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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브레이커스 by 동림

“이게 무슨 약인데?”
“자살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약.”

초인적 능력과 완벽한 외모 뒤에 각각의 상처를 숨긴 '이드 브레이커스' 멤버들과 잉여인간에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이 펼치는 바이올런스 학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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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드 브레이커스 -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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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동림[eastwood]
조회 1179    추천 0   덧글 0    / 2009.05.12 22:24:30

“의뢰인은 SD 기획 소속 연습생이야. 지금부터 1주일 후에 있는 신인 여성 댄스그룹 선발 오디션에서 꼭 합격하고 싶다는 것이 의뢰 내용이고.”

교진은 기획사 건물 맞은편에 있는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현으로부터 의뢰 내용을 들었다.

“어라, 오디션 같은 건 본인이 열심히 연습만 하면 합격할 수 있는 거 아냐?”

교진의 질문에 현은 한심하다는 듯 비웃으며 대답했다.

“멍청한 놈. 그런 건 다 비리로 되는 거야.”

“헉, 비리라니?”

현은 참치 마요네즈 삼각김밥을 뜯어 컵라면 국물과 함께 한입에 털어 넣고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오디션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고, 합격자는 이미 내정되어 있다는 거야. 1주일 안에 기획사 사장을 설득해서 내정된 합격자 대신 자기를 합격시켜 달라는 거지.”

“어떻게 합격시켜 줄 건데?”

“잘.”

지극히 불친절한 대답과 함께, 현은 텅 빈 컵라면 그릇을 쓰레기통에 집어 던졌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일 주일. 그 시간 안에 내정된 합격자를 알아내 오디션에 참가하지 못하는 상태로 만든 후, 기획사 사장을 잘 설득(?) 해서 의뢰인을 오디션에 합격시킨다는 것이 이번 의뢰의 계획이었다. 듣기에는 아주 간단하게 들리지만…….

“이런 연예기획사는 대부분 조직폭력단을 끼고 있어. 아예 조직원들이 직접 회사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이런 말을 들으면 절대로 간단하다고 생각할 수가 없잖아! 교진은 라면을 먹다 말고 충격에 빠져서 외쳤다.

“헉, 조폭?”

“왜. 새우잡이 배에 실리기라도 할까 봐서?”

현이 킬킬거리며 교진을 비웃었다. 조폭이라는데 웃음이 나오다니. 저 검도부장 녀석은 내가 새우잡이 배에 실리는 모습을 팔짱 끼고 웃으면서 구경할 것 같은, 아니 조폭에게 적극 협력해서 새우잡이 배에 승선시켜 줄 것 같은 느낌이다.

“역시 이번 의뢰는 제법 재미있겠어.”

재미라니……희아도 그렇고, 교진은 의뢰를 놀이처럼 즐기는 멤버들의 태도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언젠가 초능력 컨트롤에 익숙해지면 저렇게 가벼운 마음이 될 수 있을까?
둘은 밤이 깊어질 때까지 편의점 옆의 PC방에서 지루하게 시간을 죽이며 기다렸다. 밤 9시쯤 되어 뒤늦게 희아가 합류했다.

“미안 미안. 빨리 오려고 했는데 길거리에서 무슨 패션 잡지 기자한테 붙잡혀서 사진 찍히고 인터뷰 하느라고. 아직 안 늦었지?”

과연, 교진이 기자라도 붙잡고 싶을 현란한 패션이었다. 교복도 언제나 튀게 코디하는 희아의 사복은 더욱 만만치 않았다. 그림동화에 나오는 것 같은 화려한 핑크색 3단 레이스 스커트에 10cm는 가볍게 넘는 새하얀 하이힐 펌프스. 방금 구워져 나온 롤빵처럼 곱게 만 머리는 뜬금없는 금발. 교진의 시선을 눈치챈 희아가 롤머리를 쓰다듬으며 친절하게 대답했다.

“아, 이거 가발이야. 리얼하지? 단골집에 주문 제작한 거야. 호호.”

무엇보다도 제일 이해 안 가는 것은 치마랑 똑같이 3단 레이스가 달린 화려한 양산이었다. 도대체 이 밤중에 양산으로 뭘 가리겠다는 건지.

“또 별나라 공주옷이냐?”

그리고 교진이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었던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버리는 현.

“십센치 힐을 이마에 예쁘게 꽂아줄까 최현? 이건 코스튬이 아니라 로리타 패션이거든?”

으음.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역시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평소대로 활기찬 모습이 그……기간은 끝난 것 같아서 교진은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밤 11시가 넘자 세 사람은 의뢰인의 안내를 받아 기획사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보통 회사라면 퇴근을 마치고 문을 닫을 늦은 시간이었지만 기획사는 밤을 새워 연습하는 연습생들로 대낮처럼 바빴다. 세 사람을 텅 빈 휴게실로 끌고 간 의뢰인은 낮은 목소리로 말해 주었다.

