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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시아 연대기] by Lunewolf

엘리시아 대륙에서 벌어지는 자유를 위한 전쟁. 그 속에서 무엇을 발견하실지는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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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Lunewolf  lv 3 5.5% / 622 글 19 | 댓글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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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Lunewolf[Lunewolf]  
조회 720    추천 0   덧글 0    / 2009.04.15 18:40:01





Chapter 3. Storming Wolves.


Power unwaving,

The Dark Tide came on,

All seemed lost,

Yet hope still arose,

Starry wings spread out wide,

Holy fire spurning from breath,

The Eye of Tiamat lightened the earth,

And again rose the hope for mankind.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마의 세력은 계속 진군을 거듭하였다,

상황은 절망적으로 보였지만.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으니,

빛나는 날개를 드넓게 펼치고,

성스러운 불꽃을 입에 머금은 채,

티아매트의 눈이 대지를 비추었고,

인류에게 또다시 희망의 등불이 올랐다.



과학 기술의 발전에 있어서 그 제일 선두를 달리는 것은 보통 군사 기술이라고 한다.

즉, 첨단의 기술을 달리게 되는 것은 좀 더 효율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죽이기 위한 병기의 개발이라는 이야기.

그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인류 역사의 발전은 야만으로부터 문명으로의 발전이 아니라 원시 병기로부터 대량 살상 무기로의 발전이다」라고 이야기했던 어느 학자의 말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것이리라.

비교적 최근에 도입된 원격 통신 기기라는 이 기묘한 장비 역시 그런 맥락 하에서 개발된 것이었다. 비록 직접적인 살상 병기는 아니더라고 해도, 전장에서 빠르고 정확한 정보의 교환은 곧장 승패로 직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첨단 과학 기술의 결정체라 한들 그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엄밀히 따지면 아직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제작 단가가 지나치게 비싸 양산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라던가, 어느 정도 자체적으로 마력의 감지가 가능한 엔키시온들 외에는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라던가.

아니면,ㅡ지금처럼 아예 원인 파악이 불가능한 고장을 일으킨다던가.

“이런 젠장!”

청년은 바닥에 놓아두었던 기기를 다시 한 번 주먹으로 내리쳤다. 이걸로 이제 3회째. 그러나 무슨 수를 쓴다 한들, 이 오묘한 장치가 다시 작동할 가능성은 전무해보였다.

“이거 진짜 큰일이네….”

얼핏 회색에 가까운 옅은 갈색의 머리에 건강미가 넘치는 구리 빛 피부. 20대 초중반 즈음으로 보이는 이 청년은 얼핏 보기에는 그렇게 미남형이라고 단언하긴 힘들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상당히 호감을 가질 수 있는 그러한 인상이었다. 대체로, 이성에게.

“자기- 날씨도 추운데 테라스에서 뭐하고 있어요ㅡ?”

건물 안에서 교태 섞인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년은 화들짝 놀라면서, 황급히 눈앞에 놓여있던 기기를 구석에 숨겼다.

“아! 잠깐 바람 좀 쐬러! 지금 들어갈 생각이었으니까….”

그리고 행여나 그녀가 나올까봐 허겁지겁 안으로 들어가는 청년. 그가 안으로 들어가자, 그를 불렀던 여성이 그에게 무서운 기세로 안겨들었다.

“어, 어이! 아나시아!”

“후응ㅡ 우리 자기 감기 걸리면 안 되니까ㅡ.”

아나시아라고 불린 여성은 당황해하는 청년의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더 달라붙었다.

“뭘 그리 부끄러워하고 그래요? 우리, 조금 있으면 약혼식도 잡혀있는데.”

‘야, 약혼식?’

청년은 더더욱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우연히 거리에서 눈이 맞아 「매우 긴밀한」 사이가 된 이 여성이 사실은 알고 보니 제국의 유력 귀족 중 하나인 베른하스트 백작부인이었다던가, 그가 수상한 자로 찍혀 제국군에게 체포되기 직전 그녀가 우연찮게 그곳에 도착하여 구해줬다는 사실이라던가, 그래서 어찌어찌하여 그녀의 저택에 잠시 신세를 지게 되었다는 사실 같은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는 해야 할 일이, 돌아가야 할 장소가 있는 사람이었다. 언제까지나 이곳에서 머릿속에 든 것이라고는 값비싼 드레스와 화려한 무도회밖에 없는 백작부인과 노닥거릴 여유는 없는 것이었다.

“후훗, 너무 기쁜 나머지 말도 제대로 못하는 거예요?”

“아, 응, 에. 그러니까, 그게….”

“2주 뒤엔 우리 자기도, 단순한 방랑시인 시라야가 아닌 시라야 폰 베른하스트가 되는 거니까! 어서 적응 준비를 해야죠.”

“하…. 하하….”

물론 그가 떠돌이 음유시인이라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아니 애당초, 그가 제국 출신이라는 말부터가 새빨간 거짓말.

“오후에 유명한 재봉사들이 오기로 예정되어 있으니까, 오늘 내친 김에 약혼식에 입을 옷도 좀 맞춰두고 그럴까요? 후후후, 우리 자기는 무슨 색이 제일 어울릴까나? 역시 베이지색이나 흰색이 어울리겠죠?”

“으, 으응….”

백작부인에게 반쯤 질질 끌려가는 시라야. 그녀의 열의와 정성에는 미안하지만, 아마 그가 약혼식 때 새로운 옷을 입고 그녀 곁에 설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곳에서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는 그였기 때문에.

아나시아는 그러한 시라야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그의 팔에 매달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다.

“ㅡ 그러고 보니, 들었어요? 드디어 엘리시아에 대한 본격적인 공세가 시작되었다던데ㅡ.”

***

“적 부대 식별 보고! 제국군 제 33사단입니다! 추정 인원은 약 1만 2천여명!”

절실한 전령의 표정과 음색에도 은백색의 소녀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여전히 스크린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다른 곳의 보고는?”

싸늘하게까지 들리는 차가운 음성, 생김새와는 도저히 매치되지 않는 냉정한 말투였지만 그로 인해 초전을 치루고 있는 이 전령은 되려 침착해질 수 있었다.

“네, 넵! 에이버님에게서도, 루시온님에게서도 같은 보고입니다!”

“그렇단 말이지….”

소녀는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판을 보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끄덕이며 수긍하길 몇 번, 오퍼레이터에게 시선을 돌려 짧고 정확하게 말했다.

“통신, 3번 부대장에게로.”

“3번 채널 활성화 완료.”

