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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Zero -일그러진 미래의 선택- (1권 完) by Miragene

정체를 알 수 없는, 베일에 싸인 힘이 몸속에 스며든 한 소년의 이야기. 주인공 서혜승은 어릴 적 충격으로 마음을 굳게 닫고 타인과의 관계를 꺼리며,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고독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중 세계에 전례 없는 기괴한 현상들이 발생한다. 세계 각 국에서 온갖 기괴한 현상이 발생하지만 혜승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무시한다. 그러던 어느 날, 언제나처럼 별 감흥 없이 살아가는 혜승 앞에 한 소녀가 나타나 혜승을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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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Miragene[tlstmdghl999]
조회 890    추천 0   덧글 1    / 2008.11.24 23:09:21


 혜승은 디테가 몸의 제어권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로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았다. 그 덕에 희미해지는 의식을 잡는 것만으로도 힘겨워 하는 디테와는 달리, 혜승은 의식을 온전한 상태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혜승에게는 상식이라는 것이 존재했기 때문에,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그건 당연했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은 상식으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것들뿐이다.
 빛이 응축되어 덩어리로 변하고, 그 빛이 폭발하며 근방의 모든 것들을 집어삼킨다. 인간이 아닌 것들이 세계를 활보하며, 그것들이 활보하는 세계는, 전력으로 그 존재를 부정해야 할, 모순된 세계로 변질되었다.
 이것은 혜승이 알고 있는 세계가 아니었다. 혜승이 알고 있는 세계는 적어도 이렇지 않았다.
 아무리 활기가 느껴지지 않는 시원찮은 세계라도, 최소한의 상식은 갖추고 있었다.
 그 반면에 지금 이 세계는 최소한의 상식조차 갖추지 않은, 역으로 상식으로 부정하는, 마치 질서가 세워지기 전 상태의, \'혼돈\'과도 같았다.
 혜승은 부정했다.
 이런 세계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 고.
 마음속으로 끝없이 되뇌었다.
 하지만, 그런 혜승의 부정에도 혼돈의 세계는 존재했다.
 —바로, 눈앞에, 똑똑히 존재한다—
 두 눈으로는 진실을 보고 있으면서, 두뇌는 거짓을 보고 있다고 판단한다.
 모순되었다.
 오직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의 세계만을 긍정하고, 자신이 모르는 그 외의 세계는 부정한다.
 모순되었다.

 모든 것이 모순되었다. 자신을 포함한 그 모든 것이, 모순투성이다.
 모순은 인정하지 않는다. 오로지 상식만을 인정한다.
 상식 이외의 것은 일체 부정한다. 부정하고 부정하고 부정해서—

 짝짝짝짝.

 혜승을 진정시키기라도 하듯, 누군가의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혜승은 그 소리에 퍼뜩 제정신이 들었다.
 지금까지 세계 같은 것은 신경 쓰지도 않다가 뒤늦게 집착하듯 세계를 부정하고 있는 자신이 한심했다.
 —언제부터 상식 따위를—.
 속으로 중얼거리며 의식이 희미한 디테의 눈을 빌려 박수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고, 그것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는, 말을 잃었다.
 혜승이 그 사람의 이름을 말하려는 순간, 누군가 한 발 앞서 말했다.
 \"—미라지.\"
 이름을 불린 그 백의의 신사는, 그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쓰게 웃었다.
 \"10년 간 기다렸다.\"
 \"벌써 그렇게 됐나? 세월 참 빠르군.\"
 미라지는 청년의 말을 자연스럽게 넘기며 흥미 없다는 듯이 말했다.
 청년은 그런 미라지의 반응에 싸늘한 목소리로,
 \"네 놈이 말한 것이, 이거였나?\"
 움푹 파인 콘크리트 속에 쓰러져 있는, 온몸이 피범벅인 디테를 가리켰다.
 이제 미라지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마음에 안 드나?\"
 너무나도 태평한 미라지의 말에,
 \"…\'약속\'을 지키지 않았군.\"
 청년은 살기를 단적으로 내보이며 중얼거렸다.
 미라지는 쾌활하게 웃었다.
 \"난 분명, 자네와의 약속을 지켰네. 자네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건 내 잘못이 아니지.\"
 \"뭐—라고?\"
 \"잘 안 들렸나보군. 다시 말해 줌세. —난, 분명히, 라쿨로이르 자네와의 약속을 지켰어.\"
 라쿨로이르라 불린 사내는 당당하게 말하는 미라지를 노기 어린 눈으로 노려보았다. 무슨 말인가 하려던 순간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약속… 이라고?\"
 혜승은 움푹 들어간 콘크리트가 만들어낸 차가운 요람에서 몸을 일으켰다. 의식이 희미했음에도 상황을 파악했는지, 몸의 제어권은 어느새 혜승에게로 돌아와있었다.
 디테가 입은 고통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몸의 제어권을 돌려받았을 때, 느껴지는 고통은 버틸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혜승의 생각을 부정하듯, 디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몸에게, 감사, 해라. 네 몸의, 고통은, 이 몸이…, 짊어졌다. 큭—  조심해라, 알, 겠지만 저 사내는 네가 감당, 할 수 있는 사내가 아니야. …힘들겠지만, 여기서부터는 잘 부탁…한다….」

