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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브레이커스 by 동림

“이게 무슨 약인데?”
“자살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약.”

초인적 능력과 완벽한 외모 뒤에 각각의 상처를 숨긴 '이드 브레이커스' 멤버들과 잉여인간에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이 펼치는 바이올런스 학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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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동림[eastwood]
조회 850    추천 3   덧글 2    / 2009.04.29 14:05:53

“뭐야, 악질 스토커 주제에 자라나는 10대들에게 큰소리나 치고, 너무 뻔뻔한 거 아니에요?”

으아악, 간이 배 밖으로 이상발육이라도 한 거냐? 허리에 두 손을 얹고 당당하게 남자에게 말대꾸하는 희아의 태도에 교진은 한층 더 겁에 질렸다.

“뭐? 스토커? 이 기집애가 돌았나?”

남자는 진짜로 화가 난 듯 비닐봉지를 빙빙 돌리며 희아와 교진을 향해 빠르게 걸어왔다. 이제 진짜로 큰일났다. 뒤에 숨을 혁수도 없고, 저 인간에게 떡이 되도록 맞을 수밖에 없구나. 눈에 띄게 벌벌 떨기 시작한 교진 옆에서 희아가 중얼거렸다.

“어쩔 수 없지. 강혁수 대신 네 힘에 좀 기대 볼까.”

“뭐, 나?”

교진은 화들짝 놀랐다. 희아는 호탕하게 웃으며 교진의 등을 퍽 소리 나게 후려쳤다.

“왜 이래. 남자잖아?”

여장 시키려고 달려들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남자다움을 요구하다니. 이런 게 어디 있어? 그러나 아무리 억울함을 호소해 봤자 눈앞의 변신 미소녀, 아니 마(魔)소녀에게는 들어 먹힐 리가 없다. 거의 장풍 레벨인 희아의 손 힘에 떠밀려 앞으로 튕겨 나간 교진의 멱살을 남자가 거칠게 움켜잡았다.

“누가 스토커야? 엉?”

앗 하는 사이에 교진은 멱살을 붙잡힌 채 번쩍 들어올려졌다.

“으아아악! 죄, 죄송해요. 그게 아니라……!”

“요즘 가뜩이나 일도 잘 안 풀리는데 어디서 미친 녀석들이 시비를 걸고 지랄이야, 어디 한 번 죽어 볼 테냐? 엉?”

남자는 커다란 주먹을 교진의 코앞에 바짝 들이대며 위협했다. 교진은 거의 울 것 같은 심정으로 희아에게 소리쳤다.

“도, 도와줘, 희아!”

그러나 희아는 팔짱을 낀 채 대롱대롱 매달린 교진을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남자는 계속 주먹을 흔들며 교진을 위협했다.

“누가 내가 스토커라고 헛소리를 해? 당장 대답 안 해, 새캬!”

폭력에의 공포 앞에서, 머리 속의 회로가 엉키기 시작한다. 교진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희아와 남자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구만?”

남자의 커다란 주먹이 희아의 방관하는 차가운 시선과 교차되었다. 순간 온 몸을 도는 피가 차갑게 식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 것도 잘못하지 않았어. 왜 내가 맞아야 해? 왜 언제나 나만 힘이 없다는 이유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냐고?

맞는 건 싫어. 날 때리지 마. 힘 좀 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날 괴롭히지 마.

“이 짐승 같은 자식들아아아!!!!!”

교진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얼음처럼 차게 식었던 온 몸의 혈관이 단숨에 불붙은 듯 뜨거워졌다. 다음 순간, 남자는 빠른 속도로 날아온 무언가에 뒤통수를 강하게 얻어맞았다.

“우허억!”

남자는 돼지 멱 따는 듯한 소리를 내지르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남자를 공격한 것은 남자가 들고 있던 비닐 봉지에 들어 있던 맥주병이었다. 묵직한 맥주병은 계속해서 남자의 머리를 후려쳤다. 마치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이 휘두르는 것 같았다. 물론 그 맥주병을 휘두르는 것은 교진이 발휘한 염동력이었다.

“으하악, 아파, 크헉!”

