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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 주세요! (完) by 페더

분명히 말하지만, 나와 그녀는 매우 사이가 좋지 않다.

그런데 뭐, 약혼이라고? 말도 안 돼,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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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페더[mdragoon]
조회 947    추천 0   덧글 0    / 2009.08.21 18: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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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휩쓸리기 직전 방벽을 펼친 덕에 큰 상처는 입지 않았다. 급조한 방벽으로 그 정도로까지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은 마법의 위력이 약했기 때문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자신의 마법이므로 그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고 있던 윤성까지 지킬 수는 없었다. 여유가 없었다고는 해도 그것은 분명한 실책이다. 아니, 처음부터 흥분해서 달려 나간 자신의 잘못이었다.

“체……!”

수아는 입술을 깨물며 거리를 조절했다.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자. 지금은 눈앞의 적을 격파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기든 지든 이번이 마지막 싸움이 될 것이다.

“후―하아―.”

수아는 일단 한 번 심호흡을 했다.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뜨고, 뜨겁게 달아오른 가슴속을 가라앉힌다. 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들어 아라드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좋아. 먼저 한 가지 질문.”

목소리는 스스로가 생각해도 뜻밖일 정도로 담담했다. 어라, 나 이 정도로 침착했나? 아라드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음? 그것은 의외입니다. 당신이 이제 와서 제게 품을 의문이 있었습니까?”
“있어, 하나. 이것만 대답해주면 그 뒤엔 확실하게 댁을 박살내주지.”
“자신감이 넘칩니다. 그러나 과도한 자신은 곧 오만인 법.”

수아는 마녀의 말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다시 한 번 숨을 고르고, 그녀는 천천히 말했다.

“당신, 민지서라는 여자 어떻게 생각해?”
“…….”

마녀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거리가 떨어져 있어 잘 보되지도 않던 미소가 점점 번져, 비틀린 희열에 찬 감출 수 없는 조소가 되었다. 수아는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한번 들었을 터인 것을 다시 묻는 저의가 궁금합니다만, 질문에는 대답이 예의이겠지요. 어떻게 생각하냐고 하셨습니까? 나는 그 주제도 모르는 여자가 구역질이 날 정도로 싫습니다. 죽은 뒤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 그래?”

그 말에 대한 대꾸도 담담했다. 일전이라면 그 말에 동요했을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폭발해, 이성을 잃고 막무가내로 공격했다가 똑같이 당해버리고 말았겠지.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이미 그녀는 자기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

「“적어도 네 약혼자만은, 네 옆에 끝까지 서서 같이 믿어주겠다 이거야!”」

오윤성, 저 바보 같은 남자한테 그런 소릴 들은 이상 그녀는 이성을 잃으려도 잃을 수가 없었다.

“대답 고마워.”

그러니까, 이 싸움에서 이기는 것은 자신이다.

“그럼 간다.”

섬광이 폭발한 것은 한순간이었다.

술법의 그릇이 엉성하다. 잔여마력이 술식의 틈새로 흘러나와 빛을 뿌리며 흩어졌다. 그것은 분명하게 낭비이지만, 동시에 역식을 깨뜨릴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기도 하다. 상대의 마법을 정확하게 분석, 파훼하여 되돌리는 역식은 그 마법의 구성이 느슨해지면 오히려 효율이 떨어진다.

“같은 방법에……”

그러나.

“두 번이나 걸리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아라드가 이미 그 수법에 한 번 당해봤다는 것이다.

아라드는 역식을 펼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열 손가락에 끼인 반지가 빛났다. 견고한 방벽이 펼쳐져 수아의 마법을 가로막았다. 부딪친 빛이 폭발하듯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그러나 공격이 막힐 것은 수아 자신도 이미 예상한 바였다. 수아는 당황하지 않고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 하늘로 내던졌다.

“그런 급조한 수로 나를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면 착각입니다! 나는 이날을 위해……!”

아라드가 뭐라 외치려는 순간 수아가 하늘로 던져 올린 아티팩트가 효과를 발휘했다. 그것은 수십, 수백 조각의 자잘한 유리 조각으로 나뉘더니 이내 하나하나가 마력에 휘감긴 채 오로지 아라드만을 향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누군 바보인 줄 아냐? 한 가지 방법만 계속 쓸 리가 없잖아?”

