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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악령이여, 물렀거라 by 산바람

악령 퇴치를 목적으로 하는 개그물?

[]
총 편수 23 / 총 관심작 수 5 / 총 추천수 0 / 총 용량 0Kbytes
  3장. 과거여, 물렀거라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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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6 산바람[jijih]  
조회 1239    추천 1   덧글 5    / 2009.08.21 14:55:44
하영은 그 외침을 무시하며 악령만을 노려보았고 어느 정도 가까이 다가가자 오른손의 부채를 던져 선제공격을 하였다. 악령은 느리게 오던 움직임과는 달리 빠르게 팔을 휘둘러 그걸 튕겨내었고 하영은 살짝 놀랐지만 곧 사슬을 당겨 튕겨진 부채를 회수하였다. 악령은 그 공격에 그녀를 완전히 적으로 판단한 듯 양팔로 땅을 짚은 뒤 입을 쩌억하고 벌렸다. 하영은 그 모습에 전혀 당황하지 않으며 양손의 부채를 활짝 편 뒤 빠르게 앞으로 몸을 날렸다. 악령 바로 옆에 착지한 그녀는 몸을 회전시키며 악령의 왼팔을 부채날으로 그었고 순식간에 팔이 세 조각나며 악령의 몸이 기울었다. 하영은 그에 그치지 않고 왼편으로 한 번 더 몸을 날린 뒤 왼손의 부채를 접어 악령의 오른팔을 향해 던졌다. 사슬이 팔을 휘감자 그녀는 뒤로 물러나며 사슬을 힘껏 당겼고 오른팔이 당겨지며 균형이 무너진 악령은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그걸 본 하영은 반동을 이용하여 악령의 위로 가볍게 뛰어올랐고 오른손에 쥔 부채를 접어 악령의 등을 내려찍으려 하였다.
하지만 악령은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듯 쓰러진 자세에서 오른팔을 들어 앞으로 힘껏 휘둘렀다. 그에 팔에 감겨있던 사슬이 당기며 하영의 몸도 자연스레 딸려갔고 그녀는 칫하고 혀를 차더니 사슬을 조종하여 팔에 묶인 부채를 풀어내어 회수하였다. 그리곤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키며 안전하게 착지하였다.
[그아아아아….]
하영은 다시 한 번 땅을 박차고 악령에게 덤벼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잘려진 악령의 왼팔은 거의 다 붙었고 서서히 악령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까 그 공격에 화가 난 듯 그 움직임엔 더욱 더 힘이 넘쳤다. 그 모습에도 하영은 전혀 주늑들지 않으며 공격자세만을 취하고 있었고 잠시 간의 침묵 후에 먼저 움직인 것은 악령이었다. 팔꿈치를 뒤로 뺐다가 주먹을 쥔 손을 하영을 향해 내뻗었다.
기다란 팔에 의해 악령의 오른팔은 마치 늘어난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그녀를 향해 쇄도하였고 예상보다 빠른 공격에 그녀는 살짝 당황하면서도 왼편으로 주먹을 피하였다.
그러는 동시에 순식간에 접은 부채를 역수로 쥔 하영은 오른손의 부채로 허공을 가른 악령의 팔을 가격하였다. 그리곤 내딛은 발에 힘껏 힘을 주어 앞으로 튕겨지듯이 달려나갔고 순식간에 안쪽으로 파고 들었다. 미리 굽혀놓은 왼팔을 펴 악령의 배쪽을 부채로 가격하였고 그러면서 몸을 회전시켜 오른손의 부채로는 옆구리를 찔렀다. 그 공격에 악령의 몸체가 출렁였고 하영은 그 기세를 이어 빠르고 현란하게 연속공격을 퍼부었다.
