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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복 이야기. by 은하수

그녀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내게 이렇게 말하였다. "세계 정복을 하는데에, 협조를 해 줬으면 좋겠어." 손가락으로 나를 가르키며 말하는 은하수. 조금은 그녀의 다음말에 대비 했더라면, 놀라 자빠지는 표정을 보이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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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세계 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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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은하수[vkdlf0123]
조회 857    추천 0   덧글 0    / 2009.05.06 00:42:52

 

                                         %

 

 \"세계 정복을 하는데에, 협조를 해 줬으면 좋겠어.\"

 그녀의 말은 잠시동안 나의 귓등을 메아리쳤다.

 나로선 한동안 그 말의 뜻을 적극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당연하게 이해되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귀를 몇번인가 후벼팠다. 나는 요즘 내 귀가 안 좋아진 것 같아 되물었다.

 \"뭐라고?\"

 \"두 번 말 안해.\"

 나의 물음을 그녀는 단호히 거절해 보였다.

 단호한 표정.

 \"아니 그러니까. 세계정복?!\"

 정확히는 나도 그 말의 뜻이야 이해하지. 바보는 아니니 얼핏 이해하고 말고.

 하지만, 전혀 이해하고 싶지 않은 말이잖은가.

 웃기지도 않는다.

 농담도 정도껏 되야웃지, 여기까지 끌고와서 하는말이 고작 그런 농담이냐. 아니면 내가 그 말을 듣고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실험이라도 하는거냐?

 \"거절은...용서치 않아.\"

 순간 나의 반응을 살펴만 보고있던 은하수의 눈에서는 살기가 파릇파릇 새싹처럼 돋아나고 있었다.

 봄의 새싹따윈 모조리 뽐아내고 피어나는 잡초같은 무서운 눈빛.

 그 눈과 마주치자 척추가 부들부들 떨리는 것 같았다. 그러니 괜히 겁먹은 모습 보이지 말고 일단은 그녀의 말을 생각하고 존중해 주어보자.

 \"저기 은하수, 그렇게 험상굳은 표정하지말고, 그러니까 내 말은. 우리 둘이서 하자는거야?!\"

 \"누구 더 있나?\"

 은하수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빠른 어조로 답했다.

 저기 설마 진담이었던거냐?

 제발 참아주라, 자기가 무슨 히틀러도 아니고 말이야.

 일그러지는 미간을 억지로 펴보며 나는 말했다. 

 \"그런데 저기 어떻게 세계를 정복한다는거야? 무력을 써서? 아님 무슨 기발한 방법이라도 있나?\"

 그래도 말을 꺼낸 사람이니 세계를 정복한다는 방법이나 들어서 나쁘진 않겠지?
 \"세계 정복에 다른 방법이 뭐가 있겠나. 역시 정복하면 무력이지.\"

 그 말을 듣자 나도 모르게 등줄기에서부터 땀이 배여 나오고 있었다.

 완전 막무가네잖아 이거.

 그래서 지금 그 무력 정복에 같이 동참해 달라고? 이 말이 진심이든 거짓이든 이건 당연히 거절이다. 거절한다고 말하자. 아니 그래도 진짜냐?

 그녀의 너무나도 진지한 눈동자 때문에 거절한다는 말보다 사실여부가 더욱 궁금해졌다.

 진짜야? 진짜야? 라는 말이 끊는 물의 거품처럼 쉼 없이 쏟아올라 할 수 나는 물었다.

 \"설마 세계 정복이란 말, 진짜로 할 생각이야?\"

 은하수는 잠시의 뜸을 들이고는 마치 선서하듯이 오른손을 쫙 펴고 말했다.

 \"스틱스강에 걸고 맹세하지.\"

 무슨 그리스 신이냐.

 그보다 이상황. 아니 이 사태 만이라도 피해야 한다. 최소한 이 사태만은!!

 머리를 빠르게 굴려 나는 답한다.

 \"그런데 내가 네 세계 정복에 뭘 돕는다는 건데?! 난 참고로 싸움은 잘 못해.\"

 나의 말에서 하기 싫다는 감정을 은하수도 충분히 읽어 주었으리라.