“사장실은 2층 오른쪽 복도 제일 안쪽에 있어. 그곳에 사장 집 주소나 전화번호 같은 개인 정보가 있을 거야.”

“그리고 덤으로 오디션 합격자가 누군지 알아내서 다리라도 부러뜨려 달라는 거냐?”

“미쳤어? 누가 그런 짓까지 하래? 그냥 나만 합격시켜 주면 돼!”

현의 말에 의뢰인은 불쾌해하며 소리쳤다.

“제발 빈정거리지 좀 마, 최현.”

희아가 날카롭게 한 마디 하자 현은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의뢰인 소녀는 세 사람을 향해 절박하게 말했다.

“명심해. 반드시 나를 합격시켜 줘야 해. 알았지?”

“그 사람을 떨어트린다고 해도, 너보다 더 잘 하는 또 다른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잖아?”

희아의 냉정한 질문에 의뢰인은 두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그럴 리가 없어! 예비 테스트에서 나보다 점수가 높은 애는 아무도 없었어. 트레이너들도 전부 인정했어. 오직 이번 오디션을 위해서 지난 석 달 동안 하루에 14시간씩 목이랑 발톱에서 피가 터지도록 춤추고 노래했어! 그런데 미리 합격자가 정해져 있다니……더러운 인간들. 두고 보라지.”

의뢰인은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 억누르기 힘든 분노의 감정이 완전한 타인인 교진에게까지 생생하게 다가온다. 저렇게 미인에다 스타일이 좋아도 되기 힘든 것이 연예인인가.
세 사람은 사장실에 잠입해서 컴퓨터 파일과 서류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두 시간 동안 샅샅이 뒤졌지만 사장의 개인 정보는 좀처럼 나와 주지 않았다. 슬슬 셋 다 짜증이 나기 시작할 무렵, 현이 캐비닛 근처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어이,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

“뭐야? 뭔데?”

현의 손에는 사진 한 장이 들려 있었다. 희아는 사진을 빼앗아 보더니 황급히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며 비명을 올렸다.

“꺅! 뭐야 이 변태 사진은?”

교진은 호기심에 희아가 떨어트린 사진을 주워 들었다가 깜짝 놀랐다. 사진 속에는 한 소녀가 브래지어와 팬티만 걸친 채 민망한 포즈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모델을 위한 연출이라기에는 너무 노골적이고 조잡한 사진이었다.

“어디서 찾아냈어?”

희아의 질문에 현은 캐비닛 위에 놓여 있는 먼지 쌓인 명품 구두 상자를 가리켰다.

“저 안에 이런 게 가득하더라고. 더 화끈한 사진도 많은데, 나머지도 꺼내 보여 줄까?”

“꺅, 보여주지 마! 이 저질, 변태, 더러워!”

“참 나. 내가 찍었냐?”

“아무튼! 하여간 수컷들은 전부 짐승이라니까. 이 사진 분명히 도촬(도둑 촬영)이야. 코스튬 플레이 할 때도 이런 도촬 변태놈들이 꼭 있다고.”

희아는 분개하며 말했다. 그러는 동안 현은 구두 상자에서 다른 사진을 한 장 꺼냈다. 그 사진에는 여전히 속옷 차림의 소녀의 어깨를 꽉 끌어안은 30대 중반의 남자가 소녀와 비슷하게 흐트러진 차림새로 찍혀 있었다. 현은 교진과 희아를 향해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도촬은 아닌 것 같은데?”

아직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세 사람은 동시에 직감했다. 그 남자는 이 방의 주인, 곧 기획사의 사장인 것이 확실하다고.

“내 생각엔 그 합격 내정자라는 게 이 여자일 것 같은데. 안그래?”

현의 말에, 희아와 교진은 아무런 이의를 표시할 수 없었다.
사진을 본 셋은 왠지 모를 씁쓸한 기분에 사로잡혀 아무 말 없이 사장실을 뒤졌다. 교진은 마지막으로 정리한지 1년은 된 것 같은 엉망진창 하드디스크를 검색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한밤중에 회사에 무단 침입한 것도 모자라, 남의 집 귀한 딸의 란제리 사진을 보며 개인 정보를 도둑질하다니……지난 번보다 범죄의 레벨이 한층 레벨업 했다고나 할까. 나 정말 계속 이래도 되는 거니.

“빌어먹을 이지완 자식. 독심술 한 방이면 이런 정보는 3초 만에 알아낼 수 있으면서 뺑이를 돌려? 오늘 지구대회 단체전 연습날인데 빠졌잖아. 부장 체면 구겨지게, 젠장.”

현이 바닥에 침을 내뱉으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자 희아가 발끈하며 쏘아붙였다.

“회장이 노느라고 그러니? 3학년들도 다른 의뢰를 맡고 있는 거 알잖아. 나도 청경대학 코스튬 플레이 콘테스트 무대 준비하느라 정신 없는데 이렇게 나와서 일하고 있다고.”

