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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게소설] `나로` by 류모씨

-그래도, 날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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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류모씨[hyobbang21]  
조회 1871    추천 14   덧글 10    / 2009.10.27 22:50:11

(3)위상

 

머리를 찌르는 둔통에 위상은 눈을 떴다.

“…….”

온몸을 짓누르는 어지러운 감각 속에서 그는 자신의 상태를 살폈다. 손에는 반쯤 빈 위스키 병. 입에는 다 탄 담배. 거실 소파에 길게 드러누운 몸은 묘하게 뒤틀려 있어서 허리가 무척 아팠다. 베란다로 정오의 햇살이 뉘엿뉘엿 들어오고 있다.

숙취인가. 자신답지 않은 일이다. 위스키 병을 옆에 아무렇게나 놓은 그는 짧고 거친 적발을 아무렇게나 긁었다. 손가락이 두피를 스칠 때마다 희미한 두통이 머리를 울린다. 그는 진득하게 하품한 다음, 소파에서 일어섰다.

샤워나 할까.

느릿한 걸음으로 거실을 가로질러 욕실로 향한다. 거실의 벽에는 온갖 진귀한 명검들이 장식처럼 걸려 있고, 수도 없는 훈장들이 액세서리마냥 집의 인테리어를 돋우고 있다. 무감정한 눈으로 그것들을 훑으며 위상은 옷을 훌훌 벗었다. 이윽고 전라의 몸이 되어, 욕실의 불을 켜고 안으로 들어섰다.

군살 하나 없는 완벽한 근육질의 몸매가 거울에 비친다. 찬물을 틀어 얼굴에 끼얹던 위상은 잠시 고개를 들어 자신의 몸을 살폈다. 흠- 조각 같은 얼굴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쓰다듬던 그는 이윽고 몸을 이리저리 돌리며 포즈를 취했다. 매끈하고 적당하게 근육이 붙은 몸이 보기 좋게 자세를 바꾼다. 한참 그렇게 보디빌더 흉내를 내며 자신의 근육을 과시하던 그는 후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시선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허리로 갔다가- 아래로 이동했다.

“…….”

허리에 손을 척 올린다. 입가에 씩 미소가 걸린다. 거울을 보며, 그는 그대로 허리와 엉덩이를 좌우로 씰룩씰룩 흔들-

“뭐하는 짓이야 이 변태새끼야아아아!”

“푸헙!”

빠악!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위상은 뒤통수를 맞고 세면대에 얼굴을 처박았다. 그의 뒤에서 앳된 얼굴의 소년이 얼굴을 시뻘겋게 붉힌 채 바락바락 고함을 쳤다.

“이 정신 나간 나르시스트가! 니놈 물건 보고 만족해서 기뻐하든 잘라서 제단에 바치든 나는 상관 안 하는데, 그래도 그렇게 민망한 짓은 좀 자제해! 네 몸에 붙어있는 내 입장도 좀 고려를 해달라고!”

하여간에 이런 쬐끄만 구석에서 민감한 자식이다, 이 결벽증 꼬맹이는. 이를 갈던 위상은 뒤를 돌아보며, 자신을 노려보는 은발의 소년에게 으르렁댔다.

“……계약천사가 계약자를 때려도 되는 거냐?”

“신성기사연합의 전투대장이라는 놈이 그럼 샤워하면서 코끼리를 좌우로 흔들어대는 건 어지간히도 보기 좋은 일이구나!”

“뭐 어때! 아무도 안 보는데! 내 집에 내 욕실인데!”

“내가 보잖아 이 미친놈아아아아!”

소년은 등에 달린 네 장의 날개를 바르르 떨었다. 위상은 한숨을 뱉으며 샤워타월을 집어 그 위에 바디클렌징을 뿌렸다.

“그럼 안 보면 되잖아.”