통신병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녹색의 화면은 몇 번인가 지직이더니 이윽고 긴 주황색 머리카락의 여성이 화면에 나왔다.

여성-이라는 표현보다는 소녀라는 표현이 훨씬 더 적합할 법한 그녀는, 커다란 눈망울에 아직 때묻지 않은 순수한 표정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녀가 바로 무투파로 드높은 이 푸른불꽃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맹장 중의 맹장이었다.

「응, 이리아. 무슨 일?」

식사대용인 듯 비스킷을 아삭아삭 먹으면서 태연하게 통신에 응답하는 얼굴은 어린아이 그 자체였다.

“그쪽 상황은 어때?”

「으응-. 어떨까나, 아무리 빨라도 30분은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공성용 포 라는게 그리 쉽게 세워지는 것도 아니다보니까. 완전하게 하려면 1시간은 잡아야겠지만~ 그정도는 알아서 해볼게.」

“대장, 제대로 된 영양을 섭취하시죠.”

「어라, 가희다?! 치, 그렇게 생각하면 좀 도와달라구? 손이 모잘라서 죽겠는데 부관은 지휘소에 가있고 부대장은 현장에서 노동하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사정을 모르는 어린애의 투정같이 들리는 말투였지만, 애초에 ‘여기는 혼자 충분하니까 이리아를 도와줘. 애초에 원래 가희가 있어야할 곳이잖아?’ 라며 등 떠민 사람이 할 농담은 아닌 듯 했다.

“이곳이 정리되면 가도록 하지요.”

냉정침착.

좋게 표현해서 저런 것이고 얼음미인이라거나 하는 등의 차가운 수식어로 도배되어 있는 가희가 유일하게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이 크롤리 뿐이라는 것이 3번대의 수수께끼였다.

「응응, 기다릴게. 그럼 이리아 이쪽은 이만.」

“응, 고생해.”

핏-하며 통신이 꺼지고 조금 전까지 화면 구석에서 조그맣게 보이던 전장의 현황이 다시 줌업 되어서 나타났다.

그 장면들, 일련의 기호들과 숫자들을 보면서 은백색의 소녀는 자그맣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메뉴는 튀김 감자였는데….”

무척이나 상심이 큰 표정과 함께 바닥이 꺼져 내려갈 정도로 커다란 한숨.

실상 그들로서는 예상 밖의 전개들이 연속적으로 행해지고 있었다.

애초에 그들은 헨즈필드 구릉으로 들어서기에 앞서, 다르문 평원의 디커라는 작은 도시에서 먼저 편성을 완료하고 진격할 예정으로 마력전차-그러니까, 기차를 통해 출발을 한 터였다.

그러나 가장 먼저 도착한 나인츠와 1번대를 반긴 것은 연합군의 사자도, 동맹 길드도 아닌 플랫폼을 박살낼 듯한 적군의 포격이었다.

다행히도 나인츠와 부관 에젠, 함께 왔던 6번대 부대장-실버스컬 등의 지휘로 사망자 없이 모두 탈출하긴 했지만 이 습격은 너무나도 예상 밖의 상황이었다.

애초에 후방인 헨즈필드 보다도 더 남쪽인 이곳까지 적의 침략이라니?!

생각과 판단보다 우선적으로, 그들은 통신을 통해 후발 부대들에게 상황을 알려 중도하차 시킨 후 마르텔리아 부근까지 내려와 천막으로 임시 지휘소를 구축, 현재 적군의 규모를 파악하는 중이었다.

그리하여 열차의 식당 칸에까지 수석 요리장을 데리고 와서 우수한 맛의 감자튀김을 한 입 먹으려던 차에 다급한 통신을 듣고 열차에서 내렸던 부길드장이자 실질적인 지휘관인 은백색의 소녀는 매우 심기가 불편한 참이었다.

“저기, 이리아님?”

“왜, 란란?”

“원래 이런가요?”

“뭐가?”

란델이 물어보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곳은 임시 천막이나마 명색이 ‘지휘소’.

그러나 눈씻고 찾아봐도 최고 책임자이자 지휘관인 길드 마스터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이곳에 있는 것은 통신기들과 현황판, 그리고 시시각각 올라오는 보고들에 질식할 것 같은 오퍼레이터들과 참모진, 간부라고는 이리아와 류가희, 그리고 자신뿐이었다.

“그러니까, 나인츠님은 늘 이렇게….”

“응, 언젠가부터 늘 이렇게 무책임하게 지휘소는 방치하고 냅다 앞으로 달려 나가버리지.”

차마 못했던 뒷말을 끝맺어줘서 속이 시원하기만 한 란델.

-이었으면 좋겠지만, 그런 말로 간단하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런 속마음을 아는 건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이리아의 한 마디가 란델의 궁금증을 다소나마 해결해주었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을 앞세우고 자신이 어떻게 뒤에 있냐.」라니, 나참. 바보라니까.”

-
그 무렵 자신의 부길드장에게 바보라는 소리를 들은 길드장은 미약한 한기를 잠시 느끼고는 다시 부관과의 대화에 집중했다.

“그렇다는 말은 역시 이리아나 가희가 말한 대로겠군요.”

“음, 아마 현 상황에선 그게 제일 맞는 결론이겠지요. 이론적으로 납득하긴 힘들지만 말입니다.”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가 없지요, 에젠. 여기서 북동쪽으로 한참을 더 가야 안템 공국이 나오는데 굳이 이곳에 1만 2천여 명이 있다는 것은…, 그것도 우리가 오길 기다렸다는 듯이 공격을 개시했다는 건 별동대 내지는….”

“공적을 내세우기 위해 성급하게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들개들. 이란 거겠지요. 길드장.”

“이런이런, 제국측도 고생이군.”

“나인츠 하르트님, 크롤리님측으로부터 통신입니다.”

“아아, 연결해주게 통신병.”

잠시간 화면에 노이즈가 생기더니 이윽고 주황머리의 자그마한 소녀가 화면에 나타났다.

「나쮸? 이쪽은 준비 완료했어.」

“포대 쪽은 준비완료. 인가, 그런데 그걸 왜 나한테 보고한 거야? 이리아 녀석한테 해야지.”

「아, 그렇구나…. 응, 알겠어. 있다가 봐~.」

애초에 길드장에게 보고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이곳은 언젠가부터 길드장은 전선에, 부길드장은 지휘소에서, 라는 특이한 운용방식이 굳어져왔기에 지금처럼 이런 웃기지도 않는 기현상이 종종 발생하기도 하였다.

출발 전 보고받은 제국의 침공 병력은 약 16만.

