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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공호 by 계수

=전 세계의 명예로운 인류 여러분. 대통령…. 아니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감히 고하겠습니다. 도망치십쇼. 살아남아 주십시오. 결코 이 지구에 인간이 살았다는 것을 잊게 하지 말아 주십 시오… 그리고… 어… 그리고….= 대통령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후 tv가 꺼지고 평범한 광고가 흘러나왔다. 싸늘한 교실에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광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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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30    추천 0   덧글 0    / 2009.05.23 22:18:39

 

“그 사실을 알고 나도 ‘의식’과 공유한 거야.”

채희가 씁쓸하게 말 했다.

“…공유란 게 뭐지?”

=지식의 반 각성 공유. 너희 뇌로서 처리할 수 있는 기억을 공유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이해를 할 단계가 될 수 없다. 너희의 뇌는 너무나 복잡하고 ‘개성적’이기에 여러 샘플을 통해 ‘공유’ 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몇 몇 인간의 뇌에 ‘나’를 직접 ‘집어넣어’ 의식을 공유했다.=

그 집어넣었다는 게 그 은색 젤리란 건가.

“준권이는 왜…”

=그의 뇌 해석은 끝났다. 동시에 그에게 더 이상의 정보를 가르쳐 주는 것도 위험하다고 ‘우리’는 판단했다.=

우리? 아아, 의식의 공유란 것은 아마 이 녀석 하고만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직렬 회로처럼 한 줄로 모두가 묶여있다는 것일까?

“그 의식의 공유란 게 몇 명이나 되어있는 거야?”

=현제…=

“잠깐.”

채희가 갑자기 말을 가로막았다.

“그 전에 한 가지 대답해 줬으면 해 서하람. 너에게 이 모든 사실을 알려주는 이유는… 알고 있겠지? 넌 똑똑하니까.”

채희의 냉정한 말에 하람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을 지우거나 아니면 나에게도 그 의식의 공유란 걸 시킬 샘이겠지. 하지만 나도 그 전에 알아야겠어. 공유해서 뭐가 어떻게 되는지…. 잘 알지도 못 하는 수술 따위 내 몸에 억지로 시키려는 의사가 있다면 때려 눕혀버릴 거거든.”

채희와 마찬가지로 냉정하게 말을 하는 하람. 채희는 아무런 말도 없이 물러났다.

“질문을 좀 바꾸지. 그 의식의 공유란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줘.”

=‘나’는 우주의 모든 지성 생명체들의 지식 집합체이다. 그 결정체인 ‘내’ 몸을 너의 뇌와 접촉하면서 ‘우리’는 네 머릿속의 정보를 너는 ‘우리’의 정보를 공유 할 수 있다.=

“…좋아, 잘 모르겠군. 경험자에게 물어보도록 할까?”

하람이 채희에게 시선을 돌렸다. 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채희는 그 시선을 느끼고 천천히 돌아섰다.

“나는 은채희란 이름의 개체에 간섭하면서 그녀의 기억을 토대로 그녀의 성격을 재현해 낼 수 있었어. 동시에 그녀가 할 수 있는 행동과 해야 할 행동 모든 것을 재현해 내 생활했으며 훌륭하게 너희를 속였지.”

틀리다. 그녀는 완벽하지 않았다.

그저 흔들려서 그랬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였다면 절대 하람에게 기대어 어리광을 부리는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환풍구에 들어가기 전. 그 위화감 넘치는 행동은 의식의 공유 덕분에 나온 부작용 인 것일까. 하지만 확실히 대단했다. 하람이 그렇게 가까이 지냈음에도 전혀 알아차릴 수 없었다니….

“의식의 공유는 언제 한 거지? 방공호에 들어오고 나서? 아니면 그 전인가?”

“2일 전이다.”

역시. 위화감이 남았던 그 때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렇다면 그 의식의 공유란 건 ‘나’를 더 이상 ‘나’로서 있을 수 없게 한다는 뜻 아닌가?”

하람이 돌아서서 떠 있는 인체표본을 향해 물었다.