한참을 공격하던 그녀는 가볍게 몇 걸음 뛰며 뒤로 물러섰고 배쪽 여기저기가 움푹 패인 악령의 위로 뛰어올랐다. 던져진 부채를 따라 사슬이 악령의 목을 휘감았고 착지한 하영이 다시 부채를 받아 힘껏 당기자 악령의 몸이 살짝 주춤거리다 이내 뒤로 완전히 꺾여져 버렸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악령의 위로 뛰어올랐고 마무리 공격을 하려는 듯 부채를 쥔 양손을 모았다. 하지만 그 때, 악령이 갑자기 오른손을 들어 목에 묶인 사슬을 움켜쥐었고 있는 힘껏 사슬을 옆으로 잡아당겼다. 공중에 있던 하영은 갑작스런 그 상황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악령의 힘에 이끌려 빠른 속도로 학교 건물에 쳐박히고 말았다.
\"크윽!\"
등이 벽면에 그대로 부딪혀 거친 숨을 토해낸 하영은 바닥에 널부러지고 말았다. 당겨진 사슬에 의해 목이 잘려진 악령이었지만 그 부분은 금새 원상복구가 되고 있었다. 부딪힌 충격에도 부채를 놓치 않은 하영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몸을 일으키려 하였지만 이번에도 악령이 더 빨랐다. 마치 용수철처럼 몸을 일으킨 악령은 몸을 일으키려는 그녀를 보더니 입을 쩍 벌렸고 오른팔을 높이 들어올렸다. 그 오른팔은 순식간에 하영을 향해 떨어졌고 그녀는 이를 악물며 부채를 편 뒤 그것을 겹쳐 들어올렸다.
쿠웅!
거대한 충격이 부채를 통해 하영에게 전해졌고 그녀는 팔을 떨면서도 그것을 버텨냈다. 계속 밀리면 위험하단 생각에 그녀는 다리와 팔에 다시 한 번 힘을 불어넣었고 일어서는 동시에 팔을 힘차게 뻗으며 악령의 팔을 튕겨냈다. 그러나 그녀는 보았다. 자신의 오른쪽에서 악령의 왼팔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것을.
퍼어억!!!
\"아악!!\"
둔탁한 소리와 짧은 비명 소리가 함께 울려퍼지며 하영의 몸이 튕겨나갔다. 바닥을 몇 번 구른 그녀는 몸을 힘겹게 움직이며 왼손으로 오른팔을 움켜쥐었다. 악령의 공격을 경이적인 반응속도로 오른팔을 이용해 막았지만 그 오른팔이 무사하지는 못 했다. 뼈가 부러지지는 않은 듯 했지만 왼손으로 움켜쥔 부분에서는 피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고 팔은 부들부들 떨렸다. 그럼에도 그녀는 부채를 놓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 싸우려는 듯 몸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크, 으읏! 큭!\"
고통을 참는 소리가 하영의 입에서 흘러나왔고 악령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다시 입을 쩌억하고 벌렸다. 악령이 다시 하영을 공격한다면 그녀가 막을 가능성은 0에 가까웠다. 오른팔을 사용할 수는 있어도 당장을 사용하기가 힘들었고 사용한다고 해도 힘이 제대로 나오질 않는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도 그녀는 악령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악령은 그 모습을 보더니 양손을 모아 위로 번쩍 들었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내려찍으려 하였다.
당연히 하영은 그 공격을 피하려고 했지만 다리가 아직 회복이 덜 된 듯 말을 듣지 않았다. 꼼짝없이 당하게 생긴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분해….\"
콰아앙!!!
커다란 충격음이 울려퍼졌다. 하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자신에 대해 하영은 의문을 품었다. 그러나 그 의문은 자신을 감싸고 있는 한 사람을 보자 바로 풀렸다.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하영과 악령의 결투를 보고 있던 도현이 위기의 순간에 그녀를 구해준 것이었다. 그녀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도현은 그녀의 등과 다리 사이에 왼손과 오른손을 넣어 번쩍 든 뒤 재빨리 중앙 건물의 뒤쪽으로 달려갔다. 갑작스런 도현의 등장에 당황한 듯 악령은 잠깐 멍하니 있다가 곧 도현의 뒤를 쫓았다.
