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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의 심포니아 by Kokuri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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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Kokurinn  lv 1 56% / 212 글 2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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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승달의 레퀴엠 - Requiem Tuba Mirum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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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okurinn[kokurinn]
조회 913    추천 0   덧글 0    / 2007.07.01 00:20:17

Requiem Tuba Mirum
#05.

“레, 레나테 양!?”
“우왓, 자, 잠깐만요. 그야 제가 확실히 그 식물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아 난센스를 무의식중에 내뱉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습니다만, 아니. 배제가 아니라 아예 그랬다고 상정한다고 치고서라도 실제로 무지는 죄라 할 수 없으니만큼, 그러한 사정을 모두 떠나 우리 그냥 좋게 말로 하면 안 되겠습니까?”
“하아……. 아까 말한 게 그거야?”

당혹, 변명과 교섭 시도,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그럴 줄 알았다는 시큰둥한 반응. 차례대로 닥터, 앙리, 일레디안이다. 하긴, 물건이 물건이니까 그럴 만도 하다.

“여, 연장이라는 게 그겁니까? 제가 그 정도로 심각하고도 돌이킬 수 없는 대죄를 저질러 버린 겁니까? 설마 이 식물이 고가의 희귀종이라든가? 아니면 식칼입니까? 식칼이 천하의 명검이라도 되는 겁니까?”

……앙리는 패닉에 빠져 있다. 아니, 그게 좀 비싸고 구하기 힘들기야 하지만 식칼이 천하의 명검이면 이미 그거 자르고도 남았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이런 걸 보고 놀란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대화 흐름으로 봐선 그렇게 놀랄 것도 아닌 것 같은데.

“……하아. 이건 서커스 어쩌고 할 문제가 아니네.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 마요.”
“응, 임팩트가 너무 컸어.”
“큰 맘 먹고 산 건데 아직 못 써봤거든.”
“아, 참. 지난번 그건 우리 연구원들이 고맙다고 전해주래.”
“그 사람들, 꽤나 괴짜니까 그런 거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 이런 걸로 고맙다고 할 정도면 아직 에를라흐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거지만.”
“네 집 보면 그 사람들 기절하는 데 내기를 걸어도 좋아. 그나저나 이번엔 어떻게 할 거야?”
“글쎄……. 앙리 군, 그거 어떻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어, 어, 어, 어…….”
“어?”

자칭 댄디하고 요리솜씨도 뛰어나며, 닥터의 언변을 누를 수 있는 유일한 사내는 기묘한 의견을 내놓았다. 요리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이 가운데 딱 한명. 그러면 조리법을 이야기하고 있을 건데, ‘어’라고만 하고 있다. 어딘가 먼 곳의 말일까? 그러니까 ‘어’라는 걸 네 번 하라는 거 같은데, 그 ‘어’가 도대체 뭔지 알아야 뭘 하든 할 거 아냐.

“이놈, 제대로 된 요구를 해요.”
“아니, 저, 그게, 에, 어떤…….”
“네놈이 조리법을 결정해야 어떻게든 하잖아요?”
“그러니까, 저기, 조, 조리법? 조리법입니까? 무려 조리법입니까? 그만큼 제가 대죄를 지은 겁니까?”
“무슨 소리예요?”
“그, 카, 카, 칼까지 들고 나오셔선, 지, 지금 저, 저, 저를 어떻게 한다느니 조, 조리법을 결정하라느니, 주, 죽을죄입니까? 무려 죽을죄인 것입니까? 그것도 카, 칼에 맞아 죽을죄입니까!?”
“쿠, 쿨럭! 후, 후하하하하하핫!!”

쿵.
닥터가 연기를 뿜어내면서 기묘한 웃음소리를 남기고 소파와 함께 뒤로 쓰러졌다. 이 사람들 왜 이런담? 죽순도 아니고 대나무를 조리하는 혁신적인 조리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조력을 아끼지 않겠다는데. 식칼 같은 걸론 저걸 자를 수도 없거니와, 삶으려니 남는 냄비가 없다니, 결국 다른 칼로 자르는 게 최선이니까 다른 칼을 들고 나온 거잖아.

“쿨럭, 크흠! 푸, 푸하하핫, 이 덜떨어진 제자 놈아. 네놈은 도대체 어딜 여행하고 뭘 본 거냐?”
“네?”

