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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브레이커스 by 동림

“이게 무슨 약인데?”
“자살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약.”

초인적 능력과 완벽한 외모 뒤에 각각의 상처를 숨긴 '이드 브레이커스' 멤버들과 잉여인간에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이 펼치는 바이올런스 학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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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동림[eastwood]
조회 795    추천 1   덧글 0    / 2009.04.24 22:56:46

점심시간 동안 희아에게 필의 복용법에 대한 설명을 들은 교진은 희아와 함께 하교했다. 두 번에 걸쳐 강력한 염동력을 발현하기는 했지만, 컨트롤에 있어서는 아직 백지 상태인 교진이었다. 그러나 어떻게 능력을 쓸 수 있냐는 교진의 질문에 희아는 같은 대답만 반복할 뿐이었다.

“참~몇 번이나 물어보는 거야? 연습하면 된다고 했잖아.”

“그럼 그 연습 방법이라도 좀 알려 달라고.”

답답해하는 교진과 함께 번화가를 걸어가던 희아는 유명한 베이커리 앞에서 발을 멈추었다. 쇼윈도에는 베이커리 CF에 전속 출연중인 인기 탤런트 윤희영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희아는 윤희영의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간절히 원하면 돼.”

타오르는 불길 같은 눈빛. 순식간에 변한 그녀의 분위기에 교진은 긴장했다.

“……나는 그녀가 되고 싶다, 그녀처럼 완벽하게 아름다워지고 싶다고, 마음 깊은 곳의 간절한 욕망에 집중하는 거야.”

희아는 두 눈을 감더니 갑자기 모습을 변화시켰다.

“우왓!”

교진은 소스라쳤다. 예고라도 좀 해 주지, 심장에 안 좋다고. 순식간에 희아는 사진 속 윤희영의 모습으로 변신해 있엇다. 화장과 의상까지 완벽하게 똑같았다.

“헉, 윤희영이다! 싸인 좀 해 주세요!”

지나가던 대학생이 비명을 올리며 희아에게 달려왔다. 윤희영의 모습을 한 희아는 천연스럽게 웃으며 대학생에게 싸인을 해 주었다. 환희에 찬 얼굴로 돌아가는 대학생을 바라보며 교진은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사기꾼.”

희아는 거짓말처럼 본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사기라도 상관 없어. 잠시라도 내가 원하는 모습을 가질 수 있다면.”

쇼윈도에 비친 희아의 얼굴 위에 사진 속 윤희영의 인형 같은 미소가 겹쳐져 그늘을 만들었다. 희아의 표정에 드리워진 쓸쓸함에 교진은 당혹스러웠다. 이 아이는 왜 이런 표정을 짓는 걸까? 동경의 대상인 소사이어티 D의 멤버에, 좀 마니아 취향이긴 해도 귀여운 외모의 소유자인데.

“여기 있었군, 빌어먹을 멸치 새끼.”

갑자기 네 개의 불길한 그림자가 교진과 희아의 앞을 가로막았다. 교진을 괴롭히는 패거리들과 병원복을 입은 패거리 대장이었다. 얌전히 병원에 있지 않고서? 그는 씩씩대며 교진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이 왕따 새끼, 지난 번에는 무슨 수를 쓴 건지 모르지만 오늘은 그냥 안 넘어간다.”

곧이어 패거리 네 명이 동시에 교진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사지를 결박 당한 교진은 창피한 것도 잊어버리고 희아를 향해 소리쳤다.

“으허억! 살려줘! 희, 희아야, 나 좀 도와줘!”

그러나 희아는 질질 끌려가는 교진을 빤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너무한 거 아냐? 그러나 희아는 교진을 향해 생긋 눈웃음을 치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화/이/팅.’

뭐가 화이팅이냐고오! 교진은 너저분한 상가 뒷골목 한구석에 거칠게 내팽개쳐졌다.

“감히 멸치 새끼 주제에 날 입원시켜?”