도현은 하영을 든 채 중앙 건물 뒤쪽에서부터 여학생 건물의 뒤쪽까지 달린 뒤 다시 오른쪽으로 꺾어 운동장을 향해 내달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하영은 도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
\"뭐하는 거야?\"
\"시끄러. 가만히 있어.\"
도현은 그녀의 물음에 대답은 않고 대꾸만 한 채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가 도착한 곳은 운동장 옆에 위치하며 여학생 건물과 마주보고 있는 체육관이었다. 일요일이라 당연히 문이 잠겨있었지만 학교를 둘러싼 담쪽에 있는 문은 잠금장치가 고장이 나 잠기질 않았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도현은 그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고 그 안에 있는 체육창고로 들어가 쌓여있는 매트 위에 하영을 내려놓았다. 하영이 그런 그를 도대체 뭐하는 거냐는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그는 그걸 무시하며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걸로 묶어서 지혈해. 피를 너무 많이 흘리면 안 되니까.\"
하영은 도현을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보다 손수건을 빼앗듯이 받아들었다. 그는 도와줘야될까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생각과는 달리 하영은 능숙한 솜씨로 상처가 있는 팔을 손수건으로 묶었다. 왼손과 이빨로 매듭을 단단히 매는 하영을 보다 들어왔던 체육창고의 문으로 나가 바깥을 살폈다. 아직까지 악령이 올 기미는 없었다. 도현은 그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고 아주 살짝만 열어놓아 언제든 탈출할 수 있게 만들어놓았다.
\"어째서 이쪽으로 온 거야?\"
\"이쪽이 안전하니까. 체육관으로 들어오는 문은 정문, 운동장쪽 문, 담쪽 문으로 세 개야. 악령은 아직 인간일 때의 습성이 남아있으니까 저 세 문 중 하나로 들어오려고 할 거야. 내 예상대로라면 정문으로 들어오겠지. 그리고 여기 체육창고는 잘 눈에 안 띄기도 하고 아까 우리가 들어왔던 문이랑 단상쪽으로 가는 문, 이렇게 두 개라서 도망치기도 편해.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 싸운다해도 체육관에는 농구 골대밖에 없으니 싸우기도 편할 테지. 또 질문 있어?\"
\"아니.\"
장황한 도현의 설명과 달리 하영은 한 단어로 대답하였고 도현은 별로 상관 안 하는 듯 그저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였다. 아까 설명하면서 단상쪽의 문을 살짝 연 그는 조심스레 밖으로 나가 주위를 살피곤 두꺼운 커튼으로 가려진 체육관의 정문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만약 도망친다면 이쪽이 편하기 때문에 위쪽의 잠금장치를 해제했고 다시 바깥을 살폈다. 악령이 보이지 않는 걸 안심하며 체육창고로 돌아온 그는 여전히 아까 그 자세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하영을 보았다.
\"계속 싸울 셈이야?\"
\"당연하지.\"
또 다시 하영은 한 마디 대답만을 하였고 체육창고엔 다시 침묵이 일었다. 도현은 문가에 기대서서 바깥을 살폈다. 하지만 껄끄러운 분위기 때문에 집중이 되질 않았고 그는 얼마 간의 고민 끝에 해서는 안 되지만 해야만 할 것 같은 말을 꺼냈다.
\"다 들었어.\"
\"……?\"
\"네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야.\"
갑자기 꺼낸 말에 의문을 표하던 하영의 눈은 곧 경악으로 물들었고 이내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뀌었다.
\"협회에서 말해줬겠지.\"
\"정확히는 선생님이 협회에서 받은 자료에서 봤지만 말야. 어쨌건 네 마음은 잘 알겠지만 그건 아니라고 봐. 나중에 너한테 올 업보라는 것도 그렇고 소멸을 하면 악령이 먹은 다른 영혼까지….\"
\"알긴 뭘 알아!\"
하영이 갑자기 소리쳤지만 도현은 전혀 놀라지 않으며 차분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상처의 아픔도 잊고 도현을 향해 계속 큰소리로 소리쳤다.
