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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악령이여, 물렀거라 by 산바람

악령 퇴치를 목적으로 하는 개그물?

[]
총 편수 23 / 총 관심작 수 5 / 총 추천수 0 / 총 용량 0Kbytes
  1장. 악령이여, 물렀거라 - 5
0명 참여 별점
 
  86 산바람[jijih]  
조회 1226    추천 0   덧글 1    / 2009.08.05 23:15:56

방에 들어간 도현은 문득 자신의 오른팔을 내려다보았다. 찢겨진 교복은 그대로였고 팔에서 흘러넘치던 피는 어느 새 굳어있었다. 생각해보니 이 꼴로 학교에서 집까지 계속 걸어온 것이었다. 다행히라면 다행일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지나치진 않았지만 자신을 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대충 상상이 갔다.
아까 서현이 자신을 빤히 바라본 것도 이 때문이였으리라. 도현은 이걸 어쩔까하고 생각하다 일단 옷을 벗었다. 빨래는 할 줄 아니 꿰매서 빨든 빤 뒤에 꿰매든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다시 거실로 나왔다. 여전히 쇼파에 앉아있는 서현을 지나쳐 티비 밑의 서랍을 뒤적거리다 구급상자를 찾아꺼냈다. 그 전에 일단 물로 씻어야 되겠다는 것이 생각나 화장실로 가 세면대에 팔을 얹고 물을 살며시 틀었다. 약간의 따끔거림이 느껴졌지만 개의치않고 굳은 피를 씻어낸 뒤에 수건으로 물기를 대충 닦아냈다.
다시 거실로 나오자 서현이 쪼그려앉아 구급상자를 뒤적거리며 몇 가지 약을 밖으로 꺼내놓는 모습이 보였다. 알코올과 일반적으로 빨간약이라 부르는 요오드액, 솜, 밴드 등이 밖에 놓여있었고 도현은 그 옆에 같이 쪼그려 앉았다.
\"어쩌다 그랬어?\"
먼저 말을 꺼낸 건 서현이었다. 뭔가 말하려던 도현은 그 말에 피식 웃어버렸다. 자신에게 무관심한 척 하고는 있지만 은근슬쩍 신경을 써주는게 꽤나 귀여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서현이 도현을 빤히 쳐다보더니 툭 내뱉었다.
\"음흉한 표정 치워. 근친은 범죄라고.\"
\"…….\"
여전히 말은 험하지만 말이다.
도현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계단에서 굴렀다고 변명을 하였지만 서현은 그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 외에도 교복에 가려져 있던 몸 곳곳의 상처들이 드러나자 조금 의심을 풀고는 도현의 오른팔의 상처를 소독하고 빨간약을 발라주었다. 그녀가 이렇게 해주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었기 때문에 도현은 속으로 운이 좋구나라고 생각하였다.
거기까지 생각한 도현은 기묘한 표정을 지었고 서현은 그 표정을 보곤 따갑나?라고 중얼거리며 아까보다 조심스레 꼼꼼히 약을 발라주었다. 도현은 그 와중에 조금 생각에 잠겨있었다. 분명 정우의 말대로 자신은 운이 좋았다. 그렇기에 악령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 됐어. …왜? 많이 아파?\"
\"아냐, 고마워.\"
걱정스러운 서현의 말투에 도현은 정신을 차리곤 그녀를 도와 구급상자를 정리하였다. 정리가 끝나고 서현은 다시 쇼파에 앉았고 도현은 부엌으로 가 물을 따라 마셨다. 시원한 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며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다.
떠올리긴 싫지만 오늘 일을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순전히 운이라고 할 수 있었다. 팔에 있는 이 상처도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운이 좋아서 이 정도로 그친 것이었다. 다음 번에 악령을 만날 경우 지금처럼 살아날 수 있다고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뭐?\"
도현이 악령을 만난 다음 날 아침. 아직 교무실에 내려가지도 않은 정우의 방에 들어간 도현은 그에게 어제 저녁에 생각해낸 말을 대뜸 꺼냈다. 그 말에 정우는 당황한 듯 요상한 표정을 지으며 혹여 잘못 들었나 싶어 의문사를 내뱉었다. 하지만 도현은 자신의 생각을 굳힌 듯 그저 엄청난 의지로 가득찬 눈을 빛내며 서있었다.
