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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Zero -일그러진 미래의 선택- (1권 完) by Miragene

정체를 알 수 없는, 베일에 싸인 힘이 몸속에 스며든 한 소년의 이야기. 주인공 서혜승은 어릴 적 충격으로 마음을 굳게 닫고 타인과의 관계를 꺼리며,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고독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중 세계에 전례 없는 기괴한 현상들이 발생한다. 세계 각 국에서 온갖 기괴한 현상이 발생하지만 혜승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무시한다. 그러던 어느 날, 언제나처럼 별 감흥 없이 살아가는 혜승 앞에 한 소녀가 나타나 혜승을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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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장 - 파멸을 향한 길(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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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Miragene[tlstmdghl999]
조회 842    추천 0   덧글 0    / 2008.10.25 18:45:17


 \'제길, 이렇게나 강할 줄이야.\'
 루엘러이는 검을 지팡이 삼아 일어났다. 가쁜 숨에, 신음을 흘리며 힘겹게 뒤를 돌아본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정도로 심하게 금이 간 벽. 그 뒤, 멀쩡하게 서 있던 건물이 원래의 형태를 알기 힘들 정도로 완벽하게 파괴되어 있다.
 \"…상대를, 잘못 고른 듯 하군.\"
숨을 몰아쉬며 후회하듯 중얼거린 후 지팡이로 사용하고 있던 검을 팽개치듯 버렸다.
 그러자 어디선가 들려오는,

 \"재미있군. 이 몸의 힘, 방심할 수 없겠어.\"

 자신을 이곳까지 날려버린 상대의 장난기 어린 웃음이 섞인, 살기를 띤 목소리.
 루엘러이는 경계하며 손바닥을 뻗어 땅과 수평이 되도록 놓았다. 그러자 손바닥과 수평한 땅이 일그러지다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뭐—\'
 다시 한 번 시도하고 몇 번의 재시도에도, 땅은 일그러지기만 할 뿐 루엘러이의 검은 나타나지 않았다.
 \"……네놈이…\"
 의미심장한 말을 하며 완전히 파괴되어버린 건물의 잔해에서 빠져 나온다.
 쿠우웅
 루엘러이가 잔해 밖으로 빠져 나온 순간, 뒤에 있던 벽이 무너지며 방금 전까지 루엘러이가 서 있던 자리를 산산조각이 난 콘크리트와 흙먼지가 뒤덮었다.
 루엘러이는 그것을 한 번 돌아본 후 자신의 앞에서 순진한 얼굴로 웃고 있는 상대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노려봐도 말이지.\"
 상대는 전혀 곤란하지 않은 목소리로 곤란한 듯 말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
 루엘러이는 무시하며 노려보기만 했다.
 \"뭐, 어쩔 수—\"

 —없겠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다시 한 번 근접전을 벌이여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상대에게 방심한 루엘러이는, 옆으로 뛰어 상대와의 거리를 벌리는 동시에 상대의 공격을 피했다. 그 직후, 자신이 서 있던 자리에서 빛이 폭발했다.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심지어는 어둠에 뒤덮인 이 세계까지도—그 폭발에 루엘러이는 짧은 신음을 흘렸다.
 빛의 폭발로 시각 신경이 마비된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큰일이다. 이대로 있으면 당한다. 이 세계에 갇혀 상대를 만난 순간부터 자신에게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길 수 없는 상대를 어떻게 해서든 이기지 않으면 자신들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윽, 청각 신경까지 마비된 것일까.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제— 끝인가.

 그렇게 반쯤 포기하고 있던 중, 시각 신경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완전히 회복된 시각 신경을 통해 본 것은—
 자신의 얼굴 앞에서 멈춰 있는 상대의 주먹이었다.