그중 5만은 안템에, 나머지 10만은 노스우드 국경지역에 배치되어 있다는 보고였다. 그런데 그들의 위치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남부지역에 1만여 명이라니, 남부라고 해도 세계지도 최남단인 엘리시아 대륙에서 보자면 북쪽이지만 적어도 그들의 주력부대에선 한참 떨어진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것에 대해 추론해본 결과 엘리시아 북부 도시들의 습격을 위한 별동대로 처음에 가정했으나 그런것 치고는 규모가 작은지라 전선을 펼친 지 3시간 가까이 정찰해본 결과 적의 수는 정말로 눈앞의 1만 여명뿐이었다.

다시 말해 엄격한 규율과 통제로 유명한 제국군답지 않게 섣불리 미련하게 돌진해온 부대라는 판단밖에 서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말이지.”

이리아는 턱을 괜 체 떨떠름한 말투로 말했다.

1만 2천명 대 1만.

얼핏 보면 비등해 보이는 싸움이지만 전술가, 전략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기초적인 사항.

동일한 전력-즉 병력끼리의 충돌은 피해야 하며, 전투란 언제나 적보다 압도적인 무력을 지닌 채 완벽한 승리를 확인하는 시간에 불과할 뿐이다.

즉, 지금처럼 비등한 상태의 전투라는 것은 병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으로 젊은 친구들이 즐기는 스포츠가 아닌 전쟁에서 이런 행위로 덤벼드는 것은-

“우리가 만만해 보인다는 거겠지.”

“어차피 비정규군이라는 건가, 제국 측도 고생이군. 저런 돌 머리들을 지휘관으로 삼다니.”

이리아와 가희가 지휘소에서 담담하게 자신들의 현 상태를 분석하고 있을 때 쯤, 통신병에게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리아님! 크롤리님으로부터 보고, ‘준비 완료’ 이상입니다.”

“응, 그럼 이제 시작해볼까? ‘전투 시작’이라고 모두에게 보내주겠어?”

“네!”

통신병은 수많은 화면에 손을 빠르게 움직이면서 이리아가 지시한 짧은 문장을 모든 부대에게 보내기 시작했다.

**
푸른불꽃 천막들로 이뤄진 임시 지휘소의 분주함과 대치하고 있는 제국 지휘소.

병력의 숫자는 비등했지만 시설면에서 본다면 푸른불꽃의 완패라고 할 수 있을 듯 했다. 1만 2천여명을 거느리는 사단장의 임시 지휘소인 이곳은 튼튼한 강철들로 덮여 있으며 전면의 벽 전체가 패널들로 이뤄져 있어, 전투와 관련된 모든 상황들이 막힘없이 전송되어 오고 있었다.

“과연 사단장님이십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런 탁월한 작전을 계획하시다니.”

제국의 연대장을 상징하는 독수리 문장이 하나씩 달려있는 장수들은 저마다 쌍 독수리 문양의 사내에게 칭송의 말을 하기에 바빴다.

“허허, 뭘 그 정도 가지고 그러나. 자네들도 곧 이 자리에 앉을 터인데.”

사단장- 디켈 그레이엄은 40살이라는 이례적인 나이에 쌍 독수리 문장을 거머쥔 실력가이자 야심가였다. 철저하게 관리한 자신의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별 거 아니라는 듯 우아한 손놀림으로 커피에 손을 가져다 대며 부하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오거스트 중장, 실력은 있다고 하지만 출신부터가 비루한 자이니. 어쩔 수 없는 게지. 다 이긴 전쟁을 질질 끄는 정도의 역량밖에 없는 자 인게야. 그런 의미에서 나와 함께 미래를 내려다 본 자네들이야 말로 이 자리에 앉을 자들인 것이지.”

“그리고 7군단은 그레이엄 소장님의 것이 되는 것이지요.”

“어허 이사람. 소장님이라니 중장(진) 이라고 해드려야지.”

“허허, 그렇군. 제가 큰 실수를 해버렸습니다요.”

“하하하. 괜찮네 버밍엄 대령.”

소장은 괜찮다는 듯, 한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자들이 엘리시아의 정규군인가?”

“아닙니다. 사단장님. 저들은 길드입니다.”

“길드?”

40연대장의 말에 소장은 의아한 눈초리로 그를 돌아보았다.

“길드라는 말은, 민간인이라는 건가?”

“네, 그들의 소속명칭은 푸른-”

“아, 됐네. 민간 의용군 따위의 이름을 일일이 기억해서 뭣하겠나. 쳇, 시시한 일이로다. 기껏 전장에 나섰거늘 정규군도 아니고 의용군 따위를 상대해야 한다는 건가? 엘리시아의 이름높은 기사단은 다 어디로 갔다는 건가!? …뭐, 조만간 수도까지 내려가면 만나볼 수 있겠지.”

연대장의 말을 제지한 그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말하며 위안 삼았다. 자신들이 군단장의 명령을 위반하면서까지 나온 것은 중앙을 탈취, 지배하여 엘리시아 침공의 실질적인 공적을 자신들의 것으로 확고히 하고자 함이었음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무용담도 되지 못할 의용군과의 전투 따위 시시한 것이었다.

“사단장님.”

“무슨 일인가, 부관.”

사단장은 여유롭다 못해 따분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적 진영 포격 준비를 완료한 듯 합니다. 지점은 9934, 2000으로부터 9700, 1950 지점 반경 전체의 군사들을 물리고 있습니다.”

“호오, 버러지들도 전쟁을 할 줄 아는가? 축포를 다 쏘려나 보지.”

부관의 뒷말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소장은 그렇게 하라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인 후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적군, 신호탄!”

오퍼레이터의 말과 동시에 푸른불꽃 진영에서 붉은색 연기가 상공으로 치솟았다.

“저, 저기. 롤랑 상병님? 저게 무슨 뜻입니까?”

“앙?! 뭐냐, 너. 기본 전투에 관한 것도 공부안한 거냐?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상병은 자신의 후임으로 들어온 이병이 그저 한심하기만 하였다. 마음 같아서는 벌을 줘야 마땅하지만 장군들이 줄줄이 있는 곳에선 소리 낮춰 말하는 것 정도가 한계였다.

“저 화면에 보이지. 신호탄이 떨어지면서 바닥에 붉은색 원이 생긴 저것 말이야!”

“네, 보입니다.”

“저건 말이지, ‘지금부터 이 지역에 포를 쏴댈 거니까 아군도 적군도 꺼져주세요.’ 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신호탄이지. 전쟁을 알리는.”

“아, 네. 그런데 그걸로 그냥 본진을 두들기면 되는거 아닙니까? 뭣하러 번거롭게...”

