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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Zero -일그러진 미래의 선택- (1권 完) by Miragene

정체를 알 수 없는, 베일에 싸인 힘이 몸속에 스며든 한 소년의 이야기. 주인공 서혜승은 어릴 적 충격으로 마음을 굳게 닫고 타인과의 관계를 꺼리며,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고독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중 세계에 전례 없는 기괴한 현상들이 발생한다. 세계 각 국에서 온갖 기괴한 현상이 발생하지만 혜승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무시한다. 그러던 어느 날, 언제나처럼 별 감흥 없이 살아가는 혜승 앞에 한 소녀가 나타나 혜승을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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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장 - 일그러진 운명(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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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Miragene[tlstmdghl999]
조회 889    추천 0   덧글 0    / 2008.11.17 22:46:14


 혜승은 몇 번인가 왔었던 5세계의 공원에서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있었다.
 문득, 미라지가 준 구슬이 생각나 주머니를 뒤적여 꺼낸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옅은 빛이 나른 거리는 표면.
 미라지는 연구의 결과물이라고 했지만, 이건 그저 평범한 구슬일 뿐이겠지.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건 자신만의 착각을 뿐일 거다.
 그런 생각을 하며 저도 모르게 구슬을 거머쥐자, 한 순간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듯 했다. 아니, 실제로 힘이 빠져나가고 있다.
 젠장, 어떻게 된 거지?
 —설마 이 구슬 때문에…?
 몸을 지지하는 힘마저 빠져나가자, 혜승은 힘없이 주저앉았다. 한쪽 무릎을 힘겹게 누르며 어떻게든 힘을 주려 한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단 한 순간이었지만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 혜승은 무력했다.
 그때, 주저앉은 혜승을 위로하듯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려운가. 그래, 두렵겠지. 하지만 두려워하지 마라. 두려워할 것도, 걱정할 것도 없다. 이 몸은 단지, 너를 도와주려는 것뿐이다. 이 몸은 너를 해치지 않아. 그러니 안심해라. 거듭 말하지만 두려워하지 말고, 걱정하지도 마라.」

 어디에서 들려오는 거지?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는 아니다. 알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라도, 사방에서 동시에 들려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별 다른 장치를 이용하지 않는 한.
 이 목소리는 순수한, 공기를 제외한, 그 어떤 매개체도 거치지 않은 순수한 사람의 목소리다.
 그런 목소리가 사방에서 동시에 들려온다. 마치 머릿속에서부터 들려오는 것처럼.
 —젠장, 누구냐.

 「이 몸이 누군지 궁금한 건가? 그래— 궁금하겠지. 이 몸이라도 충분히 궁금할 거다.」

 큭—, 혜승은 손을 움켜쥐었다. 언젠가 느꼈던 고통이, 이번에는 옅게 나타났다. 한 없이 옅은, 느끼기도 어려운 고통이었지만 지금의 혜승에게는 아무리 옅은 고통이라도 치명적일 정도로 강한 고통이었다.
 그 모습을, 목소리는 감탄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진정해라. 너는 자신의 감정조차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거냐? —뭐, 됐다. 다 알고 있었으니까.」

 목소리에 악의는 담겨있지 않았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이 혜승의 주위를 감쌌다.

 「음, 그래. —지금 네가 느끼는 고통이 증오스럽나?」

 고통이 증오스럽냐니, 무슨 말을—

 「그래, 증오스럽겠지. 이 몸은 이해한다. 적어도 이 몸은 이해한다. 아니, 오직 이 몸만이 너의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증오스러운 것 따위는 한 시라도 빨리 없애버려야 해. 그래, 그래야지.」

 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아니, 거짓말이야. 절대, 결코, 그 어떤 누구도 나의,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없어!

