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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악령이여, 물렀거라 by 산바람

악령 퇴치를 목적으로 하는 개그물?

[]
총 편수 23 / 총 관심작 수 5 / 총 추천수 0 / 총 용량 0Kbytes
  2장. 소멸이여, 물렀거라 - 5
0명 참여 별점
 
  86 산바람[jijih]  
조회 1286    추천 0   덧글 1    / 2009.08.11 18:23:03

금기라는 말에 도현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정우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어두운 얼굴을 한 정우는 계속해서 말하였다.
\"내가 악령을 성불시키는 이유가 뭐라고 했었지?\"
\"…세상의 균형을 위해서요.\"
\"그래, 내가 이때까지 너처럼 악령을 퇴치한다고 안 하고 성불한다고만 했던 게 이것 때문이다. 성불은 이승에 남겨진 영혼들을 저승으로 돌려보내는 것. 퇴치라고 할 만한 일이 아니지. 그렇게 함으로써 세계의 균형을 지키게 되지. 하지만….\"
정우는 그렇게 말하며 마지막엔 쇼파에 주저앉았고 담배를 하나 꺼내 물고 불을 붙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소멸은 그게 아냐. 영혼이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말이야.\"
\"…….\"
\"그렇기에 퇴마사들은 그것을 금기시하고 있어. 악령을 소멸시킴으로써 불균형을 초래하기 때문이야. 정말로 목숨이 위험한 때 말고는 쓰지 않지. 성불이라는 게 조건이 좀 까다롭거든. 일단 악령을 바닥에 눕혀야 되고, 성불 시키는 동안 공격 당하면 말짱 도루묵이 되지.\"
그는 담배 연기를 후욱 내뱉더니 영 담배 필 기분이 아니었는지 반 이상 남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껐다.
\"그와 반대로 소멸은 간단하지. 악령의 몸체에 허용량 이상의 타격을 주면 되거든.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HP를 다 깎으면 된다고 할까…. 여튼 소멸시키는 건 간단해.\"
거기까지 말한 정우는 갑자기 머리를 긁적이며 짜증스런 표정을 지었고 도현은 그가 설명해준 것을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퇴마사협회에도 알려지지 않은 퇴마사, 그리고 그녀는 금기까지 범하기도 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걸까?
\"도현아.\"
\"네, 네?\"
\"그 여자, 교복을 입고 있었다고 했지?\"
\"네, …그런데요?\"
정우가 빙긋 웃자 도현은 강렬하게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에 몸을 움찔하며 언제라도 도망갈 수 있게 마음의 준비를 하였다.
\"그러면.\"
그 때, 둘에게 친숙한 음악인 소녀의 기도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그 음악의 첫 음과 둘째 음을 듣곤 도현과 정우는 동시에 소리치며 달려나갔다.
\"\"지각이다아─!!!!!\"\"

 