……여기서 할 일 없이 블로그질이나 하는 사람은 저 뿐입니까.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뒤지던 교진은 마침내 개인정보 비슷한 것을 찾아냈다.

“앗, 찾았다! 사장의 주민등록등본 스캔파일이 있어! **동 캐슬뷰 아파트 203동…….”

“숨엇!”

갑자기 현이 날카롭게 외쳤다. 어리둥절해 있는 교진의 옆구리를, 번개처럼 몸을 날린 현이 무릎으로 후려치며 바닥으로 쓰러트렸다.

“우헉!?!”

으아아악! 디, 디스크……! 미처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현은 인정 사정 없이 교진의 등을 발로 걷어차 책상 밑으로 굴려 넣고는 자신도 책상 밑으로 들어왔다. 둘이 책상 밑에 몸을 숨기는 동안 희아는 재빨리 메타모르포제를 써서 사장으로 변신했다. 곧이어 사장실의 문이 벌컥 열리고 젊은 여자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사장님, 아까 퇴근하시지 않았…….”

밤샘 야근중인 기획사 여직원이었다. 그녀는 사장으로 변신한 희아를 보고 깜짝 놀라며 얼굴을 붉혔다. 사장의 옷차림이 문제의 사진 속 흐트러진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이었다. 희아 역시 흠칫 놀라며 황급히 와이셔츠 단추를 잠그며 대답했다.

“아아. 뭐 좀 잊고 간 게 있어서.”

어라랏, 목소리가? 책상 밑에서 잔뜩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이던 교진은 깜짝 놀랐다. 겉모습은 완벽한 30대 사장인데, 목소리는 희아의 쨍쨍한 하이톤 보이스 그대로가 아닌가.

“사장님? 감기 걸리셨나요? 목소리가…….”

여직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희아는 어색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일부러 크게 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아, 그래. 콜록. 요즘 돼지 독감이 유행하잖아? 콜록 콜록 콜록! 옮기 전에 좀 나가봐.”

여직원은 순순히 사장실을 나갔다. 그녀가 나가자마자 희아는 쏜살같이 달려가 문을 잠그고 현과 교진에게 비난조로 소리쳤다.

“뭐야! 왜 문을 안 잠갔어?”

“난 잠근 줄 알았다고!”

“젠장. 빨리 정리하고 튀기나 하자.”

여직원의 출현에 잔뜩 긴장한 세 사람은 서둘러 사진 속 소녀의 주소를 메모지에 옮겨 적고 난장판이 된 사장실의 서류들을 원위치 시키기 시작했다.

“근데 희아 너, 그런 꼴로 아까 그 여직원을 상대한 거야?”

교진은 바닥에 흩어 놓은 서류철을 제자리에 돌려 넣으며 희아에게 물었다. 그러자 희아는 신경질을 내며 대답했다.

“어쩌겠어! 사장 녀석 사진이 그딴 것밖에 없었잖아. 난 내 눈으로 본 대로만 변신할 수 있다고.”

“목소리도 그대로던데.”

“그래, 목소리도 안 변해. 그리고 변신 시간이 30분이 넘어가면 자동으로 원래 내 모습으로 돌아와.”

그런 약점이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 초능력이 100% 완전한 것만은 아니었구나. 그렇다면 희아 말고 다른 멤버들의 능력에도 약점이 있다는 걸까? 설마 내 염동력에도?

“야, 황교진. 니가 한번에 정리 좀 해 봐!”

현이 교진을 향해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엉? 한번에? 어, 어떻게?”

“너 사이코키네시스 보유자라며? 이런 것쯤 염동력이면 1초 만에 원위치 시킬 수 있잖아?”

“으헉……나도 정말 그러고 싶은데 아직 콘트롤을 잘…….”

“제기랄. 이런 거지발싸개 같은 놈이 명지이 후임이라니.”

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렸다. 노골적인 무시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목덜미에 칼자국(?)이 있는 검도부장 상대로 감히 뭐라 할 수는 없었다.

약 30분 후, 사장실을 그런 대로 원상복귀 시킨 세 사람은 재빨리 기획사 빌딩을 나왔다.

“사장실 뒤진 거 들통나면 어떡해?”

교진의 걱정에 희아가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어차피 조만간 사장도 만나줘야 하니까 상관없어. 아무튼 오늘은 시간도 늦었고 이만 돌아가서 쉬고 내일 방과후에 다시 만나자.”

이렇게 의뢰번호 333의 이드 컬렉팅(ID collecting) 작업 첫날은 무사히(?) 해산을 맞이했다. 산화고 최강 엘리트 서클 소사이어티 D의 악질 청소년 범죄 집단 인증이 갈수록 확실해지는 가운데, 교진은 자신의 앞날과 운명의 불투명함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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