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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복 이야기. by 은하수

그녀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내게 이렇게 말하였다. "세계 정복을 하는데에, 협조를 해 줬으면 좋겠어." 손가락으로 나를 가르키며 말하는 은하수. 조금은 그녀의 다음말에 대비 했더라면, 놀라 자빠지는 표정을 보이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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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은하수[vkdlf0123]
조회 949    추천 0   덧글 0    / 2009.05.04 23: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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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는 시간.

 은하수와 마야의 난감하기 짝이없는 사건 후, 수업 종소리가 울리고 몇분 후 수업은 시작되었다.

 너무나도 조용한 교실, 그 속에서 울려퍼지는 선생님의 수업 소리.

 수업은 조금 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순조롭게 진행 되고 있다.

 하지만 수업은 내가 보기엔 순조롭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 이외의 모두가 수업이 순조롭게 진행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너무나도 중요한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업이 시작되고 이내 몇초 후, 나는 잊었던 사실을 온 몸으로 느끼며 떠올리게 되었다. 

 그것은, 마야 다음의 은하수 타깃은 바로 나였다는 것!!

 현재 내 머리카락 사이엔 나 자신도 셀수 없는 무수한 지우개 가루가 엉겨 붙어 있다.

 그 하나하나에 의미따윈 없다. 그저 은하수는 다시금 남학생들에게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이고, 그 다음 대상이 나일 뿐.

 하지만 이건 보통때보다 정말 난감하다.

 난감하고 뭐고 간에 지금 이 사태는 위험하다고까지 느껴졌다.

 그건 당연히 나의 차례가 오면 난 당당히 은하수에게 화를 낼 생각이었기 때문에 더욱 난감한 것.

 그래, 분명 나는 다른 이들처럼 화를내서, 그 다음엔 은하수의 미움을 얻고 대충 다음 순서로 넘길 생각이었는데,

 그런데!!

 다음 순서로 넘기기 위해서 조금 전 사건처럼 540도 발차기를 맞아야 한다는 조건은 없었던 것 같았는데 말이지...

 그녀의 발차기는 내 기억상으론 순식간이었지만, 아주 화려하고 멋지다고 쓸데없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그 발차리를 면상에 얻어맞고나면, 내 기억은 분명 기절할만큼 아픈 발차기라고 기억하게 될 것.

 그나저나 난 이제 어떻게 표현해야 되는거냐? 화를 내는 게 너무나 두렵다. 

 차라리 이렇게 지우개 조각 맞고 있는 게 더 효울적일 것 같다고도 생각 해본다.

 

 

                                        

 

                                          %

 

 그렇게 그녀의 지우개 조각을 맞으며 어느세 세시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고, 그 시간들은 눈 한번 깜박인 시간과 엇비슷할 정도로 느껴졌다. 물론 나의 체감상 느낌일 뿐.

 어느세 4교시가 끝이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시간이 시작되자마자 나는 슬며시 은하수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그런 나의 조심스런 시선은 아랑곳 하지도 않고 은하수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나는 그 뒷모습을 확인하고는 머리 위에 수북히 쌓인 지우개 가루들을 털어내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털어 내다보니 바닥의 지우개 조각들은 산처럼 높아져만 간다. 순간 그런 모습에 울컥 하기마저도 한다.

 이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은하수는 완전 나를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나를 무시하고 시비를 걸더니, 이제 밥먹을 시간 됬으니 밥먹으러 갔다이거냐?!

 은근히 열받는다. 아니!! 이건 당연히 열 받아야 한다!!

 \"유리, 백발백중 이던걸.\"

 문득 마야가 아드레날린을 뿜어내던 내게 말하였다.

 \"내가 새어 봤더니 말이야, 2교시에서 4교시까지 총 224번 지우개 조각을 던졌어. 중요한건 이건데 놀라지 말고 들어 유리.\"

 마야는 검지를 치켜새우며 강조하였다.

 \"225번 명중했어.\"

 검지 손가락을 재차 치켜세우며 강조하는 마야.

 그런데 말이 안되잖아.

