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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장 : 중화루의 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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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로크네스[ocryptid]
조회 1270    추천 0   덧글 1    / 2008.08.23 01:21:04

N : 그래. 베이징덕에는 예술성이 깃들어 있어.
S : 그런 추상적인 말은 이해하기 어려워.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을래?
N : 베이징덕이라는 말은 \'베\' \'이징\' \'덕\'으로 분리할 수 있어. 여기서 \'베\', 영어로 \'Be\'는 원소주기율표상에서 4번에 위치하는 알칼리 토금속인 베릴륨을 의미해. 이 베릴륨은 에메랄드 등의 보석에 포함되는 원소지. 또한 \'이징\'은 일본어로 \'위인\'을 뜻하는 \'いじん\'과 발음이 매우 흡사해. \'덕\'은 \'德\'으로, 즉 \'베이징덕\'은 \'보석과도 같은 위인의 덕\'을 의미하는 말이야.
S : \'いじん\'이 \'야만인, 미개인\' 역시 뜻한다는 것 알고 있어?
N : 그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아. 보석과도 같은, 즉 \'고귀한 미개인\'은 이미 장 자크 루소가 동경한 바 있는 존재지. 문명 이전의 고귀하고 순수한 생활의 덕.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이야?
S : 아름답다고? 내 생각에 그것은 단순한 반어법적 의미라고 생각해. 고대의 인류는 오리를 사냥해 굽는 정도밖에 할 수 없었으며, 베이징덕이라는 이름은 그런 야만인들의 수준을 비꼬는 단어임에 분명해. 그리고 예술성이라고 하면 해물 누룽지탕이 훨씬 예술적이라 할 수 있지.
N : 어느 면에서?
S : 해물 누룽지탕은 그 색깔이 적, 황, 백, 흑 등으로 화려하고, 그 수많은 색들이 하나의 접시에 담겨 있지. 그 색의 조합은 마치 세계적인 추상화가 몬드리안의 \'컴포지션\' 시리즈와도 같아. 하지만 몬드리안의 기계적이고 정형화된 사각형 구성과는 달리 해물누룽지탕은 어떠한 정형성이 붕괴된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마치 파블로 피카소의 입체파적 예술사조와도 같아. 해물이라는 하나의 추상적 대상을 다각적인 모습에서 보고 그 모습을 하나하나 해체해 접시에 담은 예술품이라는 것이지.
N : 마침 내 가방에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있어. 하지만 이 그림은 무채색으로 칠해져 있어 해물누룽지탕이라기보다는 쿠키&크림 아이스크림처럼 보이는걸? 너의 분석이 틀린 거 아냐?
S : 아니,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오히려 내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어. \'게르니카\'는 에스파냐 바스코지방의 작은 마을인 게르니카가 에스파냐내란 당시 프랑코 장군을 지원한 독일에 의해 무차별 폭격당한 사건을 바탕으로 그린 그림이지. 그렇기 때문에 피카소는 일부러 해물 누룽지탕과 전혀 닮지 않은 무채색만으로 그림을 그려 아름답고 예술적인 해물누룽지탕과 대비되는 전쟁의 참상을 보여 주고 있는 거야. 하지만 피카소는 그 안에서 해물의 모습을 분해 후 재구성한 해물누룽지탕의 모습과도 닮은 입체파적 사조의 반영을 통해 전쟁 안에서 꽃피는 휴머니티의 희망을 그리고 있는 거지.
N : 확실히 네 주장에도 일리가 있어. 하지만 내 여동생인 김진리가 김코메이지사토리 고모와 함께 작년 겨울에 미술관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바에 따르면, 파블로 피카소라는 한 명의 예술가와 연결되어 있는 해물누룽지탕과는 달리 베이징덕은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어. 아니, 연결되어 있다기보다 그 이미지의 원형이라고 하는 게 맞겠지.
S : 어떤 이미지인데?
N : \'다산\'의 이미지야. 베이징덕은 불에 구운 오리인데, 이것은 사성수 중 \'남방\'과 \'여름\'을 상징하는 \'주작\'과도 연결돼. 주작은 불의 파괴적인 속성과 동시에 녹음이 무성해지는 여름의 생명력을 동시에 의미하는데, 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베이징덕의 이미지와 일치해. 또한 베이징덕은 배가 부풀어오른 오리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 배가 부풀어오른 오리는 \'봉황\'을 의미하기도 해. 봉황은 용에 대비되는 극상의 여성의 이미지로서 태평성대에 나라에찾아온다고 여겨지지. 그런데 고대의 태평성대란 노동력이 충분히 생산되고 그 노동력을 먹여살일 곡식 또한 충분하여 농민들의 불만이 없고 따라서 원성이 없으며 도둑질과 반란이 없는 상태를 의미해. 이 때 노동력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바로 배가 부푼 오리인 베이징덕이고, 그 베이징덕의 이미지가 변한 것이 바로 봉황이야. 이것은 농경문화로 접어들며 취미가 된 사냥은 어느 정도 농경이 정착된 평화로운 상태에서 가능했다는 사실로도 알 수 있어. 사냥용의 날아가는 오리, 그리고 불에 구운 오리가 봉황의 이미지의 원형이지. 전 세계적으로 다산의 이미지가 널리 쓰였다는 건 너도 알지? 대표적으로 유럽에서 발견된 기원전 2000년경의 빌렌드로프의 비너스가 있잖아. 이 다산이미지의 원형에 가장 근접한 것은 바로 세계적으로 흔한 철새이며 인간이 정착하기 좋은 강 유역에서 볼 수 있고 비행능력이 다른 새들에 비해 뒤떨어지며 보행속도가 느린 \'오리\'라 할 수 있어. 이것으로 다산이미지의 원형인 오리, 그리고 베이징덕이 가장 인류문화의 근원에 닿아 있는 요리라는 것이 증명된 셈이야. 위대한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는 바로 이런 베이징덕을 찬양하는 내용의 음악이라는 거 중학교 때 배웠지?