=오류가 있다. 의식이 공유되었을 뿐. 인간 자체의 의사도 의식도 기억도 남아있다. 그저 나의 기억이 공유되어 생각의 방식이 틀려졌을 뿐이다.=

“…성격이 바뀌어 버린다던가, 그런 건가?”

=그렇다.=

“너는 어떻지? 너에게는 영향이 전혀 없는 건가?”

=있다. 나 역시 너희의 의식을 공유하며 감정이라는 것이 발생하고 있음을 감지했다.=

딱딱하게 말 하는 의식. 컴퓨터가 자아를 가지게 되면 딱 이런 모습일까.

“신기하군. 이 광활한 우주에 감정을 가진 것이 인류뿐이라고?”

=오류가 있다. ‘나’는 아직 우주 전체를 돌아보지 않았다. 또, 세월 속에 멸망한 문명의 흔적도 많이 보았다. 하지만 네 말 대로 이처럼 감정을 가진 지성생명체는 처음 만난다.=

“하….”

하람의 등골에 오싹 하고 전율이 흘렀다. 이 광활한 우주를 떠돌아다닌 이 우주인은 현제까지 만나본 지성 생명체중 감정을 가지고 행동하는 지성 생명체는 우리가 처음이라고 말 하고 있다. 그 것만으로도 하람은 언젠가 생각했었던 자신의 의미가 충분히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하나 더 묻지. 리셋이란 건 기억을 지우는 건가?”

=그렇다.=

“나의… 아니, 우리의 기억을 지운 적이 있어?

=한 번 있다.=

역시.

하람은 생각이 맞았다는 것에 약간의 전율을 느끼며 생체표본을 노려보았다. 역시 그 사라진 3일의 이유는 그 리셋이란 것 덕분이었나.

“어째서?”

=‘나’를 찾아낸 자가 있었다.=

“뭐? 너를?”

=그렇다.=

“그게 누구….”

말을 이으려던 하람은 금방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바로 너다. 서하람.=

 

하람 이외에 이런 곳 까지 올 수 있는 녀석은 없다.

다시 한 번 하람의 등골에 오싹 하고 전율이 흘렀다. ‘나’는 일찍이 이곳에 한 번 왔었던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전혀 이곳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지 않은 걸 보면 리셋은 꾀나 완벽한 것 같았다.

“그 때 나에게 의식의 공유를 요구할 수도 있었을 텐데?”

=네가 거부했다.=

“내가?”

그런가. 확실히 갑작스럽게 뇌를 같이 쓰자 같은 식의 말을 들으면 거부할 것이다. 자신이기에 더욱 잘 아는 사실이다.

잠시 리빙룸에 침묵이 흘렀다. 하얀색 복도와 방과는 다르게 조금 회색빛을 띤 이곳이 유난히 답답하게 느껴졌다.

=질문이 끝났으면 대답하길 원한다. 나와 의식을 공유하겠는가?=

생체표본의 말에 하람은 주먹에 조금 힘이 들어갔다.

어떻게 할까.

하람에게 거절할 이유가 없다.

솔직히 말이다.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종말이란 것이 전부 거짓말이었다. 지구는 아직 평화로운 나날을 지속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신도 그 곳으로 돌아가 재미없고 평범하지만 그렇기에 아무걱정 할 것 없는 그런 생활을 누리고 싶었다. 32명의 아이들 모두가 그런 생활로 돌아가길. 하람은 원했다. 그리고 자신들을 팔아버린 지구인들에게도 한 방 먹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이 생명체는 아직 인류를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 한 것 같았다. 그렇기에 인류가 하람과 같은 학생들이 눈치 챌 일말의 가능성을 가늠해 위해 환풍구로 갈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준 것을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앞은 없었다. 어떻게 기적적으로 이 봉오리를 파괴하고 우주선이란 이 장소를 파괴한다고 해도 어차피 모두 죽는 것은 죽는 것이다. 2주정도 남은 삶을 살다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죽던 자폭하는 마음으로 전부 부숴버리고 죽건. 어차피 개죽음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었다.

…?

하람은 머릿속으로 생각하던 중 일종의 기시감을 느끼며 천천히 채희를 바라보았다. 돌아서 있던 채희. 하지만 고개를 조금 돌려 하람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제야 깨달았다 저 것은 노려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가. 그런 건가.