도현은 벽에 기댄 채 한손으로 눈을 가리곤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였다. 지금 시각은 9시 50분. 본래라면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을 그는 지금 어떤 학교 교문 옆에 서있었다. 그것도 무려 여자고등학교였다.
그는 두 눈을 감은 채 학교에서 저녁을 먹은 뒤  정우가 자신을 불러 했던 말을 생각하곤 이빨을 뿌득 갈았다. 그리고 괜히 그 말을 들었다고 후회했다.
\"너 그 교복이 어느 학굔지 알고 있지? 야자 빼줄테니 거기 가서 그 여자 좀 데려와라. 폭력을 쓰든, 협박을 하든, 납치를 하든 알아서 데려와라. 못 데려오면 죽는다.\"
저게 선생이 할 말인가?
폭력, 협박, 납치라니?! 말려도 모자랄 판에 권유를 하고 있다니! 거기다 협박을 하고 있는 건 그쪽이잖아!!!
도현은 속으로 그렇게 소리치며 이빨을 뿌득뿌득 갈았다. 자신이 어떤 꼴을 당할 지 알고 저런 소리를 하는 것일까? 이 늦은 밤에 여고 앞에서 한 여학생을 끌고오라니. 정우는 그 때, 그에 대한 답변도 친절하게 해주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이상한 시선 받을까봐 그런 모양인데. 여자친구나 누나, 동생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걱정말고 해.\"
웃기지 마!!!
정우는 입밖으로 새어나오려던 외침을 속으로 꾹 참았다. 저딴 뻔뻔한 소리를 하고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 게 이해가 안 갔다. 거기다 \'선생님이 가면 안 돼요?\'라고 물은 질문의 대답은 더 가관이었다.
\"오늘 야자 감독이거든.\"
\"헛소리하지 말라고!!!\"
결국 소리를 질러버린 도현. 덕분에 일찍 학교를 나오며 그를 힐끔거리던 여학생들이 움찔거리다 걸어가는 속도를 높혔다. 그 모습을 보며 도현은 고개를 숙인 채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야자 감독은 무슨, 얼어죽을. 정우는 야자 감독을 할 때 처음에 출석체크를 하고는 단 한 번도 들어오지 않는 걸로 유명했다. 그래서 그가 야자 감독을 할 때면 도망가는 아이들이 급증했다. 정우는 하라는 감독은 안 하고 당연히 어디서 땡땡이치고 있을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도현은 온몸으로 분노를 표출하였다.
마침내 10시가 되었고 아이들이 물밀듯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도현은 최대한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여학생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였다. 그리고 얼마 뒤, 그가 그토록 기다리던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도현은 조금 심호흡을 하며 타이밍을 맞춰 걸음을 옮겨 그녀의 앞에 섰다.
\"자, 잠깐 얘기 좀 하자.\"
\"할 얘기 없어.\"
그녀는 도현을 알아본 건지 아닌지 모를 정도로 냉정하게 대답하고는 방향을 꺾어 그를 비켜가려 하였다. 하지만 도현은 질 수 없다는 듯 다시 한 번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는 다시 말하였다.
\"잠깐이면 돼. 어제 그 일 때문이라고.\"
\"…거기에 관해서도 할 얘기 없어.\"
조금 뜸을 들이긴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역시나 냉정한 거절이었다. 한참 실갱이를 벌이고 있는 동안 그들의 주위에는 구경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도현의 귀에 조금씩 그들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혹시 남자친구?\"
\"에이, 설마. 저 왕따한테 무슨….\"
\"얼굴만 예쁘장하지, 성격은 거지잖아. 내가 남자면 저딴 여자 안 사겨.\"
\"그럼 누구지? 혹시 그런 거라도 한 거 아냐? 호호호.\"
\"아하하, 그럴 수도 있겠다. 듣자하니 쟤네….\"
쿵!
소녀의 발이 지면과 강하게 충돌하며 강한 충격음을 퍼뜨렸고 주위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녀는 아까의 속삭임이 들린 곳을 싸늘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속닥거리던 여학생들은 그 눈빛에 움찔거렸지만 그래도 지기 싫었는지 떨리는 눈으로 노려보았다. 아까 저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을 때 도현도 막는 시늉만 하고 있었을 뿐 저 속닥거림을 듣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또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 일이 악령과 관련된 일이라면 더욱 더….
\"그렇게 거절하니까 한 마디만 더 할게.\"
\"…….\"
도현의 말에 소녀는 싸늘한 눈동자만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고 그는 전혀 주눅들지 않으며 당당히 할 말을 하였다.
\"널 보자고 한 건 내가 아니야. 한성고등학교의 한정우 선생님, 퇴마사셔.\"
\"…….\"
도현은 그녀가 또 다시 오해를 사지 않게 다른 아이들이 듣지 못하게 작게 말하였다. 저 말이 들렸다고 하면 원조교제니 뭐니 하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현의 말에 소녀는 침묵하며 그의 눈동자만을 바라보다가 냉정하게 그를 지나쳐갔다.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자 주위에 맴돌던 긴장감이 사라졌고 남아있던 여학생들은 도현을 힐금거리며 제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골치아프구만….\"
도현은 그렇게 중얼거린 뒤 고개를 푹 숙여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며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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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산바람 08/11/06:24
골치아픈 소녀입니다~

예전 화에서 정우가 퇴치란 말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깨닫곤 급수정하였습니다...

역시 그냥 쭉 쓰는 거라 이상한 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

퇴고 때 확실히 고쳐야겠죠 아하하...

여튼 재밌게 읽으셨길 기원하겠습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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