닥터가 소파를 일으켜 세우며 우스워 못 참겠다는 듯 말했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듯이 앙리는 여전히 대나무 줄기를 붙잡은 채 고개만 돌려 반문했다.

“데스탱 길드의 후계자라는 놈이 이렇게 무식해서야, 네놈의 애비도 고생길이 훤하구나! 이놈아, 네놈이 지금 들고 있는 건 오리엔탈 쪽에서 주로 자라는 대나무라는 식물이다. 보통 어린 나무를 요리하는 법인데 네놈이 그걸 요리하겠다고 해서 나 또한 여행길에서 뭔가 배워 온 모양이라 생각했건만, 네놈은 푸르죽죽하면 모조리 샐러드라고 생각하는 거냐? 으핫하하!! 레나테 양, 이제 상황을 좀 알겠나? 저놈이 완전히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고, 레나테 양도 나처럼 기대를 품고 있었지만, 실상은 저 등신 같은 제자 놈이 의미라곤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는 짓을 자랑스럽게 하고 있었단 걸세. 으, 으하하하!”

아까 전에 당한 수모를 되돌려주듯, 닥터는 ‘무식’과 ‘고생길’과 ‘이놈’과 ‘네놈’과 ‘푸르죽죽하면 모조리’와 ‘완전히 바보 같은’과 ‘등신 같은’과 ‘의미라곤 어디에도’를 특히 강조하며 간간이 웃음이 새어나오는 얼굴 근육을 마치 자신의 의지로 제어하고 있다는 듯 선언했다.

“에엑, 이놈. 조리법 같은 것도 없었단 거예요?”

일레디안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법한 괴물체를 보는 것만 같은 표정으로 닥터의 복수에 동참했다. 나로 말하자면, 방금 방에서 들고 나온, 이번에 새로 마련한 검을 왼손에 들고 언제라도 뽑을 수 있게 자세를 잡고 있다. 뭐야. 아까 그런 거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못 들은 거야?

“……크윽!”

여전히 대나무를 껴안은 채 그대로 주저앉는 앙리. 그 앞에는 어느 샌가 닥터가 다가서 있었다. 득의만면한 표정으로 가련하다는 듯 제자를 내려다보며 파이프를 물고 있다.

“알겠느냐, 이놈아. 그 알량한 지식으로 댄디(뻐끔)를 자처한대도 결국 업보는 되돌아 네놈에게로 가는 것이니라. 대나무라 함은 오리엔탈의 지역에 따라선 로망(뻐끔)으로 취급하기도 하거늘, 로망(뻐끔)도 모르는 놈이 댄디(뻐끔)를 입에 담을 수 있겠느냐? 실(實)이 갖추어지지 않는 한 모든 일은 네놈의 업(뻐끔)이 되는 것이 운명이자 이치인 법이지. 무지(뻐끔)가 죄가 아니라고 말했지? 이놈아, 입만(뻐끔) 살아 댄디(뻐끔)를 자처하여 있는 대로 멋을 부린 시점에서 무지(뻐끔)는 대죄(뻐끔)가 되는 법이니라. 댄디(뻐끔)는커녕 인간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자존심(뻐끔)마저 무너지지 않았느냐? 이것 또한 운명적(뻐끔)인 흐름에 있다 하지 못할 것만도 없으나, 이 자리의 목격자가 세 명 뿐임을 감사(뻐끔)해야 할 것이야.”

이번엔 파이프를 오른손에 들고 강조하고 싶은 단어 앞에서 한 번씩 들이마시면서 말한다. 댄디에 한이 맺힌 듯, 이번엔 로망까지 들먹이며 결정타를 날린다. 닥터가 한 번 파이프를 물고 뻐끔댈 때마다 앙리는 서서히 무너져 갔다. 3일은 커녕 3시간도 유지되지 않은 승리의 자리는 다시 한 바퀴 돌아 닥터에게 돌아갔다. 닥터의 말마따나, ‘운명적’으로.
그 순간, 일레디안과 눈이 마주쳤다. 우리가 참관한 시간에 한해 1승 1패를 기록한 이 기묘한 사제들이 그들만의 승리와 패배에 잠겨드는 짧은 한 순간, 시선을 따라 의견이 오간다.

‘그래서, 어떻게 하지?’
‘그러게.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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