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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노도고교 1장 : 금빛 붕어빵 이야기 by 스트로우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회의주의자 L군. 그는 입학 첫날, 붕어빵을 팔며 연명하는 옛 소꿉친구를 만나고, 그녀를 노리는 어벙한 저승사자들을 요행으로 물리치게 된다. 그것은 현실 속의 비현실. 3년간 일어난 비현실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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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59    추천 1   덧글 2    / 2009.01.16 13:52:22

 


결국, 오늘이 되도록 나는 선택하지 못하고 말았다.
이런 선택에는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자리에서 나는 대답 대신 계속 변명만을 반복했고,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네빌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OK, boy. 언제까지나 그렇게 소심하게 피할 생각은 마라.\"
하고 나를 밖으로 내보냈다. 나는 마치 내가 좀비가 된 것처럼 집으로 돌아왔고, 그렇게 무의미한 하루가 지나갔던 것이다. 시험 점수 때문에 부모님께 된통 얻어터지고 학교에 나타난 나는 여느 때처럼 가방을 책상에 던지다시피 하고 자리에 앉아 한숨만을 내쉬었다. 그 한숨의 반은 시험 점수 때문이요, 나머지 반은 오늘 벌어질 미아와 소빈의 운명을 건(?) 한판 대결 때문이었다. 애초에 이성과 함께한다는 것조차 낯설었던 내게 이런 일이 닥칠 줄이야. 혹자는 이런 내가 부러워 죽이고 싶을지도 모르겠지만 당사자 입장이 되어보면 그것이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야, 허세, 허세.\"
자리에 앉아 기지개를 편 나는 \'할 일이 없다;는 사회적 공식에 걸맞게 폰게임을 하기 위해 휴대폰을 꺼냈다. 이때쯤 해서 조뮤가 나타난다. 나는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폰게임을 일시 정지하지만, 사실 매일 똑같은 폰게임을 하는 것보다야 통신어체를 쓰지만 살아있는 인간이 조금은 더 낫다.
\"왜.\"
\"결국 오늘 소빈이랑 미아 싸우는 거임?\"
\"뭐.\"
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이 주제로 대화가 진행될 줄 알고 있었지만 막상 이놈의 명사 종결어미를 들으니 짜증이 치솟아 오른다.
\"아까 네빌이 돌아댕기면서 각 반마다 소문 퍼뜨리고 다녔는데.\"
\"뭐?!\"
난 그의 무덤덤한 말투에서 흘러나온 정보에 쏜살같이 반응했다. 휴대폰을 곧바로 끄고 나는 녀석의 교복 넥타이를 움켜쥐며 소리쳤다.
\"사실이야!\"
\"어, 어... 원어민 쌤이 왜 이렇게 빨리 출근하나 했는데 반마다 돌아다니면서 뭐라고 하더라고. 물어보니 오늘 결투를 홍보한답시고..\"
곧장 나는 복도로 뛰어나갔다. 마침 네빌이 윗층 반에까지 소문을 퍼뜨리고 돌아오는지 계단을 내려오며 싱글거리고 있었다. 나는 외국인에게 말을 건다는 본능적인 두려움마저 무시해 버린 채 그에게로 달려갔다.
\"hey, coward. 오늘 컨디션 어때?\"
\"컨디션이고 뭐고... 반마다 돌아다니면서 대체 뭔 소문을 내는 겨예요!\"
\"왜, 구경꾼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냐?\"
\"보세요, 이게 문화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하면 한국에서 얼마나 쪽팔리는지 알아요?\"
\"아, 이게 문화 차이였구나. 그래도 옥상에서 뛰어내릴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이네.\" 그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하지만, 장담한다. 미국의 필라델피아든 세너제이든간에 삼각관계 때문에 결투하는 걸 홍보할 리는 만무하다. 이 녀석은 미국에서 온 게 아냐. 단지 지옥에서 온 인간일 뿐이라고. 나는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다시 한번 저승차사 서민수임을 마음속으로 못박으며 그를 노려보았다.
\"아무튼 이건 말도 안 돼요. 이제 애들이 모여들면 어떡할 건데요?\"
\"아, 이런 건 공개적으로 하면 안 되는 건가?\"