신병의 말을 들은 상병은 이 자식의 주둥아리에서 새어나온 공해가 장군들 귀에까지 흘러들어가지나 않을까 싶어 심장이라도 내려앉을 거 같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뭐, 뭐, 뭐, 뭐 이 자식아?! 그딴 걸 지금 말이라고 해!? 그럼 적군도 아군도 다 같이 포격만 펑펑 날리면서 한발에 몇 십, 몇 백명씩 죽어나가자고?! 그딴게 무슨 전쟁이야! 너 미쳤냐!? 어디가서 함부로 그런 소리하지 마라 알겠냐!!”

“아, 네. 죄송합니다.”

뭔가 자신이 잘못 말했다는 생각이 들진 않지만 일단 상사의 반응이 좋지 않으니까 사과하고 본다. 군대란 다 그런 것이니까.

“적군, 사격 개시!”

수 km는 떨어진 이곳에까지 땅의 진동이 울릴 정도로 본격적인 대구경 포의 화포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잠시 뒤, 바람을 가르는 수 십 개의 소리와 함께 섬광이 대지를 갈랐다.

“호오….”

“장관입니다. 그려.”

“제법이로다! 어디서 본 건 있나보군!! 좋아, 부관! 좌표 산출은 했겠지?! 놈들에게 가르쳐 줘라. 이것이 제국 귀족, 제국 군대의 힘이라는 것을!”

“넷, 각하!”

부관은 빠르게 포병대에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조금은 즐길 수 있다는 건가. 기대하지, 의용병 제군들.”

소장은 비어버린 커피 잔을 아래로 내려놓으며 의자에 몸을 깊숙이 기대었다.
**

「사격 완료. 정확하게 목표에 착탄. - 크.롤.리.」

“좋아. 각 부대에 전달해줘. 출진 준비.”

“이리아, 잠깐 이것 좀.”

가희가 가르킨 것은 전투 현황 패널이었다. 마르텔리아 고원이라 불리는 이 드넓은 지역에서 적군에게 우위를 선점당하기 않으면서 도시와 동떨어진 위치를 잡기 위해 가장 평지에 가까운 지역을 전장으로 삼은 것 까진 좋았으나 플루토 산맥의 흐름에 따라 남쪽에 위치한 푸른불꽃의 위치가 조금 더 아래쪽인 것만큼은 사실이었으며, 현재 북측에서 남쪽을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배치한 붉은색점들로 이뤄진 제국군과 삼각형 모양으로 부대를 배치한 푸른색 아군의 무수한 빛들이 패널 위에서 반짝였다.

“어떻게 생각해?”

“후웅, 이건 아무리 봐도 너구리가 손을 번쩍 든 자세네. 머리로 가면 양 팔에, 팔로 가면 머리에 물려 버리는 무시무시한 너구리 자세.”

“삼두(三頭)뱀의 진영이란 거다. 용어정돈 확실히 해두라고. 내용은 네가 말한 그대로지만.”

통상 이리아의 발언을 들은 자라면 일순, 어이없어 한다거나 기가찬다는 반응을 보일 법 했지만 이 차가운 흑발의 미인은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담담히 상관의 잘못을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선택을 해야 한다. 숫자는 비슷한 상황, 나라면 이대로 돌격해서 중앙의 머리부터 단숨에 돌파한 뒤 중앙에서 적을 괴멸시키려 한다만.”

날카로운 눈을 빛내며 가희가 말하자 이리아는 조금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웅, 그건 마치 검증되지 않은 감자를 먹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데에. 우리 길드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그랬다간 화난 너구리가 양 팔로 활퀼지도 모른다구? 그것보단, 너구리의 양손을 붙잡고 빙글빙글 춤을 추는게 어떨까!”

“발정난 너구리가 퍽이나 좋다고 같이 춤을 추겠군. 되려 박치기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아무리 신속한 기동력으로 포위한다 쳐도, 놈들이 장님이 아닌 이상 그걸 가만히 보고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후웅, 안되려나?”

혀를 차며 가희가 반대하자 이리아는 볼을 살짝 부풀리며 말했다.

“그럼, 이런건 어떨까?”

못된 장난이 생각난 어린아이처럼 이리아가 눈을 반짝이며 말하려는 찰나, 오퍼레이터에게서 급박한 보고가 들어왔다.

“적 포병대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니, 발사했습니다!”

“흐응? 포 사격으로 우리를 노리는 건 아닐 텐데. 아, 혹시 그건가.”

이리아와 가희는 짐작 가는 것이 있다는 눈빛으로 조금 전 자신들이 사격한 지점의 화면에 시선을 돌렸다.

대지를 울리는 진동과 함께 수 십 개의 포화가 하늘을 가득 메웠다.

“과연, 순식간에 같은 좌표로 떨구는 재주가 있다-라는 말이지? 네네, 알아 모시겠습니다. 귀족 나으리들.”

피식- 하며 가희는 미소 지었다. 그 짧은 시간에 좌표를 완벽하게 선정해서 그 지점에 포를 쏴 명중시킨 다는 것은 단적으로 제국군의 군사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제국이라는 이름하에 허울 좋은 군대가 아닌, 혹독한 훈련과 실전을 통한 실력 있는 군대라는 것을.

“길마, 여기는 가희.”

「뭐냐, 가희.」

지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나인츠 하르트의 모습이 드러났다. 길드성 내부에 있을 때와는 달리 안경을 벗었을 뿐이지만 훨씬 더 생기 있는 표정의 그였다.

“포화음은 들었겠지? 이제 시작이야. 괜찮겠어?”

「하하하, 무엇을 괜찮다는 건지? 안심하라고, 너희는 거기서 명령만 내리면 돼. 모든 것은, 너희의 모든 작전은 우리가 완벽하게 수행한다. 그러니까 너희는 열심히 머리를 굴리라구? 작전부관님.」

가희가 통신기에서 자리를 이탈하자 이리아가 지체 없이 화면상의 길드장에게 말을 이었다.

“오케이, 나츠. 잘 들어, 적군은 아마 부채꼴 모양으로 들이댈 거야. 자세한 건 수시로 바뀌겠지만 우선은 1번대가 중앙, 5번대가 우측, 6번대가 좌측을 맡아 이후는 부딪친 뒤에 말해줄게.”

「무책임한 걸- 부길드장 맞나 몰라?」

나인츠는 자신과 무관한 듯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럼 책임감 강한 길드장님께서 지휘소로 오시죠?”