교진은 말없이 고통스러워하는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멈추지 않고 이어지는 강한 스윙에 마침내 맥주병이 박살 나고 말았다. 산산이 깨진 유리조각이 남자의 이마와 얼굴을 긁으며 상처를 냈다. 견디다 못한 남자가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만! 그만해! 제발 살려줘, 그마안!”

“교진! 이제 그만 해. 저러다 머리 깨지겠어.”

희아의 만류에 순간적으로 정신이 돌아왔다. 교진은 헉 하고 숨을 들이키며 뒤로 물러났다.  남자는 두 손으로 피 흐르는 머리를 감싸고 납작 엎드려서 벌벌 떨고 있었다. 커다란 덩치가 애처로울 정도였다.

“살려줘……살려줘.”

교진의 심장이 터질 듯이 쿵쾅거렸다. 꽉 쥐고 있던 주먹에는 식은땀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교진은 자신이 얼마나 심한 흥분 상태에 빠져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희아는 벌벌 떠는 남자의 앞에 다가가 상냥한 어조로 물었다.

“그러니까 왜 아가씨 스토킹 같은 건 하고 그러셨어요?”

“살려줘……제발.”

남자는 아직 제정신이 아닌 듯 떨리는 목소리로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교진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희아는 교진을 흘겨보며 다그쳤다.

“아휴, 너 때문에 완전히 패닉에 빠져 버렸잖아?”

“……나도 이 정도로 강한 힘이 나올 줄은 몰랐어.”

“흐음, 아직 컨트롤의 기복이 심하구나. 위험한데. ……뭐, 재미있기도 하지만.”

희아는 잠시 혼잣말하더니 다시 남자에게 말했다.

“이봐요. 이제 안 때릴 테니까 정신 좀 차리고 내 말 들어요. 당신 1년 전부터 여대생을 스토킹하고 있었죠?”

남자는 떨면서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희아는 남자를 향해 생긋 웃으면서 얼굴을 변화시켰다.

“이 여대생, 맞죠?”

“으하아악?”

눈앞에서 변신한 희아의 모습에 경악한 남자는 반쯤 정신을 잃고 소리쳤다.

“귀, 귀신……귀신이야! 아멘, 하느님 아버지! 사람 살려!”

“멀쩡한 사람을 귀신 취급하다니 너무하네. 아무튼 오늘부터 스토킹은 그만두세요.”

“가까이 오지마! 으아악!”

남자는 거의 기절할 것처럼 발광했다. 남자가 그럴수록 희아는 한층 더 심술궂게 웃으며 변신한 얼굴을 남자의 코 앞으로 들이밀었다.

“약속해요. 이 여자분 스토킹 그만둔다고!”

“난 스토킹 안 했어, 그런 적 없어!”

“우기지 말아요. 또 혼나고 싶나 봐?”

희아는 교진을 가리키며 위협했다. 그러자 남자는 미치겠다는 듯 두 주먹으로 자기 가슴을 마구 두드리며 소리질렀다.

“우기는 거 아니야! 정말 그런 적 없어! 아까부터 자꾸 나보고 스토커라는데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냐고, 이 마귀들아!”

순간 희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교진이 보기에도 남자는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스토킹한 적이 없다고요?”

“없어! 내가 미쳤어? 스토킹할 여자도 없다고. 연봉 천오백밖에 안 되는 계약직한테 무슨 여자가 생기겠어? 내가 무슨 잘못을 한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이러지 마! 제발 목숨만 살려줘! 으허허허헝……!”

급기야 바닥에 뒹굴며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한 남자 앞에서 희아와 교진은 멍해졌다.

“지, 진짜일까?”

교진의 질문에 희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글쎄. 나한테는 텔레파시 능력이 없으니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왠지 느낌상 진짜 같지?”

“그렇다면 의뢰인이 거짓말을 했다는 거야?”

“그런 것 같지는 않아.”

“그럼 도대체…….”

희아는 이마를 살짝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아마도……의뢰인이 아니라 의뢰인의‘그녀’가 거짓말을 한 거겠지.”

“하아?”