수아의 목소리를 듣고 뒤늦게 그것을 깨달은 아라드는 숨을 삼켰다. 수십, 수백? 아무리 단순한, 같은 형태의 마법들이라고 해도 그 단위가 세 자리를 넘어가면 역식에는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 아라드는 혀를 차며 방벽을 펼쳤다. 대부분의 공격은 튕겨나갔으나 몇몇 공격은 방벽을 뚫고 들어왔다. 그런 공격들은 최대한의 속도로 역식했으나 우연찮게 역식의 범위에서 빠져나온 몇몇 마법들은 아무런 방비가 없는 아라드의 몸을 스치고, 찢고, 그리고 박혔다.

전신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고통에 비틀거리며 물러나는 순간 아라드의 시야에 이번에는 수아의 모습이 비쳤다. 자신에게로 똑바로 달려오고 있었다. 지금 그녀가 빛의 종말이나 그에 비견되는 마법을 사용한다면 그걸 제대로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아라드의 얼굴은 침착했다. 지금 이 수법은 분명 대단하다. 그것만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과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오직 이 날만을 위해, 9년이란 세월을 모두 버렸으니까!’

아라드의 왼손 새끼손가락에 끼인 반지가 보라색으로 빛났다. 반지 한 가운데에 박혀 있던 자수정에 금이 가더니 이내 산산이 조각났다. 그리고 수아가 오른손에 모인 빛을 그대로 아라드에게 내지르려는 순간, 그녀와 수아 사이에 빛으로 촘촘하게 얽힌 그물이 나타났다.

“윽!?”

예상 못한 공격에 수아가 급히 몸을 빼려 때는 이미 그물 한 쪽이 그녀의 왼팔에 들러붙은 뒤였다. 이를 악물며 그것을 떨쳐내려 한 순간에는 오른팔에까지 그물이 붙었다. 어찌할 새도 없이 그물은 그녀의 온 몸을 옭아맸다. 그리고 다음 순간,

뇌전이 튀어 올랐다.

“크으――!”

강화된 육체는 치명상을 모두 막아냈으나 그렇다고 고통까지 감쇄되는 것은 아니었다. 한순간 눈앞이 새하얗게 불탔다. 시야를 회복했을 때에는 그녀의 몸은 이미 그물에 묶인 채 길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물에는 아직도 미약한 전류가 흐르고 있었다. 수아는 이를 악물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파, 죽겠네, 썅…….”

말은 장난스럽게 했지만 아직도 감각이 붕 뜬 기분이었다. 역식이 상대가 가진 모든 수라고 생각한 것이 실수였다. 그리고 단 한 번의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당신은 강합니다. 그건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고작 그 정도의 강함으로 내 9년을 뛰어넘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수백 개의 유리조각의 폭격을 맞은 아라드는 겉으로 보면 꽤 만신창이가 되어있었으나 실제로는 자잘한 상처들만 입었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마법을 사용한 것인지 빠른 속도로 치유되고 있었다. 여유 만만한 그녀의 표정이 재수가 없어서 수아는 크게 혀를 찼다. 발은 묶였지만 양손은 멀쩡하고 마력도 많이 남았다. 얼마든지 싸울 수 있다.

“이 정도로 나를 이겼다고 생각하는 거야?”
“제 목적은 당신의 죽음입니다. 승패는 상관없습니다.”

섬뜩한 말을 하며 아라드가 왼손을 휘둘렀다. 이번엔 약지에 끼인 반지가 보랏빛을 냈다. 수아는 혀를 차며 몸을 웅크렸다. 다음 순간 공기가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수아의 몸을 묶고 있던 그물이 산산이 부서졌다. 그녀는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아라드를 향해 달려 나갔다. 다시 마력이 격돌했다.

아라드의 반지가 하나 깨질 때마다 보랏빛이 나선을 그리며 치솟았다. 수아는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심하게 밀렸다. 반지를 희생하며 행사되는 마법은 그녀의 움직임을 확실히 제약했다. 이판사판으로 날려 보낸 마법은 빗나가거나 역식을 당해 오히려 수아를 위협했다. 반지가 하나 깨질 때마다 수아는 적어도 한 군데 이상의 상처를 입었다. 반면 아라드는 다섯 개의 반지가 깨질 때까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좋지 않은데, 이건…….’

역식을 파훼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 중 두 가지를 사용했으나 자잘한 피해만 조금 입혔을 뿐 모두 유효타는 되지 못했다. 상대는 숙련된 마법사다. 같은 수는 두 번 이상 통하지 않는다. 준비할 시간이 적었던 터라 남은 한 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 아티팩트도 만들지 못했다.

아라드의 여섯 번째 반지가 보라색으로 빛났다. 이번에 나타난 것은 수백에 육박하는 무수한 화살의 무리였다. 아라드가 손을 젓자 화살의 무리가 파도가 되어 수아에게 짓쳐들었다.