패거리 대장이 눈을 부릅뜨며 다가왔다. 교진은 악취를 풍기는 쓰레기 봉투들 사이에 반쯤 파묻힌 채 필사적으로 애원했다.

“자, 잠깐마안! 우리 이야기 좀 하고……!”

“이야기 같은 소리 하고 자빠지네!”

패거리 대장은 교진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치켜 들었다. 교진은 공포에 질렸다. 얻어맞지 않으려면 이번에도 사이코 어쩌구 하는 초능력이 나와 줘야만 한다! 다급해진 교진의 머리 속에 불현듯 희아의 말이 떠올랐다.

-간절히 원하면 된다.

그러자 자신의 몸 아래 깔린 쓰레기 봉투들의 존재가 각인되었다.
쓰레기 같은 놈들에게는, 쓰레기를.
무심결에 그렇게 생각한 것과 동시에 교진의 발치에 나뒹굴고 있던 음식물 쓰레기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쓰레기는 한 곳으로 둥글게 뭉쳐지더니 순식간에 테니스공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구(球)가 되었다.

“이 자식이 어딜 보고 있는 거냐? 죽여 버릴 테다!”

패거리 대장은 교진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리꽂았다. 그러자 쓰레기의 공은 쏜살같이 수직으로 떠올라, 그대로 총탄처럼 빠르게 날아 대장의 입 속에 정통으로 처박혔다.

“커헉! 우웨엑! 씨발, 이거 뭐야, 퉤퉤!”

썩어가는 음식 쓰레기를 삼켜버린 대장은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이 구역질을 해댔다.

“이, 이 자식이?”

주춤거리던 나머지 패거리 세 명이 교진에게 덤벼들었다. 그러자 교진의 다리 아래 깔려 있던 쓰레기 봉투들이 빠르게 위로 떠올랐다. 놀란 패거리들은 교진을 걷어차는 것을 멈추고 약 4m 위의 허공 위에 둥둥 떠 있는 쓰레기 봉투들을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올려다보았다.

“우와앗, 떨어진다!”

순간 쓰레기 봉투들이 빠르게 낙하했다. 쓰레기로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봉투들은 퍽퍽 소리를 내며 사정 없이 패거리들의 머리를 후려쳤다.

“으악! 그만! 아파! 그만해!”

패거리들이 머리를 감싸 쥐고 비명을 질렀다. 쓰레기 봉투들은 계속 패거리들을 공격했다. 견디다 못한 패거리들은 교진을 내버려 두고 골목 밖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어딜 도망가려고?!”

교진은 벌떡 일어나며 패거리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뻥 소리와 함께 쓰레기 봉투들이 터졌다. 쓰레기의 세례가 패거리들의 온 몸을 뒤덮었다. 진동하는 악취에 행인들이 얼굴을 찌푸리며 욕설을 내뱉었다. 쓰레기를 뒤집어쓴 패거리들은 쩔쩔매며 달아났다.
짜릿한 감각이 교진을 사로잡았다. 전류처럼 온 몸의 혈관을 흐르는 충만감. 처음으로 컨트롤 감각을 깨달은 것이다.

“이야~잘했어. 제법인데?”

골목 맞은편에서 희아가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며 윙크했다. 교진은 어색한 표정으로 마주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언제 왔는지 부회장 혁수가 무표정한 얼굴로 희아 옆에 서 있었다. 그는 교복이 아닌 사복 차림이었다.

“머뭇거릴 시간 없어. 빨리 준비하고 출발해야 해.”

혁수는 손목시계를 들여다 보며 말했다.

“출발이라니?

“방금 전에 새로운 의뢰가 들어왔어.”

의뢰? 갑자기 너무 본격적인 단어다! 교진의 눈이 커다래졌다.

“내, 내가 껴도 되는 거야?”

희아는 머뭇거리는 교진의 팔목을 붙잡아 끌었다.

“백 번 연습보다 한 번 실전이 효과적이라는 게 우리 기본 방침이거든. 자, 늦기 전에 출발하자!”