 상대는 주먹을 루엘러이의 얼굴 앞까지 뻗은 채 고개만을 돌린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이것을 이상하게 여긴 루엘러이는 상대가 고개를 돌려 보고 있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시선을 옮긴 쪽에는, 어두운 표정을 한 라이에르가 서 있었다.
 \"———\"
 무슨 말인가 하고 있다. 청각 신경이 마비된 것인지,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자신은 라이에르가 하는 말을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그런 루엘러이의 바람을 무시하듯, 청각 신경이 시각 신경과 마찬가지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안 돼, 회복되지마. 저 말을 들어서는 안 돼. 회복되지마!
 루엘러이의, 자신을 향한 외침에도 신경은 회복되어,
 \"…Mr.ED\"
 가장 들어서는 안 될 말을, 결국은 들어버렸다.

 뒤늦게 귀를 막아보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Mr.ED…….\"
 귀를 막은 손을 내리며 라이에르가 말한 것을 중얼거린다.
 \"Mr.ED, 왜 자네는 그 몸을 하고 있는 거지?\"
 \"그건 네놈이 알 바 아니지.\"
 Mr.ED라 불린 남자는 표정을 약간 일그러뜨린 후, 라이에르의 의문에 시비조로 답하며 루엘러이의 얼굴 앞으로 뻗어있는 주먹을 거둬들인 후 라이에르의 정면에 대치했다.
 라이에르는 살기를 띤 미소를 지으며
 \"그래, 그렇군. —자네도 미라지의 술수에 넘어간 것이었어.\"
 조롱하듯 말했다.
 술수라, 옆에 서 있는 루엘러이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말한 후
 \"그래, 그럴 수도 있겠어. 미라지라면— 이해가 되는군. …이 몸을 이렇게 만든 것도….\"
 뒷말을 흐렸지만 라이에르의 말에는 수긍했다.
 그때, 루엘러이는 아까 자신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탄식하고 있었다.
 「…상대를, 잘못 고른 듯 하군.」
 확실히, 상대를 잘못 골랐다. 라이에르와 함께 쫓고 있던 상대는, 실수로라도, 아니. 그 어떤 경우에도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Mr.ED

