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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브레이커스 by 동림

“이게 무슨 약인데?”
“자살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약.”

초인적 능력과 완벽한 외모 뒤에 각각의 상처를 숨긴 '이드 브레이커스' 멤버들과 잉여인간에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이 펼치는 바이올런스 학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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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림  lv 2 53.3333333333% / 460 글 1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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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드 브레이커스 -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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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동림[eastwood]
조회 1036    추천 0   덧글 4    / 2009.05.08 17:42:01


“뭐야 그게?”

“이드.”

교진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돌을 바라보았다. 돌은 손가락 두 마디 정도 길이로, 조약돌처럼 매끈하고 둥근 형태에 반투명한 내부가 흐릿한 주황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보석이라고 하기에는 찬란함이 부족하지만, 그냥 돌멩이로 취급하기에는 신비로운 빛의 돌이었다.

“의뢰인에게서 해방된 이드는 보통 보석의 형태로 남게 돼.”

“하…….”

이제는 더 이상 놀랄 힘도 부족하군. 희아는 가방에서 자그마한 천 주머니를 꺼내 이드를 소중하게 집어넣었다.

“그 돌은 어떻게 처리되는 거야?”

“서버에게 넘겨줘야 해.”

“그럼 서버는 그 돌로 뭘 하는데?”

“수집 창고로 들어가게 돼.”

“수집……? 창고?”

이번에도 자세한 설명은 해 주지 않을 분위기다. 희아는 짝 소리 나게 박수를 치며 소리쳤다.

“의뢰번호 327번 무사 해결 완료! 꺄-. 이번에도 멋지게 끝냈어.”

유명인사 사칭, 시가 4천 만원 짜리 귀금속 절도, 무고한 시민 폭행의 어느 부분이 멋지다는 거냐? 누가 봐도 이건 범죄자 집단이잖아. 불법 게임 소프트 유포 정도와는 비교도 안 되는 범죄라고. 너무나도 의기양양하게 기뻐하는 희아에게 교진은 소리치고 싶었지만 어디까지나 머리 속 바람일 뿐이었다.

“왜 똥 씹은 표정을 짓고 그래?”

“아, 아니.”

“빌어먹을 부회장 녀석이 중간에 빠진 건 열 받지만, 덕분에 너의 데뷔전을 훌륭하게 마쳤으니 나름 일석이조 아니겠어? 이제 염동력 컨트롤은 어느 정도 감이 오지?”

“그런가…….”

솔직히 컨트롤이라는 게 정확히 뭔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능력을 쓸수록 뭔가 느낌이 오기는 한다.

“슬슬 학교로 돌아가자. 회장한테 의뢰 완료 보고하고 포획한 이드를 넘겨야지!”

“어어, 이건 좀 놓고……!”

앗 하는 사이 교진은 희아의 손에 팔목을 붙잡혀 끌려 나갔다. 이 여자 진짜……. 얼굴만 좀 귀여울 뿐이지 힘은 장사에다가 심각한 마니악 취미에 남자 손이나 마구 만져대고, 심지어는 그……팬티 노출……까지. 도대체 누가 데려가려나. 남 걱정할 주제가 아닌 나지만 정말 걱정스럽다니까.

 

Class 5. No pain, no gain

 

산화고 신관 5층 한구석에 자리한 4평 크기의 교육 자재실. 간판과는 달리 그 곳은 산화고 비공식 엘리트 서클‘소사이어티 D’의 부실로 쓰이고 있다.
교진과 희아가 의뢰를 마치고 돌아오는 동안, 부실에는 산화고 학생회장이자 소사이어티 D의 회장인 지완과 선도부장 가영 두 사람만이 있었다. 사티의 짐노페디가 조용히 흐르는 가운데, 두 사람은 각각 소파와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지이의 자퇴가 정말로 받아들여진 걸까?”

가영이 은테 안경을 치켜 올리며 중얼거렸다. 지완은 무릎에 올려 놓은 헤밍웨이 선집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여유로운 어조로 대답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자퇴는 전례가 없는 일이잖아.”

안경 너머에서 가영의 눈빛이 의심을 가득 담아 번뜩였다. 지완은 변함없이 여유로운 태도로 천천히 책장을 넘기며 말했다.

“전례가 없지는 않아. 한 번 있었지.”

“그래. 단 한 번 있기는 했지만, 그 건은…….”

탁. 지완은 책을 덮었다. 가영은 살짝 긴장하며 입을 다물었다.

“지이의 자퇴가 수리되지 않았다면 후임인 황교진 몫의 필이 지급되었을 리가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황교진 같은 성적도 인격도 배경도 한참 부족한 학생이 우리들 중, 아니 모든 브레이커들 중에서도 최강 레벨의 멤버였던 지이의 후임으로 들어왔다는 것도 이상하고. 지이가 하필이면 왜 그런 아이를 선택했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아.”

