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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공호 by 계수

=전 세계의 명예로운 인류 여러분. 대통령…. 아니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감히 고하겠습니다. 도망치십쇼. 살아남아 주십시오. 결코 이 지구에 인간이 살았다는 것을 잊게 하지 말아 주십 시오… 그리고… 어… 그리고….= 대통령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후 tv가 꺼지고 평범한 광고가 흘러나왔다. 싸늘한 교실에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광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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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81    추천 0   덧글 0    / 2009.05.09 18:05:00

“역시 내 생각대로 묘하게 뭉쳐있군. 저 녀석들.”

준권이 하람에게 속삭이듯이 중얼거렸다. 하람은 조용히 순응하며 리빙룸에 있는 마스의 7명을 바라보았다. 사전에 말 했던 대로 준권에게 위협을 주듯이 모두 묘한 움직임을 하고 있었다. 서로의 결속을 일부로 티내기라도 하듯이 이상하게도 떨어지지 않는 7명. 게다가 이쪽을 경계하듯이 쳐다보고 있는 덕에 3살짜리 어린애라도 신경을 쓸 만한 분위기였다.

“걱정 마. 이미 방공호는 너의 것. 마스의 7명쯤 금방 처리할 수 있잖아?”

“뭐?”

“올려 보내면 그만이야. 그럼 애들도 더욱 널 추켜세울 수밖에 없게 될 걸.”

뱀이 이브를 꼬여내듯 세치 혀로 준권을 구슬리는 하람. 준권은 그 말에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행동을 보며 하람은 안심했다. 다행히 양심의 가책을 덜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준권이란 학생 하나를 파멸시킨다. 분명 그런 권리 따위 하람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야만 했다.

환풍구의 끝. 그 지옥에서 보았던 남자는 바로 준권이니까.

확실하게 얼굴을 보진 못 했지만 말투에서 묻어나는 분위기. 그리고 목소리 등은 정확하게 준권과 일치했다. 게다가

혹시 하람이 틀리더라 하더라도 이런 녀석을 이 방공호에 계속 놔둘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그 곳으로 가는 길. 환풍구를 통해 갈 수 있었던 곳을 준권은 어떻게 갈 수 있었을까? 대답은 뻔했다. 바로 하람과 학생들이 들어 온 바로 저 승강기.

승강기로 위로 올려 진 학생들이 하람이 본 인체표본 안에 들어가 있었다. 즉 어떻게든 그 장소와 승강기를 통해 갈 수 있는 장소는 이어져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동시에 승강기는 이제 더 이상 지상. 즉 하람과 아이들이 살던 그 학교로는 데려다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

이제 하람을 포함한 아이들은 돌아갈 수 없었다.

“가자. 더 이상 있어봐야 저 녀석들 눈치나 봐야 하니까.”

하람이 기다리던 준권의 말에 순순히 일어났다.

복도로 나온 하람과 준권은 아무 대화 없이 걸어 나갔다. 아마 지금 쯤 하람의 계획대로 모든 것이 준비되어있을 마스를 향해서.

“너,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어?”

꿀꺽. 하람은 조금 당황하며 숨을 삼켰다. 하지만 다행히 준권의 눈동자에 표정의 변화가 없는 하람의 얼굴만이 비추어져 있었다.

“별로, 있다면 개인적인 감정 정도?”

“무슨 의미야?”

“한 명. 좋아하는 녀석이 있어.”

“뭐? 네가? 서하람이?”

준권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조롱의 표정을 지으며 비웃었다.

그래 그렇게 위에 서 있다는 듯이 비웃어라. 그 자만이 곳 네 목을 옭아맬 거다.

“누군데?”

“시화.”

“아아, 그 알비노? 너도 참 취향 특이하구나. 얼굴은 반반한 녀석이니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여유를 부리며 말 하는 준권의 이미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평소엔 냉철하고 담담하던 녀석이 말이 많아지고 성격도 개방적으로 바뀐 것 같았다.

종말을 앞두고 권력을 잡고 있는 사람이라서 일까? 아니면 무언가에 쓰인 걸까?

뭐, 지금에 와서는 어찌되든 상관없었다.