 자신이 기억하는 그는, 이 세계—아니, 적어도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자였다. C세계의 모체이자,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힘을 잃어버린 \'D\'의 힘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D 그 자체라 여기며, 그 힘을 완벽하게 제어해 C세계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힘을 쏟았다. 그런 그를 우리—라쿨로이르, 라이에르, 나—루엘러이는 존경했다.
 거의 모든 것이 베일에 싸인 그였지만, 우리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모든 것을 남긴 채—제어하던 D의 힘마저도—, 홀연히 사라졌다.
 그것이, 10년 전에 일어난 일이다.
 그 후로 나는 단독으로 Mr.ED를 찾아다녔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하지만 몇 년을 찾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은 찾는 것을 포기하고 있었는데—그 날로부터 정확히 10년이 지난 오늘, 드디어 그를 만났다.
 이제 그에게 물어볼 수 있다. 10년 전 오늘의 이유를.
 그러나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옆에 서서 있는 존재가 Mr.ED라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분명히 Mr.ED이다. 직감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실감할 수 없다.
 그때, 루엘러이의 의문을 뿌리부터 부정하는 듯한 말이 들려왔다.
 \"어리석게도, 네놈이 말한 \'미라지의 술수\'라는 것에 넘어가 이런 몸이 되어버렸다. —후회는 하지 않아. 이 몸을 이렇게 만든 미라지를 한편으로는 증오하지만—\"
 말을 길게 끌며 한쪽 입 꼬리를 올렸다.
 루엘러이와 라이에르는 Mr.ED가 입 꼬리를 올렸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 때문에.
 \"—덕분에 이런 몸을 가져 그동안 제어하기만 했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니까 말이지—!\"
 소리치듯 말하는 Mr.ED의 말에 옆에 있던 루엘러이는 움찍 몸을 떨었다. 그에 반해 라이에르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덤덤히 말했다.
 \"그래서, 자네의 말, 결론은 뭐지?\"
 살기마저 느껴지는 그 말에 Mr.ED는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이 몸을 이렇게 만든 어리석은 인간에게 죗값을 치르게 한다는 것이지.\"
 힘을 사용할 수 있는 몸을 준건 고맙지만 말이지, 속으로 생각하며 먼 하늘에 떠 있는 구체—D—를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붕괴할 듯한 거대한 구체, 그 표면에 흐르는 희미한 빛.
 그 애처롭기까지 한 모습에 감탄 아닌 감탄을 하며 옅은 웃음을 띤다.
 \"Mr.ED.\"
 하지만 기습과도 같은 그 말에 모처럼 만의 분위기가 깨지자 미간을 약간 좁히며 자신을 부른 상태를 돌아본다.
 자신을 부른 상태는, 자신과 전부를 벌이던 남자로, Mr.ED 자신의 이름을 노기 띤 목소리로 말하며 노려보고 있었다. 그 눈은 살인자의 눈과 비슷해서 금방이라도 자신에게 달려들 듯한 느낌이 들게 했지만, 그 눈 속 깊은 곳에는 어떤 의문이 담겨 있었다.
 \"그 날—10년 전 그 날의 이유는 뭐였나.\"
 10년 전? 10년 전이라면—
 자신이 모든 것을 남긴 채 C세계로 떠난—.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Mr.ED는 별 것 아니라는 듯이 가벼운 어투로 말했다.
 \"…뭐라고?\"
 어이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루엘러이를 무시한 채 말을 잇는다.
 \"…그게 어쨌느냐고 했다. 그게 알고 싶은 건가? 내가 C세계를 떠난 이유를? 그래, 가르쳐주지.\"
 그렇게 말하고 완전히 파괴된 건물의 잔해 속으로 들어갔다. 잠시 동안 부스럭 거리더니 반파된 콘크리트 덩어리—모든 것이 어둠에 뒤덮여 있는 세계지만 사물이나 사람은 구별할 수 있다—를 들고 나왔다.
 이정도면 적당하겠군, 내려놓은 뒤 그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라이에르와 루엘러이는 그런 그를 뚫어지도록 바라보고 있다.
 \"네놈들의 기억으로 10년 전—여기에 내 기억이라는 말을 하지 않은 것은 나의 기억과 이 몸의 원주인의 기억이 충돌해서 중간 중간이 비어있기 때문이다.
 손을 들어 D를 가리키고는
 \"10년 전, 나는 C세계를 떠나는 그 날까지 저것의 힘을 제어했다. 타의가 아닌 자의로 말이지. —그동안 불안하게 살아가고 있었던 네놈들은, 내가 저것을 제어하자 안심하고 살기 시작했다. 나는 내 나름대로 그것을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했지. 그러나 이 몸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놈들이 그러더군. 내가 저것의 힘을 조금씩 흡수하고 있다. 저것의 힘을 흡수해 자신들을 위협할 것이다. 라고, 하지만 그건 불가능해. D는, 그 존재 자체가 저 상태로 되지 않는 이상 힘을 흡수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 힘을 흡수할 수 있는 것은 D가 인정한 존재뿐이다.\"
 그런 거였나, 라이에르는 지금까지 자신이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었다는 것에 탄식하며
 \"대략적으로 파악했다. 그래서, 자네가 갑작스럽게 C세계를 떠난 이유는 뭔가?\"
 \"미라지에 대한 증오 때문이다.\"
 증오? 루엘러이의 중얼거림에
 \"그래, 증오. —쳇,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건지.\"
 중얼거리며 자신의 신세를 비웃었다.
 \"그렇다면, 미라지에 대한 감정은 같다고 할 수도 있겠군.\"
 \"네놈들도 미라지를 증오하고 있는 건가.\"
 그래, 라이에르는 Mr.ED 앞으로 손을 내밀며,
 \"우리, 합께 하지 않겠나?\"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의아해하며 바라보자
 \"같이 협력해서 미라지에게 복수하자는 말이네.\"

 —!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은 루엘러이였다.
 루엘러이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라이에르와 Mr.ED를 번갈아보았다.
 협력해? 이 비겁자를? 처단해도 모자를 판에, 협력하자고?
 루엘러이는 그동안은 없었던 라이에르에 대한 분노를 느끼며
 \"그건 내가 인정할 수 없네, 라이에르! 협력하자고? 이 비겁자가? 말이 되는 소리를 하게! 비록 미자리를 증오하는 마음은 같다고는 하나! 이 자는 우리, 아니 자신의 어머니조차 버린 자다!\"
 소리쳤다. Mr.ED에 대한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어머니? Mr.ED는 속으로 생각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루엘러이를 바라보았다.
 \'그것보다, 비겁자라….\'
 \"—어머니조차 버린 자에게 협력하자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자네는 어째서 이 자를 신뢰하는 건가!\"

 이제 그런 기억 따위는, 필요 없어.