 \"224번 던졌다면서 무슨 225번 명중이야?!\"

 그 말에 마야는 혀를 몇번 내차더니 답답한 듯 답했다.

 \"내 말은 그정도로 적중률이 놀랍다는거지.\"

 검지를 쫙 펴며 자랑스럽게 말하는 그였다.

 그의 말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심정이었지만, 마야도 피해자이다. 나보다 더한. 하지만 그런 마야는 의외로 빨리 원래 상태를 회복한 듯이 보였다.

 나는 괜시리 물어보았다.

 \"마야, 괜찮냐? 은하수한테 너무 세게 얻어 맞은거 아냐? 아님 너는 이미 순서가 지났으니 그렇게 여유롭게 말할 수 있는거냐?\"

 반 정도는 농답썩인 말이었다. 그러나 마야의 멍한듯한 표정이 상당히 진지한 모습으로 바뀌어 버렸다.

 마야는 조금 흥분한 듯이 답했다.

 \"웃기지마. 나의 이 뺨에 발자국을 남긴 것은 평생 잊지 않을거다!!\"

 마야는 그렇게 말하고 분한듯이 이를 으득으득 갈아주었다.

 확실히 마야의 양쪽 뺨은 심하게 부어 있었다. 그중 오른쪽볼 정 중앙은 시퍼렇게 멍이 든 상태.

 하긴, 어련하시겠는가.

 수업시간 내내 이를 갈다가 한방 먹이려는 찰나에 오히려 역으로 한방, 아니 되레 두방이나 면상에 얻어 맞고 얌전한 개처럼 돌아오지 않았던가.

 의외로 자존심이 강한 마야다. 분하고 억울해 분통이 터질 터였다. 그러니 용서를 할 리는 없겠지.

 하지만 지금 문제는 마야가 아니다. 지금은 내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아닌가. 죽는다는 것은 마야처럼 맞는다는 뜻. 사건이 지난 몇시간 후지만 현재 마야의 상태로 말하자면 가끔씩 책상에 머리를 쥐어박곤 한다.

 그것이 고의적이라면 다행이지만, 그 우렁찬 두개골 소리를 들을때마다 내 두개골도 좌우로 흔들렸다.

 그러한 생각들을 하니 순간 아찔한 기분이 들어 몸이 짜먹는 요구르트처럼 힘이 쫙- 빠져 나가 버렸다.

 마야를 바라보니, 어느센가 다시 책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럴때에도 책이라니, 조금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아아, 여하튼 누가 대책을 강구해달라. 대책이 있다면 말이다.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간절히 바래보는 것이다.

 

 

 

 

                                     %

 

 그 날.

 난 결국 은하수에게 대꾸 한마디 못해보고 조용히 집으로 걸음을 옮겨야 했다.

 학교에선 순간 \'욱\' 하는 감정마도 치밀어 오르기도 하였으나, 그때마다 마야의 한없이 부풀어 오르기만하는 양쪽 뺨을 보고 그저 적반하장 심정으로 분노를 억누를 수 밖에 없었다.

 집에 돌아와 쓰러지듯이 침대에 몸을 맞겼다.

 침대에 누운채 천장을 올려다보며 가만히 생각하고보니, 반에서 분명 누군가는 날 보고 용기도 없는 남자, 자존심도 없는 남자, 남자답지 못하다. 등등의 생각들을 하는 것만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욱\' 하는 감정이 가슴 속에서 하염없이 치밀어 오른다.

 아니아니,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자. 일단은 긍정적으로. 그래, 긍정적으로.

 일단 지금의 사태를 정리부터 해보자.

 일단은 11번째 남학생까지는 은하수도 남학생이 화를 내어도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12번째 남학생인 마야에게만 유독 폭력을 행사한거냐?

 그래, 이렇게 생각해보면 이제까지의 12명중 폭력을 행사한건 마야에 한해서다. 그러니 은하수가 날 차거나 때릴 확률은...

 \"쯧.\"

 허공에 혀를 내차본다.

 이건 희망사항이잖아.  