“누군 보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아냐? 너랑 나랑 계약관계니까! 종일 붙어있어야 하고! 그래서 네놈의 온갖 추악한 짓거리들을 내가 뇌에 세뇌될 만큼 보고 사는 거 아냐!”

금주 금연 금녀- 성기사들이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계율 셋을 아무렇지도 않게 어기고 다니는 자신의 불량기사를 보며 2계급 지천사 자드키엘은 피라도 토할 듯 고함을 질렀다. 샴푸를 머리에 치덕치덕 올려붙이며 위상은 입을 비죽 내밀었다.

“요즘 성기사 치고 안 그러는 놈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

그 말에 자드키엘은 화를 내던 것을 천천히 멈추고, 씁쓸한 안색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신성기사연합의 창립은, 거의 수 천 년의 세월 전에 이루어졌다.

인류를 위협하는 모든 ‘악’으로부터 인류를 지키기 위해, ‘신’의 힘을 빌려 사용하는 자들이 모여 창립된 조직. 허나 그 순수한 목적은 이미 옛날에 소멸했다. 지금 남은 것은 그저 권력과 재물에 찌들고 썩은, 타락해버린 거대한 폭력단체에 불과할 뿐.

그리고 그곳에서 10년째 최강의 기사로서 활약하고 있는 전투대장이자 제2기사단장, 위상은 투덜대며 물을 틀어 몸의 비누거품을 씻어냈다.

“그러니까 요는 이거야. 형식이나 법칙에 얽매이던 시절은 이미 옛날이라는 거지.”

“…….”

“얼마나 신심을 굳건하게 유지하느냐, 가 가장 중요한 관건 아니겠어?”

자드키엘은 슬픈 눈으로 자신의 계약자를 봤다. 위상은 물을 틀어 상쾌하게 머리를 마저 헹궈냈다. 흘러내리는 물방울 사이로 비치는 공허한 눈동자. 그런 그에게 자드키엘은 묻고 싶었다.

그래서 너에게, 그 신심은 대체 얼마나 남아 있느냐고-

그때였다. 딩동! 넓은 집안을 초인종 소리가 메웠다. 신성기사연합 전용 아파트인지라 종종 다른 기사들이 찾아오곤 한다. 오늘은 휴일에 낮이니 보나마나 그런 일이겠지- 생각하며 위상은 대충 아랫도리에 수건만 걸치고 현관으로 가 문을 열었다.

“앗.”

문 밖에 서있던 예복을 차려입은 여기사가 그런 그를 보고 얼굴을 붉혔다. 위상은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휘파람을 불었다.

“무슨 일로 날 찾았나, 아가씨?”

“아, 저, 저기, 보고드립, 니다. 지금 즉시 총기사단장님 사무실로 오라는, 명령입니다.”

여기사의 시선이 자신의 가슴과 치골에 닿는 것을 느끼며 위상은 싱긋 웃었다. 그는 능숙한 손길로 여기사의 손을 잡아채 집안으로 이끌었다.

“꼭 지금 당장 안 가도 되지?”

“예? 아, 아, 저, 저기! 이러시면 안-”

“아니 고생해서 왔으니까, 음료나 한 잔 하고 가라는 거야~”

막무가내로 여기사를 집안으로 끌고 가는 위상.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계약자에게밖에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 계약천사 자드키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놈은 지옥 떨어질 게다.”

아무렇지도 않은 손길로 여기사의 겉옷을 벗겨내던 위상은 씩 웃으며 그 말에 조용히 답했다.

“천국은 줘도 안 가. 인마.”

 

 

한 시간 뒤, 총기사단장 사무실.

시가를 뻑뻑 피워대던 중년의 사내, 신성기사연합의 기사단장 베그니토는 부른 지 한참이나 뒤에야 나타난 자신의 부하를 보며 혀를 찼다.

“뭐하다 이제 왔나?”

“하하하. 그게, 일이 조금.”