 「아니, 그 말이야 말로 거짓말이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건 간단해. 너무 간단해서 흥미가 없을 정도지.」

 그 말에 혜승은 옅게나마 느껴지는 고통을 잊고, 목소리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흥미가 떨어질 정도라니,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하찮은 줄 아냐!!! 간단해 보여도 간단하지 않은 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이다! 단순하지만 복잡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란 말이다! —그런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게 간단하다고?! 헛소리 그만 지껄여!\"
 사방에서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오오, 알겠으니까 진정하라고. 장난 한 번한 것 가지고 뭘 그러냐?」

 목소리의 말에 맥이 빠져버린 혜승은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세게 깨물었다.
 스스로 도발에 넘어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그동안, 혜승은 감정을 있는 대로 억누르고 있었다. 어렸을 때의 충격의 여파 때문인지, 충격을 회복하고 난 후부터는 무뚝뚝해지고 말도 적어졌다.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를 꺼려했고, 그 이전에 타인과의 만남을 거부했다. 자신이 타인과 관계를 가지면, 머지않아 같은 일을 겪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혜승이 겪은 일은, 타인의 시점에서 보면 별 것 아닌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혜승 자신에게는 결코 지울 수 없는 나쁜 기억—트라우마—으로 남을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다.
 혜승은 어렸을 적, 가족에게 버림받았다. 혜승을 쫓아낸 것이 아닌, 가족 스스로가 혜승에게서 멀어져 간 것.
 혜승이 가족에게 버림받은 이유는 알 수 없다.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더 큰 충격에 빠지게 되었다. 그런 경험을 한 혜승이 타인과 관계를 맺기를 꺼려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혜승도 변하기 시작했다.
 아주 조금이었지만, 혜승 자신이 스스로를 부정할 정도로 조금씩, 천천히 변해갔다.
 타인과의 관계를 꺼려하던 혜승이 순응하는 것은, 혜승은 확실히 변했다는 증거였다.
 아직은 무뚝뚝하고 말은 적은 상태였지만, 마음속에 봉인해놓았었던 감정을 조금이나마 표현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봉인해놓았던 감정을 마음대로 제어한다는 것은 혜승에게 있어서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누군가 자신의 감정과 관련된 요소를 건드리면, 혜승은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금방 흥분해 버리는 것이다.

 「—이 몸은 너와 싸우려고 접촉해 온 것이 아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 몸은 너를 도와주려는 것뿐이다.」

 —접촉……?
 혜승은 마음을 가다듬고 말했다.
 \"접촉이라니……?

 「그건 알 필요 없다. 일단 진정해. 넌 아직 흥분을 완전히 수그러뜨리지 못했다.」

 \"…….\"
 스스로도 자신에게는 아직 흥분기가 남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점에서 놀랐다. 목소리는 어째서 자신의 상태를 안고 있을까.
 달갑지는 않았지만 목소리의 말대로 흥분을 가라앉힌다. 진정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잘하는 군.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할까.」

 혜승이 의문을 제시하기 전, 목소리가 먼저 말을 꺼냈다.
 혜승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너는, 너 자신을, 세계를 움직이는 열쇠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나? —무언가 매개체가 있어야만 구성원이 되는 톱니바퀴 따위가 아닌, 모든 것들의 매개체가 되어 세계를 움직이는 열쇠라고 말이야.」

 글쎄, 나는 과연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까. —기억에도 없으니, 아마도 없겠지.
 어디선가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이 몸이 한 말과 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은 없나?」

 그 말에 혜승은 팔짱을 끼고 생각했다. 손에 옅게 느껴지던 고통은 어느새 사라진 후였다.
 —세계를 움직이는 열쇠, 라….
 그래, 생각났다. 5세계에 처음 왔을 때 미라지가 말했다.
 내가 세계를 변화시켰다고.
 하지만 미라지의 말은 단지 내가 세계를 변화시켰다고 말한 것이지, 세계를 움직이는 열쇠라는 식으로 말한 적은 없었다.
 그 이전에, 나는 세계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넌 바보인거냐. 네가 세계를 변화시켰다는 것은 즉, 네가 세계를 움직이는 열쇠라는 거다.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뭐—

 「나와 미라지의 말에 같은 뜻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겠나.」

 아니— 비슷하다고는 생각했지만 같은 뜻이 내포되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잘 생각해봐라. 우리들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자신에 의해 변화한 세계.
 세계를 움직이는 열쇠.