\"이해하는 척 하지마! 아버지란 작자는 어릴 적 이후로 우리 앞에 나타나지도 않았고 엄마가 돈을 벌러갈 수 밖에 없었어! 다른 친척도 없는 나에겐 엄마는 내 유일한 가족이자 전부였다고! 그런데, 그런데…, 악령이 그런 엄마를 죽였다고!! 네가 이 기분을 알아? 아냐고?! 멋대로 아는 척 하지 말라고!!\"
단숨에 말을 쏟아낸 하영은 숨을 몰아쉬며 도현을 노려보았고 그는 그런 그녀를 마주보다가 허공으로 시선을 돌리며 중얼거리듯이 말하였다.
\"5년 전에 우리 집에 불이 났었어. 완전히 다 타버렸지.\"
\"…….\"
\"방화범의 소행이었어. 그 방화범은 이미 여러 곳을 불태웠고 경찰에게 붙잡히기 전에 자살했다더라.\"
도현의 눈에는 살짝 슬픔이 깃들었고 하영은 말없이 그의 이야기만 묵묵히 듣고 있었다.
\"집은 모조리 타버렸지만 다행히 우리 가족 중에 죽은 사람은 없었어….\"
거기까지 말한 그는 침을 한 번 삼키더니 힘겹게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뒤에 부모님은 화재 보험금으로도 부족한 돈을 모으기 위해 24시간이 모자라도록 일을 하였고, 형은 원래 꿈이었던 화가를 포기하고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의사를 택했지. 동생은 그 날 이후로 한 번도 웃지 않았어. 의사가 차차 나아질 거라는데 아직 잘 모르겠더라.\"
도현은 약간 자조적인 웃음을 짓다가 하영을 슬쩍 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일로 인해 부모님은 행복을 잃었고, 형은 꿈을 잃었고, 동생은 웃음을 잃었고, 나는…, 추억을 잃었어. 확실히 목숨에 비하면 별 거 아니지만 그래도 나에겐 다 소중한 것이었어. 그러니 난 그 방화범을 용서 못 해. 다시 살아서 만날수만 있다면 한 방, 아니 다섯 방은 먹이고 싶은 생각이야.\"
그 부분에서 도현은 화가 나는지 주먹을 무심결에 꽉 쥐었다. 하지만 곧 주먹을 풀더니 차분한 눈길로 하영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난 다른 방화범들에게 원한을 품진 않아. 물론 화가 나겠지만 쫓아가서 패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 나는 내 일을 하기에도 정말로 벅차거든.\"
도현은 그렇게 말하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더니 그는 검지로 머리카락을 살짝씩 긁으며 직접 말하기 부끄러운 듯한 모습으로 말하였다.
\"부모님의 걱정을 덜기 위해 공부라도 열심히 하자고 했는데 잘 안 되더라. 그렇다고 딱히 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야. 거기다 지금은 악령이라는 녀석까지 나타났지. 정말로 내 일이 벅차서 다른 방화범들을 원망하기엔 내 몸이 부족해.\"
하영은 조금 떨리는 눈으로 그를 보고 있었고 그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빙긋 미소지었다.
\"그러니까 조금은 자신의 생각을 하면서 살면 좋겠어.\"
도현은 그제서야 하영을 보며 느낀 감정이 어떤 것인지 알았다. 그것은 동질감이었다. 자신과는 다르지만 누군가에 의해 뭔가를 잃어버렸다. 그것도 아주 중요한 것을 말이다. 비슷한 둘이었지만 단지 선택한 길이 달랐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알려주고 싶었다. 자신이 선택한 길을 말이다.
\"웃기지마!\"
가만히 듣고만 있던 하영이 갑자기 그렇게 소리쳤다. 후련한 표정을 짓고 있던 도현은 그 외침에 깜짝 놀랐다. 그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하영이 계속 소리를 질렀다.
