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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라마란[ramaran]
조회 779    추천 0   덧글 1    / 2007.06.03 19:07:46
2

“읏샤….”
수업시간의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세한은 기지개를 켰다. 첫수업이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모두 각 시간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앞으로의 수업계획 정도만을 이야기하고 나머지는 자습시간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학생들이 자습을 할리는 죽어도 없었고-물론 일부 모범생들은 예외였지만-, 자거나 떠들거나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는등 공부와는 관련되지 않는 짓만 골라서 할 뿐이었다.
세한은 어느쪽이냐면 조용하게 자는 쪽이었다. 체육복을 책상에 깔고 거기에 옆자리의 세영에게서 베개를 빌려서(…) 푹신푹신하게 잘 잤던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교실 안에 약하게 난방이 돌고 있어서 딱 좋은 온도로 따뜻했고, 어젯밤에 잠도 설친 감도 있어서 눈꺼풀이 자동으로 감기는 것이다.
꽤 깊게 잠이 들었었는데도 종소리가 들리자마자 잠이 깨는게 신기하다. 세한은 상쾌한 기분을 느끼면서 허리를 좌우로 뒤틀었다. 우두둑하고 뼈가 맞춰지는 소리가 들린다. 목은 그다지 뻐근하지 않았다. 다 베개를 베고 잔 덕분이다. 귀여운 곰돌이가 그려져 있는 베개를 돌려주려고 세영의 자리를 바라보니 벌써 어디론가 간 모양이었다. 종 친지 얼마나 됬다고 참 빠르다.
세한은 교실 안을 흩어보았다. 이른바 ‘세영아영 팸(?)‘으로 불리기 시작한 패거리(?)들이 안 보이는 것을 보니 또 그녀들끼리 어디론가 우르르 몰려갔나보다. 하여튼 사이들도 참 좋다.
“…배고프다.” 3교시 수업이 막 끝난 지금, 한창 자랄 나이의 청소년이라면 이때쯤이면 배고픈 것이 당연하다. 한시간만 더 버티면 점심시간이라지만 그때까지 아무것도 안 먹고 버틴다는건 꽤나 가혹한 일이었다.
좌주명 우세영이랄까. 세한은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 곳에선 아직까지도 엎드려서 잘 자고 있는 석주명이 보였다. 세한은 손을 뻗어 툭툭하고 주명의 몸을 건드렸다. 몇 번 그렇게하자 ‘끄으응’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주명이 일어났다.
“야. 매점 가자.”
“음, 그랴….”
거의 비몽사몽에 가까운 상태로 주명이 비척거리며 일어섰다. 세한은 그런 주명의 모습에 쓴웃음을 지었다.
“정신 좀 차려라. 이 녀석아.”
“시끄러. 어제 밤 샜단 말이다.”
“…그래봤자 게임으로겠지.”
“쿠후후. 엔딩까지 얼마 안 남았어. 오늘밤만 한번 더 새면 될 것 같다.”
“이런 폐인자식.”
세한과 주명은 실실거리면서 사이좋게 교실을 나섰다. 매점은 이 건물 지하 1층에 있었다. 보통의 학교 지하 1층이면 뭐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갈 일이 없는게 보통이지만, 한성 고등학교는 지하 1층을 식당과 매점으로 만들어놓고 학생들이 이용하도록 하고 있었다.
복도는 학생들로 여전히 붐빈다. 세한과 주명은 그런 소란 속을 자연스럽게 지나다니며 이윽고 지하 1층 매점에 도착했다. 식당 한 켠 구석진 곳에 자리잡은 매점 근처에는 벽을 따라 길다란 의자가 놓여 있었고 동그란 테이블 하나에 의자가 네 개씩 딸린 세트가 여섯 개 정도 있었다.
매점에는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열심히 돈을 받고 거스름돈을 주며 열심히 간식거리를 팔고 있었다. 10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배도 적당히 채우면서 빨리 먹으려면 역시 빵과 우유가 최고다. 와글거리는 학생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세한과 주명은 각자 먹을거리를 사서 빠져나왔다.
“넌 또 샌드위치냐.”
“그러는 네놈은 또 소시지빵이잖아.”
항상 먹는걸 또 먹는 서로를 비난하다시피하며 세한과 주명은 앉아서 먹을만한 곳을 물색해보았다. 매점 근처야 먼저 와서 앉아있는 학생들로 자리가 없다지만 조금 떨어진 식당쪽 자리는 이야기가 또 틀리다. 전교생의 약 1/3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한성 고등학교의 식당인 것이다.