 두 사람의 말은, 목소리의 말대로, 깊이 생각해보면 하나의 뜻을 기반으로 되어진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에 의해—,
 열쇠—,
 두 말을 연관지어보면—
 머릿속에 단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

 \'중심\'

 사방에서 만족스러운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이제 알겠나? 넌 세계를 변화시켰다. 그와 동시에 모든 것에 매개체가 되었지. 그 말인즉슨, 넌 세계의 중심이라는 거다.」

 혜승은 어째서 자신이 세계의 중심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이전에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 된 원인 자체에 의문이 들었다.
 세계의 중심이라면, 모든 것은 자신에게 맞춰져 있어야했다. 그러나 세계는 자신이 추구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곳에 있었고, 그 어떤 것도 자신을 중심으로 하지 않았다. 그것은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 세계의 중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구석이었다, 라고 혜승은 생각했다.
 그런 혜승은 비난하듯, 목소리가 단언했다.

 「착각하고 있군. 너는 신이 아니야. 그저 하나의 인간으로서 세계의 중심에 있는 것뿐이다. 신과 인간은 달라. 신이야 모든 것을 관장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인간은 그 어떤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어. …너는 단지, 네 속에 모여드는 그 힘 때문에 세계의 중심에 있는 것뿐이야.」

 \"…….\"
 혜승은 말을 잃었다.
 자신이 세계의 중심에 있는 이유가, 고작 그것 때문이었다니.
 자신이 세계의 중심에 있다는 것에 대해 한편으로는 기쁘고, 한편으로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온갖 오묘한 기분 때문에 약간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목소리의 말에, 자신의 가치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
 —결국 나도, 수많은 톱니바퀴 중 하나에 불과했을 뿐이잖아. 그것도 이가 맞지 않는.

 「누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정하라고 했나. 넌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거냐.」

 한 없이 차가운 말이 이어졌다.

 「자신의 가치를 정하는 건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 그리고 스스로의 가치를 정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자신의 가치는 자신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정하는 거다. 그걸 넌 왜 모르는 거냐. 지금 자신의 가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노력해라! 노력하고 노력하고 더 노력해서 보다 나은 가치를 추구해라!」

 —그래, 그 말이 맞아. 나의 가치는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야. 지금의 내가 어떤 가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다 나은 가치를 추구하는 거다.
 혜승은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래서— 어떻게 노력하면 되는 거지?\"
 목소리는 쾌활하게 웃었다.

 「그 태도, 마음에 든다. 노력이라— 그래. 세계의 흐름을 잘 따르기만 하면 된다. 아주 쉽지.」

 —세계의 흐름?

 「그래. —그 전에 이것부터 해야겠군.」

 조금 따끔하겠지만 참아라,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혜승은 눈을 찡그렸다. 구슬을 쥔 손이 바늘에 찔리기라고 한 것처럼 따끔거렸기 때문이다.
 잠시 후 따끔거림이 사라지고, 목소리가 말했다.

 「언제인가 들었겠지, 네 속에는 막대한 양의 힘이 있다고. 지금의 너는 그 힘을 사용할 수 없어. 그 어떤 방법으로도 불가능하지. 그렇다고 힘을 사용하지 않으면 너의 생명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이 몸이 너의 그 힘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조절하고 제어해 주겠다. 네 힘은 순수한 너의 힘이 아니야.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에서 흘러들어온, 이물질 같은 거지. 그 이물질 같은 힘은 지금 매우 불안정해. 만약 어떤 계기로 인해 폭주하게 되면 너는 죽게 된다. 네가 죽게 되면 세계는 멸망한다. —너는 세계의 중심이니까 말이야.」

 어린 아이의 어투로 강요하듯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지?\"