곳 마스에 도착한 준권과 하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준권은 그 안에 있는 인물을 보며 적잖게 놀랐다.

“서연화, 네가 왜 여기있는거지? 네 방은 비너스일 텐데?”

준권이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물었다. 하지만 연화는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준권에게 다가왔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알려주려고.”

“뭐?”

준권이 무슨 뜻이냐는 듯 묻자 연화는 슬쩍 하람을 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네 옆에 있는 하람이 여기 숨어있다 널 덮쳐 ‘위’로 올려 보내라더군.”

“…무슨 말이야?”

준권이 거세게 하람을 돌아보며 물었다.

“말 그대로야. 여긴 바깥으로 소리도 잘 안 새어나가고. 딱 좋잖아? 누군가 때려눕혀 버리기엔.”

“자, 잠깐. 연화야. 그게….”

하람이 당황하며 말하자 준권은 확신했다는 듯이 하람의 멱살을 잡아 벽에 몰아붙였다.

“너 이 자식. 저게 무슨 말이야, 진짜냐?!”

“윽”

죄어오는 옷깃에 하람은 숨조차 쉬기 괴로웠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연화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재미있지? 여기까지 끌어올려 준 사람이 이제 와서 배신이라니.”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멱살을 잡힌 하람을 비웃는 연화.

“으, 새, 생각해봐. 저런 여자애 하나에게 널 쓰러뜨리게 하라고 했겠어?”

하람의 논리적인 말에 준권이 연화를 쳐다보았다.

“물론 공범이 있었지. 저 샤워실 안에 가둬 두었어. 밧줄로 꽁꽁 묶어놨으니 확인해 보지 그래?”

연화의 말에 준권은 수상하다는 듯이 연화를 쳐다보다가 이내 주머니에서 커터를 꺼냈다.

“드르륵”

소름끼치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커터의 은색 빛의 날이 연화의 목 언저리를 위협했다.

“만약 아무것도 없다면 죽여 버리겠어.”

진심어린 위협과 함께 하람을 앞으로 세우고 샤워실 쪽으로 걸어가는 준권. 샤워실 문이 열리자 그 안엔 손목이 묶여 꼼짝도 못 하고 있는 채희와 시화가 앉아 있었다. 무슨 짓을 당한건지 옷매무세도 흐트러져 있는 두 소녀는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퍽!”

그리고 하람의 등을 발로 차 샤워실 안으로 밀어 넣는 준권.

“정말 네가….”

조금은 씁쓸하게 말 하는 준권 그는 시퍼런 날을 하람에게 들이대며 다가왔다. 이윽고 샤워실에 발을 들인 순간.

“탁!”

예상외의 인물이 빠르게 샤워실을 뛰쳐나갔다. 등을 보이고 있던 하람은 물론 하람을 보고 있던 준권마저 미쳐 깨닫기도 전에 채희는 샤워실을 뛰쳐나갔다.

끊어진 밧줄을 흩날리며.

문이 열리고 준권이 반응하여 다가가기 전에 하람이 샤워실의 문을 잠갔다.

“뭐야! 이거 왜 안 열려?!”

준권이 알 리가 없다. 샤워실을 제집 드나들 듯이 한 채희가 알아챈 문을 잠그는 방법. 다름 아닌 아주 소량의 물이라도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게 하는 것. 무엇을 위해서 인진 모르겠지만 방공호는 그렇게 설계되어 있었고 하람은 그 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야이 멍청아!! 모르겠어? 함정에 빠진 거라고!! 연화 저 빌어먹을 계집년이 우리 둘 다 가두어 놓은 거잖아!!!”

또르르륵 흐르고 있는 수도꼭지의 물소리를 죽이려는 듯이 하람이 소리쳤다. 준권은 숨을 삼키며 자신의 상황을 깨달았다. 이것은 모두 연화의 계획이었던 것이다. 하람과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그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자신이 세워놓은 이 방공호의 체계와 권위를 전부 무너뜨리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연화와 마스의 다른 7명도 한 패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람과 준권이 이렇게 완벽하게 걸려들 함정을 그 여자 혼자서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어떻게 하지? 이제 어떻게 하면 되냐고!”