\"복수를 위해 죽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참았어! 난 복수만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그런데 나를 위해 살라고? 시끄러, 시끄러, 시끄럽다고! 나는 너랑 다르다고! 그 악령 자식이 버젓하게 살아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
다시 한 번 소리친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도현을 노려보았다. 도현은 그런 그녀를 보며 다시 원 상태로 돌아왔다는 걸 알고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그 때 의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꼬맹이들이 쫑알쫑알 되게 시끄럽네.\"
익숙한 그 목소리와 함께 도현의 옆에 있던 문이 열렸다. 그곳엔 한 손에는 밀대봉을 든 정우가 평소의 나른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선생님? 어떻게 여기에….\"
\"내 무기를 강당에 놔둔 게 생각이 났거든. 그보다 유하영.\"
\"…….\"
정우가 하영을 불렀지만 그녀는 눈 하나 깜짝 안 하며 그를 노려보았고 정우는 그러든 말든 자신이 할 말을 하였다.
\"인생이니, 복수니, 그게 너같은 애가 할 말이냐? 너야말로 웃기지 마라. 네 나이 때는 그저 친구들하고 하하호호 웃으면서 놀아야되는 게 옳은 거다. 그런데 복수만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그러니까 네가 꼬맹이라는 거다.\"
\"그쪽이 뭘 안다고 그래? 내 소중한 사람이 죽….\"
\"12년 전, 내가 16살일 때 부모님이 외국으로 출장가셨다가 테러로 돌아가셨다. 그 뒤 4년 뒤에 15살인 내 여동생이 악령한테 죽었지. 그런데 내가 테러범하고 악령을 원망하냐고? 당연히 원망하지. 누구든 그딴 일 당해봐라. 눈깔이 휙 뒤집어지지. 원망하지 않는다는 이 자식이 특이한 거라고.\"
바깥에서 아직 들어오지 않은 정우는 하영의 말을 끊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다가 마지막엔 엄지손가락으로 도현을 가리켰다. 그 지적에 도현은 기분나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당연히 정우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복수를 목적으로 사느냐고 물으면 당연히 아니지. 이 녀석 말마따나 나도 내 인생이 가장 중요하거든. 내가 잘 살아야 복수를 하든지 말든지 하지, 복수를 위해 살아간다면 어불성설이지.\"
\"…나와는 다르잖아. 난 내 전부였던 엄마를 잃어버렸다고!\"
하영은 발악이라도 하듯 정우에게 소리쳤고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인상을 조금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우리 집은 그렇게 풍족하지 않았어. 그렇기에 아버지는 위험한 지역으로 출장을 가겠다고 자진해서 회사에 말했지. 그런데 부모님이 거기서 돌아가신 거야. 그 때 내겐 남겨진 어린 내 동생을 지켜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지. 그 때부터 그 녀석은 내 전부였다. 그런 녀석을 너와 똑같이 악령에 의해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도 왜 너와 내가 다르게 살아가는지 이유를 말해줄까?\"
\"…….\"
침묵하는 하영을 보며 침묵은 곧 긍정이라고 생각했는지 정우는 멋대로 말을 이어나갔다.