 \"나는 결코 인정할 수 없네! —자네가—! 이 자와 협력하는 순간! 자네는 나를 배신한 것으로 간주하겠네! 영—원히!!!\"

 이제 그런 기억 따위는, 필요 없어!

 훗, 자신의 감정을 모두 표출하는 루엘러이를 보고 있던 Mr.ED는 코웃음 치며 감정이 결여된 목소리로 말했다.
 \"감정을 솔직히 표현해줘서 고맙군. 하지만 네놈이 그러지 않아도, 애당초 나는 네놈들과 협력할 생각은 추호에도 없었다. —네놈은 내가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 라이에르?\"
 라이에르는 내밀었던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으로 웃었다.
 \"그래, 알고 있었지. 자네는 그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잖나?\"
 \"뭐—\"
 \"그 말대로다. 그나저나, 비겁자? 그래. 내가 비겁자라는 것은 인정하지. 모든 것을 남긴 채 떠났으니. 그런데—어머니라니? 아, 네놈들은 저것을 어머니라 생각하는 건가? 하, 헛생각하지마라. 저것은 그저 저것. 네놈들의 어머니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저것은 저것 그 자체일 뿐이야. 다른 무엇도 아니라는 말이다.\"
 아니, 그럴 수는 없다. 저것은 분명한 우리의 모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C세계인이라면 당연히 여길 그것을, 이 자, Mr.ED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어째서일까. C세계인이라면 당연하게 생각할—
 \"그러고 보니 인사를 잊었군.\"
 루엘러이는 Mr.ED의 말에 Mr.ED를 미라지와 같은 자신들의 적으로 인식했다.

 \"우주통합사령부 세계국 간부, 제 0 사신 Mr.ED다. 잘 부탁하지.\"



 —우주통합사령부 세계국 간부, 제 0 사신 Mr.ED—
 제 0 사신—
 사신—
 검은, 사신—

 「검은 사신이란, 우주통합사령부에 속해 있는 존재들, 특히 모든 것이 베일에 싸인 존재들을 일컫는 말이다.」

 모든 것이 베일에 싸인 존재들—

 「다른 말로는 \'검은 죽음\'이라고도 하며, 그들이 \'검은 사신\' 또는 \'검은 죽음\'이라 불리는 이유는 —죽음의 신, 타나토스(Thanatos)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신, 타나토스—

 루엘러이는 언제인가 자신의 동료에게 들었던 말을 되새기며 자신을 소개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적으로 인식한 그 남자—Mr.ED는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입가에는 옅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
 \"사신—\"
 \"그래, 사신. 문자 그대로 \'죽음의 신\'이지.\"
 미소를 머금은 채 말한 Mr.ED는 붕괴 진행 중인 구체를 한 번 바라보고는

 \"그럼, 다시 시작해볼까.\"