일단 빵봉지를 뜯으면서 식당쪽으로 가는데 엄청난 소음을 뚫고 낭랑한 목소리가 세한의 귀에 들려왔다.
“야! 세한!”
다른 곳에 정신을 팔고 있는 와중에도 사람은 자신의 이름이 불리면 반응한다던가. 어쨌든 세한은 예상하지 못한, 하지만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다름 아닌 세영이었다. 벽쪽 테이블에 여학생들과 같이 앉아 있었다. 예의 그 세영아영 팸(…)이랄까. 세영의 목소리에 아영을 비롯하여 모두가 다 세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그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느끼면서 세한은 주명과 같이 그쪽으로 걸어갔다.
“쉬는 시간 되자마자 어디 갔나 했더니…. 살찐다?”
“악담하지 마. 설마 이정도로 찔까.”
“…글쎄다. 저번처럼 살쪘다고 나한테 징징거리지나 마.”
“그, 그건 옛날일이잖아!”
세한은 피식하고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그 모습이 굉장히 재수없어 보였는지 세영은 세한을 째려보았다.
“어이어이. 남매끼리 사이 좋은건 알겠는데 나한테도 좀 아는척 해달라고.\" 주명이 섭섭하다는 듯이 끼어들었다.
“와. 주명이도 있었네?”
“…오늘 처음 본 것처럼 말하지 말란 말이다.” “그야 계속 넌 잠만 잤잖아.”
주명은 훗하고 느끼하게 웃었다. 다 좋은데 가끔씩 이렇게 느끼하게 웃는 버릇은 정말이지 영 아닌 것 같다고 세한은 항상 느끼고 있었다. 뭐, 여자들한테는 저게 또 괜찮게 보이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재수없는건 재수없는거다.
“세한. 여기 앉아서 먹자.”
“속 보인다. 이 자식아.”
주명의 음흉한 속셈이 보이는 것 같아서 세한은 만류하려고 했지만 이미 주명은 잽싸게 앉아버린 뒤였다. 참 행동 빠르다. 세한은 그냥 가기도 그래서 별 수 없이 빙 돌아 주명의 맞은편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현아영의 바로 옆 자리였다.
“….”
“….”
어색함에 잠시 분위기가 싸해졌다. 세한은 왠지 오늘아침까지 집에서 느꼈던 분위가와 같다고 생각하면서 식은땀이 흘렀다. 나레루나 예카트레네스…. 세한은 무심코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름을 입에서 한번 되새겨보았다.
“응?”
그게 들렸는지 아영이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세한을 바라보았다. 세한은 아영의 놀라는 소리에 움찔하면서 아영을 바라보았다.
‘켁.’
가까이서 마주보니 훨씬 더 예뻤다. 눈동자도 깊고 맑았고, 길다란 속눈썹에 잡티 없는 하얀 피부…. 이목구비는 그야말로 예술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역시 이러면 실례인걸 알지만, 자연스럽게 집에서 같이 살게 된 은발의 소녀가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버린다.
“에…. 안녕.”
이 어색함을 타파하기 위해 세한은 난감한 미소와 함께 일단 인사를 건네었다. 아영이 조금은 얼굴에 화색을 띄면서 인사를 받았다.
“으응. 아, 안녕. 김세한…이지?”
“아아. 맞아.”
“세영이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
“에, 그야 뭐. 일단은 소꿉친구니까.”
“소꿉친구가 아니라 남매지.”
“석주명 넌 시끄러.”
불쑥 끼어드는 주명이에게 핀잔을 주는 세한. 하지만 그 대화가 시발점이 되어서 어색하던 분위기가 녹아 조금은 화기애애하게 되었다. 일단 그렇게 물꼬가 터지자 대화는 자연스럽게 서로를 소개하는 자리로 이어졌다.
“…그야 나도 너희들 이름은 다 알지. 아무래도 저 녀석이랑 같이 붙어다니니까 얼굴은 알고 있고, 이름이야 요새 출석 부르는 것도 있고, 들리는 것도 있고.”
이런저런 대화가 흘러가면서 이제는 꽤 자연스러워졌다. 그런 말을 하며 세한은 여학생들을 살짝살짝 보며 이름과 특징을 다시한번 기억했다.
세영이야 이미 잘 아니까 패스. 그 옆에 앉아있는 작은 체구에 귀여운 얼굴의 여학생은 유지영이라해서 친한 친구들한테는 ‘초딩(…)’이라는 별명으로 자주 불리우는 걸로 알고 있다. 어쨌든 남학생뿐만 아니라 여자들한테도 귀엽다고 여러모로 인기가 많은 여학생이다.