그 말에 나인츠는 웃으며,

「하하, 사양하겠어. 나는 능력이 없어서 말이야. 그럼 작전은 잘 받았습니다. 하는데까지 해보도록 하지요. 굿 럭.」

“오케이, 다들 들었지?”

나인츠는 자신의 부관과 돌격대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 요지는 ‘늘 하던 대로’ 군요.”

에젠이 웃으며 말하자 나인츠 역시 어깨를 으쓱이며 동조했다.

“그런 셈이죠.”

“그럼, 가볼까.”

커스틴은 갑주에 부착된 마스크를 위로 끌어올려 끝부분이 양 미간 사이까지 올라오게 만들었다.

“좋아, 전군! 나를 따르라!”

말에 올라타며 나인츠가 호쾌하게 말하자 커스틴이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아니, 나를 따라라.”

“야! 길드장은 나라고?!”

어처구니 없어 하는 길드장을 가볍게 무시하며 커스틴은 말했다.

“내가 돌격대장이다. 가자, 돌격대.”

환호도, 기합도 없이, 정중하리라 만치 절제된 행동만으로 붉은색과 검은색의 갑주들은 검붉은색의 마창을 손에 들고 커스틴의 한마디에 지체 없이 그들의 군마에 박차를 가하였다.

“적군 전투 태세! 돌입합니다!”

통신병의 외침이 신호탄이 되어, 돌격대는 일말의 주저도 없이 바람을 가르며 달려 나갔다.

“하하하!! 내가 바로 푸른불꽃의 돌격대장, 커스틴이다! 죽고 싶은 놈들은 내 앞에 나서라!!”

상반신의 갑주만을 두르고, 가벼운 한손 검 두 개를 거머쥔 채 폭풍처럼 적들을 베어 넘기며 커스틴이 돌진하자 그 뒤를 따르던 돌격대들 역시 검붉은 마창으로 적을 찌르고 군마의 무게와 속도가 가해진 마갑으로 제국군들을 짓밟아버리기 시작했다.

36명으로 이루어진 돌격의 급격한 진격에 생기는 작은 모래폭풍, 그리고 그것을 뚫고 나오는 적색과 흑색의 사신들은 그 용기를 능가하는 실력으로 마치 악귀와도 같이 제국군의 선봉대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이런이런, 또 시작이군. 뭐어 어쩔 수 없나. 은골, 루션”

「네.」

「엉.」

실버스컬과 루시온은 대답하는 태도는 상반되었지만 눈빛만큼은 동일하게 전의에 불타있었다.

“시작이다, 죽지 말라고?”

「나츠님께도, 무운이 함께 하시길.」

「수고하라고, 길드장.」

팟-하며 통신기의 화면이 꺼지는 것조차 볼 시간이 없었다. 나인츠는 뒤를 둘러보며 한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궁수대 전원, 조준.”

끼끼긱, 하는 무거운 활시위 소리가 이곳까지 들려오는 듯한 착각.

“발사!”

짧은, 그러나 힘찬 그 명령에 주저 없이 활시위를 놓으며 동시에 제 2발을 위해 시위를 끌어당겼다.

목표는 어디까지나 적의 중위와 후미.

선봉과 돌격대가 대치하는 동안 진영 내부를 차단하여 돌격대가 포위당하지 않기 위한 지원 사격일 뿐이었다.

“에젠, 여기는 맡길게요.”

“후우, 그 버릇이야 말로 언제 고치실 겁니까?”

“하하, 어쩔 수 없어요. 이거야 말로 제가 존재하는 이유인 걸요.”

이런이런, 이라며 한숨을 푸욱 내쉰 에젠은 나인츠를 바라보며,

“다녀오십시오, 마스터.”

마치 속 썩이는 아들에게 말하듯, 그렇게 말했다.

“다녀오도록 하지요. 부관.”

길드장은 미소 지으며 그렇게 말하고는 박차를 가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
전투가 시작된 지 약 30분, 2만의 병력이 내뿜는 열기와 모래먼지는 대기를 일렁였다. 현황판은 시시각각 붉은색과 푸른색의 점들이 이채롭게 움직이고 있었으며, 중앙의 1번대는 이미 적 본진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상태였다. 좌익과 우익을 맡은 6번대와 5번대는 엎치락 뒷치락하면서도 1번대가 적의 좌우익에 먹히는 상황은 막아주고 있는 상태.

「어이, 이리아. 여기는 5번대.」

그와 별개로 전투 전이나 전투 중이나 지휘소에는 끝없이 지속적으로 통신들이 오고갔다.

“응, 루숑 무슨 일이야?”

「현재 1번대와 맞춰서 적의 좌익을 몰아내고는 있는데, 뭔가 이상하다. 적 중앙이 열리는 것 같아.」

루시온이 보내온 화면을 틀자 약 10분 후의 예상 상태가 드러났다. 그것은 얼핏 보아선 푸른불꽃의 모든 진영이 제국군에 먹혔다고 할 수 있는 상황,

“응? 응…, ‘너무 순조롭게’라는 말을 빼먹은 거겠죠?”

그러나 다른 시점에서 본다면 가장 병력이 많이 집결된 적의 중앙 부위를 괴멸 시킨 군사 배치도였다.

「아, 그렇군. 그 말을 빼먹었지.」

거한은 난처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래서, 이거 괜찮은 거야?」

부채꼴 모양의 적 진영이 중앙을 뚫린다는 것은 군사력이 약해서 밀린다는 것과 또 하나는-,

“응, 아직까진 전부 계산대로야. 새삼스럽게 신경써줘서 고마워.”

「뭐, 어차피 나는 거기까지 계산할 머리도 아니고 말이지. 세르 녀석이 말해달라고 해서 말이야. 알겠어, 그럼 계속 밀어붙이겠습니다. 부길드장님.」

함정의 유무 따위는 관련 없다는 것인지, 함정인 것을 알기에 대책이 있다는 것인지 밝히지 않은 이리아였으나 루시온은 그녀가 알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몇 년 전인가 그녀가 등장한 이후 단 한 번의 패배도 존재치 않아온 그들에게, 그녀의 판단은 신뢰 이상의 무언가였다.

흐흠-이라며 조금 연륜 있어 보이는 헛기침을 하는 이리아에게 통신병이 재차 말을 걸었다.

“부길드장님, 6번대에서 통신이.”

“연결해줘.”

「실버스컬입니다. 이리아님, 다른게 아니라….」

“중앙 돌파에 관련한 거라면 다 예정사항이라 괜찮은데?”

「아뇨, 그에 관해서는 이리아님께서 알아서 해결하시겠지요. 그 점이 아니라 신경쓰이는 장면을 봐서 말입니다.」

“신경 쓰이는 장면?”