“그건 우리가 의심해야 할 일이 아니야.”

지완은 가영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가영은 더 이상 이의를 표시하지 않았다. 묻지 말 것. 의심하지 말 것. 그것은 브레이커스 내의 묵약.

“……집안일은 무사히 마무리 되었어?”

잠시 침묵하던 가영은 작은 목소리로 지완에게 물었다. 지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혁수 덕분에.”

“……다행이네.”

가영은 더욱 자그마해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응? 뭐라고?”

지완의 말에 가영은 책 표지를 꼭 움켜쥔 채 황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아무 것도.”

“다녀왔습니다아-! 의뢰 무사 완료 보고합니다!”

활기 넘치는 하이톤이 울렸다. 희아는 한 손으로 교진의 팔목을 붙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 부실의 문을 활짝 열며 들이닥쳤다. 지완이 일어나 웃으며 두 사람을 맞이했다.

“좋아. 잘 해낼 줄 알았어.”

희아는 교진의 팔목을 확 놔 버리고는 지완을 향해 기관총 같은 속도로 불만을 쏟아냈다.

“아우-! 강혁수 그 자식 또 맘대로 이탈했다니까요. 덕분에 저랑 교진이 둘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요? 회장, 제발 아무리 급해도 의뢰 해결 도중에는 부회장 호출하지 말라고 제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 월권 행위도 적당히 좀 하라고요!”

“미안, 미안. 앞으로는 주의할게.”

“쳇. 회장 주제에 신뢰도 제로라니까 정말.”

희아는 툴툴거리며 가방에서 이드가 들어 있는 주머니를 꺼내 지완에게 넘겼다. 그러는 동안 교진은 손가락 모양의 자국이 남은 손목을 붙들고 끙끙거리고 있었다. 지완은 교진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래도 교진이 혁수만큼 능력을 발휘해 준 것 같은데. 안 그래?”

“뭐, 그건 그랬지만요.”

마치 부화 후 첫 비행을 마친 새끼 새를 보는 어미 새 같은 흐뭇한 표정으로 교진을 바라보는 희아와 회장. 유치원생 시절 이후로 이런 흐뭇한 시선 같은 건 받아본 적 없는 나로서는 좀……아니 무지하게 부담스럽다. 이럴 때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하지? 몸 둘 바를 몰라 하는 교진을 향해 가영의 싸늘한 한 마디가 꽂혔다.

“다음 의뢰 때는 능력 컨트롤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연습해 둬. 너 때문에 의뢰 해결 도중에 문제가 일어나면 다른 멤버들에게 민폐니까.”

“네, 넵. 알겠습니다.”

당황한 교진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대놓고 민폐라는 말을 들으니 가슴이 조금 아픈 걸.
민폐야. 방해돼. 5년 경력 왕따 인생에서 수천 번도 넘게 들어 온 말이지만 들을 때마다 새롭게 속이 쓰린 건 어쩔 수 없다. 이곳은 나랑은 어울리지 않는 대단한 집단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좋아. 첫 의뢰를 멋지게 마무리했으니까 이제 자축하러 가자!”

“자, 자축?”

우울해할 틈도 없이 교진은 다시 희아의 손에 붙들려 끌려 나갔다. 학교 밖 번화가 골목까지 질질 끌려가던 교진은 온 힘을 다해 희아의 손을 뿌리쳤다.

“그만 좀 놔 줘. 이러다 부러지겠다고! 이거 좀 봐, 너 때문에 손자국 난 거.”

“어머. 남자 주제에 연약한 여자가 손 좀 잡았다고 엄살은.”

네가 연약하면 나는 벌써 중환자실에서 산소 마스크에 의지해 연명하고 있었을 거다. 도대체 저 자그마한 손에서 어떻게 이런 무식한 힘이 나오는 거냐?

“아프기만 해?”

발갛게 자국이 난 손목을 슥슥 문지르는 교진을 향해 희아가 의미심장하게 물어왔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떨리거나, 두근두근하거나, 피부 온도가 급상승한다거나,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다거나.”

그럴 리가 있냐! 나한테는 우주 최고 여신인 지이가 있는데. 팬티 한 번 보여줬다고 헌신짝처럼 순정을 저버리는 그런 비열한 남자가 아니라고.

“역시 교진, 너는…….”

“으, 으응?”