그 옆에 있는 안경을 끼고있는 단발의 여학생은 김선하. 눈이 나빠서 안경을 끼기는 하지만 그렇게 나쁜 건 아닌지 안경을 벗을 때도 많았다. 주로 공부할 때 안경을 끼는 것 같은데 지금은 왜 끼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 옆에는 주명이 녀석이고…. 맞은편은 세한 자신.
그럼 다시 세한 자신부터 옆으로 가자면 이미 말할 것도 없이 유명한 현아영이 있고, 그 옆에는 이서희라는 이름의 제법 키가 훤칠한 여학생이 있다. 머리도 긴 생머리인데다가 차분한 얼굴도 어딘지 모르게 어른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더불어 몸매도 어른스럽고 착한 것 같다….
“흠흠.”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재선. 특징이라면 항상 뭐가 그렇게 좋은지 너무 잘 웃고 다닌다는 점이 특징이랄까. 코 밑에 있는 자그마한 미인점도 살짝 인상적이다. 어쨌든 항상 짓고 다니는 미소가 헤프다기 보다는 뭔가 영업용 스마일(?)처럼 느껴져서 세한은 무슨 서비스업 종사자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렇게 6명이 이른바 세영아영 패밀리…라는 유치한 이름의 단체(?)였다. 근데 왜 하필 세영아영이냐. 어감이야 뭔가 운율이 느껴진다만서도. 현아영이야 한성고교의 공주님이자 아이돌 넘버원이라니까 그렇다쳐도, 도대체 세영의 이름은 왜 들어가는거냐고?
그런 의문을 품은채, 세한은 옆에 앉은 김선하한테 느끼한 눈빛을 던지고 있는 주명을 한대 치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으면서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물었다. 마침 자신은 지금의 대화에서 잠시 소외되어 있는 때였기에 별 눈치 안 보이고 먹을 수 있었다.
우물우물 씹어 삼킨 후 우유를 마신다. 세한은 역시 빵에는 우유라고 생각하면서 우유도 꿀꺽 삼켰다. 아우성치던 뱃속에 한입이라도 뭔가 들어가자 훨씬 나았다.
“그런데 세한, 전부터 궁금했는데.”
현아영의 목소리에 모두의 이목이 또 한번 세한에게로 쏠렸다. 아무래도 이렇게 시선을 받는 건 세한으로써는 익숙치 않은 일인지라 굳어지려는 표정을 억지로 풀며 현아영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역시 이렇게 가까이서 얼굴을 보는건 어렵다. 애써 자연스럽게 시선을 미묘하게 피하면서 세한은 이어지는 아영의 질문을 들었다.
“세한도 혹시 정진 중학교 나오지 않았어?”
“어. 맞는데.”
살짝 놀라면서 세한은 그렇게 대답했다. 그런데 어차피 생각해보면 세영과 자신은 주욱 같은 중학교였다는건 어지간한 애들은 다 알고, 더욱이 현아영은 세영의 절친한 친구일테니 그정도는 알테다.
현아영은 역시하는 표정을 지었다.
“혹시 말이야, 나 기억나지 않아?” “응?”
이때의 현아영은 무언가를 굉장히 기대하는 듯한, 그리고 한편으로는 간절한듯도 한 얼굴이었다. 그 모습에 넋을 잃을 것 같기도 했지만 세한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면서 곰곰이 현아영의 질문을 생각해보았다.
“그, 글쎄….”
하지만 역시 기억나는 것은 없다. 세한은 떨떠름하게 대답하면서 한번 더 잘 안돌아가는 뇌를 굴려보았다. 글쎄다. 저런 말을 한다는건 현아영은 아무래도 세한 자신을 예전에 봤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보니 자신도 아영을 처음 봤을 때 어딘지 모르게 낯익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본 적이 있는건가?
어렴풋이 무언가가 기억나려고 하는 것도 같았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떠오를 듯 떠오르지 않는 생각을 어떻게든 잡아내려는 세한에게로 시선은 더더욱 집중되었다. 다행이라면 집중하느라 세한이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랄까.
뭔가 단서가 잡히는 것 같다. 내면으로 침잠해 그 자신을 관조할 수 있는 마음 수련법을 익혔던 세한이기에 집중하면 무의식 속에 잠들어있는 기억이 떠오르던 적이 종종 있었다.
어렴풋하던 기억이 뚜렷해지려는 와중.
딩동댕동~.