 그래도 역시 그녀의 다음 말이 걱정되어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녀의 다음말을 경청하였다.

 \"걱정마, 넌 싸움은 안해도 상관 없어.\"

 이상하게 들리긴 하지만, 여하튼 상관 없다는 말?

 \"...그, 그럼 난 네 일에 별로 관여할 필요 없다는거네?\"

 \"그렇지. 넌 그냥 작전만 짜면 되.\"

 .......

 .....

 ...

 \"무슨...소리지?\"

 나는 또 다시 이해가 안되어 다시 물었다.

 주위에서 나의 이해력이 부족하단 소리는 들은적이 없지만, 새삼 나는 이해력이 부족하다고 자각하였다.

 \"작전 참모. 넌 작전 참모니 그냥 작전만 짜면 되.\"

 \"...\"

 이해해야 한다. 이해 해야한다.

 정말로 이해 해야한다.

 하지만, 도저히 모르겠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내가 작전 참모?!

 \"그래. 넌 세계 정복의 작전만 짜주면 되.\"

 은하수는 연이어 당연하다는 듯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당연하다는 듯한 말에 나도 그제서야 이 상황이 제대로 이해가 되었다.

 그런가. 황당한 소리에 난 그만 너무 당황했었다.

 냉정히 이 상황을 해석해 보자면 가장 현실에 맞는 것은, 바로 이건 기싸움이었다.

 무언의 기 싸움.

 그렇기 때문인지 처음부터 은하수의 말은 끝까지 명령조가 아닌가. 그렇기에 지금 은하수는 말에 진다면 은하수는 영원히 나의 위에 서서 군림할 것이다.

 만약 내게 용기가 없다면 몇분 전까지의 지우개 사건을 떠올려보라. 지우개 사건을 생각 해보면 없던 용기와 분노가 끝없이 치밀어 오를테니, 그러니 절대 질 수 없다.

 나는 충전된 용기와 분노의 힘으로 말했다.

 \"은하수. 왜 자꾸 명령조로 말하는건데?\"

 \"그럼 존댓말 써줄까?\"

 은하수는 바로 비꼬 듯 답해 보였다.

 맞는 말이지. 존댓말 쓸 수는 없겠지.

 너무나 당당한 그녀의 말에 내 사고는 다시 이해타산적 사고로 돌아와 버렸다.

 좀 비참하긴 하지만 이런 사고가 현대인이 살기엔 가장 편한 사고.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런식으로 계속 그녀를 도발하다간 나도 마야처럼 한대 꼭 맞을것이다.

 하필 지금은 청소 시간이라 남는 쉬는 시간도 많다. 말려줄 사람도 없는 장소이고, 한번 맞기 시작하면 속절없이 터질 것.

 즉 나는 제 발로 사지를 찾아 들어온 것. 

 어떻게 빠져나가지?

 은하수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고 어떻게 여기서 무사히 빠져 나가지?

 \"숫자...그래, 원래 작전 참모만 있는 게 아니잖아!!\"

 \"직접적으로 예기해라.\"

 은하수는 스스로 생각하긴 싫은지 잠시의 뜸도 들이지않고 내게 말했다.

 여기서 그녀는 귀찮은건 모두 남한테 돌리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나는 잠시 생각을 하고 그녀의 말대로 직접적으로 예기하였다.

 \"그러니까 동료, 동료가 필요하다는 말이야. 정보병이라든지, 전투 대장이라든지, 작전 참모만 있음 안되잖아?\"

 \"꼭 필요한건가?\"

 필요하기는, 당연히 시간벌기용 말이지.

 \"응!\"

 그래, 시간만 있으면 이 녀석의 논리에 벋어날 수 있는 말 따윈 10가지 정도는 만들 수 있는 나다. 내가 미쳤다고 그런짓, 말도 안되는 세계 정복따윌 하고 있겠냐.

 \"그럼 학교가 끝나면 바로 학교 뒤편의 작은 공터에 나오도록. 내가 알아서 동료를 모아 보도록 하지.\"

 은하수는 그렇게 말하고 거침없이 몸을 돌리고는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끝마쳤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래도 너무 미련없잖아.