은색의 투구를 쓴 이 청년은 과묵과 성실, 우직함이 장점이었다. 임무를 맡기면 성심성의껏 완벽하게 완수하며 불필요한 일은 일제 안하는 그의 성격상 전투중 불필요한 통신을 하진 않았으리라.

“뭔데?”

「그게-.」

실버스컬의 말은 대략 이러했다.

약 10분 전, 돌격대가 파죽지세로 밀고 나가 생긴 틈이 막히기 전에 그 기세를 몰아 1번대와 적 본진이 충돌을 계시한지 약 15분이 지난 시점.

돌격대의 갑작스럽고도 무식하리라만치 강렬한 돌진 덕분에 제국군의 진영은 혼란 속에 쌓여있었고 반면 푸른불꽃의 사람들은 이런 장면에 매우 익숙해져있었던 차이만큼이나 전황은 뻔히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음성 전용 통신기로 나인츠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

「은골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어떤게 말씀입니까?”

「돌격대장이 돌파한 지역이 아닌 곳에서 내부가 소란스러운 것 같아. 너희 쪽에서도 보일 건데? 6번대 전방 300미터쯤 되는 곳에서 2시 방향.」

그 말에 실버스컬은 고개를 들어 조금 더 멀리 보았다.

언덕 위 작은 오두막에서 약 50미터 지점쯤, 흙먼지가 일어나는 방향이 기묘했다.

전진을 하며 생기는 먼지라면 방향이 제국군 본진이어야 할 터인데, 그것은 마치 원형을 그리듯 퍼지고 있었다.

“확실히, 뭔가 있군요. 제국군 내부에.”

「그렇지? 그러니까, 우리 애들도 잘 부탁해. 6번대 부대장.」

“핫, 설마 나츠님?! 안됩니다! 그건...!”

만류할 사이도 없이 멋대로 통신을 꺼버린 길드장을 속으로 원망하며 실버스컬은 그 방향을 목표로 돌파를 강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0분이 지났단 말이지.”

이리아는 여러 가지로 복잡한 생각을 하더라도 표정만큼은 늘 한결같았으나, 지금만큼은 대단히 뚱한 표정이 되어있었다.

「네, 그리고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고는 있지만….」

“적군 측에서도 별 반응이 없다는 거지?”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는 은백색의 꼬마.

“걱정한들 별 수는 없으니까, 우선은 예정대로 진격해줘 꼬리 안잡히게 조심하고. 아직은 괜찮지만 그 방향대로만 가면 좌익 전체가 포위 당할거야.”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팟-하며 꺼진 화면을 뚱하게 바라보는 꼬마를 위로라도 하듯, 같은 심정이라는 듯 가희가 말했다.

“길마가 또 사고 친 건가. 언제나 되야 자신이 길드장이라는 자각이 생길까. 저 사람은.”

“아마 평생 무리...가 아닐까요?”

두 여성진의 분노 사이로 란델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자 갈 곳 잃고 방황하던 분노의 시선을 한 몸에 안게 되는 행복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아직 나님이 멀쩡히 계시니까 말이야.”

이리아는 겁에 질려 구석으로 대피한 란델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
“이런이런, 이건 또 무슨 광경이람. 내가 방해라도 한건가?”

한편, 지휘소에서 자신에게 살기를 품고 있는지 어떤지조차 모르는 길드장-나인츠는 제국군의 것인 메이스를 어깨에 걸치며 느긋하게 말했다.

그의 눈앞에는 무수한 제국군의 시체와 병사들, 그리고 한 흑갈색머리의 한 여성이 보였다.

“넌 또 뭐냐!”

“이년과 한 패인가!”

악이 받칠 대로 받친 제국군은 나인츠의 등장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폭파시키고 있었다.

“글쎄, 어떨까나. 적어도 너희와 같은 편은 아니겠지. 내 이름은 나인츠 하르트, 비스팔트 주둔 길드 푸른불꽃의 길드 마스터다.”

자신감인지 무모함인지, 그저 아무 생각 없는 것인지.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밝힌 나인츠는 상황을 살펴보고 있었다.

‘일단 저 여자의 소행 같긴 한데, 뭐지 저 여자는?’

눈앞의 소녀가 입고 있는 것은 갑주도, 전투복도 아닌 평범한 원피스였다. 이런 전장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저 오두막의 주인일까. 그러나 이 전장과 어울린다면 어울리면서도 있어선 안될 것이 그녀의 양 손에 들려 있었다.

‘권총이라, 적어도 기사나 군인은 아니군.’

만일 다른 세상이나 다른 시점에서 보면 매우 우스운 이야기지만, 엘리시아도 롬바르디아도 총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개발, 보급화까지 완벽하게 가능하였으나 ‘무인의 혼을 담지 못하는 쇳덩어리 따위를 어찌 쓸 수 있겠나’ 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

너무나도 쉽게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총기류는 살생이 벌어지는 전쟁터에 더욱 더 많은 희생자를 낳는다는 이유로, 암묵적으로 전장에 나타날 수 없었다. 예외라면 공성전을 위한 포만큼은 서로 간에 동의하는 바였지만.

“이봐, 아가씨?”

나인츠는 천천히 말을 몰아 그녀에게 다가갔다.

“뭐해 이 자식들아! 죽여!! 아니, 사로잡아! 2계급 특진이다!”

벙쪄있는 제국군 중에 그나마 빠르게 정신 차린 한 장교가 소리치자 그 소리가 병사들의 영혼을 울리며 나인츠에게 달려들도록 하였다.

“흥!”

달려오는 병사의 머리를 메이스로 내려치고, 투구에 박혀 뽑기 힘든 그것 대신 병사가 들고 있던 할버드를 손에 쥐어 새롭게 다가오는 적의 몸통을 후려갈겼다.

“설마 기병에게 보병으로 이기라는 건 아니겠지? 장교님. 직접 나서 보시지.”

루시온이나 아일처럼 한 무기에 특화된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크롤리처럼 모든 무기를 완벽하게 다루는 자도 아니었다. 애초에, 그는 정식으로 무술을 배운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렇기에 그는 모든 무기를 다룬다. 형식 또한 없다. 애시당초 어린 크롤리에게 무기들을 가르친 것이 나인츠 자신이었다.

압도적인 숫자로 포위하고 있었지만 사람의 심리란, 특히 병사들의 심리란 것은 지극히 단순하다.

‘죽고 싶지 않다.’