나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 장난끼 가득한 표정에는 \'븁신ㅋㅋ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ㅂ2ㅂ2\'라는 메타포가 서려 있었다. 그 태도에 질린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씩씩거리며 돌아서야 했다. 저승차사...서민수. 정말 사람 끝까지 열받게 만드네. 정말. 그때 서민수가 나를 불러세웠다.
\"Wait, boy. 잠깐만.\"
\"왜요, 또?\"
\"그래서, 정했냐?\"
\"네?\"
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건 걔네들이 이긴 다음에 결정할 일이지, 제 맘대로 돼요?\"
\"평소의 너라면 그렇겠지.\"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정답은 너의 가방 안에 있다니까.\"
나는 내 가방 속의 증표를 떠올렸다.
\"가지고 온 줄은 어떻게 알아요?\"
\"화담이 알려줬다. 너랑 마주쳤을 때 독심술로.\"
\"에구...\"
서민수가 나의 난처한 표정을 보며 싱긋 웃었다. 그리고 예의 그의 하얀 이가 가지런하게 드러났다. 하긴 아까 화담과는 잠깐 사이에 마주치긴 했는데.. 그걸 읽어내다니. 서화담도 대단하군. 그나저나 서민수는 저렇게나 골치아픈 성품인데도 치아는 그리도 가지런할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요즘 나는 왜 이렇게 골치아픈 일만 당하는 걸까.
\"오늘 대결때 보자. 그 증표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고. 가지고 있는 동안 적절하게 써 보라니까.\"
\"알았어요, 알았어.\"
\"...그리고 빼앗기지 않게 조심하고.\"
서민수의 뒷말은 다소 깊은 의미가 있어 보였지만 나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냥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아무튼 운명의 순간은 너무나 빨리도 다가왔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이미 전 시간에 체육복을 입어둔 두 명의 여성은 거의 동시에 어제처럼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났다. 구석에 앉아 있던 나는 주위의 눈치를 보며 가방에서 권총을 꺼내어 살며시 넣을 곳을 살폈다. 서민수와 대화할 땐 대수롭지 않은 척 했지만, 증표-사실 권총이긴 하다-를 사용할 구석을 찾아서 이 녀석이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 알고 싶었던 호기심을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가지고 가기는 만만치 않았다.

우선 HK 소콤모델을 거의 그대로 재현해 놓은 권총답게 무게는 무식하게 컸다. 나베르 검색엔진에서 조금 찾아본 결과, HK Mk.23 소콤은 .45 ACP탄을 사용하는 총답게 권총 중에서도 대형에 속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바지 주머니에 그것을 넣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만 다행인 것은 아직 5월 초였기에 춘추복 착용이 가능했고, 체육복도 입을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녀석을 카우보이들이 종종 하듯이, 바지 앞춤에 찔러넣기로 했다. 물론 안전장치는 확실하게 채크했다. 잘못했다간 중요한 곳을 관통당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나서 조끼로 바지춤을 잘 가린다. 거기다가 감기에 걸린 척 체육복을 덧입는다. 그러면 앞쪽에 있는 사람과 부딪히지 않게 조심한다면 웬만해선 걸릴 일이 없다. ...후우, 학교에서 만화책 숨기고 다닐때 쓰던 방법을 여기서 응용할 줄이야.

 아무튼 일어서서 서로를 째려보는 둘은 별 말도 없었지만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준비한 운동화를 집어들고 복도로 나섰다. 다행이도 네빌이 떠벌리고 다녔다고는 하지만 그네들을 따라가는 학생들은 열 명도 채 되지 않았다. 그나마도 미아나 소빈을 알고 있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니까. 네빌이 제아무리 떠들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니까. 나는 괜히 흐뭇해져 그 행렬의 끄트머리를 따라가며 휘파람을 불었다.
\"둘이 정말 싸우는 거야? 쟤네들 정말 싸울 줄은 몰랐는데.\"
언제 나타났는지 혜진이 재미 가득한 표정으로 내 옆에 바짝 다가왔다. 정말이지 이 녀석은 약방의 감초라고 해야 하나. 뭔 일이 생기면 항상 나타나 한 마디 하는 것이 그녀의 컨셉이다. 물론 터무니없이 던져대는 그녀의 허무개그도 컨셉이라고는 하지만, 최근 내가 인상을 몇 번 쓰자 나한테는 그 개그를 쓰기 전 한 두번 정도 생각해 보는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그게 더 나아지지는 않지만 뭐, 녀석의 성의니까 인정은 해 줘야지. 나는 계단을 내려가면서 뒤에 따라오는 혜진을 향해 말했다.
\"야, 괴롭다. 내가 설마 이런 상황에 놓일 줄은 몰랐는데.\"
\"이런 상황?\"
\"아, 뭐... 그냥, 이런 상황이잖아.\"
나는 좋아해야 하는지 절망해야 하는지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상황?\"
그녀의 되물음에 나는 입을 닫았다. 알았어. 알았다고. 나 지금 김칫국 먹고 있다. 됐냐?