 희망사항이 아닌 조금 더 깊이 따져가며 생각하면은, 이건 결국 다 은하수의 잘못인데 어째서 내가 이렇게 진땀을 흘리며 고민하고, 거기다 땅바닥을 기듯이 눈치를 보아야 하는가?!

 분하고 억울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한 내 마음속에 일렁인 것은 분노도, 억울함도 아니었다.

 그것은 일련의 각오.

 \'그 각오란 바로 화를 내고 싶지는 않다는 것.\'

 \"그래, 난 화를 내고 싶지는 않아.\"

 중학교 때에도 화를 낸 적은 몇번인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런 상황.

 내가 화를 냈던 몇몇의 과거들의 상황과 그리고 지금의 상황은 거의 일치하고 있다.

 하지만 뭐랄까? 이건너무, 식상 하다고나 말해야 할것이다.

 식상함의 주제는 바로 \'그녀에게 모두 화를 내는 똑같은 반응.\'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할수록 그런 똑같은 반응이 싫었다.

 그래서 난 그녀- 은하수에게 화를 내지 않는다?

 조금만 관점을 돌려보면 내가 생각하는 이것은 자기회피가 아닌가?

 아니다.

 순간 자기회피만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 이건 자기회피가 아니다. 정말로 나의 생각이다.

 정말로 단지 도망가고 싶다거나 그런 이유가 아니다.

 정말로 진심으로 은하수에게 다른 반응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

 은하수에게 이런 반응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만 싶다는 생각.

 정말이지만 지금 나는 그런 바보같은 생각을 바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참아서는 나만 손해잖아. 그렇게 참아서 기껏 한다는 게 그게 다야?

 아니아니, 좋다.

 뭐. 이미 내 생각은 이쪽으로 많이 기울여진 것.

 자기 회피이든 겁쟁이라든 무엇이든 상관 없다.

 난 결코 화를 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 어떻게 생각해보면 은하수는 오히려 우리에게 화를 내게 만드는 것을 즐기는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담 화를 내는 것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의 반응일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 마음속의 반론들은 모두 잠잠해 졌다.

 그래, 네 녀석이 원하는 반응 따위, 내가 해 줄 것 같냐?!

 그렇게 그날, 스스로도 알수 없는 각오를 다지는 나였다. 

 

  

 

 

                                                   %

 

 다음 날, 여전히 하늘에 해가 뜨고, 난 여전히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학교에 등교를 하였다.

 그리고 그녀- 은하수도-

 그녀는 나보다도 일찍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얼마나 빨리 왔는지 그녀가 몇시에 왔는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정말 괴물 같다.

 뭐, 애초에 그녀가 학교에 오지않는다는 변수는 기대하지 않았으니까.

 \"유리.\"

 문득 자리에 막 앉은 내게 마야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응?\"

 \"그냥 한대 맞고 끝내기가 싫으면 선생님에게라도 말하는 게 좋아.\"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언제 자신이 말했냐는 듯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정말 성의 없는 그의 말투.

 하지만 그건 분명 걱정어린 말. 

 \"걱정 해줘서 고맙다. 그런데, 난 당당히 맞설거야. 물론 그렇다고 화를 내지는 않을것이고.\"

 듣던 말던간에 나는 책에 몰두 하고있는 마야에게 답해주었다.

 별로 답변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러냐.\"

 마야는 여전히 책에 시선을 고정시킨채 답하였다.

 생각 의외다. 나를 걱정 해주다니, 녀석은 의외로 좋은 구석도 있는건가?

 마야의 응원 비슷한 말을 들은 나는 다시금 은하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무표정한 모습으로 턱을 꾀며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난 그녀- 은하수의 옆모습을 살의없이 노려봐 주었다.

 물론 그녀는 내게 관심도 없었지만, 내 나름의 도전장이었다.

 

 



태그
5 은하수  lv 5 57.5% / 1845 글 132 | 댓글 171  
안녕하세요. 제가 쓴 이야기 재밌어요.
아, 그렇다고 절대 읽어보라는 권유의 프로필이 아님(ㅇㅂㅇ)/
참고로 저는 반전을 사랑하는 사람. 완결이 나기전엔 스토리를 논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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