만일 전원이 돌격한다면 아무리 기병이라 해도 움직일 공간도 없는 이런 장소에선 쉽게 제압당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인츠는 그것을 계산하여 처음 달려든 두 명을 무참히 베어 넘긴 것이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 그 공포를 각인시키고자.

“흥, 머저리 같은 놈. 이래주면 되는 건가?”

제국의 젊은 소위가 무슨 뜻인지 생각하기도 전에, 나인츠는 스스로 말에서 뛰어내렸다.

“덤벼보라고 장교님. 평민 따위에게 도망가진 않겠지?”

나인츠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까닥였다.

“후...후하...하하, 후하하하!!”

장교는 막힌 채증이라도 풀린 듯 크게 웃더니,

“덮쳐! 제일 먼저 잡아오는 놈은 3계급 특진이다!”

가장 현실적이고 냉정한 판단 하에 명령을 내렸다.

“우왓! 제일 정답에 가까운 판단이지만 설마 이러리라곤 생각도 못했는걸?!”

전혀 상반된, 여유롭기 짝이 없는 표정을 지으면서 저런 말을 할 줄 아는 정도는 되야 난세를 헤쳐 나왔다는 증거가 되는 것일까.

“-라고, 할 줄 알았나?”

할버드를 지팡이로 인식한다.

곧게 수평을 유지하며 정면을 향해 똑바로 뻗은 후, 마음속으로 그려내야 한다.

강렬한 한기의 덩어리들.

날카롭기 짝이 없는 얼음의 파편들.

닿는 순간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잔혹한 냉기의 힘을!

「나 원하노니, 내 앞의 모든 적들을 얼려버리라.」

“마..마법사컨져러! 마법사컨져러다! 모두 후퇴! 후퇴하라!!”

장교는 다급한 나머지 체면도 잊고 크게 외쳤으나 이미 늦었다.

「가라! 빙열화!氷裂錵.

영창과 동시에 모든 이미지 작업을 마치며 몸의 중심으로부터 푸른색 마력의 기운을 모아 손끝으로 뻗어낸다.

푸르스름한 빛이 희미하게 비치며 곧 사방에서 수많은 얼음의 칼날들이 적을 휘몰아 덮치리!

“…어라?”

정적.

조금 전까지의 열기와 불안과 공포,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싸늘하게 식어버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큿, 이 자식 감히 우릴 가지고 놀다니!”

“죽여! 죽여 버려!”

“죽어라!!”

자신들이 농락당했다고 생각했는지 제국군들은 태풍과도 같은 분노를 몰아세우며 나인츠에게 달려들었다.

“어라, 이게 아닌데?! 분명 맞게 했는데?”

조금 전까지의 당당함은 어디다 버렸는지 모르겠지만 나인츠는 눈앞의 적들도 아랑곳 않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 그렇군 여기선 통과회로를 뒤로 미루고 환경과의 온도를 생각해서 했어야 했나! 어, 잠깐만! 다시 한번만...!”

전쟁을 하는 자라면 기억해야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전쟁터에서 잠시라거나 다시한번 더 같은 말은 없다는 것을 말이다.

“한 번 더 같은 소리하고 있네!!”

노도와 같은 함성과 함께 제국군의 칼날이 나인츠의 몸에 닿기 직전, 불쌍한 병사는 검붉은 마창에 꿰뚫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날아갔다.

“아, 벌써 여기 와버린 건가.”

나인츠는 애매한 심정으로 그렇게 얼버무리며 조심스레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의 눈에 비치는 것은,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등신! 쪼다! 무능력자!!!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

주문에 실패한 자신을 보며 문자 그대로 미친듯이 웃으며 달려가는 커스틴과,

“풉, 크흠. 아 죄송. 푸훕...!”

차라리 대놓고 웃어줬으면 좋을 법한 반응을 보여주는 에젠이 1번대를 이끌며 적군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죽을까.”

1번대가 쓸고 지나간 황야에서 길드장은 그렇게 세상의 우울함을 쓰디쓰게 맛보고 있었다.

**
그렇게 푸른불꽃의 수장이 자살충동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을 무렵, 제국군 지휘사령부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120, 123, 130, 132, 140대대 괴멸! 141연대 연락 두절!”

“소장님! 후방에서도 적군이!”

“뭐?! 그게 무슨 소리냐!”

“같은 적입니다! 푸른불꽃 마크에 6번대라는 글자가 박힌 부대가 저희의 후방을!!”

“소장님! 안템공국으로 가는 퇴각로에도 적이! 5번대입니다!”

“소장님!”

“각하! 지휘를!”

아닌 밤중에 날벼락이란 것은 이럴 때 쓰는 말이리라.

그레이엄 소장은 지금 상황이 꿈이거나 유령에게 홀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런게 말이나 되는 것일까, 군체로써의 전투력도 우월하고 이 기동성이라니! 30분 전까지만해도 막 충돌을 시작한 시점이었는데 그때까지 정면에 있던 적의 부대들이 벌써 자신들의 최후미로 다가와 포위하고 있다니.

상상도 못해본 일이었다. 자신이었다면 적어도 절대 불가능한 작전이었다.

자신이 당한 작전을 생각해보면 같은 수의 병력을 가지고 정면에서 들어오는 적을 약 1/10의 숫자로 막으며 나머지 9/10으로 적을 포위해야 한다. 그야말로 모든 병사 개개인이 열명의 병사를 쓰러뜨린다는 괴물 같은 실력을 지니지 않는 이상, 아니 지녔다 하더라도 숫자의 차이에서 반드시 그런 포위망은 뚫리게 되어 있었고 그렇다면 남는건 곧장 지휘소였다. 자신의 목숨이 달린 일을 그렇게 불안하게 남겨둘 수 있을리 없지 않은가.

물론, 실상은 중앙을 돌파한 적들을 포위하기 위해 중앙을 비워준 제국군의 대열이 돌격대의 난장에 꼬이게 되면서 좌익과 우익이 중앙으로 몰리게 되어버려서 손쉽게 포위망이 완성되어 버린 것이었지만 지금 같은 혼란 속에서 그것까지 간파하라는 것은 너무 가혹한 말일지도 모른다.

“소장님! 일단 후퇴하셔야 합니다! 소장님께서 살아 계셔야 내일이 있지 않겠습니까!”

40연대장의 말에 그는 정신을 차렸다.

“어디로 도망간단 말인가! 앞도 뒤도 꽉 막힌 것을! 이런 상황이라면 제국의 신민답게 결사응전 해야 할 것이니라!”

“저희 연대에서 안템공국으로 가는 방향에 퇴각로를 벌렸습니다! 부디 제국의 미래를 생각하시어 지금은 전략적 후퇴를 고려해주십시오!”