위상의 왼쪽 뺨에 나 있는 손자국을 보며 베그니토는 혀를 쯧쯧 찼다.

“또 누구 건드린 모양이구만.”

“무드를 중히 여기는 아가씨시더군요. 다음에 만날 때는 주의해야겠습니다.”

“여자들 좀 그만 울리게. 늙어서 후회한다구.”

“명심하겠습니다.”

“명심은 개뿔이…….”

시가를 입에서 떼어내 재떨이에 털어낸 베그니토는 책상 위에 깍지를 모아 끼고 바로 본론을 꺼냈다.

“이번에 세계정부에서 극비리에 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네. 나도 정확한 사안은 모르지만, 아무튼 우리 쪽에도 협조 요청이 왔네.”

“협조요?”

“그래. 무조건적인 요청이라, 아무튼 간에 자네랑 제2기사단에서 상위 10명의 기사가 이 프로젝트에 동원될 걸세. 당장 짐 싸서, 한국으로 가게나.”

한국이라는 말에 위상의 눈썹이 꿈틀했다. 베그니토는 음흉하게 웃었다.

“왜. 두고 온 여자라도 있나?”

“……갖고 놀다 버린 여자라면 그 나라에 한 명 있지요.”

“발 한 번 넓구만.”

영 꺼림칙하다는 얼굴로 뒷머리를 벅벅 긁던 위상은 이윽고 ‘아무렴 어때’라는 심정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오후에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전용기가 준비되어 있네. 조심해서 가도록 하고……그리고 잘 알겠지만.”

베그니토는 목소리를 낮췄다.

“협조보다는 염탐이 우선인 걸 알고 있겠지.”

“……!”

“무슨 프로젝트인지는 모르나, 우리 신성기사연합과 교황청에 누가 될 일이라면……후. 말 안 해도 잘 알지.”

위상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베그니토 경.”

“자네만 믿겠네. 정기적으로 연락하도록 하고. 그럼, 아버지의 영광을 위하여.”

“위하여.”

가슴에 손을 올려 보인 위상은 한 번 더 허리를 숙여보이고는 사무실 밖으로 나섰다. 터벅터벅 걸음을 옮기며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무는 그에게, 뒤에서 날던 자드키엘이 질문했다.

“정말 괜찮아?”

“뭐가 말이야.”


“한국. 그 여자가 있는데.”


“…….”

불을 붙이고 연기를 뿜어낸 위상은 피식 미소 지었다.

“알 게 뭐야. 간만에 동양 여자들 맛이나 보고 오는 거지.”

“……정말이지 글러먹었어, 네놈은.”

“나도 알아.”

은발의 소년을 직시하면서, 위상은 허무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

“이게 모두 신님의 은총이지.”

자드키엘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위상은 담배연기를 계속해서 내뿜으며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5년 만의 한국, 1년 만의 임무.

전쟁의 냄새가 난다.

검 정도는 한 자루 챙겨둬야, 이 질긴 목숨도 조금 더 연장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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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야한 거 안 나옵니다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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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강율 10/27/10:54
ㅇㅂㅇㅋ 잘 보고 갑니더
76 위상 10/27/10:54
.....웃어야 되는지 울어야 되는지.....
53 33 10/27/10:56
정녕 위상님은... OTL
0 10/27/11:28
오오 추천!
75 해원 10/27/11:35
ㅋ/ㅋ/ㅋ 지금 만나러 가는 거군요.<
42 키세리안 10/28/01:24
지못미 위상님 이미지 ㅋㅋ
0 10/28/09:24
으앜ㅋ 이 글을 보니 제 이미지도 걱정되네요. 제 설정은... 으앜ㅋㅋ
52 TheS 10/31/12:44
우왕... 이제야 봤는데 자게 소설 하나도 역시 격이 다른...
86 산바람 10/31/01:24
위상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68 시우 11/08/11:02
위상 나쁜새끼;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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