진지하기 짝이 없는 희아의 눈빛을 보자 등줄기에 식은땀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이 여자 설마 처음부터 나한테 그......런 감정으로? 에이 설마. 설……마.
왕따 인생 18년을 통틀어 이런 상황은 난생 처음이다. 동산 유치원 별님반 시절부터 나는 짝사랑하다가 차이기만 해 왔다고. 하지만 만에 하나 소희아, 얘가 날 좋아하는 거라면 어쩌지? 난 일편 단심 지이만을 좋아하는데.
……잠깐만, 나 지금 엄청 잘 나가는 녀석들이나 하는 고민을 하고 있잖아? 이게 꿈이냐 생시냐? ‘지식im’에다가 연애 상담 글이라도 올려야 하는 건가? 나 지금 여자 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어요?! 우어어어? %^&%^*%??
사고회로가 걷잡을 수 없이 엉켜 들어가기 시작한 교진을 향해 희아가 비장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교진, 너는……여자를 좋아하지 않는 게 틀림없어!”

“……뭐?”

멍해진 교진을 향해 희아는 확신에 가득 찬 어조로 말했다.

“어쩐지 첫눈에 크리스 코스튬 플레이를 시켜야겠다는 삘이 오더라니……역시 내 눈은 확실하다니까! 너는 애초부터 여자한테 관심이 없는 체질인 거야.”

“뭐라고???”

“아아. 많이 힘들었지? 괴롭히는 녀석들도 그것 때문에 생겼을 거고. 세상은 동성애에 잔혹하지만 나랑 우리 애니메이션부 멤버들은 그렇지 않아. 말이 나온 김에 애니메이션부에 정식으로 입부하는 게 어때? 가입 시기는 아니지만 내가 회장 권한으로 추천하면 되니까.”

부탁이니 누가 이 여자 좀 말려줘. 대략 10초 동안 잘 나가는 남자의 기분을 맛보다가 순식간에 게이로 오해 당하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 교진은 망연자실해졌다.

“저거 희자 아냐?”

두 사람 옆으로 한 무리의 여고생들이 지나다가 발걸음을 멈추며 수군거렸다. 산화고에서 세 블록 떨어져 있는 명신여고 교복이었다.

순간 반쯤 무아지경 상태에 빠져 있던 희아의 표정이 새파랗게 굳어졌다. 명신여고 학생들은 계속 희아의 얼굴을 힐끔거리며 수군거렸다.

“에이. 설마. 희자가 저렇게 귀엽게 생겼니?”

“그건 그렇지만 분위기가 좀 닮아서. 희자 걔도 일본 빠순이었잖아? 쟤처럼 일본만화 캐릭터 배지 같은 거 가방에 주렁주렁 달고 다녔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희자가 저렇게 예뻐지려면 견적이 천만 원은 나올 걸? 꺄하하!”

여고생들은 배를 잡고 웃어대기 시작했다. 희아는 고개를 푹 숙이고 한 손을 뻗어 교진의 소매 자락을 붙잡았다.

“……가자.”

“어어?”

당황한 교진을 향해, 희아가 고개를 숙인 채 날카롭게 소리쳤다.

“빨리 가자고!”

이번에는 교진이 희아를 이끌고 빠르게 거리를 벗어났다.

“왜 그래 갑자기?”

거의 200미터 정도를 걸어온 다음에야 희아는 붙잡고 있던 교진의 소매에서 손을 놓았다. 희아는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

배라도 아픈가? 설마 한 달에 한 번 오는 그 시기? 안 그러던 여자가 갑자기 이러니까 당황스럽잖아!

“난 집에 갈래……자축 파티는 다음에 하자.”

“그, 그래.”

희아는 돌아서서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가 막 도착한 버스에 올라타 버렸다. 알아서 돌아가 줘서 다행이지만, 조금 걱정스럽기도 하다. 멀쩡(?)하다가 갑자기 왜 저러는 거지.

멀어져 가는 버스를 잠시 바라보던 교진은 자신도 집에 돌아가기 위해 터덜터덜 걷기 시작했다.

“앗, 차가워.”

손등을 스치는 묘한 감촉에 놀라 내려다보자 희아가 잡고 있던 소매 자락 끝이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언제나 대담하게 손목을 잡고 휘두르던 여자였는데, 왜 소매 자락을?
교진은 잠시 머리를 긁적이며 의아해했지만 궁금증은 금방 사라져 버렸다. 어제 오늘 해낸 일생 첫 브레이커 업무를 되새김질하기에도 벅찼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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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 東林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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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엘리니스 05/08/06:16
재미있게 잘 보구 갑니다 ^^
2 동림 05/08/06:52
감사합니다. ^^
0 도메인 05/10/10:54
저두잘보구가여
희아넘귀여워여
2 동림 05/13/06:06
넵. 리플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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