼 빛이 나지 않고, 몰려있는 어둠들도 딱히 공격할 태세는 아닌지라 영민은 검을 손 아래로 내렸다. 그는 가만히 조용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네가 영민인가?\"
\"그렇습니다만….\"
\"판테온의 전갈이다. 부모님은 돌려보내겠다고 하더구나. 우리가 원한 일은 아니었지만, 내가 너를 한번 만나보기 위해 한 일이니 이해해다오.\"

엘릭시르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영민을 보며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의문을 가진다고 해도 어쩔 수 없겠지. 그건 시간만이 가르쳐 줄 것이다.\"
\"당신이 부모님을 납치했던 그 사람입니까?\"
\"내 공간결계를 유여가 곧 깰 테니 더 시간이 없는 것이 아쉽구나. 부모님은 내일 집으로 모셔드릴 것이다. 그리고 그 검은 내겐 별 소용없으니 찌르기를 할 필요는 없다.\"

영민이 그 말에 의아해 한 순간, 검이 느닷없이 앞으로 튕겨나가듯 엘릭시르를 찔렀다.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검을 내민 영민의 쏠린 몸을 어느새 왔는지 옆에서 손으로 들어 자세를 바로잡아준 그는 빙긋이 웃었다.

\"나는 공간과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약간이나마 있지. 그래서 그런지 네가 뭘 할 건지도 약간 알고 있어.\"
\"…….\"

영민은 지체 없이 사인검을 검 집에 넣었다. 헌사영신곤은 든 채였지만 그걸로 공격 해봐도 소용은 없는 일임을 잘 알고 있었고, 또 그 정체가 매우 궁금해진 터였다. 엘릭시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꼼짝없이 그 앞에 서서 가만히 영민이 하는 행동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이런 고매한 존재들이 세상에 아직 남아있다는 것이 신기했다네. 돗까비들이라는 그 존재에 매료된 우리들은 그들을 탐구했지. 하지만 그 빗장은 열리지 않았다네. 예전 이 땅에 살던 사람들처럼 말일세. 우리는 사람들을 이용해서 이 땅에 살아보기로 생각했지.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어. 우리가 이 땅에 발을 디딘 순간 온화하던 돗까비들은 갑자기 우리에게 공격을 가했지.\"

어디선가 화살이 날아와 땅바닥에 꽂혔다. 아슬아슬하게 영민의 어깨너머로 두 번째의 것이 날아와 건너편 담벼락에 정확하게 박혀 그 끝이 부들거리고 있는데, 등 뒤를 돌려다 보니 매서운 눈빛을 하고 양궁을 들고 있는 지영의 모습이 보였다.

\"…거기까지 해. 세 번째는 놓치지 않아.\"
\"봤죠? 영민군?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공격하는 게 이 땅에 존재하는 돗까비들이라는 진실이에요.\"

도발 아닌 도발이 섞이자 지체 없이 지영은 화살을 날렸다. 물 흐르듯 매끄럽게 등 뒤에 매단 전통에서 다시 한발을 꺼내 시위에 먹이면서 시선을 떼어놓지 않았다. 여전히 그는 자신을 맞추려는 화살로부터 움직여 손바닥을 살짝 들어 보이며 어깨를 으쓱하고서는 태평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 물리적인 걸로는 날 맞출 수 없을 텐데요?\"
\"아니, 다음은 맞춰.\"

지영이 그렇게 말하자 화살이 매끄러운 푸른빛을 내기 시작했다. 엘릭시르의 표정이 약간 달라지기 시작했다.

\"기사氣射로군요. 일전의 그 분도 같은 걸 쓰셨습니다만.\"
\"너였구나! 아버지를 소멸시킨 게!\"

이번에는 가차 없었다. 화살을 쏜 후 바로 시위를 계속 해서 잡아당겼다가 놓으며 퉁긴다. 허공에서 시위를 떠난 화살을 뒤 따라 무언가 알 수 없는 구체가 여러 발 같이 쏘아져 나갔다. 허나 엘릭시르는 여전히 선 자리에서 그 화살들을 가볍게 피하며, 뒤 이어 떠난 구체들을 슬며시 손동작으로 걷어내는 시늉을 했다. 뒤 이어 거대한 장벽에 부딪힌 것처럼 소멸되는 푸른 구체를 경악에 찬 눈으로 보던 지영은 마침내 전통에서 양궁에서 쓰는 것이 아닌 길고 곧은 대나무 가지를 꺼내들었다.

\"오. 영험한 파사죽시破邪竹矢까지 꺼내다니, 꽤 다급해진 모양이군요.\"
\"입 다물어!\"
\"봐요 영민군. 진실이라는 건 어디에도 없는 거예요. 한쪽을 믿는 순간 다른 쪽은 그저 빛 좋은 개살구 일뿐이니까. 믿을 수 있는 건 자신의 눈뿐이에요.\"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면서 일들은 꼬여갔지만 정작 이런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능을 치고 대학에 들어가서 적당히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하는 것. 지금껏 그래왔듯이 아무런 관심사도 없이 그저 공부만 하는 것이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여지없이 깨져버리고 말았다. 관심을 주고 싶지 않아도, 가지고 싶지 않아도 이미 일어난 일은 어찌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비틀린 일상, 그렇게 자신의 의지는 아무 관계도 없이 커다란 톱니바퀴에 맞물려 같이 돌아가는 시계바늘처럼 이 상황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저는 여러분들과 싸우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닙니다. 사실 당신들이 우리를 내쫓겠다는 것 만해도 우리와는 별 상관이 없으니까요. 그저 당신들은 대의명분만 가지고 있을 뿐이고, 우린 인간 사회에 녹아들었지요. 그래서 언제까지고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의 경계 운운하면서 가만히 있다가 사라질 생각입니까?\"
\"당신의 방식은 틀렸어요. 엘릭시르 아니, 피르.\"

뒤에서 어느새 유여가 나와 가만히 뒷짐을 지고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다. 의외의 등장이었던지 엘릭시르가 흥미로운 눈빛으로 유여를 바라고 있었다.