 「말했잖냐. 이 몸이 너의 힘을 제어해 주겠다고. 이 몸이 있는 한, 너는 결코 내부적인 요인으로 죽지 않는다.」

 그 묘한 말투가, 혜승에게는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게 느껴졌다.
 \"…….\"
 손에서 이상한 감각이 느껴진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감각.
 이 감각은, 구슬을 쥐고 있다고 판단한 손으로부터 느껴지고 있었다.
 구슬을 쥐고 있는 손으로 시선을 옮긴다.
 \"…….\"
 구슬이, 없다.
 분명히 쥐고 있었던 구슬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구슬을 떨어뜨렸을 리는 없다.
 확실히 거머쥐고 있었는데. 하지만 없어졌다. 어떻게 된 걸까.
 —구슬은 없어졌지만, 감각은 남아있다. 단, 손이 아닌 팔에.
 이질적인 감각이 남아있는 팔을 바라보자,
 나선 모양으로 꼬인 옅은 빛이 하늘거리고 있었다.
 …….
 혜승에게 말을 걸어온 누군가의 목소리는, 더 이상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뒤, 공원의 입구로부터 발소리가 들려왔다.
 혜승은 언제 자신이 주저앉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리며 공원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미넬이 생일선물을 받은 어린아이와 같은 표정으로 이족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고, 미넬의 품에는 정체모를 긴 물체가 안겨있었다.
 그 뒤에는 오묘하게 웃는 미라지가 있다.
 혜승이 있는 곳에서 몇 발자국 앞에 멈춘 미넬은 의아한 듯이 혜승을 올려다보았다.
 \"저한테 무슨 볼 일이라도?\"
 \"글—\"
 \"별 일 아니네. 할 말이 있어서 말이야.\"
 미넬의 말을 자르며 여유롭게 웃는 미라지.
 미넬의 옆에 선 미라지는 미넬의 어깨에 한손을 올렸다. 미넬을 살짝 어깨를 떨며 고개를 붉혔다.
 \"서혜승 군, 부탁 하나 할까하네만.\"
 의아스럽다는 얼굴로 바라보자,
 \"당분간 미넬 군과 함께 2세계에 가 있게나.\"
 \"에엑—?\"
 황당한 미라지의 말에 두 사람 모두 놀랐지만 유독 크게 놀란 것은 미넬이었다.
 \"괜찮을거네.\"
 혜승이 재차 미라지를 바라보기도 전에 중얼거리듯 말했다. 미넬에게 미소를 지으며 미넬의 어깨에 올려놓았던 손으로 미넬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괜찮을 거야.\"
 혜승은 이상한 기분을 느끼며 반복되는 미라지의 말을 뒤로 미넬과 함께 2세계와 연결된, 어느 새인가부터 열려있는 G 속으로 들어갔다.