마침 십여명의 일행이 도착한 농구 골대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내가 좋아라 하며 실실 웃는 것은 오래 가지 못했다. 옆 골대에서 농구하던 2학년, 3학년 선배들과 동급생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대결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은 1학년보다는 3학년이 더 많아 보였다. 축구를 하던 선배들도 소빈을 보고는 너나할것없이 농구대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미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학생들만 해도 삼십여 명을 헤아리고 있었다. 선배들의 예상외의 행동에 미아나 소빈 모두 긴장한 것 같아 보였다. 긴장이 되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딱히 긴장할 이유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뭐랄까, 웬지 나를 좋아하는 이들이 나를 두고 경쟁을 벌인다는 사실이 흐뭇했다.
\"흐뭇할 만도 하지. 저렇게 예쁜 애들인데.\"
내 생각을 읽은 듯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자연스럽게...? 옆에서..? 나는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끼며 옆을 홱 쳐다보았다. 예상대로 화담이 그 무테안경 너머로 싱글거리며 나를 보고 있었다.
\"선...선생님?\"
\"얘네들도 청춘답게 노는구나. 특히 미아 말이지.\"
\"미아요?\" 나는 어디서 났는지 농구공을 들고 소빈을 향해 열심히 뭐라고 소리치는 미아 쪽을 바라봤다. 그 눈빛은 이따금 나를 향하는 듯하다가도 소빈 쪽을 명확한 적으로 인식하고, 자기가 내뿜을 수 있는 최고의 전의를 발산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진정한 승부사만이 가질 수 있는 수준이었다. 저 정도로 미아는 농구를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나를...?
\"지금 이 순간이 어쩌면 미아에게는 가장 또래답게 노는 시간일지도 몰라.\"
화담의 말은 이해가 갈 듯 하면서도 다소 의외였다.
\"무슨 소리예요?\"
\"아... 미아가 이전에... 아니다, 이 이야기는 지금 할 때가 아닌 것 같다.\"
화담은 고개를 젓고는 뒤돌아섰다. 아무래도 미아에게도 옛날 이야기가 있는 것일까. 나는 그에게 더 자세한 것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는 이미 크게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학생들을 헤치며 사라지는 중이었다. 대신 뒤늦게 쫓아온 간보와 광석이 그 자리를 메워 주었다. 헐떡이면서 도착한 간보가 내 어깨를 짚으며 물었다.
\"아직, 아직 시작 안했지? 네놈의 두 처첩갈등...\"

짝!!!!

갑자기 주위의 이목이 나에게로 쏠린다. 휴우, 선배님들 앞에서, 이 녀석을 대상으로 이런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나는 충돌로 인해 약간 달아오른 손바닥을 만지작거리며 광석 쪽을 바라보았다. 광석은 나의 행동이 다소 과격해 보였는지 다소 사색이 되어서는 녀석답지 않게 목소리를 더듬거렸다.
\"아, 우..으..우섭아. 나 화장실 갔다온다고 같이 늦었어. 이제 시작하려는 것 같은데?\"
어느 새 미아가 소빈에게 공을 넘겨주면서 뭐라고 하고 있었다. 그 표정에는 오만한 미소가 잔뜩 들어가 있었다. 마치 덤벼보라면 덤벼봐!- 라는, 판타지 게임으로 치면 적당히 프라이드로 먹고 사는 상대방 중간급 보스가 지을 만한 표정이었다.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나와 일행은 미아와 소빈 쪽으로 더 다가갔다.

\"됐지? 자, 이제 너한테 공격을 먼저 허용해 줄게. 나를 뚫고 골을 한 번 넣어 봐. 참고로 10점 내기야.\"
미아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소빈이 든 공을 가리켰다. 소빈은 나를 등진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녀석은 나를 바로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주위의 학생들을 보는 걸 보아 누군가를 찾는 건 확실해 보였다. 그건 혹시 나를 생각하는 건가? 나는 그럴 리가 없다며 속으로 계속해서 고개를 저었지만,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튼 소빈은 \"좋아.\"라면서 짧게 대답한 뒤, 천천히 드리블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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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다! 대 전쟁! 아무나 이겨라! 주인공은 내가 잡는다!?!?
1 정교수 01/19/07:11
이거 왠지 끝 같은데...(밑에 보고 왔음) 아 맞는건가. 만세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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