\"복수를 목적으로 살아가봤자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거든. 만약 네가 그 악령을 찾아내서 복수를 한다고 쳐. 그럼 넌 어떡할래? 목적을 이루었으니 \'아, 이제 내 삶엔 여한이 없다\'라고 하면서 자살할래? 웃기고 있네. 그런 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냐? 그래서 복수를 내 목적으로 삼지 않은 것 뿐이다. 차라리 나 같은 사람이 더 늘지 않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정석이지. 너도 그런 생각으로 악령을 소멸시킨 거 아니냐?\"
그 질문에 하영은 뭔가 타격을 받은 것처럼 눈을 크게 떴다. 주먹을 꽉 쥐고 아니라고 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그녀를 보며 정우는 한숨을 푸욱 내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누가 그런 목적으로 악령을 퇴치하는 걸 말리디? 방법이 잘못 됐다는 거다. 그 일을 하는데 굳이 악령을 소멸시킬 이유가 있냐 이거지. 그래, 악령에 대한 원한으로 도저히 성불시킬 수 없어서 소멸을 시켰다고 쳐. 그럼 그 녀석이 먹었던 죄없는 영혼들은 어떡할래? 거기다가 네가 떠안게 되는 업보는 또 어떻게 하고?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거기까지 말한 정우가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하영을 보던 도현과 고개를 숙이고 있던 하영이 무슨 일인가 싶어서 정우에게로 시선을 돌렸으나 그들은 그대로 굳고 말았다. 놀란 눈을 하고 있는 정우의 뒤에는 악령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우는 얘기를 하던 중이라 미처 악령이 다가오는 걸 몰랐고 바로 뒤에 오고서야 그 섬뜩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려던 그 때 악령의 왼팔이 그의 왼쪽을 가격하였다.
퍼어어억!!!
\"크아악!!\"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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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산바람 08/21/02:57
정신없이 썼더니 역시 길군요...

빨리 완결내기 위해선 좋은 현상이죠

역시 계속 생각한 부분이라 막 써지는 듯 합니다 +_+

원래 정우의 말 중에 \'웃기고 있네\'는 \'○까\'였습니다

왠지 적절치 않아서 바꿨는데... 저게 더 좋았을까하는 느낌이 드네요

여튼 완결까지 더 힘내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0 08/21/04:06
으앗. 선생님 핀치이이!
재밌네요. 전에 잊어버리고 추천이랑 선작 안 한거 했어요오.
86 산바람 08/21/04:22
ㄴ핀치!!!!! 추천, 선작 정말로 감사합니다 +_+
75 해원 08/21/10:46
헉. 너무 아무렇지 않게 말을 꺼내서 이 사람 지금 농담하는건가 싶었습니다...;;;;;;
86 산바람 08/22/10:41
ㄴ그게 제가 생각한 정우의 특징입니다 자신의 힘든 점을 전혀 내색하지 않죠 그 점이 매력이라고나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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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3장. 과거여, 물렀거라 - 4 [5] 86 산바람 09.08.19 1228 0
18 3장. 과거여, 물렀거라 - 3 [1] 86 산바람 09.08.18 1202 0
17 3장. 과거여, 물렀거라 - 2 [1] 86 산바람 09.08.17 1249 0
16 3장. 과거여, 물렀거라 - 1 [1] 86 산바람 09.08.16 1225 0
15 2장. 소멸이여, 물렀거라 - 7 [1] 86 산바람 09.08.14 1252 0
14 2장. 소멸이여, 물렀거라 - 6 [3] 86 산바람 09.08.13 1253 0
13 2장. 소멸이여, 물렀거라 - 5 [1] 86 산바람 09.08.11 1291 0
12 2장. 소멸이여, 물렀거라 - 4 [3] 86 산바람 09.08.10 1205 0
11 2장. 소멸이여, 물렀거라 - 3 [3] 86 산바람 09.08.08 1213 0
10 2장. 소멸이여, 물렀거라 - 2 [1] 86 산바람 09.08.07 1221 1
9 2장. 소멸이여, 물렀거라 - 1 [1] 86 산바람 09.08.06 1231 1
8 1장. 악령이여, 물렀거라 - 5 [1] 86 산바람 09.08.05 1190 0
7 1장. 악령이여, 물렀거라 - 4 [3] 86 산바람 09.08.03 1242 0
6 1장. 악령이여, 물렀거라 - 3 [1] 86 산바람 09.07.30 1206 1
5 1장. 악령이여, 물렀거라 - 2 [4] 86 산바람 09.07.29 1265 2
4 1장. 악령이여, 물렀거라 - 1 [5] 86 산바람 09.07.28 130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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