귀를 자극하는 날카로운 소리에 세한의 의식은 퍼득 무의식의 세계에서 의식의 세계로 빠르게 되돌아왔다. 한번 집중이 깨지자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당분간 현아영과의 일을 떠올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모두는 김이 샜다는 표정으로 부랴부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 전의 소리는 쉬는시간이 끝났다는 걸 알리는 종소리로, 다르게 말하면 수업시간이 시작되었다는 걸 알리는 종소리인것이다. 물론 수업종이 쳤다고해도 교무실에서 선생님이 교실까지 오는 시간을 생각하면 빠르게는 2분에서 많게는 5분까지 여유가 있으니까 서둘러서 교실에 올라가면 수업에 늦지는 않을터이다.
…물론 원칙이야 종치기 전에 수업준비를 다 마치고 자리에 곱게 앉아서 선생님을 기다리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요새 누가 그런 원칙 지키려나?
어쨌든 세한도 거의 먹지 못한 샌드위치를 빠르게 입 안에 우겨넣고 우유와 함께 씹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로 향했다. 하지만 현아영은 옆자리의 유재선이 흔들어서 일으킬때까지 계속해서 자리에 앉아있었다.
마지못해서 일어나는 듯한 현아영의 하얀 얼굴에는 서운함이 가득 배어있었다.
“역시…, 기억 못하는걸까.”
자그마하게 속삭이는 목소리에도 어쩐지 기운이 없어보였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서글퍼보인다.
항상 웃고 있던 유재선이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우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볼 정도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알 수 없었다.

4교시는 수학으로 담당교사는 다름아닌 담임인 유가려였다.
소개는 이미 어제 했다고 하지만 수업 자체는 처음이기에 여느 선생님들과 같이 수업계획을 말하는 정도로 수업을 마치고 자습시간을 주었다. 다만 교실을 나서지는 않고 교탁의자를 끌고 앞자리의 학생 몇 명과 마주보고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앞자리의 학생들이란 다름아닌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들로 과연 책상 위에 문제집이며 자습서며 몇 층으로 쌓여있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한편 우리의 자랑스러운 주인공인 세한은 뭘하고 있냐면 세영에게서 휴대폰을 빌려서 신나게 게임을 하고 있었다. 자기 휴대폰은 놔두고 왜 하필 세영의 휴대폰이냐면 세한 자신은 휴대폰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한 스스로도 딱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단말기를 사고 요금을 낼 돈을 마련하기가 어렵다…기보다는 귀찮았다.
한편 세영은 어쩌고있냐면 전시간에 세한에게 빌려준 베개를 이번엔 그 자신이 베고 잘 자고 있었다…. 게다가 어디서 또 꺼냈는지, 아니면 빌렸는지 몰라도 등에는 푹신한 담요까지 잘 덮여져 있었다.
게임을 하다말고 세한은 힐끗 그렇게 자고 있는 세영을 보았다. 자신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자고 있어서 얼굴이 다 보인다. 베개를 베고 있는 부분이 눌린데다가 자고 있는 모습이 꽤나 귀엽게 보인다고나 할까. 하지만 세한은 별 감정 없이 그저 자고 있는 세영의 얼굴이 재미있어 보인다는 듯 쿡쿡하고 웃고선 다시 휴대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런 세한의 모습을 조심스럽게 쳐다보고 있는 공주님이 계셨다. 한편 그런 현아영의 앞자리에 앉아있던 유재선은 아까부터 싱글거리며 아영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던 중이었다.
“후우….”
이윽고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리는 현아영. 그렇게 시선을 앞으로 돌리자마자 바로 앞에 생글거리는 재선의 얼굴이 보이자 화들짝 놀라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놀라는 것도 잠시, 아무래도 눈치가 방금 전 자신의 행동을 눈치챈 것 같아서 부끄러운 감정이 밀려들었다.
“헤에. 아영아. 너 쟤한테 관심 있는거야?”
누가 듣지 못하게 작은 소리로 유재선이 현아영에게 속삭였다.
“아, 아니야. 과, 관심은 무슨.”
“흐흥. 아니긴 뭐가 아니야.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뭔가 느낌이 오는데.”
“저, 정말이야. 진짜로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현아영은 손사래를 치면서 부인했지만 워낙에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인지라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런 아영의 모습에 유재선은 한층 더 짙은 미소를 뿌렸다.
“우후후. 아영아. 말이 떨린다. 눈동자도 떨리고.”
“우우…. 재, 재선아.”
“그런데 신기하네. 아영이 너 쟤 세영이한테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본건 기껏해야 어제잖아. 혹시 말로만 듣던 ‘첫눈에 반했어요~‘, 이런건가?”
재선의 말에 아영의 하얀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다. 현실에서는 참 보기 드문 순수한 모습이었다. 그런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영은 씨도 안 먹힌다는걸 잘 알고 있었다.
