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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Zero -일그러진 미래의 선택- (1권 完) by Miragene

정체를 알 수 없는, 베일에 싸인 힘이 몸속에 스며든 한 소년의 이야기. 주인공 서혜승은 어릴 적 충격으로 마음을 굳게 닫고 타인과의 관계를 꺼리며,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고독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중 세계에 전례 없는 기괴한 현상들이 발생한다. 세계 각 국에서 온갖 기괴한 현상이 발생하지만 혜승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무시한다. 그러던 어느 날, 언제나처럼 별 감흥 없이 살아가는 혜승 앞에 한 소녀가 나타나 혜승을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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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Miragene[tlstmdghl999]
조회 967    추천 1   덧글 3    / 2008.11.25 23:21:54

<Epilogue>


 혜승은 살며시 눈을 떴다.
 낯은 익지만 그리 달갑지는 않은 천정이 눈에 들어왔다. 침대에 뉘려있는지 등이 푹신했다.
 —이곳은…….
 자문하며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어째서인지 기억은 징검다리처럼 중간 중간이 텅 비어있었다.
 몸을 일으키려 팔에 힘을 넣은 순간이었다.
 \"큭—\"
 마치 전기에 감전이라도 됐었는지 팔 전체가 저려왔다. 오기를 부리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팔의 저림이 방해했다. 결국은 포기하고 푹신한 침대에 몸을 뉘였다.
 \"그 후로, 어떻게 된 것일까…….\"
 멍한 눈으로 천정을 바라보며 회상했다.
 —라쿨로이르라는, 무지막지한 힘을 가진 존재와 사투를 벌이다가, 누군가 등장했다. 기억이 끊어져 있어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두 사람이 무언가 얘기를 나눈 것 같은데 그것조차도 모르겠다. 아마도 중요한 얘기일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빛에 감싸인 것 같았는데 그 빛은 무엇일까. 그 후로는 기억이 없다.
 …더 이상 착각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실제로,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머리는 거짓이라 판단할 테지. 하지만 나는 내가 본 것을 믿어 의심치 않을 것이다.
 팔을 들었다. 저림은 가시지 않았지만 무시했다. 적어도 아프지는 않으니까.
 팔은 마치 고대의 어떤 국가의 시신 처리방식을 그대로 따라한 듯 약간의 빈틈도 없이 새하얀 붕대로 감겨있었다.
 팔이 저린 건 이것 때문일까, 왜인지 숨도 쉬기 힘들다.
 가슴팍까지 덥혀있는 이불의 끝자락을 잡고 약간 들어 올리자,
 —나는 죽은 건가. 왜 미라가 되어있는 거지?
 눈에 비친 건 전신을 빈틈없이 꽉 조이고 있는 붕대였다.
 —이런 치료법은 좋지 않은데 말이야…….
 길게 한숨을 뱉으며 붕대의 매듭을 찾아 조심스럽게 풀고, 숨을 쉬기 편할 정도로만 조인 후 매듭을 지었다.
 베갯머리에 몸을 기댄 후 한숨 돌릴 즈음,
 똑똑, 하고 노크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문이 열렸다.
 세 소녀가 들어왔다.
 A.S.와 미넬, 그리고—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저 소녀는… 누구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분명히 낯은 익는데 도저히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한, 5세계에서 본 사람은 아닐 것이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모, 몸은 어떠세요?!\"
 \"안 죽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구, 당신.\"
 세 소녀가 침대 부근에 있는 의자를 끌어다 일렬로 앉으며 말했다.
 혜승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곤,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네프리아.\"
 —아?
 \"내가 누군지 궁금한 거 아니었어? \'네프리아\'는 내 이름인데, 왜 그런 눈으로 쳐다봐?\"
 아, 하고 소리를 흘리며 뾰로통한 얼굴로 앉아 있는 소녀를 뜯어보았다.
 길게 땋아 등 뒤로 늘어뜨린 머리, 인형 같은 백색의 피부, 그다지 눈에 띠지는 않지만 묘하게 어울리는 검은 스커트, 딱 봐도 A.S.나 미넬보다 어려보이는 체형.
 텅 비어있던 기억의 일부분이 채워지며, 완전히 없어졌을 거라 생각했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언제인가 크레이얼이라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내와 집에서 나왔을 때, 두 사내와 한 소녀가 있었다. 그때 그 소녀와 지금 눈앞에 앉아있는 소녀의 모습을 비교해보니, 어느 한 곳 틀리지 않고 일치했다.
 그럼 이 소녀는—.
 \"!\"
 혜승은 침대에서 황급히 일어났다. 전신이 저려왔지만 그런 건 상관할 바 아니다. 지금 눈앞에는—
 \"진정하십시오, 서혜승 씨.\"
 A.S.는 혜승이 황급히 일어난 이유를 알아차린 듯, 덤덤하게 말했다.
 그런 A.S.를 혜승은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았고, A.S.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저도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미라지님이 이 사람은 이제 더 이상 \'적\'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애시당초 적의 기준이 뭔지 조차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말인즉슨, 나도 아군이라는 말이지! 엣헴!\"
 A.S.가 말을 마친 순간, 네프리아는 멋대로 가슴을 내밀고 손바닥으로 통, 하고 치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A.S.는 그런 네프리아를 지그시 바라보았고, 미넬은 그런 네프리아를 보며 눈을 번뜩였다.
 혜승은 스스로 환자라는 걸 깨닫고 베갯머리에 몸을 기대고 앉았다.
 세 소녀의 모습을 보자 저도 모르게 쓴웃음이 나왔다.