\"유성의 탄환, 피의 아버지. 오랜만이로군요.\"
\"돌아가세요. 지금 당장.\"
\"그렇게 매정하시게 내치시다니, 어쩔 수 없군요.\"

그러면서 영민을 잽싸게 끌어당겨 팔로 목을 조르는 시늉으로 빙긋이 웃으면서 말했다. 창졸간에 일어난 일이라 미처 다른 사람들이 반응할 수 없었기에 다들 어리둥절한 눈으로 쳐다볼 뿐이었지만 오직 유여만큼은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목을 팔로 감싸고 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은 채로, 몸을 억제하고 있는 그의 꿍꿍이를 알기 위해 가만히 그 상태로 서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결심했다.

\"자…이러면 어떻습니까?\"
\"그런다고 내가 화살을 못 당길 거 같아?\"
\"당신처럼 곧은 심지를 가진 사람이라면 분명히 그 화살을 날리겠지요. 그리고 맞는 것은 이쪽의 영민님이겠죠. 저야 피할 능력이 있지만 그런 신통력이라면 이쪽의 영민님과 충돌이 있을 것은 당연할 터. 그 반발력은 무시할 수 없겠죠. 제 말이 틀렸나요?\"
\"…….\"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지영을 향해 기분 나쁘게 웃고 있는 엘릭시르. 유여의 불쾌한 표정에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는, 유쾌한 태도로 말을 이어나갔다.

\"으음. 이제야 납득들을 하시는군요. 계속 말할까요? 영민님?\"
\"…좋아요.\"
\"네, 그럼 시작하죠. 당신들이 말하는 서양역귀들은 총 공세를 가할 겁니다. 머지않아서 서울이고 제주고 몽땅 우리 천국이 되겠지요. 물론 나머지 지방에 대한 우리의 판단도 그렇습니다. 돗까비들은 이제 몽땅 끝장이군요. 이것이 당신들이 원한 결과였습니다.\"
\"총공격?\"
\"유여라는 이름으로 바꾸셨더군요, 그 이름도 나름대로 마음에 들어 합니다. 에, 저희들이 바라는 것은 이곳에 대한 소유권주장이나 이런 게 아닙니다. 그저 우리는 이 세계에 녹아들어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뿐입니다. 아무 일도 없이 여느 때처럼 말입니다.\"

엘릭시르의 말은 서양역귀들이 원하는 그 소망 그대로 이야기 하고 있었다. 적어도 그 진실을 알고 있는 유여만큼은 그랬다. 하지만 지영은 납득하지 못한다는 듯 이마를 찌푸리고 있었다. 돗까비들의 그 존재자체의 소멸, 그것은 이 땅위에 옛것을 기억할 수 있게 하는 존재들이 모두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화살을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시위를 유지한 채 몇 분이고 그 상태를 평온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양궁의 기본. 하지만 지금 이대로 화살을 날리면 영민이 맞을 수 있었다. 그 혼란스러운 와중에 잠깐 정신이 흐트러진 틈을 타 엘릭시르는 인질을 끌어안은 채로 한발을 더 내밀었다.

\"우리는 싸울 의지가 없어요. 이건 당신들이 걸어온 싸움입니다. 우리는 그저 이곳의 인간세계에 온전히 하나가 되어 살고 싶은 것뿐입니다.\"
\"그 말을 누가 순순히 믿어줄 줄 알아? 우리 아버님은 너 때문에…!\"
\"그건 내가 한 일이 아닙니다. 전 그냥 그분의 화살을 소멸시키고 제 갈 길을 갔을 뿐이에요. 물론 그분이 화를 돋운 암귀 몇 마리가 남았지만, 그 능력이었다면 충분히 도망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거짓말!\"
\"믿어주지도 않으니 어쩔 수 없군요.\"

엘릭시르는 한숨을 쉬며 영민을 풀어주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지영이 시위를 놓았다. 파사죽시는 피리소리를 내며 허공을 갈랐으나, 상황이 좋지 못했다. 아직까지 영민이 엘릭시르의 사이에 있었고,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난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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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이틀을 놀게 되어서 후다닥 글쓰며 마감하고 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서비스는 호선생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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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친한척 06/02/11:26
호선생 이미지 어레인지드 판본이 올라오지 않았군요....
흐음, 올려볼까(도주).

그나저나, 일릭서 씨(이미 DQ의 영향으로 일릭서 확정)의 말투가 평대에서 존대로 바뀌는 것은 의도하신 겁니까? 아니면 제가 잘못 파악한건가.
13 sarudi 06/02/11:40
호선생의 카리스마는 어디로간거냐아아아!!!!...LTO
1 ginger 06/03/03:23
11편 오늘 올리는 거 아닌가요?
올렸을줄 알고 왔는데 실망ㅜㅜ
얼른 보고 싶네요~
0 yul 06/10/02:50
........ 엘릭시르의 어투가 중간에 바뀌는군요 ㅡㅡ;; 처음엔 근엄했는데.... 중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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