“아니. 그, 사실은. 예전에 한번 본 적이….” “예전에? 진짜? 아, 아까 말했던 그 중학교 때? 그럼 설마 그때 반해서 지금까지 쭈욱?” 직설적으로, 그리고 연달아서 질문을 퍼붓는 재선의 말에 아영의 얼굴은 더더욱 빨개졌다.그러자 본래 청초한 미모에 어쩐지 색기(?)까지 담겨지는 듯해서 재선은 눈을 가늘게 떴다. 어쩐지 신이 났다. 어쨌든 자신의 질문이 모두 맞는 모양이다.
“으음. 어라? 잠깐. 그런데 아영이 너, 세영이가 쟤 김세한에 대해서 말할때는 왜 아무런 반응이 없었어? 어? 잠깐. 그렇다는거, 설마…?”
재선이 뭔가 깨달았다는 듯 잠깐 놀란 표정을 짓자, 아영은 붉어진 얼굴을 아래로 수그리면서 아주 작게 말했다.
“그 때 그 남자애가 세영이 친구인지는 모르고 있었지…. 이름도 어제 처음 안거야.”
“….”
재선은 아영의 말에 잠시 아연해했다. 세상에, 이 현아영이 순진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쯤되면 진짜로 천연기념물 수준이다.
대충 이야기를 종합해보자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현아영은 저 김세한이라는 남자애를 중학교때 처음 보고 한눈에 반한 뒤, 이름도 무엇도 모르고 그 뒤로 한번도 만나지도 못한채 마음속에 품고만 있다가….
이렇게 같은 반이 되서 만나서야 이름 하나 겨우 알았다는게 아닌가? 더욱이 그동안 세영이가 자주 저 남자애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도 동일인물인지 모르고 있었다는 말이다.
드라마틱하다면 드라마틱하다고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저 김세한은 친구인 세영이와 남매 소리 들을정도로 매우 친한 남자애다.
만약에 세영이가 친구 사이를 넘어서 세한에게 마음이 있는 상태라면…? 그렇다면 이건 진짜 주말드라마 한편 찍는거다. 주제는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정도? 유재선은 일이 재미있게 돌아간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태산처럼 밀려들었다.
\"휴….“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내쉬어졌다. 사실 아영도 재선이 생각하는 그런 주말드라마틱한 전개가 되어버릴까봐 내심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도 같았다. 그정도 눈치는 있어서 다행이랄까.
“….”
그런데 어쩌다가 현아영이 저 세한이라는 남자놈한테 반한건지. 재선은 어쩐지 분한 마음도 들었다. 뭐, 주명이라는 느끼한 바람둥이처럼 생긴 놈보다는 훨씬 나아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어딘지 모르게 아영이 반할만한 구석이 특별히 있지는 않아보였다.
자세히 보면 장점이 없는것도 아니다. 체격도 탄탄해보이고 얼굴도 괜찮다. 더욱이 자세히 보면 피부가 굉장히 깨끗해서 반은 먹고 들어간다. 헤어스타일이나 옷을 코디해서 조금 꾸미기만한다면 정말 괜찮은 남자가 될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뿐이다. 물론 생긴 것만으로 남자를 사귈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외모란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도 사실. 특출난 외모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르게 특별한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영이 반하다니.
‘아무래도 뭔가 특별한 일이 있었어’
확실히 아영이 한눈에 반할정도로 무언가 특별한 일이 있었을테다. 재선은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아영을 보면서 기이하게 눈을 빛내었다.
“에, 에취!”
한편 세한은 갑작스레 오한을 느끼며 게임을 하다말고 재채기를 했다. 우연일까 아니면 알 수 없는 예감일까. 세한은 스멀스멀 아무런 이유도 없이 피어오르는 불길함을 애써 억누르며 다시 게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한가로워보였지만, 글쎄.
그것은 말 그대로 폭풍이 오기 전의 고요함이 아닐지.





열심히 하렘의 길로...ㅡㅡ;;

...그나저나 이런건 사실 쓰기가 의외로 어렵습니다. 그냥 보고 낄낄거리며 웃고 즐기기는 좋긴한데.

이제부터는 당분간 주말연재...를 기본으로 할까 합니다. 평일에는 도저히 시간이 안 될 것 같군요. 학교가 집과 그나마 가깝다고는해도 저녁에 학교에서 알바가 있는데다가 신촌까지 왔다갔다하는걸 생각하면 이게 또 만만한게 아니에요....

노트북이라도 있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겠지만(긁적)

그럼 이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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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카르디아 06/07/11:37
흐음..주말연재라면..토요일날 한편 일요일날 한편 올리는건가요..덤으로 공휴일도?(끌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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