 끼익, 문이 열리며 혜승을 포함한 모두가 알고 있는 사람이 들어왔다.
 \"몸은 좀 어떤가?\"
 미라지는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세 소녀는 거의 동시에 미라지를 돌아보았지만, 미넬을 제외한 두 소녀는 아무 반응 없이 몸을 제자리로 돌렸다.
 혜승은 전과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군.\"
 혜승은 아무 말 없이 네프리아를 바라보았다. 미라지는 그런 혜승의 의도를 알아차린 듯,
 \"아아, 혜승 군과 긴히 할 이야기가 있으니 밖에서 좀 놀다오지 않겠나?\"
 A.S.의 어깨를 짚었다.
 그 말에 미넬과 네프리아는 환하게 웃으며,
 \"네! 그럴게요!\"
 \"마침 심심했는데 잘 됐네.\"
 자리에서 일어나 사이좋게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간다.
 —저 두 사람, 언제 저렇게 친해진 거지.
 혜승은 몇 번인지모를 쓴웃음을 지었다.
 \"자, A.S. 자네도 얼른 가게나.\"
 미라지는 A.S.의 어깨에서 손을 떼며 웃었다. 그리곤 A.S.가 무슨 말을 하기 전에 덧붙였다.
 \"하루만 저 아이들의 보호자가 되어주게.\"
 그 말에 A.S.는 순간 무슨 뜬금없는 말이냐는 식의 표정을 지었지만, 곧 평소와 미묘하게 다른, 어딘가 즐거운 듯한 표정으로 방에서 나갔다.
 \"하하, 아이들이다. 뭐 맞는 말이군.\"
 미라지는 중얼거리듯 말한 후, 방금까지 A.S.가 앉아있던 의자를 끌어다 앉은 후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라지는 혜승이 적을 쓰러뜨린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다른 곳에 있을 적을 찾아갔다. 적들은 미라지를 경계했지만, 미라지의 갖은 설득 끝에 적들은 경계를 풀게 되었고, 그들은 어렵게 동맹을 맺었다.
 그렇게 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적이라 생각하고 죽이려들던 존재들이,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아군이 되어 한 곳에 모이게 된 것이다.
 \"어떻게 설득한 건지는 가르쳐 줄 수 없겠지만 말이지, 설령 가르쳐 주더라도 아직은 이르군.\"
 혜승은, 그 뒤로 해결하지 못한 의문들이 마구 떠올랐지만, 당분간 그런 의문은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 해결한다고 해봤자,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
 \"좋은 태도일세, 언젠가 그 의문들을 꼭 풀어주도록 하지.\"
 미라지는 혜승의 마음을 읽은 듯, 환하게 웃었다.
 그럼, 하고 미라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노을이 지는 창가로 다가갔다.
 혜승은 벌써 노을이 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 이전에 이 방에 창문이 있었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것에 속으로 당황하며 창가를 등진 미라지를 바라보았다.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하나해도 되겠나?\"
 노을의 역광 때문인지, 미라지는 어딘가 슬퍼보였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자,
 \"자네는, 지금 자네가 살고 있는 세계로 돌아가겠나, 아니면 우리와 함께 이 세계에 남겠나?\"
 웃음기 섞인 말이었지만, 그 말 속에 담긴 감정은 어딘지 모르게 복잡해 보였다.
 \"…….\"
 \"참고로, 자네의 세계는 이제 더 이상, 안전하지 않네.\"