Class 4. 다이아몬드여 영원히


“이게 우리가 의뢰를 받는 공식 사이트야.”

셋은 택시를 타고 의뢰인이 기다리는 곳으로 이동했다. 택시 안에서 희아는 미니 노트북으로 교진에게 이드 브레이커가 의뢰를 받는 웹사이트를 보여주었다. 깔끔한 디자인의 사이트 한가운데는 눈에 잘 띄는 글씨체의 광고문이 올라와 있었다.

만능 불만 해결사!
남에게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사소한 불만부터 혼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불만까지,무엇이든 해결해 드립니다!
의뢰 내용의 경중에 관계 없이 보수는 제로! 후불이나 옵션을 요구하는 일은 결코 없으니 안심하세요.
단, 저희는 심부름 센터 같은 범죄 단체가 아니므로 내부의 기준에 따른 심사를 통과한 의뢰만을 해결해 드립니다.
의뢰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의 링크를 클릭해서 신청서를 작성 후 저장해 주세요.

“……이런 수상쩍은 광고에 넘어가는 사람이 있다고?”

교진은 기가 막혀서 중얼거렸다. 교진의 표정을 본 희아가 말했다.

“그만큼 이 세상에는 절박한 사람들이 많다는 거지. 조직 폭력배들이 불법으로 운영하는 심부름 센터에 거액의 돈을 주고 의뢰하는 사람들도 넘쳐나는 걸?”

“아무리 생각해도 난 이해가 잘 안 가는데…….”

“도착했다.”

혁수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택시는 조용한 주택가 한 켠의 텅 빈 공원에 멈추었다. 차에서 내리자 공원 한 켠의 벤치 옆에 어두운 표정의 소년이 서 있었다. 희아는 붙임성 넘치는 웃음을 지으며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의뢰 번호 327번 님이시죠?”

소년은 불안한 표정으로 셋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고등학생들……이세요”

“아, 이건 그냥 코스튬 플레이……는 아니고, 호호. 사정상 교복을 입고 있기는 하지만 업무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니 걱정 마세요. 어차피 무료잖아요?”

“아, 예……. 그렇군요.”

어설퍼, 너무 어설퍼. 게다가 너무 무례한 거 아냐? 아무리 공짜라지만 이런 사람들을 믿고 의뢰한다니 믿을 수 없다.

그러나 의뢰인 소년은 별 말 없이 바지 뒷주머니에서 차곡차곡 접힌 종이 조각을 꺼내 희아에게 내밀었다.

“인터넷 신청서에도 썼지만……이걸 갖고 싶어요.”

종이를 펼치자 화려한 보석이 박힌 아름다운 목걸이 사진이 나타났다. 희아가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와우, 쇼메(Chaumet:200년 역사의 프랑스 고가 보석 브랜드)잖아, 이거.”

소년은 한층 더 어두워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하는 여자가……그걸 갖고 싶어해요. 아니, 정확히는 그걸 받으면 저와 사귀어 줄 수 있다고 했어요.”

사진의 목걸이는 고급 브랜드 같은 건 쥐뿔도 모르는 교진이 보기에도 굉장히 비싸 보였다. 재벌 집 도련님이 아닌 이상, 또래의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소년이 마음대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닌 것이 분명했다.

“이 목걸이가 언제까지 필요한데요?”

“이번 주 일요일, 그녀……의 생일에 선물하고 싶어요.”

일요일이면 바로 내일이잖아? 교진은 당황했지만 희아는 어깨를 으쓱했다.

“좋아. 백화점 마감 시간까지는 아직 30분이나 남았으니까!”

소년은 다급하게 덧붙였다.

“아!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1년 전부터 그녀를 쫓아다니면서 스토킹하는 남자가 있는데, 그 남자로부터 그녀를 자유롭게 해 주고 싶어요.”

희아는 소년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그것도, 그녀가 당신과 사귀어 주겠다는 조건 중 하나?”

소년은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희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중얼거렸다.

“아아, 이래서 혁수-나, 그리고 교진의 콤비네이션이 된 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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