“저 남자의 신상 정보는 의뢰인이 신청서와 함께 제출한 주소를 통해서 알아낸 거야. 주소는 의뢰인이 좋아하는 여자가 의뢰인에게 직접 알려 준 것이라고 했고. 만약에 처음부터 집 주소가 가짜였다면, 저 남자도 가짜라는 이야기지. 생각해 보면 스토킹 피해자가 스토커의 집 주소까지 알고 있으면서 1년 동안이나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해.”

“그러면 그 여자분은 대체 왜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

“그야 알 수 없지. 일단 의뢰인에게 돌아가 보자.”

계속 엉엉 울고 있는 남자를 내버려두고 희아는 발걸음을 돌렸다.

“저 사람은 저대로 놔 둬도 돼?”

“어쩔 수 없잖아? 브레이커들 중 아무도 시간을 돌리는 엄청난 능력은 없다고.”

뭐 이런 무책임의 극치가……. 희아의 가벼운 태도에 교진은 기가 막혔다.

“너무하잖아. 아무런 죄도 없는데.”

“대략 5분 전까지 맥주병으로 신나게 두드려 팬 게 누구였더라?”

“그, 그건 저 남자가 나를 먼저 위협해서 그런 거고!”

“그럼 1대 1, 정당방위네. 이제 됐지?”

……할 말 없게 만드는군. 교진은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희아를 쫓아갔다.

무고한 시민을 폭행한 후 협박하다니, 정의의 해결사는커녕 이건 완전히 막장 범죄 집단이다. 게다가 이제 나는 완전한 공범자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남자를 맥주병으로 때릴 때의 느낌은 자신을 괴롭히던 패거리들을 혼내줄 때와는 사뭇 달랐다. 카타르시스와는 다른 공포감. 바지에 오줌을 싸며 빌던 자전거 도둑을 바라볼 때와 비슷한 느낌. 전능한 힘을 휘두르는 신이라도 된 것 같은 우월감과 뒤섞여 밀려오는 묘한 죄책감에 좀처럼 심장이 진정되지 않는다.

“이게 다 강혁수, 그 무책임한 녀석 때문이야. 아직 컨트롤이 익숙하지 않은 네가 실수할 일도 없었고.”

의뢰인이 기다리는 동네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희아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내뱉었다.

“혁수는 왜 중간에 가 버린 거야?”

“그 자식은 회장 전용 노예거든.”

“뭐?”

21세기에 노예라니? 지나치게 자극적인 단어에 자동적으로 엽기적인 상상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브레이커 임무보다 회장의 호출이 우선인 녀석이야. 회장도 그래, 하필이면 신참인 너랑 같이 일하는 도중에 호출하는 게 어디 있어?”

“뭔가 사연이 있나 보네.”

“있겠지. 아주 징~하게 있는 게 분명해. 변태들 같으니. 흥.”

희아는 짜증난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너 그런 거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뭐라고?”

“남자들끼리 이러쿵저러쿵……만화 좋아하는 여자애들 좋아하는 그거 있잖아. 동인……비엘이라는 거. 날 여장시키려고도 했잖아, 너.”

“황교진?”

“으, 으으응?”

마이너스 온도로 내려간 희아의 눈빛에 교진은 화들짝 놀라며 어깨를 움츠렸다. 희아는 커다란 눈을 거의 튀어나올 정도로 크게 부릅뜨며 위협했다.

“죽고 싶지?”

“아니요…….”

“흥. 솔직히 둘 다 비주얼은 나쁘지 않지만 보고 있으면 기분이 음습해진다고. 사실 둘이 무려 유치원시절부터 소꿉친구 사이기는 해. 우리는 잘 모르는 둘만의 무언가가 있겠지. 키도 딱 맞고, 캐릭터도……회장은 흠잡을 데 없는 엘리트 미인형에 부회장은 좀 무뚝뚝하긴 하지만 전형적인 보디가드 형 캐릭터니까. 꺄아앙-.”

이런, 아무래도 내가 또 위험한 뇌관을 건드렸나 보군. 화를 낸지 1분도 안 되어서 빛의 속도로 마니아의 세계에 흡수되기 시작한 희아를 바라보며 교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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