 비록 빨리 예기가 끝나길 바란 나지만, 그래도 나로선 하나 궁금한 의문점이 남기 마련이다. 

 \"저기 근데.\"

 뚜벅 뚜벅...

 멀어져가는 그녀의 등 뒤로 나는 작게 소리쳤다.

 \"왜 하필 나인거야?\"

 왜 하필 나에게 그런 얼토당토 않은 소리를 한 것일까? 그 점은 아무리 깊이 따져봐도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물었다.

 하지만 은하수는 나의 말에도 여전히 내려가고 있었다.

 뭐, 처음부터 답변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정말 답변은 없는건가.

 답변이 오지않아 뭣하면 내 말이 그녀에게 씹힌것이 아니라 혼잣말을 한것으로 치부하면 되니, 내 말이 씹힌듯한 기분나쁜 느낌은 받지 않는다.

 \"시험에 함격했으니까.\"

 하지만 의외로 답변은 들려왔다.

 등을 돌리고 한 대답이라 그녀의 얼굴을 볼수는 없었지만, 그녀가 한 대답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난 왠지 그 시험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부가설명 없이도 쉽게 알 것만 같았다.

 \"혹시 그 시험이라는거?!\"

 \"그래, 다른 이들은 이미 가망이 없었어.\"

 은하수는 이번엔 내게 고개를 돌려 답했다.

 그 얼굴 속엔 진실함만이 가득 배여 있는 모습.

 시험. 그건 분명 1학년 3반을 혼돈으로 휩쓸고간 사건.

 그리고 지금은 나를 매번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그 행위.

 \"뭐 간략하자면 귀찮으니, 이만.\"

 나는 다시 내려가려는 은하수의 등 뒤로 향해 말했다.

 \"은하수. 내가 앞으로 하는 말은 너를 탓하는 게 아니라는 것만 알아줘. 걱정이 되서지.\"

 은하수는 가던 길을 멈추고는 다시 나를 올려다 보았다. 무표정한 시선.

 그 모습을 확인한 나는 이어 말했다.

 \"네가 한 그 유치한 행동, 반 애들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는 알고있지?\"

 \"알게 뭐야.\"

 반성의 여지없는 빠른 답변에 나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지금 세계 최고의 악녀를 보고 있는것인가. 알게 뭐야라니. 정말 나를 당혹케하는 답변으로는 최고구나.

 \"다시 한번 더 말할게. 네가 한 그 행동, 직접적으로는 우리에게 온 피해지만, 그런 짓을 하면 결국너도 친구하나 생길 수 없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결국 네 손해가 되는거야 이 바보야!\"

 이 정도면 내 진실함이 전해 졌으려나? 너의 잘못함. 그러니 앞으로의 행동을 잘 생각해보라는 말이었는데 알아 들었으려나.

 나의 말은 정말 그녀-은하수 하나만을 생각해서 말한 진지한 말이었다. 정말로 그녀가 앞으로도 이런 식이라면, 아니, 이미 각인되어버린 잘못된 이미지를 바꾸려고 하지 않으면 분명 그녀의 앞날에는 친구가 있을리 없다.

 그리고 졸업하는 날까지 그 잘못 때문에 친구하나 사귀지 못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답변은 나의 주제와는 또 다른 답변이었다.

 \"그러는 너도 친구가 있는 것은 아니잖아?\"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잠시동안 나와 눈을 마주치다, 이내 고개를 홱 돌리고는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

 

 



태그
5 은하수  lv 5 57.5% / 1845 글 132 | 댓글 171  
안녕하세요. 제가 쓴 이야기 재밌어요.
아, 그렇다고 절대 읽어보라는 권유의 프로필이 아님(ㅇㅂㅇ)/
참고로 저는 반전을 사랑하는 사람. 완결이 나기전엔 스토리를 논하지 말라.

세계 정복 이야기. 20편
마계 정복 이야기. 18편
마녀사냥. 17편
Enic 13편
브레스 1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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