\"남의 집에 쳐들어와서 다짜고짜 \'절 수련시켜 주십시오\'라니 어제 악령한테 맞아서 뇌가 뒤틀렸냐?\"
\"어제 겪어봐서 느낀 건데 저도 이왕 이렇게 된 거 제 몸 하나는 지켜야 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필살기 같은 거 하나 가르쳐 주세요.\"
비꼬는 정우의 말에도 흔들림없이 도현은 자신의 생각을 전하였고 정우는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어제의 그 밀대봉으로 그의 머리를 툭툭 치며 말하였다.
\"필살기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이게 무슨 게임인 줄 아냐? 그리고 일반인이 상대할 수 있을 만큼 악령이 만만한 줄 아냐? 어제 네 공격이 먹혔던 건 인정해. 하지만 그건 행운 버프 때문일 수도 있는 거다. 그러니까 쓰러뜨리려는 생각은 애초에 접으라고.\"
반박할 수 없었다. 도현은 퇴마사에 관한 것은 물론이고 악령에 관한 것도 제대로 알지 못 했다.
하지만 두려웠다. 겪어봤기 때문에 더욱 두려웠다. 지금까지 악령을 만나지 못 한 게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정우는 고개를 숙인 채 깊은 고민에 빠진 도현을 보고는 머리를 북북 긁더니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말야. 악령이란 게 그렇게 쉽게 볼 수 있는 존재는 아냐. 특히 요즘은 몇 달 동안이나 악령이 나오지 않으니까 내가 영안을 어디 놔뒀는지도 까먹었잖아. 그래도 걱정된다면 내가 악령을 만났을 때 제일 좋은 대처 방법을 가르쳐주지.
\"그게…, 뭔데요?\"
계속되는 정우의 말에도 가만히 있던 도현이 그제서야 반응을 하며 정우를 올려다 보았다. 그는 피식 웃으며 의외로 간단한 답을 말하였다.
\"무시하는 거다.\"
\"……?\"
\"무시하면 장땡이라고. 내가 말했잖아. 보통 악령들은 악질적인 녀석이 아닌 이상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없다고 말야. 어제 그 녀석은 우리가 먼저 빤히 보니까 반응을 한 거지, 별다른 이유는 없었어. 그러니 악령을 보더라도 그냥 지나치면 돼. 나나 다른 퇴마사들이 처리해줄 테니까 말야. 알아 들었지?\"
\"…네.\"
정우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을 하였다. 그 모습에 정우는 \'뭐, 됐나\'라고 생각하며 평소의 나른한 표정으로 얼굴을 되돌렸다. 그리곤 귀찮다는 듯이 도현을 향해 손을 내저으며 말하였다.
\"그럼 가 봐. 수업 시작하겠네. 나도 빨리 준비하고 가봐야되니까 얼른 가라잉.\"
\"네, 그럼 가볼게요.\"
도현은 정우를 향해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하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혼자 남은 정우는 안경을 손으로 올려 고쳐쓰고는 또 다시 머리를 북북 긁었다.
\"도대체 내가 영안을 어디에 놔뒀더라? 젠장할.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반 년 가까이 악령이 안 나타나는 건 무슨 일이야? 내가 모르는 사이에 다른 퇴마사 녀석이 자리 잡았나?\"
그는 머리를 북북 긁으며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을 고민해보았지만 마땅한 답이 나오질 않았다. 슬쩍 시계를 본 정우는 지금 시각이 8시 18분이라는 걸 깨닫고 머리를 긁던 손을 내리곤 인상을 찌푸렸다.
\"…에라이, 지금 이딴 거 고민해봤자 답이 나올 리가 없지. 아, 0교시 하기 귀찮아 죽겠네.\"
정우는 투덜투덜거리며 도현이 나갔던 문을 열고 나간 뒤 거칠게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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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산바람 08/05/11:16
이것으로 1장은 끝일 듯 합니다

막 쓰는 거라 왠지 1권 분량을 맞추기가 어렵네요

일단 다 쓰고 퇴고를 하면서 고쳐야 할 것 같습니다

재밌게 읽으셨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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