 왜일까,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비록 활기가 없는, 살아갈 마음조차 들지 않는 그런 세계이지만, 나에게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자라며 조금이나마 의지해온 곳이다. 그런 세계를 버린다는 것은, 스스로를 버린다는 것과 같았다. 또, 그런 스스로를 용납할 수 없었다. 어떻게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을 버리고 떠나온단 말인가. 그리고 미라지가 해준 이야기를 통해 대부분의 기억을 찾은 나는 결심했다. 다른 아무리 살기 좋은 세계를 찾는다 하더라도, 나의 고향 세계를 결코 떠나지 않겠다고.
 하지만 왜인지 나의 결심을 쉽게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아니, 말할 수 없다는 건 변명에 불과하다. 결심을 했으면 딱 잘라 말하자.
 \"저는, 제가 살던 세계에 계속 남겠습니다.\"
 그렇게 말하자, 미라지는 놀란 눈으로 혜승을 바라보았다.
 \"아니야. 자네는…… 아, 아니. 2세계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네! 언제 멸망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몰라! 그런 위험한 세계에 계속 남겠다는 건— 자네 설마.\"
 혜승은 처음으로 미라지가 다음에 할 말을 예측했다.
 \"아뇨. 저는 2세계가 좋습니다. 세계의 종말이 내일이라고 해도, 전 제가 살아온 세계를 버릴 수 없습니다. 하찮은 정 때문이겠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그저 2세계에 있고 싶을 뿐입니다.\"
 —나는 내가 살아온 세계가 좋아. 비록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어. 이미 나는, 그 세계가 좋아.
 그런 혜승의 마음이 통했는지, 미라지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 그런가…. 자네가 그러겠다면 어쩔 수 없겠지.\"
 미라지는 등졌던 창문으로 들어오는 노을빛을, 정면에서 받으며 혜승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이로써, \'운명의 문\'은 열린 거군…….\"

 그런 중얼거림에 답하듯, 노을은 짙은 붉은색으로 세계를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 1권 끝.



태그
10 Miragene  lv 10 80.3636363636% / 6384 글 141 | 댓글 1616  
←수류아 님께서 그려주신 캐릭터 [미넬]                 대화명 변경 : 타나토노트 → Miragene(미라진)                  시드노벨 커뮤티니 출생연도 : 2008년 3월 경.                  가끔 글을 쓰고 있는 아직까지는 고교생. 나름대로 생각하는 건 많은듯 하지만 막상 꺼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림. 시드노벨 커뮤니티에서 존재감 0% 랭킹을 달리고 있음.

T.Zero -일그러진 미래의 선택- (1권 完) 28편
수업 중에 난입한 벌 이야기. (完)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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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Miragene 11/25/11:29
1권 끝.
2 겟부리 11/27/10:41
완결내신거군요. 수고하셨어요. 힘드셨을텐데... 한편으로는 부러운..ㅎ
10 Miragene 11/27/11:44
탐미// 엇, 여기서 뵙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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