“이잇……!”

2주 전 학교에서 엘리앙과 부딪쳤을 때 엘리앙이 사용한 것과 같은 방식의 마법이었으나 숫자는 그것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그것은 차라리 탄막이라고 불러야 옳았다. 수아는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여 급소와 치명적인 부위를 노리는 화살만을 가까스로 피하고 막아냈다. 스친 상처들이 계속해서 늘어나 옷이 점점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그 사이 아라드는 자신이 행사한 마법 속에서 느긋하게 걸어 수아에게로 다가갔다.

수아가 그것을 깨달은 것은 이미 바로 곁까지 아라드가 다가온 뒤였다. 아라드는 손에 마력으로 구성된 쐐기를 들고 그것을 수아를 향해 똑바로 내찔렀다. 수아는 숨을 삼키며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쐐기는 심장을 향해 찔러오고 있었다. 수아는 즉시 화살의 파도를 막던 것을 포기하고 최소한의 방벽만만 만든 채 뒤로 물러났다.

하나의 화살이 허벅지를 스쳤다. 하나의 화살이 어깨를 할퀴었다. 하나의 화살이 뺨을 찢었다. 하나의 화살이 손등을 베었다. 하나의 화살이 왼쪽 옆구리를 꿰뚫었다.

“카흐……!”

수아는 한 차례 바닥을 굴렀다가 튕기듯 일어났다. 탄막은 사라졌다. 아라드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저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으나 그녀는 아라드를 공격할 수 없었다. 초조함을 숨기려 노력하며 수아는 방금 전 입은 상처들을 살폈다. 대부분의 화살은 방벽에 막혔지만 다섯 발의 화살이 그것을 뚫었다. 그 중 네 발은 다행히 살짝 스치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마지막 한 발이 옆구리를 정통으로 꿰뚫었다. 수아는 쓰게 웃었다. 그것은 일전 아라드와 최초로 만났을 때 윤성이 그녀를 지키며 입었던 것과 똑같은 상처였다.

입고 있는 옷이 흥건하게 젖었다. 땀이 아니라 피 때문이었다. 깊은 상처는 옆구리 하나뿐이었으나 자잘한 상처가 많아 이미 옷은 절반 이상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수아는 이마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닦았다. 화살에 찢어진 손등도 피로 흥건해 이마는 오히려 더 더러워졌다.

“후우…… 후우…… 후우…….”

수아는 나직하게 숨을 몰아쉬었다. 솔직히 말해서, 상황은 매우 나빴다. 눈앞이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출혈이 심한 모양이었다. 출혈뿐이 아니다. 화상을 입은 부분도 있고 반대로 동상을 입은 부분도 있다. 옆구리의 관통상은 말할 것도 없고, 깊지는 않지만 살점이 뜯겨나간 부분도 있다. 너덜너덜하다는 수식어가 어울릴 정도다.

아라드의 일곱 번째 반지가 보랏빛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수아는 순간적으로 육체를 강화해 피를 막으며 그녀에게 달려 나갔다. 다행히 그녀는 일곱 번째 반지가 깨지기 전에 아라드의 바로 앞까지 당도할 수 있었다. 오른손을 꾹 틀어쥐며, 그녀는 순간적으로 고민했다.

‘어떻게 공격하지?’

약한 공격은 막힌다. 어중간하게 강한 공격은 역식 당한다. 게다가 지금의 자신은 무슨 짓을 하든 그 뒤를 상정하기 힘들 정도로 지쳤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지금 내보일 수 있는 가장 강한 공격을 해야 한다.

“――!”

수아는 기합을 터뜨렸다. 아니, 그것은 혹 비명일지도 몰랐다. 어느 쪽이든 수아는 그 소리조차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온 정신을 집중했다. 오른손을 감싼 천지인이 회전을 멈추고 주먹에 빨려들었다. 꾹 쥔 주먹이 새하얀 빛을 토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아라드가 코웃음을 쳤다.

“이제야 라스트 워드를 꺼내는 겁니까! 길었습니다! 너무 길었습니다! 드디어 이 긴 싸움의 종지부를 찍을 때가 왔습니다!”

일곱 번째 반지가 빛을 내던 것을 멈췄다. 이어 아라드의 명치 앞에 보라색의 천지인이 떠올랐다. 느릿하게 회전하는 세 개의 구체, 그것은 분명 역식의 행사를 의미하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수아는 주먹을 내지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늦기도 늦었거니와, 그녀는 이제 와서 공격을 멈출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녀는 쓰러진 자신의 약혼자를 믿고 있을 뿐이었다.

---


믿으면 안 돼!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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