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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라마란[ramaran]
조회 755    추천 0   덧글 0    / 2007.06.10 15:23:47
6명의 여학생들은 세한을 향해 다가왔다. 그 모습에 세한은 도망치고만 싶었다.
“세한. 여기는 무슨 일이야?”
일단 오늘 통성명은 했다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서먹한 기색이 있었다. 허물이 없는 세영만이 여전히 쾌활한 미소를 지으면서 세한에게 말을 걸었다.
“아니. 그 좀 일이 있어서. 나는 뭐 여기에 오지 말라는 법 있겠냐….”
“응. 니가 무슨 일이 있는데?”
…저렇게 단언을 해버리면 또 뭔가 할 말이 궁색해진다. 사실대로 말하기도 곤란한 노릇이고. 어쨌든 핑계거리를 찾아야할 것이다. 세영이 한번 추궁하기 시작하면 집요하게 물고늘어지는 버릇이 있다는건 누구보다도 자신이 잘 알았다. 납득할만한 떡밥(?)을 던져주어야했다.
하지만 그게 쉽게 떠오를 리가 없다. 더욱이 이렇게 허를 찔려 당황한 상황에서는. 게다가 세한이 세영을 잘 알고 있는만큼이나 세영도 세한을 잘 알았다. 세한의 기색이 심상치 않음을 단숨에 알아채렸다.
“수상해, 세한.”
눈을 가늘게 뜨면서 노려본다. 세한은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렀다. 정말이지 귀신같은 눈치랄까. 본능적으로 세한은 가방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것이 실책이었다는걸 깨닫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오호라. 세한, 그 가방 줘봐.”
세한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그 변화는 누구라도 알아챌 수 있어서 다른 5명의 여학생들도 세한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겨우 어린이용 학습지 하나일뿐이다. 겨우 그걸로 뭔가를 추측해낼 수는 없을텐데도, 저렇게 전전긍긍하는걸 보면 역시 사람은 정직하게 살아야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겠다.
세영이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세한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세영의 눈이 더더욱 가늘어졌다. 이렇게 당황하다니. 도대체 가방 안에 뭐가 들었길래 저런단 말인가? 정말이지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빨리 안 줄래?”
“아, 아니. 그, 내가 너한테 내 가방을 왜 보여주냐?”
“시끄러. 안 내놔?”
“못 주겠다!”
세한은 그래도 제법 완강하게 저항했다. 하지만 세영은 무슨 흑장미파 두목(?)이라도 되는지 손짓과 눈짓으로 5명의 여학생과 의사소통을 하며 어느새 세한을 포위해버렸다. 눈과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했다. 어어하는 사이에 그렇게 여학생 사이에 둘러쌓인 세한은 이도저도 못하고 우물쭈물거릴 뿐이었다.
“우후훗~.”
그렇게 얼어있는 세한의 손에서 세영은 간단하게 가방을 빼앗았다. 아니나 다를까, 세한의 가방 안에 뭔가가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책일것이다. 세영은 힐끗하고 세한이 나왔던 건물을 보았다. 서점이 있는 건물…. 책을 산 모양이지? 도대체 무슨 책이길래 이렇게 세한이 당황하는걸까?
‘혹시 야한 책…?’
그렇게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저렇게 당황하는 이유는 역시, 안에 야한책이 들어있기 때문이야! 세영은 스스로의 추리력에 감탄하며(…)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가방을 열어젖히고 안에 있는 책을 꺼내었다. 그야말로 자비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 그녀에게 자비란 없다!
하지만. 야한책 따위 들어있을리 없다.
“에엑? 이게 뭐야?”
“….”
세영은 급격하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가 이른바 급실망(?)하는 모습이 확연하게 보여 세한은 어쩐지 골이 지끈거리는 듯 했다.
‘도대체 뭘 기대했던거냐….’
어쨌든 그렇게 알 수 없는 열기가 식자, 세한도 덩달아 냉정함을 되찾았다. 저런 책 하나만으로 나레루나와의 연관성을 그 누구도 발견할 수 없을거라는걸 깨달은 것이다. 괜시리 혼자 당황했던게 부끄러워서 세한은 속으로 헛기침을 삼켰다.
세영도 괜히 열을 올렸던게 내심 창피했던지, 오히려 눈에 쌍심지를 키며 세한의 눈 앞에 학습지를 내밀었다.
“이게 뭐야?”
“보면 몰라? 어린이용 한글교육책이잖아. 기억니은디귿라던가, 가나다라마바사라던가.” “그걸 누가 몰라서 물어?”