포위망이 덜 완성되어 생긴 빈틈이며, 전략적 후퇴고 뭐고 이미 확실하게 패전한 셈이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단어 몇 개만으로도 바뀔 수 있기 마련이었다.

“으음, 어쩔 수 없지. 작전상 일보 후퇴하기로 할까.”

“넷, 각하! 철수한다! 전략적 철수다! 서둘러라!”

연대장들은 사단장의 심기가 거슬리지 않게 후퇴라는 말은 배제하며 일사불란하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이 천민들이…! 두고 보자, 지금은 전략상 철수하지만 기어이 네놈들을 찢어죽이리라!!”

동서고금을 통틀어 무능한 장수들의 상투적인 대사를 보여주며 소장은 가장 먼저 퇴각로에 올라섰다.

그렇게, 서장의 막이 오르기 시작했다.

**
예정에도 없던 일전이 치러진 직후, 푸른불꽃 주둔지는 분주한 상태였다. 압승이라고 해도 동네 패싸움도 아닌 전쟁이란 것은 죽고 죽이기 마련, 사망자와 부상자들의 처치가 가장 먼저 이뤄지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일전을 치른 후라 휴식을 취하는 병사와 장교들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다들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푸른불꽃의 핵심이자 원동력, 이 거대한 길드를 움직이는 총 지휘소 천막은 역시나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로 정신이 없는 듯 했다.

“그럼, 우선 길마가 와야 결정을 내릴 수 있겠지만 여기서 오늘 하루는 주둔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의 있으신 분?”

공식적인 브리핑을 할 때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가희가 하게 되어있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마찬가지였고 실버스컬이 모두의 심정을 대표해서 그녀에게 동의하였다.

“애초에 저희는 후방에서 대기라는 명목 하에 출군한 것이니까요.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겠습니까. 병사들도 휴식이 필요할 테지요.”

“그럼, 이상으로 임시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수고했어, 가희.”

“대장도 고생했습니다.”

원래는 길드 마스터인 나인츠가 앉아야 할 자리에서 회의를 주도한 가희는 다시 자신의 자리인 3번대장 곁으로 다가섰다.

“그러고보니 나쮸는 연락 안온거야?”

“아아, 그….”

“여어, 다들 고생했어.”

설명할 필요도 없다는 듯 장본인이 들어섰다.

“어서와 불발.”

“왔나, 불능.”

“앗! 불발 마스터다!”

나인츠의 무사한 모습에 반기는 길드원들의 훈훈한 장면, 따위의 연출과는 거리가 멀었다.

“뭐...뭐?! 뭔 소리냐 그게! 이딴 중상모략의 출처가 어디냐”

나인츠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이런 말이 나올 상황은, 보나마나….

“뭐어-, 난 별 말 안했다고.”

커스틴은 책상에 다리를 뻗어 올린 자세로 느긋하게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게다가-

‘커스틴이 지껄여서 퍼졌다기엔 단어의 선택이 틀리다. 저놈의 머리에서 이렇게 짧고 효과적인 단어가 나올리 없어. 그렇다면 이건-.’

나인츠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며 흑색으로 전신을 휘감은 미녀에게로 돌아갔다.

“뭡니까, 조루.”

뚱한 눈빛으로 크롤리의 어리광을 받아주던 가희는 파리라도 내쫒는 듯 손을 휘저었으며, 그녀의 대사가 가진 파괴력은 가히 위력적이었다.

“푸하하하하하 조루!!!”

“풋…. 아 실례. 크흡….”

“나…나인츠님, 풉! 아, 아니. 이게 아니라.”

“은골…, 너마저….”

미친듯이 박장대소하는 커스틴, 체통을 지키려 할수록 웃음이 새어나오는 에젠은 그렇다치더라도 무언가 다른 중요한 말을 하려던 실버스컬까지 실소를 머금을 정도였으니 이정도면 과연 명불허전이라 할 수 있겠다.

나인츠의 몸을 휘감는 것은, 게릴라라고 불리던 푸른달 시절의 중앙 기사단과 대치했을 때보다도 더욱 큰 절망감과 상실감이었다.

그러나, 죽으란 법은 없는 모양이었다.

“시, 실례하겠습니다! 나인츠 하르트 길드 마스터! 지금 연합으로부터 긴급 통신이!”

“뭣?! 적의 습격인가! 알겠다. 당장 가도록 하지!”

남자로서의 마지막 프라이드가 무너지기까지 앞으로 한 발짝, 갑작스러운 적의 기습이 너무나도 고마운 길드 마스터였다.

“그나저나, 방금 전에 말하지 못한 것입니다만.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천막 밖으로 도망친 길드장이 사라진 후, 실버스컬은 길드장과 함께 들어와 미동도 않은 채 이곳을 바라보고 있는 흑갈색 머리의 소녀를 쏘아보며 정중하게 물어보았다.

“일단 나인츠님과 함께 왔으니 적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만, 당신의 대답 여하에 따라 상황은 바뀔 수도 있습니다. 대답해보시겠습니까. 당신의 정체와 목적을.”

평소 과묵하며 기사도 정신에 투철한 실버스컬이 이렇게까지 반응하는 것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눈앞의 갈색머리의 소녀는 어딘가 닮았다. 그렇게 느껴졌다.

무엇과도 닮았냐고 묻는다면….



“…사실 입니까?”

남자의 자존심이 박살나기 직전에 온 연락에 기뻐하던 길드장은 아까와는 다른 의미에서 전신이 싸늘해지는 충격을 받았다.

직통 회선으로 들어온 소식은 있을 리 없는, 있어서도 안되는 이야기였기에….

「그럼 자넨 내가 농담하는 걸로 보이나.」

화면에는 길드 연합의 현재 총수, 램버트의 심기 불편한 얼굴이 드러나 있었다.

“그럼, 그따위 헛소문을 믿으라는 겁니까! 아리에스님이, 자유주의연맹이 전멸이라니! 헛소리도 그런 헛소리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흥분한 나머지 일갈과 동시에 책상을 세차게 내려쳤다. 보안을 위해 천막 안에 있는 것이 나인츠 자신뿐이길 망정이지, 길드원들이 보았다면 난생 처음 보는 길드장의 면모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흥, 멋대로 지껄이는군. 아무튼 네놈... 아니, 자네 길드도 준비하고 있으라고 알려주는 거다. 후방에 있다고 방심하지 말라는 거지. 위대한 엘리시아 공화국을 위해서 말이지.」

거기까지 말하고 도망치듯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버린 램버트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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