S : 다산의 이미지는 현대에 들어 이미 사장되었다고 볼 수 있잖아. 과거의 미인인 뚱뚱한 여성이 현대에는 미인이 아니며 오히려 천대받고 있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지 않아?
N : 그렇다면 다산의 또다른 이미지은 \'포도\'가 왜 아직도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해? 포도는 현재 와인이라는 고급 술의 형태로 현대 문화에 깊게 스며들어 있잖아?
S : 와인은 다산의 이미지가 아니야. 포도가 다산의 이미지인 이유는 한 송이에 여러 개의 열매가 달려 있기 때문이잖아? 그런 포도를 압착해 즙을 짠 후 숙성시킨 술인 와인은 다산의 이미지라기보다는 시대 발전에 따라 다산에서 소산으로 자식의 수가 변경된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거야. 시대 발전의 이미지라고 할 수 있겠지.
N : 과연 그렇네. 하지만 와인 이야기는 우리 점심메뉴랑 별 관련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내 가방에 1233년산 나폴레옹 와인이 있으니까, 메뉴가 결정되고 나면 와인을 마실 수 있겠어.
S : 그러려면 먼저 메뉴를 결정해야지. 그보다 나는 베이징덕이 다산의 이미지라는 주장에 대해 하나의 의문을 가지고 있어.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 나오는 뚱뚱한 벌레가 오히려 베이징덕의 이미지 아닐까? 인간과는 다른 혐오감과 소외를 나타내는 것이 바로 베이징 덕이라 고 생각해. 이건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수행평가로 쓴 독후감에 나오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지금 인용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거라고 봐.
N : 그래? 하지만 내 의견은 좀 달라. 알프레드 히치콕의 \'새\'를 보면 새로 인해 인간이 공포에 질리는 모습이 나타나잖아? 하지만 이것은 새에 대한 혐오감이라기보다는 하늘을 날 수 있는 존재에 관한 인간의 무의식적인 경외감이라고 볼 수 있어. 하지만 오리는 하늘을 날기보다는 땅이나 물에 속해 있는 경우가 많지. 그런 점에서 오리는 땅과 하늘을 잇는메신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어. 우리 나라의 솟대가 그런 역할인데, 솟대 위에 달린 새가 바로 오리라는 건 알지? 또한 인디언 전설의 썬더버드(천둥새)는 번개와 함께 나타나는 하날과 땅을 잇는 메신저인데, 이는 불에 구워진 베이징덕의 껍질에서 나는 바삭거리는 소리를 천둥소리로 이미지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해.
S : 하지만 그건 예술적인 부분과는 거리가 멀어. 우리는 지금 원시종교가 아니라 점심메뉴를 가지고 토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줬으면 해.
N : 그래? 그렇다면 예술적인 논의를 계속하자. 오손 웰즈의 영화 \'시민 케인\'을 알고 있지?
S : 많은 평론가들이 \'내 인생 최고의 영화\'라고 꼽았던 그 영화?
N : 그래. 그 영화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로즈버드\'지. 그 \'로즈버드\'는 \'장미\'와 \'새\', 즉 땅에 속한 아름다움과 하늘에 속한 아름다움의 집합체야.
S : 그럼 네 말은 \'로즈버드\'가 오리라는 거야?
N : 영화에서는 그런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거의 확실시되고 있지. 일찍이 스티븐 스필버그나 스탠리 큐브릭과 같은 영화감독들이 밝힌 견해도 이와 대부분 일치해.
S : 그렇구나. 하지만 나 역시 해물누룽지탕의 예술성에 관한 증거를 가지고 있어. 베토벤의 5번 교향곡 \'운명\'의 주제부를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N : \'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잖아. 그게 왜?
S : 그 주제부는 누룽지에 해물을 부을 때 나는 타닥거리는 소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세계적인 베토벤 연구가이자 음악평론가인 R.H.C.페퍼가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어. 유튜브에서 그 때의 인터뷰 영상을 쉽게 구할 수 있지.
N : 놀라운 사실이네. 하지만 우리는 좀 더 객관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 점심메뉴에 관해서 너무 추상적이고 주관적으로 접근해 왔어.
S : 동의해. 앞으로는 조금 더 과학적으로 접근하도록 하자. 마침 내 시계에 입자가속기가 내장되어 있으니까 ,과학적인 논의를 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제 3장 : 이기적인 중화루\'에서 이어집니다)

작가 코멘트 : 얘네 미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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