하람은 노래라도 부르고 싶어졌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물론 가능성은 일말이었다. 어차피 여기서 의식의 공유를 거절해도 다시 리셋 당해 32명과의 방공호 생활을 한 번 더 시작할 뿐. 차라리 의식을 공유하여 이 빌어먹을 생체표본 녀석의 의사에 따르는 것이 조금 더 행복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말이다. 그래, 이 건 시험을 보고 난 뒤의 작은 후회일 뿐 일지도 모르지만….

 

조금 더 대비할 수 있었다면 어떨까?

 

조금 더 빨리. 리셋 이후 이 녀석의 존재를 조금 더 빨리 눈치 챈다면? 그럴 수 있는 물건이 있다면.

아아 물론 있다. 젠장. 정말 누구였는지 얼굴을 알았다면 키스해주고 싶었다. 물론 누군지는 알 것 같지만.

하람의 주머니에 ‘수첩’을 넣어 준 그 여자애가 너무나도 고마웠다.

그렇다 할 방법도 생각났다. 이 의식이란 건 스스로의 몸을 인간의 뇌에 간섭시켜 기억을 공유해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고 했다. 하지만 그 건 ‘이 녀석도 마찬가지다.’ 이 녀석 역시 감정의 발생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즉, 인간을 먹어버림과 동시에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비록 많은 의식 공유를 하지 않아 겨우 감정의 발생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아주 많은 의식을 공유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된다면? 이 녀석은 인간을 조금이나마 경계하고 있다. 그 증거로 블랙홀에 들어가 모든 것이 합쳐지기 전에 인간과 의식을 공유시켰다. 즉, 인간을 조금이라도 이해하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 예를 들면 모두가 폭주해 귀중한 샘플이 죽어버리거나 모두가 이 우주선을 눈치 채 자신에게 쳐 들어오는 상황. 그런 것을 염려해 준권과 같은 ‘캐릭터’를 만들도록 의식을 공유한 학생들을 통해 움직였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더욱더 인간을 이해해야할 상황. 즉, 하람같은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위협하게 되는 상황만 만들어 낸다면 이 우주인은 하람을 견제하기 위해 계속해서 인간과 의식을 공유해 나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언젠가 우리 32명이 이 우주선을 통제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물론 하람 외의 모두가 공유되어 적이 되어버릴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람은 채희의 시선에서 눈치 챘다. 그녀는 아직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 의식을 공유했음에도 여전히 하람의 편이었다. 그럼으로 충분히 하람의 ‘방법’을 실행시킬 가능성은 있었다.

문제는 시간. 그리고 다음의 ‘나’는 조금 더 빨리 이것을 눈치 채고 행동해야 한다. 하람은 날짜와 함께 대부분의 사건들을 수첩에 적어 두었다. 이 수첩만 발견해 준다면 분명 자신은 모든 걸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수첩을 숨길 장소는?

물론 있다. 생각을 정리하면서 들었던 위화감. 그 것은 이 우주인이 자신과의 조우가 세 번째란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하람도 기억 못 하는 잃어버린 3일 때 한 번. 두 번째는 저 환풍구를 통해 바라볼 때 한 번.

이 녀석은 자신이 환풍구를 통해 이 장소를 훔쳐본 것을 모른다. 물론 그 건 채희도 알고 있겠지만 설마 그 환풍구가 이 리빙룸과 이어져있다고는 알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우주선의 내부는 우리를 팔아버린 비인간적인 인류가 작은 죄책감을 느끼며 어떻게든 상황을 타개하도록 만들어 준 하나의 문이었으니까.

그리고 예상컨대 혹시 채희가 눈치 채고 있다고 해도 채희는 하람의 편이다. 이 정보를 의식에게 공유시킬 리가 없다.

“미안하지만 우주인.”

=대답을 정했나?=

긴 침묵. 씨익 하고 미소를 지은 하람은 당당히 인체표본 앞에 서서 오른손을 들어 가운데 손가락을 올렸다.

“NO다 개자식아.”

하람은 이 방공호에 와서 최고의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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