 G 너머로 사라진 두 사람을 지켜보던 미라지는 길게 한숨을 쉬며 무언가 작게 중얼거렸다.
 잠시 뒤 G가 사라지는 그 순간,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A.S.가 뭐라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얼마나 달렸는지 온 몸이 땀에 젖은 A.S.는,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무릎에 양 손을 짚은 후 앞으로 숙인 상체를 지지하고는, 숨을 심하게 헐떡였다.
 \"무슨 일이기에 그렇게 급하게 달려오나?\"
 하아하아—
 하아하아—
 숨이 차 말을 할 수가 없어 숨을 고른다. 미라지는 온화한 표정으로 A.S.가 말하길 기다렸다.
 A.S.는 아직 숨을 다 고르지 않은, 약간 허덕이는 기운이 남아있는 목소리로 다급하게 소리쳤다.
 \"두 사람, 두 사람은 어디에 있습니까!\"
 두 사람? 아, 그 두 사람? 태연하게, 의문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 두 사람은 왜 찾나?\"
 A.S.는 눈을 살짝 찡그리고 나머지 숨을 고른 후 몸을 곧게 펴며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연구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연구 중인 총기 하나를 미라지님이 가져가셨다는데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 전에 왜 연구부에서는 이미 완성된 총기를 연구하고 있는 겁니까? 그리고 왜 저한테 연락이 오는 겁니까?!\"
 미라지를 향해 점점 격해지는 말이 날아든다.
 \"후훗.\"
 당당한 미라지의 태도에 A.S.는 어이가 없어졌다.
 \"뭐가 \'후훗\'입니까! —이번에는 그냥 못 넘어갑니다!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전부 말하십시오!\"
 후훗, 미라지는 여유롭게 웃으며 A.S.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두어 번 두드렸다.
 \"대단하군, A.S.. 그걸 간파하다니.\"
 A.S.는 의아한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
 \"—정말 대단해. 연구부에 맡긴 총의 주인까지 알아내다니, 어떻게 알았나?\"
 ?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A.S..
 재차 어깨를 두드리며,
 \"모르는 척 하지 말고. 내가 맡긴 총이 미넬 군의 무기라는 것과 자네로부터 미넬 군의 총을 보호하는 동시에 개량하는 것, 연구부에 자네에게 연락하라는 이유를 전부 간파했잖나?\"
 \"…….\"
 A.S.의 표정은 미라지가 말을 마칠 즈음 철저하고 완벽하게 어두워져있었다.
 A.S.가 다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전부 말한 미라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하다가 A.S.의 표정을 보고 설마하는 심정으로 말했다.
 \"설마 자네…\"
 \"—그런 일을 꾸미고 있었다니, 저는 전혀 몰랐는데 말입니다.\"
 어두운 표정 그대로 웃는 A.S..
 미라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힘껏 저으며 부정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A.S.. 내 말 좀 들어보겠나?\"
 언제나 여유롭고 태연하던 미라지도 지금의 A.S.의 표정에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러셨단 말이죠. 잘 알겠습니다, 중얼거리며 무섭게 웃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A.S.는 금방 원래의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지금 두 사람은 어디에 있습니까.\"
 감정이 결여된 A.S.의 말에 미라지는 의도적으로 더듬거렸다.
 \"두, 두 사람은 지금 막 —2, 2세계로 갔네만…….\"
 \'2세계\'부분에서 A.S.의 표정이 한 순간 일그러졌다.
 \"왜, 왜 그러나—?\"
 \"정말이지, 당신이라는 사람은……!\"
 폭발한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평소보다 조금 더 화가 난 A.S.는 미라지 옆을 지나쳐 공원의 가장자리를 향해 일직선으로 다가갔다.
 \"어디가나?\"
 미라지는 질렸는지 의도적으로 더듬거리는 것을 그만 두었다.
 \"—2세계에 가는 것이라면, 그만두게.\"
 자신의 옆을 지나쳐 간 A.S.의 앞을 가로 막는다.
 그런 미라지를 A.S.는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비키십시오. 지금 당신이 무슨 일을 저지르셨는지 알고 계시는 겁니까.\"
 \"알고 있네. 알고 있으니까 이러는 것 아닌가.\"
 \"알고 계시면서도 이러시는 이유가 뭡니까.\"
 \"…지금 가르쳐 주기에는 좀 이르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글쎄, 그건 나 스스로도 잘 모르겠군. 너무나도 많은 생각을 해서 말이야. —아무튼 2세계로는 가지 말게. 지금 가면, …방해가 될 뿐이야. 가더라도, 때가 되면 같이 가세.\"
 \"방해가 된다니, 터무니없는—\"
 \"어찌되었든 지금은 너무 일러. 곧 때가 될 테니 그때 같이 가도록 하지.\"
 억지로 무마하려는 것 같은 미라지의 태도에 A.S.는 내심 불쾌해하면서도, 2세계에 건너갈 생각을 지워버렸다.
 —위험성이 적지는 않지만…….
 A.S.는 공원을 나가는 미라지의 뒷모습을 보며 씁쓸한 듯 허리에 내려앉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후우, 한숨을 쉬고는 땅거미가 수놓인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을 바라보는 그 눈 속에는, 온갖 감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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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류아 님께서 그려주신 캐릭터 [미넬]                 대화명 변경 : 타나토노트 → Miragene(미라진)                  시드노벨 커뮤티니 출생연도 : 2008년 3월 경.                  가끔 글을 쓰고 있는 아직까지는 고교생. 나름대로 생각하는 건 많은듯 하지만 막상 꺼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림. 시드노벨 커뮤니티에서 존재감 0% 랭킹을 달리고 있음.

T.Zero -일그러진 미래의 선택- (1권 完) 28편
수업 중에 난입한 벌 이야기. (完)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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