 정신만으로 존재하는 상태에서도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듯, 디테는 매우 힘들어보였다. 혜승은 그것을 신기하게 생각하면서도, 자신을 위해주는 그 존재에게 감사했다.
 디테가 모두 짊어지지 못한 고통이 마치 맥박과도 같이 혜승을 자극했다.
 —이 정도 고통은, 그에 비하면 문제도 되지 않아.
 고통을 거의 무시하며, 눈앞의 두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런 혜승을 보고, 미라지는 언짢게 웃으며
 \"하하하— 그럼 난 이만 빠지도록 하겠네.\"
 \"이봐, 미라지—!\"
 라쿨로이르가 소리쳤지만, 미라지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혜승은 그런 미라지에게서 무언가 좋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라쿨로이르가 고개를 돌려 혜승을 쳐다보았다.
 \"장난은, 이쯤에서 그만 두도록 하지.\"
 \"장난—\"
 혜승은 남은 말을 삼키고, 뒷걸음질 쳤다.
 곧, 죽는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닫고, 라쿨로이르의 동태를 살폈다.
 —디테의 말대로 이 사내는 내가 감당할 수 없어. 디테는 어찌어찌해서 상대를 했지만, 난—
 \"—!\"
 순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딱 봐도 꽤 거리가 있던 두 사람은, 한 사내—라쿨로이르에 의해 갑자기 좁혀졌다.
 어느새 라쿨로이르는 상체를 깊게 숙이고 팔을 뒤로 내뺀 뒤, 혜승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혜승은 당황할 기색도 없이 반사적으로 양 팔을 교차해 얼굴을 가렸다.
 빛의 폭발이 일어나며 혜승을 튕겨냈다. 빛의 연막이 시야를 가린다.
 \"커헉—\"
 혜승은 팔이 부서질 것만 같은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튕겨져 날아가 콘크리트 벽에 부딪히고 재차 튕겨져, 추진력을 잃고 추락해 땅과 충돌했다.
 온전치 않던 몸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망가졌다. 온몸에서는 피를 흘리고, 근육은 끊어지고, 뼈는 삐걱거린다. 이 상태에서 죽지 않는다면 그것이 기적일 것이다.
 \"크—윽—\"
 그래도 살아남았는지, 혜승은 신음을 흘렸다. 필사적으로 고통을 참으며, 더 이상 말을 듣지 않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슈아아아아아악—