미안하단 말도 하지 않고 뻔뻔하게 하람에게 따져오는 준권. 하람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곳 멍한 눈동자로 허공을 쫓고있는 시화를 바라보았다.

“우리에겐 인질이 있잖아. 이 걸 이용하자.”

“뭐?”

“채희가 그렇게 뛰쳐나간 걸 보면 시화도 한 패 일거야. 아마 이 밧줄도….”

하람이 시화의 팔을 잡아당기자 손목에 묶여있던 밧줄이 우수수 떨어졌다.

“봐.”

“과연…. 같이 빠져나가는 게 원래 계획이었다?”

“응. 게다가 우리에겐 무기까지 있으니. 협박은 쉬워.”

“하지만 바깥에 우리 목소리가 들릴까?”

“이 샤워실. 물소리가 바깥에서 들릴 정도로 방음이 안 되어있어. 당연히 들리겠지. 지금 우리가 하는 대화도.”

“그렇군.”

준권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거칠게 시화를 일으켜 세우곤

“짝!!”

“?!”

시화의 따귀를 갈겼다. 여전히 초점 없는 눈동자로 허공을 쳐다보고 있는 시화였기에 하람은 마치 인형을 때린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재수 없는 년. 날 속여?”

“그만 둬. 일단 여기서 나가야지.”

“흥, 정말 짜증나는군. 타인에게 빌붙어 사는 기생충 같은 년 주제에.”

준권의 말에 하람은 필사적으로 얼굴표정이 바뀌는 것을 막았다.

준권은 계속해서 시화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커터를 들었다. 곳 시화의 새하얀 목 언저리에 칼을 들이밀고 하람을 바라보았다.

“네가 말 해. 이 알비노의 목숨은 우리가 가지고 있다고.”

준권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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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꼭지를 잠갔다.

 

“!”

메마른 소리와 함께 샤워실의 문이 열리고 바깥에는 마스의 7명과 함께 채희와 연화가 굳은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옷이 흐트러져 있는 시화. 그녀에게 칼을 들이대고 있는 준권. 그리고 그 옆에 측근으로서 붙어있는 하람.

“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시, 시화야! 괜찮아?”

“당장 칼 치워!”

“개자식….”

마치 실감나는 연기를 하고 있는 배우처럼 아이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준권에게 비방을 쏟아내는 아이들.

“자, 잠깐, 무슨 소리야 이건 다 서연화 그년이 꾸민 계획이야! 함정이라고!”

“뭐라는 거야?!”

“그 따위 변명이 통할 것 같아?”

이미 준권의 위신은 땅에 떨어졌다.

시화의 영향력은 컸다. 비록 눈도 보이지 않고 몸도 약한 소녀에 불과했지만 그렇기에 더욱 쓸모가 있었다.

마스의 7명은 준권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적잖은 불안감은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혹시 준권이 알아채지 않을까. 우리를 전부 위로 올려 보내지 않을까? 그런 불안감에 분명 준권을 눈엣가시처럼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아이들. 그 이유는 준권의 빈틈없는 행동에 있었다. 딱히 틀린 짓을 하는 것도 아니며 독재라지만 방공호를 잘 이끌어나가고 있었다. 숨 막히는 생활. 하지만 안전히 보장되는 생활은 쉽사리 깨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바로 그 준권이 무너졌다. 앞도 보이지 않는 알비노 소녀에 의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자아이인 시화에게 칼을 들이댔다.

그 것만으로도 이미 보는 시선은 틀려졌을 것이다. 게다가 타이밍이 잘 맞았다면 준권이 했던 욕설들 까지 이곳에 모여 있는 모두에게 들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얘기는 쉽다.

 

“둘 다 잡아.”

 

연화의 목소리에 약속이라도 한 듯이 마스의 남학생들이 준권과 하람을 붙잡기 위해 다가갔다. 칼을 가지고 위협을 가하는 준권과 다르게 하람은 순순히 붙잡혔다. 여기서 저항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인 것을 모르는 걸까. 준권은 곳 학생들에게 포위돼 붙잡혔고 몇 대 얻어맞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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