“몰라서 묻는 것 아니었냐?” 어쨌든 냉정함을 되찾은 세한에게는 더 이상 아까처럼의 주춤거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얄밉게도 뺀질거리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이걸 왜 샀냐고?” “…에, 그러니까.” 잠시 할 말이 막혔다. 그러고보니, 저 질문에 또 답하기가 애매했다.
“음. 충동구매라는 이유로 안 될까?”
물론, 당연히 안 된다. 세영의 눈이 다시금 빛을 뿜었다. 본능적으로 이 부분을 물고 늘어져야 한다는 것을 깨우친 것이다. 애초부터 세한이 당황하지 않았으면 모르되, 주춤거리는 모습을 본 이상 이 책과 관련된 켕키는 사항이 있을거라고 추측해낸 것이다. 참 이상한 곳에서 통찰력이 있다.
“장난치지 말고 빨리 못 말해?”
“으, 으음.” 추운 날씨인데도 땀이 흐른다. 역시 세영은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면서 세한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에, 그러니까….” “그러니까 뭐?” 집요한 추궁. 버티기가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던가?
“어머나. 무슨 일인가요, 세한. 인기 좋은데요. 후후.”
일제히 모두의 고개가 갑자기 난입한 목소리를 향해 돌아갔다. 이 느긋하면서도 우아한 목소리, 다름아닌 여율이었다. 정장을 맵시있게 차려입은, 우아한 매력을 풍기는 성인여성을 보자 세영을 제외한 다른 5명의 여학생들은 자신도 모르게 선망의 눈길이 되었다.
세영이야 세한과 마찬가지로 여율과 잘 아는 사이니….
“여율 언니? 와아, 오랫만이에요!”
“여, 여율 누나!”
둘 다 목적은 다르지만 어쨌든 반가운 목소리로 여율을 불렀다. 그 목소리에 다시 다른 여학생들의 시선이 세한과 세영에게로 돌아갔다.
“아는 사람이야?”
“응. 이여율 언니라고. 세한 덕분에 알게 됬어.”
“세한이?”
세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율은 여전히 빙긋이 웃으면서 한걸음 다가섰다.
“세한과 세영의 학교친구들인가 보네요? 반가워요, 이여율이라고해요.”
[안녕하세요….]
여율이 풍기는 분위기에 다소 주눅이 들은 듯 기세가 수그러들었다. 세한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든든한 지원군이 등장했지 않은가. 정말이지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여율 언니. 근데 여긴 무슨 일이에요?”
“아, 잠시 이 근처에 일이 있었어요. 방금 끝나고 나오는 길인데 마침 세한이랑 세영이 보였네요.”
세영은 꽤 오랜만에 만난 여율이 반가운 듯 환한 미소를 지은채로 말을 건네었다. 그 틈을 타서 세한은 슬금슬금 여성들의 포위망 바깥으로 몸을 빼내었다. 다들 여율과 세영에게 시선이 집중되어 있는터라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세한, 어딜 도망가?”
“….”
…정정한다. 매우 어려웠다. 세한은 침음성을 흘렸다.
“여율 언니. 이거 봐요. 세한이 이런 책을 샀는데 태도가 수상해요.”
“어머나, 웬일로 세한이 책을 다….”
하면서 세영이 들이댄 책을 본 여율은 뭔가를 깨달은 눈치였다. 세한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여율의 다음 반응을 기다렸다.
“어머나. 이건 제가 세한한테 부탁한 책이네요.”
[네에?]
이구동성으로 놀란 듯 그런 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세한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여율 누나! 덕분에 살았어요!’
근데 생각해보면 애초에 이런 일이 일어난 이유가 다 여율 때문…아닌가? 하지만 세한은 그저 지금 당장 여율이 고마워서 희희낙락할 뿐이었다.
“아는 사람한테 선물이라도 하려구요. 그런데 제가 바빠서 책을 살 여유가 없어서 세한한테 부탁했네요.”
“….”
태연한 여율의 모습이었지만, 세영은 뭔가가 탐탁지 않았다. 역시 야수와도 같은 감각이랄까. 하지만 그래도 내심 동경하는 이 아름다운 언니에게 뭐라고 추궁할 생각은 차마 들지 않았다. 세한은 치밀어오르는 승리의 웃음을 애써 참으려고 노력했다. 아마 참지 않았다면 데X노X에 나오는 X간지(?)의 썩소(…)와 비견될만한 미소가 나왔으리라. 그리고 그 미소를 본 세영은 아마 ‘난 틀리지 않았어…’하면서 억울하게 눈을 감겠지.
…뭔가 이상한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어쨌든 여율의 등장으로 세한을 몰아붙이는 것은 물 건너간 것 같다.





자아, 이걸로 당분간은 연재가 힘들듯 하군요.

시험이 끝나면 여유가 있으니 그때 올리겠습니다....

....

사실 시험따위 신경쓰지 않는게 보통이지만, 아무래도 성적이 마지노선을 돌파해서 말이지요. 올리지 않으면..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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