 살기를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
 루엘러이는 그런 Mr.ED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의아해했지만, 라이에르는 그의 말뜻을 알아차린 듯 약간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자네에게 원한 같은 것을 남기지 않았을 텐데?\"
 \"원한? —그래. 네놈들은 나에게 원한 같은 것은 남기지 않았지. 나도 네놈들에 대한 원한 따위는 없으니까 말이야.\"
 \"그럼 왜지?\"
 라이에르는 Mr.ED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느꼈다. 그를 경계함과 동시에 더욱 긴장한다.
 Mr.ED는 고개를 약한 숙인 후 씨익, 웃으며
 \"네놈들은— 이 \'몸\'을 죽이려 했잖나.\"
 즐거운 듯 살기 띤 목소리로 말했다.
 그 순간,
 \"조심하게, 라이에르!\"
 경고하듯 소리치는 루엘러이의 말에 움찔 몸을 떨며 옆으로 뛰었다. 그러자 들려오는
 \"—큭.\"
 루엘러이의 신음소리.
 \"…….\"
 루엘러이를 바라보자, 루엘러이는 자신의 어깨를 부여잡은 채 구부정한 자세로 서서 검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세계를 뒤덮은 어둠과 같은 색을 띤 루엘러이의 피는, 땅에 떨어지자 세계의 일부가 되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원래는 하나였다는 듯이.
 라이에르는 그런 루엘러이를 부축하며 소리쳤다.
 \"루, 루엘러이! 갑자기 어떻게 된 일인가!\"
 \"…괜찮네, 이 정도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야.\"
 루엘러이는 희미하게 웃으며 라이에르를 밀친 후 부여잡은 어깨를 압박해 출혈을 막고는 자신을 공격한 상대를 노려보았다.
 상대—Mr.ED는 웃음이 사라진 얼굴로 루엘러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놈들에게는 개인적인 원한 같은 건 없지만—\"
 그는 루엘러이와의 거리를 좁히며 말했다. 말을 하는 그는 분노하고 있는 듯 보였다.
 \"이 \'몸\'을 죽이려 한 그 행위—\"
 그의 검게 탄 듯한 왼팔을 감싸고 있던 희미한 빛이,
 \"절망 속에서 뼈저리게 후회하게 해주마.\"
 그의 말에 맞춰 천천히 회전하다가, 말이 끝날 즈음에는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빛은 수많은 고리를 만들어 Mr.ED의 팔 전체를 감쌌다.
 \"과연, 아직은 불안정한 상태군.\"
 Mr.ED는 퉁명스럽게 말하며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빛의 고리들의 회전 속도가 가족했다. D로부터 Mr.ED의 힘으로 변환된 빛이 점점 빠르게 회전하며 \'주인\'과 동화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빛의 변화를 라이에르와 루엘러이는 신경 쓰지 않았다. 현재 자신들의 적을 견제하는 데에도 급급했기 때문에, 빛 따위를 신경 쓸 여유 따위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빛의 변화를 신경 쓰지 않은 것은 크나큰 실수였다.
 그 이유는—
 \"자, 그럼— 정말 속에서 후회할 준비는 되었겠지?\"
 그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한 때는 동료였던, 지금은 자신들의 적인 Mr.ED가 아니라,
 자신들의 모체이자— 어떤 존재의 계략에 의해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D에서 흘러나오는 \'빛\'이었다.

 라이에르와 루엘러이는 그것을 깨닫지 못한 채, \'적\'으로 인식한 존재에게 달려들었다.



 한적한 공원에 두 명의 소녀가 서 있었다.
 \"와아— 여기가 2세계인가요—?\"
 두 소녀 중, 푸르고 긴 머리를 가진, 검은색 제복을 입은 소녀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잔뜩 들뜬 목소리로 어린 아이처럼 감탄했다.
 이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어린 아이처럼 감탄하고 있는 소녀를 바라본 또 한 명의 소녀가 혀를 차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게 감탄할 시간 없습니다. 미넬, 지금 이 세계는 5세계처럼 안전하지 않습니다. 어서 빨리 서혜승 씨를 5세계로 모셔 가야 합니다.\"
 소년의 말투로 말한 소녀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별 다른 특징이 없는 긴 생머리에 무릎까지 내려오는 파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체형은 초등학생 정도로, 말투나 분위기 때문인지 묘한 위압감을 풍기고 있었다.
 미넬이라 불린 소녀는 기가 죽은 듯 몸을 움츠리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 하지만… 구경하는 것 정도는…….\"
 자신보다 어린 나이의 소녀에게 기죽은 미넬과 그런 미넬을 못 마땅한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A.S..
 이들을 제 3자가 본다면 \'동생에게 혼나는 언니\'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아 쓴웃음을 지을 테지만, A.S.와 미넬은 언니와 동생 같은 그런 단순한 존재가 아니었다.
 확실히 A.S.는 동생, 미넬은 언니로 위아래가 뒤바뀐(?) 자매지만, 이들은 자매이기 이전에 이 세계인이 아니었다. 즉, 이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소녀들이었던 것이다.
 두 소녀— A.S.와 미넬은 \'5세계\'라는, \'세계집단\'에 포함된 여러 세계 중 5세계 사람으로, 이들이 이 세계, 다른 말로 2세계에 있는 이유는 어떤 임무 때문이었다.
 \'임무\'라는 말과는 결코 인연이 없을 정도로 가련해 보이는 소녀들이었지만, 어찌되었든 이 소녀들의 임무는 \'5세계\'에서 \'2세계\'로 건너와 특정 인물— 서혜승 또는 Mr.ED라 불리는 사람을 데리고 5세계로 돌아가는, 간단한 듯 하지만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닌 일이었다.