 하지만 그런 혜승을 지우려는 듯한, 기괴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바람과 그 뒤를 잇는 폭풍이 혜승을 향해 날아왔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순수하게 공포와 절망만이 섞인 비명이 내질러졌다.
 폭풍은 타깃이 인식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은 채, 타깃의 몸을 강타했다.
 혜승은 성대가 녹아내릴 정도로 비명을 질렀고, 그와는 독립적으로 기억하고 있던 모든 것이 주마등으로 변해 눈앞을 빠르게 지나갔다.
 —안 돼, 아직은, 죽기 싫어—! 아직은 세계를 떠날 수 없어! 비록 관심이 없던 세계였지만— 아무리 하찮은 세계였더라도— 나는 좋아했단 말이다—!!!
 혜승은 지금까지 마음속에 묻어놓았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자신조차 모르고, 언제 묻어놓았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감정을.
 그 솔직한 마음이 죽음을 감동시킨 것일까, 혜승을 죽음의 나락으로 끌어내리던 기괴한 폭풍은 차츰 수그러들다가 소멸되었다.
 그리고, 혜승의 마음은 어떤 낯선 것에 지배되었고, 혜승의 인격은 곧 폭주를 일으켰다.
 \"크아아아아아!!!\"
 괴성을 지르며 라쿨로이르를 향해 날아가듯 돌진했다.
 라쿨로이르는 차마 예상치 못한 혜승의 돌진에 당황했지만 곧 평정을 되찾고 힘을 실은 주먹을 힘껏 내질렀다.
 그때, 혜승은 빛에 휩싸였다. 온몸에서 발현한 빛이 혜승을 감싸며 힘으로 변하고, 그 힘이 이번에는 팔이 아닌 몸 전체에서 응축했다.
 혜승은 자신 스스로가 힘이 되어, 라쿨로이르를 향해 내질러졌다.
 다음 순간, 몸 전체에서 응축되었던 빛들이 라쿨로이르를 한꺼번에 덮쳤다. 빛의 폭격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 힘은, 라쿨로이르의 전신을 갈기갈기 찢으며 죽음의 늪으로 밀어 넣었다.

 잠시 후 두 사내를 감쌌던 빛이 걷히자, 그 자리에 남아있는 건 혜승뿐이었다. 라쿨로이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분명, 혜승의 일격에 온몸이 절멸된 것이리라.
 혜승은 그것을 알지 못하고 무릎부터 쓰러졌다. 몸에 모든 힘이 빠져나가, 더 이상은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쓰러진 것이다.
 —살아, 남았다.
 그렇다. 혜승은 살아남았다. 자신을 죽음의 늪으로 끌어내리려던 모든 것을 극복하고, 이렇게 살아남았다.
 —기운이, 없다.
 그건 당연할 것이다.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접하고, 위협에서 겨우 벗어났으니.
 —이제 그만, 자고 싶다.
 지금은 없는 라쿨로이르에게 퍼부은 힘과 함께 빠져나간 것은 아닌지, 몸속에 엄청난 양의 피로가 싸여있다.

 「그래, 수고했다. 이제 좀 쉬어라.」

 어느새 고통을 극복했는지, 평소와 같은 디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짧지만, 마치 자장가 같은 그 한 마디는 혜승의 의식을 편안하게 보듬어주었다.
 그것에 만족스럽게 웃고는, 점차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혜승을 향해 달려오는 A.S.를 보고 눈을 감았다.



 어느 높은 건물의 옥상, 쌍안경을 통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인영이 중얼거렸다.
 \"—배신자가 늘었군.\"
 누군가에게 대답을 기대한 듯 가만히 서 있다가, 바람이 잠깐 끊어진 그 순간, 그 인영은 사라졌다.


 그 인영이 사라진 옥상과 마주한 하늘은, 끝없이 넓게 펼쳐져 세계를 적막한 빛으로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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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류아 님께서 그려주신 캐릭터 [미넬]                 대화명 변경 : 타나토노트 → Miragene(미라진)                  시드노벨 커뮤티니 출생연도 : 2008년 3월 경.                  가끔 글을 쓰고 있는 아직까지는 고교생. 나름대로 생각하는 건 많은듯 하지만 막상 꺼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림. 시드노벨 커뮤니티에서 존재감 0% 랭킹을 달리고 있음.

T.Zero -일그러진 미래의 선택- (1권 完) 28편
수업 중에 난입한 벌 이야기. (完)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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