 A.S.는 임무— 정확하게는 미넬의 임무를 생각했다. 그러나 이상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저어 생각을 접었다.
 자신이 한 말에 기가 죽어 몸을 움츠린 미넬에게
 \"…그럼, 조금 구경하도록 할까요.\"
 부끄러운 듯 얼굴을 약한 붉히며 고개를 약간 숙인 후 말했다.
 그 말에,

 —에?

 꾸중을 들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미넬은 A.S.의 뜻밖의 말에 당황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내 의견을 단 한 번도 들어주지 않던 A.S. 씨가, 이상해졌어…?
 미넬은 평소와 다른, A.S.의 모습에 몸을 떨었다.
 A.S. 씨가 갑자기 이상해졌어! 어떻게 된 거지? 온갖 이유로 날 구박하던 저 분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무, 무엇보다 A.S. 씨의 분위기가 바뀌었어! 방금까지는 위압감 때문에 두려워서 말조차 꺼내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위압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어!
 A.S. 씨, 갑자기 왜 그러세요! 그러시니까 더 무섭잖아요!
 미넬은 혼란스러워하며 지금의 A.S.보다 예전— 평소의 모습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때, A.S.는 불안해하고 있었다.
 다른 세계여서 그럴까. 아니, 그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감정은 무엇일까. 불안하다, 무언가 불안하다.
 무언가 확실히 불안하긴 한데— 뭘까. 이 새로운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미넬과 이 세계로 넘어온 후 얼마동안은 머릿속에 \'1초라도 빨리 이 임무를 완수하자.\'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후 \'임무\'와 관련된 생각들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미넬의 임무\'라는 말만이 머릿속에 남아있다.
 \'임무\'와 관련된 말이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이유는 모르겠다. —나의 바람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바람은, 무엇일까. 나도 모르는 나의 바람이란.

 A.S.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슬픈 눈으로 미넬을 보았다.
 미넬은 당황해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A.S.는 고개를 저어 뭐라고 작게 중얼거린 후 미넬의 손을 잡았다.
 \"앗….\"
 미넬이 얼떨결에 내뱉은 신음을 무시하고
 \"구경하도록 하죠.\"
 공원 밖으로 미넬을 끌고 나갔다.

 A.S.는 깨닫지 못했다.
 자신이 미넬의 말을 들어주었다는 것을.
 왜 들어주었는지 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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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Miragene  lv 10 80.3636363636% / 6384 글 141 | 댓글 1616  
←수류아 님께서 그려주신 캐릭터 [미넬]                 대화명 변경 : 타나토노트 → Miragene(미라진)                  시드노벨 커뮤티니 출생연도 : 2008년 3월 경.                  가끔 글을 쓰고 있는 아직까지는 고교생. 나름대로 생각하는 건 많은듯 하지만 막상 꺼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림. 시드노벨 커뮤니티에서 존재감 0% 랭킹을 달리고 있음.

T.Zero -일그러진 미래의 선택- (1권 完) 28편
수업 중에 난입한 벌 이야기. (完)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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